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 경제 선언 - 돈에 의존하지 않는 행복을 찾아서
쓰루미 와타루 지음, 유나현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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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이 돈없이 살 수 있을까? 단언컨대, 그럴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없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이 없어도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꿈을 꾼다. 그것을 바꿔 말한다면 돈에 치여사는 삶에 지쳤다는 말도 될 듯 하다. 돈을 쫓아가지 말고 돈이 쫓아오게 하라는 말은 이미 이론에 불과할 뿐이다. 오죽했으면 돈의 노예가 되어버린 삶이라는 말이 나왔을까. 내려놓기나 비우기와 같은 삶의 형태를 이야기한 것은 오래전의 일이다. 언제부터인가 미니멀 라이프라는 말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것은 불필요한 물건이나 일을 줄이고 생활에 꼭 필요한 것만으로 살아가자는 생활방식인데, 사실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 욕심때문에 쌓아두고 살아가는 것이다. 법정스님의 말씀을 또다시 떠올린다.

 

문득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에게 자본주의라는 말은 그다지 오랜 역사를 갖고 있지 않다. 산업혁명으로 인해 태어난 말이기 때문이다. 이익추구를 목적으로 하다보니 결국에는 물질주의, 금전만능주의라는 걸 불러왔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모든 것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모든 것이 넘쳐나다보니 이윤을 추구하기 위한 기업은 소비자들을 부추겼다. 남들이 가져가기전에 네가 먼저 가져가라고. 하나를 사면 하나를 더 주겠다고. 그래서 사람들은 집안 구석구석 물건을 쌓기 시작했다. 집이 비좁다고 아무리 큰집으로 옮겨가도 쟁여놓기 시작한 물건들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마치 더 큰 물건을 들여놓기 위해 더 큰 집으로 옮긴 것처럼. 너무나 편한 세상, 너무도 흔한 세상에서 살다보니 소중한 것들을 잊게 되었다. 아니 무엇이 소중한지조차 알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사람들은 또다른 꿈을 꾸기 시작했다. 이렇게 물건을 쌓아놓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우리는 지금 최첨단의 시대에 살고 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변화는 '돌이킬 수도 없고 멈출 수도 없는 것'이라는 말까지 있다. 하지만 묻고 싶다. 정말 그럴까? 실제적으로도 우리 삶의 모든 것은 디지털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디지털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단순하다. 컴퓨터의 등장부터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는 너무 깊숙한 곳까지 관여하는 디지털의 영향력에 저항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는 말한다. 아날로그식 감성이 그립다고. 거짓으로 포장되어진 것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싶어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런 틈새를 파고 들었다. 돈없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공유나 대여, 혹은 증여와 같은 제도가 찾아보면 많다고. 봉사를 하거나 공공시설물을 이용하거나 서로 도와가며 살아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것중에는 아직 우리에게 문명이라는 것이 찾아오기 전의 생활방식도 들어있어서 새삼스러웠다. 산업혁명이 있기전의 우리는 정말로 서로 도와가며 살았다. 지금은 역사책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향약이나 두레, 품앗이와 같은 것들이 서로 도와가며 살아가는 삶의 형태다. 지금보다 조금만 불편하게 살아도, 지금보다 조금만 부족하게 살아도 일상생활에 큰 지장은 없다. 돈에 의존하지 않는 행복을 찾아서, 라는 말이 책표지에 보인다. 굳이 이런저런 방법을 찾아헤매지 않아도 내 삶에서 조금만 덜어내면 된다. 조금만 불편하게 살면 된다. 꼭 필요한 것만 가지고 산다는 게 생각해보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닌 것이다. /아이비생각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의 형태를 자유주의, 민주주의, 사회주의, 자본주의, 공산주의와 같은 말로 부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사람이 살아가기에 좋은 사회의 형태는 어떤 것일까? 우리나라는 헌법1조1항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말하는데 정말 그럴까? 뜬금없이 생각난 말인데 엄청나게 궁금해지고 말았다. 정말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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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역사
에밀리 프리들런드 지음, 송은주 옮김 / 아케이드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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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어른이 되면 내 맘대로 뭐든 다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면서. 다 너를 위해서 그러는거라고 말하는 어른들이 밉기도 했지만 어른이 되고나면 진짜로 뭐라도 될 수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때는 몰랐다. 나를 보호해주는 틀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그때가 가장 좋은 때라고 말하는 어른들의 말을 이제 어른이 된 내가 이해하게 되고, 나 역시 그런 말을 하고 있는 걸 보면 공연스레 웃음이 나기도 한다. 하지만 어른이 되었다고 모든 것이 내가 생각했던대로 풀리는 건 아니었다. 어른이 되고나면 모든 걸 이해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었던 나의 철없음을 인정해야만 했고, 어른이 되고나니 세상일에 대처하는 나의 자세에 대해서도 여러번 뒤돌아보아야만 했다. 이 책은 아마도 그런 관점에서 바라본 듯 하다. 성장소설이라고 하기엔 너무 어둡고 칙칙하다. 열네살의 소녀 린다가 삶의 정체성을 알아가기 위해, 혹은 성에 대한 자신의 의식에 당혹해하면서 나이가 들어가지만 그렇다고해서 린다에게 어떤 확실한 변화가 찾아오는 건 아니다. 열다섯살이 되고, 열여덟살이 되어도 린다는 여전히 변하지 않는 자신의 삶속에서 살고 있다.

