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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시작이 짧은 하루를 만들었습니다.
일찍 눈을 떴지만, 물 한잔 마시고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 12시가 되서야 여전히 찌뿌드드한 몸을 바로 세웠으니까요. 덜 깬 잠을 달고 스포츠센터로 갔지만 휴관이더군요. 그래서 머리를 잘랐습니다. 언듯 운동과 헤어컷의 관계가 묘연할 수도 있지만, 두 행위 모두 씻어야 완결되는 행위임을 감안할 때 교집합은 자연히 생성됩니다.
김밥을 두 줄 사들고 집으로 왔습니다. 거실 쇼파 위에서 김밥을 먹으며 넓은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온몸으로 만끽했습니다. 농어촌 생활-좀 좋게 말하면 전원생활-의 매력은 여유로움에 있습니다.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한적함 같은 거 말입니다.
거울을 봤습니다.
조금만 잘라달라고 신신당부를 했건만, 언뜻언뜻 비춰지는 스포티함에 좀 짜증이 났습니다.  
올 겨울 컨셉으로 정한 우수에 젖은 분위기가 송두리째 날아가 버렸습니다. 어쩌면 애초부터 불가능한 시도였는지도 모르지만.
침대에 걸터앉아 책장을 바라봅니다.
사재기 했던 책들.
민음사의 '세게문학전집'이 이빨 빠진 모습으로, 아니 거의 잇몸만 있는 상태로 덩그러니 책장 속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서머싯 몸의 '인간의 굴레에서' 그리고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뽑습니다.
다른 책들에 눌려 온기 어린 시선조차 받아보지 못한 책들.
그들과 더불어 변화하려 합니다.
천천히. 하지만 확실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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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알라딘에서 처음 구입한 책'에 관한 글들이 많이 올라옵니다.
그 글들은 제게도 '알라딘 서재'의 시작을 생각하게 합니다. 
제게 알라딘 서재는 '책읽고 간략하게 느낌을 적는 공간'이라는 다소 일차원적인 의미부여로 시작되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그런 일차원적인 의미조차로도 이용되고 있지 않지만 말이죠.
처음엔 리뷰를 쓰다가 지우고 다시 쓰고 하기를 반복했었습니다.
좋다 못해 너무 감동적인 리뷰를 읽으면서 제 자신에게 엄격한, 그래서 넘어설 수 없는 잣대를 들이댔던 겁니다.
고등학교 교지편집부 시절로 되돌아온 기분입니다. 빨간색 교정부호들이 둥둥 떠다니던 원고지 속 세계로 말이죠.
세월은 흘러 강산은 변했고, 과거의 我가 있었기에 현재의 我가 있겠지만, 지금의 제 모습 속에선 과거의 저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변화가 필요합니다. 절.실.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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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care 2005-11-27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박한 배는 아름답지 않다고 하더군요.자살한 작자가 하는 말이니 얼만큼 무게를 둬야할지.
아, 참. 페이퍼 읽고나니 얼떨결에 한 학기동안 교지 만드는데 부역을 당했던 기억이 납니다.세월이 흘러간 만큼 나는 뭐가 변했는지`, 좋은 것만 변질된 것 같아 씁쓸합니다.

파란여우 2005-11-26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아노님! 변화를 이 동네에서 저와 시작하시자니까요^^

털짱 2006-02-27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님, 작업하고 계시네요.^^
 

한동안 정신 없었다.
먹고 살기 위해서도 아니고, 가슴 깊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하려고 그랬던 것도 아니다. (사실 그게 뭔지도 모른다)
다만, 험준한 인생 속에서 안전 고리 하나 걸어두자는 생각이었다. 그리하여 발을 헛딛여 천길 낭떨어지로 한없이 추락하면서 이제는 끝이구나,하고 체념하다가 '덜컹~'  하고 몸이 정지되길 바랐다.

아래를 내려다보지 말자, 맘 속으로 몇번을 다짐하지만, 막상 갈라진 바위 앞에 서면 그 너비가 어떻든간에 현기증으로 머리가  윙윙거리고, 두다리는 덜덜거리기 일쑤다. 그래도 여전히(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도전'이란 단어가 주는 가슴떨림을 즐긴다.

어제는 피아노 학원도 등록했고, 그동안 서평을 쓰겠다,하여 받은 책도 3권이나 된다. 그리고 알라딘 서재활동도 열심히 해야하는데...

다시 바빠질 내일을 생각하니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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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care 2005-05-31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슴 깊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 저도 사실 그게 뭔지 모르겠습니다...

poptrash 2005-05-31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걸 알기만 하면, 망하더라도, 뭐 어떻게 되더라도 한번 미친척 하고 뛰어볼 수도 있을텐데요 그걸 향해서. 그쵸? 잘 지내셨나요. 오랜만이에요 ^^

hanicare 2005-05-31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아노님의 서재에서 결례가 될지도 모르지만 반가와서 인사합니다. 이렇게 댓글로 마주치긴 오랫만이네요.저 메인이미지 예전에 키노가 한참 왕가위fever로 울긋불긋할 때 표지로도 썼었던 기억이 납니다. '타락천사'를 보고 혹 그가 아버지가 된 건 아닐까 짐작했다가 인터뷰 기사에서 그걸 확인하고는 그도 변하지 않나 걱정 반 기대 반이었는데 화양연화로 오랫만에 만난 그는 변하지 않았더군요.
반가와서 말이 길어졌네요. 피아노님의 양해를 바라며.
 

그러니까 10년도 넘은 옛 이야기.

난 수업이 끝난 후,
혹은 공강 시간,
또는 들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수업을 나와서
술을 마셨다.

약관의 나이로
세상을 보는 눈은 촛점을 잃었고
system은 곧 붕괴될 것만 같았고
그래서...
뭔가를 해야할 것만 같았던,

아니 어쩌면...
본 궤도에 진입함으로 인한
안정감이라기 보다는
자유의 박탈감으로
내일이 두려웠던,

그런 시기...

당시 처음 마셨던 양주...
Glenfiddich.


양주는 12년만 되도 label이 붙는데
이런... 30년이 되어도 변변치 않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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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센터의 휴일로 운동을 못 한 탓에 몸이 찌뿌드드하다, 라고 말했지만
센터에서 사우나만 한지가 벌써 한 달이 넘었다.
그러니까 몸이 제 상태는 아니지만 그 이유가 운동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말.

운동을 쉬면서 몸에 나타난 가장 가시적인 변화는 체중이다.
처음엔 눈에 띄지 않게 시나브로 느는 듯 싶더니, 어느날 갑자기 믿을 수 없는 체중계의 수치를 확인하게 되고, 다시 무감각해지고, 또 다시 조금씩 조금씩... 마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 처럼 잠깐 눈감은 사이에 무수한 살들이 성큼성큼 내게로 다가온다.

앞으로 얼마동안(어쩌면 더 오랫동안) 땡하면 독서실로 갈 테고
학생들 틈에서 언발란스한 모습으로 꾸벅꾸벅 인사하다가
새벽 1시가 되서야 집에 돌아올꺼다.
계속해서 아침 운동은 못할 테고
앞으로 무궁화 꽃은 무수히 피어날 거다. 삼천리 방방곡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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