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도시를 여행하다 보면 그 도시가 하나의 색채로 기억되는 경험이 종종 있다. 인도 자이살메르가 골목 곳곳에 부서져 내리던 황금빛으로 기억되는가 하면 바라나시는 화장터 주변을 감돌던 엄숙한 기운과 묘하게 어울리던 회색과 검정의 어느 중간색으로 기억되곤 한다. 시리아 국경을 넘어서던 알레포행 버스 안에서 나도 모르게 그만 감탄사를 뱉어내고 말았다. 아마 터키에서 느끼지 못한 중동에 대한 나의 색감이 딱 맞아떨어진 때문이리라. 인위적으로 그어진 국경이 풍경마저 갈라놓은 듯한 착각에 빠지고 말았는데 터키의 녹색 산림이 순식간에 시들어 황토빛 벌거숭이 산으로 변한 듯 하고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 민가는 회색 콘크리트의 무거운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삭막한 내륙의 도로 위에서 문득 고향의 비 내리던 항구가 떠올랐다. 비 내리는 잿빛 항구는 그 비내음 속에 항구 특유의 비린내를 품곤 하는데 묘하게 얼버무려진 비와 바다의 내음은 음울한 항구의 잿빛 하늘을 더욱 우울하게 만들곤 하였다. 그 잊을 수 없던 유년시절의 비 내리던 풍경이 햇살 찬란한 중동의 어느 삭막한 길 위에서 묘하게 일치해 버린 것이다. 때론 눈부신 태양이 더 우울할 때도 있다. 지금도 한 대의 버스가 달리던 황량의 그 길위의 풍경을 잿빛인지 황토빛인지 정하지 못하고 있다.

 

 

<시리아 알레포 전경 - 알레포 성 위에서 바라본 시내 풍경>

 

 

중동의 이미지를 딱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검은색 챠도르를 고를 것이다. 온 몸을 감싼 챠도르 사이로 반짝이는 두 눈, 그것이 내포하는 중동의 여성에 대한 억압. 책을 통해서든 매체를 통하여 내가 받아들이고 인식하는 중동 문화의 한 단면일 것이다. 거리를 걷다보면 챠도르를 입은 여성들과 종종 눈이 마주치곤 했는데 챠도르 사이로 슬쩍 보이는 웃음기 하나 보이지 않는 모습이 낯설고 어색했다. 성에 대한 억압이 어느 한쪽 성에 대한 편향된 억압임을 여실히 보여주던 풍경은 길거리에서 어렵지 않게 마주치던 삼류 에로 극장과 화려한 여성 속옷 가게였다. 가슴과 허벅지를 드러낸 여성의 나체가 그려진 극장의 간판은 온 몸을 검은 장막으로 감싸고 지나가던 여인들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창문 너머 붉은 색의 화려한 속옷을 입은 마네킹 앞에서 오래도록 자리를 뜨지 못하던 가게 앞 검은 챠도르 차림의 여성은 아내의 속옷을 직접 고른 듯 쇼핑백을 들고 나온 남편의 손에 이끌려 자리를 뜨면서도 못내 아쉬운 듯 눈길을 쉽사리 거두지 못하는 눈치였다. 속옷을 고르는 선택권마저 차압당한 느낌이었다. 한동안 벽에 기대어 길을 오가는 숱한 차도르의 물결을 바라보았지만 어떤 거센 바람이 불어 그들 삶의 이면이 벗겨지고 재구성될지 이방인의 눈으로 가늠하기 힘든 일이었다.

 

 

<알레포성 - 다리 위의 작은 검은 점이 사람이다>

 

 

알레포로 향하는 버스에서 만난 일본 여행자는 꽤나 여행에 익숙한 모습이었다. 숙소에 대한 정보도 없는지라 그를 따라 숙소를 잡았다. 저녁 식사후 그가 중동 남자들이 즐기는 무언가를 소개해준다길래 무작정 따라나섰다. 이미 어두워진 골목길을 따라서 도착한 곳은 물담배를 파는 곳이었다. 여행을 한 도시마다 그곳 사람들이 여유로운 저녁 나절을 보내는 장소가 있곤 했다. 터키 골목의 은은한 불빛 아래 찻집이 있었다면 시리아는 어두운 골목 유리문 뒤로 뽀얀 연기를 품으며 물담배집이 자리하고 있었다. 표정 없는 얼굴로 쳐다보는 그들 사이에 자리를 하였다. 시샤 라고 불리는 물담배는 파이프에 물을 넣은 후 맨 위 쿠킹 호일로 싼 부위에 석탄을 올린다. 파이프로 흡입하면 가벼운 물소리와 함께 연기를 흡입하게 되는데 재료가 과일인지라 과일향이 많다. 그때 피운 향이 무엇인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장미향 비슷했던 것 같기도 하다. 이슬람 전통 복장부터 퇴근 길의 양복 입은 신사까지 각양각색의 그들과 눈웃음을 주고 받으며 한 시간 가량을 피고 나왔다. 늦은 시간이지만 아직도 물담배 연기가 뽀얗게 가게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물담배를 한시간 피면 일반 담배 200개비와 맞먹는다고 한다. 얼씨구나.

