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 지성의 이야기
정아은 지음 / 문예출판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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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주제는 '젠더'다. 잘은 몰라도 얼마전까지 '페미니즘'에 관한 주제가 사회를 떠돌았다. 어느날 갑자기 '미투'의 현상은 한 도시의 시장을 재선거로 선출하게 만들면서 느슨해진 느낌이긴 하지만 지금까지도 진행형이다. 하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은 '성폭행범'도 아니고 그렇다고 '피해자'도 아니다. 한걸음 물러서서 그 주제를 바라보고 있는 독자가 주인공이다. 다 읽고나니 슬며시 웃음이 난다. 책의 제목 자체가 스포일러라는 사실이 눈에 들어온 까닭이다. 그러나 이런 은유적인 스포라면 눈치채기가 쉽진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페미니즘'이니 '젠더'니 하는 말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그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관념이라고 생각하는 까닭이다. 자유민주주의를 자처하는 대한민국에서, 대놓고 니편내편을 가르고, 대놓고 내 편이 아니면 적이니 죽여야 한다는 식으로 마이크를 들이대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개성'이나 '정체성' 따위는 '방관자'로써 보는 이들을 꽤나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은 읽을수록 몰입도가 강해진다. 흥미로웠고 이채로웠다.

'gender'는 사회학적인 성을 말한다. 젠더라는 말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섹스가 생물학적인 의미를 지녔다면 젠더는 사회학적인 성을 말한다고 한다. 젠더라는 말속에는 대등한 남녀관계라는 의미가 들어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생물학적 의미의 성을 의미하는 섹스와 다르게 젠더는 사회적인 성을 지칭한다. 때문에 사회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모든 동등함을 실현시켜야 한다는 의미가 더 짙다는 것이다. 어느 사회고 변화의 물결은 온다. 다만 그 물결의 흐름이 빠르고 느리다는 차이는 있을 것이다. 그 사회의 문화가 어떻게 변화해왔는가에 따라 그 흐름은 분명 다를 것이다. 또한 변화의 흐름을 거부하거나 외면하면서 기존의 문화에 길들여진채로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거부나 외면은 세상의 빈정거림을 받는다. 그리고 혹독한 시련을 감내하게도 한다. 중요한 것은 변화의 흐름이 옳은 방향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방면으로 설득시킬 수 있을 때 그 변화는 물결을 만들어내는 까닭이다. 자칫 잘못하면 찻잔속의 태풍으로 끝날 수도 있는 까닭이다. 책을 읽으면서 한동안 거센 파도를 읽으켰던 '미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에, 혹은 지금까지도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타인의 시선은 왠지 모르게 우리를 움추리게 하는 마력을 지니기도 한다.

소설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김지성, 이민주, 나채리로 요약된다. 지성은 문학평론가이다. 문학뿐만 아니라 정치평론가이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자신의 입장에서 중립을 지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강단에서 학생을 가르치기도 하고 책이나 칼럼을 쓰기도 하며 방송인으로써의 삶을 살아가기도 한다. 민주는 출판계에서 알아주는 젊은 시인이다. 게다가 그녀의 외모는 아름답기까지 하다. 어느날의 술자리에서 필름이 끊어진 채 집으로 돌아와 잠들었던 지성은 자신의 옆에서 알몸으로 자고 있던 여자를 보고 놀란다. 그 여자가 나채리다. 정신을 차리고 살펴보니 자신은 어제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고 있는데 여자는 알몸이다. 어떻게 된 것일까? 그렇게 시작된 지성과 채리의 동거는 한달정도 지속되는데 그 한달이라는 시간이 지성에게는 너무나도 긴 시간이 되고 만다. 자신에게 사랑을 고백했던 민주가 '미투'에 투고를 하며 자살을 해 버린 것이다. 지성은 자신에게 묻는다. 내가 강간범이라고? 내가 살인자라고? 사건은 일파만파로 커지고 지성의 삶은 그야말로 나락으로 떨어져버린다. 이제부터 지성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내용의 글을 읽게 되면 가끔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여성의 몸은 남성에게 오직 섹스를 위한 존재의 의미밖에 없는 것일까? 이미 오래전부터 여성은 남성에게 하나의 인격체로써 존재하지 못했음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알게 된다. 그리고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에게는 유전자라는 것이 있어서 오래도록 몸에 새겨진 것들은 쉽게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는 반응을 보인다. 세상이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얼마전에 보았던 영화 <라스트 듀얼>이 오버랩된다. 강간이라는 사건으로 여자는 자신도 하나의 인격체라는 것을 세상에 말하고 싶었던 것과는 다르게 두 남자(그 여자가 유부녀였으므로!)는 그 사건으로 자신들의 명예와 가문을 살리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이용하려고 했던 실화였는데 아마도 그 사건은 그 후의 역사에 많은 영향력을 발휘했을 것이다. 수많은 '미투'를 바라보았던 타인들의 시선에 관해, 그리고 여성의 몸을 바라보는 남성들의 시선에 관해, 또하나의 성인 '間性'에 대해 이 소설은 말하고 있다. 기대하지 않았으나 흡입력있는 문체에 빠져들어 단숨에 읽어버린 책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는 주제가 아니었나 싶다. /아이비생각

