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중순이 다 되어 가는데 이제 6월 이야기다. 그새 장마가 시작되었다. 창문을 열어 놓으니 서늘하다. 그렇지 않아도 싱크홀이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데 비가 와서 지반이 약해지면 더 많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 비가 오는데 땅이 꺼지는 모습이 떠오르는 건 웬일인가.

 

안희연의 시집을 천천히 다시 읽고 싶다. 이 시인의 시가 이렇게 좋았었나? 그전에 읽은 두 권의 시집이 나쁘지 않았지만 그래, 다시 읽고 싶어! 정도는 아니었는데. 시야 다 천천히 읽어야겠지만 더 천천히 더 여백을 두고 읽어야 할 것 같은 시집이다. 박희숙 시인은 나와 함께 시공부를 했던 분이다. 문우가 첫 시집을 내는 거라 함께 설렜다. 시 한편 한 편에 시적인 요소가 들어가도록 쓰셨다고 한다. 전통적인 서정시 스타일인데도 뻔하지 않아 좋았다.

 

데버라 리비의 에세이는 책을 잡자 놓기가 어려울 정도로 흡인력이 있었다. 이 에세이가 3권이라는데 지금 2권이 나와 있는 것 같다. 3권이 나오면 꼭 읽고 싶다. 에세이 읽고 이런 결심한 것은 처음이다. 내 이름은 빨강도 좋았다.

 

쓰고 보니 책 내용은 하나도 없고 좋았다, 다시 읽고 싶다, 는 말밖에 없다. 내용을 쓰기 시작하면 말이 길어질 것 같으니까 이렇게 쓰게 된다. 집에 있으면서 컴퓨터 켤 여유가 왜 없는지 모르겠다. 늘 할 일이 있는 기분이다.

 

이 글을 쓰는 중에도 서비스 기사가 다녀갔다. 밥솥이 고장 나서 고쳐 쓰려고 했는데 그냥 사라고 한다. 고쳐도 다시 고장날 수 있고, 비용도 만만찮다고. 조카가 취직 기념으로 사준 밥솥이라 애정을 갖고 있었는데 아쉽다. 책 이야기 하다 밥솥 이야기다. 하기야 밥솥을 능가하는 이야기가 뭐가 있을까. 싱크홀처럼 거대하지는 않지만 쌀이 밥이 되지 않는 일도 구멍 같다. 갑자기 발이 빠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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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안희연

새벽 두 시의 편의점-박희숙

그 웃음을 나도 좋아해-이기리

당신이 오려면 여름이 필요해-민구

킬트, 그리고 퀼트-주민현

우리의 초능력은 우는 일이 전부라고 생각해-윤종욱

오트 쿠튀르-이지아

희망은 사랑을 한다-김복희

사적인 너무나 사적인 순간들-박지영

시인수첩2021봄

 

살림비용-데버라 리비

알고 싶지 않은 것들-데버라 리비

내 이름은 빨강1-오르한 파묵

내 이름은 빨강2-오르한 파묵

낙타는 왜 사막으로 갔을까-최형선

아내의 빈 방-존 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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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1-07-06 19: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내이름은 빨강 ㅜㅜ 몇 년 째 노려보고만 있어요 ㅜㅜ
아내의 빈방도 눈에 들어오네요~

이누아 2021-07-06 20:07   좋아요 1 | URL
내 이름은 빨강은 가재가 노래하는 곳처럼 이야기 내내 살인자가 누굴까 생각하면서 읽게 돼서 일단 손에 잡으면 잘 읽혀요. 그림 이야기도 흥미진진하고 생각할 거리도 있어요.

아내의 빈 방은 아~주 얇은 책이에요. 아들과 아버지가 어머니이자 아내가 죽고 나서 쓴 글이에요. 이 책을 쓴 것이 그들 나름의 애도 의식이 아니었나 생각해요.
 


철학책은 왜 펼쳤던가. [현대프랑스철학사]는 각장마다 글쓴이가 다르다. 그래서 그런지 어떤 글은 읽을 만했지만 어떤 글은 암호 수준이었다. 철학자들의 키워드가 뭐였는지 훑어보고 그냥 책을 덮어야 했는데, 강의를 들었다. 아트앤스터디에서 프랑스철학 관련 강의를 들었는데, 들을 때는 어렵지 않은 것 같았는데 책을 보면 내가 뭘 들은 건지... 무엇을 모르는지 구체적으로 알게 될 때 앎과 가까워져 있는 것이리라 생각해 보지만. 