 

< 알레포 물담배 가게에서>

 

 

어느 시인은 잘 빨아서 다리미로 잘 다리기까지한 와이셔츠를 세탁기에 집어놓고 돌리는 순간, 어디론가 떠난다고 한다. 물론 저런 운치 있는 표현을 붙일 수 없지만 즉흥적이고 대책 없기는 별반 차이가 없지 않나 싶다. 첫 여행 이후 이상한 버릇이 생겼는데 단 하나의 여행지만 선택한다는 거다. 그 여행지에서 다음 여정을 정하는 건 그때 그때의 몫이다. 시리아로 떠나기 전 머물던 숙소의 주인에게 물어본 것은 시리아 알레포로 가는 버스편과 비자 발급 여부 뿐이었다. 시리아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다 만난 한국 여행자기 알려주기 전까지 시리아가 한국과 국교 수교가 맺어지지 않은 상태임을 알지 못했다. 어느 여행자처럼 허벅지에 여권을 테이프로 감는 정도는 아니지만 가방 제일 깊숙한 곳으로 밀어 넣었다 숙소를 찾지 못해 위험한 어둠 속 밤길을 하염없이 거닐 때, 끊어진 차 편으로 역에서 밤을 지새워야 할 때, 곤혹스런 상황을 만날 때마다 다음 여행은 미리 준비해야지 하고 수도 없이 다짐하지만 아직도 나의 여행은 즉흥적이다. 그래서 바람을 좋아하지 라고 스스로 웃어넘기면서 아무런 정보도 없이 어느 마을로 걸어 들어가곤 한다. 아마 다음 여행도 그러하리라. 제 버릇은 개 못주니까.

 

<알레포행 버스 안에서>

 

 

 

< 알레포 시장에서 스카프 팔던 아저씨- 누가 저런 문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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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2-01-03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역시 진지한 문체 뒤의 은근한 유머가 빠지지 않으시는군요 ㅋㅋ
시리아는 가볼 생각도 안했던 나라인데.. 중동은 어쩐지 우울한 이미지라서요. 역동적이진 않죠?

갑자기 물담배가 그립네요 ㅎㅎ

잉크냄새 2012-01-03 15:33   좋아요 0 | URL
네, 전반적으로 과묵한 분위기지만 그리 우울한 분위기는 아닙니다. 사람들도 처음 어색한 분위기만 넘어서면 아주 낙천적인걸 느낄수 있어요. 사람들도 아주 친절해요. 유목 민족의 후예들답게 이방인에게 관대하고 친절합니다. 사실 중동 남자들이 여자 여행객들에게 친절의 수준을 넘어서서 너무 치근덕거리는 것이 문제죠.

물담배는 건강에 해롭습니다.

2012-01-03 2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04 0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2-01-04 0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을 좋아하는 분에게 마침한 여행이로군요ㅎㅎ 한 시간에 200개비라... 대단하네요. 물담배라고 해서 전 외려 순할 거라고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과일향이 난다니 기회가 되면 딱 한 모금만 경험해보고 싶네요^^

잉크냄새 2012-01-04 12:26   좋아요 0 | URL
바람, 관련 이야기는 나중에 한번 써볼까 합니다. 여행과 바람은 무관한듯 하면서도 아주 밀접한 사이거든요.

저도 물담배가 아주 순하다고 생각했어요. 실제 피워보아도 몸에 전혀 무리가 느껴지지 않고요. 다만 한시간 피워보면 좀 어질어질 합니다.

마음을데려가는人 2012-01-04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루트를 정해놓긴 하나 그 루트가 꼭 합리적이지 않은 루트로 바뀌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 즉흥적으로 여행할 수 있다는 게 부럽기도 해요. 전 늘 전부 다 보고 싶기도 하고 한 군데만 집중해서 보고 싶기도 한 마음 때문에 갈팡질팡 했거든요.

잉크냄새 2012-01-04 12:28   좋아요 0 | URL
루트를 정하고 그 일정대로 움직이는 분들도 대단하단 생각이 듭니다. 저도 님처럼 루트가 발길 닿는대로 변하곤 합니다.
처음에는 일정의 문제로 정해진 루트로 움직였는데 여행이 길어질수록 발길이 이끄는 방향으로 나아가곤 했어요.
전 여행지에서 무언가 특정한 것을 보는것보다는 오래된 골목을 거닌다던가 하는 목적성없는 것에 더 이끌리곤 했지요.

風流男兒 2012-01-14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예전에 강남역 어디에선가 인도+동남아시아+중동을 약간 섞어놓은 듯한 바에서 물담배를 펴본적이 있었어요. 좋다. 고 하면서 계속 피워댔는데, 시간당 담배 200개피라니. 놀랍네요.

