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슬퍼서 아름다운 것들 - 한 글자로 시작된 사유, 서정, 문장
고향갑 지음 / 파람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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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참 좋았다. 왠지 서정적인 문장들이 예쁘게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 같았다. 작고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작고 슬퍼서 아름다운 것들은 무엇일까? 며칠을 마음의 상처로 인해 아파했다. 그 상처가 빨리 아물어 흉터가 되기를 바랐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때 詩의 힘에 기대고 문장이 전하는 위로에 감사했다. 때마침 눈에 뜨인 책제목이어서 위안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한글자만으로 모든 것을 전할 수 있다면 경이롭지 않겠는가! 풀, 꽃, 흙, 봄, 둘, 숨같은 말은 듣기만해도 마음이 푸근해진다. 툭, 쫌, 쉿같은 말을 들으면 왠지 긴장하게 된다. 한글자로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기로 치자면 '쉼'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고향갑이라는 저자의 이름이 낯설었는데 책을 펼치자마자 소개글이 보였다. 글을 쓰며 노동현장을 전전했다고. 노동자로 일했으며 노동야학에 참여하며 습작했다고. 97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희곡이 당선되어 그 후, 오래도록 '글노동자'로 살고 있다고... '글노동자'라는 말이 시선을 붙잡는다. 그렇지... 글을 쓰는 것 또한 노동일 것이다. 하지만 노동으로 쓴 글에는 그의 삶과 철학이 담길 수 밖에 없다. 저자의 말처럼 밥을 먹어야했기에 세상과 타협할 수 밖에 없었다고. 어쩌면 저자는 그저 아름답기만 한 글을 쓰고자 했던 건 아닌 듯 하다. 삶의 형태가 사람을 만드는 거라고 나는 생각하는 까닭이다. 이 책은 제목처럼 작고 슬퍼서 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저자의 산문집이다. 그러니 저자의 삶이 녹아들 수 밖에 없다. 저수지가 웁니다. 물에 가려진 것들이 따라서 웁니다. 울음은 얼어붙은 저수지 안에 가득합니다. 설움 때문이겠지요. 울음을 따라 균열이 얼음을 가릅니다. 갈라진 얼음 위로 지는 해가 피를 토합니다. 얼음 위로 뿌려진 노을은 갈라진 얼음만큼이나 서럽습니다. 노을이 서러워, 갈라짐이 서러워, 또 그렇게 저수지는 웁니다. - 「곡哭」 중에서 처음에는 아름다운 문장의 나열이 읽기에 좋았다. 문장이 그려내는 그림이 슬프게 다가오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그러나 뒤로 갈수록 어쩐 일인지 자꾸만 현실을 뒤돌아보게 한다. 혹독한 채찍질처럼. 자신을 다그치는 듯한 문장들이 못처럼 박혀있다. 그런 까닭인지 읽는 이에겐 껄끄러움이 느껴진다. 껄끄러워도 누군가는 이런 말을 해야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먹어봐야 맛을 알듯이 책도 이렇게 읽고나서야 이런 책이었어? 싶을 때가 있다. 지극히 현실적인 글이 때로는 위로를 주기도 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이어서 때로는 따가울 때도 있다. 그렇다고 외면하자는 건 아니다. 당연한 진리를 또하나 새긴다. 상처는 시간이 지나야 흉터로 변한다는 것을. 그 딱지가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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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를 위한 교양 수업 - 365일 1일 1지식
라이브 지음, 김희성 옮김 / 성안당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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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라는 말은 일본어 御宅おたく를 한국식으로 발음한 것이다. 처음에는 그다지 좋은 의미로 쓰여지진 않았으나 지금은 뭔가 한가지에 몰두해 전문가 이상의 열정과 흥미를 보이는 사람을 뜻하는 말로 사용한다. 하다못해 뭔가 하나를 엄청 좋아하는 사람에게까지 덕후라는 말이 쓰여지는 듯 하다. 어쩌다가 일본말이 한국에서 쓰여지게 된 것일까? 우리집에도 있다. 라이트노벨에 빠져 방을 도서관처럼 꾸민 녀석이. 그런데 그 현상에 대해 굳이 덕후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그저 누구나 하나씩 가지고 있음직한 작은 취미가 아닐까 싶어서. 열정과 흥미를 보이는 것은 좋으나 그것으로 인해 자신의 현실적인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면 그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볼 수 없다. 이 책을 통해 '덕후'라는 말이 품은 다양함을 알고 싶었다. 책의 소개글에서 덕후들이 좋아할 만한 장르와 전문 용어를 다뤘다는 말을 보았으면서 왜 그렇게까지 생각했는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일반적인 관심을 통해 이 책을 바라본다면 조금은 실망하지 않을까 싶다. 게다가 일본색이 너무 짙다. 역사와 신화, 전설이나 문학, 철학이나 심리등을 나누어 구성했다고는 하지만 마치 일본의 신화를 공부하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떠다니는 정보들을 한데 모아 요점정리를 해 둔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게임을 좋아하거나 전형적인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면 나름 많은 정보를 얻을 수는 있을 듯 하다. 적어도 게임 캐릭터나 애니메이션의 배경이 된 신화나 전설의 유래에 대한 궁금증은 풀리지 않을까 싶어서.


