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페에 앉아 시집을 읽는다. 조금 쌀쌀하다. 일기예보는 낮에 20도가 된다는데 어째서 어제보다 추울까. 매화며, 목련이며, 벚꽃이 모두 피었거나 피고 있다. 은근히 다가오는 만남은 구식이라는 걸까. 하나씩 펼치지 않고 한꺼번에 쏟아지는 꽃들이 찬 공기와 어색하게 서 있다. 허기진 사람처럼 새로운 단어를 찾아도, 새로운 것은 낡은 것이 되기 마련이다. 너무 쉽게 허무를 말하는 건 삶에서 달아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리 달아나도 삶의 한 자리일 뿐인데.
꽃들이 피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사람이 사는 게 무슨 깊은 뜻이 있겠는가. 차가운 제단에 꽃을 꽂으며 신성을 불어넣는 성가처럼 새로운 의미를 퍼올리며 목을 축인다. 마셔도 목마른 것은 물 탓인가, 메마른 마음 탓인가. 갈증에 마실 물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목마르지 않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