여행을 항상 준비하려고 하지만, 저도 결국은 즉흥적으로 가게 되더라구요,
돌아 생각해보면 즉흥으로 가지 못하면 항상 못가게 되는 게 여행이었던 듯도 하구요.

그나저나 마지막 아저씨 칼을 들고 계시는 게 압권인데요. 게다가 시어머니라니 ㅎㅎㅎㅎ
정말 대단해요

잉크냄새 2012-02-03 11:16   좋아요 0 | URL
가끔은 즉흥적인 선택으로 어려움을 겪게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후회하지만 한번 습관되어진 습성은 쉽게 변하지 않나 봅니다.

시어머니께 선물을 권하는걸 보니 저 문구는 남성분이 써준것 같네요.ㅎㅎ

2012-02-13 16: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13 18: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중충한 날씨는 계속되었다. 비 내리는 흑해 연안의 어느 민박집에서 홀로 밤을 지새우던 시간을 뒤로 하고 아침 일찍 길을 떠났다. 카파도키아에 도착한 것은 보슬비가 촉촉히 내리던 한밤중이었다. 칠흙 같은 어둠 속에 희미하게 서있는 표지판을 뒤로하고 무작정 언덕을 올라 언덕 맨 끝에 자리한 숙소에 자리를 잡았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칡흑 같은 어둠 속에서 그저 발길이 닿는 대로 찾아간 숙소는 다음날 잊을 수 없는 풍경을 선사해 주었다. 눅눅한 날씨에 지친 나그네의 발길을 달래주려는 듯 오랜만에 나타난 햇살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풍경을 더욱 환하게 비추어, ‘, 과연 이 곳이 진정 지구별에 존재하는 도시인가하는 감탄과 함께 아침도 잊고 햇살이 정수리에 내리 꽂힐 때까지 달에 첫 발을 내디딘 암스트롱인양 언덕 구석 구석을 돌아다니게 하였다. 기독교인들이 박해를 피해 달아나 정착한 돌산의 동굴은 이제 여행자들을 맞이하는 숙소로 탈바꿈 되어지고 있었지만 언덕 위에서 바라보이는 마을 풍경은 경박스럽거나 소란스럽지 않은 아직 태동하지 않은 태고의 신비인양 조용하고 고요했다. 면허도 없이 빌린 오토바이를 타고 궤레메 외곽을 달리는 길은 또 다른 풍경을 떡 하니 꺼내놓았는데, 각양각색의 무지개 떡인 양 화려한 지층으로 축적된 로즈 밸리, 스머프 버섯집의 기원이 된 파샤바 등 도화지처럼 펼쳐진 풍경은 바람을 맞으며 달려가는 오토바이를 풍경 속의 한 점으로 만들어버리곤 했다  

 

<가파도키아 마을 풍경> 

처음 여행을 시작할 때는 내가 잃어버렸을지도 모를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든가 아니면 영혼의 구석 어딘가에 덕지덕지 달라붙어있을 욕망의 덩어리를 버려야 한다든지 하는 의무감 비슷한, 어쩌면 강박관념이라 표현해도 좋을 무엇인가가 분명 존재한 싶었다. 인도-네팔 45일간의 1 여행을 마치고 남미와 중동을 저울질하다 중동으로 떠나온 이번 여행은 그저 발이 가져다 주는 자유로움을 따라 걷고 있는 했지만 그래도 가슴 어딘가에는 설명할 없는 덩어리가 문득 느껴지곤 하였다. 그런데 터키 카파도키아의 어느 동굴 호텔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 게바라", 오랜 세월 습관처럼 의미 없이 반복되는 삶이 지겨워질 무렵 여행을 떠나 삶의 이면을 다시 한번 바라보라고 떠민 이가 그였다. 그가 의대생 시절 오토바이 한대로 떠난 남미 여행이 나에게 길을 떠나도록 오랜 세월 재촉했고, 속삭임에 발을 내딪은 것인데, 그의 여행기를 다시 읽으며 내가 떠난 의미를 다시 떠올려보게 것이다. 너무 욕심은 부리지 않을 생각이다. 사실 욕심만으로 일도 아니지만나무는 겨울에도 자라고 있음을 나이테가 보여주듯 자유로운 떠남 어딘가에도 영혼은 조금씩 자라고 있을 것이다 내리던 터키의 어느 시골 버스 안에서 창문 밖으로 그려지던 그리운 이들의 서늘한 눈매, 그것만으로도 지금은 충분히 충만하다.  



