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의 세계 - 뇌과학자가 전하는 가장 단순한 운동의 경이로움
셰인 오마라 지음, 구희성 옮김 / 미래의창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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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뚜벅, 저벅저벅, 타박타박, 터벅터벅, 어슬렁어슬렁, 살금살금, 가만가만.... 모두가 사람이 걷는 모양새를 표현한 말들이다. 이처럼 사람마다 걷는 모양새는 각각이다. 보폭이 넓은 사람과 좁은 사람, 속도가 빠른 사람과 느린 사람처럼. 이 책은 한마디로 말한다면 걷기 예찬론이다. 목록을 살펴보면서 이크, 이건 아닌데 싶었다. 걷기가 사람을 건강하게 한다는 것 쯤은 누구나 다 안다. 걸으면 왜 건강해지는가에 대한 것 역시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유산소 운동이 새로운 뇌세포를 증가시킨다는 것도 귀가 따갑게 들었던 말이다. 그러나 '왜' 보다 '어떻게' 가 궁금했다. 어떻게 걷는 것이 좀 더 우리를 건강하게 하는가 뭐, 이런 것들 말이다. 하긴 이것저것 따질 필요없이 무조건 걸으라는 말도 있긴 하다. 걷는다는 것은 일단 몸을 움직인다는 말이니 그것도 일리는 있다.


걷기는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다.(-77쪽) 가장 자연스러운 일임에도 이제 걷기는 일부러 하지 않으면 안되는 하나의 운동이 되어 버렸다. 개탄 할 일이다. 인류와 침팬지의 중요한 차이점은 인간이 유인원보다 더 멀리 걸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한다. 그러니 문명이 탄생되었을 것이다. 목록에서 보면 사회적 걷기라는 부제가 보인다. 걷기는 사회성을 그 중심에 담고 있다는 말이 시선을 끈다. 살기 좋은 도시들의 가장 큰 장점은 걷기 좋다는 것이다.(-132쪽) 도시 설계자 제프 스펙의 말이라고 한다. 걷기는 그 도시를 알아가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도 수많은 길이 존재한다. 올레길, 둘레길, 하늘길, 삼남길, 해변길 등등. 걷기 위해 만들어 놓은 길이지만 그 목적에 의해 생김새도 소재도 완전히 다르다. 걷기에는 안전성도 뒤따라야 한다는데 도시의 길들은 그렇지가 않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면 길이 된다는데 그렇게 생겨난 길처럼 자연스럽고 편안한 느낌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그래서 도시들이 생각해 낸 것이 녹지공간이라고 하는데 쉽게 말해 공원이다. 그러나 공원이라 불리워지는 그런 곳들조차도 이 책의 앞부분에서 강력하게 주장했던 뇌의 기능을 충족시켜 주기엔 뭔가 아쉬운 점이 많아 보인다. 결국 무질서한 도시 개발을 최소화하는 것만이 인간을 위해 좋은 일이란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가능할까? 걷기 좋은 도시를 만든다는 게 이 시대에 가능하겠느냐고 묻고 싶은 것이다.


이런 주제의 책을 쓴 사람들은 대부분 걷기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걸으면서 나 자신과 대화를 하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도 찾는다고. 솔직하게 말한다면 이런 책을 읽는 나는 그렇지가 않다. 우울증이 심할 때가 있었는데 걷기를 통해 치유할 수 있게 되었고 그것을 계기로 걷기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러나 책을 쓴 이들처럼 걸으면서 나 자신과 대화를 하지는 않는다. 걸으면서 그저 하늘을 보고 나무 냄새를 맡으며 피부를 스치는 바람을 느낀다. 가끔씩은 주저앉아 들꽃을 바라보며 이름도 물어보고 대답해주지 않으면 찾아보기도 하면서. 최근에는 적어도 1시간 정도는 습관처럼 걷게 되었다. 비가 오는 날은 집에서 걷는다. 제자리 걸음이지만 머리속에는 이미 내가 걷고 있는 길이 펼쳐져 있다. 지금도 여전히 자연을 느끼며 자연의 소리를 듣는다. 마음을 내려놓는다는 말을 절감하는 순간이다. 걷기는 그런 것이 아닐까? 어떤 큰 목적이나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그런 것. 걷다가 가끔은 의자에 앉아 쉬면서 문득 문득 떠오르는 말을 수첩이나 핸드폰에 적기도 한다. 걷기의 올바른 자세부터 시작하여 얼만큼을 걸어야 걷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 혹은 이러저러한 방식으로 걸어야 한다는 등의 말도 참 많다. 그러나 무리하지 않고 자신의 몸에 맞는 만큼 걸으면 되지 않을까? 이 책은 우리에게 뇌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걷기에 대한 강의를 듣고 싶어 왔다가 어쩔 수 없이 앉아서 뇌 강의를 들은 그런 느낌이 든다. 약간은 진부하고 딱딱하다. 만 보를 채우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남들이 부여하는 거창한 의미가 없어도 나의 걷기는 계속될 것이다. 걷기에 대한 과학적인 고찰은 전문가들에게 맡겨두자.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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