 

모두가 떠난 히피공동체에서 마지막까지 남아 살고 있는 린다의 부모. 그 부모에게 따뜻한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한채 자라는 린다. 책을 읽으면서 말로만 들어왔던 히피문화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아무래도 그래야만 할 것 같아서. 1960년대 지지부진한 베트남 전쟁의 상태와 불안한 사회의 영향으로 희망을 잃은 젊은이들이 기존 사회의 질서를 부정하고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며 인간성을 중시하고 물질문명을 부정했던 운동이 '히피'라고 한다. 그들은 원주민인 인디언의 생활방식을 모방하여 자유분방한 의상과 헤어스타일, 떠돌아다니는 공동생활과 같은 상징적인 모습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히피문화는 그리 오래 가지 못한 듯 하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린다의 부모 역시 정체성의 혼란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탓에 린다 역시 학교에서 외톨이로 지내며 혼자서 숲속을 방황하기도 한다. 그러던 중 레오와 패트라가 네살인 아들 폴과 함께 이웃으로 이사를 오게 되고 린다는 폴의 베이비시터가 되어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의 모습으로 린다에게 다가온 패트라와 폴의 모습은 린다에게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기도만으로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선전하는 종교(크리스천 사이언스라는 종교를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에 빠진 레오에 의해 아무런 보호조치없이 병을 앓던 폴이 죽게 된다. 타인에게 보여지는 모습과 실제의 삶이 너무나도 달랐던 것. 그리고 세상이 사람들에게 들이대는 잣대가 너무도 불합리하다는 걸 그녀는 알게 된다. 그들이 떠나고 다시 외로워지긴 했지만 이제 성인이 된 린다는 그 숲속을 떠나 도시에서의 삶을 살고 있다.

 

