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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몽쇄언 - 꿈과 인생
김대현 지음, 남만성 옮김 / 을유문화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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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선물로 오빠가 사준 책이다. 내가 잘 알지 못하지만 은둔자처럼 숨어있던 이 책의 서술의 담담함과 소박함, 내용의 광활함이 내 눈을 가만히, 그러나 점점 커지게 한다. 이런 책을 만드는 을유문화사에게 감사한 마음이 인다.

월창거사는 이 책의 말이 자질구레하고, 좀스러워 '꿈에 관한 부스러기 같은 말'이라고 이름 붙였다고 하지만 아직 꿈 속에 사는 나로서는 이 책의 말이 크고 환하여 읽고 또 읽게 된다. 제목처럼 꿈에 관한 이야기 책이다. '삶을 알면 죽음을 알고, 죽음을 알면 돌아간다는 것을 알 것이다. 돌아간다는 것을 아는 자는 생사의 꿈 밖에 뛰어난 사람이다'라는 책 속의 말처럼 꿈 속의 사람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이지만 결국 꿈 깨는 것에 대해 적어 놓은 책이다.

꿈 속에서도 무서운 것이 나타나면 기겁을 하고 달아나듯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도 꿈이라 할지라도 후회하는 과거와 근심하는 현재와 염려하는 미래가 엄연히 우리를 붙잡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이 책을 가만히 읽노라면 잠시라도 내가 꾸고 있는 이 꿈이 참말로 꿈 같고, 그래서 문득 죽고 사는 큰 꿈에서 벗어나고픈 생각이 든다.

누구에게나 이 책을 권하고 싶다. 특히 노자나 장자를 좋아하거나 불교의 선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이 책을 여러 번 읽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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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과 희망: 정신분열증 환자의 가족들을 위하여
천주의성요한생활관 / 하나의학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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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열증이라는 말 자체가 주는 위협감은 거의 에이즈나 사스에 가깝다. 일반적으로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약을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 병을 앓는 사람으로 정신질환자를 대하기보다 전염병 환자처럼 피하려고만 한다. 그러나 정신질환은 교통사고처럼 갑자기 우리와 가까운 사람이 앓을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주위에서 그 병을 인정하기도 힘들 뿐더러 인정한 후에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해서 병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이 책자는 얇은 소책자로 여러 가지 경우에 따라 어떻게 정신분열병 가족들이 행동해야 하는지 행동위주로 서술하고 있다. 복잡하게 병에 대해 설명하는 책은 아니다. 그래서 더욱 실질적으로 환자 가족이나 지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이 책은 '삶을 사랑하는 사람'(http://hosu.pe.kr/)이라는 정신과 의사분이 운영하시는 홈페이지에 소개된 것을 보고 읽게 되었다. 청각장애자가 아니더라도 수화를 배울 수 있듯이 자신이나 가족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지 않더라도 관심을 갖고 읽어볼 만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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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대한민국 1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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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을 받아보는 내게 박노자는 친근하다. 그런데도 그의 책을 읽지 않던 내가 알라딘의 할인과 저자 사인에 마음이 동해 읽게 되었다.

고등학교 때 읽었던 이어령의 [신한국인]과 비슷한 류로, 외국인의 시각에서 쓴 책이겠거니 했는데 아니었다.에세이 같은 책이라기보다 지금의 역사서이고, 역사서라기보다는 또 일기장에 가까운 묘한 책이었다. 어쨌든 역사를 전공한 나로서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부끄러움을 느껴야 했다. 이 책은 내가 내 생활 하나하나에 묻어있는 역사적 실체들을 습관과 관습으로, 혹은 '평화로운' 생활을 위한 어쩔수 없는 것들로 말하면서 나와 내 이웃들을 더 일그러지게 하고 있음을 보게 한다.

어처구니 없게도 이 책을 읽고나서야 대학때 '학번 위주'의 원칙 때문에 같은 또래끼리, 혹은 나이 많은 낮은 학번과 나이 어린 높은 학번이 서로 높임말을 하는 일이 이상하게 보였던 까닭을 알게 되었다. 군대문화는 중세의 대학처럼 자치적으로 보이는 곳에까지 스며든 것일까?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혹은 인종주의에 관한 한국사에서의 고찰은 한국사에 대한 나 자신의 무지를 확인하기에 충분했다. 근원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당연시하고, 혹은 신성시하는 많은 일들이 그 시작이 어처구니 없음을 확인할 때 좀더 쉽게 그 거대한 그물망을 찢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는 대학에서도 조선인 유학생들에 대한 배려가 중국인이나 여타 외국인에 비해 더 열악한 예를 본 적이 있다. 그런데도 단순히 부당하다는 생각을 넘어서 문제의식을 갖지는 못했다. 개개의 사실이 아닌 일반적인 문제인데도 말이다.

비판을 담고 있지만 대한민국을 비난하지 않는 저자의 태도는 그가 한국인으로 귀화했기 때문이 아니라 몽고인 바트자갈처럼 한국의 문제가 아닌 보편적인 인간의 문제로 모든 문제를 파악하기 때문이 아닐까?