이달에 시집을 많이 읽은 줄 알았는데 아니네. 아마 백은선 시인의 시를 읽어서 그렇게 느꼈나 보다. 처음에 [가능세계]를 읽고 다시는 이 시인의 시를 읽지 말아야지, 했었다. 길고 난해했다. 그랬건만 [도움받는 기분]이라는 제목에 끌려 주문했다. 읽다 보니 이 시인은 시를 입체적으로 쓰는구나, 싶었다. 입체적인 시를 평면으로 눌러서 이해하려고 하다 보니 뭔가 뒤죽박죽된 느낌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읽으니 [가능세계]도 읽을 만했다. 그래도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시들이 훨씬 많았다. 이해가 목적이 아닌 시를 읽으면서도 나는 계속 이해하려고 한다. 이해에 길들여진 개처럼.


졸다 깼다. 뭐라고 적었다 지웠다. 글에는 시간이 없다. 공간이 없다. 글로 다 표현해야 한다. 성가신 일이다. 성가신데 읽고 쓴다. 안 해도 되는 일을 굳이 한다. 그러고 싶어서 그런다. 그러면서도 잘 읽었니 못 읽었니, 제대로 썼니 못 썼니, 하는 마음이 인다. 그런 나를 힐끗 본다. 해가 길어졌다. 저녁할 때가 되었는데 날이 환하다. 밖에서 아이들 노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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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받는 기분-백은선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장면들로 이루어진 필름-백은선

천사의 탄식-마종기

모음들이 쏟아진다-정재학


계속되는 무-마세도니오 페르난데스

암흑의 핵심-조셉 콘레드

준최선의 롱런-문보영

나는 내가 싫고 좋고 이상하고-백은선

글쓰기에 대하여-마거릿 애트우드

현대프랑스철학사-한국프랑스철학회 엮음

에크리-김석

HOW TO READ 라캉-슬라보예 지젝

베르그송과의 1시간-이명곤


-다시-

가능세계-백은선

철과 오크-송승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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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1 2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01 2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05 09: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05 1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4월

 

 

무슨 책을 읽었나 책장을 보니 이미 읽은 책이고, 좋아하는 구절이 있어 표시까지 해 둔 책인데도 낯설게 느껴지는 책이 있다. 이렇게 정리 안 하면 시간이 지나 안 읽은 줄 알고 다시 읽었을 것 같다. 그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글자들이 내 방에 떠다니다 창문 밖으로 날아가버린 기분이다. 시집을 덮을 때 다시 읽게 되는 시는 좀 적어 둬야지 싶다.  

 

황인찬의 시집을 다시 읽었다. 처음 읽을 때는 구관조 씻기기를 흐르듯 읽었는데 다시 읽으니 멈춰 가만히 보게 되는 시가 많았다. 이렇게 다르게 읽히는 것이 읽을 때의 시간이나 환경 때문인지 내 마음 때문인지 모르겠다. 모르는 시는 모르고 아는 시는 알고 와 닿는 시는 와 닿고 경이로운 시는 경이롭다. 이런 모든 시가 한 시집에 있다는 게 좋다.  

 

이하석 시인의 코 떼인 경주 남산은 차분하고 담담한 책이다. 자분자분 남산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스토리텔링이 왜 필요한지 알 수 있었다. 그저 바윗돌인데 전설이 얹히면 특별한 장소가 된다. 나는 기행문과 요리책을 싫어하는데, 다녀온 곳은 예외다. 남산은 가 보긴 했는데 너무 오래 돼서 어렴풋하다. 삼릉만 또렷하게 기억난다. 삼릉에서 갑자기 비를 만나 홀딱 젖어서 잊을래야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하석 시인의 그림도 몇 점 들어 있다. 시인이 그림을 그리시는 줄 몰랐던 터라 신기하기도 하고, 그림이 있어 책이 좀 부드러워진 느낌도 있었다. 