믿고 싶지 않겠지만 우리의 뇌는 믿고 싶은 것만 믿고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한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모든 것들은 어느정도의 오류를 보인다는 말이다. 자기자신을 지키고 싶은 보호본능이 앞서기 때문일까? 결국 한통의 전화를 받은 린다는 다시 자신이 자란 미네소타 북부 숲속의 오두막으로 되돌아가기로 한다. 여전히 자신의 기억속에 남아있던 풀리지 않는 숙제때문에. 친구 릴리와 그리어슨 선생님은 정말 어떤 관계였을까? 레오와 패트라가 정말로 폴을 죽인 것일까? 엄마는 나를 낳은 엄마였을까? 솔직히 어떤 기법으로 쓰여진 소설인지 잘 모르겠다. 성장소설인지 추리소설인지. 책의 제목으로 쓰인 <늑대의 역사>는 또 어떤 의미인지. 다섯그루의 나무가 서로에게 가지를 뻗어 늑대의 형상을 만들어내고 있는 책표지의 그림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어떤 말이라도 걸어오지 않을까 싶어서. 책을 읽고 있는 동안 어딘가에 갇힌 것처럼 답답한 느낌을 너무 강하게 전해받았다. 전체적으로 산만한 분위기때문인지 몰입하기도 쉽지 않았다. 성인이 되었지만 린다의 삶은 여전히 추운 겨울이다. 그녀에게 봄이 오기는 올까? 어찌된 일인지 마지막에 보이는 옮긴이의 말이 작은 위로가 된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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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말 좀 들어줘
앰버 스미스 지음, 이연지 옮김 / 다독임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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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하고 매스미디어에서 성추행이나 성폭행 관련 기사들이 뜬다. 그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분노와 안타까움이 함께 솟구친다. 많은 것이 이토록이나 풍요롭게 넘쳐나는 세상에서 어쩌자고 인간성만큼은 자꾸 메말라가는 것인지. 무엇이 그들에게 그토록이나 깊은 어둠속을 헤매이게 하고 있는지. 그러나 무엇보다도 피해자의 상처가 가장 크게 다가온다. 그녀들이 겪어내야 할 모든 상처들은 또 어떻게 치료할까 싶어서. 우리가 흔히 외상후스트레스장애라고 일컫는 트라우마는 그 순간부터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그녀들을 견딜 수 없는 고통속에서 몸부림치게 할 것이다. 지울 수 없는, 지워지지 않을 상처와 힘겨운 싸움을 해야만 할 것이다. 단지 여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평생을 고통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건 분명 억울한 일이다. 세상사가 아무리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라해도.

 

이 책은 그 상처에 관한 이야기다. 그 상처로 인해 한사람의 삶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그 상처를 견뎌내지 못하고 스스로 삶을 마감하기도 한다. 그만큼 견뎌낼 수 있는 아픔이 아니라는 말일 것이다. 더구나 어린 시절에 그런 일을 겪는다는 건 더욱 더 말 할 필요도 없다. 그날 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이든도 보통의 십대소녀였을 뿐이다. 믿을 수 없었던, 아니 믿고 싶지 않았던 그 일은 차마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아무말도 하지마. 누구도 너의 말을 믿어주지 않을거야, 라고 말하던 캐빈오빠는 가족과도 같은 사람이었는데...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하루 이틀 시간은 지나가고 미친 듯한 증오심에 자신을 학대하기 시작하는 이든의 모습이 책을 읽는내내 가슴을 아프게 했다. 자기자신을 사랑하기를 멈췄으며 자신을 향한 사랑조차 받아들일 수 없게 되어버렸다. 아무것도 알지 못하면서 자신을 비난하는 주변의 시선들조차 이든에게는 싸워야만 할 또하나의 세계였을 뿐이다. 누구도 변해가는 이든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다. 이든이 너무도 일찍 깨닫게 되어버린 세상의 부조리함은 정말 씁쓸했다. 그러면서도 간절하게 빌고 있었다. 제발 힘을 내라고. 너무 쉽게 포기하지는 말라고. 결국 그 짐승같았던 캐빈이 똑같은 일로 경찰의 수사를 받게 되고 이든의 상처는 밖으로 드러나게 된다.

 

책표지의 뒷면에 쓰인 글들이 이 책의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사랑, 관계, 삶에 있어 트라우마가 남기는 영향을 사실적으로 꿰뚫어 보았다. 성폭력의 후유증에 대해 정밀하고 섬세하게 그려냈다. 이 작품은 한 영웅이 뒤틀린 서커스 거울을 통과하는 여정이자 희생자가 아닌 생존자가 되어가는 도전기이다... 말 그대로 섬세한 표현들이 바늘처럼 책장을 넘기는 나의 손끝을 콕콕 찔러댔다. 그리고 나중에야 느끼게 되었다. 희생자가 아닌 생존자가 되어가기 위한 이든의 힘겨운 싸움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말이 아닐까 싶다. <누가 내 말 좀 들어줘>는 그냥 훌륭한 작품이 아니다. 중요한 작품이다... 육체적으로, 심리적으로 고통스러웠던 이든의 상태를 가감없이 표현해 준 작가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어진다. 있는 그대로를 바라볼 줄 아는 시선이 우리에겐 필요한 까닭이다. /아이비생각

