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 소금을 집어넣으면 간이 맞아 맛있게 먹을 수 있지만, 소금에 음식을 넣으면 짜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소. 인간의 욕망도 마찬가지요. 삶 속에 욕망을 넣어야지, 욕망 속에 삶을 집어넣으면 안 되는 법이요

<지구별 여행자> p.93


인도 여행만을 고집함으로써 나는 다른 많은 것들을 놓쳤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들은 이 생에선 내가 걸어갈 필요가 없는 길들이었다. 그리고 굳이 걸어갈 필요가 없는 길들까지 다 가야만 하는 건 아니었다. 또 어떤 길들은 다음 생을 위해 남겨둬야 할 길들이었다. 

<지구별 여행자>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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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0-12-31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잉크냄새 2021-01-02 15:42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도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우리는 주로 자신이 우위에 설 희망이 없는 문제에서 평등을 주장한다. 절실히 원하지만 가질 수 없음을 알고 있는 것을 찾기 위해서는 자신이 절대적 평등을 내세우는 분야를 찾아야 한다. 그런 시험에서 공산주의자란 좌절한 자본주의자란 것이 드러난다. 


<에릭 호퍼 자서전> p83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


<동물농장> p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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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20-12-29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지지부진하나마 잡고 읽고 있는 책 중에 하나가 불평등 트라우마 라는 책인데요~ 저자의 원작이 평등이 답이다, 란 책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 라고 한다면 그게 평등한 건가 안 평등한 건가 ㅋㅋ 민음사 시리즈로 나온 세계문학전집을 직접 읽고 확인하는 것으로 하죠머 ㅋ

잉크냄새 2020-12-30 15:24   좋아요 0 | URL
세계문학전집은 민음사가 뽀대가 납니다.
가끔 서점 가면 꼭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코너에서 서성입니다.
 

아날로그는 이제 낙후된 삶의 방식이다. 아날로그는 다 죽게 되어 있다. 아날로그는 더 이상 디지털 문명의 대안이 될 수가 없다. 아날로그는 여기서부터 저기까지의 과정에서 벌어지는 모든 슬픔과 기쁨, 고난과 희망을 챙겨서 간다. 디지털은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곧바로 간다. 그래서 디지털은 앞서가고 아날로그는 시대의 뒷전으로 밀려난다. 나는 아날로그가 끌고 나가는, 여기서부터 저기까지의 고난과 희망에 대하여 말하려 한다. 


김 훈 < 밥벌이의 지겨움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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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20-11-27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오랜만에 알라딘 왔는데 반가운 이름이 있어서 들어왔어요! 아날로그.. 우린 옛날 사람이 된 걸까요 😂😂

잉크냄새 2020-11-28 13:54   좋아요 0 | URL
와 오랜만입니다. 그래도 반겨주는 이가 있어서 좋네요.
이 마을에서 십년 세월도 옛날이라면 우리도 옛날 사람이 된 거겟죠.

icaru 2020-12-29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밥벌이의 지겨움이란 책 읽었던 생각이 나네요. 그 책 제가 샀을 때는 표지 겉에 책커퍼처럼 불투명 종이가 씌워져 있었는데요. 운전을 안 한다고 했던 작가의 글.. 풍경을 놓친다고 했던가.. 그건 자전거 기행인가... ㅋㅋ읽었던 게 다 섞여버렸네용 ㅎ

잉크냄새 2020-12-30 15:23   좋아요 0 | URL
요즈음은 신작을 읽기보다는 예전에 읽었던 책들을 꺼내서 읽어보고 있습니다.
전작주의는 아니지만 김훈 작가의 책은 꽤 많은 편이라 저도 이책인지 저책인지 헷갈리네요. ㅎㅎ
 


야간 비행의 매력은 내 어깨 높이로 별을 마주한다는 것이다. 올려다 보이던 아득한 별들이 내 눈높이로 내려앉는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하늘을 날아서 닿을 수 없던 그곳에, 구름 위를 날아가거나 어둠 속을 헤엄쳐가 닿을 수 있으리라는 상상에 파묻히는 시간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마지막 야간 비행을 떠난 쌩떽쥐베리를 만나리라는 부푼 기대에 잠드는 시간이다.

- 18년 4월 네팔 카투만두행 비행기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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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20-11-27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멋지네요^^ 어린왕자가 떠나는 여행같아요ㅋㅋㅋ

잉크냄새 2020-11-27 20:05   좋아요 0 | URL
우리는 아직도 어린왕자를 찾는 세대군요...ㅎㅎ

icaru 2020-12-29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퓰리처 수상 사진인 줄....요 ^^
그니까 맨눈으로 포착하신 거잖아요 저 광경 캬---!!