 

이 달에는 병원을 여러 번 갔다. 얕은 병이 깊은 병이 될까 봐, 없던 병이 새로 생길까 봐. 병원에 가면 환자가 아니어도 환자가 된다. 가라는 대로 가고, 하라는 대로 하게 된다. 번거롭기도 하다. 6개월 뒤 검사 예약을 잡자고 하는데 동네 의원에 가서 검사 받겠다고 했다. 무슨 검사가 의원에는 없다는데 필요하면 오겠다고 했다. 이번에도 의원에서 의뢰 받아 간 거니 필요하면 또 의뢰해 주겠지, 하면서. 병원 다니다가 병날 것 같다. 다 필요해서 하는 것이겠지만 병에 대한 대비가 좀 과한 게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 그나저나 모두 아프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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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사물들-이현승

아이스크림과 늑대-이현승

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신미나

비-원구식

표류하는 흑발-김이듬

눈사람의 사회-박시하

놀이터-류인서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이병률

그대 고양이는 다정할게요-권민정 외

한 사람의 불확실-오은경

그녀의 머릿속은 자주 그믐이었다-하외숙

나의 말은 계속 자라고 있어-오남희

문파문학2021봄-문파문학사

 

코 떼인 경주 남산-이하석

한국현대시사-오세영 외

현대시작법-이승훈

남자의 자리-아니 에르노

감정의 혼란-슈테판 츠바이크

알레프-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불가능-조르주 바타유

 

-다시-

구관조 씻기기-황인찬

희지의 세계-황인찬

사랑을 위한 되풀이-황인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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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5-02 02: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경주 남산은 저도 너무 좋아하는 산이라 한동안은 진짜 자주 갔었는데, 이런 책이 나왔다니 기쁘네요. 한번 찾아봐야겟어요.

이누아 2021-05-04 12:05   좋아요 0 | URL
계간 작가세계에 2003년부터 3년 동안 연재한 글을 세월에 맞게 고치고, 내용을 보완해서 출간한 책이라고 해요. 사진 작업도 다시 했다고 하네요. 그래도 포털에서 여러 사진을 찾아 보면서 읽었어요. 이하석마애보살께 담담하게 이야기 듣는 기분이었어요.^^
 

책 이름만 죽 늘어놓고 나가려다 쓴다. 피곤할 때는 피곤하다고만 말해야지. 피로는 햇살 속에 조용히 떨어지는 벚꽃잎 같을 때도 있고, 막힌 변기 같을 때도 있다. 도수 낮은 안경을 쓴 것 같기도 하고, 아예 안개가 감싸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피로는 때마다 다른 느낌으로 온다. 나른하게도 오고, 묵직하게도 오고. 요며칠 저녁마다 몸살기가 돈다. 미리 준비한 한약을 한 봉 먹고 살아나서 남은 오늘을 겨우 마무리한다. 춘곤증 같은 피로다. 꽃과 미세먼지가 뒤섞인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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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잠꼬대-장하빈
2021 현대문학상 수상시집-황인찬 외 
자라-문성해
내가 모르는 한 사람-문성해
나의 9월은 너의 3월-구현우
십일월을 만지다-이면우
나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박판식
우리의 죄는 야옹-길상호
마음챙김의 시-류시화 엮음
이상 시집-이상
 
나는 장난감 신부와 결혼한다-이상/박상순 해설
이상 전집1-이상/권영민 해설
이상-이승훈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핍 윌리엄스
사유의 거래에 대하여-장-릭 낭시
일인칭 단수-무라카미 하루키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우치다 타츠루
 
-다시-
현대시작법-오규원
얼음의 자서전-최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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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독도 독서

 

 

우치다 타츠루의 구조주의 강의서를 읽었다. 읽기 시작할 때부터 찜찜한 부분이 있었다. 구조주의 이론과는 거리가 있는 부분이고, 이 책의 주요 부분도 아니지만. 마음에 걸렸던 부분은 까뮈의 정직함에 대한 부분이다.

