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위험하다
마리아나 엔리케스 지음, 엄지영 옮김 / 오렌지디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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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문화라고 하면 마야문명이나 잉카문명의 유적지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뭔지 모를 신비함을 간직하고 있을 듯한... 꽤나 열정적일 것 같은... 그러나 언론을 통해 비쳐지는 남미문화권의 실상은 힘겹다. 저자 마리아나 엔리케스는 아르헨티나의 작가이다. 아르헨티나라고 하면 오래전에 즐겨들었던 노래를 떠올리게 된다. "Don't cry for me Argentina. The truth is I never left you....."란 가사의 주인공인 에비타를. 에바 페론은 1940년대 중반에 대통령을 지낸 후안 페론의 부인으로 노동자와 서민들을 위해 파격적인 복지정책을 내놓으면서 국민들의 존경을 받기도 했지만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선심성 정책으로 나라 경제를 피폐하게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아르헨티나의 역사를 살펴보면 대체적으로 어둡다. 정쟁과 내란, 혁명의 연속이었다. 그랬기에 아직 모르는 낯선 문화권의 책을 읽는다는 게 조심스러웠다. 저자 마리아나 엔리케스의 작품은 2021년 부커 인터내셔널상 최종후보에 오르며 세간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책은 그녀의 소설집이다. 소설집은 장편소설 한편을 읽는 것보다 더 많은 몰입도를 요구한다. 그만큼 짧은 글속에서 작품세계의 색깔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여러편의 이야기들은 대체적으로 아르헨티나의 불안한 사회를 그리고 있는 듯 하다. 책의 소개글에도 고통과 두려움등을 겪어내는 사람들의 차가운 분위기를 그리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섬뜩한 거리묘사를 통해 부조리한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공포'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한다고. 아르헨티나는 군정체제를 겪기도 했다. 그리 멀지 않은 우리의 근현대사의 아픔을 이 책속에서도 보게 된다. 군사독재 시절의 고문과 납치를 통해 아무도 모르게 사라져갔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쇼핑카트'나 '슬픔에 젖은 람블라 거리', '돌아온 아이들'등을 통해 현대 아르헨티나의 사회적 문제를 공포로 풍자했다는 말에 공감하게 된다. 실직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점점 피폐해져가는 마을 사람들을 그리고 있는 '쇼핑카트'에는 빈곤에 대한 사람들의 공포가 담겨있음을 볼 수 있다. 유령의 이미지를 빌려 사람들의 불안한 심리를 그리기도 한다. '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위험하다'를 읽으면서 삶의 어두운 현실을 어떻게 이렇게까지 처절하게 그릴 수 있을까 싶었다. 누가 그랬을까? 사는 게 지옥이라고. 昨今의 현실은 세계 어디를 봐도 암담하기만 하다. 어디라고 할 것도 없이 세계의 곳곳에서 환경은 파괴되어지고 빈부의 격차는 점점 더 심해질 것이라는 걸 우리는 다 알고 있다. 어쩌면 아르헨티나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마음이 우울해진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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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 플레이어 - 무례한 세상에서 품격을 지키며 이기는 기술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김수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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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공정(公正)한 사회를 꿈꾼다. 공정함이란 공평하고 올바름을 뜻한다.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고른 것을 우리는 공평(公平)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이익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자본주의를 지향한다. 그런 시대에서 과연 공평함은 존재할 수 있을까? 그런 시대에서 과연 공정한 게임은 존재할 수 있을까? 수많은 술수와 속임수가 난무하는 세상임엔 틀림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페어 플레이어들을 다루고 있다. fair play란 말 자체가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겨룬다는 뜻이다. 무례한 세상에서 품격을 지키며 이기는 기술이라고 쓰여진 이 책의 소제목이 눈에 띄는 이유다. 품격을 지키며 이길 수 있는 기술이 있기나 할까 싶은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정조가 수원화성을 쌓을 때의 이야기였다. 정조는 수원화성을 쌓을 때 유급을 고집했다. 나랏일이라하여 백성을 마구 부려서는 안된다는 말과 함께. 그리고 성을 쌓는 시기도 백성들이 가장 바쁜 농번기는 피했다. 먹고 살아야하는 것을 포기한 채 나랏일을 한다는 것을 효율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백성의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고마운 일이었음에 분명하다. 농사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고 일한만큼의 품삯을 받을 수 있었으니 꾀를 부리지 않고 정성을 다해 일을 했을 것이다. 