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잇다 : 전쟁, 무기, 전략 안내서 - 국제 정세부터 무기 체계, 전술까지 최신 군사 기술 트렌드의 모든 것
최현호 지음 / 타인의사유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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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라는 걸 실제로 겪어보지 못한 이들이 전쟁에 대해 말 할 수 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이 첨단의 시대에 우리는 지금 전쟁을 목격하고 있다. 그러나 역시 실제로 겪는 사람들의 고통을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을 보면서 전쟁의 목적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전쟁의 목적은 영토확장이라 한다. 영토가 많으면 유리한 점이 많은 까닭일 것이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끝날거라던 현대의 전쟁이 벌써 1년 7개월이 지났다. 번번이 전문가들의 예상을 빗겨갔다고 언론에서 떠들어대지만 현대인들의 착각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전쟁은 보병이 많은 쪽이 유리하다던 어느 택시 기사님의 말이 생각난다. 어디에서건 전쟁이 나면 최첨단 무기가 등장할 것처럼 목소리를 높이더니 결국 옛날처럼 전차가 등장했다. 하지만 언론이 보여주는 민간인들의 피해는 참혹했다. 이 전쟁은 언제쯤에나 끝날 수 있을까? 장기전이 될 확률이 높다고 한다. 강대국들의 잇속 챙기기가 계속될테니 말이다. 거미줄처럼 서로 엮여있는 까닭에 힘있는 자는 힘을 잃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전시상황이 소모전으로 변화하면서 종전 시기를 예상할 수 없다는 말도 들려온다. 궁금했다. 도대체 전쟁에 쓰여지는 것들, 무기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무기는 방대하다. 땅과 바다와 하늘을 지켜준다는 무기들이 모두 등장했다. 극초음속이나 레이저 무기까지 등장한다. 전쟁의 판도를 바꿀 만한 무기로 주목받고 있는 것들을 소개한 ‘3부 게임 체인저’와 각종 매체에 자주 등장하는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소개한 ‘4부 현대전과 미래전을 이해하기 위해 알아두면 좋은 용어’ 부분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첫째로 전쟁을 통하지 않은 안보 이익 달성 수단인 회색 지대 전략. 중국이 띄워올린 고고도 정찰 풍선을 미국의 본토를 노린 회색 지대 전략의 예로 들고 있다. 둘째로 군사적, 비군사적 수단의 혼합인 하이브리드 전쟁. 사회의 혼란을 노리는 가짜 뉴스가 거기에 포함된다. 그 외에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심리 공격이라는 인지전과 다영역 작전, 모자이크전도 있다. 전략과 전술이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한번 각인시켜 주기도 한다. 미중의 패권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가는 이미 언론을 통해 많이 들었다.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역시 힘이 있어야 한다. 군사력이 그 힘을 결정하는 것중에서 가장 강력하다고 말하는 것은 일단 군사력이 강한 국가는 안전을 보장받는 까닭이다. 그것뿐일까? 군사력이 강하면 경제적으로도 많은 권력을 쥘 수 있을 것이다. 환경과 자원조차도 군사력앞에서는 이길 수 없다고 한다. 저자는 군사 칼럼니스트로 일반인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해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유튜브를 통해 확인되지 않은 채 떠돌아다니는 수많은 정보를 떠올린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을 통해 우리의 방산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건 사실이다. 그만큼 무기라는 말 자체가 우리에게 성큼 다가왔다는 말도 될 것이다. 현대전을 치르고 있는 이 시대에 필요한 정보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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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도성으로 떠나는 힐링여행 - 제10회 브런치북 특별상 수상작 인문여행 시리즈 18