오래전 신화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때가 있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신화라면 '그리스로마 신화', '북유럽신화', '켈트 신화', '이집트 신화'쯤일까? 남의 나라 신화를 열심히 읽다보니 우리나라에는 어떤 신화나 설화가 있을까 싶어 찾아 헤맨적도 있었다. 신화는 대체적으로 비슷한 틀을 갖고 있다. 하지만 모든 학문의 근원이라고까지 말할 정도로 신화의 파급력은 대단하다. 신화는 단순한 허구가 아니라 각 나라 또는 그 지역의 자연환경이나 문화, 역사등에서 볼 수 있는 사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너무 쉽게 생각하면 안된다. 또한 다른 나라의 신화를 번역하는 과정이나 해석하는 과정에서 잘못 전해진 것들도 꽤나 많이 볼 수 있다. 신화가 환타지나 SF의 배경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중 철학과 심리를 공부한 것은 의미가 있었다. 귀에 익었던 말들의 정확한 의미나 배경을 알 수 있어 좋았다. 예를 들면 '헴펠의 까마귀', '슈레딩거의 고양이', '라플라스의 악마', '메리의 방' 등이다. 일본의 괴담이나 요괴들이 중국의 '산해경'에서 차용된 것들이라는 점이나, '프리메이슨'처럼 잘못된 지식을 제대로 바로 잡을 수 있는 계기도 되었다. 조금 지루하긴 했지만 모르는 것보다 알고 있으면 재미있을 듯한 이야기거리였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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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크리스마스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3
쥬느비에브 브리작 지음, 조현실 옮김 / 열림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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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이란 말은 어떤 의미일까? 특별하지 않게 보통으로 살아가는 것이 평범한 일상이라고 하지만 사실 우리에게 있어서 '평범함'이란 말이 주는 무게는 만만치않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평범함'의 기준이 사회적 기준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마치 남들이 하는 것을 나도 해야만 한다는 듯이 살아가고 있는 작금의 사회적인 풍토만 보더라도 '평범함'이란 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주관적인 삶의 방식보다는 사회적인 기준에 맞춰진 삶을 살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또 '행복하다'라는 말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을까? '행복' 역시 주관적인 의미일 수 밖에 없는데 이 역시도 우리는 사회적인 기준에 맞추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 않나 싶을 때가 많다. 우리는 어쩌다 그런 삶을 살게 되었을까?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스스로를 누군가와 비교하며 내가 좀 더 낫지? 묻는 것처럼 일상을 살아내고 있다. 그런 우리의 잘못된 관념에 대해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어떤 의무를 짊어진 것처럼, 해야만 하는 숙제를 앞에 둔 사람처럼 그렇게 살지 말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억지로라도 행복해져야만 한다는 그 안간힘이 우스꽝스럽게 느껴졌다.(-75쪽)

"어떡하면 편해질 수 있을까 하는 게 우리를 살게 만드는 힘의 원천인가 봐.

다행히 편할 날은 하루도 없다만..."(-79쪽)

"넌 사람들이 꿈꾸고 싶어한다는 걸 그렇게도 이해 못 하겠니!

자기가 모른다고해서 무조건 비웃는 건 호기심이 부족하다는 증거야!"(-172쪽)

언제나 똑같은 스토리들이 세상 어느 구석에선가 일어나고 있는 거예요.(-194쪽)

현실에선 기쁨도 결국은 슬픔을 낳는다.