<카파도키아 열기구 - 세계 열기구 3대 포인트중 한곳>

가끔은 나무를 흔드는 바람이 나를 부르는 손짓처럼 느껴지고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이 거울로 희롱하는 햇살의 장난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 날은 내 몸을 감싸는 대지의 기운이 다 그런 듯 하여 일손을 놓고 하염없이 창밖을 바라보곤 했다. 피죤 밸리라 불리는 언덕은 간만에 모습을 드러낸 햇살에 녹기 시작한 눈이 질퍽거리고 있었고 아직 쌀쌀한 바람이 옷깃을 세우게 만들었다. 어제의 흔적인지 오늘 아침 먼저 내려간 이의 흔적인지 뭉그러진 발자국을 따라 조심스럽게 계곡을 내려가다 바람을 타고 실려온 소리에 사로잡혔다. 계곡 안을 부딪히며 메아리치는는 소리는 그 방향을 쉽사리 나에게 보여주지 않았는데 그나마 방향을 잡아갈 수 있었던 것은 그 알 수 없는 소리 속에 나의 마음을 이끄는 어떤 요소가 분명히 존재한 듯 싶다. 비탈진 언덕을 미끄러지며 올라 도착한 곳에서는 나를 이끌던 그 소리로 온통 가득 차 있었다. 교회 종소리보다는 경쾌하지 않고 절의 풍경 소리보다 묵직하지 않지만 초원을 쓰다듬는 바람과 어울리는 투박하지만 콧노래가 그냥 나올듯한 경쾌한 소리였다. ‘멜하바를 외치며 웃음으로 나를 맞아주던 어느 늙은 목동이 이끌던 양떼의 풍경 소리였다. 어느덧 눈이 녹기 시작한 푸른 초원을 배경으로 울리던 양들의 합창은 잊을 수 없는 감흥를 선사해주었다 
 


 

< 카파도키아 양치기>

땅덩이 넓은 대부분의 나라들이 그렇듯이 터키 또한 야간 버스 시스템이 훌륭하게 갖춰져 있다. 여행 시간 확보를 위해 주로 야간 버스를 타고 이동하였는데 몸이 적응하니 밤이 선사하는 아름다운 감흥에 젖어 들곤 했다. 지저분하고 깨진 창문 사이로 새어 든 바람으로 얼어 죽을 뻔한 인도의 야간 버스와는 달리 터키의 야간 버스는 천국을 향해 가는 어느 길 위에 있는 듯 편안하다. 차장은 제복을 말끔하게 차려 입은 터키 청년들인데 주로 간식을 챙겨주거나 중간 경유지에 내려야 하는 손님을 일일이 챙겨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가끔 잠이 들었다 깨어나면 몸을 뒤척이는 작은 소리도 놓치지 않고 어느새 차장이 옆에 다가와 손을 내밀라고 한다. 잠결에 손을 내밀면 레몬 향이 가득한 스킨을 손에 뿌려주는데 아직 의식이 채 들어오지 않은 상태에서 손 위의 레몬 향을 맡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다. 향기로운 꿈을 꾼 느낌이랄까. 그 버스 안에서 꿈과 의식의 거리는 머리와 손의 거리에 불과했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꿈과 레몬 향 사이를 오고 가노라면 마치 레몬밭 사이를 헤매다 꿈으로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카파도키아 명물 항아리 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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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11-27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는 겨울에도 자라고 있음을 나이테가 보여주듯 자유로운 길 떠남 어딘가에도 영혼은 조금씩 자라고 있을 것이다"


"비 내리던 터키의 어느 시골 버스 안에서 창문 밖으로 그려지던 그리운 이들의 서늘한 눈매, 그것만으로도 지금은 충분히 충만하다"


"가끔은 나무를 흔드는 바람이 나를 부르는 손짓처럼 느껴지고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이 거울로 희롱하는 햇살의 장난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아.. 기억해두고 ..두고 두고 꺼내 보고 싶은 글들이예요..
잉크냄새님..
이런 글들을 쓰실 수 있는 잉크냄새님이 부럽습니다.
더 깊어지고 더욱 마음 저 깊숙한 곳들과 만나고 있으시군요..


저도 그 양들을 만나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합창을 듣고 싶습니다.
저 끝 어디에서 제 자신과 깊숙히 깊숙히 대면하고 싶습니다.

잉크냄새 2011-11-28 10:25   좋아요 0 | URL
부족한 글, 항상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2년도 더 지난 여행기를 지금 쓰려니 기억이 가물거려 그 당시 일기에 썼던 내용들에 아직 가슴 한켠에 남아있는 감정을 살로 붙여 조금씩 엮어가고 있습니다.

여행기를 쓸때마다 다시금 길을 나서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비연 2011-11-27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곳에 가본 적이 있죠. 아직까지도 마음에 인상깊게 남겨둔 곳 중 하나이구요..
잉크냄새님 글을 보니 더욱 그리워지네요...아..

잉크냄새 2011-11-28 10:16   좋아요 0 | URL
비연님도 다녀오셨군요. 터키도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만한 여행지죠.

전 그곳에 3일 정도 머물렀는데 연휴를 이용해서 짧은 여행을 오시는 한국분들도 많으시더군요.

BRINY 2011-11-28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터키 다녀온지 10년이 넘었는데, 그 레몬향 콜론수의 향기가 아직도 남아있답니다.

