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습관이 아이를 망친다
정경옥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아이가 있는 집의 부모라면 그것도 아이의 상태가 부모의 기대와는 약간씩 어긋난다고 생각하는 부모라면 한번쯤은 육아상식이나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혹은 아이와 어떤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가를 물으며 서점을 들러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런 쪽에 속하는 엄마가 분명하니 말이다.  아이가 어렸을 적에 맞벌이를 했던 까닭에 주변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나 들리는 이야기 하나하나마다 촉각을 곤두세웠던 경험이 있다.  지금 시절이야 나 어렸을 적의 세상과는 너무 다르고 또한 나 어렸을 적의 내 부모세계와는 판이하게 다르니 처음에는 육아라는 의미자체에 겁부터 먹었던 것 같다.

결혼이 늦은 관계로 인하여 당연스럽게 늦어진 아이를 보면서 남편과 함께 다른 건 몰라도 예의를 아는 사람으로 키워보자고 다짐하기도 했었다. 그렇게 하다보니 아이가 늦은 부모치고는 아이 중심이 아닌 부부 중심의 생활을 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그래서일수도 있겠지만 맞벌이를 하는 나에게 육아라는 짐은 상당히 큰 무게로 느껴졌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유아원이나 유치원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보자는 거였다. 아무래도 엄마인 나보다 더 많은 시간을 아이와 함께 하는 사람들이 말이다. 거기다가 너무 일찍 시작되어진 아이의 사회생활에 도우미로써 나선 사람들이니 믿고 달려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을 했었던 까닭이다. 아마도 나처럼 아이문제로 상담하기 위해 자주 들렀던 엄마는 드물 것이다.  오죽했으면 감사장까지 받았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에 대한 나의 불안감은 지울 수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엄마의 정을 받아 보지 않은 아들녀석은 커갈수록 말썽꾸러기가 되어갔고, 그에 따라 나의 힘겨움도 커져 갔으니 말이다.  솔직히 나는 자기계발서류의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한때는 거기에 푹빠져 지낸 적도 있었다. 이론과 정보만 가득해져가는 나의 모습이 싫었던 이유도 있겠지만 이론과 실제의 거리가 너무 멀다는 생각에 그만 접어야 했다. 모든 것은 내가 얼만큼 받아들이고 실천하느냐가 관건이겠지만 말이다.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로 온갖 좋은 말들은 다 모아 놓은 것 같이 보여진다.
사랑받는 아이가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행복한 가정에서 아이는 바르게 성장한다, 칭찬받는 아이가 크게 발전한다,  때로는 현명하게 야단쳐야 한다,  자신감을 가진 당당한 아이로 키워라,  관계 맺는 법은 일찍 배울수록 좋다,  건강한 식습관은 평생을 좌우한다,  아이의 눈을 열어 창의력을 길러주어라,  소질과 잠재력에 힘을 실어주어라,  독서하는 습관이 성공을 부른다,  즐겁게 공부해야 잘할 수 있다...등등등, 어느 것 하나 빠뜨려서는 안될 좋은 정보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솔직한 이야기로 이런것 모르는 엄마가 몇명이나 있을까? 아이를 저렇게 키우고 싶지 않은 부모도 있을까?  굳이 이렇게 책을 보지 않아도 이런류의 이야기라면 여기저기에서 주워듣는 말도 적지는 않을 것이다. 부모의 입장에서 필요한 것은 이렇게 제목만 이야기해주는 정보가 아니라 이럴 땐 이렇게 해 보자라거나, 이렇게 저렇게 해 보아도 안되는 경우라면 또다른 방법도 있다는 등의 실질적인 경험사례와 쉽게 받아들이며 실제 생활과 접목시킬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 이상하게도 저렇게 거창한 제목들만이 난무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다.