저자의 비판이 고맙다. 그런데도 마음이 무겁다. 한껏 진보를 외치고, 남녀평등을 말하던 선배들이 술자리에서 여자 후배가 과음하거나 담배 피는 모습을 '여자가..'라고 뒤에서 말하는 모습을 보아왔던 내가, 일의 합리성보다 스스로 윗사람에게는 공손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내가, 결혼으로 박노자가 말하는 특권층(그의 표현이다)에 편입될지 모르는 내가 머리로나 몸으로나 그의 충고를 잊지 않고 생활에 적용해 갈 수 있을지....

화염병을 들고 거리로 뛰어나가던 대학생이 교수님의 부당한 심부름과 지시를 따르는 모습을 이상하게 본 외국인이자 내국인인 그에게 나도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고백한다. 지금 변화하지 못하면 영원히 변화할 수 없다는 게 내 신념이다. 그런 나의 모습을 자각한 후인 지금, 변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자꾸만 자신이 없어진다. 한국인인 나로서가 아니라 보편 인류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나는 변화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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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 김용옥의 금강경 강해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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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은지 몇 달이 지났다. 그래서 생생하게 이 책에 대한 인상이 남아있지는 않다. 책을 안 읽어도 습관적으로 알라딘에서 <금강경>이라고 빨리찾기를 치는 내게 이 책은 언제나 눈에 띈다. 오늘은 제일 위에 이 책이 놓여 있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읽으려는 마음이 없었다. 도올의 노자에 대한 책이나 화두에 관한 책을 읽고 크게 실망했던 나로서는 다시 그의 책을 읽고 싶지가 않았다. 그런데 어느 스님이 쓰신 금강경 관련 서적-제목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에서 도올이 쓴 이 책이 재가자가 쓴 서적 가운데 훌륭하다는 평가가 있어서 읽게 되었다. 서문에 법정 스님까지 글을 남겨 주셨으니 이 책은 무언가 다르리라.

그러나 내 인상으로는 별로 다른 것이 없었다. 일반적인 내용에 현학적 색채와 자신의 감동을 입혀 두었다. 아래의 10편의 마이리뷰 가운데 여러 편이 이 책이 한역이 아닌 방식으로 번역해서 읽기가 좋았다거나 산스크리트어를 인용해 원전해석에 접근해 있는 점을 높이 사고 있다. 만일 그런 책을 원한다면 석진오의 <금강경연구>나 각묵스님의 <금강경역해>가 더 적절할 것이다.

도올의 금강경은 '자기식으로' '자기 세계'를 갖고 싶어하는 지식인과 신앙인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답습하지 않는 태도는 훌륭한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도올의 금강경의 독창성이 어디에 있는지 나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차라리 <금강경강해>가 아닌 '금강경 에세이' 정도가 더 진솔한 태도의 제목이리라.

나의 실망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의 가치를 무시할 수 없다. 도올의 이름과 그의 강한 어투가 많은 사람에게 책장을 쉽게 넘기게 한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는 힘을 갖고 있다. 나 역시 도서관에서 금강경에 관한 서적을 열 권 가까이 빌려왔을 때 제일 먼저 그의 책을 읽었다. 왜냐하면 빨리,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고, 내 생각은 적중했다. 사실 이 책은 쉽다. 그러나 현학적인 색채로 읽은 이에게 뭔가 새롭고 대단한 것을 읽게 한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어쨌든 대중에의 접근성이 돋보인다. 금강경 같은 서적을 텔레비전에 소개하고, 책으로 읽게 하는 도올의 힘은 가이 가공할 만하다. 조금의 비아냥도 없이, 진심으로 고전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일으킨 점에서는 도올과 그의 서적에 대해서 높이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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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경 - 21세기를 사는 지혜의 서 7 21세기를 사는 지혜의 서 7
오쇼 라즈니쉬 지음, 손민규 옮김 / 태일출판사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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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제각기의 눈과 제각기의 귀를 갖고 있다. 그래서 제각기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라즈니쉬를 보면 그가 이 세상 속의 다른 세상을 갖고 있는 듯 보인다. 수보리가 묻는다. 라즈니쉬는 수보리의 질문을 이미 저 언덕에 가 있는 자가 이 언덕에 어떻게 남아 우리를 도울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해한다. 그는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일까?

나는 매일 금강경을 읽는다. 완전히 몰입해서, 기쁘고 즐거워서 여러 번 책을 읽는 내게 유일한 예외가 금강경이다. 금강경은 막연하다. 익숙해지기는 하지만 그 막연함은 이 언덕의 세계의 내가 저 언덕의 글을 읽는 느낌이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금강경은 아득하고, 구체적으로 몰라진다. 하나씩 알아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씩 몰라가는 책...

라즈니쉬의 강의는 한자어로 번역되지 않아 꽤 독특한 느낌을 준다. 마치 시를 읽는 듯한 인상, 어떤 틀에 얽매이지 않는 태도, 자신의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생동감! 이것이 이 책의 매력이자 라즈니쉬 자신의 매력이다. 이 책을 읽고 있으니 구마라집의 금강경도 말고, 라즈니쉬의 금강경도 말고, 내 금강경을 읽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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