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와일드에 대하여 문인이 쓴 문인의 삶 1
앙드레 지드 지음, 이효경 옮김 / 글항아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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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앙드레 지드가 오스카 와일드에 관해 쓴 글이다.

그날 저녁 무렵 휴식 시간을 맞아 여느 때처럼 줄을 맞춰 산책하는데, 내 뒤에서 갑자기 누가 내 이름을 부르는 거야. 내 바로 뒤에 있던 죄수였지. ‘오스카 와일드 씨, 당신이 몹시 불쌍합니다. 우리보다 고생이 무척 많습니다.‘ 그의 말에 나는 최대한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사실 기절하는 줄 알았네!) 앞만 보며 대답했지. ‘아니오, 친구. 우린 모두 똑같이 고생하고 있지요.‘ 놀랍게도 그날 이후 죽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졌네.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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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하는 여인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소설선집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지음, 이지순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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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다는 것, 그것은 기쁨이자 고통이다. 난 간혹 여름에 느끼는 목마름처럼 뭔가 적고 묘사하고 싶은 강한 욕구에 사로잡힌다. 덧없지만 아롱지게 반짝이는 형용사를 붙잡으려는 위험한 장난을 시작하고 싶은... 그러나 그것은 곧 멈춰 버릴 짧은 위기이며 근질근질하게 가려운 흉터 자국에 지나지 않는다.
글을 쓴다는 것은 참으로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 게다가 난 발자크 같은 위대한 작가도 아니니... 내가 쓴 섬약한 이야기들은 배달부가 벨을 울릴 때, 구두 수선 아저씨가 수선비 계산서를 내놓을 때, 소송 대리인이 전화를 걸 때... 와르르 무너진다. - P16

뮤지컬 배우이고 마임 배우이고 무희이기도 한 내가 돈을 계산하고 물건값을 깎고 흥정하는 지독하고 성실한 상인으로 변한 것이 놀라울 뿐이다. 그것은 비록 돈 버는 재주가 없던 여자라도 자신의 삶과 자유가 전적으로 돈에 달려 있다는 것을 깨달을 때 금방 배우게 되는 일이다. - P34

결혼이란 대부분의 남편들이 자신의 아내를 간호사로 만들어 버리는 일종의 노예화인 거죠. 결혼한다는 것, 그것은...무어랄까? 음... 말하자면 남편이 먹어야 할 돼지갈비가 너무 타지 않았는지 생수가 너무 차갑지는 않은지 와이셔츠의 풀을 잘못 먹인 건 아닌지 칼라가 너무 후줄근한 건 아닌지 목욕물이 너무 뜨겁진 않은지 늘 긴장하며 사는 것이지요. 그러다가 결국 탐욕, 인색함, 게으름, 그런 남자의 괴상한 성격 사이에서 완충제 역할을 하느라 지치겠지요. - P188

게으르고 향기로운 빗방울을 한 방울씩 뿌리며 검은 먹구름이 머리 위로 지나간다. 빗방울 하나가 내 입가에서 별 모양으로 부서진다. 나는 황수선화 맛이 나는 미지근하고 먼지 섞인 그 빗방울을 마신다. - P269

난 혼자다...그것은 오래 전부터, 그래서 난 혼자 중얼거리거나 개, 난롯불, 거울의 내 모습과 이야기를 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지... 그건 아마도 은둔자들이나 오랜 형기의 죄수들이 갖게 되는 괴벽일 게다. 하지만 난, 나는 자유롭다. 내가 혼잣말을 한다면 그건 내 생각이 리듬을 붙여서 좀 더 잘 정리하려는 욕구에 지나지 않는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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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다.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 자전거는 자전거 도로로, 차들은 차도로 달리는데 차소리가 자전거를 쫓아오는 것 같다. 소리로부터 달아난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차들은 자전거를 지나쳐 간다. 가로등 때문일까. 그림자가 서넛이다. 서너 개의 그림자만 악착같이 자전거를 따라온다. 가엽다.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자 비눗방울이 뒤에서 솟아오른다. 자전거의 속도를 줄인다. 딸을 위해 한 아빠가 부는 중이다. 비눗방울을 생각한다. 오래 전 밤에 옥상에 올라 비눗방울을 불곤 했다. 지나는 이들 중에 오로지 아이들만 골목에 가득한 비눗방울에 대해 이야기했다. 어른들 눈에는 비눗방울이 보이지 않았던 걸까. 내게 아직 아이의 눈이 남아 있는 걸까. 비눗방울이 밤을 따라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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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엄마 맞아? (반양장) - 웃기는 연극
앨리슨 벡델 지음, 송섬별 옮김 / 움직씨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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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목이 <당신 엄마 맞아?: 웃기는 연극>이다. 웃기는 연극의 의미를 모르겠다.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걸까. 아버지와 어머니의 회고록 형식이지만 <펀홈>은 20대 초반까지, <당신 엄마 맞아?>는 그후의 작가의 회고록 같다. 그림 색도, 내용도 전편보다 무거운 느낌이다. 많은 생각이 떠오른다.

