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죽였을까
정해연 지음 / 북다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9년 전 너희 삼인방이 한 짓을 이제야 갚을 때가 왔어.' 죽은 자의 입속에서 쪽지가 발견되었다. 도대체 누가? 왜? 선혁은 긴장한다. 그리고 다시 떠올린 9년 전의 사건. 그 때 자신들이 살고 있는 동네로 야영을 온 다른 학교 학생을 겁주다가 싸움끝에 죽여버리고 말았다. 그냥 지갑만 빼앗으려고 했을 뿐인데... 그리고 그 시체를 아무도 모르게 묻어버렸다. 이미 9년이나 지난 일을 우리말고 누가 또 알고 있다는 말인가. 고등하교 2학년, 원택과 필진 그리고 선혁은 삼인방이라고 불렸다. 그다지 좋은 이미지는 아니었기에 기억하고 싶지 않은 학창시절이었다. 그 삼인방중에 원택이 죽었다. 그리고 발견된 쪽지. 불안감에 선혁은 필진과 만나기로 하지만 만나기로 했던 장소에서 선혁을 맞이한 것은 필진의 시신이었다. 다시 발견되는 쪽지, '이제 한 명 남았다.' 선혁은 그 한 명이 자신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이 살기 위해 살인자를 찾아나서기로 한다.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다면 그 사람을 죽여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한번의 살인이 또 일어났는데 자신은 살아 있다. 무슨 일일까? 어김없이 발견된 쪽지, '한 명이 더 있었다.'

과거는 우리의 현재를 만든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말하곤 한다. 어린 시절의 나와 마주해야 한다고. 남들은 용서한 일이지만 자기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 채 그 일에 치여사는 경우도 허다하다. 세월이 약일 때도 있지만 때로 세월이 독이 될 때도 있다는 말이다. 과거의 일로 인해 현재의 삶이 망가져가는 모습을 이 책속에서 보게 된다. 지옥이라는 말이 이럴 때 해당되지 않을까 싶다. 범인을 찾아내려 하지 마라. 조여오는 몰입감을 따라가다보면 가슴을 쓸어내리게 될테니. 책을 읽고 저자의 프로필을 찾아보았다. 상당히 많은 작품이 보여 놀랐다. '사람의 저열한 속내나, 진심을 가장한 말 뒤에 도사리고 있는 악의에 대해 상상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소개글이 눈길을 끈다. 2012년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에서 <백일청춘>으로 우수상을 수상했다. <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 <내가 죽였다>, <더블>, <유괴의 날>, <구원의 날>, <홍학의 자리>, <선택의 날>등 작품중에 굵직한 공모전의 대상이 많은 것도 이채롭다.

처음 책의 제목을 보면서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누가 죽였을까? 라고 시작해야하는 게 아닐까 싶어서. 보통의 미스테리 소설이라면 그렇다는 말이다. 범죄 현장이 발견되고 이런 저런 실마리를 펼쳐놓으면서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누가 죽였을까요? 를 묻는 게 맞다. 그런에 누굴 죽였을까? 묻고 있다니 조금은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추리소설을 좋아한다. 어떤 구성은 도입부에서 이미 범인을 밝히고 시작하지만 또 어떤 구성은 가장 마지막에 범인을 밝힌다. 아니면 그럴듯한 반전으로 뜻밖의 범인을 드러내기도 하고. 하지만 이 소설은 굳이 범인을 알아내려고 머리를 굴릴 필요가 없다. 이미 읽으면서 알게 된다. 그리고 또 스스로 묻게 된다. 누굴 죽였을까? 책을 덮고 가만히 눈을 감아본다. 우리는 날마다 자신을 죽이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껄끄러운 모든 일에 남의 탓을 해 보지만 결국 우리 자신을 죽이는 것은 우리 자신인 것이다. 모든 것은 자신에게서 비롯된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아이비생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최재천의 곤충사회
최재천 지음 / 열림원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7미터가 우리한테는 그저 열 발자국이면 갈 수 있는 거리지만, 작은 곤충에게는 그야말로 구만 리 같은 길일 겁니다. 게다가 시력이 탁월해서 7미터 전방을 내다보면서 “저기 있네” 하고 직선으로 달려가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 곤충은 양쪽에 있는 식물들을 먹어봐야 해요. 이것도 먹어보고, 저것도 먹어보면서 가야 하는 거예요. 굉장한 시간이 걸리겠죠. 그동안 그 곤충이 먹어 치운 그 식물은 또 이파리를 내고 생장합니다. 제가 지금 드리는 말씀은, 자연계의 다양성이 일단 확보되면 그게 유지되는 메커니즘이 존재한다는 겁니다. 다양하기 때문에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고, 그러다보면 다양한 존재들이 함께 공존할 수 있습니다. (237~238쪽)