"야단을 안 쳐본 줄 아세요? 아무리 말해봤자 쇠귀에 경 읽기예요. 말귀를 못 알아듣는데 말해봤자 내 입만 아프지. 대체 뭐가 될지, 벌써 틀려먹었어요"
"처음보는 단어 아니지? 그런데 왜 틀린거야?"
"얘가 누구를 닮아서 이렇게 머리가 나쁜 거야. 절반도 못 풀었잖아. 왜 좀 더 노력하지 않는거니?"
"너는 어떻게 된 애가 구구단 하나도 제대로 못 외우니? 남들보다 잘하는 건 바라지도 않아. 그래도 남들만큼은 해야지. 학원비는 땅 파서 나오는 줄 알아? 바보 아니니?"
자, 이런 말 한마디쯤 안해본 부모가 있으면 자신있게 손들고 나와보시라... 모든 부모의 마음은 비슷할 것이다. 아이들의 마음처럼.. 이런 책을 읽다보면 선생님 앞에 불려나가 한시간 이상 야단맞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부모를 책망하는 듯한 책보다는 부모와 아이가 어떻게 하면 함께 공감하며 지낼 수 있는가 하는 방법에 목마르다. 요즘도 나는 아들녀석과 전쟁중이다. 이 전쟁은 사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전쟁일테지만 전쟁중인 당사자들은 힘에 겹다. 그래서 자꾸만 오아시스를 찾듯이 책을 찾아 헤매이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떻게 하면 서로에게 상처를 덜주는 전쟁을 할 수 있을까 하면서.. 세월이 가면, 시간이 가면 왠만한 것은 다 해결된다고들 말하지만 당사자들의 마음은 갈 길이 멀게만 느껴지니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 책은 아직 어린 아이를 둔 부모의 지침서같다. 유아기 시절에 해야할 부모의 역할에 대해 말해주고 있는 듯 보여진다.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들 말하는 그때에 나는 무엇을 했었는가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아이의 옆에는 부모가 있어주어야 한다는 것과 아이의 가장 좋은 선생님 역시 부모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 같다. 30초간 내뱉은 부모의 말 한마디가 아이의 30년 인생을 바꾸어 놓는다<75쪽>는 말한마디를 가슴 깊숙히 새겨 넣으며 책장을 덮었다.   /아이비생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인트 1 - 그랜드 얼라인먼트의 아이들
박정호 지음 / 피스토스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그랜드 얼라인먼트(행성 직렬 현상)가 지구에 비춰지던 시각, 선과 악의 대결은 시작된다. 신이 예언했던 인간의 종말과 신을 이기기 위해 생명연장을 꿈꾸는 인간의 두뇌싸움.. 인간의 속성은 이미 태고적부터 두가지로 분류되어진다. 선과 악을 대결구도로 삼아서.. 하지만 이미 알고 있듯이 악이란 존재 역시 선으로부터 왔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그렇기 때문에 선이 있는 곳에 악도 분명히 존재한다. 신을 이기기 위해 인간의 종말을 재촉하는 악의 무리는 결국 적그리스도를 만들어내고...

사실 성서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나 종교적인 세부사항을 빌려왔던 책들은 수도 없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나의 눈길을 끌었던 것은 우리의 작가라는 점이었다. 그것도 젊은...
그가 그려내는 이야기구도는 어떤 형식일까? 그가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저 단순한 호기심이었다고 말해도 과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형편없는 기대감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이 책은 이미 첫장부터 나의 마음을 빼앗아가기 시작했다. 10년 이상의 구상을 거쳤다는 점 또한 나의 마음을 빼앗아가기에 충분한 조건이었다. 도대체 그 무엇이 그토록 오랜시간동안 한사람의 가슴속에서 살아 숨쉬었던 것일까?  그저 그렇게 흔하게 보여지던 성경이야기는 아닐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이 책속에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의 CIA, 유럽의 EU 등 세계적인 존재들이 거침없이 등장하고 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성경의 구절들을 빌려와 그것으로 모티브를 엮어가는 점 또한 시작부터 거친 숨을 쉬게 만들어 주고 있음이다. 도대체 신의 약점을 거머쥔 인간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겠는가 말이다. 책속의 세상은 참으로 방대하다. 과학과 종교의 싸움인듯 보여지면서도 이익을 위해서라면 그 무엇도 거칠 것 없어 보이는 강대국들의 정보싸움이라거나, 신도 아니고 인간도 아닌 불멸의 존재들을 앞세운 그야말로 무적의 최강팀을 거리낌없이 보여주기도 한다.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고 최첨단의 과학세상속에서 느닷없는 과거의 신화나 설화속으로 나를 데려가기도 한다.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책속의 캐릭터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생동감 있다. 가상의 인물들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을만큼 생생하게 살아 숨쉬고 있다.

