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키운 팔 할은 바람이라는 시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나를 이 곳에 오래 머물게 한 팔 할은 바람과 골목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듯 하다. 다마스커스에 첫 발을 내딪던 그 날도 나를 처음 맞이한 건 바람이었다. 도로 변의 나뭇잎을 어루만지며 줄곧 나를 따라온 바람인지, 터줏대감처럼 줄곧 골목 어귀에 자리하고 있던 바람인지 확신할 순 없지만 버스를 내리던 순간 나를 감싸고 휘리릭 한 바퀴 돌풍처럼 말려 올라간 바람은 알 수 없는 편안함을 안겨주었는데 흡사 오랜 시절 기억 속에 무의식적으로 자리잡은 고향 어딘가에서 불쑥 튀어나온 사투리 같은 편안함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라는 명칭이 어색하지 않게 도시는 골목 골목에 수 천년 세월만이 품을 수 있는 오래된 채취와 오랜 세월 퇴적되어 조금씩 온기를 뿜어내는 포근함과 골목을 떠돌며 지친 이들의 방문을 살며시 두드리는 바람을 품고 있었다. 해가 기울어 골목을 빗겨 지나갈 때 쯤이면 골목은 감추어둔 또 하나의 빛깔로 채색되곤 했는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저 오래되고 묵은 색조라는 두리뭉실한 말로만 표현할 수 있는 어스름이 조용히 잦아들어 가고 있었다. 골목을 배경으로 달동네 같은 언덕 마을에 저녁이 내리면 세월의 무게에 내려앉은 별이 낮에 본 세상 이야기를 나누는 듯 재잘거리며 빛나고 있었고 별들마저 하나 둘 잠들 시간이면 숙소의 빼꼼히 열린 창 사이로 잠들지 않은 바람이 들어와 머물곤 했다. 다마스커스에 머문 내내 난 그렇게 바람과 더불어 골목을 서성이며 돌아다녔다.

 

 

 

<다마스커스 골목 -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의 골목>

 

 

<숙소앞 골목 해질 녘>

 

이때쯤 난 우연찮게도 누군가의 발자취를 쫓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시리아에 들어온 이후 머문 숙소에서 항상 하루의 차이로 못 만난 사람, 안면식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숙소를 찾아 들어가 저녁때쯤 여행 정보를 찾을 겸 방명록을 뒤지다 우연찮게 읽게 된 글의 주인공일 뿐이다. 그녀가 남긴 글은 만년필 (불분명하다) 로 한자 한자 눌러쓴 듯 정성스러웠고 글은 미려할 뿐 아니라 사색적이어서 난 그녀가 추천한 장소를 찾아 다녔고 만족스러운 얼굴로 돌아오곤 했다. 알레포에서도, 하마에서도 내가 도착한 날, 그녀는 어김없이 떠났고 그렇게 한편의 글을 남겨 놓았다. 다마스커스에 도착한 첫 날도 혼잣말로 그 사람은 오늘 이 곳을 떠나겠군주절거렸다. 골목을 돌아 어렵사리 찾은 숙소에 짐을 풀고 방명록을 살펴보았다. 말이 씨가 된 것일까. 그녀는 오늘도 어김없이 이 곳 숙소를 떠나 여행길에 올랐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숙소 모퉁이를 돌아서다 마주친 서너 명의 한국인중 한 명이 그녀였다고 한다. ‘, 한국 사람 같은데….’ 라며 언뜻 서로 뒤돌아 본 것이 마지막이었다. 여행은 겨울 나무와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길에 오르면 낙엽 지듯 자신이 가진 욕망의 덩어리를 하나 둘 내려놓는 것 같다. 길에서 만난 여행자들은 그들이 어떤 모습으로 겨울을 나는 나무인지를 조금씩 보여주곤 했다. 난 아직도 가끔 그녀가 어떤 모습의 겨울 나무로 살아가고 있을지 궁금하다.