혹 이것은 이들이 벌이는 축제일까. SNS라는 최신 소통기구를 이용한 저들만의 여가문화일까. 저들은 환호하며 저들만의 놀이문화를 만들어나가고 있는데 나만 그 코드를 못 알아보고 가관이라 코웃음 치는 걸까. 사회학자, 문화평론가, 심리학자, 소설가, 시인, 출판사 대표, 화가, 시민운동가, 건축가, 교수, 판사, 변호사, 의사, 전직 국회의원...... 그들이 벌이는 키보드배틀의 판은 어린아이들의 놀이판과 다름없었다. 아이들은 적어도 제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알고 노골적으로 욕망을 드러내지 않는가. SNS라는 놀이터에서 노는 인간들은 그조차 하지 못했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왜 그런 말을 내뱉고 있는지, 조금도 알지 못했다.(-3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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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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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처음 만나게 된 것은 1991년의 작품 <개미>를 통해서였다. 당시 <개미>를 읽으면서 세상에! 어떻게 이런 글을? 하면서 문장의 섬세함에 놀랐던 기억이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개미를 관찰하며 글을 썼을 작가의 내공을 표현할 수 있는 적절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던 까닭이다. 그가 전세계에서 인기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한국에서 인기있는 작가라는 사실에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도 그가 발표하는 작품마다 화제가 되는 걸 보면. 베르베르는 일곱 살 때부터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하니 타고난 소질을 가진 사람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법학을 전공하고 기자로 활동하면서 과학잡지에 칼럼도 썼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세상의 이야기를 듣고 썼을까? 또한 베르베르는 열세 살 때부터 혼자만의 비밀 노트를 기록해 왔다고 한다. 그러니 그 노트에 담긴 내용의 양은 정말이지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 노트의 일부가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라는 이름으로 1996년에 처음으로 한국에 소개되었다고 한다. 기자로 활동하면서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을까? 또한 그가 만난 사람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얼마나 방대한 자료였을까? 놀라운 것은 그가 그 어떤 것도 허투루 생각하지 않고 기록으로 남겨두었다는 것이다. 이 책속에는 무려 542개의 지식이 들어있다. 745쪽에 이를만큼 책의 두께도 만만치가 않다. 하지만 그 두께감을 느낄새도 없이 빠져들기 시작한다. 길지도 않은 단편의 이야기들을 고집스럽게 하나하나 읽어내느라 꽤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편협한 내용이 아니라 아주 다양한 방면을 바라보고 있는 까닭에 흥미로움마저 느껴졌다. 어쩌면 이 한 권의 책이 그가 쓴 모든 작품의 원천이 되지 않았을까? 마치 마르지않는 샘물처럼 말이다. <개미>, <타나토노트>, <신>, <파피용>, <고양이>, <나무>,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등 수많은 작품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메리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은 1803년 영국의 과학자 알디니가 죽은 사람의 시체에 전기충격을 가해서 시체의 움직임을 볼 수 있게 만들었던 공포의 실험에서 영감을 받아 쓰게된 작품이다. 작가들이 작품을 내놓게 되면 비평가들은 혹평을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폭풍의 언덕>이나 <안나카레리나>, <피가로>, <햄릿>의 경우도 그랬다. 그럼에도 작가들은 비평가들의 혹평을 외면하거나 모르는척 했다. 하지만 <쥬라기 공원>으로 유명한 마이클 크리이턴은 달랐다. 자신의 작품 <공공의 제국>에서 혹평한 기자를 왜소음경증 소아성애자로 묘사시키며 보기좋게 복수를 했다. 고구마에 묻은 모래를 물에 씻어 먹기 시작한 백번째 원숭이 이론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눈여겨 볼 만한 것은 새로운 행동을 가장 먼저 따라하기 시작한 것이 어린 원숭이였으며 그 다음으로 암컷 원숭이였다는 것이다. 가장 느리게 새로운 것을 받아들인 것은 늙은 수컷 원숭이들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들의 새로운 습관이 백마리라는 숫자를 넘어서는 순간 전염이라도 된 듯 인접지역의 원숭이들까지 똑같은 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일종의 정신적에너지가 전파된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인간 역시 그와 마찬가지의 패턴을 보였다고 한다. 유연한 사고를 가진 젊은 층의 변화를 어쩔 수 없이 인정하게 되는 기성세대의 고집스러움을 여기서 또 보게 된다. 이런 연유로 인하여 어쩌면 세대간의 갈등이 야기될 수도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고양이의 역사는 이채로웠다. 키프로스섬의 신석기유적에서 인간의 유골과 함께 고양이 뼈가 발굴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고양이가 들어온 것은 중국에서 불교가 전래될 때 경전을 쥐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고양이를 함께 들여왔다는 것이다. 일본의 헤이안시대에 고려인들을 통해서 일본으로도 고양이가 전해졌다.