통섭統攝.... '서로 다른 것을 한데 묶어 새로운 것을 잡는다' 라는 의미라 한다. <사회생물학 : 새로운 종합>을 저술한 미국의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이 사용한 'consilience'를 그의 제자인 이화여대 교수 최재천이 번역한 말이다. 그리고 그는 또 말한다. 우리는 이제 '호모 사피엔스'가 아니라 '호모 심비우스'가 되어야 한다고. Homo symbious, 공생하는 인간을 말한다. 슬기로운 사람이었다가 이제는 그 슬기로움으로 스스로를 묶어버린 꼴이 되어버린 영장류, 인간. 이 지구상에서 이제는 어떻게도 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인간. 누군가는 말한다. 지구 최대의 적은 인간이라고. 뭣도 모르는 사람이지만 그 말에는 백퍼센트 공감한다. 최재천교수의 말처럼 기후변화와 지구상의 생물들을 멸망에 이끌고 있는 존재가 인간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까닭이다. 생물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모든 다른 생물종과 함께 공생하고 협력하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그의 말이 심금을 울린다. 작금의 우리를 보더라도 그 말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생물의 다양성은 고사하고 인간끼리의 다양성조차 인정하려 들지 않는 이기심과 오만함이 온 세상에 넘쳐나고 있다.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 생각이 다르면 적이 되는 세상을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가까스로 그 엄청난 공포에서 벗어난 개미들은 방향을 바꾸더니 다시 통나무 둘레를 빙글빙글 맴돌기 시작했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자기 집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일까. 많은 개미들이 활활 타오르는 통나무 위로 기어 올라갔다. 그러고는 통나무를 붙잡고 바둥거리면서 그대로 거기서 죽어가는 것이었다." (28~29쪽)

개미들은 불타는 통나무로 왜 돌아갔을까? 애벌레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누군가의 희생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저자는 말한다. 바로 지금, 우리가 그 희생을 치뤄야만 한다고. 후세를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 자신을 위해 우리는 희생해야만 한다고. 얼마전 우연히 본 기사에서 저자의 말을 본 적이 있다. 젊은 세대가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자연적인 것이라고. 그 말에 동의 한다. 작은 생명체들도 먹을 것이 없으면 새끼를 낳지 않는다. 먹을 것이 풍부해지고 새끼를 낳아 기를 수 있는 환경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인간이라고 뭐가 다를까? 그래서 저자는 또 일갈한다. 환경을 지키는 일만이 지금의 우리가 살 길이라고. 그럼으로해서 다양한 생물들과 공생할 수 있는 지구를 만들어야만 한다고.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상 기후 현상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라고. 그럼에도 우리는 내 손에 쥐어진 편리함을 놓으려 하지 않는다. 마치 앞만 보고 달려가게 만든 경주마처럼.