인간은 어떤 일에서든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정받았을 때 최고의 성과로 답을 한다. 그러니 오랜 세월이 흐는 지금까지 견고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서있을 수 있는 것이다. 과연 그런 정신으로 일반적인 기업에서 직원을 다룬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높은 임금을 주고 그 사람을 믿으면서 최고의 성과를 내게 하기보다는 적게 주고 많이 부려먹을 수 있는 쪽을 먼저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다 그렇다는 건 아니다. 소수의 경우를 마치 다수의 경우인양 말하고자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중요한 것은 기업이든, 직원이든 인간은 누구나 제 입장에서 먼저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심리학적인 면에서 따져본다면 공정하거나 공평하다는 말은 상당히 주관적인 말로 여겨질수도 있겠다는 마음이 앞서기도하고.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성공사례들을 살펴보면 가장 중요한 것이 경청의 기술, 제공의 기술, 방어의 기술이 아닐까 싶다. 경청의 기술편에서는 '권력거리를 좁힐수록 집단지성은 강해진다'는 말을 하고 있다. 위계가 높을수록, 전문지식이 강할수록 권력거리를 좁히지 못한 채 고집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사람을 우리 주변에서도 많이 볼 수가 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아무리 전문지식을 갖춘 사람이라해도 갑자기 생긴 변수앞에서는 당황하기 마련이다. 그럴때 경청의 기술이 발휘하는 힘은 대단하다는 의미다. 그것은 곧 상대의 존재가치를 인정해주는 것과 상통한다. 제공의 기술편에서는 합당한 대우를 하라고 말한다. 합당한 대우를 하되 치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말도 덧붙이고 있다. 방어의 기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쉽게 말해 당근과 채찍을 적절하게 쓸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잘못한 사람에게 그 잘못을 지적하는 방법도 여러가지가 있다. 지적당한 사람이 자존심이 상했다면 그것은 실패다. 지적을 받았음에도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다시한번 일어설 수 있도록 한다면 그것처럼 좋은 채찍도 없을 것이다. 이 책속에서 바로 그런 예들을 실천하여 성공한 페어 플레이어들에 대해 말해주고 있다. 좋은 소재였음에도 몰입되지 않은 이유는 뭘까? 뒷맛이 살짝 장황한 느낌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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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말이 좋아서 밑줄을 그었다
림태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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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삶이 최선의 삶이다. 나는 이 정언을 믿으며 쓴다. 거의 실패하지만 나만이 쓸 수 있는 가장 단순한 삶의 문장을 꿈꾼다. 저자의 말이다. 가장 단순한 삶의 문장을 꿈꾼다는 저 말이 시선을 끈다.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점의 한부분이 아닐까 하고. 실제로도 어려운 말이나 미사여구 따위는 보이지 않는다. 단순하지만 명백한 저자의 마음이 담겨 있다고나 할까? 가끔 이런 생각을 했었다. 내가 나를 위로해줄 수 있는 단 한줄의 문장이 있을까? 어쩌다 가끔씩은 내가 나를 위로해주고 싶을 때가 있다. 흔히들 하는 말처럼 괜찮다고 말해줄까? 지금까지 잘 해왔다고 말해줄까? 남들도 나처럼 다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고? 그럴 때 찾는 게 시집이다. 솔직히 에세이는 잘 보지 않는다. 지극히 소소한 개인적인 문장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별 생각없이 그냥 읽기 시작했던 책이었다. 그런데 읽으면서 마음이 훈훈해짐을 느끼게 된다. 공감할 수 있는 말이 많아서였을까? 뭐, 그것 또한 지극히 소소한 개인적인 느낌이니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믿는다'는 말이 주는 부담스러운 진심을 아느냐고 물었을 때 오래도록 써왔었던 '뒷끝없는 사람이다'라는 말을 떠올렸다. 그 '뒷끝없다'는 말이 상대방에게 남기는 상처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채로 그렇게 많은 시간을 지내왔었다. 나도 모르는 새 남을 아프게 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을 때 얼마나 상심을 했었는지 모른다. 따지고보면 나만 편했던거다. 가슴어와 머리어가 있다는 말에 크게 공감한다. 그 말 역시 말 뒤에 숨은 의미를 알아채야 하는거라고. 그리하여 좀 더 따스한 말로 대응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싸움과 말다툼의 차이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어쩌면 사랑도 행복처럼 상상의 산물이 아닐까, 하는 저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행복이든 사랑이든 다분히 주관적인 말임에도 우리는 그 말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 못해 안달이다. 하지만 틀에 갇힌 말은 답답하다. 돌올하게, 해낙낙한, 우묵하게, 우련한... 익숙치 않은 말을 한번 찾아보게 된다. 꽃사태... 이채롭게 다가왔던 이 말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될 것 같다. 