재미있는 실험 하나를 소개하겠다. 406쪽에서 침팬지들을 상대로 한 실험이다. 사다리를 세워놓고 그 꼭대기에 바나나를 놓아 둔 빈 방에 침팬지 다섯 마리를 들여보낸다.한 침팬지가 바나나를 먹기 위해 사다리로 기어올라 바나나에 다가가면 천장에서 찬물이 쏟아져 침팬지를 떨어뜨린다. 다른 침팬지들도 시도를 해 보지만 모두 찬물을 뒤집어쓰고 바나나를 포기하게 된다. 그 후 찬물이 떨어지지 않게 한 다음 물에 젖은 침팬지 한 마리를 다른 침팬지로 대체하자 원래부터 있던 침팬지들이 새 침팬지가 사다리로 올라가는 것을 말린다. 하지만 그 이유를 알지 못하는 새 침팬지는 자기를 제지하는 침팬지들과 싸운다. 한 마리와 네 마리의 싸움이라서 새 침팬지는 뭇매를 맞는다. 다시 물에 젖은 한 마리의 침팬지를 새 침팬지로 대체했더니 그가 들어오자마자 앞서 교체되었던 침팬지가 덤벼들어 새 침팬지를 때린다. 다시 또 한 마리를 대체하면 역시 새로 들어온 침팬지는 들어오자마자 매질을 당한다. 그들에게 바나나는 이제 안중에도 없다. 교체된 침팬지들은 찬물을 뒤집어 쓴 적도 없으면서 사다리에 올라갈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이제 그들의 관심사는 새로운 침팬지가 언제 들어오는지 문을 살피는 것뿐이다. 어디선가 많이 보았음직한 주제가 아닌가? 이 실험이 한 기업에서 나타나는 집단행동을 연구하기 위해 실시되었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작가는 내용보다는 형식이 더 중요해지고 겉치레가 실속을 압도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개탄하기도 한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작가뿐만 아니라 대체적으로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단지 생각만 하고 있을 뿐 그것을 바꾸려는 실천을 하고 있지 않을 뿐이다. 인간 이전에 이미 이 지구상에 살았던 동물이 많았다. 그들의 공통점이 잡식성이라는 게 새삼스러울 뿐이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벌새 전설을 보면서 지금 우리에게 닥친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생각하게 된다. 아주 옛날 인간이 생겨나기도 전에 거대한 불길이 밀림을 덮쳤다. 모든 동물이 달아나기에 급급했지만 오직 한 동물만은 달랐다. 아주 작은 몸집의 벌새는 그 조그만 부리로 물을 한방울씩 길어다 불을 끄기 위해 애썼다. 이렇게 말하면서. "나 혼자서 대단한 걸 할 수 없다는 건 알아. 하지만 해결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내 역할을 하고 있다고는 믿어."(- 95쪽) 昨今의 환경오염에 대처하는 우리는 어떤가. 딱히 환경오염뿐만 아니라 모든 문제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지구온난화를 걱정하는 현실이기에 지구의 기온이 높아지면 모든 생물은 크기를 줄인다는 안타까운 사실을 알게 된다. 책을 읽다보면 반복되는 주제도 많이 보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같은 주제이지만 첨부한 내용이 많다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같은 주제라고 넘어갔을 터다. 그러나 베르베르는 결코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그랬기에 그가 쓴 작품들의 원천이 되었을 것이다. 게다가 우리의 상식을 저버리는 주제도 많이 보인다. 지식의 오류라고나 할까? 무엇이 되었든 맨 처음에 시작한 사람들의 이름은 역사에 기록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시기와 질투로 인해 최초의 노력이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 것이다. 맨 처음의 멋진 사실들이 사장되었다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 어떠한가를 되돌아보게 한다. 책속의 주제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신화, 전설, 과학, 초자연적인 것, 우주, 자연, 고도로 발달했었다는 인간의 고대 문명, 신들의 존재, 수수께끼와 미스테리의 영역, 발상의 전환에 관한 이야기, 영적인 그 어떤 것들, 생물학적인 진화에 관한 것들.... 정말 독특한 것들이 많다. 거기에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과 해석까지 덧붙인다. 책을 다 읽기까지 꽤나 오래 걸렸지만 각각의 주제도 흥미로웠고 재미있게 읽혔다. /아이비생각