잉크냄새 2011-11-29 10:39   좋아요 0 | URL
그 레몬향의 정체를 콜론수라고 하나 보네요.
아마도 터키를 떠올리면 가장 오래도록 남아있을 기억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風流男兒 2011-12-10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돌산 사진, 조용하게 시선을 담게 만드네요.
언젠가 꼭 가봐야겠어요.
언제나 눈과 마음 모두 즐거워지는 사진 감사해요 ^^

잉크냄새 2011-12-13 12:48   좋아요 0 | URL
네, 저도 눈을 뜬 첫날 아침, 마을과 어울러진 돌산에 흠뻑 취해 밥도 잊고 마을 언덕을 돌아다녔답니다.

꼭 시간내셔서 한번 가보시길 바랍니다.

2012-01-01 0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03 1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십을 넘기면 절대 떠날수 없을것 같기에 회사를 그만두고 무작정 떠난 배낭여행길이 어느덧 세번째에 접어들었다. 처음 배낭을 메고 인도 델리 공항에 도착했을때의 설레임과 두려움은 이제 찾아볼수 없지만 아직도 걸어보지 않은 길 위에 서는 그 감흥만큼은 첫눈을 밟는 설레임만큼이나 시간이 지나도 줄어들지 않는다. 고단한 몸이 짊어진 배낭의 무게만큼이나 무거운 삶의 방향이 가끔은 의도한 바대로 흘러가는구나 싶기도 하여 슬며시 웃음짓기도 한다. 어느덧 삶의 현장으로 돌아온지 반년이 훌쩍 지난 사진을 올리면서 그때를 상기해본다. 아직 쓰여지지 않은 여행기가 자꾸만 누적되어 간다.  

1. 운남성 쿤밍 (云南省 昆明)  

 - 운남성은 세계의 배낭여행자들이 집결하는 곳이다. 중국의 소수민족 대다수가 살고 있어 한족 위주의 다른 지역과는 차별화된 문화를 유지하며 풍경 또한 색다르다. 

 

< 운남 소수민족촌 공연 장면> 

 

<석림>  

2. 운남성 따리 (云南省 大理) 

 - 대리국을 떠올린다면 쉽게 이해할수 있는 지역이다. 소수민족중 백족이 주로 생활하며 고구려인지 고려인지 확실하지 않으나 한민족과 뿌리가 같다고 한다. 흰옷을 주로 입으며 깨끗하고 선한 인상의 민족이다. 음식 또한 한국과 비슷한 맛을 지녀 한뿌리임을 실감케 한다. 

 

<백족 전통 가옥> 

 

< 따리의 명물 삼탑사 전경> 

 3. 운남성 리쟝 (云南省 丽江) 

- 중국인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곳이다. 소수민족중 잘 알려진 나시족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이나 중국 정부의 상업화에 물든 모습이다. 리쟝 고성은 옛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으나 이미 상업화의 물결에 밀려나는 모습이다. 그래도 해질녘의 골목 풍경은 넋을 잃게 만든다. 

 

<옥룡설산 풍경> 

 

<리쟝 고성> 

4. 운남성 중띠엔(云南省 中甸) 

 - 중띠엔이란 명칭보다는 샹그릴라로 더 알려진 곳이다. 20세기 초에 어느 서양 작가의 책에 소개되면서 샹그릴라를 찾기 위한 여행자의 행렬이 줄을 이었고 중국 정부가 발빠르게 샹그릴라로 선포한 곳이다. 실질적인 샹그릴라는 더 북쪽의 사천성 고지대에 위치해 있다. 풍경으로 말하자면 이곳을 샹그릴라라고 여겨도 손색이 없을것 같다. 

 

<송찬림사 (松赞林寺)> 

 

<티벳승> 

5. 사천성 청두 (四川省 成都) 

 - 삼국지 촉나라의 수도이자 두보의 고향이다. 사천대지진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다. 티벳 포탈라궁을 보고자 하는 많은 여행자들이 머무르는 곳이다. 티벳으로 넘어가려면 이곳 청두와 칭하이성 꺼얼무 두곳을 이용해야 한다. 티벳 독립운동이 발생한 3월달에 도착하여 중국 당국의 엄격한 통제로 티벳행이 무산되다. 

 <사천 오페라> 

 

<려산대불 - 중국 4대 석불의 하나> 

6. 사천성 쥬자이고우 (四川省 九寨沟) 

 - 쥬자이고우의 물을 보지 않고 물을 논하지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맑고 투명한 물이 계곡을 흐른다. 심한 가뭄으로 물이 줄어들었으나 가히 천하일품의 물이 어떠한지를 보여준다. 두 시간 거리 떨어진 황륭의 물 또한 천하1,2위를 다툴만하다. 

 

<쥬자이고우의 물> 

 

<황륭의 물 - 해발 4500 고지의 정상에 위치> 

7. 사천성 루구후 (四川省 泸沽湖) 

 - 사천성과 운남성의 경계에 위치한 호수이다. 티벳행이 좌절되어 무작정 밤기차를 타고 9시간, 아침 버스를 타고 8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이다. 교통이 불편한만큼 여행자들이 적어 며칠을 혼자 조용히 보냈다. 