우주의 빅쇼, 그랜드 얼라인먼트... 예수가 탄생할 때 존재했다던 그 큰 별은 사실 그랜드 얼라인먼트였습니다. 그 당시 사람들은 지금의 과학기술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에 그저 큰 별이 있었다고만 기록을 했었죠... 정말 기가막힌 상상이 아닌가? 성경의 구절을 통한 신에 대한 직접적인 표현을 보여주는 대목에서는 자칫 잘못하면 또 종교인들이 들고 일어나겠군,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중간중간 몇구절씩 인용되어지던 성경의 말씀들은 이 책의 무게와 깊이를 더하게 한다. 그랜드 얼라인먼트의 정기를 받아 태어나는 153명의 아이들. 사실 책을 읽으면서 알았다. 153이란 숫자의 의미에 대해서. 아주 작은 소재까지도 성경속의 일화에서 따왔다는 것이 참으로 재미있게 보여지기도 했다.

아니, 인류는 발전하지 않아. 복잡해지고 있을 뿐이지. 인류는 옛날에도 지금과 같았어. 단지 주변이 복잡해졌을 뿐이야. 인류가 진정 발전시켜야 할 것은 문명이 아니라 인간애의 회복이야. 인간애의 회복은 몇 개의 구호단체로 해소되는 게 아니야. 인류가 목숨을 걸고 매달려야만 가능하지...<266쪽> 차라리 과학을 신봉하는 인간의 말이었다면 아무렇지도 않았을 한마디였다. 그런데 신도 아니고 인간도 아닌 불멸의 존재, 신의 재림을 기다리며 2천년을 살아왔다던, 죽음을 꿈꾸는 자의 입을 빌어 나에게 다가왔던 그 말은 그저 최첨단이란 테두리안에서 살고 싶어하는, 어쩌면 그렇게 살아가는 것만이 최선의 길인것처럼 세뇌를 당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그야말로 혹시나 하는 의문부호를 남기게 해주었다.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대목이었다. 그 불멸의 존재는 또 이렇게 말한다. 지식이란 건 단지 남보다 먼저 아는 것일 뿐이라고...

문득 일전에 보았던 <아일랜드>라는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잠자리에서 일어나면서부터 몸 상태를 점검 받고, 먹는 음식과 인간관계까지 격리된 상태속에서 사는 그들모두의 희망은 지구에서 유일하게 오염되지 않은 희망의 땅 ‘아일랜드’에 추첨되어 뽑혀 가는 것이었다. 자신들을 지구 종말의 최후 생존자라 믿으면서. 하지만 그들은 알게 된다. 자신들이 단순히 복제되어진 인간이었을 뿐이라는 것을. 그리고 자신들을 만들게 한 주인의 상태에 따라 운명이 좌우되었던 것을. 끝도 없는 인간의 욕망,영원한 삶을 꿈꾸는 인간의 욕심, 아마도 종말이 온다면 인간의 그러한 욕심때문이 아닐까?

아이들을 살려내기 위해 체르노빌로 가는 중에 우리의 건국신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마늘과 쑥에 얽힌 이야기를 체르노빌이라는 지명을 빌어 역사적인 흐름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별 것 아닌 듯 보여지면서도 혹시? 하는 마음에 다시한번 읽어보게 된다. 단지 상상으로 만들어 낸 이야기라고 말하기에는 무언가 더 있을 것만 같은.... 그야말로 가공할 위력을 가진 무적의  특수부대가 나오는 대목은 긴장감을 더하게 한다. 그들의 국적은 한국이다. 미국의 조직보다도 더 치밀하고 더 강한 우리의 특수부대 요원들이 미국의 지배하에 놓여져 있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겠지만. 그래서 우리가 아닌 그들을 위한 목숨이라는 것과 그들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것 또한 우리의 현실 같아 보여서 아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무조건적인 복종으로 보여져서. 힘없는 나라의 서러움이다. 그것은.