중국 속담 : 모기 한 마리가 당신 불알에 내려앉을 때, 그럴 때에만 당신은 폭력을 사용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언제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66쪽)


"여봐, 방금 자네 친구에 대해 어떤 얘기를 들었는데 말이야....." 소크라테스가 그의 입을 막았다.

"잠깐만! 내게 그 얘기를 해주기 전에 <세 개의 체>라는 시험에 통과해 줬으면 좋겠네."

첫 번째 체는 진실의 체일세. 내게 얘기해 줄 내용이 진실인지 확인했는가?

두 번째 체는 善의 체일세. 내 친구에 대해 알려 줄 내용이 뭔가 좋은 것인가?

세 번째 체는 유용성의 체일세. 그것을 내게 말하는 것이 유익한 일인가?

"그렇다면 자네가 내게 알려주려는 내용이 진실도 아니고, 선하지도 않고, 유익하지도 않은 일이라면 왜 굳이 그걸 말하려고 하는가?" (-270쪽)

개는 이렇게 생각한다.

<인간은 나를 먹여 줘. 그러니까 그는 나의 신이야.>

고양이는 이렇게 생각한다.

<인간은 나를 먹여 줘. 그러니까 나는 그의 신이야.>(-279쪽)


지구의 주인은 잡식동물일 수밖에 없다. 모든 종류의 먹이를 먹어 치울 수 있다는 것은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의 종을 퍼뜨리는 데 필수 불가결한 조건이다. 지구의 주인으로 확고히 자리 잡기 위해서는 지구에서 생산되는 모든 형태의 먹이를 삼킬 수 있어야 한다. -중략- 인간은 개미, 바퀴벌레, 돼지, 쥐들처럼 그 사실을 깨달았다. 이들 다섯 종은 거의 모든 종류의 먹이, 심지어 먹이의 찌꺼기조차 맛보고, 먹고, 소화시킨다. 또 이 다섯 종은 주위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기 위해 언제라도 먹이의 종류를 바꿀 수 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새로운 먹이 때문에 전염병에 걸리거나 독성에 치이는 것을 피하기 위해 먹이를 먹기 전에 반드시 시험을 해본다.(-578쪽)

