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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레드 라인
제임스 존스 지음, 이나경 옮김, 홍희범 감수 / 민음사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제임스 조인스의 소설을 처음 읽는다.

표지를 보고 무언가 강력한 전쟁 소설들을 생각했다.

그러나 이 소설에는 특별한 주인공이 없다.

따라서 전쟁 영웅도 없다.

군인정신이나 애국심, 동료애 같은 감성적인 요소들도 나오지 않는다.

과달카날이라는 미국 역사상 가장 지저분한 전쟁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전쟁에 참여하는 다양한 군상들이 나올뿐이다.

 

작가는 이 소설의 서두에서 이 소설은 실화가 아니라고 말을 한다.

과달카날섬 역시 하나의 소설적 배경일 뿐 소설의 전투는 실제 과달카날 전투의 배경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너무나 사실적이다.

소설적인 미화라고는 조금도 찾을 수 없는 있는 그대로의 전쟁을 다큐처럼 보여주고 있다.

 

 

 

소설은 C중대가 수송선을 타고 과달카날 섬에 도착하면서 시작한다.

그들은 섬에 상륙하기를 기다리며 초조하고 불안해 한다.

언제 일본 전투기가 폭격에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 그들은 간발의 차이로 상륙을 하고 뒤에 남겨진 상륙정은 일본 전투기의 폭격을 발견해 사상자가 발생한다.

 

그 후 C중대는 과달카날이라는 최악의 전장터에 적응해 간다.

밤새 폭우가 내리고...

진흙 속에서 잠을 자고....

밤마다 일본군 폭격기들이 폭격을 한다.

 

더 끔찍한 것은 춤추는 코끼, 해삼, 거대한 새우찜이라고 이름 붙여진 고지전에 참여하는 것이다.

일본군은 이 고지 곳곳에 참호를 파고 미군에게 대항한다.

이 과정에서 C중대는 많은 사상자를 낸다.

 

 

소설은 이런 전쟁에 적응해 가는 C중대원들의 생각과 행동에 초점을 맞춘다.

우유부단하다고 밖에 표현할 수 있는 스타인 중위...

그는 중대장으로서 C중대원들을 이끌고 부대가 원하는 전투에 참여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자기 중대원들을 죽음을 본다.

공격하지도, 후퇴하지도 못하고, 결국 상관의 명령에 불복하다가 중대장직을 잃는다.

 

모든 것을 시니컬 하게 바라보는 윌시 상사...

그는 모든 전쟁이 재산 싸움이며...

결국 자신들 역시 나라끼리의 재산 싸움의 소모품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모든 것이 시니컬 하다.

 

중대 행정병인 파이프...

그는 겁장이이다.

폭탁 소리에도 벌벌 떤다.

그리고 자신이 그런 겁장이라는 것을 부끄러워한다.

그러다가 부상을 당하고...

다시 중대로 복귀하다가 일본군을 죽이면서 자신 안의 폭력성을 발견한다.

 

돌...

전형적인 허세남이다.

그는 모든 사람은 허세를 부리고...

그렇게 스스로의 모습을 만들어 간다고 생각한다. 

그는 어떻게든 부대에서 인정받기 위해...

더 정확히 말하면 남에게 허세를 부리기 위해 앞 장 서서 전투에 임한다.

그리고 C중대원 누구보다도 전투에 잘 적응해 간다.

 

전직장교였던 벨...

그는 아내와 함께 있기 위해 장교를 포기하고...

결국 사병으로 재 입대한다.

그는 아내와 다시 있기를 갈망하나...

과달카나 전투가 끝나갈 무렵 그녀에게 이별 소식을 드는다.

 

그리고 오로지 출세욕에 부대를 죽음으로 내 모는 대대장인 톨 중령...

스타인 중위 뒤에 중대장이 되었으나 톨 보다 더 맹목적인 출세욕에 자신의 부대원들의 일부를 몰살시키는 밴드...

단순하게 C중대로 복귀하고 싶어 전투에 참여하는 웰시...

취사반원에서 전투원이 되기 위해 전투에 앞장서는 데일....

 

이들은 두려움과 공포 속에서 점점 전투에 적응하고...