단숨에 읽었다. 숨도 쉬지않고 읽은 것 같다. 그만큼 스토리전개가 빠르다. 그러면서도 빠져드는 마력이 있다. 오랜만에 멋진 책을 만난 것 같다. 마지막 장을 읽어가면서 다시 읽을 2편이 기대되는 책이었다. 그랜드 얼라인먼트, 별의 정기를 받아 위인들을 태어나게 했던 그들의 이야기.  알렉산더 대왕, 징기스칸, 나폴레옹과 같이 별의 정기를 받고 태어났다는 위인들처럼  별의 정기를 받아 만들어지게 되었던 그 153명의 아이들중에서 대한민국에서 태어날 아이도 한명 있었다는 것... 앞으로 전개되어질 다음 이야기를 감히 상상할 수 없다. 다음 이야기가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아이비생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꿈의 실크로드를 찾아서
심형철 지음 / 포스트휴먼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가끔 우스개소리로 복권 맞으면 뭐할거냐고 묻는 때가 있다. 복권이라는 게 생각지도 않았던 돈이 굴러들어오는 까닭이기도 하겠지만 아마 평소에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것들을 물어보는 저의도 깔려 있을게다. 집을 살거야, 차를 살거야, 여행을 갈거야 등등등... 많은 대답들을 하지만 그때마다 내 대답은 한결같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딱 두가지야.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은 전문적인 가이드를 하나 고용해서 유럽여행을 꼼꼼하게 다녀오는 것 그리고 돌아와서는 우리나라의 섬일주를 하고 싶어... 그러고나서 나는 다시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나의 일상으로 돌아가서 살거야... 내가 그런 꿈을 꾸어온지도 꽤 오래됐다. 오죽했으면 남편의 꿈이 아내의 꿈을 이루어주고 싶은 걸로 바뀌었을까? 

마야문명의 흔적을 더듬으며 답사를 하고 싶다는 거와 잉카문명의 유적지인 마추피추를 다녀오고 싶다는 강한 욕구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실크로드에 관한 나의 관심도는 적었었다. 
실크로드... 단순히 내륙 아시아를 횡단하는 고대 통상로로써 비단길이라고 불리워진다는 것과 그렇게 부르게 된 것은 동방에서 서방으로 간 대표적 상품이 중국산의 비단이었던 데에서 유래했다는 것, 또한 그길을 따라서 서방으로부터 보석이나 직물 등 불교, 이슬람교등이 동아시아에 전해졌다는 것.. 이런 정도외에는 알고 있는 것이 없었다. 과연 실크로드에 담긴 역사적 의미는 무엇일까? 나름대로 기대를 하면서 책장을 펼쳐들었다. 이런 기행문의 글을 읽다보면 곁들여진 사진을 통해 함께 보여지는 간접적인 체험이 참 좋다. 역시 사진으로 다가오는 현장의 느낌들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한편으로는 조금 낯선 느낌을 떨쳐내지 못했다. 낯선 언어를 통해 쉽게 다가오지 않는 지명이라거나 일정에 쫓기는 듯한 긴박함이 느껴져 공연스레 내마음이 바빠지곤 했다. 실크로드의 출발지인 시안의 안정문에서부터 황하를 기반으로 조성되어져 있는 문명의 흔적들, 문화재를 도굴해 간 도굴꾼들의 이야기라거나 열강들의 문화재 빼앗아가기를 보면서 약소 국가의 서러움을 보기도 했다. 둔황의 막고굴이나 자오허 고성은 한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미꽈와 같이 이국땅에서 맛보는 별미의 음식들 또한 나를 자극하기도 하고 기후조건을 잘 몰라 고생하는 대목에서는 안타까움이 일기도 했다.