최재천 교수는 생태학자이자 동물행동학자, 사회생물학자다. 저자 소개글을 보면 이렇다. 거의 알려진 바 없던 '민벌레'를 최초로 세밀하게 들여다보며 연구한 찰스 다윈의 성선택 이론부터 곤충에서 시작하여 거미, 민물고기, 개구리를 거쳐 까치, 조랑말, 돌고래, 그리고 영장류까지 전 생명의 진화사를 인문학과 아우른다고. 저자는 묻고 있다. "인간이 이 지구에서 얼마나 더 오래 살 수 있을까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오래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책은 최재천 교수가 걸어왔던 발걸음의 흔적이다. 앞서 했던 저자의 강연들과 열림원 편집부와 진행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도입부를 지나면서 저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마치 그의 강연장에 앉아 있는 것처럼. 그만큼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결국 저자의 말은 간단하다. 지구에는 인간만 사는 게 아니다. 모든 생물과 함께 공생하고 협력할 때 우리는 살아 남을 수 있다는 거였다. 편리함과 이익만을 따지지 말고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길로 가야한다고. 어느 한편으로 치우친 사회는 결국 오래갈 수 없다고. 세상의 어느 곳에서는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잡지 못하고, 또 세상의 어느 곳에서는 너무 많은 비와 눈이 오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작금의 우리가 진짜로 추구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함께 고민해야만 한다. 책을 읽고나니 가슴이 먹먹하다. /아이비생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모로의 컬러링북 - 동화 작가 모모로의 감성 일러스트
모모로 지음, 김지혜 옮김 / 시원북스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저자는 일본의 유명 그림책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라고 하네요. <목욕탕에 풍덩 1, 2, 3> <포포와 계절 과자 만들기> <판다의 냠냠 계절 밥상》> 등의 작품이 있다고 해요. 두 아이의 엄마라고도 나옵니다. 이런 엄마를 둔 아이들은 참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요,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엄마라면 아이에게 충분한 공감을 나눠줄 수 있는 감성이 가득할 테니까요. 개인적으로 컬러링북 몇 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민화라거나, 아름다운 꽃에 관한 것, 그리고 어반스케치라고 하나요? 일상적인 풍경을 담은 책과 작고 귀여운 소품을 그리는 연습을 도와주는 책등이 있지요. 가끔 마음에 위로가 필요할 때 열어보곤 합니다. 그림도 좋아하지만 동화나 만화도 참 좋아합니다. 집에 아이는 없지만 이렇게 자연을 그린 것들을 좋아하지요.


책을 펼쳐보면서 와아~ 했답니다. 너무 귀엽잖아요. 그래서 얼른 색연필을 꺼내 색칠을 하기 시작했지요. 물론 엉망이지만요^^ 그래도 색칠을 하고보니 나름대로는 귀여운 느낌이 있네요. 이 그림을 보면서 생각했던 동화가 있습니다. '여우와 두루미'라는 옛날 이야기예요. 서로에게 음식을 대접하고 싶었던 여우와 두루미는 초대받고 갔던 친구의 집에서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었지요. 입이 뾰족했던 두루미는 납작한 여우의 그릇에 담긴 음식을 먹을 수가 없었고, 뾰족하고 길쭉한 두루미의 그릇속에 담긴 음식을 여우는 먹을 수 없었지요. 저 그림의 곰과 토끼도 가장 아끼는 물고기와 당근을 준비했네요. 아무래도 그냥 서로의 마음만 받아야 할 것 같지요? 좋겠지? 라고 생각했던 곰과 토끼의 정성 가득한 마음은 서로 알테니까요.


백조들의 호수에 여우가 놀러 왔네요. 온 세상이 하얀 겨울, 목도리를 두른 세 마리의 여우가 귀여워요. 그런데 제 눈에는 여우들이 금방이라도 못된 장난을 칠 것처럼 보이네요. 그러거나 말거나 백조들은 정말 평화로워 보여요. 색칠을 하면서 마치 아이가 된 것처럼 이런 저런 이야기를 상상해보게 됩니다.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걸까요? 뭐, 그림이나 동화가 아이들만의 전용은 아니니까요. 어른을 위한 동화도 찾아보면 많답니다. 그만큼 아이때의 순수함을 놓아버리지 말라는 말일 거예요. 각박한 현실속에서 때로는 아이같은 마음이 우리를 위로할 때도 있잖아요. 삶에 지친다는 것은 그만큼 현실에 치여 산다는 말일 테니까요.


꿈을 꾼다는 것 역시 아이들만의 전용은 아니겠지요. 어른도 꿈을 꿀 수 있답니다. 누가 알겠어요. 그 변화무쌍한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또 한 권의 책을 통해 작은 위로를 받아 봅니다. 엄마와 아이가, 혹은 할머니 할아버지와 아이가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색칠을 하는 풍경이 떠올라 베시시 웃게 됩니다. /아이비생각


귀엽지요? 애니메이션에도 자주 나왔던 것 같은데 늘보원숭이라네요. 이 그림은 드로잉까지 함께 연습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내친김에 한번 그려봐야겠네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속임수의 섬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건 세상 사람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어떤 사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무대는 23년 전의 비탈섬이고요. 사이다이지 출판의 초대 사장님인 사이다이지 도시로 씨를 찾아온 갑작스러운 죽음에 얽힌 일이죠.” (-203쪽)

이 소설에는 두 개의 살인사건이 존재한다. 23년전에 있었던 살인과 어제 일어난 살인은 비슷한 듯 하지만 다르다. 외딴섬, 그리고 유언장 개봉을 위해 모인 가족들. 그들 중의 누군가는 살인자였고 그들 중의 누군가는 죽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돈'이 원인일거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그건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무슨 이유로 살인이 일어난 것일까?

