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도 많은데. 가끔 가슴에 구멍이 뻥 뚫려. ‘이대로 괜찮은 걸까‘ 하고 말야... - P12
남성성의 이미지를 함께 살아가고 싶은 모델 쪽으로 슬쩍 옮기는 것이 효과가 있을지 하는 데까지 해보고 안 되면 다른 전략을 써야겠지만, 세상을 바꾸는 데는 늘 찌르는 전략과 녹이는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믿어왔다. 그리고 나는 녹이는 걸 잘하기에, 자꾸 친구들의 좋아하는 면을 소설 속에 녹인다. 참혹한 현실을 외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다음을 상상하기 위해서. - P65
금이 자라고 있다니, 애들 엄마는 그날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잘 모르겠다. 알려고 해본 적도 없었다. 그녀의 가슴속에 난 금이 무럭무럭 자라도록 나는 그녀를 묵살했고 방치했다. 모든 게 다 가짜 같다고 했다던가. 갑자기 그녀에 대해 내가 기억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가짜처럼 여겨졌다. 나는 결국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리고 손바닥만한 쪽방에 어둠이 드리우기까지, 오래 울었다. - P1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