막막한   모래 구릉들이 파도처럼 끝없이 뻗어나간 사막의 중심에 섰다. 눈을 들어 멀리 바라보면 시간마저 정지한 듯하지만 발가락을 간질이는 모래의 움직임은 제법 빠르다. 그제야 발밑을 보면 죽은 듯, 숨을 멈춘 듯한 사막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마치 정지한 듯 하지만 언제나 빠르게 흐르고 있는 인생같다. 혹시 먼 곳만을 보고 달려가다 문득 어딘가를 간질이는 느낌이 있어 돌아보면 황혼이 저만큼 와 있지는 않을까? <138쪽>
여행을 하면서 어떤 여행이 되었든간에 이런 상념에 한번쯤 젖어보지 않을 수 있을까? 한번쯤은 되돌아 보며 자기자신에 대해 회한을 느껴보기도 할 것이다. 그만큼 여행이라는 것이 주는 의미가 너무도 넓고 깊은 까닭이리라. 군데 군데 녹아들어 있는 저자의 마음이 속깊이 다가왔다. 그 황량한 사막길에서조차 반갑게 만나질 수 있는 맑은 호수들처럼 우리네 인생길에서도 그와같은 쉼터가 분명히 있을 거라는 혼자만의 생각에 젖어보기도 했다.

전설적인 길 실크로드를 따라나선 길에서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참으로 많았다. 그 길을 따라 펼쳐지는 사람들의 생활상이라거나 그들의 풍습 혹은 그들이 겪어내야 했던 모든 일들을 이 책속에서 만날 수 있었다. 사람사는 것은 어디나 똑같다고 흔히들 말하지만 어찌 똑같을 수가 있으랴 싶을 정도로 세세하게 소개해주고 가는 저자의 마음이 참 고마웠다. 그들을 만나 그들의 정서를 이해하고 함께 웃어주며 함께 힘겨워했을 저자의 길이 어쩌면 행복하기도 했을거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하면서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우러나는 부러움을 어쩌지 못했다. 언젠가 자신이 가진 전재산을 처분하여 가족을 데리고 세계여행을 다녀왔다던 사람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제 정신이야? 그때는 그렇게 말했었지만 그것은 아마도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과감하게 실행에 옮길 수 있었던 사람에 대한 부러움이 아니었을까 싶다.

투루판 동남쪽 지점에 높이 서 있다던 원추형 탑, 쑤꿍타의 모습은 너무나 매혹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벽돌로 쌓는 방법을 발전시켜 탑신을 마름모무늬, 물결무늬, 비스듬한 격자무늬, 꽃잎이 6장인 꽃무늬등 15종류의 기하학 무늬로 장식하였다는 쑤꿍타. 쑤꿍타의 기원과 의미를 알려주기 위해 들려주었던 이야기는 재미있기도 했지만 왠지 씁쓸한 뒷맛을 남겨주었다. 우루무치에서 만나게 되는 깐스(마른 시신)이야기는 정말 신비로웠다. 시체전시관이라던 우루무치 박물관.. 미라와 비슷하긴 하지만 미라처럼 인공이 가미된 것이 아니라 완전 자연 상태에서 건조된 사람의 시체 깐스의 모습을 처음 보았을 때 느껴졌던 신비로움이라니...

