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하나의 세계를 이룰 수 있다’는 역사상 가장 오래 되풀이된 거짓말 중 하나일 거라고 주영은 생각했다. 세계를 만들 수 없는 사람도 있다.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탁월하고 독창적인 사람들이 만든 세계에 기생할 수밖에 없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똑같이 기여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 하는 선택이 자신이 의도한 결과대로 흘러갈 거라고 생각하시오? 그렇지 않아. 우리는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꼭두각시일 뿐이요.
돌연변이는 어디까지나 돌연변이로 살 때가 가장 그 자신답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어느 한쪽의 언어로 해설하는 것은 그 돌연변이를 설명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항상 불완전하다.
가끔 마음이란 게 잔뜩 흠집 난 유리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 흠집이 많아질수록 유리는 점점 불투명해지고, 마침내 저편이 보이지 않게 되는 거야. 어쩌면 죽음이 그런 건지도 모르겠어.
산다는 것은 욕망한다는 것이 아닌가. 마음껏 죄를 저지르고 탐닉한다는 것이 아닌가. 때로는 나쁜 숨을 들이마시고 독한 술을 마시는 것, 격한 일에 스스로 뛰어들고 마음을 용암처럼 끓어오르게 하는 것들을 찾아 헤매는 것이 바로 산다는 것이 아닌가. 그 모든 것을 절제하고 살아가는 삶이 과연 삶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