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일만큼 쉬운 일도 없는 것을, 그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어 두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는밤 1시와 2시의 틈 사이로밤 1시와 2시의 空想의 틈 사이로문득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 그 느낌이내 머리에 찬물을 한 바가지 퍼붓는다할 말 없어 돌아누워 두 눈을 멀뚱하고 있으면내 젖은 몸을 안고이왕 잘못 살았으면 계속 잘못 사는 방법도 방법이라고악마 같은 밤이 나를 속인다
소나기 _곽재구저물 무렵 소나기를 만난 사람들은 알지 누군가를 고즈넉이 그리워하며 미루나무 아래 앉아 다리쉼을 하다가 그때 쏟아지는 소나기를 바라본 사람들은 알지 자신을 속인다는 것이 얼마나 참기 힘든 격정이란 것을 사랑하는 이를 속인다는 것이 얼마나 참기 힘든 분노라는 것을 그 소나기에 가슴을 적신 사람이라면 알지 자신을 속이고 사랑하는 이를 속이는 것이 또한 얼마나 쓸쓸한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어디서 또 쓸쓸히
-최승자
쓸쓸히 한 하늘이
떠나가고 있습니다
쓸쓸히 한 세계가
지고 있습니다
꽃잎들은 피어나겠지요
바람은 여전히
불어 가고 있겠지요
(전격적인 무궁한
해체를 위하여)
(오늘도 새 한 마리
허공을 쪼아 먹고 있군요)
꽃들
- 문부식
어디 핀들
꽃이 아니랴
감옥 안에 핀다고
한탄하지 않고
갇힌 자들과 함께
너희들 환한 얼굴로 하루를 여나니
짐승처럼 갇혀도
우리들 아직 인간으로 남아
침몰
-이상
죽고 싶은 마음이 칼을 찾는다. 칼은 날이 접혀서 펴지지 않으니 날을 노호하는 초조가 절벽을 끊치려든다. 억지로 이것을 안에 떠밀어 놓고 또 간곡히 참으면 어느 결에 날이 어디를 건드렸나보다. 내출혈이 뻑뻑해 온다. 그러나 피부에 상채기를 얻을 길이 없으니 악령 나갈 문이 없다. 갇힌 자수로 하여 체중은 점점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