 

국제적인 분쟁이 일어났을 때 서로 다투는 당사자 가운데 어느 한쪽에 절대적 정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시의 상식이었고 사르트르는 그 상식에 대해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이 시기에 프랑스와 알제리 어느 쪽이 더 정당한지 판정을 내리기 힘들다. 양쪽 모두 나름의 이유가 있고 양쪽 모두 잘못이 있다라고 정직하게 말한 프랑스 지식인은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알베르 카뮈 한 사람뿐이었습니다. 이 일로 카뮈는 당시 거의 고립무원이 되었조. -우치다 타츠루,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갈라파고스, 2010), p.26.

 

우치다 타츠루의 책은 구조주의 맛보기 책이다. 이 책이 쉽게 이해된다고 열광하는 사람들은 어려운 구조주의를 이미 접해 본 사람이 아닐까. 무언가를 쉽다고 느끼려면 어려운 걸 접해 봐야 한다. 철학자 한 사람도 아니고 이렇게 여러 철학자의 이론을 한 권에, 그것도 쉽게 적으려면 아무래도 핵심만 적게 된다. 그런데 이 맛보기용 철학서에서 철학 내용만 전달해도 모자랄 텐데 자꾸 사르트르를 데리고 온다. 사르트르만 데리고 오면 되는데 까뮈도 데려온다. 까뮈와 구조주의가 무슨 상관이지?

 

어쨌든 위 구절에 마음이 걸렸다. 아마도 내가 한국인이고 저자가 일본인이기 때문일 것이다. 오해일 것이다. 프랑스가 일본으로, 알제리가 조선으로 보이는 것은. 까뮈에 대해서도 아는 바 없어서 카뮈가 정직하게 양비론을 펼쳤는지 모르겠다. 내가 아는 건 알제리인이 나오는 까뮈 책이다. 이방인. 프랑스인 뫼르소가 알제리인을 죽인다. 감옥에 갇힌다. 재판 중에 그가 어머니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았다는 점이 부각된다. 알제리인을 죽였다는 데 대해서는 별 말이 없다. 뫼르소 역시 엄마 생각도 하고, 애인 생각도 하지만 죽은 알제리인은 생각하지 않는다. 이름을 살짝 바꾸면 일본인이 조선에서 조선인을 죽였는데 조선인 죽인 것보다 자기 엄마 장례 때 슬퍼하지 않은 걸로 심판 받는 거다. 소설은, 삶은 훨씬 더 복잡하겠지만 여기에선 프랑스와 알제리만 본다. 까뮈가 양쪽 모두 잘못이 있다고 정직하게 말했을까. 그렇게 말했다고 해서 그 말을 왜 정직하다고 받아들여야 할까. 구조주의 이야기도 시작하기 전에 저자는 왜 이 이야기를 꺼낼까.

 

우리는 모두 고유한 역사적 상황에 휘말려 있습니다. 예를 들면 나는 일본인이기 때문에 단지 그 이유로 과거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았던 사람들로부터 전쟁의 책임에 대해 추궁당할 때가 있습니다. 내가 전쟁에 참여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태어난 이 나라가 반세기 전에 저지른 행위에 나는 내 의사와 관계없이 결부되어 있으며, 그에 대해 사죄를 하든 무시를 하든 입장을 분명히 하라는 압박을 받습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나는 관계가 없어요. 나는 중립입니다라고 우는 소리를 해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상황이 이미 주어져 있기 때문이지요.

이것이 참여라는 사태입니다. -같은 책, p.155.

 

그 참여라는 사태를 부르짖은 사람이 사르트르고, 사르트르는 레비스트로스에 의해 분쇄되었다고 한다. 구조주의가 실존주의에 승리했다고 한다. 그랬을지도 모른다.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쓴 책이니까 나는 다 믿어야 할까. 사르트르와 까뮈는 같은 실존주의자가 아니었나. 왜 자꾸 사르트르와 까뮈의 논쟁을 이야기에 끼어 넣지? 이 간단한 책에서 두 번씩이나 언급될 만큼 구조주의와 긴밀한가? 이 내용은 몇 페이지 되지 않지만 여러 철학자를 소개해야 한다는 점에서 몇 페이지는 적지 않은 분량이다. 그리고 레비스트로스가 사르트르와의 논쟁에서 이겼다고 레비스트로스의 말이 역사를 이해하는 옳은 방법인가? 정말 이상하다. 구조주의자들에 대한 비판이 전혀 없다.

