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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이지만 절대적인 뇌과학지식 50 - 100년 동안 인류가 뇌에 관해 밝혀온 모든 것
모헤브 코스탄디 지음, 박인용 옮김, 정용 감수 / 반니 / 2016년 3월
평점 :
내가 요즘 들어 인간의 뇌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몇 가지 사건 때문이다. 첫 번째는 주변의 노인분들의 변화이다. 오랜 시절 옆에서 보았던 넓고 예리한 시각을 가지고 있던 분들이, 어느 순간부터 편협하고 좁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심지어는 작은 일에도 화를 내고, 기억을 잃어가다가 결국에는 치매에 이르는 경우도 보게 된다. 평생을 노력해서 얻은 지식과 인격 등이 단순히 뇌의 노화로 인해 사라진다는 것이 얼마나 서글픈 것인지를 요즘 새삼 느끼고 있다.
두 번째는 아이의 탄생의 과정에서 육아의 책들을 읽다 보니 뇌의 성장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유아기 때의 엄마나 아빠와의 관계에 아이의 전두엽 발전에 매우 밀접한 영향을 미치며, 이 전두엽이 충동적인 행동의 절제나 합리적인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또한 전두엽을 통해 '옥시토닌'이라는 호르몬이 발생하는데 이를 통해 사람과의 유대관계가 형성된다. 그래서 대부분 사이코패스 같은 경우 전두엽이 다른 사람보다 덜 발달되는 것이 관측되는 것이다. 아이의 유아기 때의 양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끼고 있다.
세 번째는 인문학 서적을 읽으면서 사람의 인지 능력에 대한 사색을 하게 되었다. 현상학과 해석학과 관련된 책들을 읽으며 결국 사람의 외부 세계를 시각이나 청각 등을 통해 인식해 가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의식으로 기억하고 해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람의 뇌에 어떤 인식 작용이 일어나는 것일까라는 궁금증이 들게 되었다.
이런 궁금증을 가지고 반니 출판사에서 나온 [일사적이지만 절대적인 뇌과학지식 50]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부제는 '100년 동안 인류가 뇌에 밝혀온 모든 것'이라는 제목이었다. 제목만으로 조금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지는 책이지만, 일단 책을 열게 되면 50개의 이론들이 매우 일목요연하게 언어와 그림 등으로 설명되어 있다. 또한 이런 이론들도 일반인들이 알아야 할 기본적인 부분만 쉽게 설명되어 있다.
50개의 이론들을 여기서 모두 설명하기는 불가능하기에 앞에서 내가 가지고 있던 몇 가지 궁금증에 몇 가지만을 나열해보도록 하겠다.
먼저는 일단의 뇌의 손상과 퇴화 부분들이다. 뇌가 손상이 입거나 나이가 들어 세포가 죽으면 뇌의 기능이 저하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니어스 게이지'라는 사람의 뇌에 대한 연구이다. 게이지는 성실한 철도노동자였는데, 어느 날 폭발 사고로 1미터짜리 쇠막대가 머리를 관통하고 날아갔다. 다행히 게이지는 살아남고, 일을 하는데도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성격이 변했다는 것이다. 성실한 사람이 폭력적이고 거친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다. 후에 그가 죽은 후 그의 뇌를 연구하니 좌뇌의 전두엽 피질이 상당 부분 훼손되었다는 것이 밝혀졌다.(P31) 결국 뇌의 손상이 사람의 성격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진화된 근대인의 정신과 더불어 출현한 집행기능은 전전두피질에 결부되어 있다. 전전두피질은 인간과 가장 가까운 유인원 조상들보다 훨씬 고도로 발달한 뇌 부위다. 여기서 이뤄지는 과정들은 목표 지향적인 행동을 끌어내는 한편, 낯선 상황에 대처하는 데도 중요하다. 알츠하이머병, ADHD, 자폐증, 우울증, 조현병 등 광범위한 정신질환이나 신경 질환이 이 기능의 손상과 관계있다고 생각된다. (P96)
언어에 관련된 연구로는 브로카와 베르니케의 연구가 소개된다. 이들은 언어 장애가 온 환자의 뇌를 연구한 결과(물론 사후에) 이들의 뇌의 일정한 부분이 손상된 것을 밝혀 내었다. 그래서 연구자의 이름을 따라서 각자가 발견한 뇌의 부분을 브로카 영역과 베르니케 영역이라고 부른다. 이 부분이 뇌의 언어 부분을 감당하고, 이것이 손상되었을 경우 언어장애가 온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최근의 뇌 연구는 이보다 더 복잡하고 다층적이라고 말한다. 단순히 한 부분이 한 가지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뇌의 모든 부분이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단순히 어느 한 부분의 문제로 언어장애가 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다음은 뇌의 성장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유명한 실험이 '마시멜로 테스트'라는 실험이다. 아이들에게 자신들이 좋아하는 마시멜로나 과자를 앞에 놓고 기다리는 훈련을 시켰다는 것이다. 50명의 아이 중 3분의 1이 성공을 했고, 이 아이들을 생애를 추적한 결과 충동을 억제한 아이들이 학업성취도나 자존감, 스트레스 극복에 우월성을 보였다는 것이다.