 

<루구후 아침 풍경> 

 

<루구후 전경> 

8. 귀주성 황과수폭포 (贵州省 黄果树 瀑布) 

 - 중국에서 1,2위를 다투는 폭포이다. 얼마전 박지성이 면도기 선전에 나온곳이다. 폭포와 절벽 사이를 통과하는 모습이 색다르다. 

 

<황과수 폭포 - 가운데 보이는 줄이 사람이 통과하는 곳이다.> 

 

< 폭포 - 명칭은 잊어버렸다. 황과수 폭포보다 더 인상적이다> 

9. 광서성 양수오 (广西省 阳朔) 

 - 桂林山水甲天下 阳朔风景甲桂林 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구이린을 중국 최고의 산수로 친다면 구이린에 속한 양수오의 풍경을 구이린 최고의 풍경으로 꼽는다. 개인적으로도 내가 그동안 상상한 가장 중국적인 풍경이 아닌가 싶다. 

 

<양수오 풍경 - 무협지에 잘 나오던 가장 중국적인 풍경> 

 

<양수오 밤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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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2차 배낭 여행기를 마무리 하지 못했다. 기록해야할 여행기는 아직 남아있는데 쉽사리 글이 써지지 않는다. 여행일지에 빼곡히 남아있는 그때의 기록들을 하나 하나 들추며 다시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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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인생. 2011-08-12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구후의 아침풍경은 수채화의 한장면 같네요. 여전히 진행중이시네요 잉크냄새님. 운남성과 윈저우는 비슷한 동네인가요. 저 올해초 에 윈저우에서 일년동안 살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지금 살짝 후회되지만.^^ 한국땅을 밟고있는 이상 해야할일들이 너무 많네요.ㅎ 거대한 국가 중국 그치만. 그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소박함에 깜짝 놀랐던 지난 4월 북경여행이 떠올라요. 마치 우리나라 70년대를 본것마냥. 그 옷차림과 빨갛게 그을린 얼굴이 넘 인상적이였어요. 과하게 남을 신경쓰는 우리나라와 달리. 심플하다고 할까. 좀 부럽기두 하더라구요

잉크냄새 2011-08-12 14:01   좋아요 0 | URL
네, 중간중간 단절이 되지만 그래도 여전히 진행중이라는 표현이 어울릴듯 싶네요. 윈저우면 어딜까요? 저도 정확히 어딘지는 알지 못하겠네요. ~저우로 끝나는 지명중 유명한 곳이 항조우,수조우,광저우 정도인데 어딜까요?

중국 풍경이 70년대라는 표현에는 공감이 가면서도 도시화된 풍경은 꼭 그런것만이 아닌지라 70년대와 2000년대가 공존하는 곳이라는 표현이 더 그럴싸해 보입니다.

비로그인 2011-08-12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국이 넓긴 넓군요!!ㅎㅎ 돌아오셔서 쓰신다니... 그럼 지금은 한국에 계신 건가요?^^

잉크냄새 2011-08-12 14:02   좋아요 0 | URL
아, 돌아왔다는 것은... 여행에서 돌아왔다는 의미입니다.
아직 중국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stella.K 2011-08-12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 잊어버리셨다던 폭포 대단합니다.
어디서 찍은 건가요? 산인가...?

잉크냄새 2011-08-14 14:3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오랫만이네요.
산의 계곡을 따라 위치한 폭포입니다.
황과수 폭포 지역이 넓어 택시를 타고 돌았는데 기사가 황과수 폭포보다 더 멋진 곳을 소개해준다면서 알려준 곳입니다.

양철나무꾼 2011-08-12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에도 대림동이란 동네를 가면, 양수오 풍경과 유사한 거리 풍경을 만날 수 있어요~^^

전 루구후 전경이 좋은걸요.
한참동안을 들여다보고 앉았었어요.
어찌됐든, 님의 여행기는 계간인게죠?

중국 날씨는 서울처럼 변덕스럽지 않으려나요?
좋은 글, 좋은 사진 잘 봤습니다~^^



잉크냄새 2011-08-14 14:46   좋아요 0 | URL
서울에도 그런 풍경이 있군요.
요즘은 글이 써지지 않네요. 여행기를 마무리하긴 해야 하는데...
지금 추세로 봐서는 계간도 되지 못하는 모양새입니다.
항상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1-08-12 2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4 14: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6 1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30 1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31 1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18 15: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2 2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4 14: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風流男兒 2011-08-17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나 정말 비경이네요.
여행에서 돌아와도 계속 중국에 계시는 거군요.
저는 서두만 보면서 아 한국에 계시는건가 싶었는데, 댓글을 보니 아니군요 ^^

숨겨진 여행기들과 사진이 정말 기다려지는데요
천천히, 개봉해주셔요

잉크냄새 2011-08-30 12:03   좋아요 0 | URL
세상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넓고 다양하다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그 많은 세상중 한정된 일부를 살아가면서도 왜 그리 척박해야 하는지요.