곽한솔 지음, 임진우 그림 / 인문산책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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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에 미쳐 틈만 나면 지방으로 떠돌아 다닐 때가 있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우리의 문화유산을 사랑하는 마음은 같지만 이제는 전처럼 직접 마주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 개인적인 사정이지만. 그런 까닭으로 늘 아쉬웠다. 어쩌면 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이 책에 눈길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한양도성을 돌아본 것은 정말 오래전의 일이다. 그 때는 한양도성이 아니라 서울성곽이라고 불렸었다. 서울성곽을 돌아보고 나니 수원화성이 궁금해졌고, 수원화성을 돌아보고 나니 남한산성이 궁금해졌고, 남한산성을 돌아보고 나니 이성산성이 또 궁금해졌고.... 늘 이런 식이었다. 한양도성의 인왕산 구간은 지금까지도 뚜렷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각 도의 백성들이 도성 축조에 참여했다는 성곽. 여름과 겨울 농한기에 축조되었다는 성곽. 아마도 많은 사람이 가장 많이 찾는 구간은 백악구간과 낙산구간이 아닐까 싶다. 한양도성은 현존하는 전 세계의 도성 중 가장 오랫동안(1396~1910, 514년) 도성 기능을 수행했던 유산이다. 저자의 말대로 그냥 걷기보다는 한양도성에 대한 배경지식을 알고 간다면 훨씬 더 의미있는 발걸음이 될 것이다. 대중교통으로 편하게 한양도성으로 오를 수 있다는 것 또한 하나의 장점이 될 터다. 게다가 각각의 나들목에 친절한 박물관들이 자리하고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이 책에서 좋았던 점은 단순히 한양도성 갈만을 걷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양도성 성벽길을 따라 걸으며 그 주변의 마을들을 함께 돌아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북정마을, 장수마을, 이화마을... 성북동 비둘기라는 詩의 전문을 모두 읽었던 적이 있었나? -- 중략 --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 /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산업화에 쫓겨 어디론가 떠나간 다양한 삶들을 우리는 기억한다. 그러나 아직도 그 때의 기억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마을들이 존재한다. 도성 밖 사람들의 삶은 그때나 지금이나 참 퍽퍽하다. 이 책에는 많은 사진이 실려있다. 그 사진을 통해 새삼스럽게 다시 걷게 되었던 한양도성의 구간들. 저자를 따라 걷던 발걸음이 즐거웠다. 한양도성을 조금씩이나마 복원을 하고 있다는 건 고무적인 일이다. 한양도성을 따라 걷는 길은 힐링이 분명하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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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를 모른다
로지 월쉬 지음, 신혜연 옮김 / 문학사상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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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과 싸우면서도 엠마는 해냈다. 아이를 지켜낸 것이다. 불임과 싸우면서 암에 걸린 여성이 아이를 지켜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녀의 결혼 생활은 행복했다. 의심할 필요도 없는 남편의 사랑은 그녀를 살아 숨쉬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그녀는 해양생태학자이면서 유명 방송인이기도 하다. 아무것도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그녀에게는 사랑하는 남편에게조차 말하지 못한 비밀이 있다. 엄청난 비밀이.

신문사 부고기자인 레오. 한없이 사랑스러운 딸과 누구에게나 사랑을 받는 아내와 산다는 걸 기쁘게 생각하는 남자다. 가끔은 질투하기도 하면서. 그는 아내의 부고 기사를 자신이 직접 써두기로 한다. 부고 기사는 고인과 가장 가까웠던 사람, 고인을 잘 아는 사람이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까닭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너무나 많은 고통의 시간을 겪어야 했다. 기사를 쓰기 위해 아내의 과거를 조사하면서 이해할 수 없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아내가 자신에게 거짓말을 했을거라고 믿고 싶지 않았다.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그러나 의심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이어진다. 하나씩 드러나는 단서. 결국 아내의 과거 행적을 찾아나서는 레오. 그는 어떤 진실과 마주하게 될까?

엠마는 레오가 자신의 과거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알았다. 이제는 말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가 이해해줄까? 게다가 그녀의 주위를 맴도는 스토커의 존재는 너무나도 커다란 공포와 불안을 불러왔다. 방송을 하면서 종종 있었던 일이었지만 이번에는 느낌이 좀 달랐다. 감추고 싶은 과거때문에 편집증을 보이게 된 엠마의 습관은 오히려 남편에게 하나씩 진실을 꺼내 보이고 있다. 남편에게 모든 것을 말해야겠다고 결심한 순간 그녀는 어디론가 사라진다. 왜? 말하기로 해놓고 어디로 간거야? 레오는 절규한다. 그가 마주한 아내의 엄청난 진실. 내 딸의 아버지가 따로 있다고? 레오는 사라진 아내를 찾기 시작한다. 찾아야 한다고, 그래서 그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야겠다고. 엠마는 도대체 누구인가?