그저 부정적인 의미로만 받아들여졌던 말에 '꽃'자 하나를 붙였을 뿐인데 저토록이나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낼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가위는 잘라내서 이겨야 하고, 바위는 내려쳐서 이겨야 하지만 보는 감싸서 이길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고 말하던 친구가 있었다고 한다. 가위바위보를 하면 늘 '보'만 내던 그런 친구, 내게도 한명쯤은 있을까? 읽는 동안의 느낌이 좋아서 천천히 음미하듯 읽었다. 글씨가 좀 더 컸더라면, 그림이 좀 더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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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토 수행 지침서 1 - 진정한 정토불교의 가르침을 만나다
영화 지음, 조소영 옮김 / 운주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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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영화 스님의 이력이 눈길을 끈다. 베트남 출신으로 미국에서 이공계 학사와 MBA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세계 굴지의 기업에서 경영진의 자리에 올랐지만 비지니스에 환멸을 느껴 불교계에 입문했다고 한다. 1995년에 출가한 영화 스님은 전세계에 다양한 국적의 출가 제자들이 있으며 선과 정토를 함께 수행하는 선정쌍수禪淨雙修를 제창한다.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정토불교를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썼다는 말도 보인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배운 불교는 대승불교와 소승불교로 나뉜다. 석가의 가르침에 충실하고자 했던 초기불교를 소승불교라 하고, 그에 대응하여 승려만의 종교였던 불교를 민중에게까지 보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그 후의 대승불교다. 소승불교가 불교를 일부 출가자들만의 전유물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을 받으며 그들만의 수행 목표인 아라한과를 얻기 위한 자리 추구에만 몰두하였기에 그러한 상황에 대한 종교적 반성으로 일어난 것이 대승불교 운동이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소승불교라는 말은 대승불교를 내세웠던 사람들이 스스로를 대승이라고 부르고 자신들과는 다르다는 의미로 기존의 불교계를 작게 본다는 의미로 소승이라 하였다하여 그다지 옳은 표현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의 불교는 모든 중생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대승불교의 성격을 지닌다. 자기 자신만의 해탈보다는 남을 보살피는 보살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종파도 엄청 많다. 조계종, 화엄종, 법상종, 천태종, 진언종, 열반종, 태고종등... 세계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사실 우리나라는 불교를 이념으로 했던 나라였다. 고찰古刹이라 불리워지는 절도 자주 만나게 된다. 각 종파마다 유명한 고찰 하나쯤은 다 있다. 의천대사나 원효대사, 나옹스님과 같은 이름은 어디를 가도 들을 수 있는 이름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절 이름의 유명세나 어떤 스님의 법명을 빌린 유명세가 아니라는 점이다. 昨今의 종교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오죽했으면 세상이 종교를 걱정한다는 말이 나올까 싶을 정도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다양한 사람들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하기 위해 전반적으로 쉽게 소개하고 있다는 책표지의 말이 보이지만 말처럼 그리 쉽게 다가오진 않는다. 대승불교의 교리와 일상생활에서 정토의 가르침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보아온 불교서적과 그다지 다르지 않아 보인다./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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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 - 메시지보다 메신저에 끌리는 8가지 프레임
스티브 마틴.조지프 마크스 지음, 김윤재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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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보다 메신저에 끌리는 8가지 프레임, 이라는 부제가 보인다. 메시지보다 메신저에 끌린다는 말 자체가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지만 비싼 대가를 치루면서까지 유명인을 광고 모델로 내세운다거나, ㅇㅇ교수니 △△박사니 하는 수식어를 앞세워 전문성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만 봐도 메신저의 역할은 상당히 커보인다. 이 책의 소개글을 보면 우리가 메시지보다 메신저의 영향력에 의존하도록 진화해왔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그렇게 학습되어진 것이지 진화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우리의 모든 것은 어릴 때부터 학습되어진다. 이미 어릴 때부터 메신저를 보면서 결정하라는 메시지를 받고 자라는데 어른이 되어서 메신저에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모순이다. 