결국 뇌는 어린 시절에 형성되고, 그렇게 형성된 뇌가 아이의 전 생애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런 뇌의 성장을 방해하는 것이 바로 스트레스이다. 특히 어린 시절의 뇌의 스트레스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유아기와 사춘기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뇌와 행동 태도에 부정적인 영향이 오래 지속된다. 생애 초기의 생활 스트레스는 뇌 회로의 발달을 방해하고 정신적인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생애 후기에 정신질환을 일으킬 위험성을 높인다. 하지만 부정적인 영향 일부는 돌이킬 수 있으며, 이 점은 자녀 양육과 사회 정책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
스트레스나 위협적인 상황에 대응하는 능력은 생존에 꼭 필요하다. 그러나 동물과 사람을 대상으로 이뤄진 수많은 연구를 통해, 스트레스에 오래 노출되면 뇌에 유독한 효과가 미친다고 알려졌다. 뇌는 유아기, 사춘기, 노년기에 특히 스트레스에 민감하다. 보통 이 기간에 극적인 변화를 겪기 때문이다. 스트레스가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스트레스가 가해지는 시점과 지속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유아기와 사춘기에 스트레스를 오래 받으면 뇌 회로의 발달에 지장이 생기고, 행동에도 해로운 영향이 오래 지속된다. 연구에 따라면 방치, 아동학대, 궁핍 등과 같이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이 거듭되면 뇌 성장이 저해되고, 이후 정신적 기능에 부정적 영향이 지속될 뿐 아니라 정신건강상 위험이 증대될 수도 있다. (P125)
마지막으로 인지 기능의 문제이다. 인간의 뇌는 어떤 기억들을 저장하고, 후에 재생한다. 그런데 이 책은 인간이 기억을 저장하고 기억하는 과정에서 기억은 변한다고 말하고 있다.
바틀릿은 실험에 이 놀이를 이용했다. 사람들에게 귀신 전쟁이라는 미국 원주민의 옛이야기를 읽게 한 뒤 여러 차계에 걸쳐, 때로는 1년 뒤에 그 이야기를 회상하게 했다. 사람들은 회상할 때마다 반드시 이야기 줄거리를 바꿔 말한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자기가 부적절함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빠뜨리는가 하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으로 초점을 옮겨 부각하고, 의미가 닿지 않는 부분은 스스로 조리 있게 바꾸었다.
바틀릿에 따르면, 그들이 이야기를 바꾸는 것은 자신이 이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지식의 틀에 이야기를 맞추기 위해서이다. 달리 말하면 회상을 하는 과정은 우리 자신의 기대와 선입견에 물들어, 기억을 미묘하게 바꿔버린다. 바틀릿은 이제 고전이 된 저서 [회상]에서 이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렸다.
"어떤 사건에 대한 우리의 기억은 혼합된 정보를 반영한다. 사건이 일어날 당시에 부호화된 것에 지식, 기대, 믿음, 사고방식을 바탕으로 추론이 덧붙여진다.(P74-5)"
최근의 연구에서는 사람이 자는 동안 기억이 축적되고 재생되는데 이 과정에서 왜곡이 일어난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내 기억이 백 퍼센트 진실이라는 것을 맹신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기억이 백 퍼센트 맞는다고 이것과 다르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인간의 기억은 결국 왜곡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간과하기 때문이 아닐까?
사실 그동안 뇌과학이나 호르몬 연구에 대한 이론들을 별로 신뢰하지 않았었다. 이런 연구들이 개인행동의 책임을 유전적 여향이나 호르몬 영향으로 돌려서 회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개인이 평생 노력하고 닦은 인간의 성품이나 인격 등이 결국의 뇌의 세포나 호르몬의 작은 변화 때문에 바뀔 수 있다고 한다면 얼마나 서글픈가? 그러나 이 또한 외면할 수 없는 진실일 것이다. 문제는 자신의 뇌나 호르몬의 결핍된 부분을 인간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것이다. 마치 가난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가 이를 알고 더 노력해서 가난을 극복한 것처럼, 자신의 약한 부분을 알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