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짜기 마을로 띄우는 첫 번째 편지
종로에서 친한 후배를 만나 술을 마셨습니다.
거리엔 눈이 내리고 있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 눈을 맞으며 바삐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 사이 사이를 비집고 돌아 돌아서
담배를 피우기 위해 아무도 오지 않을
어느 좁고 오래된 골목길로 들어섰습니다.
문득, 당신이 생각났습니다.
그냥 좁고 옹색한 골목길일 뿐이었는데
무언가 막연히 그리웠고 그 그리움의 이유를
내내 알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 내 생애 끝끝내 그 이유를
알지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단지 눈이 내렸고, 좁은 골목길이었고
한 숨 가득히 담배를 들이마신 이유로
순간 감상적이었던 것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도 종종 지나치는 거리에서
야트막한 담벼락을 마주 두고서
아무 까닭도 없이 전 당신을 떠올릴 것이며
그 그리움의 대상인 당신은 아무 실체도 없으며
아무 형태도 없는, 잡을 수 없는 그림자이거나
그림자가 없는 영혼을 팔아버린 육체뿐이라는
그 사실을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도 그 이유로 어느 추운 겨울 날
거리에서 토악질하며 나뒹굴고 내지르던
당신을 향한 막연한 나의 청춘과 고통은
진실이었으며 추호의 거짓도 없었다고
그렇게 되새길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이 없는 바로 그 자리에서, 존재하지 않는
바로 그 이유로, 이렇게 종종 저는 당신을
꿈꾸는 저의 날들을 그리워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