그 외딴섬에는 가족들을 위한 별장이 있다. 책표지에 나와 있는 바위섬이다. 그런데 저렇게 뾰족한 바위섬에 어떻게 별장을 지었을까? 섬의 한면이 저렇게 깎아지른 절벽일 뿐 다른 쪽에서 보면 그저 비탈진 섬이라고 나온다. 바람과 파도가 거세면 들어올 수도 나갈 수도 없는 섬이다. 그렇다면 추리소설의 배경은 완벽하게 깔아졌다. 이제 살인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며 범인을 잡아내면 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유언장 개봉을 위해 모인 사람들 중에는 가족외의 사람이 있었다는 점이다. 탐정, 유언장을 읽어줄 변호사, 그리고 제를 올려줄 법사다. 추리소설인데 탐정이 안나올 수 있나?(뭐, 안나오는 경우도 있긴 있다) 살인사건이 났으니 이제 가족중의 누군가는 살인자가 된다. 그러나 이 가족, 전혀 흔들림이 없다. 단지 누군가의 입에서 나왔던 '그 때의 비밀'이라는 말에만 흔들릴 뿐. '그 때의 비밀'에 대한 단초를 꺼낸 사람이 죽었을 거라는 건 미리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탐정은 그 '비밀'로 인해 살인이 발생했음을 직감하고 '비밀'을 풀기 위해 심리전으로 들어간다. 그래야 현재 일어난 살인사건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밀',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얼마나 엄청난 것이길래 살인까지 일어났던 것일까?

“확실히 그렇게 볼 수 있는 상황이군. 발이 미끄러져서 실수로 떨어진 건지, 아니면 죽을 각오를 하고 뛰어내린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23년 전 사건 때와 완전히 똑같은 전개인데. 정말로 그럴까?” (-274쪽)

태풍으로 인해 꼼짝없이 섬에 갇히게 되던 날 살인은 일어났다. 살인이 일어나던 날 밤, 그 가족중의 어린 딸이 공중에 떠 있는 빨간 도깨비 귀신을 봤다고 말을 하지만 누구도 그것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 하지만 또다른 누군가가 빨간 도깨비 가면을 쓴 사람을 보게 된다. 그리고 탐정은 알게 된다. 23년전의 사건과 상황이 어느정도 일치하고 있다는 것을. 공교롭게도 죽은 사람이 탐정이 몇 년동안 수소문해서 찾아냈던 사람이었던 까닭이다. 시체는 참혹했다. 강하게 후두부를 공격당했고 갈비뼈까지 부러졌다. 도대체 이 가족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그런 와중에 탐정은 입이 가벼운 법사에게서 23년전의 또다른 이야기를 듣게 된다. 세 명의 중학생이 외딴섬 근처로 밤낚시를 왔다가 겪게 되었던 희안한 이야기를. 낚시 도중에 보았다던 귀신과 흑룡의 이야기를.