눅눅한 지하실을 수리하다가 실수로 나오는 길을 막아 버렸다. 두려웠다. 거미줄 친 작은 창문을 비집고 나가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 개울을 따라 걸으며 건널 만한 길을 찾아본다. 징검다리가 물에 잠겨 있다. 물은 깊고 탁하다. 날씨는 따뜻하다. 몸에 걸친 것 중 젖으면 안 될 것은 없다. 물이 더러운 게 신경 쓰이기는 하지만...그렇다고 물속에 온몸을 내맡기는 느낌이 아주 사라지는 건 아니다. - P8

성인이 된 이래 나는 거의 항상 심리 치료를 받아 왔지만, 엄마에 대한 강렬한 감정을 내려놓지 못했다. 지금의 상담사 캐롤을 만난 지는 십 년째다.

제 인생은 엉망진창이에요. 안정된 연애를 못한 지 팔 년이 됐고... 자꾸 다른 사람에게 끌리곤 해요. 아버지의 자살을 다룬 회고록을 쓰고 있는데 한 문장을 쓸 때마다 두 문장씩 지워요. 늘 망할 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것처럼 느껴져요. 마치 두 다리가 묶인 것처럼 말이죠. 아닐 수도. 제가 다 꾸며 낸 생각인지도 모르죠. 모르겠어요! - P24

모든 것이 단조로워요. 어떤 것에도 흥미가 생기지 않고 욕구도 잃었어요. 모두에 대해서요. 인생이...고단한 노력을 지속하는 데 지나지 않는 것 같아요. - P57

나는 벽장 뒤쪽이나 식당 구석에 몸을 숨기고 그림을 그렸다. 보이지 않고 침범당하지도 않는다는 감각은 일종의 환희였다. 위니캇은 ‘존재의 지속‘이라는 개념을 이야기한다. 모든 아기, 실은 모든 사람이 원하는 건 오로지 방해받지 않고 존재를 지속하는 것뿐이라는 개념이다. - P136

엄마의 반응에 기가 질렸다. 아버지가 동성애자였다는 사실보다 내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엄마를 더 괴롭힌다는 걸 알게 됐다. 하지만 엄마의 거부감이 향하는 대상은 따로 있다는 것도 알았다. - P188

우는 것을 들키지 않고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침묵하다가 나는 별안간 뭔가를 선명하게 깨달았다. 내가 엄마에게서 얻고자 하는 것이 다만 엄마에게 있지 않을 뿐이었다. 그건 엄마 잘못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그걸 엄마로부터 끌어내지 못한 것은 내 잘못은 아니다. 엄마는 당신이 줄 수 있는 걸 내게 줬다. - P234

엄마를 실망시킨 것 같았죠. 엄마는 온갖 요구에 시달렸고...엄마가 제가 요구한 단 하나는 제가 엄마한테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는 거였으니까요."

*엄마가 제가 요구한->엄마가 제게 요구한
마침표 뒤에 따옴표는 없어야 한다. - P266

배를 발로 걷어 차인 기분이었다. 나는 우리가 정말 사소한 스킨십이라도 하길 바랐다. 그 순간 내가 바란 것은 단 하나, 아주 잠깐이라도 내가 아닌 누군가의 압력으로 감싸이는 기분을 느끼는 것뿐이었다. - P277

로시 갤러거가 쓴 글이야. ‘작가의 일은 혼란스러운 인생에 형태를 부여하는 것, 자신의 이야기에 복무하는 것이다. 중요한 건 자신의 가족도, 진실도 아닌 이야기에 복무한다는 점이다.‘ 그래, 가족 따윈 얼어죽을! 이야기에 복무해야 하는 거야.

서점 직원한테 내 딸의 책이 곧 나온다고 말해 뒀다. 무슨 내용인지 묻기에 "내 얘기!"라고 말했지. - P290

엄마의 배우 생활을 떠올리면 우리가 그렇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인물을 연기하는 대신, 나 자신을 연기할 뿐이다. 안다. 엄마는 내가 당신 자신에 관한 책을 안 쓰길 바란다. 아이러니한 것은 만약 엄마가 창조성의 위험을 감수하는 본보기가 되어 주지 않았다면, 나 역시 이 글을 쓰지 않았으리라는 점이다. - P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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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6-04 19: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 책 읽고, 이누아님이 제목으로 뽑으신 그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두었어요. 작가가 그렇게까지 갈등하고 고민하고 끝까지 찾고 싶어했던 답을 명시적으로 독자들에게 보여준것 같기도 하고, 또 어머니와의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는 점에서.... 전 정말 작가가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이누아 2020-06-04 20:19   좋아요 0 | URL
피터 엘보의 <힘 있는 글쓰기>에 ˝사람들이 진짜 목소리를 사용하지 않는 또 한 가지 이유는 자신의 힘에서 달아나기 위해서다. 원래대로 강하게 살아간다는 것, 자신의 힘을 사용한다는 것에는 뭔가 무시무시한 면이 있다. 그것은 훨씬 더 큰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는 뜻이다.˝라는 구절이 있어요. 이 책을 읽을 때 그 구절이 생각났어요. 진짜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작가예요. 말씀대로 대단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