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선방일기
지허 스님 지음 / 여시아문 / 200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책을 들면 스님들이 쓰신 이야기책이 많다. 스님들이 이렇게 할 이야기가 많은가 싶은 생각이 든다. 어떤 책은 왜 쓰셨을까 싶은 책도 있지만 [산중일기]나 [선방일기] 같은 책은 읽다보면 그들에게는 일기에 불과한 것이 왜 책으로 엮어져 나왔는지 금방 알 수가 있다.
어떻게 생활이 수행이 되는지, 어떻게 생각을 끊고 하나에 전념하는지, 어떻게 고통을 이겨내며, 어떻게 병을 이해하며, 얼마나 고독한지, 위선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고 있다.
나는 선방 스님들의 일상을 직접 볼 기회가 있었다. 하루종일 가만히 앉아 계시는 스님 한 분이 푹 쓰러진다. 쉬지 않고 육체적으로 일하는 후원의 일을 맡아하는 사미니 스님들은 쓰러지지 않는데 가만히 앉아 계시던 분이 더 많이 아팠다. 잘못 공부해서 아픈 것이 아니라 가만히 있기가 움직이는 것보다 더 어렵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는 것이 더 익숙해질 때까지는.
글 중에 본능을 억제하는 것과 견성의 관계에 관한 대화가 나온다. 사실 선방생활이란 먹고 싶을 때 먹는 것이 아니고, 자고 싶을 때 자는 것이 아니며, 서고 싶다고 서는 것도 아니고, 말하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 생각조차 끊으려고 애를 쓰고 있지 않는가. 그것이 견성에 유익한 것인가? 나는 모르겠다. 그러나 집에 물건들을 가지런히 정돈을 해두면 찾아 쓰기 쉽고, 이사하기 좋고, 버리기도 쉽고, 챙기기도 쉽듯이 생활 전체가 정돈이요, 또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대해 무관심할 수 없으니 모든 존재에 대한 경계와 자비가 함께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더욱이 그럼으로써 몸과 생각이 어떻게 호흡하며 살아가는지 더욱 선명히 볼 수 있으리라.
요즘은 재가자들을 위한 선방이 꽤 있다. 한 달이나 석 달쯤 선방에 앉아 있을 수 있다. 생에서 한 달이나 석 달이 그렇게 긴 시간일까? 그런데도 내게는 시간이 없다. 돌아보면 죄다 핑계들이다. 새벽에 앉아 진언을 하면서 생활 가운데 맑음 있으라 하며 나를 또 위로한다. 위로받을 내가 아직도 우두커니 앉아 있다. 문득 내가 일기를 써도 읽는 이에게 이런 유익함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생활이 수행이 되고서야 가능한 일일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