일전에 북다에서 출판되었던 추리소설을 재미있게 읽었었다. 우케스의 <이상한 그림>이다. 이상하게 그려진 그림과 얽힌 사람들, 그 사람들의 심리를 다루고 있었는데 정말 흥미로웠었다. 그 북다에서 다시 일본추리소설을 소개하고 있기에 냉큼 손이 갔던 책이다. 하지만 <이상한 그림>만큼 흥미롭지는 않았던 듯 하다. 트릭과 얽힌 구성들은 이채로웠지만 설명하듯 이어지는 이야기의 짜임새에서 긴박함이나 조여드는 맛은 없었다는 게 솔직한 평이다. 문화의 차이일지도 모르겠지만... 옮긴이의 말처럼 작가의 노련함은 있었겠지만 반전에서조차 추리소설의 매력인 짜릿함은 없었다. 외딴 바위섬과 그 섬에 자리한 기묘한 저택이라는 자극적인 배경만이 시선을 끈다. 일본전래동화 <모모타로>는 그저 조금 거들뿐이다. 물론 개인적인 관점이다. /아이비생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계명작 단편소설 모음집
알퐁스 도데 지음, 김이랑 옮김, 최경락 그림 / 시간과공간사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7080세대라면 아마도 세계명작전집 한번쯤은 읽어봤을 게다. 그 시절에는 왜 그렇게 세계명작을 읽혔는지... 그 이유를 최근에야 알았다. 그것조차도 일제강점기의 잔재라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창시절 혹은 성인이 되어서까지 세계명작 한권쯤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설사 책을 읽지 않았다해도 영화 또는 연극과 같은 형식으로 많은 작품이 우리곁에 머물러 있다.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었다고는 해도 그많은 책을 다 읽지는 못했다. 이 책속에도 읽어보지 못한 작품이 존재한다. 니콜라이 고골의 외투, 캐서린 맨스필드의 가든파티, 루쉰의 고향이 그렇다. 다시 읽은 세계명작단편집은 나이 들어서 읽으니 어렸을 때 읽었을 때와는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알 수 없는 편안함이 찾아와 좋았다. 읽으면서 여유로움이 느껴져서 좋았다. 그야말로 이름만 대면 알 수 있었던 작가들의 작품들이다.

책방에 가면 베스트셀러보다는 스테디셀러에 먼저 눈길이 간다. 오래토록 사람들에게 읽힌다는 것은 의미가 있는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이유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각각의 작품을 통해 만나게 되는 인간 군상들, 또 그들의 끝없는 탐욕과 위선을 볼 수가 있다. 다양한 인간의 심리를 책을 통해 만나게 된다. 깊숙히 감춰둔 인간의 어두운 면과 그 반면 희망이나 사랑과 같은 밝은 면도 함께 볼 수 있다. 이미 오래전에 쓰였음에도 지금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언제 어디든 사람 사는 건 똑같다는 말일 터다.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인간의 기본적인 근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오랜만에 만나는 알퐁스 도데의 별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모파상의 목걸이는 항상 안타까움을 남긴다. 친구였음에도 왜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을까? 그것은 자존심이었을까? 그 알량한 자존심으로 인해 평생을 목걸이값으로 인해 고통스러웠을 여인을 생각하게 된다. 포의 검은 고양이는 지금 읽어도 무섭다. 오 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여전히 감동을 준다.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지금도 많이 좋아하는 작품중의 하나다. 작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즐거운 가든파티가 열리던 날, 집 아랫쪽의 동네에서 초상이 났다. 아이들과 아내만을 남기고 젊은 사람이 마차에 깔려 죽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가든파티를 취소하지 않았다. 어린 딸 로라는 마음이 켕겼지만 즐거운 하루를 보낸다. 그리고 엄마는 남은 음식들을 바구니에 담아 로라에게 초상집으로 보낸다. 남은 음식이었다는 것 때문에 로라는 또한번 마음이 켕긴다. 어린 로라는 가난한 사람들의 모습과 죽음 앞에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화려하게 치장된 모자와 드레스가 부끄러웠다. 로라는 울면서 이렇게 말한다. 저를 용서하지 마세요... 돌아오는 로라에게 오빠는 이렇게 말한다. 로라야, 인생은 다 그런 거야... 캐서린 맨스필드의 가든파티다. 마음이 서글펐다. 어쩔 수 없이 우리 또한 그렇게 말해야 할 것이기에. 인생은 다 그런 거야.

이 책에는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과 별, 기드 모파상의 비곗덩어리와 목걸이, 안톤 체호프의 귀여운 여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와 어셔 가의 몰락,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와 크리스마스 선물, 그리고 20년 후, 앙드레 지드의 탕아 돌아오다, 이반 투르게네프의 밀회,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너대니얼 호손의 큰바위 얼굴, 니콜라이 고골의 외투, 캐서린 맨스필드의 가든파티, 빅토르 위고의 가난한 사람들, 루쉰의 고향,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이렇게 20편이 실려 있다. 이만큼을 살았어도 아직 배울 게 많다. 책을 읽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아이비생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