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둠 : 재앙의 정치학 - 전 지구적 재앙은 인류에게 무엇을 남기는가 ㅣ Philos 시리즈 8
니얼 퍼거슨 지음, 홍기빈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11월
평점 :
이 책속의 내용을 훑어보기 전에 가장 먼저 틀릴 위험을 무릅쓰고 말하고자 했던 저자의 추측을 말해보고자 한다. 첫째, 코로나19는 우리 삶의 행태를 바꿔놓긴 하겠으나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르르 모여서 놀아보자는 유혹을 이기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그런 이유때문에 대부분의 큰 도시에서는 이 병의 '종식'을 고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코로나19가 우리 삶의 행태를 많이 바꿔놓았다고는 하지만 이제까지 해왔던 사회적인 형태를 모두 바꿀 수는 없다. 재택근무가 많아지는 추세라고는 하나 극히 일부분일 뿐이고, 거리두기의 필요성으로 인해 도시를 떠나 시외에서 소박한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를 생각해보면 답은 이미 나와있다. 코로나19가 오기 전부터 마스크를 착용했던 나는 마스크를 일상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에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이 마스크를 일상적으로 착용한다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었던 까닭이다. 요즘 주변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하나같이 같은 말을 반복한다. "코로나만 끝나봐라!" 와아, 이러다가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전쟁이라도 터지는 거 아니야? 라고 우스개소리로 반문하곤 한다. 그만큼 우리는 지금까지 자유주의가 아닌 자유방임주의를 살아왔던 건 아니었을까? 묻게 된다. 책임과 의무는 외면한채 권리만을 내세운 사회적인 형태를 지금의 우리가 아니면 누가 만들었을까 싶어서.
옮긴이의 말에서 냉철한 현실주의자이며 보수주의자인 저자가 급진적이고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일지는 잘 모르겠다는 말이 보인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난 후 그 말에 공감할 수 없음을 말하고 싶다. 저자는 이미 그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단지 그 문제만을 바라본 것이 아니라 문제를 불러 오게 된 근원적인 것을 더 크게 말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항상 그렇다. 눈앞의 문제만 어떻게 처리하기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해결법을 찾는다. 그러나 모두가 잘 알듯이 그 문제를 불러오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는 한 그 문제는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은 채 우리와 함께 생활속으로 파고든다. 지금 페스트가 종식되었는가? 에이즈가 종식되었는가? 우리가 역사속에서 겪어왔던 수많은 역병들이 첨단과학시대라는 작금의 시대에도 어디선가 부활의 날만을 꿈꾸며 엿보고 있는지 누가 알겠는가 말이다. 저자는 과거의 전염병이나 전쟁을 소재로 재난과 재앙이 인류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다. 또한 과학이 아무리 발달한다고 해도 재난을 완벽하게 예방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팬데믹뿐 아니라 지질학적 참사(지진)에서부터 지정학적 참사(전쟁), 또 생물학적 참사(팬데믹)에서부터 기술적 참사(핵발전소 사고)등에 이르는 온갖 종류의 재앙들을 모두 다루고 있으며 재난의 일반적인 모습을 보여주려 하고 있다. 더더구나 20세기 후반기부터 복잡해진 현대 사회에서는 재난을 예측하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고 말하고 있다. 생물학적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역병과 거짓말과 오해를 전염시키는 정보의 역병은 지금의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이다. 사회가 커지며 상업적 통합이 강화될수록 팬데믹이 나타날 가능성도 증가한다는 말이 시선을 끈다. 대부분의 일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는 말처럼 역사동역학이나 환경주기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그도 그럴것이 지금까지 그래왔던 수많은 통계수치들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현재 네트워크의 시스템에 관한 논리가 공감대를 불러온다. ①누구도 섬은 아니다, ②깃털색이 같은 새들은 한데 모인다, ③약한 유대는 강력하다(밀도), ④전파와 확산의 정도는 구조가 결정한다, ⑤네트워크는 결코 잠들지 않는다, ⑥네크워크들은 네트워크를 맺는다... SNS라 불리워지는 우리의 네트워크 형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선 여섯가지의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는 까닭이다. 유행성질병과 네트워크가 강한 유대감을 갖고 있다는 말은 너무나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사람들이 한데 모여 붐비는 정도가 심할수록 더 많은 이에게 옮긴다는 말에 그렇지 않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미생물들은 인간끼리의 네트워크, 또 인간이 동물들과 공유하는 네트워크가 허용하는 내에서 감염시킬 수 있으며 엄청난 예방약이나 치료제 역시 인간의 여러 네크워크에 따라 제약을 받는다는 말은 기억해둘 만 하다. 