너무 어렵고 생소하게 다가왔던 실크로드의 주변상황들.. 책의 말미에 있었던 부록을 통해  소수민족이라거나 그들의 생활상을 조금이나마 쉽게 알 수 있도록 다시한번 확인해 준 저자의 마음씀씀를 볼 수 있었다. 참으로 힘든 여정을 다녀온 저자에게 부러움과 감사의 마음을 전해본다. /아이비생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역사
이이화 지음 / 열림원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흩어진 것들을 한데 모아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생각해 보았다. 더구나 우리가 살아왔던 기나긴 과거의 흔적을, 그야말로 방대하게 흩어져 있다고도 할 수 있는 우리의 역사를 단 한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작업일까 한번 생각해 보았다. 아무리 역사학자라해도 그토록 커다란 덩어리를 어떻게? ... 내심 궁금했었다. 받아들었던 책은 생각보다 두꺼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겨보았다. 인류의 발생부터? 아니 그렇게 먼거리에서부터 달려왔단 말이야? 도착지점은 1987년 6월항쟁이다. 너무 먼 길을 달려오느라 정말 힘들었을거란 생각을 했다. 책날개를 통해 만날 수 있었던 저자의 모습. 평생 역사를 연구하면서 지역의식의 타파나 신분평등의 실현에 집중해 저술하셨다는 이력과 무엇보다 역사 대중화에 앞장서왔다는 말이 눈에 들어왔다. 전 10부로 이어지는 책목록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고대국가, 남쪽의 신라와 북쪽의 발해, 고려의 기상....이씨조선의 유교국가, 민중저항의 시대 그리고 나라의 멸망과 대한제국... 참으로 방대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내가 이많은 양의 지식을 한꺼번에 받아들일수 있을까?

우리의 역사를 통해 늘 아쉬웠던 점중에 하나가 바로 삼국통일이었다. 왜 신라였을까? 그토록 강대했던 고구려가 아니라 신라였다는 것이 생각할수록 아쉬운 느낌으로 다가왔었는데 이 책을 통하여 삼국통일을 하게 되었던 신라의 힘의 원천이라거나 민족사적으로 또다른 역사적 의미를 우리에게 남겼다는 것에 대해 알게 되었다. 백제와 고구려가 자만에 빠지고 내분이 잦은 상황하에서 인재양성과 탁월한 지도력으로 끝내는 삼국통일을 이루어냈지만 영토를 고구려의 옛땅을 거의 내어주고 반쪽 나라를 이루었다는 것, 뒤에 고구려 유민들이 발해를 세웠지만 그들을 돕거나 선린관계를 맺지않고 오히려 적의 나라로 취급했다는 것이다. 눈앞의 통일만을 위해 외세의 힘을 끌어들여 역사적인 폐단을 만들었기에 그 후로 우리나라는 많은 경우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남의 힘을 빌리려는 태도를 가지게 되었다는 저자의 말속에서 뼈있는 항변을 느낄 수가 있었다. 또한 당에 아부하기 위해 우리의 특수한 환경과 문화를 멀리하는 사대주의의 조짐이 이때부터 싹텄다고 한탄하고 있음이야 말해 무얼할까.

역사속에 나타난 선조들의 생활상을 요목조목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 참 좋았다. 고려시대의 훈요십조를 통해 역사적으로 잘못된 점을 지적해 주었던 점을 읽으면서 풍수설에 따라 금강 남쪽 사람들에게는 벼슬을 주지 말라는 것은 지금의 지역주의와 별반 다를게 없어보였다. 아니 어쩌면 그것이 지금의 지역주의를 있게 한 시작일수도 있겠다 싶었다. 무신정권을 타도했지만 원의 부마국으로 전락해 버린 고려가 원으로부터 배운것과 잃은 것들은 참으로 많았던 것 같다. 실제로도 현재의 우리에게 전해져 내려오는 것들이 많이 보이는 까닭이다. 두루마기가 몽골말에서 유래되었다거나 귀에 거는 귀걸이, 뺨에 찍는 연지 따위가 모두 몽골 풍속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이 새삼스러웠다. 벼슬아치, 구실아치, 장사치 따위로 이치,저치와 양아치 등 단어밑에 붙여 쓰면서 비칭이었는데도 가장 많이 쓰였다는 '치'는  몽골 언어의 잔재로써 지금까지 남아 쓰여지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놀랍기도 했다. 목화나 화약이 들어왔다는 것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바이기도 하다.

