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가라앉아 아이와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울부짖을 때 사람들은 손을 내밀어 함께 울었다. 시간은 흐른다. 시간이 흘러도 울음이 멈추지 않는 사람들에게 그만하면 됐다고. 울음조차 숨죽이다 가슴 속에서 커다란 돌덩이, 커지고 커져 스스로를 가라앉힐지 모른다. 누구에게나 시간이 흐르는 것이 아니다. 무거운 순간에 묶여 누군가에겐 세월이 흐르지 않는다. 아이를 병으로 잃고 소아암 병동에서 봉사하는 목사님에게 병든 아이를 돌보던 한 엄마가 물었다. 목사님은 어떻게 아이를 잃은 슬픔을 극복하셨나요? 목사님이 대답하셨다. 아직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견디고 있는 중입니다.
아무리 해도 페이지를 넘겨 깨끗한 종이에 새 이야기를 쓸 수 없는 사람들, 견디고 있는 사람들, 말할 수 없어서 가슴에 숨긴 얘기들로 가라앉고 있는 사람들. 그들을 생각한다. 그들에게도 새해가, 새날이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