대도시 런던과 잉글랜드 최북단의 한적한 바닷가를 소설의 배경으로 그리고 있다. 소설속에 등장하는 바닷가는 조수간만의 차를 보인다. 알고 있듯이 물이 들어올 때와 나갈 때의 바다는 서로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곳에 있는 작은 생물들조차 변화하는 삶을 살아내야만 한다. 우연히 비밀을 알게 된 사람과 그 비밀을 지키고 싶어하는 사람의 심리를 밀물과 썰물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물이 들어왔을 때 감춰져 있던 것들이 물이 빠졌다고 다 보여질까? 이야기의 전개가 상당히 촘촘하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짜임새지만 그 현재와 과거가 묘하게 잘 어우러지고 있다. 과거는 현재가 되고 현재가 과거가 되는 희안한 느낌을 경험하게 한다. 이채로운 경험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어렵지 않게 다가온다. 약간의 공포감이나 흥미로운 점은 있지만 스릴러라는 느낌보다는 추리나 심리에 더 가까운 듯 하다. 세세한 심리묘사가 압권이다. 섣불리 짐작하지 말 것. 작가의 거미줄에 걸리지 않기를 바란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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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 컨스피러시 옥성호의 빅퀘스천
옥성호 지음 / 파람북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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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성호의 빅퀘스천? 이 책이 시리즈라 한다. 종교서일까? 하지만 책의 제목이 단순히 종교를 다루고 있지 않다는 걸 암시한다. 컨스피러시conspiracy... 음모, 모의. 유다 음모론? 예수를 배반했다는 그 유다?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아마 대부분의 사람은 유다의 이름을 알고 있을 것이다. 예수의 12제자중 한사람으로 은화 30닙을 받고 제사장들에게 예수를 팔았다는 그 이름. 최후의 만찬에도 나오는 사람. 예수가 직접 그를 지목하여 네가 날 배신할거라고 말했다는 사람. 그리하여 예수에게 다가가 입을 맞춤으로써 병사들에게 예수의 존재를 알려 주었다는 사람. 그 유다에 대한 이야기를 마가복음, 마태복음, 누가복음, 요한복음에 써있는 것을 예로 들어가며 유다가 왜 악마로 혹은 사탄으로 혹은 죄인 취급을 받아야 했는가에 대해 일갈하고 있다. 마가가 그린 유다가 오리무중이라면, 마태가 그린 유다는 돈벌레다. 그리고 누가는 반쯤 희생된 인물로 그렸다. 요한은 결코 유다를 희생자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에게 중요한 건 예수의 신성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다라는 인물 자체를 삭제하지 않는 한, 희생자가 되는 유다를 막는 건 불가능했다. 결국 유다는 요한에 의해서 완저한 흐생자가 되었다. 그는 기독교의 희생자가 되었다. 중세의 암흑기에나 가능했을 비논리적인 악인 유다가 지금도 통한다는 건 비극이다.(-272쪽) 유다는 예수가 손수 뽑은 12 사도 중 한 사람이다. 예수를 배반하고 나중에는 그것을 후회하여 돈을 돌려준 후 자살을 했다고 한다.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일종의 학문 탐구처럼 성경을 읽어본 적이 있었다. 완독은 하지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성경을 제대로 완독한 사람이 세상에 존재할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일단 저자가 누구인지 궁금했다. 이런! 저자 옥성호는 크리스찬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녔다. 하지만 20대 후반쯤 '기독교는 코미디'라는 결론을 내리고 기독교에 대한 관심 자체를 끊었다고 한다. 하지만 불필요한 논쟁을 피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교회에 다니며 겉으로는 기독교인 행세를 했단다. 그랬다면 저자 옥성호는 착실하게 성경공부를 했을 것이고 그 성경에 의문점을 찍기 전까지는 독실한 신자였을 것이다. 옥성호의 빅퀘스천이라는 그의 작품들을 살펴보았다. <딱딱한 형식의 껍질 속에 불안한 속살을 감춘 갑각류 크리스천>, <기독교와 유대교, 왜곡의 역사를 다룬 신의 변명>, <부활, 역사인가 믿음인가>... 제목부터 벌써 흥미롭다. 그의 첫번째 책 <갑각류 크리스천>에서는 한국 기독교 전반에 깔려 있는 부조리한 문제점을 파헤치며 세상과 멀어지는 기독교가 아니라 세상을 품는 진정한 기독교로 거듭하는 길을 모색하며 기독교와 기독교인의 내면에 숨겨진 욕망과 위선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는 소개글이 보인다. 그리고 묻는다. 맹목적인 믿음만을 강요하는 종교와 종교인에게. 당신은 진짜로 하나님을 믿는가? 두번째 책 <신의 변명>에서는 성경의 문헌비평적 방식을 통해 어떻게 신약과 기독교 교리가 성립되었는지를 밝혀가며 메시아 예수가 신이 되는 과정을 파헤쳤다고 한다. 유대교의 진경인 히브리 성경이 왜곡되고 편집되는 과정... 이쯤에서 상당히 전율이 일었다. 아직 읽지도 않았는데. 