정부가 14조원을 들여 4대강 정비를 한다고 한다. 또한 50조 녹색뉴딜사업 속에 전국 하천을 청계천처럼 복원하겠다는 계획도 들어있다. 안양시의 하천복원공사를 본보기 삼는다고 하여, 공사가 진행됐던 현장을 찾아가보았다.
▲ 안양시 자연형 하천조성 공사현장. 2008년 12월 31일까지 완공하겠다고 했으나,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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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바닥 전체를 파헤쳐버린 안양시 하천복원공사
안양시가 자연형으로 하천을 복원한다며 공사를 시작한 곳은 수리산 자락을 타고 흐르는 수암천 계곡이다. 공사가 시작되기 전 이곳은 1급수에서만 산다는 버들치가 살고, 바닥에 자갈이 많이 깔려있고 다슬기가 까맣게 보일 정도로 생태계가 살아있는 아름다운 계곡이었다.
그런데 자연형 하천조성공사를 한다면서 계곡 양변에 돌 축대를 쌓기 위해 포크레인이 하천을 온통 파헤쳐놓았다. 포크레인이 계곡을 지나간 정도가 아니라, 아예 포크레인으로 하천바닥을 정지 작업하여 운동장처럼 판판하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계곡 바닥 전체가 파헤쳐졌다.
▲ 계곡 양변에 돌 축대를 쌓기 위해 포크레인이 하천바닥까지 온통 파헤쳐놓은 모습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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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살던 버들치는 어떻게 되었을까? 하천생태계의 생명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좁은 계곡을 흐르는 물은 여울과 작은 소를 반복하며 스스로의 맑음을 유지한다. 오랜 세월 물이 흐르며 형성된 여울과 소가 망가져버린 하천은 이전처럼 복원되기 힘들다. 여울과 소가 사라지면 그곳을 흐르는 물은 자정작용을 잃어버리고 금방 썩게 된다.
여울과 소를 망가트려놓고 석축만 쌓으면 생태계가 살아나고 자연형 하천복원이 되는 것일까? 하천생태계는 하천바닥에 있다. 사람들 눈에 보기 좋은 하천을 위해 석축이 필요했다 할지라도, 하천 바닥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한다. 물고기가 죽은 하천, 여울과 소가 망가진 하천은 죽은 하천에 불과하다.
버들치가 포크레인을 피해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안양시청 담당공무원에게 자연형 하천복원이 무엇인지 물었더니, 하천의 피해를 최소화하며 공사를 했다고 답했다. 버들치와 다슬기가 많이 살고 있던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물어보자, ‘버들치가 포크레인을 피해 다른 곳으로 이동해갔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좁은 계곡 하천바닥을 포크레인이 평평하게 다져놓아서 물길이 흙더미에 묻혀버리고 돌무더기가 하천 안에 가득 부어져 있는데, 수영밖에 할 줄 모르는 버들치들이 물길이 막힌 이곳에서 어떻게 포크레인 바퀴와 흙더미를 피할 수 있었을지 궁금해진다.
공사가 진행된 하천바닥은 지난 여름 맑은 물에서 노닐던 버들치들의 무덤이 된 것이다. 그 많던 다슬기와 옆새우 등 수중생물들 또한 저 흙더미 속에 묻힌 것이다.
▲ 식생복원을 한다면서, 석축 사이사이에 회양목과 철쭉을 심어놓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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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시 측은 식생복원을 위해 전문가의 자문을 받았다고 했다. 석축 사이사이에 회양목과 철쭉을 심은 것이 식생복원이라는 것이다. 수암천의 자생식물이 아닌, 눈에 보기 좋은 나무들을 심느라 하천의 생명들을 죽이다니, 이것이 과연 식생복원이 맞는 것일까?
안양시청 관계자에 따르면, 물 빠짐 방지를 위해 바닥다지기를 잘 했다고 한다. 바닥다지기를 했다는 것은 공사로 인해 하천바닥과 생태계가 얼마나 훼손되었는지 입증하는 일이다. 하천바닥은 한번 파헤치면 하천 물이 땅 밑으로 스며들게 되어 물이 하천으로 잘 흐르지 않는다. 물이 잘 흐르던 하천이 공사 후에는 대부분 물이 없는 건천이 되어버린다.
