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의 화해 - 상처받은 내면의 ‘나’와 마주하는 용기
오은영 지음 / 코리아닷컴(Korea.com)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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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말이다. 당연한 말을 듣고 또 들어야 겨우 내게 당연해진다. 아이들이 더 어렸을 때 육아서를 화장실에 두고 읽었다. 화장실을 다녀오면 마음이 좀 부드러워졌다. 육아야말로 끊임없는 격려가 필요하다. 요즘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길다. 화내고 협박하는 시간이 지나면 자책의 시간이 온다. 그러지 않으려고 애쓰는 중에 이 책을 읽었다. 읽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하다.   

우리는 역할로만 인정받는 그런 작은 존재가 아닙니다. - P95

‘해야 한다‘에 몰두하다가 정작 ‘아이‘를 놓칩니다. - P124

인생은 언제나 최선을 다하되, 문제가 생기면 극복해 나가면 됩니다. 극복한다는 것은 성공을 말하는 것이 아니에요. 피하지 않고 끝까지 겪어 내는 것을 말합니다. 누구나 그렇게 겪어 내고 있습니다. 그러니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요. 장담할 수 없는 너무 먼 미래는 생각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오늘을 살면 됩니다. 예상할 수 있는 오늘을 살고, 또 오늘을 살고, 또 오늘을 살면 그게 인생을 잘 겪어 내고 있는 거예요. - P158

아이 앞에서 화내지 마세요. 쉽게 "순간 욱해서 그랬어"라고 말하지 마세요. 욱하는 일은 정당화될 수 있는 변명이 아닙니다. 부모에게는 잠깐의 욱이고 화였는지 모르지만, 아이에게는 두려움과 공포의 순간이 됩니다. 아이는 살면서 그럴 때가 가장 힘이 듭니다. 상처가 돼요. - P204

부모에게는 자비가 있어야 합니다. 가장 좋은 육아는 아이뿐 아니라 부모도 편안한 육아예요. 육아 앞에서 너무 비장해지지 마세요. 괜찮아요. 그 정도로 하늘이 무너지지 않습니다. 우리 아이, 잘못되지 않습니다. - P230

아이를 존중한다는 것은 뭘까요? 이 아이의 인생을 내가 좌지우지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이 아이와 내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에요. 내가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이 내 아이가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 P251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용서보다는 반성을 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라고 묻는다면 "원래 더 나은 사람이라는 것은 없어요."라고 대답할게요. - P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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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 홈 : 가족 희비극 (페이퍼백) 움직씨 만화방 2
앨리슨 벡델 지음, 이현 옮김 / 움직씨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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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님의 페이퍼를 보고 읽었다. 읽고 나서 저자의 다른 만화와 이 책에 나오는 소설 몇 권도 주문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이렇게 쓰고 그릴 수 있다니 멋지다. 책 내용과 관계없지만 마지막 페이지에서 본 책임편집자 이름이 기억에 남는다. 나낮잠이다. 기분좋게 웃었다.  

사실 이 집의 정교한 빅토리안 인테리어 자체가 감정을 숨기기 위해 설계된 것이었다. - P26

사고사든 자살이든, 어느 모로 보나 ‘어리석은 죽음‘이었다. 아버지는 여기에 묻혀 있어. 나는 스스로에게 타일렀다. 이젠 영영 진흙 속에 갇힌 거야. - P60

프루스트가 소설 전체에 걸쳐 장치한 메타포가 있다. 화자의 가족이 산책할 때 갈 수 있는 두 갈래의 길, 스완네 집 방향과 게르망트 방향이다. 두 길은 처음에 서로 대조적인 것을 상징하는 듯 보인다. 부르주아 대 귀족, 동성애 대 이성애, 도시 대 시골, 에로스 대 예술, 은밀함 대 공공연함. 한데 작가는 소설 말미에서 두 갈래 길이 실제로는 하나로 모아지는 것을 밝혀낸다. 길은 처음부터 크고 넓은 ‘횡단선의 연결망‘으로 이어져 있었던 것이다. - P108

또 다른 사진에선 스물 두 살의 아버지가 방수포를 깐 학생회관 옥상에서 일광욕을 즐겼다. 사진 찍어 준 남자는 아버지의 애인이었을까? 내 스물한 번째 생일날 건물 비상구 앞에서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 준 여자가 내 애인이었던 것처럼? 건물 외부라는 배경, 가슴 저미는 미소, 구부린 손목, 심지어 얼굴에 드리운 그늘 각도까지. 아빠와 내 사진은 마치 잘 옮긴 번역문처럼 꼭 닮았다. - P126