한국 기독교에도 이런 시선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고? 말도 안되는 억측이지만 부활은 기독교의 핵심이다. 그게 가능한가? 어째서 기독교인들은 그런 말들에 대해 한번도 의심하지 않고 합리적으로 생각하지 않는가? 그것이 늘 궁금했었는데 과연 저자는 그 '부활'이라는 예민한 이념에 대해서도 칼을 들이댔다. 기독교는 역사일까? 그렇다면 너무나도 삐뚤어진 고약한 역사임에 분명하다. 기독교는 신화일까? 지금까지 읽어봤던 신화중에 이렇게 말도 안되는 신화는 단언컨대 없었다. 신화를 표절한 근본없는 떠돌이 이야기쯤으로 보인다면 억지일까? 그렇다면 기독교는 무엇일까? 참종교에 대한 물음이 커지고 있는 이 시대에 필요한 물음표가 아닌가 싶다. 십자가는 죄에 대한 벌을 받는 형벌 도구의 하나였다. 과연 예수는 무슨 죄를 지었는가? 그의 다른 작품을 보러 도서관에 가야겠다. /아이비생각

인류 역사에 발생한 가장 큰 비극이 뭘까? 예수를 역사로 만든 복음서의 등장이다. 더 큰 비극은 그 복음서를 정경으로 숭상하는 기독교 종파가 로마제국의 국교가 되어 무려 1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인류의 정신을 질식했다는 사실이다. 신화에 머물러야 할 예수 이야기가 역사 속에 자리 잡자, 정작 보존해야 할 인류의 역사와 전통은 이교와 이단이라는 이름으로 파괴되고 사라졌다. 신화에 머물러야 할 예수 이야기가 역사 속에 자리 잡자, 이성은 마비되고 진리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잔혹한 인간 사냥이 역사를 피로 물들였다. 유대민족을 향한 증오와 복수야말로 마비된 이성과 권력 집착이라는 기독교의 속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사례다.(-2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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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그림 우케쓰 이상한 시리즈
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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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여름에는 역시 추리소설이다. 순식간에 다 읽어버렸다. 이렇게까지 몰입도가 좋은 책을 만났다는 게 기분 좋았다. 추리소설의 별미는 책을 읽으며 함께 생각한다는 거다. 그런데 예상외의 결말에 살짝 당황했다. 생각했던 기존의 틀을 벗어난 이야기의 구조가 이채로웠다. 아주 단순한 그림, 그리고 아주 단순한 이야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흥미로운 뒷맛을 남긴다. 이 작품을 쓴 작가는 누구일까? 궁금해졌다. 찾아보니 작가의 이력이 눈에 띄지 않는다. 전작으로 <이상한 집>이 있다. 단 두 편의 소설로 일본 문학계의 스타로 떠올랐다고 한다. 어렵지 않게 술술 넘어가는 문체도 매력적이다. 그리고 일단 재미있다. 마치 초등학생이 그린 듯한 그림과 함께 펼쳐지는 네 편의 이야기는 마지막에 서로 하나가 되어 기가 막힌 결론에 도달한다. 이렇게 되면 그의 전작 <이상한 집>을 찾아봐야 한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림을 꿰어 맞추는 장면들이 하나의 영상처럼 표현되어져 있어 어쩌면 더 몰입하게 만드는 건지도 모르겠다. 보는 재미와 읽는 재미를 동시에 잡았다는 책의 소개글에 어느정도 공감하게 된다.

사랑하는 아내가 임신을 하면서 태어날 아기를 만날 수 있는 날까지 기대감을 안고 블로그를 시작한다는 남자. 그러나 행복은 오래 가지 못했다. 아이를 낳다가 아내는 죽고 아이는 살았다. 이야기는 남자가 블로그에 아내가 그려준 그림을 올리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아직은 세상에 나오지 않은 아이의 미래를 그렸다는 아내의 말이 이야기의 열쇠쯤일까? 아내가 죽고 몇 년이 흘러 남자는 아내가 남긴 그림들의 진실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고 블로그는 여기서 중단된다. 용서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고. 블로그에 올라온 그림의 진실을 밝히는 역할은 우연히 블로그를 발견하게 된 대학생 오컬트 동아리 회원이다. 그림의 진실을 파헤쳐가는 과정,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은 정말 섬뜩하다. 추리소설의 또다른 맛은 반전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하나의 반전만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 소설이 영화화된다면 호러물일까? 미스터리일까? 모든 이야기는 심리전이다.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서로 다툴때 이야기는 시작된다. 작품속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이 속고 속이거나 혹은 작가가 숨겨놓은 트릭을 발견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는 독자와의 심리전.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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