 

저자에 관한 짧은 소개글이 책날개에 보인다. 앰버는 성폭력에 대한 의식을 높이고, 더불어 성 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하는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앰버는 자신의 책이 이러한 문제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작은 불씨가 되길, 변화의 씨앗이 되길 희망하며 오늘도 글을 쓴다... 저자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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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하는 인간의 탄생 - 세기전환기 독일 문학에서 발견한 에로틱의 미학
홍진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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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주제에 따라 무협, 판타지, 추리, SF, 로맨스 등으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시대에 따라 분류되기도 한다.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사람들이 각각 선호하는 장르가 있기 마련인데 그중에서도 특정 장르에 갇히지 않고 현실적인 삶을 바탕으로 그려지는 작품에 자꾸 시선을 빼앗기게 된다. 왜냐하면 그 소설속에서 잠시 사람들의 삶과 사회의 현실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 시대의 모순과 갈등을 한편의 작품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는 것에 탄복하게 된다. 이 책은 독일문학을 전공하는 학생들과 연구자들을 위해 쓰여졌지만 독일의 문화와 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까지 배려한 책이라고 한다. 크게 3부로 나누어 시대에 따라 변해가는 문학의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당시의 사회적인 변화에 맞게 변해가는 문학이나 예술의 형태가 흥미롭게 다가온다.

 

독일은 주변의 강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산업혁명이 늦게 시작되었다. 가내수공업에서 공장의 기계공업으로 생산의 체계가 바뀐 것은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으로도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1830년대부터 방직업에서 시작된 독일의 산업화는 1850년대 석탄이나 철강, 철도로 발전하면서 자본주의 사회의 기반을 마련했으며 1871년 통일 이후에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산업혁명은 공업도시 주변의 근로자와 빈민계층의 교육과 환경문제를 불러왔다. 현실주의자였던 비스마르크에 의해 노동자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었다. 의료보험(1883), 산업재해보험(1884)이 이때 만들어져 사회보장제도의 시작을 알렸다. 놀라운 것은 이것이 세계최초의 사회보장제도였다는 것이다.

 

산업혁명과 기술의 발전은 사람들의 일상 생활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종교와 철학에서 진리를 찾던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자연과학의 영역으로 많은 것을 들여다보게 된 것이다.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명제에서 사실에서 출발하여 자연과학의 방법론을 적용하는 실증주의가 출현했다. 흥미롭게 다가왔던 것은 인간이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보았다는 기독교적인 세계관이었다. 그러니 19세기에 등장한 다윈의 진화론이나 멘델의 유전학은 전통적인 관습에 얽매여 있던 보수적인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었을 것이다. 때문에 거센 반발과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진화론은 당시의 문학작품에도 영향을 미쳤다. 기독교적인 윤리에서 언제나 통제되어야만 했던 성과 성에 대한 욕망이 인간의 본질을 드러내는 자연적 특성으로 묘사되었다. 책에서 '노벨레(Novelle)'라는 말이 많이 보이는데 찾아보니 그 말은 '새로운', 또는 '새로운 사건, 색다른 일'을 뜻하는 것이었다. 독서의 중심이 귀족에서 시민계층으로 이동하면서 출판산업이 크게 성장했다. 산업화와 자본주의화가 진행되면서 문학작품의 대량판매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러나 출판시장이 상업화와 통속화라는 틀에 갇혀버린 탓에 작가들에게는 안정적인 수입을 가져다주지 못했다. 결국 젊은 작가들은 생존의 위협앞에서 예술적, 문학적 신념은 버려야했지만 다윈의 진화론이 불러온 변화에 맞춰 새로운 관념으로 격변하는 사회와 문화를 문학적으로 표현했다. 이들은 평범하거나 전형적인 등장인물을 통해 사회적 모순과 갈등을 드러냈다. 겉으로는 조화롭게 보이지만 자본가들에게 종속되어있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이라거나 도덕적으로 타락해있던 사람들의 모습을 묘사했다. 현실속에서 진실이 얼마나 철저하게 은폐되고 있는지. 허울좋은 거짓이 어떻게 현실을 지배하고 있는지. 극단적이거나 추한 것들에게서 진리를 찾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자연주의의 탈선이었다고 여기며 새로운 이상주의가 제시된다. 인지되는 모든 것을 섬세하게 묘사했던 것들이 인물 내면의 심리를 묘사하기 위해 사용되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기 시작한 것이다. 세기전환기에 접어들어 문학의 중심이 객관성에서 주관성으로 이동한 것이다. 또한 세기전환기에의 문학작품을 통해 성과 문명의 대립을 볼 수가 있는데 문명화된 삶을 살수록 인위적인 규칙과 질서에 의해 인간의 성이 설자리를 잃는다고 보았던 그들이 성과 문명을 삶과 죽음의 대립구도로 발전시킨 것이다.