 

어차피 맛보기용 책이니 이렇게 따지기도 뭐하지만 혹시 저자가 일본과 일본이 식민 지배했던 나라 양쪽 중 어느 쪽이 더 정당한지 판정 내리기 힘들다. 모두 나름의 이유가 있고, 양쪽 모두 잘못이 있다고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대놓고 말할 수 없어서 사르트르와 까뮈와 레비스트로스를 데리고 온 건 아닐까. 그렇다면 저자는 정말 교묘하게 교활한 사람이 된다. 그럴 리가 있겠는가.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이상하다. 어쩌면 식민 지배를 받았던 후손의 피해망상일 것이다. 지독한 오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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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3-21 21: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르트르는 프랑스 본토의 부르조아 지식인 출신으로 자신의 양심과 신념에만 충실할 수 있었던 출생배경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알제리 독립운동에 대해서 프랑스를 비판하고 독립운동을 지지할 수 있었죠. 하지만 까뮈는 프랑스인이지만 알제리 빈민가 출신이에요. 자신이 함께 자랐던 고향과 함께 생활했던 사람들이 독립운동으로 인한 프랑스의 분쟁의 틈에서 어떤 희생을 치러야 하는지를 먼저 생각햇었던듯해요. 까뮈에게는 알제리인과 프랑스인이라는 이중적인 기준이 있었던 거죠. 물론 이것은 역사적인 판단으로는 옳지 않을 수 있지만, 인간적인 면에서는 충분히 이해가 가요. 알제리인들이 피를 흘리지 않고 무언가 문제를 해결하기를 고민하고 고군붙우했던게 까뮈의 입장이 아니었을까 저는 까뮈의 생각을 그렇게 해석합니다.

이 책의 지은이의 입장은 사르트르에 더 가깝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저는 역사적 비판이나 반성에 대해서 더 명확한 입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렇게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요.

이누아 2021-03-21 21:46   좋아요 0 | URL
사르트르와 까뮈 이야기가 비교적 앞부분에 나왔다가 레비스트로스 부분에 다시 등장해요. 저는 사르트르와 까뮈의 의견은 그렇다 해도 이 이야기가 여기서 왜 나오지? 했어요. 까뮈가 구조주의적인 사고를 했다고 받아들여야 하나 싶게 말이에요. 위에서 말했듯이 이 책의 주요 내용이라고 할 수 없지만 그냥 마음에 걸려서요. 입문서에서 이 부분이 강조될 이유가 있었나 생각하다... 까뮈에게 정직하다는 판단을 한 게 눈에 띄었어요. 그러면 누군가는 정직하지 않았단 말이잖아요. 저자는 왜 특별히 까뮈를 정직하다고 평가했을까. 까뮈의 입장에서 말하고 싶은 게 있나, 생각하다 이런 글까지 쓰게 됐어요. 저자의 의도가 궁금했어요. 별 의도가 없었을지도 모르겠어요. 구조주의가 실존주의를 이겼다는 걸 강조하고 싶었나 보다 싶기도. 무식하니까 읽다 마음에 걸리는 것을 살펴기도 쉽지 않네요. 하아.

바람돌이 2021-03-21 21:46   좋아요 1 | URL
이누아님 말씀대로 딱히 관련없는 이야기를 저토록 중요하게 끌어왔다면 뭔가 다른 의도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누아님의 오독이 아닐 가능성이 더 많을 듯.... 책을 안 읽은 저로서는 이정도 얘기밖에 못하겠네요. ^^ 저도 저자의 의도가 궁금해서 저 책을 봐야 하나? 하다가 아 철학은 너무 힘들어. 난 다른 책이 더 보고 싶어하면서 그냥 꼬리를 내립니다. ^^

이누아 2021-03-21 21:55   좋아요 0 | URL
‘저토록 중요하게도‘ 아닌데 그냥 제 자격지심일 수도 있어요. 그리고...까뮈 말대로 프랑스와 알제리가 연방정부를 이루었다면 전쟁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이 죽지 않아도 되었을 거예요. 그렇지만 식민 지배국과 식민지가 수평적인 관계를 이룰 수 있었을까 의심스럽기도 해요.

서평이 아주 좋아서 읽었는데 저는 그렇게까지 좋은지는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