오랜 시간에 걸쳐 안정된 하천생태계를 무너뜨려
계곡 상류로 올라가자 문제는 더 심각했다. 이곳은 계곡의 암반 사이로 물이 흐르고 그 위로 수십 년생 때죽나무와 단풍 등의 많은 나무들이 가지를 드리워 수암천에서 제일 멋스러운 곳이다. 그런데 이 바위 암반마저 파괴되어있고, 계곡물 위에 드리우던 나뭇가지는 여기저기 잘려 있었다.
포크레인이 작업을 하기 위해 곳곳의 나뭇가지를 베어버린 것이다. 그리고는 벤 자리가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도록 진흙을 발라놓았다. 계곡에 늘어져 멋진 풍광을 만들어주던 수십 년생 때죽나무 가지도 밑둥부터 곳곳에 잘렸다.
▲ 계곡 물에 드리우던 나무들은 포크레인 작업을 위해 곳곳의 나뭇가지들이 베어졌고, 그 자리는 흙으로 발라놓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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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시 관계자는 기존에 있던 콘크리트 제방을 뜯어내고 석축으로 쌓는 것이 자연형 하천 복원이라고 설명했다. 콘크리트에서 생명이 살 수 있냐고 필자에게 반문했다. 당연히 콘크리트는 해롭다. 그러나 이전에 쌓여있는 콘크리트 제방은 하천바닥을 해치지 않고 하천 양변 둑에만 쌓은 것이고, 이미 공사된 지 수십 년이 지나 하천수질과 생태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시멘트 콘크리트 제방 둑은 오래 되어 이끼들이 자라고 있었고, 맑은 물에서만 살 수 있는 버들치가 살아가고 있었다. 이렇게 이미 오래 전 돌과 시멘트로 석축을 쌓아 계곡 생태계가 안정된 곳을, 하천복원이라는 이름으로 파헤쳐버린 것이다.
더구나 시멘트가 생태계에 해롭다고 주장하더니, 하천복원공사 현장엔 폐시멘트 덩어리들이 곳곳에 파묻혀있었다. 콘크리트를 잘게 부숴 놓으면 시멘트의 유해성이 그대로 노출되고, 물을 만나면 더 위험해진다. 그런데 폐콘크리트를 부숴 놓은 시멘트 가루들이 하천바닥에 그대로 있고, 시멘트 덩어리들이 물 속에 방치되어있었다. 아스콘 부스러기들도 하천바닥에 노출되어있었다.
▲ 폐콘크리트를 부숴 놓은 시멘트 가루들이 하천바닥에 그대로 노출되어있고 물 속에도 방치되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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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정비, 도심하천복원…얼마나 더 파괴할 것인가
안양천 하천복원 현장을 직접 보니, 정부가 추진하는 도심하천복원 공사와 4대강 정비의 미래가 훤히 보이는 것 같아 아찔하다.
경인운하 논쟁이 되고 있는 굴포천 공사현장에서 물고기가 떼죽음 당한 것처럼, 4대강 정비 사업 또한 수중생태계를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다. 자연형 하천을 복원한다며 계곡을 망가뜨린 안양의 하천복원 사례처럼, 앞으로 파괴될 아름다운 강의 모습들이 눈에 훤히 그려진다.
이뿐만 아니다. 청계천에 물을 흘려 보내기 위해 물 값만 연간 75억 원이 소요된다. 청계천엔 물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 세금이 흐르는 것이다. 전국 도심하천을 청계천처럼 만들게 되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혈세를 흘려야 하는 것일까.
도심하천을 물이 흐르는 하천으로 복원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그러나 도심하천에 왜 물이 흐르지 않는지 그 원인을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복원’이다. 난개발로 숲이 사라지고 도시를 온통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처발라 빗물이 땅으로 스며들 수 없게 되었는데, 어찌 하천에 물이 흐를 수 있을까?
일시적으로 사람들에게 치적을 내세우기 위해 ‘돈이 흐르는 하천’을 만드는 것은 국민과 국가 경제에 해를 끼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