장애물이 앞에 나타났을 때, 사람이 보이는 최초의 반응은 대개 <왜 이런 문제가 생긴 거지? 이것은 누구의 잘못이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는 잘못을 범한 사람을 찾고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그에게 부과해야 할 벌이 무엇인지를 찾는다. 똑같은 상황에서 <왜 일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까?>라고 자문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하면 일이 제대로 되게 할 수 있을까?>라고 자문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큰 차이가 생길 것이다. 현재 인간 세계는 <왜>라고 묻는 사람들이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언젠가는 <어떻게>라고 묻는 사람들이 다스리는 날이 반드시 오게 될 것이다.(-661쪽)

허물을 벗는 동안 뱀은 앞을 보지 못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동안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제대로 알 수가 없다.(-7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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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함 너머 - 반드시 이기는 약자의 전략
임종득 지음 / 굿인포메이션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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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이 세상에서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약자도 이길 수 있다고. 단, 아무런 노력이나 대가 없이 이길수는 없는거라고 말한다. 저자가 처음부터 강조하고 있는 것은 전략의 세 기둥이라는 목표, 가용수단, 방책이 아닐까 싶다. 거기에 하나 더 보태자면 정보와 끈기야말로 약자에게 요구되는 것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한다. 게다가 저자는 약함이 위장된 축복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그 말이 왠지 이론적으로 느껴져서 조금은 당혹스럽지만... 목차를 훑어보면 이 책에서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지 바로 눈치채게 된다. 정면대결을 피하고 상대의 약점을 공략하라, 다른 사람과는 다르게 생각하고 차별화로 승부하라, 매번 다른 방법으로 싸우며 계산된 모험을 하라 등... 겉으로 보기에는 비록 약했으나 전략을 잘 짠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던 많은 전투를 실례로 들고 있다. 영화 <300>으로 유명해진 테르모필레 전투, 트라팔가르 해전, 단 한번도 같은 방법으로 싸우지 않았으며 그랬기에 단 한번도 진 적이 없다는 사무라이 무사시... 책을 읽으면서 머리속에 강한 느낌으로 찾아왔던 두 명의 패장과 승장이 그려졌다. 임진왜란 당시 충주 탄금대에서 적장 고니시에게 참패를 당했던 신립은 역사에 패장으로 남았다. 아군의 수가 열세였기에 지형이 험한 조령에서 잠복하여 전투를 벌이고자 했던 김여물의 주장을 무시하고 자신의 강점인 기병 활용을 극구 주장하였던 탓에 질 수 밖에 없는 전투였다. 테르모필레 전투가 그토록이나 용맹한 전투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은 우회할 수 없는 길목을 지키라는 전략때문이었다. 비록 한명의 배신자로 인해 패하고 말았지만 차후의 전투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쳤다는 게 중요하다. 약자가 이길 수 있는 방법중의 하나인 가용수단에서는 책장을 넘기기 전에 이미 다윗을 생각하고 말았다. 이 책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만약 다윗이 사울왕이 하사한 전투복을 입었다거나 당시의 싸움 형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그대로 답습했다면 그것은 정말 뻔한 싸움일 수 있었다. 그러나 다윗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자신의 상황에 가장 적절한 싸움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거인 골리앗의 약점을 먼저 파악했으며 골리앗에게 잡히지 않을만큼의 거리에서 자신이 가장 자신있었던 돌팔매질로 골리앗을 쓰러뜨린 것이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한다는 건 그만큼 중요하다. 명량해전도, 한산도에서의 전투도 자신의 처지를 냉철하게 판단했던 이순신 장군의 명철함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자기의 강점에 70%를 투자하라. 그리고 새로운 일에 25%를 투자하라. 그리고 자기의 약점을 보완하는 데에는 단지 5%만 투자하라. 