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아나 존스> 아류작같은 기분이 든다. 브랜든 프레이저란 배우는 이제 저 길로 나선 모양이다.
오랜만에 보게 된 입체영화..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순간이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오랜만이라 그런지 깜짝깜짝 놀랬던 순간들이 재미있었다. 애들같이...

주인공은 세명이다.
브랜든 프레이저가 맡았던 지질학자 트레버와 그의 조카 션, 그리고 미모의 산악가이드 한나.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아무래도 관심내역인 등산장면이다.  다급한 순간속에서도 평정을 잃지 않는 가이드의 역할은 보기만해도 기분 짱이다. 깜깜한 동굴속은 여지없이 오래전 폐쇄된 탄광으로 급진전하고..
이미 오래전에 생명을 잃어버렸던 탄광속 수레들은 주인공들을 태우기 위해 다시 깨어난다.
그리고 끊어져버린 레일위를 잘도 달린다. 붕붕 날아오르기도 하면서..

공룡에게 쫓기던 조카 션이 무중력 상태로 허공에 부유하는 자석 바위 징검다리를 넘는 장면도 볼만하다.
멋진 상상이다. 허공을 떠다니는 바위를 하나씩 뛰어넘는 션의 모습은 영락없이 아들녀석이 즐겨하는 게임속의 주인공이다. 바위가 뒤집혀도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

탈출하기 위해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야만 하는 상황이지만 그들이 들어간 곳은 잃어버린 세계, 1억5천만년전에 사라졌다고 믿었던 그 세상이다. 거기가 지구의 중심이란다. 환상의 세계..
식인 식물, 날아다니는 식인물고기, 그리고 그 식인물고기를 먹는 거대뱀들, 역시 잊혀지지 않는 공룡.
그들이 공존하는 세상속에서 죽어간 주인공의 형은 그곳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메모를 남겨두었지..
그리고 아빠의 환생인양 아들을 도와주던 전기새의 모습 또한 새롭지는 않다. 1억5천만년전의 세상속에서 살던 전기새가 우리가 살고 있는 머나먼 미래속으로 들어왔어도 죽지않고 날아다니는 아이러니!

자, 폭발하는 화산의 용틀임을 뒷심삼아 세상속으로 다시 되돌아오는 주인공들은 그야말로 불사신이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생겨도 어디선가 누군가의 도움없이도 기가 막히게 되살아나오는 불사신들..
에쿠 깜짝이야. 입체적인 영상때문에 그 무시무시한 이빨을 들이대는 식인물고기한테 잡아먹히는 줄 알았다.

그냥 심심할 때 시간죽이기 작전으로 이 영화를 본다면 괜찮을 것 같다.
조금은 엉성해보여도 나름대로는 볼거리를 만들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여기저기 보여지니까.
하지만 가슴이 뻥 뚫릴만큼의 스릴을 기대한다면 실망하리라.. /아이비생각

<이미지는 영화포스터에서 빌려왔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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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올 해는 마무리가 영화쪽으로 흘렀다.  만남이 모두 영화보기로 가닥을 잡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영화.. 솔직하게 말하면 돈이 아깝다. 도대체 뭐지? 하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검색을 해보니 평점이 완전 극과 극이다. 아주 많거나 아주 적거나.. 그런데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평점이 극과 극을 달리는 영화를 보면 다시한번 그 영화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어진다. 참 아이러니!

지구가 멈추는 날.. 결론은 종말론이다. 영화를 보면서 왠지 성서속의 내용을 베껴온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배우의 입을 빌려 은근히 성서쪽으로의 접근을 시도했다.  어떤 물체인지, 어디서 온 물체인지를 알 수가 없다. 거기에 인간모습을 하고 지구에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아닌 애매모호한 존재는 또 이렇게 말한다. 지구를 구하기 위해 온거라고.. 하지만 지구에 살고 있는 인간들이 그것을 거부하니 어쩔 수 없이 지구만이라도 살려야겠다고... 그러면서 그 괴이한 물체들이 지구속의 생명체들을 빨아들이기 시작한다. 오직 하나 인간만을 제외한 채.. 마치도 신처럼! 아니 어쩌면 그가 신을 대변하고 있었던건지도 모르겠다. 노아의 방주다! 라고 속으로 외치고나니 배우의 입을 빌려 그 다음엔 홍수예요 라고 부연설명까지 해준다. 아주 친절하게.. 그 애매모호한 존재들이 이미 이 지구상에 내려와 살면서 인간에 대한 연구가 이미 끝난 상태였기에 이야기는 이미 끝난 상태다. 인간들은 너무나 파괴적이라고. 그들 자신도 이미 잘 알고 있지만 고치려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건 또 웬말?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미 제 2의 고향이 되어버린 지구를 떠나기 싫단다. 죽을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단 하나, 인간의 선한면 때문이란다. 그런데 우리의 변명 또한 걸작이다. 벼랑끝에 몰리면 달라지는 게 인간이니 한번만 기회를 달라고 한다. 그런 말을 인간 스스로가 하고 있으니 참 한심하기도 하고.. 