주님의 뜻 따윈 없어요! 아버진 조울증 걸린 벽장 게이고요, 요 지긋지긋한 마을을 일분일초도 더 참을 수 없어서 자살한 거라고요! - P131

또 하나, 내 상상이 그야말로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게 된다. 만약 우리 아버지가 젊은 시절 ‘벽장‘ 밖으로 나왔다면, 그래서 어머니와 결혼하지 않았다면... 나는 어디에 있게 될까? - P203

크리스마스는 집에서 보냈다. 아버지가 <율리시스> 소식에 반색해서 나는 조금 짜증이 났다. 그래도 아버지 관심을 받는 건 반가웠다. 간접적인 관심이라곤 해도 그리웠던 것이다. 나도. -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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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6-01 22: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누아님! 제 페이퍼 보시고 이 책을 찾아읽으셨다니 반가운 마음입니다.
저는 <당신 엄마 맞아>도 좋았어요. 그림이 주는 힘이 큰 책이라 생각했는데, 올려주신 문장만 읽어도 작가의 내공이 느껴지네요. 읽었는데도 다시 읽고 싶은 책이에요. 다른 책 리뷰도 기대하고 있을께요^^

이누아 2020-06-02 15:40   좋아요 0 | URL
작은 방인 줄 알고 문을 열었는데 들판이 펼쳐져 있는 것 같아요. 책을 읽고 싶게 하는 책이에요. <당신 엄마 맞아>와 프루스트는 내일쯤 도착할 것 같고, 도서관에서 콜레트의 책도 빌려 왔어요. 다 읽을 수 있겠죠. 언젠가는.^^ 덕분에 잘 읽었습니다. 고마워요. 리뷰는 잘 안 쓰는 편이라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고요는 어디 있나요
하명희 지음 / 북치는소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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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편의 소설이 있다. 소설일까. 아껴 아껴 천천히 읽었다. 

'보리차를 끓이며'가 낯익다. 작가는 예전에 알라딘 서재에서 활동했다. 그때 그 서재에서 봤던 문장을 이 책에서 만났다. 친구를 만난 듯 반갑다가 코끝이 찡하다가... 해질 무렵 텅 빈 운동장에서 마음속 이야기를 들려주던 친구가 생각난다. 작가가 그 친구인 양 내 곁에서 이야기를 한다. 말을 안 하는데 들린다. 고요해지게 하고, 고요해서 쉽게 파문이 인다.   

이번 작품집에 실린 18편의 소설은 어쩌면 그때 외면했던 후회일지도 모른다. 무너지는 슬픔 앞에서 바람만 불어도 쓰러질 것 같은 고립된 사람들, 그들과 내가 어떻게든 연결되어 있음을 이제야 알아버린 뒤늦은 편지일지도 모른다. 소설이 되었나. 그걸 모르겠어서 계속 썼다. 쓰다 보니 이런 작품집이 되었다고 말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나는 아직 내 소설의 독자들이 누구인지 모른다. 누구인지 모르는 그들에게 이 소설이 닿을 수 있으면 좋겠다. 잔잔한 호수에 나뭇잎 하나만 떨어져도 동그랗게 파문이 일지 않던가. 내 소설이 일상을 살다가도 문득 멈춰 서는 그 자리에 있다면 좋겠다. 당신과 내가 아주 잠깐이어도 같은 순간 그 동그라미를 바라볼 수 있다면, 그때 휘파람 같은 노래가 나온다면, 그러면 좋겠다.(여백-작가의 말) - P.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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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02 2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4-02 2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4-03 0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리 없는 빛의 노래
유병찬 지음 / 만인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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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사진을 꾸미려고, 사진이 글을 꾸미려고 하지 않는다. 진솔한 글이 먼저 마음에 들어왔다. 거듭 읽으니 사진이 더 많은 말을 하기도 하고, 아예 말을 걷어가기도 한다. 삶이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아니고, 오직 찰나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북마크를 하며 읽었다. 많이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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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0-03-26 18: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레카님의 책이네요.
이누아님 잘 지내고 계신가요.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습니다.
오늘도 편안하고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이누아 2020-03-27 19:16   좋아요 1 | URL
유레카님이 보내주신 강미옥 시인의 사진시집을 보다가 유레카님의 책도 궁금해서 봤어요. 사진이 인상적이었어요.
전 아이들과 종일 함께 지내요. 그럭저럭 지내지만 서재에 들어올 여유가 없어요. 서니데이님도 안전하고 건강하게 지내세요.^^
 
바람의 무늬 북즐 시선 3
강미옥 지음 / 투데이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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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마다 시가 놓여 있다. 어떤 사진은 시가 있어서 좋았고, 어떤 사진은 시가 없었으면 더 집중해서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래된 길을 따라 걷는 것처럼 낡고 늙고 사라져가는 것이 보였다. 피어나는 것조차 기억이 되고마는 것. 카메라는 슬프도록 아름다운 것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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