내가 잘못하는 것은 잘하는 사람에게 맡기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에 최대한의 시간과 모든 정력을 투자하라." (-258쪽) 세계적으로 유명한 리더십 대가인 존 맥스웰의 말이라 한다. 또한 세계적인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도 '자신의 강점에 집중하는 것이 성공비결'이라고 했단다. 뿐만 아니라 목표도 중요하다. 오래전에 보았지만 지금까지도 강한 여운을 남기고 있는 영화 <덩케르트>가 이 책속에 소개되어져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초기에 독일의 예상치 못한 프랑스 침공으로 포위되어 있었던 연합군의 해상탈출작전을 그린 영화였는데 이 때의 작전 역시 차후의 역사에 큰 역할을 하게 되었다. 영국, 프랑스, 벨기에의 수십만 명이 갇혀 있었던 해변을 통해 모든 군사장비를 버리고 오직 병사들만을 구출하기로 했던 당시의 작전 목표는 정말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전황이 상당히 나빴음에도 그들은 병사들을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마치 전쟁사를 읽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했다. 흥미로운 주제였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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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통장 사용설명서 3.0 - 목적에 맞게 돈이 차오르는 대한민국 필수 통장 7 완벽 활용법, 전면 개정판
이천 지음 / 세이지(世利知)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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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09년에 출간해서 12년 동안 사랑을 받아온 재테크의 기본서 《내 통장 사용설명서》의 전면개정판이라 한다. 저자의 이력을 살펴보니 평범하고 성실한 다수의 사람들이 재무 설계를 통해 돈 걱정을 덜고 행복한 삶을 살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고 말하며 거의 모든 직업군의 자산관리를 하고 있는 ㈜희망재무설계 대표라고 나온다. 지금처럼 모두가 힘겨울 때는 아무래도 한푼이라도 더 이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말에 귀가 솔깃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불황이 닥쳐도 흔들리지 않는 원칙을 내세우며 자산관리를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뭐 솔직히 말해 가진 돈은 없다. 그러니 따로 관리하고 말고 할 게 없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그럴수록 자산관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이 책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는 딱 두가지의 주제때문이었다. 보험과 청약통장이 궁금했던 까닭이다. 다른 사람처럼 많은 보험에 가입하지는 않았지만 매년 올라가기만 하는 보험료에 불만이 많았다. 늘 생각해왔던 것이지만 천편일률적으로 보험료를 올리고 있는 보험업계의 꼼수가 못마땅했던 것이다. 솔직하게 말해 보험을 들었지만 일년에 병원을 한번도 가지 않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풀방구리 쥐 드나들 듯 감기만 걸려도 큰 병원을 들락거리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았다. 병원을 잘 가지 않는 사람보다 병원을 자주 들락거리는 사람들의 보험료를 올리는 게 맞는 것 아니냐는 말이다. 자기들 편하자고 천편일률적으로 보험료를 올리는 건 잘못된 일이 분명하다. 세상에 진심으로 고객의 편의를 생각하는 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실손보험의 폐해가 크다보니 얼마전에 4세대 실손보험이 등장하기는 했지만 기존의 실손보험을 가진 사람에게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듯 하다. 하지만 보험에 대해 한번쯤은 상담해봐야지 하는 마음을 다지게 되는 또한번의 계기가 되었다. 청약통장도 마찬가지다. 미성년자는 청약권이 없다. 청약통장에 돈을 넣었어도 미성년자는 청약으로 집을 구입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부모들의 잘못된 판단으로 아이 명의로 청약통장을 만들어 돈을 넣어주고 있다. 청약은 20세 이상 무주택세대 구성원이어야 가능하다. 무주택 기간 기준은 30세가 되는 날부터 계산한다. 최근 무주택자가 된 날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33세는 되어야 당첨 가능성이 높다. 민영주택에 청약할거라면 일정 예치금을 초과하고 나서는 더 이상 납입하지 않아도 된다. 