온돌방과 마루를 기본 골격으로 하여 추은 겨울에는 온돌방에서 자고 더운 여름에는 주로 마루에서 생활하였다거나 바깥의 더운 공기나 찬공기를 차단하고 직사광선의 막이 역할을 했다던 창호지를 사용한 점, 짚으로 지붕을 엮어 굼벵이로 하여금 모기같은 해충을 잡아먹도록 유도하고 흙벽으로 보온과 방한을 동시에 해결했다는 것 외에도 계절에 맞게 음식을 선택할 줄 알았던 지혜라거나 일상생활용품에 대한  조선시대의 의식주 생활사를 읽으며 우리 선조들의 탁월함에 다시한번 감탄하게 된다. 그런 의식주생활을 토대로 가내수공업이 발달하게 되었고 상품의 유통이 이룩되었다고 한다. 전문성을 요구하는 수공업도 생겨나고 만든 물건을 팔아야 했기에 직업적 상인도 생기니 사람이 모여사는 곳에 유통의 발달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볼 수 있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피해가고 싶거나 혹은 지워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지금까지도 잊지않고 잘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당파싸움의 현장이다. 어쩌면 그리도 흉한 모습들을 하고 있는지, 어쩌면 그리도 지독한 이기주의에 빠져 있는지... 그 뒤를 연이어 항상 그림자처럼 따라오는 민초들의 항변은 차라리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여진다. 임꺽정, 장길산, 이인좌, 이연수등을 앞세운 의적들의 출몰이라거나 농민봉기, 동학혁명 따위의 일들말이다. 먼시대를 거슬러 올라와 과학문명이 발달하고 백성들이 깨었다는 지금 현시대에서도 그와 똑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수가 없다. 업보일까?  알 수 없다.

혹시나 놓치는 부분이 있을까하여 천천히 읽었다. 많은 부분들이 다시보기의 기능을 하였지만 그래도 꼭 필요한 부분들만을 짚어주었을거란 믿음이 생겼다. 8.15 해방 그 자체가 민족의 완전한 자주독립도 아니었고, 식민지 질서의 청산도 아니었으며 결과적으로 볼 때 일본의 철수뿐이었다는 말은 참으로 아팠다. 그럴싸한 핑게로 일본의 식민주의를 그대로 영위하고자 했던 미국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을때는 왠지 심술이 나기도 했지만 사실인걸 어찌하겠는가.. 오죽했으면 '일제 때가 차라리 나았다'라고까지 탄식을 했을까?.. 올바른 역사의식이 필요하며 그것이야말로 우리의 현재를 일으켜 세우는 진정한 힘이라는 말이 가슴으로 다가왔다.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필독서로 권장하고 싶다. 책표지의 말처럼 역사는 오늘의 우리 삶과 관계없는 묵은 이야기가 아닌 까닭이다. /아이비생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 분 후의 삶
권기태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생각이 오래도록 지속되어져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항상 그렇게 무언가가 제대로 풀리지 않았을 때, 혹은 그 무언가 때문에 수도없이 속을 태우며 발을 동동굴러야 하는 그런 상황이 되었을 때, 문득 문득 그런 생각을 해 본 것 같다. 아니 했을 것이다.  이 책속에는 열두가지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그것도 죽음의 바로 문턱까지 다녀왔다는 사람들이 들려주었던 자신들의 이야기가. 맨처음 책표지를 보면서 내가 떠올렸던 것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에서 살아났던 주인공들이었다. 3일 혹은 그보다 더 많은 날들을 죽음과 싸워가며 끝내는 살아냈던 사람들의 이미지가 이 책위에 오버랩되어져 왔다. 그들처럼 불가항력적인 상황을 이겨낸 사람들의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예고되어지지 않은 불행, 예측할 수 없었던 사고앞에서 그들이 내려야 했던 수많은 선택의 순간이 과연 어떤 의미로 그려져 있을까 내심 궁금하기도 했다.