그리고 그 모든 것으로부터 견길 수 없는 불안이 생겨난다.(-271쪽)


누크와 으제니오는 엄마와 아들이다. 이혼을 했고, 지금은 도서관 사서로 일하고 있지만 엄마는 잘 나가던 화가였다. 누크는 늘 불안하다. 자신이 엄마역할을 잘 하고 있는지, 아이가 뭔가를 부족해하지 않는지... 행복하게 지내야만 할 것 같은 크리스마스 이브를 둘이서 보내게 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아이는 자신의 삶을 불행하다고 느끼고 있지만 엄마는 억지로라도 그 행복을 만들어주고 싶어한다. 그래서 이곳저곳을 쏘다닌다. 장난감 가게, 공원, 워터파크, 백화점... 새를 갖고 싶다는 아이를 위해 카나리아 한 쌍도 샀다. 그리고 둘 만의 크리스마스가 아니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기 위해 친구의 초대를 받아들여 기차를 탔다. 암수 한 쌍이라고 했던 카나리아는 숫놈 두마리였고 덩치 큰 새의 위세에 눌려 작은 새는 다음 날 시체로 발견된다. 기차를 타고 떠났던 친구의 별장에서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전 남편이 나타나고 아빠와 즐겁게 웃으며 시간을 보내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엄마는 또다른 불안에 휩싸인다. 자신의 일상이라고 느꼈던 모든 것을 잃게 될까봐. 사실 어디를 막론하고 여자 혼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그러다보니 항상 시간에 치인다. 결국 남는 건 마음의 상처뿐이다. 하지만 그런 자신을 용납할 수 없는 게 엄마라는 말이 가진 속성이기도 하다. 이 이야기의 결말은 없다. 단지 결말을 암시하고 있을 뿐.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 속에 담긴 불안이 문장으로 잘 표현되어져 있어 충분히 공감하게 된다. 싼타는 없다고, 어린 시절에 너무나도 일찍 알아버린 크리스마스의 허상은 내게 아무런 느낌도 주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의 저자는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아동문학 작가라 한다. 아동문학 작가라는 말이 시선을 끈다. 저자가 그리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순수하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그만큼 아이의 심리나 엄마의 심리를 현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외롭고 쓸쓸하다. 갇힌 듯 지내야 하는 팬데믹의 시대에 이런 책은 둘 중 하나다. 힘을 얻거나 오히려 더 암울해지거나. 어느쪽을 선택하는가는 자신의 몫이다. 그럼에도 행복한 사람과 불행한 사람은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행복해져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우리를 너무 피곤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이채로운 주제였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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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낼 수 없는 대화 - 오늘에 건네는 예술의 말들
장동훈 지음 / 파람북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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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만 보면 무슨 소설제목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에게 익숙한, 혹은 전혀 익숙하지 않은 그림을 소개한다. 오늘에 건네는 예술의 말들, 이라는 부제처럼 여러 작품을 통해 힘겨운 우리에게 뭔가를 말하고 싶어한다. 어쩌면 그래서 끝낼 수 없는 대화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 장의 그림이나 한 곡의 노래, 한 편의 시가 어떤 사람에게는 크게 위안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모든 위안이나 공감은 그 사람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모든 것을 가둬버린 팬데믹의 시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영원할 것처럼 누렸던 것들로부터 더 멀어질까 두려움에 떨게 한다. 책을 열면 들어가는 말에서 이런 문장이 보인다. 편집자의 기대를 저버리고 세속화를 선택한 나의 고집도 사실 여기에 있었다. 공의회의 고백처럼 참으로 인간적인 것이 실로 거룩한 것이라면, 예술작품이 무릇 인간에 대한 저마다의 깊이대로의 고뇌와 질문이라면, 성속의 경계를 걷어내고 그렇게 한참 내려가다 보면 결국 인간이라는 궁극의 질문에서 함께 맞닿아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라는. 저자는 지금 천주교 사제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이다. 신학생들에게 그리스도교 역사를 강의하고 있으며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등에서 일하며 노동자, 빈민등 사회적 약자들을 벗으로 만나왔다는 말도 보인다. 업으로 삼고 싶을 만큼 그림에 관심이 많았다는 소개글처럼 그림사에 대한 박식함이 묻어난다. 사람은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한다. 뭔가에 꽂힌다는 것이 그만큼 무섭다는 말이다. 관심을 두다보면 그 주변 역시 궁금해지게 마련이고 그러다보면 그 분야에 대해 깊이있는 지식이 쌓일 수 밖에 없다. 이 책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저자의 말처럼 그림을 엄청 좋아하는 사람이 분명할거라는. 세속화를 선택했다는 말이 무슨 뜻일까 문득 궁금해졌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세속이라는 것은 종교적인 관념에서 바라본 세속이 아닐까 싶다. 가난과 종교라는 두 개의 주제로 구분되어졌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 두 개의 주제가 서로 맞닿아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어쩐 일인지 마음이 아닌 눈으로 읽혀졌다는 게 솔직한 표현이라고 하면 더 맞는 말일까?