공공주택, 민영주택 어디에 청약할지 대부분 모호하기 때문에 일단 매달 10만원씩 24회를 채워 넣자. 청약저축은 해약할 수 없기때문에 굳이 목돈을 청약통장에 묶어 놓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112쪽)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사면서 약간의 대출을 받았었다. 더 많이 받을 수 있다고 권유하던 대출상담인의 말이 떠오른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대출은 될수록 자신의 상황에 맞게 받는 것이 현명하다고. 금리변동시기에는 대출원금을 빨리 갚는 것이 유리하다고. 지금처럼 불안한 시기에는 아무래도 대출원금을 빨리 갚는 게 유리할 듯 하다. 책을 열자마자 1부에서 평생 자산을 지키고 불려줄 핵심 통장 7개를 알려준다. ①월급통장, ②예금.적금통장, ③청약통장, ④대출.마이너스 통장관리, ⑤펀드.ETF.주식통장, ⑥보험, ⑦연금... 각 장마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꼼꼼하게 잘 설명해준다. 각각의 상황에 맞는 자산관리방법이 이 책속에 있다. 나름대로 많은 도움을 받지 않을까 싶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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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위험하다
마리아나 엔리케스 지음, 엄지영 옮김 / 오렌지디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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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문화라고 하면 마야문명이나 잉카문명의 유적지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뭔지 모를 신비함을 간직하고 있을 듯한... 꽤나 열정적일 것 같은... 그러나 언론을 통해 비쳐지는 남미문화권의 실상은 힘겹다. 저자 마리아나 엔리케스는 아르헨티나의 작가이다. 아르헨티나라고 하면 오래전에 즐겨들었던 노래를 떠올리게 된다. "Don't cry for me Argentina. The truth is I never left you....."란 가사의 주인공인 에비타를. 에바 페론은 1940년대 중반에 대통령을 지낸 후안 페론의 부인으로 노동자와 서민들을 위해 파격적인 복지정책을 내놓으면서 국민들의 존경을 받기도 했지만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선심성 정책으로 나라 경제를 피폐하게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아르헨티나의 역사를 살펴보면 대체적으로 어둡다. 정쟁과 내란, 혁명의 연속이었다. 그랬기에 아직 모르는 낯선 문화권의 책을 읽는다는 게 조심스러웠다. 저자 마리아나 엔리케스의 작품은 2021년 부커 인터내셔널상 최종후보에 오르며 세간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책은 그녀의 소설집이다. 소설집은 장편소설 한편을 읽는 것보다 더 많은 몰입도를 요구한다. 그만큼 짧은 글속에서 작품세계의 색깔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여러편의 이야기들은 대체적으로 아르헨티나의 불안한 사회를 그리고 있는 듯 하다. 책의 소개글에도 고통과 두려움등을 겪어내는 사람들의 차가운 분위기를 그리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섬뜩한 거리묘사를 통해 부조리한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공포'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한다고. 아르헨티나는 군정체제를 겪기도 했다. 그리 멀지 않은 우리의 근현대사의 아픔을 이 책속에서도 보게 된다. 군사독재 시절의 고문과 납치를 통해 아무도 모르게 사라져갔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쇼핑카트'나 '슬픔에 젖은 람블라 거리', '돌아온 아이들'등을 통해 현대 아르헨티나의 사회적 문제를 공포로 풍자했다는 말에 공감하게 된다. 실직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점점 피폐해져가는 마을 사람들을 그리고 있는 '쇼핑카트'에는 빈곤에 대한 사람들의 공포가 담겨있음을 볼 수 있다. 유령의 이미지를 빌려 사람들의 불안한 심리를 그리기도 한다. '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위험하다'를 읽으면서 삶의 어두운 현실을 어떻게 이렇게까지 처절하게 그릴 수 있을까 싶었다. 누가 그랬을까? 사는 게 지옥이라고. 昨今의 현실은 세계 어디를 봐도 암담하기만 하다. 어디라고 할 것도 없이 세계의 곳곳에서 환경은 파괴되어지고 빈부의 격차는 점점 더 심해질 것이라는 걸 우리는 다 알고 있다. 어쩌면 아르헨티나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마음이 우울해진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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