그래놓고는 메신저로부터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심리학자의 얼굴을 책띠에서 보여주는 것만 봐도 이 책이 메세지보다 메신저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 책은 크게 '하드메신저'와 '소프트메신저'로 나누어 이야기한다. 말 그대로 '하드메신저'는 사회적 지위나 전문성과 같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을 말하고, '소프트메신저'는 호감이나 신뢰성 혹은 솔직함과 같은 내면적인 것을 말한다. 책 속의 말처럼 위계는 거의 모든 영역에 존재한다.(-59쪽) 위계가 있기때문에 그런 메신저도 존재하는 것이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강력한 메신저 효과를 갖는 또다른 이유는 사회가 재능과 고된 노력에 대한 대가를 보상해준다고, 즉 세상은 능력주의로 운영된다고 사람들이 믿고 싶어하기 때문이다.(-60쪽) 그렇게 믿고 싶어하는 게 아니라 그렇게 믿어야 한다고 강요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지는 것은 왜일까? 아이들은 물건을 쥘 수 있을 때부터 이미 여러 '법칙들'에 대해 배운다.(-61쪽) 이미 앞에서 말했던 모순과 같은 말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자라도록 학습시켜놓고 이제와서 이런 말을 한다는 그 자체가 너무 억지스러운 게 아니냐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옷이 날개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겉으로 보여지는 외모가 중요한 작용을 한다는 의미다. 그러니 모두들 명품, 명품하는 것일게다. 좋은 옷을 입지 않았어도, 좋은 차를 타지 않았어도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꽤나 많은 것도 사실이다. 굳이 사회의 잣대에 나를 맞추려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앞서기도 하지만 이미 자본주의의 모순에 길들여진 우리에게 그런 사람들은 조금 특이한 사람으로 분류될 뿐이다.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의 사회에서도 위계는 존재한다. 그것은 생존게임일까?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이라는 책이 떠오른다. 비행기 추락사고로 인해 외딴 섬에 고립된 소년들의 상태를 그리고 있었지만 그 아이들 역시 누군가를 리더로 선택한다. 하지만 반복되는 일상의 교태로움에 지친 소년들은 자신들이 세운 리더에 반기를 들게 된다. 어쩌면 위계를 통해 질서를 찾고자 하는 것이 모든 생물체의 공통점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상황이니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보다는 메신저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 역시 자본주의의 민낯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어제는 우리에게 해로운 식품이었던 것이 오늘은 이로운 식품으로 변하는 것처럼 말이다. 어제까지는 우리에게 그렇게 좋은 것이 없는 것처럼 말하더니 오늘 느닷없이 알고보니 그렇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을 주변에서 셀 수 없이 많이 보게 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어째서 그런 실수를 반복하는 것일까? 유명하거나 전문성을 지닌 메신저의 입을 통해 교묘하게 비튼 메세지가 전달되기도 한다. 어떤 때는 "생각할 필요가 있어? 너는 그냥 편하게 결정만 하면 되는거야" 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편리함에 물든 우리는 손과 발이 바쁘게 움직이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발품을 팔아서 원하는 것을 얻었다고 말하는 사람을 많이 보게 된다. 그런 사람들의 표정속에 보여지는 만족감과 뿌듯함이라니! 생각하지 않는 사회의 미래는 어둡다. /아이비생각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사람일수록 사교적인 성향이 강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단 자신이 받아들여지고 인정받는다고 느끼게 되면 새로운 사람이나 집단과 소통하고 연결되고자 하는 욕구는 급격히 감소한다. 아마도 사회적 욕구가 이미 충족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점점 더 낯선 사람과 교류하기를 꺼리게 된다. (-56쪽)


정보가 과부하되고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현대 사회의 특징 때문에 우리에게는 어떤 메신저의 전문성이 진짜이며 적합한지 충분히 따져볼 시간과 자원이 부족하다. 대신 그저 능력이 '있어 보이는' 사람의 제안을 따르는 데 만족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누군가가 능력이 '있어 보이는지'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가? 특히 요즘처럼 우리의 관심을 끌기 위해 각자가 자신이 전문가라고 주장하는 이런 시대에 말이다.(-83쪽)

우리 각자에게는 소속감을 필요로 하고 타인과 유대감을 형성하려는 근본적 욕구가 내재돼 있다. 공통된 관심사, 공통된 관점, 혹은 누군가를 향한 콕 집어 설명하기 어려운 따스한 감정은 사람들을 하나로 묶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우리가 이런 유대감을 느낄 때, 즉 다른 누군가와 어떤 식으로든 연결돼 있다고 느낄 때 우리는 아무런 유대감이 없는 경우보다 그들의 말을 많이 듣고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달리 말하자면 힘을 쥐고 있는 건 그들의 메세지보다는 메신저 자체라는 뜻이다. (-1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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