이미 우리의 현실속에서도 보여지는 모습인 까닭이다. 현미경을 통한 인간의 의학이 두발짝 앞으로 나가면 인간집단은 최소한 한발짝씩 후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말 역시 쉽게 생각해서는 안될 것 같다. 진실의 기근과 정신의 역병을 이미 충분히 창궐시킨 상태에서 어쩌면 코로나19를 통해 드러난 문제점들을 보완하여 더 건강하고 강력해질 수도 있다는 말이 놀랍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저자의 말처럼 기형적인 상태들이 오히려 더 나아질 수도 있을것이란 생각이 든다. 아울러 우리가 걱정하고 있는 문제점들은 그다지 큰 위력을 갖고 있지 않을거라는 말에도 공감한다. 마치 무슨 새로운 세계가 열릴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언론이나 경제학자들의 수많은 이야기는 코로나19를 통해 그들이 만들어내고 싶어하는 또하나의 세계가 아닐까 의심을 불러오기도 한다. 지금까지 세계는 수많은 전염병을 견디며 왔다. 페스트, 황열병, 천연두, 콜레라, 에볼라, 말라리아, 지카바이러스, 스페인독감, 사스, 메르스, 신종플루.... 이 모두가 공중보건 관료조직과 무수한 가짜 뉴스로 인한 대중의 움직임이 더 나쁜 결과를 불러왔을 뿐이라는 말은 새삼스럽다. 이번 사태 코로나19를 가장 모범적으로 막아낸 국가로 한국과 대만을 꼽는다고 한다. 사스와 메르스를 통해 얻어진 결과물일지도 모르겠으나 위계구조가 잘 짜여진 상태에서 가능했다는 말은 왠지 씁쓸하게 느껴진다. 진실의 기근과 정신의 역병을 이미 창궐시킨 상태라는 말을 다시한번 곱씹어보게 한다. 전염병의 근원지로 중국이 앞서가고 있음은 안타까운 현실이긴 하나 어쩌면 우리를 더 바짝 긴장하게 만들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금의 시대는 전염병보다도 더 무서운 환경적인 재앙이 화두로 올라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자연적인 재앙만큼 무서운 것도 없는 듯 하다. 환경과 기후로 인해 발생될 재앙 역시 이미 우리에게는 늘 들려오는 그렇고 그런 소리로 그 무게를 잃어가고 있음을 인정해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나무가 벌목되어지고 아마존과 같은 숲이 사라지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이후로 우리에게 찾아올 재앙의 근원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정치적 재앙이다. 그 모든 것을 결정하는 힘이 정치라는 말속에 함축되어져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인간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인간의 모습에서 보았듯이 인간은 깊은 '합리화'의 수렁에 빠져있다. 자신에게 불리했던 기억은 모두 지워버린다는 얘기다. 아무리 선진화된 정치시스템을 갖고 있다고 해도, 최첨단 기술을 갖고 있다해도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는 재난은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만 한다. DOOM의 사전적 의미는 죽음, 파멸, (피할 수 없는) 비운 혹은 불행한 운명[결말]을 맞게 하다.. 라는 뜻이다. 앞으로 인간에게 어떠한 재난이 닥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하나같이 불행한 결말이란 말을 끝에 붙인다. 이 책을 통해 인류역사속에 존재했던 수많은 재난과 재앙을 보았다. 그러나 그러한 재난과 재앙을 막을 수 있는 기회는 이미 우리 앞을 통과해버렸다는 느낌이 든다. 왜일까? 조금은 천천히 가도 되지 않을까? /아이비생각
니얼퍼거슨은 영국의 역사학자이자 21세기 최고의 경제사학자라고 소개되어져 있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정치인들의 일반적인 행태(-42쪽)
①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
②상상력이 결핍되어 있다.
③마지막 전쟁이나 위기와 싸우려는 경향이 있다.
④위협을 과소평가한다.
⑤행동하는데 있어 꾸물거리는가 하면 결코 오지 않을 확실성 따위를 한없이 기다린다.
★현실의 인간이 쉽게 빠져버리는 인지적 함정들(-125쪽)
①가용성 편향 (기억에서 쉽게 꺼낼 수 있는 정보에 기초하여 결정을 내린다)
②사후과잉 확신 편향 (어떤 일이 일어난 후에야 그 사건의 발생 확률을 더 크게 잡는다)
③귀납의 문제 (충분치 못한 정보를 갖고서 일반 법칙들을 정식화하게 만든다)
④논리곱 오류 (10%의 확률을 가진 일곱 가지 사건들의 확률은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⑤확증 편향 (가설이 있을 경우 반박보다는 확증해줄 증거를 찾는 경향이 있다)
⑥감정 편향 (선입견에 의한 가치판단)
⑦범위의 무시 (피해의 규모와 희생의 크기가 다른 이유다)
⑧검증에 대한 지나친 과신 (신뢰구간을 과소평가하게 만들어 '최선의 경우'에 해당하는 것과 융합시킨다)
⑨방관자의 무관심 (책임 방기)
⑩오염 효과(실체 처한 문제보다 전혀 무관한 정보에 의사결정이 영향을 받는다)
"불일치성이 나타나면 심리적 불편함"이 생기며, 따라서 [인지]부조화가 존재할 경우 (...) [그것에서 감정적으로 영향을 받은] 개인은 그 부조화를 줄이고 일치를 달성하고자 하는 동기를 갖게 된다. 게다가 "부조화가 나타나는 상황에 부닥친 개인은 그 부조화를 줄이려 할 뿐아니라 그것을 더욱 증대시킬 듯한 상황 및 정보들을 적극적으로 회피하기 마련이다.(-126. 미국 사회심리학자 리언 페스팅어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