하나님께서 불온한 인간들을 벌하기 위해 내렸다던 모세의 이야기 역시 이 영화속에 녹아있는 것 같다. 메뚜기떼를 보내고 하나님을 섬기지 않는 자들의 영혼을 빼앗아갔다던 이야기가 물론 이 영화속에 직접적으로 표현된 것은 아니지만 그런 형태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음이다. 어떤 이야기가 영화의 모티브가 되는가를 보면서 지레짐작하게 되는 선입견을 버리려 애를 쓰기도 했었지만 이 영화는 굳이 선입견이라고까지 말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한마디로 아무것도 없음!이다. 도대체 무엇을 보여주고 싶어했는지 묻고 싶은 영화이다. 환경파괴에 대한 각성을 요구하는 영화라고 보기에도 왠지 무리수를 두는것 같다는 느낌이 들고.

키아누 리브스라는 배우를 좋아한다면 그 남자하나만을 보기 위해 이 영화를 선택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보기엔 제목과 스틸의 강렬함이 바로 이 영화의 유혹이 아닐까 싶다. 속지 마시라! /아이비생각

<이미지는 영화포스터에서 빌려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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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말하지.. 첫사랑이길 바라고 마지막 사랑이길 바란다고.. 그런데 그게 뭐 어떻다고? 첫사랑이면 어떻고 마지막 사랑이면 또 어떤데?  처음이고 마지막이라해서 그 사랑의 모습이 바뀔까? 사랑할 때는 모두가 같을 것이다. 사랑할 때의 마음만큼은 누구나 같다는 말도 되겠다.  오죽하면 유행가 가사에서도 말한다. 사랑해, 그 순간만은 진실이었어.. 사랑했던 그 순간만큼도 진실이 아니었다면 그것이 첫사랑이든 마지막 사랑이든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는 거다. 두번째 사랑이라는 제목부터가 왠지 시니컬하다. 두번다시는 사랑을 하지 못할거라고 생각했던 건 아니었을테고, 그것도 아니라면 두번씩이나 이런 사랑이 찾아오지 않을거라고 믿었다는 말도 될테고, 뭐 그렇다. 내 생각이야 후자에 있지만... 사랑에 빠진 모든 사람들이 두번다시는 이런 사랑이 찾아오지 않을까봐 헤어져야 하는 그 사랑을 떠나보낼 수 없다고 생각하는게 아닐까 싶다는 그런 말도 되겠다.

김지하.. 이 남자는 젊다. 그리고 그 잘난 미국의 불법체류자다.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육체적인 힘을 팔아서 돈을 벌 수 있는 일뿐이다. 빨리 돈을 벌어서 애인을 자신의 곁으로 데려오겠다는 희망만으로 버텨내고 있지만 쉽지 않다. 애인을 빨리 데려오기 위한 수단이었을까? 남아도는 정자를 팔아먹자고 마음먹었는데 불법체류자라는 이유가 그의 발목을 잡는다. 마음은 급한데 맘대로 되는 일은 없다.

소피.. 이 여자는 유부녀다. 한국계 미국인 남자와 산다. 물론 성공한 케이스의 남자다. 부러울 게 없는 삶이 이어진다면 꽤나 좋겠지만 그들에게는 아이가 없다. 아이를 좋아하는 남자와 아이없이 산다는 건 가히 고통일테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들은 단순히 아이가 있고 없고의 문제점만 있는것 같지는 않다. 무언가 부족하다. 딱히 말해 이것! 이라고 말할 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그들에게 늘 갈증을 호소한다.