살인과 약탈을 일상의 삶으로 받아들인다.

 

 

소설은 특별한 줄거리가 없다.

그냥 전투의 모습을 사실 그대로 묘사할 뿐이다.

그래서 때로는 지루하고...

작가가 무엇을 이야기 하려고 하는지가 헛갈리기조차 한다.

 

단지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전쟁에 적응해 가는 군인들을 보았다.

아니 군대에 적응해 가는 군인들이라고 하는 것이 더 옳은 것이다.

자신의 약한 모습을 감추고...

아무렇지 않게 허세를 부리며...

자신이 살기 위해서 남을 죽이는 것...

그것에 적응해 가는 군인들...

그리고 그렇게 한 단계씩 진급해 가며...

자신이 경멸하던 상사들의 모습을 닮아가는 군인들....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조직 속의 모습이다.

 

이렇게 조직에 잘 적응하는 사람을 흔히 성공하는 사람이라고 부르고...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을 낙오자라고 부른다.

C중대가 참여했던 전투에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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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오 바디스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29
헨릭 시엔키에비츠 지음, 최성은 옮김 / 민음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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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에서는 비니키우스와 리기아의 사랑이 점점 깊어진다.

그러나 이와 함께 네로의 광기도 극에 다다른다.

그리고 네로는 로마 시내를 불지른다.

단지 먼지 한 편의 시를 쓰기 위해서...

그로 인해 로마의 민심이 네로에게 적대적이 되자...

이것을 모면하기 위해 기독교인들을 잔학하게 핍박한다.

 

이 소설에서는 로마 대화제의 생생한 묘사와...

그 사건으로 인한 기독교 박해가 끔찍하리만큼 리얼하게 묘사된다.

기독교인들이 짐승의 가죽을 뒤집어 쓰고 맹수들이 득실되는 원형경기장으로 끌려 나온다.

굶주린 맹수들이 그들을 찢는다.

네로는 온갖 광기로 기독교인들을 잔혹하게 죽인다.

십자가에 죽이는 것은 양반이고(실제로 기독교인들은 예수님처럼 십자가에 죽기를 갈망한다.)

기름에 절여서 등불처럼 태우며 조명 역활을 하게 한다.

처녀들은 군중들이 보는 앞에서 벌겨 벗겨지며 강간 당하고 죽임을 당한다.

기독교인들은 로마 역사를 재현하는 도구가 되어 온갖 잔인한 방법으로 구경거리가 되어가며 죽어간다.

 

이런 네로의 잔혹함과 함께 당시의 로마 백성들의 무지함에 대한 묘사도 있다.

로마를 붙태운 네로에 대해 적개심을 품다가...

금새 네로가 제공하는 음식과 향락에 빠져 이 모든 것을 잊고 기독교인들을 학살하는데 열광한다.

어떻게 그렇게 단순할 수 있을까?

그런데 지금의 현대인들과 또 뭐가 다를까?

 

이런 기독교인들에 대한 박해 가운데서 비니키우스는 리기아를 구해내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한다.

그는 자신의 삼춘 페트로니우스를 비롯한 모든 사람의 도움을 요청하고, 모든 방법을 쓰고, 자신이 가진 모든 권력과 물질을 이용해 리기아를 구해내려 한다.

그러나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그는 그리스도께 기도한다.

모든 것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믿음으로 리기아를 살려 달라고 요청한다.

그리고 기적을 맞본다.

이 책의 표지 그림처럼 우르수스가 리기아가 묶여 있는 황소를 죽이고 리기아를 구해낸 것이다.

로마인들은 열광하고 네로조차도 리기아를 죽이지 못한다.

그리고 비니키우스는 리기아와 함께 네로의 손아귀를 벗어나 자유의 몸이 된다.

 

그러나 페트로니우스는 비니키우스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인이 되기를 거부하며 끝내 로마에 남는다.

그리고 결국 죽음을 택한다.

이 책의 마지막부분에는 죽음들에 대한 뛰어난 묘사가 나온다.

끝내 육체적 아름다움과 미를 추구하다가 사랑하는 에우로케와 자살한 페트로니우스....

