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
문보영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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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면서 인생에 관해 말하고 싶다면, 인생에 관해서는 1퍼센트만 말하고 99퍼센트의 쓰레기를 가져오면 된다고. 왜냐하면 인생보다 쓰레기가 인생에 더 가깝기 때문에. - P71

사랑과 실망은 동의어가 아닐까. 왜 같은 단어를 두 개나 만들었을까. 실망할 것이 남았으므로 나는 여전히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나 보다. - P89

심리상담사는 설명을 해도 더 설명할 게 남았는지 끊임없이 설명하라고 했다. 나는 설명 없이도 사랑받고 싶어서 시를 쓴다고 말하지 못했다. - P120

왜 사람들이 웃을 때 나는 웃지 못할까? 생각해보면, 세상이 웃는 방식으로 내가 웃었다면, 애초에 시를 쓰지 않았을 것이다. 세상이 미소 짓지 않는 방식으로 내가 미소 지었으므로 시를 쓰게 되었기 때문이다. 슬픈 이야기다. - P173

늦게 와서 미안하다며 친구가 전시회 티켓을 샀는데, 밥도 사줬다. 친구가 늦게 와서 생계가 유지된다.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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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와일드에 대하여 문인이 쓴 문인의 삶 1
앙드레 지드 지음, 이효경 옮김 / 글항아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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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지드가 오스카 와일드에 관해 쓴 글이다.

그날 저녁 무렵 휴식 시간을 맞아 여느 때처럼 줄을 맞춰 산책하는데, 내 뒤에서 갑자기 누가 내 이름을 부르는 거야. 내 바로 뒤에 있던 죄수였지. ‘오스카 와일드 씨, 당신이 몹시 불쌍합니다. 우리보다 고생이 무척 많습니다.‘ 그의 말에 나는 최대한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사실 기절하는 줄 알았네!) 앞만 보며 대답했지. ‘아니오, 친구. 우린 모두 똑같이 고생하고 있지요.‘ 놀랍게도 그날 이후 죽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졌네.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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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하는 여인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소설선집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지음, 이지순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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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다는 것, 그것은 기쁨이자 고통이다. 난 간혹 여름에 느끼는 목마름처럼 뭔가 적고 묘사하고 싶은 강한 욕구에 사로잡힌다. 덧없지만 아롱지게 반짝이는 형용사를 붙잡으려는 위험한 장난을 시작하고 싶은... 그러나 그것은 곧 멈춰 버릴 짧은 위기이며 근질근질하게 가려운 흉터 자국에 지나지 않는다.
글을 쓴다는 것은 참으로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 게다가 난 발자크 같은 위대한 작가도 아니니... 내가 쓴 섬약한 이야기들은 배달부가 벨을 울릴 때, 구두 수선 아저씨가 수선비 계산서를 내놓을 때, 소송 대리인이 전화를 걸 때... 와르르 무너진다. - P16

뮤지컬 배우이고 마임 배우이고 무희이기도 한 내가 돈을 계산하고 물건값을 깎고 흥정하는 지독하고 성실한 상인으로 변한 것이 놀라울 뿐이다. 그것은 비록 돈 버는 재주가 없던 여자라도 자신의 삶과 자유가 전적으로 돈에 달려 있다는 것을 깨달을 때 금방 배우게 되는 일이다. - P34

결혼이란 대부분의 남편들이 자신의 아내를 간호사로 만들어 버리는 일종의 노예화인 거죠. 결혼한다는 것, 그것은...무어랄까? 음... 말하자면 남편이 먹어야 할 돼지갈비가 너무 타지 않았는지 생수가 너무 차갑지는 않은지 와이셔츠의 풀을 잘못 먹인 건 아닌지 칼라가 너무 후줄근한 건 아닌지 목욕물이 너무 뜨겁진 않은지 늘 긴장하며 사는 것이지요. 그러다가 결국 탐욕, 인색함, 게으름, 그런 남자의 괴상한 성격 사이에서 완충제 역할을 하느라 지치겠지요. - P188

게으르고 향기로운 빗방울을 한 방울씩 뿌리며 검은 먹구름이 머리 위로 지나간다. 빗방울 하나가 내 입가에서 별 모양으로 부서진다. 나는 황수선화 맛이 나는 미지근하고 먼지 섞인 그 빗방울을 마신다. - P269

난 혼자다...그것은 오래 전부터, 그래서 난 혼자 중얼거리거나 개, 난롯불, 거울의 내 모습과 이야기를 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지... 그건 아마도 은둔자들이나 오랜 형기의 죄수들이 갖게 되는 괴벽일 게다. 하지만 난, 나는 자유롭다. 내가 혼잣말을 한다면 그건 내 생각이 리듬을 붙여서 좀 더 잘 정리하려는 욕구에 지나지 않는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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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다.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 자전거는 자전거 도로로, 차들은 차도로 달리는데 차소리가 자전거를 쫓아오는 것 같다. 소리로부터 달아난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차들은 자전거를 지나쳐 간다. 가로등 때문일까. 그림자가 서넛이다. 서너 개의 그림자만 악착같이 자전거를 따라온다. 가엽다.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자 비눗방울이 뒤에서 솟아오른다. 자전거의 속도를 줄인다. 딸을 위해 한 아빠가 부는 중이다. 비눗방울을 생각한다. 오래 전 밤에 옥상에 올라 비눗방울을 불곤 했다. 지나는 이들 중에 오로지 아이들만 골목에 가득한 비눗방울에 대해 이야기했다. 어른들 눈에는 비눗방울이 보이지 않았던 걸까. 내게 아직 아이의 눈이 남아 있는 걸까. 비눗방울이 밤을 따라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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