잉크냄새 2020-12-30 15:21   좋아요 0 | URL
요즘 나오는 아이폰12 정도면 더 선명하게 찍힐려나요??? ㅎㅎ
자세히 보시면 별들이 먼지처럼 보일겁니다. 사진 가운데 붉은 빛은 아미도 비행기 날개 끝단 같네요.

프레이야 2021-01-15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집니다. 생떽쥐삐리의 문장인가 했어요. 야간비행에서 저 문장이 있었던가 이러며요 ^^ 비행기로 국경을 넘는 일도 못한 지 일 년이 되었네요. 이전 사진들 뒤적여 보며 위안 삼지요. 모두 힘든 날들 잘 건너가기를요. 반가워요 잉크냄새님.

잉크냄새 2021-01-26 17:44   좋아요 0 | URL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그래도 옛 주인들이 이렇게 안부 물어 부시니 그저 반가울 따름입니다.
코로나가 세계 지형을 어떻게 흔들어 놓을지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국경을 넘는 행위 자체가 가지는 의미에도 분명 차이가 생길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여행을 마치고 한참이 지난 후의 일이다. 여행 방송을 통하여 요르단의 와디럼 사막이 소개되고 있었다. 잠시후 인터뷰를 위해 출연한 한 중동남자의 얼굴이 어딘가 낯익다 싶더니 그의 아내라 소개된 한국여성분 얼굴이 나오는 순간 박수를 치고 말았다. 그 분은 암만에서 잠시 머물때 묵은 게스트하우스 여주인장이었다. 여행 도중 만난 중동남자와의 인연으로 그 곳에 정착하여 자식을 낳고 여자 아이 이름을 딴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이슬람이지만 술에 대한 호기심을 감추지 못하던 남편과 슬쩍슬쩍 눈치를 주던 아내분 모습이 문득 떠올랐다. 여행은 제자리로 돌아옴이라는 일상적인 문구를 뒤로 하고 여행길이 삶이 되어버린 사람들, 인도와 중동을 여행하며 길에 멈춰 새로운 삶을 시작한 분들을 만났다. 대부분이 여성분들이라 깊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그들을 길에 머물게 한 신호등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하곤 했다. 붉은 신호등일까, 푸른 신호등일까. 그 신호등은 그들에게 무슨 말을 전했을까. 여기 멈추어서라고, 계속 나아가라고, 왼쪽 오른쪽으로 꺽어보라고. 지금도 가끔 생각나는 것은 그들이 만난 어떤 인연과의 낭만도, 지난한 삶의 과정도 아닌 그들 자리와 방향을 보여준 알수 없는 신호등과 여기일꺼라고 멈춰선, 저기일꺼라고 돌아선 그들의 발걸음이 지닌 삶의 작은 용기이다.  

 

 

<게스트하우스 옥상에서 바라본 골목길>

 

사해(死海)를 처음 알게된 건 지리학 교과서인것 같다. 신문을 펼쳐든 남자가 호수 위에서 유유히 신문을 보던 풍경. 사해에 도착후 바라본 호수 풍경은 마치 지리학 교과서를 다시 펼쳐든것 같은 기분이었다. 잡지를 펼쳐들고 책속의 모습을 따라하는 사람들, 두 팔 두 다리를 하늘로 뻗친채 오리떼를 흉내내는 사람들 모습이 천진난만하다. 그가 모습을 나타낸 건 호수에 들어간 일행과 전체 호수 풍경을 찍느라 연신 셔터를 눌러대고 있을때쯤이었다. 호수 반대편 절벽에 카메라 앵글이 머물때쯤 그 사내는 말을 꺼냈다.

 

" 어디서 오셨소?"

" 한국 "

" 지금 찍는 호수 저편이 어딘줄 아시오?"

" 이스라엘"

.

.

.

한 동안의 침묵이 궁금하여 옆을 돌아볼때까지 그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눈이 마주하는 순간, 그의 눈에서 알수 없는 떨림과 공허함이 피어올랐다.