광기에 극에 다다르다가 죽임을 당한 네로...

무엇보다도 베드로의 죽음이 인상 깊다.

그는 극한 박해를 피해 시종인 나자니우스만을 데리고 로마를 떠나간다.

그때 광채가운데 한 남자가 다가온다.

그는 베드로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그리스도였다.

베드로가 그리스도에게 묻는다.

"쿼바디스 도미네?"

선생님 어디로 가십니까?

그러자 그리스도가 대답한다.

"네가 내 어린 양들을 버렸으니, 또 다시 십자가에 못 박히기 위해 로마로 간다!"

땅 바닥에 엎드려 침묵하던 베드로는 다시 오던 길을 걸어간다.

이번에는 시종이 베드로에게 묻는다.

"쿼바디스 도미네?""

베드로가 대답한다.

"로마로!"

그리고 그는 절망과 두려움의 죽음이 아닌 환희와 영광의 죽음을 택한다.

저자는 아마 이들의 죽음을 극적으로 대비시키며 진정 가치있는 삶이 무엇인지를 이야기 하려고 하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묘사에 감탄을 하는 부분이 있다.

로마 도시에 대한 생생한 묘사...

황제의 타락한 파티에 대한 묘사...

페트로니우스의 탐미적 인생관에 대한 묘사...

비니키우스와 리기아의 사랑...

이와 함께 뛰어난 인물 묘사도 한 몫을 한다.

 

먼저 네로라는 미치광이 황제에 대한 묘사이다.

스스로를 시인이라고 생각하며... 말도 안되는 시를 쓰며 사람들을 존경을 꿈꾸는 인물....

페트로니우스의 작은 칭찬에도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다가...

자신에게 조금만 비위가 맞지 않으면 순시간에 변해 사람을 죽이는 광기...

광기 속에 감추어진 두려움...

네로라는 인물을 이처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또 한 명은 후에 기독교인들을 밀고 하는 자칭 그리스철학자라는 필로라는 인물이다.

어떻게 그렇게 비열하고 거짓된 인물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어찌보면 네로와 필로는 너무나 닮은 존재이다.

차이가 있다면 네로는 자신이 만든 허상을 자신으로 믿으며 끝내 그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는 것이다.

반면 필로는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깨닫고 스스로 죄를 뉘우치고 기독교신자가 되어 순교자가 된다는 것이다.

 

그 감동을 글로 표현할 수 없는 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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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오 바디스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28
헨릭 시엔키에비츠 지음, 최성은 옮김 / 민음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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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계, 벤허, 삼손과 델릴라.... 그리고 쿼바디스...

비키니우스와 리지아가 나무 그늘 아래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장면, 네로황제가 로마를 불태우는 자염, 리지아의 노예가 황소와 싸우는 장면, 그리고 마지막 베드로가 십자가를 지고 가는 예수님을 만나는 장면 등이 기억에 남는다.

그러나 어린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페트로니우스와 유니스(소설 원작에는 에우니케)의 사랑이었다.

왜 리지아 역의 데보라카가 아니라, 유니스 역의 마리나 베르티가 기억에 남았을까?

어린 시절 내 생각에는 리지아 보다 유니스가 더 아름다워 보였다.

이 글을 쓰면서 오랜 시절 기억을 떠 올리며 두 명의 여배우 사진을 찾아보았다.ㅎㅎ

 

 

 

 

 

 

어린시절 이 영화를 너무나 감명 깊게 봐서 도서관에서 문고판으로 이 책을 사서 읽었다.

문고판은 주로 페트니우스와 리기아의 사랑에 초점을 맞춰 편집된 책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어린시절의 추억을 기억하며 쿼바디스를 읽게 되었다.

쿼바디스가 아니라 쿠오바디스다...ㅠㅠ

비키니우스가 아니라 비니키우스고...

리지아가 아니라 리기아다...

원어 발음대로 번역을 했다고 하는데 처음에는 익숙하지가 않았다.

 

소설은 로마 최고의 귀족가문출신의 젊은 장교인 비니키우스가 삼촌 페트로니우스에게 자신이 만난 리기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순수하고 이국적인 리기아에게 첫 눈에 반했다는 사실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 그녀가 로마의 포로로 잡혀있는 슬라브족의 공주임을 이야기한다.