지금까지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명화가 있는가 하면 전혀 보지 못했던 작품도 볼 수 있었다. 문득 마네의 그림 <풀밭 위의 점심>을 처음 보았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인상주의니 전체적인 구도가 어떠니 자연의 빛을 통한 느낌이 어쩌니 하는 말들은 늘 이 작품을 따라다니는 말이었지만 그 그림을 처음 본 순간 저 여인은 왜 옷을 벗고 있는 것일까? 화가는 왜 저 여인의 옷을 벗기고 그림을 그렸을까? 단순히 풀밭 위에서의 식사를 그리고 싶었다면 함께 있는 남자들처럼 잘 차려진 옷을 입고 있는게 오히려 훨씬 더 자연스러운 장면이 아니었을까? 뜬금없는 생각이 훅, 치고 들어왔던 그 때의 기억... 그처럼 하나의 작품은 보는 사람마다 느낌을 달리 한다. 제 아무리 멋진 말로 소개를 하고 제 아무리 유명한 화가의 작품이라해도 마음으로까지 공감한다는 게 쉽지는 않을 터다. 가난한 사람을 그린 그림이라고 해서, 그저 서민들의 삶을 담은 그림이라해서 세속화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종교가 대중을 구원해주지 못하고 대중이 종교를 걱정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그림들이 저자가 의도한 바를 담고 있을까? 잘은 모르겠다. 학창시절의 미술시간이 생각난다. ㅇㅇ주의, △△주의, ㅁㅁ주의, XX파, ++파... △△주의는 언제부터 언제까지 성행했으며 ㅁㅁ파에는 어떠 어떠한 화가가 있었다... 미술선생님의 열정적인 강의가 그저 열심히 외워야 할 시험범위에 불과했었던 것처럼 이 책속에도 그런 미술사의 흐름이 존재한다. 하나의 장면으로 표현되어진 그림은 하나의 역사가 되기도 한다. 그 하나의 그림을 설명하기 위한 선택이었겠지만 역시 딱딱하기는 매 한가지다. 그러니 당연히 몰입은 힘겨워진다. 개인적으로 '정교분리'를 원칙으로 해야한다는 말에 공감하는 까닭인지 모르겠으나 그 와중에 정의평화위원회라는 말이 자꾸만 겹쳐진다. 종교의 진정한 목적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간혹 '무제'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는 그림을 보게 된다. 그렇게 어떤 틀에 갇히지 않은 그림이 보기 수월할 때도 있다. 오롯이 나만의 느낌으로 바라볼 수 있는 까닭이다. 마지막으로 했던 저자의 말이 한동안 시선을 끌었다. 가늠할 수 없는 내일 앞에 꼼짝없이 갇힌 지금의 모두에게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지금까지의 모든 형태와 이름의 초안을 포기할 용기, 그리고 늘 새롭고도 가장 오래된 궁극의 질문, 인간은 무엇인가를 되묻는 것은 아닐까... 지금까지의 모든 형태와 이름의 초안을 포기할 용기,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어찌되었든, 장황한 미술사 강의를 들은 기분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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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석을 따라 서울을 거닐다 - 광복 이후 근대적 도시에서 현대적 대도시로 급변하는 서울의 풍경 표석 시리즈 3
전국역사지도사모임 지음 / 유씨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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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표석을 따라 한성을 거닐다>, <표석을 따라 경성을 거닐다>의 시리즈물이다. 굳이 따지고 본다면 한성이 곧 경성이고, 경성이 곧 서울이다. 그러니 같은 지역을 열심히 돌아다니며 구석구석 발품을 판 셈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같은 주제를 다룰 수 있는 자신감은 정말 대단하다는 느낌이 든다. 소제목에서 보이듯 광복 이후 근대적 도시에서 현대적 대도시로 급변하는 서울의 풍경을 담고 있다. <표석을 따라 제국에서 민국으로 걷다>도 있다고 하는데 어떨런지는 잘 모르겠다. 스토리텔링을 원하는 이에게는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표석만으로, 표석에 써있는 안내문만으로 그 현장을 짐작해본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은 까닭이다. 