 

우리문학의 형태를 살펴봐도 시대에 따라 변화되었다는 걸 볼 수 있다. 정치나 사회제도의 개혁, 새로운 교육관, 여성의 자유와 평등과 같이 시대적으로 변하는 상황에 맞추기도 하고 대중성이나 시장성을 지향하기도 한다. 교훈을 주기 위한 계몽소설이 성행하는가 하면 낭만적인 연애소설이 성행하기도 한다. 식민지시대와 같은 사회의 사실적인 문제를 다루기도 하고, 그에 따라 변하는 사람들의 환경에 대해 말하기도 한다. 사회주의와 같은 목적의식을 담은 작품이 다루어지기도 했고, 사실주의의 영향을 받아 환경에 의해 변해가는 인간의 좌절과 타락을 그리기도 했다. 이처럼 문학의 형태는 사회와 문화의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가볍게 읽히지 않았지만 이 책을 통해 어렴풋하게나마 그런 흐름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독일이 문학과 예술이 발달한 나라임에는 분명해보인다. 세계의 음악사에 등장하는 바흐나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등도 독일을 빛낸 인물이며 괴테나 그림형제도, 칸트나 헤겔도 독일을 대표하는 인물들이다. 매년 10월에 프랑크푸르트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도서전이 열리고 있는 것만 봐도 독일의 출판시장이 얼마나 발달했는지를 미루어 짐작하게 된다. /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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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읽는다 한눈에 꿰뚫는 세계지도 상식도감 지도로 읽는다
롬 인터내셔널 지음, 정미영 옮김 / 이다미디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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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기상학자 알프레드 베게너에 의해 지구의 '판게아 이론'이 대두되었다. 하나의 대륙이었던 지구는 바다위에 떠 있는 수십장의 판위에 있고 그 판들은 끊임없이 움직인다고. 판이 이동되는 과정에서 대륙은 떨어졌다 다시 붙기를 거듭했다. 떨어져 나간 덩어리들은 섬이 되었다. 세계지도를 한번이라도 찬찬히 훓어보았다면 커다란 대륙과 그 주변의 떨어져나간 부분들이 딱 맞아 떨어진다는 걸 알 수 있다고 한다. 마치 퍼즐처럼. 하지만 '판게아의 이론'과 상관없이 지구온난화로 인하여 아프리카 대륙이 섬으로 잘려 나갈 수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이상기후가 불러올 재앙은 불보듯 뻔하다. 그 와중에 세계의 박물관이라는 터키의 날씨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터키의 수도 앙카라는 겨울에 영하 25도를 기록하기도 하고, 여름에 최고 37.8도까지 올라간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공기가 건조해서 한국의 여름보다 훨씬 쾌적하다고 하니 인류의 역사를 쓴 것이 예사롭지만은 않아 보인다.