돈을 주고 사는 게 내가 처음인가요? 그럼 당신은 돈을 받고 파는 게 처음인가요? 서로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고 그들은 서로에게 무엇이 부족한지를 알게 된다. 사랑없이 나누는 그야말로 비지니스로 만나 나누는 육체적인 사랑... 가끔씩 나는 가능할까? 묻고 싶었었다. 서로의 아픔을 하나씩 알아가면서 한발자욱씩 서로의 가슴속으로 들어서는 순간 그들이 말하는 두번째사랑과 마주하게 된다. 위험하다. 이미 현실은 위험하다고 경고를 하고 있었는데 누구나 가슴속에 사랑이란 놈이 찾아오면 외면하지를 못한다. 아주 조용히, 소리도 없이 찾아오기에 어쩌면 이미 와버린 사랑앞에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는건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드디어 임신에 성공한 그녀의 선택은 과연 어느쪽일까? 아이를 지우고 다시 시작하고자 하는 남편앞에서 그녀는 당당하게 외쳤다. 이 아이는 당신의 아이가 아니고 내 아이라고..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로 노래를 부르고 기도를 하는 자리에 그녀는 늘 있었다. 그녀의 눈과 입은 늘 공허하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로 인해서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그럼 당신은요? 당신은 뭔가요? 지하가 물었었는데 나는 왠지 그녀의 대답이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것도 가슴속을 채워주지 못했던 그녀에게, 기도를 어떻게 해야 하는건지를 모르겠다던 그녀에게, 단순한 한국식 기도를 알려주던, 돌멩이 위에 돌멩이 하나를 올려놓으며 소원을 빈다고 말했었던 남자 지하.. 그 남자가 어느날 전화박스안에 서 있었다. 그리고 전화속의 애인에게 이렇게 말했었지.. 나, 너를 데려올 수 없을것 같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그렇게 그들이 두번째로 찾아온 사랑앞에서 하나가 되어가던 모습이, 조심스럽게 서로를 받아들이던 그 모습이 차라리 아름다웠다.

체포되는 두번째사랑을 바라보면서 그녀가 무너져내리던 그 장면은 정말 안타까웠다. 가끔은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모든 것을 버려야 할 때도 있는거라고 말해주던 그 남자, 그 두번째 사랑을 위하여 그녀가 무엇을 선택했는지는 보여주지 않는다. 엔딩은 철저하게 나의 몫이다. 첫아이와 함께 바닷가 모래밭에서 밝게 웃던 그녀의 배가 오롯이 불러 있었다. 그러고보니 그녀의 선택이 아니라 온전히 나의 선택이었다는 걸 그제사 알게된다. 누구였을까? 고민할 필요도 없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다시 돌아왔지만, 그가 머물며 그녀를 기다려주고 안아주었던 곳은 이미 어둠뿐이다. 아무도 없는 지하의 방에서 울려대던 전화를 그녀가 받았었다는 사실만을 기억하면 될 것 같다. 그녀의, 아니 나의 선택으로 인하여 그들은 보이지 않는 행복을 만끽하리라... /아이비생각

 <이미지는 영화포스터에서 빌려왔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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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ret Sunshine... 굳이 Secret Sunshine이라고 쓴 것은 정말로 나는 빛이 그리웠던 까닭입니다. 어느날 모든 것을 다 잃었다고 생각되어지던 날부터 나는 너무도 힘에 겨웠습니다. 쓰러질것처럼 아팠지만 쓰러져서는 안된다고 버텨냈습니다. 하지만 내가 버텨내는 그 시간들이 얼마나 무거웠는지 당신은 아실겝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아니 말할 수 없었던 그 아픔을 끌어안고 살아가던 날중에서 당신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이렇게 말했지요. 내게로 오라고, 내게로 와 모든 것을 다 내려놓는다면 내가 다 안아주리라고.. 그래서 나는 그렇게 했습니다. 비록 당신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왠지 당신이라면 나의 아픔을, 나의 힘겨움을 알아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남편을 잃고 나의 잘못된 판단이 원인이 되어 하나남은 아이마져 잃어버렸을 때 눈물조차도 흘릴 수 없었던 그 아픔을 당신이라면, 정말로 당신이라면 어루만져 줄 수 있을거라고 믿어보기로 했던 겁니다. 그렇게해서 내가 평안을 찾았느냐구요?  아니요. 내가 돌아보건데 나보다는 당신에게 입을 빌려주었던 사람들에게 더 많은 평안이 찾아온 듯 합니다. 그들속에, 그들의 평안속에 나도 끼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정말로 열심히 목이 터져라 당신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가슴을 쥐어 짜내며 당신께 매달려 보았습니다. 그렇게해서라도 나는 내 속에 뭉쳐있던 그 무엇을 깨뜨려보고 싶었던 겁니다. 아이를 유괴하고 아이를 죽이고 그마져도 모자라 나까지도 이렇게 죽여버린 그 사람이 너무도 미웠지만 당신이 가르쳐준 그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 사람을 용서해주리라 마음먹었었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을 찾아갔는데... 그사람이 그러데요? 당신이 벌써 나를 용서했다고. 그래서 자신은 평안을 찾았노라고.. 그 순간 내 가슴이 무너져내리던 소리를 당신은 들으셨겠지요? 그 순간 내 자신이 얼마나 미웠는지 모릅니다. 간신히 버텨내던 그 힘마져 당신에게 빼앗겨버린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최소한 썩은 동아줄만이라도 내게 내려주었다면 나는 이토록 다시없을 절망에 빠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감히 내가 어떻게 당신께 도전장을 던지겠습니까? 세상의 모든 아픔을 다 끌어안아주신다는 당신께 말입니다. 당신을 믿을 수 없게 되어버린 건 아닙니다. 단지 내가 이 세상을 살아야 할 작은 이유마져 당신이 빼앗아갔다고만 말하려는 것 뿐입니다. 당신을 향해 손가락질은 하지 않으려 했지만 이 참담함을 비켜갈 수 있는 그 무엇인가가 내게는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외치기 시작했지요. 어디한번 해 보자구요. 내게 필요했던 건 단지 한 줌의 빛이었을 뿐이라고....

