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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부대 - 2015년 제3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11월
평점 :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괴물의 심연을 오래동안 들여다 볼 때, 심연 역시 우리를 들여다 본다!"
니체의 이야기이다. 많은 사람들은 니체가 이야기하는 '괴물'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논쟁을 했다. 종교인지, 권력인지, 사람인지. 그런데 최근에는 어쩌면 그 괴물은 인터넷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인터넷에서 우리는 매일 살아있는 괴물을 만나게 된다. 인터넷에서 형성된 여론이라는 괴물은 마치 거대한 포식자처럼 모든 것을 먹어 치운다. 우리의 생각, 배려심, 자유의지, 그리고 인간이라는 마지막 가치까지...
인터넷이 처음부터 이런 것은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교류와 의사소통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이 만들어질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어떠한 힘이 인터넷을 조작한 것인지, 아니면 원래부터 인터넷이라는 속성이 그런 것이지, 어느 순간 인터넷은 괴물로 변해 버렸고, 요즘에는 그 괴물과 싸우는 우리도 괴물로 변해가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모든 것을 들여다 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인터넷도 우리를 들여다 보고 있다. 이제 인터넷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괴물로 변해가고 있다.
[댓글부대]라는 책을 읽기 전에 우연히 장강명 작가의 인터뷰 기사를 보았다. 그 기사에서 그는 자신의 작품을 이야기하면서, 그 중 댓글부대를 쓸 때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댓글부대]라는 책을 직접 읽어보니, 작가가 왜 그렇게 힘들어 했는지 조금이나마 이해가 간다. 작가나 배우나 모두 작품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사람들이다. 읽는 나까지 몸소리를 칠 정도의 거북한 소름이 돋게 하는 작품이니, 이 작품을 쓴 작가는 어떤 마음이었을지가 공감이 된다.
이 소설은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배경이다. 팀-알렙이라는 회사는 인터넷 여론 조작을 하는 회사이다. 사실 회사라는 이름도 거창하다. 단지 팀-알렙에는 삼궁과 차탓캇, 그리고 01査10이라고 불리는 세 명만이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일도 처음에는 작은 회사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제품이 인터넷검색 상위에 오르게 하는 비교적 단순한 인터넷 여론 조작의 일에 불과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이철수라는 인물을 만난다. 이철수는 삼궁에게 '가장 슬픈 약속'이라는 영화의 여론을 조작하는 일을 맡긴다. 이 영화는 전자회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백혈병에 걸린 사건을 영화한 것이다. 삼궁은 기존의 다른 조직과는 다르게 전혀 다른 방법으로 여론을 조작한다. 그들은 영화회사에서 인금을 받지 못한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인터넷에 글을 올린다. 결국 여론은 자기 회사 노동자의 월급도 주지 않는 영화사가 다른 회사 노동자의 권익을 말한다며, 영화에 대한 사늘한 반응을 보인다. 그 후 팀-알렙은 여러 인터넷 게시판을 돌아다니며 진보성향의 사이트들을 무력화 시킨다. 그 방법이 너무나 치졸하지만, 또한 너무나도 잘 먹혀 들어가는 방법이었다.
이 소설의 제목을 처음 접할 때는 단지 정치권의 여론조작의 음모를 들춰 낸 소설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러나 소설은 처음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단순하지가 않았다. 이 소설은 인터넷 여론을 조작하는 보수세력을 음모를 이야기 할 뿐 아니라, 그 음모에 너무나도 쉽게 놀아나는 진보세력의 허상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사실 우리는 누구나 인터넷에 여론을 조작하는 세력들에 대해 적대감을 가진다. 그러나 그런 여론에 쉽게 흔들리는 많은 사람들의 속성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인터넷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 타인을 물고 뜯고, 무리를 쉽게 따라가려하는 짐승과 같은 우리의 본성을 이 소설을 너무나 잔인하게 파해치고 있다.
소설을 읽는 내내 인터넷이라는 공간 속에 드러난 인간의 추악한 본성이 느껴져서 마음이 좋지가 않았다. 그럼에도 소설은 도저히 외면할 수 없을만큼 너무나도 사실적이다. 정치적 성향을 떠나서, 우리가 외면해서는 안되는 인터넷의 민낯을 보여주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