 

아랄해는 세계에서 4번째로 큰 호수였지만 구소련의 수자원개발로 크기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의 경고로 공사는 중지되었지만 현재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아랄해의 모습은 안타깝다. 호수의 물은 돌아오지 않았고 사막화되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카스피해를 둘러싼 주변국들은 여전히 호수냐, 바다냐를 놓고 싸우고 있다. 무엇으로 규정하느냐에 따라 각 국가가 가질 수 있는 자원의 양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무분별한 자원개발로 인해 겪고 있는 힘겨운 현실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열대우림이 사라진 지구는 어떻게 될까? 전 세계의 열대우림은 생각보다 넓지 않다. 열대우림이 사라지면 비가 오지 않는다. 비가 오지 않으면 인류의 먹거리는 비상사태다. 昨今의 지구가 겪는 이상기후만 봐도 그 현상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알 수 있다. 결국 지구온난화의 가속화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러나 인류의 문명은 갈수록 자연의 파괴만을 원한다. 이 지구안에서 겨우 개미만도 못한 존재이면서.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는 어디일까? 모두 알다시피 바티칸 시국이다. 그 크기가 독도의 2배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그에 못지않게 자세히 보아야 보이는 나라들도 꽤나 많다. 룩셈부르크대공국, 리히켄슈타인공국, 모나코공국, 안도라공국도 그들 중의 하나다. 그런데 뒤에 공국이라는 말은 뭘까? 그것은 봉건주의 시대의 흔적으로 왕을 위해 일하던 귀족들에게 작위와 영토가 주어졌던 때문이다. 그 영토가 그대로 하나의 국가로 독립하면서 생긴 이름이다. 그런데 그 중에서 안도라공국은 프랑스와 스페인, 두 나라에 세금을 냈다고 한다. 지금은 주권국가로 인정을 받아 세금을 내지 않지만 그 세금의 단위가 재미있다. 프랑스 대통령에게는 현금으로, 스페인의 우르텔 주교에게는 현금과 햄6개, 치즈6개, 닭12마리를. 도대체 현금은 얼마를 냈었을까? 슬며시 궁금해진다.

 

세계 각국에서 관광객이 몰려온다는 이탈리아의 로마는 교통이 편할까? 당연히 교통이 편리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틀렸다. 왜냐고? 로마는 20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도시이기 때문이다. 땅을 파기만하면 유적이 발굴되기 때문에 도무지 공사가 진척되지 않는다. 문화재 보호냐, 교통체증 해소냐 하는 문제가 발생되고 어떻게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그래서인지 로마의 지하철 노선도는 상당히 간결하다. 이 부분에서 한국의 문화재 보호와 교통상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위로는 고가도로가 지나가고, 아래로는 지하철이 달리는 한국의 모습은 세계의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그림이라고 한다. 실제로 지하철의 진동으로 인한 흥인지문의 균열은 이미 오래전부터 심각성을 경고했지만 여전히 지하철은 잘 달리고 있다. 그것도 부족해서 더 추가해 환승역이 되어버린 현실은 아무리 먹고 살기에 바빠서 그랬다고는 하나 우리의 無知와 외면 탓이었기에 가슴이 아프다.

 

알쓸신잡이라는 TV프로그램이 있었다. '알아두면 쓸데없는 잡학사전'이라는 제목만큼이나 무엇인가를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의 차이를 명확하게 지적해주었다. 이 책이 딱 그런 재미가 있다. 이 세상에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문화도 다양하다. 그들이 살고 있는 땅과 그들이 품고 있는 역사도 모두 다르다. 살면서 굳이 깊이 알지 않아도 좋을 그런 것들이 있다. 그런 것들을 속시원하게 알려주고 있는 책이다. 크게 6장으로 나누어 100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중에서도 3장의 재미있는 땅, 이상한 기후와 4장의 세계 각국의 깜짝 속사정, 5장 지역분쟁의 불씨, 영토와 민족은 흥미로웠다.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왔거나 나올 법한 이야기들도 많다. 방콕은 세계에서 가장 긴 도시명이다, 인도에는 800개의 언어가 있다, 그 동네 사람도 못 외운다는 세계에서 가장 긴 역의 이름은 무려 58자나 된다, 다윈의 진화론은 갈라파고스섬의 코끼리거북때문이었다...등. 이게 모두 정말이냐고? 궁금하다면 읽어보라. 이것말고도 재미와 흥미를 불러오는 이야기가 아주 많이 들어있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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