조카를 사랑하는 페트로니우스는 계략을 써서 리기아를 비니키우스의 노예로 주려고 한다.

그러나 그 사실을 안 리기아가 중간에서 도망가고...

페트로니우스는 리기아가 기독교인이라는 것을 알아내고 그녀를 찾기 위해 기도교 소굴?로 잠입한다.

그는 그곳에서 우연히 사도 베드로의 설교를 듣게 되고 충격을 받는다.

그 후 그는 자신 마음 안에 있는 리기아에 대한 욕망과 순수한 사랑으로 인해 갈등한다.

또한 자신 육체 가운데 있는 타락한 로마인의 기질과 기독교의 가르침으로 인해 갈등한다.

1권은 주로 비니키우스와 리기아의 사랑, 그리고 비니키우스가 접한 기독교에 대한 충격으로 인해 갈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소설 1권에서는 화려한 로마의 문화와 네로의 광기 어린 권력과 당시에 막 로마에서 퍼져가고 있는 기독교의 가르침과의 충돌에 초점을 맞춘다.

평생 타락한 로마문화에 몸을 맡기고 살았던 비니키우스가 리기아에 대한 사랑때문에 우연히 접한 기독교 가르침으로 인해 충격을 받는 내용이 중점을 이룬다.

 

이 책에서는 당시 로마의 문화가 얼마나 타락했는지, 네로의 광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잘 표현한다.

특별히 네로의 궁전에서 벌어지는 향락파티와 아그릿파 호수에서 벌어지는 혼음파티를 통해 당시의 로마의 지도층들이 얼마나 타락했는지를 보여 준다.

반면 이와는 전혀 다른 박애와 사랑을 가진 기독교 정신이 얼마나 숭고한지를 보여 준다.

그리고 그 기독교 정신을 접한 비니키우스의 충격을 너무나 생생하게 묘사한다.

처음에 그는 사도바울의 설교를 듣고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차츰씩 그 교리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그것이 정말 좋은 교리이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불가능한 교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조금씩 그 교리 속에 녹아들어가는 자신을 보게 된다.

그러나 그는 워낙 타락한 로마 문화 속에서 살았기에 정신으로는 그 교리를 받아들이지만 육체적으로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해 갈등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런 내면의 변화의 과정이 너무나 생생하고 진지하게 표현되어 있다.

 

1권의 내용에는 비니키우스와 리기아의 사랑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1권의 마지막 부분에서 리기아는 드디어 비니키우스에게 마음을 열고...

둘은 기독교 신앙 안에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장미빛 미래를 꿈꾼다.

그러나  이런 그들의 꿈과 달리 소설의 배경은 점점 어두워지고, 네로의 광기는 극에 다다른다.

마지 폭풍우가 몰아 칠 것 같은 위기감이 소설 전체를 지배한다.

 

마지막으로 민음사에서 나온 쿠오바디스 1권의 배경은 자신의 주인인 페트로니우스를 짝사랑하는 에우니케가 주인 몰래 주인의 동상에 키스하는 장면이다.

실제 영화에서도 나온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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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집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8
이사벨 아옌데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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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 아메리카 소설은 접해 본 기회가 별로 없다.

예전에 존 업다이크의 소설을 한 번 읽어 본 기억이 있을 뿐이다.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도 읽어보기 위해 구입한 후 1년 가까이를 읽지 못하고 있다.

 

 

 

 

존 업다이크 '브라질'이란 소설에서는...

흑인 남성과 백인 여성의 사랑을 이야기하면서...

흑인 남성이 어떤 주술로 백인으로 변화는 과정을 이야기 한다.

당시에는 사실적인 경향의 소설에서 이런 말도 않되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이상하게 느꼈는데...

이 소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 소설은 칠레의 현대사를 한 가정의 역사 속에서 바라보는 무척 사실주의적인 소설이다.

그런데 주인공인 클라라는 컵을 움직이고, 의자를 공중에 날게 하고, 영혼들과 이야기 하고, 미래를 예언한다.