답사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것이 남겨진 터를 찾아다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눈앞에 보이지 않는 역사를 남겨진 터를 통해 상상할 수 있다는 건 경이롭기까지 하다. 집에서 감옥살이와 같은 생활을 한지도 벌써 2년이 지나고 있다. 답답함을 달래기 위해 슬쩍 가까운 곳으로 바람이나 쐬러 가보자고 나설 때도 있지만 코로나라는 녀석이 길목에 버티고 서 있으니 맘대로 쏘다닐수도 없는 일이다. 서울만큼 많은 이야기를 가진 곳도 없다. 그 많은 이야기를 책을 통해 듣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隔世之感이나 桑田碧海라는 말이 제대로 어울리는 곳이 바로 한양이자 서울일 것이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는 청계천의 변화도 그렇고, 논과 밭뿐이던 영동이 서울의 중심이라는 강남으로 자리잡은 것도 그렇고, 구로공단이 가산디지털단지로 바뀌며 그 형태를 변환한 것도 그렇고 옛날의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요즘은 레트로 스타일이 유행이라고 한다. 다시말해 복고주의를 지향한다는 말이다. 힘겨운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옛날의 체제나 전통등을 그리워할 뿐이지 진심으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것은 아닐 것이다. 딱 하나, 서로에게 믿음이 있었고 서로 마음을 나눌 수 있었던 것만 빼면 그렇게 막무가내로 돌아가고 싶어할 만큼 아름다웠다고는 말할 수 없는 까닭이다. 그 시절의 영등포는 정말 대단했었다. 영동이라는 말이 곧 영등포의 동쪽이라는 뜻이었으니 영등포의 크기와 무게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구로구, 금천구, 관악구가 영등포에서 분할되어진 구역이다. 학창시절에 친구들과 영등포역 시계탑 밑에서 만나자던 약속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의 영등포는 그 시절의 영등포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책에서 보여주고 있지만 아파트 옆에서 소를 몰며 밭을 가는 농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이 당시 강남 개발의 시작이었다. 이 책은 강남을 개발해야만 했던 시대의 흐름과 정권의 속내도 살짝 들춰내고 있다. '졸부'나 '복부인'과 같은 말들이 그 때 생겨난 것이다. 아울러 그 시대 '공순이'라고 불리우며 수출의 역군으로 자리매김했던 소녀들이 살던 구로동과 가리봉동 가옥의 형태를 소개한다. 정말 어려운 시절이었다. 청계천 복개공사로 인하여 삼일고가가 없어졌고 그로인해 생겨난 것이 평화시장이었다. 하지만 평화시장도 그 옛날의 평화시장은 아니다. 그야말로 隔世之感이나 桑田碧海라는 말이 어울리는 곳으로 탈바꿈되어버린지 오래다. 평화시장 한쪽에 자리잡고 있던 헌책방 거리는 지금도 그리운 곳 중의 하나다. 서울은 이제 바야흐로 세계적인 도시로써의 위상을 떨치고 있다.


파주 헤일리 '근현대사박물관'과 동인천 '수도국산박물관'은 개인적으로 마음을 빼앗긴 박물관이다. 그 곳에 가면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느끼게 된다. 모든 것이 정말 빠르게 변해버렸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서울의 옛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또다시 느끼게 된다. 시간이 정말 빠르다는 것을.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닌데 왜 이리도 오래된 듯한 느낌으로 다가오는지... 금천구에 수출의 역군 '공순이'들이 살던 그 '벌집'을 전시해놓은 곳이 있다고 한다. 청계천 끝자락에 복개공사 이전 청계천 자락에 살던 사람들의 집을 전시해 놓은 곳이 있다고 한다. 일부러 시간을 내서라도 한번 가봐야지 다짐해 본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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