 

" 저 곳은 팔레스타인이요"

 

아차 싶은 마음을 수습할 사이도 없이 그는 슬픈 표정을 마지막으로 뒤돌아서 걷기 시작했다. 손을 들어 그를 불러세워 뭐라고 말이라도 하고 싶은 생각이 일순간 움찔하며 멈춰섰다. 계절을 잊은 듯 두툼한 무채색 양복 상의는 가족과 놀러온 휴양객의 다채로운 색감속에서 더욱 침울하면서도 흑백과 칼라의 대조가 바뀐듯 또한 무척 도드라져 보였다. 실밥이 터진 듯 한쪽이 살며시 튀어나온 양복 속의 어깨는 한없이 낮아보였다. 사람은 뒷모습을 보일때 진심이 보인다고 하던가. 겨우 그 한마디 던지고 돌아서던 그의 모습은 그 어떤 슬픈 표정이나 말로는 다 할수 없는 아픔으로 쌓여있었다. 그저 낯선 동양이에게서 듣고 싶은 말은 "팔레스타인"이라는 한마디 였을텐데. 지금 다시 만난다해도 그 말을 쉽게 할수 없을것 같다. 희망없는 진실은 때론 독이 되기에. 그저 술 한잔 같이 기울일수는 있어도.  

      

 

 

<사해 - 반대편이 그가 말한 팔레스타인>

 

 

<암만의 한 카페 - 세번째는 25시의 앤소니 퀸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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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3-09-14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간 신호등이지 않을까요. 하트모양.

잉크냄새 2013-09-14 22:45   좋아요 0 | URL
에...확실한건 저는 그 하트모양 신호등을 못봤다는거죠.ㅎㅎ

마음을데려가는人 2013-09-15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통은 '돌아오기 위한 여행'이지만 '그곳에 남기 위한 여행'이 되기도 하나 봐요.

전 여행의 환상이 '삶의 한 부분'이 되어버리는 걸 견딜 수 없을 것 같은데. ㅎㅎㅎ

잉크냄새 2013-09-16 08:54   좋아요 0 | URL
전 지금 뭐라고 확신할수는 없어요. 사실 여행중이거나 여행을 막 마친 후에는 열병처럼 길에 서지 못한 아쉬움이 가득한데, 또 시간이 흐르면 현실속에 서게 되잖아요.
그래도 여기가 내 삶일꺼라고 멈추어선 분들이 항상 부럽습니다.

페크pek0501 2013-09-17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의 문장에 (마음으로) 밑줄을 긋고 갑니다.

"그들을 길에 머물게 한 신호등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하곤 했다."
"사람은 뒷모습을 보일때 진심이 보인다고 하던가."
"희망없는 진실은 때론 독이 되기에"

잉크냄새 2013-09-17 09:0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시험에도 안나오는데 밑줄을 그어주시고, 감사합니다.ㅎㅎ

icaru 2013-09-17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번째 사진은 그 한국여성분이 운영하시는 게스트 하우스에서 내려다본 풍경인가요? 마치 헬리콥터 타고 줌업해서 아래를 찍은 것 같은 ㅎ 지붕 위에 공구같은 세간살이들 하며~

호수 반대편 절벽의 땅,, 아 지형이 꽤 독특하네요 벽처럼 깎아놓은 것 마냥...임진각에서 건너보는 것처럼 횡한~흙바람 도는 거 같구 참..

준~중동여행 전문가세요. (뭐 준,자 떼어드릴꺼나 ㅋㅋ)

제가 좋아하는 여성작가가 한 말인데, 여행이란, 다른 세계에 자신의 일부를 조금씩 두고 오는 것이라대요.. 홀가분하신가요? ~ 두고 온 것을 보러 다시 행장을 꾸리고 싶어질 것도 같고요 ^^

잉크냄새 2013-09-17 19:43   좋아요 0 | URL
네, 암만이 좀 심심한 동네라 게스트하우스 옥상에서 아래로 흔들흔들 사진만 찍곤 했어요.

무언가를 두고 온것 같기도 하고, 하여간 여행이 끝나면 한동안 열풍에 휩싸이곤 해요. 다시 짐을 싸서 돌아가고 싶을때가 많은데 그곳 어딘가에 두고 온 무엇인가에 대한 열망인지는 아직도 미지수랍니다. ^^

중동은 전문가가 되려면 몇번 더 가야 하는데 요즘 국제사정이 영 거시기해서 아마 이 수준에 머물지 않겠소!!!

2013-10-23 2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26 1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4-18 13: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16 14: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rosa 2014-08-26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의 이 여행기가 언제쯤 끝이날까 궁금합니다.
여행기를 기다리는 독자를 생각하시고 한번씩 생각날때마다 올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이기적인 바람이지요?^^;;

잉크냄새 2015-06-16 14:22   좋아요 0 | URL
1년녀의 긴 여행은 잘 끝나셨는지요?

물론입니다. 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기약하기 쉽지 않은 일이네요.
기억도 가물가물 해지고 지금 쓰는 여행기가 그때의 감정을 담고 있을지도 의문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