이것이 마르케스 이후 남미 소설의 중심인 마술적 사실주의라고 한다...

 

 

이 책은 투르에바 가문의 여성들을 중심으로....

4대에 걸친 삶을 이야기 한다.

그 과정에 칠레의 현대사가 그대로 드러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박경리 작가의 토지가 떠올랐고...

펄벅의 대지나 도스트예프스키의 까라마조프네 형제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마지막 칠레의 군부 독재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때는...

마치 모래시계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이 책은 4대에 걸친 트루에바 가문의 이야기이다.

특이한 것은 여성작가답게 가문의 역사를 남자 중심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증조 외할머니(니베아), 외할머니(클라라), 어머니(블랑카), 그리고 작가 자신을 모델로한 알바라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파란만장한 칠레 현대사를 살아간 네 명의 여인의 삶이 등장한다.

 

그 중에서도 단연 주인공은 클라라라는 외할머니이다.

이 책은 대부분의 분량이 클라라와 그의 남편이자 알바의 외할아버지인 에스테반 트루에바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에스테반과 트루에바....

둘 처럼 맞지 않는 부부도 없을 것이다.

트루에바는 가난한 귀족의 가문에서 태어나서...

스스로 성공한 인물이다.

칠레의 보수주의를 대표하는 인물로서...

자신이 땅을 소유하고, 소작농들을 부리는 것을 당연한 이치이며...

남녀평등이나 인권등을 이야기하는 것을 공산주의로 모두 매도하는 인물이다.

 

반면 클라라는 영적이고 이상적인 여성이다.

그는 현실보다 영적인 것을 추구하고, 사람을 사랑하고, 연약한 사람을 돌보는 것을 좋아한다.

클라라의 세 명의 자녀들이나 알바 역시 이런 클라라의 성향을 받아 에스테반과 항상 갈등을 일으키고...

에스테반은 돈과 지위를 누리지만 고독과 외로움 속에 살아간다.

 

그러나 에스테반은 누구보다도 클라라의 사랑을....

자녀들의 사랑을....

알바의 사랑을 갈구한다....

 

실제 인물을 모델로 삼지 않았으면 나오지 않았을 법한...

(작가의 솜씨라면 창작 인물로도 가능했을지도 모르지만...)

독특한 인물묘사가 이 소설의 최고의 장점이다.

 

 

또 하나 이 소설을 읽으면서 칠레의 현대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칠레 대지진,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의 집권 과정, 피노체트의 군부독제 등의 과정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인터넷, 특히 네이버의 라틴아메리카의 역사를 참고 했는데... 이 과정이 매우 상세하게 나와 있었다.

라틴아메리카의 역사 http://terms.naver.com/list.nhn?cid=43050&so=st4.asc&categoryId=43050

비바칠레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717376&categoryId=43050&cid=43050

칠레의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717387&categoryId=43050&cid=43050

그리고 이런 배경을 참고하면서 읽으니 소설의 상황 속으로 더 잘 들어갈 수가 있었다.

 

특히 소설은 칠레의 귀족가문의 여성들과 인디오 개혁주의 남성들과의 사랑이 등장한다.

이를 통해 당시 칠레의 부유층들의 삶과 가난한 자의 삶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칠레의 군부독제의 과정...

그리고 이에 대해 부유층과 가난한 사람들의 정반대의 반응...

알바가 그들에게 잡혀 가서 끔찍한 고문을 당하는 과정 등을 보면서..

어쩌면 저렇게 우리나라 상황과 똑같았는지를 보고 놀라게 된다.

인간의 본성...

권력욕...

약자에 대한 억압...

자신의 기득권만을 지키려는 이기심....

이런 것들은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을 막론하고 모두에게 있는 악한 본성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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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세트 - 전3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김연경 옮김 / 민음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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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부터 러시아 소설들을 즐겨 읽었다.

특히 톨스토이와 도스트예프시키의 소설들을 좋아했다.

톨스토이와 도스트옙스키는 매우 비슷한 작가이다.

둘 다 인간 영혼 속의 갈등과 신에 대한 탐구의 내용의 소설을 섰다.

하지만 둘의 분위기는 너무나 다르다.