하나 하나 이야기들을 기록하며 나아가야 하는데 요즘은 글이 쉽사리 써지지 않는군요.

개봉은 언젠가는 합니다.ㅎㅎ

2011-08-25 0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30 1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중국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게 되는 단어중의 하나가 "小心"이다. 아파트 현관이나 백화점등 바닥이 있는 장소에는 항상 "小心地滑" 라는 글귀가 붙어있다. 우리말로 옮겨 해석해보면 "小心"은 조심하다 라는 뜻이며 "地"는 땅,바닥, "滑"는 미끄럽다 라는 의미를 가진다. 전체를 해석해보면 "바닥이 미끄러우니 조심하세요" 라든지 " 미끄럼 주의" 라는 표현이 가장 적합한 것 같다. 

요즘은 중국을 여행하는 한국인이 많아지면서 어느 정도 유명세를 타는 관광지에는 한국어 표기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아래 사진은 중국 서안의 어느 유적지에서 찍은 사진인데, 아마 중국 공무원이 나름 네이버를 검색하여 작성한듯 싶다. 고유어와 외래어의 적절한 조화가 반짝반짝 빛을 발하는 수작이라 평가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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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1-05-31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전 잉크냄새님 슬라이드 필름사진을 상상하며 들어왔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
빵 터졌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잉크냄새 2011-06-01 13:23   좋아요 0 | URL
조만간 여행사진은 한번 올려야죠.
너무 터지지 않게 조심하시길.

조선인 2011-05-31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빵 터졌어요!라는 말은 바로 이 때 쓰면 되는군요. 절대 공감입니다. 쿠쿠쿠

잉크냄새 2011-06-01 13:24   좋아요 0 | URL
중국 곳곳에 저런 식의 해석이 붙어있으리라 봅니다.ㅎㅎ

비로그인 2011-05-31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심스럽게 슬라이드"는 어쩐지 조심스럽게 미끄러지라는 얘기처럼 들리네요 ㅋㅋ 건강하시죠?^^

잉크냄새 2011-06-01 13:24   좋아요 0 | URL
네,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인생사 조심스럽게 미끄러지는 것도 중요하겠네요.

2011-06-01 04: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01 1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주 2011-06-01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잉크냄새 2011-06-01 13:25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風流男兒 2011-06-07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예전에 홍콩에선가 저런 표지를 봤어요. 물론 기호랑 한자만요 ㅎㅎ
그래서 저는 '소심하게 다니면 미끄러진다'라고 해석했다가
동생의 비웃음만 샀더랬지요.

조심스럽게 슬라이드도 만만치 않네요 ㅎㅎㅎㅎ
그나저나 여행하시는 모습, 정말 괜히 제가 다 신나고 그러는군요! ㅎㅎ

잉크냄새 2011-06-14 20:58   좋아요 0 | URL
아, 안녕하세요. 댓글이 늦어버렸네요.

저 위의 사진보다 님의 해석이 더 압권인데요.ㅎㅎ

가시장미 2011-07-10 0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재미있네요. ^^ 넘 늦게 보았네요.
오늘은 잠이 안와서 이것저것 하다 날을 세게되었는데....
새벽에 요 사진 덕분에 혼자 웃었네요. ㅋㅋ

여행기도 또 들려주세요. 여유 있으실때요. ^^
요즘 여행을 떠나고 싶은데.... 휴가가 한달이나 남았네요. 흑!

잉크냄새 2011-08-12 00:03   좋아요 0 | URL
와우, 댓글을 이제야 보네요.
여행기 올려야 하는데, 왠지 글을 쓰지 못하고 있네요.
 

애초에 흑해 연안을 따라 터키 동부로 이동하고자 하는 계획이 없었던건 아니지만 '아마스라'라는 흑해 연안의 작은 어촌 마을로 향하게 된것은 '아마스라'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이 큰 몫을 차지했다. 붉은 지붕의 작은 어촌 마을의 사진보다도 그 위에 자리한 마을의 이름에 한동안 눈길이 머물렀다. '아마스라' 를 조근히 속삭여보면 아스라히 멀어져가는 말로 표현할수 없는 흐릿한 영상이 머릿속을 맴돌았고 발길은 자연스레 그곳으로 향했다. 어촌 마을로 향하는 언덕길은 터키 겨울철 우기 특유의 날씨들 동반하였는데 빗물이 흐르는 창밖으로 지나치는 나무의 녹색 옷차림은 그 음울한 기분을 다소나마 달래지고 있었다. 차를 갈아타고 넘어가는 마지막 고개에서 바라본 작은 마을은 손바닥을 들어 가려질만큼 작은 곳이었다. 푸르른 바다를 배경으로 붉은 지붕을 어깨동무 삼아 자리잡은 마을은 동화속에서 구술되던 마을이라 할만했다.   