산위에서, 혹은 바다에서 그것도 아니면 하늘위에서 그들은 죽음의 사신을 보았다.
손짓하는 사신을 앞에 두고서 그들이 무슨 생각을 했었을까? 맨처음엔 그동안 해주지 못했던 것들이 미안했고 그 다음은 잘 살아달라는 당부의 마음이 들었고 마지막엔 그들때문에 살아야 한다는 모진 각오를 했었다고 그들은 한결같이 말하고 있었다.  가족! 그 무궁무진한 의미를 안고 있는 단어앞에서 그들앞에 웃으며 다가왔던 사신조차도 그냥 물러서야 했다는 말이다. 그것은 또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사랑이었을 것이다. 가족은 사랑일테니까...

그 높디높은 산을 정복하기 위해 길을 떠났던 그들에게도 사랑은 머물러 있었다. 나를 버리고 가라는 후배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동료애는 그야말로 멋진 승리로 보여졌다.
등반후유증인 동상으로 썩어들어가는 발가락을 잘라내야 한다는 아픔을 딛고 일어서게 한 것도 손가락없이 산을 오르내리던 선배의 말한마디, 우리 장애인 산악회를 만들자... 내가 회장할테니 네가 부회장을 해라... 눈물나는 한마디속에서 그들은 서로를 미더워했을 것이다.
거북이를 타고 인도양의 바닷물속에서 일곱시간만에 구조되었다던 이야기는 마치 한편의 동화를 보는 것 같았다. 예감이 좋지 않았다던 아내는 이렇게 말해주었었지.. 팔이 부러져도 좋고 다리가 없어져도 좋으니 사실대로만 말해주세요... 그리고 아내는 그렇게 가슴앓이를 했었다. 남편의 고통이 제것이었던 양.. 사랑, 그것의 실체가 이 책속에서 살아 숨쉬는 것 같았다.
소년이 가출을 하고 자신이 원했던 삶과는 다르게 살아야 했던, 세상을 너무 일찍 배워버린채 힘겨운 얼굴의 젊은이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오는 모습은 참으로 안타까웠다. 다시 가다듬은 마음으로 많은 유혹을 이겨내고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을 나왔지만 운명은 아직도 그를 비웃고 있었던 ... 하지만 그에게 다가왔던 비행기 사고는 그에게 절망이 아닌 또하나의 삶의 희망을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비행기 사고가 났던 11시 23분과 사고후에 힘겹게 딸이 태어났던 시간 11시 23분..  같은 시간이었지만 그가 선택했었던 것은 후자의 희망이었다는 점이 내게는 아주 커다란 의미로 다가왔다. 그렇게 받아들였던 긍정적인 생각이 나는 사실 참으로 부럽기도 했다.

저자가 밀리 밝혀두었던 것처럼 몇몇의 이야기속에서는 종교적인 색채가 진하게 배여나온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없는것처럼 치부해버릴 수는 없었을 게다. 종교적인 힘이라는 것이 어쩌면 그들에게는 하나의 희망이었을지도 모를 일일테니까.
책장을 덮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기록하던 저자의 그 때 그마음은 어땠을까? 이야기를 들으면서 실제적인 느낌이 전해져왔을까? 직접 겪은 이와 그것을 전해듣는 이의 느낌은 그야말로 하늘과 땅만큼이나 커다란 차이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느낌을 생생하게 전해주기 위하여 군더더기를 붙이지 않은 채 솔직하게 써내려간 문체는 참 좋았었다는 생각이 든다. 실화라는 게 그렇다. 전해주는 이의 말에 따라 듣는 이에게는 정말 다른 느낌으로 다가서는 까닭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이 책속에서 느껴지던 열두가지의 느낌은 참으로 절절하게 다가왔다.

인생의 벽에 부딪혔을 때 해답은 자기 자신이 쥐고 있다. 인생의 벽에는 흐릿하고 불분명한 것들이 벽돌로 꽂혀 있다. 워낙 사적이고 미묘한 것들이어서 남들은 결코 설명해줄 수가 없다. 자신이 그걸 남에게 가르쳐줄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해답이 나온다 <92쪽>

일 분 후의 삶.... 과연 그 일분 후에 나의 삶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  저들과 같이 극한상황에 한번도 빠져본 적이 없는 나는 그 일분 후의 삶에 대한 의미를 진정으로 느낄 수나 있으려는지... /아이비생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