 

사랑이야기라고? 아니 이것은 절대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그렇다면 종교이야기일까? 아니 종교이야기도 결코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일까? 무엇이 이토록 가슴 저미는 서글픔을 안고 내게 다가오는 것일까?  여자의, 그 작은 여자의 절망속에 살며시 스며들어 시린 가슴 호호 녹일 수 있는 그런 한 줌의 빛이 너무도 절실했다. 세상속으로 나오지 못하고 안으로 안으로만 말려들어가는 달팽이같은 그녀의 일상.. 그 일상속에 한줄기 빛이 스며들어와 흙을 비추고, 마침내는 무언가를 싹틔우리라고 예고하듯 보여지던 그 마지막 장면속에서조차 그녀는 허허로운 눈빛을 버리지 못했었다. 차마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 수 없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을 졸여야 했다. 스크린을 바라보며 실소를 자아내기도 했고, 알 수 없는 통쾌함을 느껴보기도 했고, 철없는 안타까움에 주먹을 꼭 쥐기도 했다.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를 외쳐대던 여가수의 목소리를 통해 내게로 전해져왔던 그 무엇을 거부하고 싶지가 않았었다. 설정들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뒤집었다 엎었다하는 그 설정들속에서 묘하게 분위기를 잡아가는 여배우의 그 능청스러움이 정말 놀라웠다. 때로는 가볍게 혹은 무겁게, 때로는 간단하게 혹은 복잡하게, 때로는 행복하게 혹은 불행하게... 삶이라는 건 수시로 바꿔써야만 하는 가면같은 것인지도 모를일이다. 순간순간 상황에 맞춰 나를 속일 수 있는 그런 가면을 몇개쯤은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거라고.. 진실 혹은 거짓.. 하지만 그 진실도 거짓도 모두 내 안에 있는 것을 어찌할까? 내 안에서 나를 노려보고 있는 여러개의 시선을 생각한다. 어느 시선과 마주보아야 하는지 그 선택권은 오로지 나에게만 있을 뿐.. 그녀에게 비밀스럽게 찾아들었던 그 빛을 그녀가 느낄 수만 있다면...

한가지 묻고 싶었다. 내가 나를 떠나서 살 수 없듯이 사람이 사람을 떠나서 살아갈 수 있을까? 관계에 대하여 잠시 생각해보기로 한다. 모든 이념은 궁극적으로는 한통속이다. 그런데 그 이념을 받아들이고 행하는 과정만이 사람마다 다를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통속이라는 것을 거부하고 싶어하는 우리네의 아집에 대하여 잠시 생각한다. 이 영화속에서 녹여냈던 개신교의 풍속도가 참 재미있다. 그 끊임없는 열정들이 참 대단하다. 무엇이 그들을 그토록이나 열광하게 하는지....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사랑이야기도 있었다. 그처럼 아파하는 한 여자의 가슴속에 자신의 자리를 만들기 위하여 바람처럼 곁에 머물던 한 남자의 사랑이야기를 무시한다면 영화속의 그 남자가 너무 슬퍼하겠다. 알아달라고 부탁하지도 않고, 내가 있지 않느냐고 소리치지도 않고 그저 가만히 곁에 머물러 자신의 존재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자 했던 그 남자의 사랑이야기는 튀지 않았기에 더 애절했던 것 같다. 알고는 있었지만 차마 받아들일 수 없었던 그 여자의 아픔과 어울려 묘한 대비를 이루던 그 사랑이야기를 하마터면 잊을 뻔했다. 이 영화, 조금은 억지스러운 면도 없지않아 있었던 듯 하다. 하지만 멋졌다! 비밀스럽게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들어왔던 그 한줄기 빛의 여운이 참 길다. Secret Sunshine.../아이비생각