<아마스라- 북해 연안의 어촌 마을> 



세상의 어느 촌이나 마찬가지로 이곳 또한 젊은이가 떠난 마을을 노인들이 지키고 있었다. 한국전쟁과 월드컵으로 한국에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이곳 노인들에게 배낭을 메고 나타난 동양인이 신기했던지 바닷가를 산책하던가, 식당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던가 하면 영락없이 나타난 흰 수염의 터키 노인들에게 질문공세의 대상이 되곤 했다. 그들과 대화를 하거나 허름한 카페의 한 구석에서 바라보다 보면 터키 노인들에게서는 늙어감에 대한 자연스러움이 묻어난다. 인생의 막바지를 향해가는 고독과 두려움보다는 현재 주어진 시간을 살아간다는 느낌, 최선을 다해 늙어간다는 느낌이 묻어난다. 세월의 바람에 조용히 풍화되어 가고 있는 자연스러운 늙음이다. 문득 인도에서 마주친 노인들이 떠올랐다. 현재를 살아간다는 인도 노인에게서 과거와 미래에 단절된 느낌을 받았다면 터키 노인에게서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조화로움이 묻어난다고 할까. 그들이 바라보는 삶의 지평 너머에는 또 다른 삶이 푸른 돛을 달고 넘어가고 있는것 같았다.   

<아침 언덕 산책길에>

터키 여행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꼽으라면 잠들기 전 두세 시간 동안 조용히 피우던 장작을 말하고 싶다. 이스탄불을 제외한 겨울철 터키의 숙소는 방마다 난로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국민학교 시절 도시락을 데워 먹던 그 난로와 똑같은 것이었다. 촉촉히 떨어지는 비를 뒤로 하고 어둑어둑해진 골목을 돌아 들어서면 삐걱 열리는 문소리를 확인한 주인 양반이 한동이의 장작을 들고 나타나 오래된 잡지의 한쪽 면을 부욱 찢어 불을 붙이곤 사라진다. 전등을 끄고 장작을 한두개 집어넣으며 소파에 앉아 상념에 잠기다 문득 뒤를 바라보면 내 영혼의 그림자가 보이곤 한다. 한밤중 촛불을 응시해본 사람은 알고 있지 않을까. 그 불빛의 흔들림이 내 영혼의 흔들림이라는 것을. 그것이 나를 투과하여 뒷편의 벽면에 흔들리고 있다. 그건 그림자가 아니라 영혼의 투영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듯 했다. 신처럼 완벽한 형태를 갖추지 못한, 불빛의 흔들림에 그저 속적없이 흔들리는 영혼. 그 속절없는 영혼이 바라보는 가운데 부끄러운 일기를 쓰거나 그리운 이에게 한통의 엽서를 띄우곤 했다. 두세시간후 영혼이 조용히 잠들면 나도 침대에 쓰러져 잠이 들곤 했다.   

<언덕의 제일 좌측에서 혼자 머물다>

일주일 동안 샤프란볼루에서의 단 하루를 빼고 비가 촉촉히 내렸다. 겨울철 우기로 접어든 터키의 날씨는 사람을 축 쳐지게 만들어 여행 경로를 바꾸게 만들었다. 터키 중부에 자리잡은 카파도키아를 마지막으로 터키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물론 한국 물가와 맞먹는 터키 물가에 질린 이유도 없지는 않다. 흑해 연안을 따라 터키 동부를 돌아보려던 계획은 그렇게 무산되었다. 새로운 여행길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아마스라의 어느 식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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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21 15: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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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24 14: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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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21 15: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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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24 14: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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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3-21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에서 장작 타는 냄새가 나는 것 같아요 ㅋㅋ 크게 숨 한번 들이켜고 갑니다. 건강에 유의하시구요^^

잉크냄새 2011-03-24 15:00   좋아요 0 | URL
저에게 후와님 만큼의 사색의 크기와 글솜씨가 있었다면 그 여행의 흥취를 더 잘 표현할수 있었을텐데요...아쉬워요..

후와님도 건강 유의하시길...

2011-03-22 1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24 15: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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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3-24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을 찬찬히 한참 들여다 보게 만드는 재주를 가지고 계시네요.
옛날 천원 짜리 지폐를 가지고 마당 쓰는 마당쇠를 찾아보는 숨은그림 찾기가 유행이었어요.
답은 마당 다 쓸고 들어갔다...였구요.
언덕 제일 왼쪽의 집도, 지난 사진의 그네도 한참을 들여다 봤어요~^^

저는 장작은 고사하고, 촛불에 비춰 제 영혼의 흔들림을 한번 봤음 좋겠어요.
답은 불낼라...아닐까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잉크냄새 2011-03-24 15:24   좋아요 0 | URL
앗,찌찌뽕.
예전 알라딘에서 이렇게 거의 실시간으로 댓글 다는 것을 찌찌뽕이라고 했지요.ㅎㅎ

제 사진이 그런 마력이 있군요. 거의 혼자 여행을 다니다보니 풍경 말고는 제 사진을 찍는 경우가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이렇게 말로 설명하다보니...ㅎㅎ

2011-03-29 0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18 1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26 02: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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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8 12: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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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23 08: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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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23 21: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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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25 15: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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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27 13: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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