톨스토이 소설의 분위기가 매우 낭만적이고 탐미적인데 반하여 도스트옙스키의 소설은 매우 음침하며 어둡다.

마치 비오는 날 저녁 도시의 뒷골목에서 음란한 광고의 네온싸이 조명 아래 서 있는 느낌이 든다. 톨스토이에게 있어서 그가 글을 쓰는 목적은 인간의 내면에서 삶의 목적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발견은 종교적인 색체가 강하다.

그러나 도스트옙스키에게 있어서 그런 발견과 탐구는 사치이다.

그에게 있어서는 하루의 삶에서 그의 내면에서 자신을 무너뜨리려 다가오는 어둠과의 절박한 삶이 전부였다.

그에게 있어서 글이란 인간 내면 안에서 벌어지는 선과 악의 치열한 싸움터을 묘사하는 것이였다.

 

도스트옙스키를 처음 접한 것은 그의 소설 죄와 벌을 통해서이다.

죄와 벌을 읽었을 때 한 소설가가 이처럼 예리하게 인간의 내부를 파해칠 수 있다는 것에 감탄을 했었다.

그 감탄은 까마라조프네 형제들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이 소설은 4부작으로 이루어진 긴 소설이다. 이 소설은 타락한 한 인간이 표드로 빠블로비치라는 한 인물과 그의 세 아들의 삶을 다루고 있는 미완성 작품이다.

도스트옙스키는 이 소설에서 까마라조프네 가족을 통해 한 인간의 타락한 본성과 그 본성을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는 인간의 처절한 내면의 갈등을 소설로 그리고 있다.

그에게 있어서 까라마조프가는 인간 내면의 선과 악의 싸움의 장소이며 자신의 내면의 단면이다.

 

까라마조프가에는 3형제가 등장한다. 자존심이 쎄며 미련하리만큼 직선적이고 정욕의 노예가 되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스스로를 파멸해가는 첫째 미쨔(드미뜨리 표드로비치), 무신론자로서 스스로 신이 없다고 말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인간적이여서 무신론자일수밖에 없는 둘째 이반(이반 표드로비치), 그리고 종교적이며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 막내 알료사(알렉세이 표드로비치)...... 이들은 모두 도스트옙스키의 다른 내면의 모습인 것이다.

 

 

소설은 육체적 쾌락과 물질적 부만을 추구하는 표드로 빠블로비치가 두 아내에게서 배다른 3형제를 낳으면서 시작한다. 그는 두 아내와 헤어지고 3형제 역시 외가와 친척에 맡기고 자신은 오직 육체적 쾌락만을 추구하면서 산다. 3형제가 장성하여 아버지에게 돌아오고 아버지와 첫째는 금전문제로 원수가 된다. 또한 그들은 그누센까라는 여자와 삼각관계를 이룬다. 이런 갈등 속에서 극도로 흥분한 미짜는 아버지의 집에 뛰어 들어 가다가 아버지를 죽였다는 살인 누명을 받고 유죄판결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소설의 줄거리는 간단하지만 등장인물들의 내면과 심리 묘사는 한층 더 복잡하고 난해하다.

 

첫째 아들 미짜는 어쩔수 없이 세상의 정욕을 향해 달려가는 인간의 내면을 예리하게 묘사해 주는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정욕으로 타락으로 끌려 가는 줄 알면서도 그것을 거부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인간내면의 모습을 보여 준다.

  

둘째 아들 이반의 내면은 철저한 비관주의이다. 그는 당시의 귀족들과 종교인들의 그 외식에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무신론의 길을 택하며 모든 것을 비관하고 비웃는다. 

 

셋째 아들 이반은 내면의 순수성을 가지고 잇는 인물이다. 그러나 그 순수성은 어쩌면 깨어질 가능성을 충분히 포함한 연약한 순수성이다. 그는 여린 양심으로 조그만한 양심의 가책에도 괴로워한다.

 

 

어쩌면 이 세 아들은 표드리비치라는 타락한 육체 안에 도스트예프스키가 가지고 있었던 세 가지 성향의 모습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내면의 모습일 것이다.

도스트예프스키, 민음사세계문학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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