<이미지는 영화포스터에서 빌려왔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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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까? 다가왔던 느낌 하나가 오래도록 곁에 머문다. 영화의 마지막 텍스트들이 올라가고 있는데도 그 느낌이 여전히 곁에 남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애절한 수애의 목소리를 따라 나도 같이 흥얼거리고 있음을 알아채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는 후유~~ 한숨! 잘 만들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왜 흥행패를 쥐지 못했을까? 너무 무겁다. 이 영화가 끌어안고 있는 무게가 너무 무거워 함께 가기에는 좀 버겁지 않았을까 하는생각을 하게 된다. 너무도 평범한 소재속에 숨겨둔 것들이 참... 많다. 숨은그림 찾기를 하듯이 그렇게 하나씩 내게로 다가왔던 그 느낌들을 왠지 놓치고 싶지 않았다. 6.25... 훌쩍 사십년을 넘게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어머니 아버지가 겪었던 전쟁의 힘겨움을 알지 못한다. 그렇다고해서 이 영화속에서 볼 수 있는 월남전의 참상을 잘 안다는 말도 아니다. 그런데도 이 영화에 푹 젖어버린 까닭은 수애라는 배우가 연기해냈던 한 여자의 기약없는 여정이 너무도 서글펐던 까닭이다. 3대독자인 남편에게는 사랑하는 여자가 따로 있었고 자손을 이어야 할 아니 자손을 이어주어야 할 의무는 그녀에게 있었다. 한달에 한번씩 꼬박꼬박 군에 간 아들에게 며느리를 보내는 우리의 할머니야 그런 세상을 살아왔던 까닭이라고 이해할 수는 있었지만 끝내는 시어머니 대신 월남으로 떠나야 했던 그녀의 선택은 정말로 처절했다.  한번 시집갔으면 죽어도 그집 귀신이 되어야 한다던 친정아버지의 굳센 등을 바라보고 되돌아섰던 그녀의 마음속에는 아귀같은 무언가가 자리했을 것이다. 나는 무엇인가! 도대체 나는 어떤 존재인가! 
 
월남전의 이야기야 수도없이 그려진 까닭에 뭐 그리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성을 자아낼 수 있었던 것은 순수하게 우리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때문이다. 전쟁앞에서 과연 우리 인간의 실체는 무엇인가! 전쟁속에서 찢겨진 채 사라져갔던 또 하나의 우리들.. 그 모습을, 그토록 아픈 모습을 누가 만들었단 말인가! 차라리 속 시원하게 외쳐주었으면 싶었다.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 그렇게 숨겨놓은 그 느낌들이 너무도 깊어서 아니 너무도 아파서 찾아내고 싶지가 않았다. 무엇이 그녀를 그 전쟁속으로 밀어넣었는가 묻고 싶었다. 왜 그녀를 그 전쟁의 늪속으로 밀어넣고는 살 수 있다면 어디 한번 살아보라고 조롱하듯이 바라보고 있는가 말이다. 그녀는 과연 살아돌아올까? 하지만 영화는 그녀의 무사귀환 따위에는 일말의 관심조차도 없다. 아주 철저하게 버려진 한 여자 순이... 순진한 시골여자 순이가 밴드 싱어 써니로 변해가는 과정만을 보여줄 뿐이다. 써니가 되어가면서 앙다물어야 했던 그녀의 입술만을 은근슬쩍 비춰주고 있을 뿐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속에 내재되어져 있는 또하나의 자신을 잘 알지 못하는 것일까? 언제고 기회만 되면 튀어나올 준비를 하는 내 속의 나와 마주칠 날이 언제인지도 모른 체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왠지 서글프게 다가왔던 이 영화.. 순이라는 여자를 통해서 영화가 말하고 싶어했던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에 대해 생각한다. 변화속에서 변화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그 변화를 수용했음에도 속도를 맞추지 못해 질질 끌려가는 한 세대에 대해 생각한다. 참... 아프다, 참... 잘 만들었다. 그런데도 사람들 가슴속에 흔적하나 남기지 못한 채 사라져야 한다는게 왠지 안타깝다. 이미 오래전에 지나가버린 세월이지만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우리곁에 맴도는 전쟁이야기... 산다는 건, 어쩌면 전쟁인지도 모를 일이다. 처절하도록 가슴 아픈 외로움을 지닌 채... /아이비생각

<이미지는 영화포스터에서 빌려왔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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