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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습관이 아이를 망친다
정경옥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아이가 있는 집의 부모라면 그것도 아이의 상태가 부모의 기대와는 약간씩 어긋난다고 생각하는 부모라면 한번쯤은 육아상식이나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혹은 아이와 어떤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가를 물으며 서점을 들러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런 쪽에 속하는 엄마가 분명하니 말이다. 아이가 어렸을 적에 맞벌이를 했던 까닭에 주변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나 들리는 이야기 하나하나마다 촉각을 곤두세웠던 경험이 있다. 지금 시절이야 나 어렸을 적의 세상과는 너무 다르고 또한 나 어렸을 적의 내 부모세계와는 판이하게 다르니 처음에는 육아라는 의미자체에 겁부터 먹었던 것 같다.
결혼이 늦은 관계로 인하여 당연스럽게 늦어진 아이를 보면서 남편과 함께 다른 건 몰라도 예의를 아는 사람으로 키워보자고 다짐하기도 했었다. 그렇게 하다보니 아이가 늦은 부모치고는 아이 중심이 아닌 부부 중심의 생활을 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그래서일수도 있겠지만 맞벌이를 하는 나에게 육아라는 짐은 상당히 큰 무게로 느껴졌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유아원이나 유치원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보자는 거였다. 아무래도 엄마인 나보다 더 많은 시간을 아이와 함께 하는 사람들이 말이다. 거기다가 너무 일찍 시작되어진 아이의 사회생활에 도우미로써 나선 사람들이니 믿고 달려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을 했었던 까닭이다. 아마도 나처럼 아이문제로 상담하기 위해 자주 들렀던 엄마는 드물 것이다. 오죽했으면 감사장까지 받았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에 대한 나의 불안감은 지울 수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엄마의 정을 받아 보지 않은 아들녀석은 커갈수록 말썽꾸러기가 되어갔고, 그에 따라 나의 힘겨움도 커져 갔으니 말이다. 솔직히 나는 자기계발서류의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한때는 거기에 푹빠져 지낸 적도 있었다. 이론과 정보만 가득해져가는 나의 모습이 싫었던 이유도 있겠지만 이론과 실제의 거리가 너무 멀다는 생각에 그만 접어야 했다. 모든 것은 내가 얼만큼 받아들이고 실천하느냐가 관건이겠지만 말이다.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로 온갖 좋은 말들은 다 모아 놓은 것 같이 보여진다.
사랑받는 아이가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행복한 가정에서 아이는 바르게 성장한다, 칭찬받는 아이가 크게 발전한다, 때로는 현명하게 야단쳐야 한다, 자신감을 가진 당당한 아이로 키워라, 관계 맺는 법은 일찍 배울수록 좋다, 건강한 식습관은 평생을 좌우한다, 아이의 눈을 열어 창의력을 길러주어라, 소질과 잠재력에 힘을 실어주어라, 독서하는 습관이 성공을 부른다, 즐겁게 공부해야 잘할 수 있다...등등등, 어느 것 하나 빠뜨려서는 안될 좋은 정보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솔직한 이야기로 이런것 모르는 엄마가 몇명이나 있을까? 아이를 저렇게 키우고 싶지 않은 부모도 있을까? 굳이 이렇게 책을 보지 않아도 이런류의 이야기라면 여기저기에서 주워듣는 말도 적지는 않을 것이다. 부모의 입장에서 필요한 것은 이렇게 제목만 이야기해주는 정보가 아니라 이럴 땐 이렇게 해 보자라거나, 이렇게 저렇게 해 보아도 안되는 경우라면 또다른 방법도 있다는 등의 실질적인 경험사례와 쉽게 받아들이며 실제 생활과 접목시킬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 이상하게도 저렇게 거창한 제목들만이 난무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다.
"야단을 안 쳐본 줄 아세요? 아무리 말해봤자 쇠귀에 경 읽기예요. 말귀를 못 알아듣는데 말해봤자 내 입만 아프지. 대체 뭐가 될지, 벌써 틀려먹었어요"
"처음보는 단어 아니지? 그런데 왜 틀린거야?"
"얘가 누구를 닮아서 이렇게 머리가 나쁜 거야. 절반도 못 풀었잖아. 왜 좀 더 노력하지 않는거니?"
"너는 어떻게 된 애가 구구단 하나도 제대로 못 외우니? 남들보다 잘하는 건 바라지도 않아. 그래도 남들만큼은 해야지. 학원비는 땅 파서 나오는 줄 알아? 바보 아니니?"
자, 이런 말 한마디쯤 안해본 부모가 있으면 자신있게 손들고 나와보시라... 모든 부모의 마음은 비슷할 것이다. 아이들의 마음처럼.. 이런 책을 읽다보면 선생님 앞에 불려나가 한시간 이상 야단맞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부모를 책망하는 듯한 책보다는 부모와 아이가 어떻게 하면 함께 공감하며 지낼 수 있는가 하는 방법에 목마르다. 요즘도 나는 아들녀석과 전쟁중이다. 이 전쟁은 사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전쟁일테지만 전쟁중인 당사자들은 힘에 겹다. 그래서 자꾸만 오아시스를 찾듯이 책을 찾아 헤매이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떻게 하면 서로에게 상처를 덜주는 전쟁을 할 수 있을까 하면서.. 세월이 가면, 시간이 가면 왠만한 것은 다 해결된다고들 말하지만 당사자들의 마음은 갈 길이 멀게만 느껴지니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 책은 아직 어린 아이를 둔 부모의 지침서같다. 유아기 시절에 해야할 부모의 역할에 대해 말해주고 있는 듯 보여진다.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들 말하는 그때에 나는 무엇을 했었는가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아이의 옆에는 부모가 있어주어야 한다는 것과 아이의 가장 좋은 선생님 역시 부모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 같다. 30초간 내뱉은 부모의 말 한마디가 아이의 30년 인생을 바꾸어 놓는다<75쪽>는 말한마디를 가슴 깊숙히 새겨 넣으며 책장을 덮었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