<다마스커스 골목에서 - 매일 노래를 부르곤 했는데 아마 실연의 노래가 아니었을까 싶다. 좀 슬퍼보였다>

 

 

마르무사로 향하는 길은 풀 한포기 보이지 않는 황무지를 가로지른다. 황량한 황무지 사이에 붓자국처럼 놓여있는 도로를 한 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곳은 광활한 계곡의 입구 쯤이었고 계곡을 따라 1킬로 남짓 더 올라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절벽의 한 면을 차지하고 위태롭게 서 있는 마르무사는 넘어가는 저녁 노을을 배경으로 황금빛으로 물들고 있었는데 황무지의 노을이 아름다운 건 황량한 황토빛 산을 넘어가는 저녁의 그림자가 확연히 드러난다는 것이다. 어느 종교의 옛 유적지인 것 같은 이곳은 별도의 수행자는 보이지 않고 오래도록 거주하는 여행자들이 그곳을 관리하고 있는 듯 싶었고 여행자들은 암묵적으로 그들만의 역할이 정해진 듯 나름 규칙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수장쯤으로 보이는 이는 언뜻 2~3살 연상으로 보이는 프랑스 여자였다. 저녁 식사 후 프랑스 여자의 권유로 그들의 종교 의식에 참여했다. 좁은 바위 틈새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니 제법 넓은 장소가 나타나고 몇 군데 밝혀진 촛불이 어둠을 가까스로 몰아내는, 암벽화가 동굴 벽면에 그려진 암굴 교회였다. 로빈 훗에나 나올 듯한 후드티를 둘러쓴 그들이 진행하는 의식은 경외감과 더불어 이질감을 동반하여 그리 편하지만은 않았다. 가만히 동굴에 기대어 앉았다. 수 천년의 세월 중세 어느 수도승의 간절함이 느껴질 듯 싶어 벽면을 살며시 어루만지다 잠시 잠이 들었다. “졸지마후드티를 둘러쓴 프랑스 여자의 속삭임에 눈을 떴다. 솔직히 순간 쫄았다.

 

 

<골목에서>

 

종교를 경험한다는 것은 값진 경험이다. 우연찮게 길에서 만난 아랍 청년들을 따라 들어간 모스크에서 그들의 의식을 따랐다. 매일마다 듣던 그들 의식의 소리에 매료되어 있던 나로서는 그들의 제안에 흔쾌히 따랐다. 예배를 하기 전 먼저 입을 3번 헹구고, , 얼굴, , 머리, , 다리를 차례로 세 번씩 헹군 후 예배를 드렸다. 등에 짊어진 배낭을 어찌할 줄 몰라 하는 나를 그들은 이런 성스러운 장소에서 별걸 다 걱정하네 라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당신을 믿는 이들의 간절함이 당신께 이르고 당신의 축복이 그들께 이르길 비나이다.’ 신을 믿되 특정 종교를 갖지 않은 나는 어느 종교의식이든 이런 식으로 그들을 축복하곤 했다. 의식을 마치고 뒤로 물러나 앉아 그들의 의식을 더 지켜보았다. 어떤 간절함이 있어 하루에 5번씩 장소를 가리지 않고 신을 축복하고 저런 선한 얼굴로 신을 축복하는가. 신 앞의 인간은 그 간절함에서 있어 한 치의 차이도 없다. 인간을 종교로 구분하는 것 만큼 어리석은 일이 있을까. 신앙이라는 것이 그저 하루의 일과가 끝나고 기도하는 간절한 만큼의 크기면 어떨까, 버거운 삶에서 잠시나마 벗어버리고 싶은 짐의 무게만큼이면 어떨까.

 

 

<반짝이 모스크라고 이름 붙이다>

 

 

<물 파는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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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12-05-15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포근한 여행기입니다.
또한, 말씀해주신 그녀가 신비롭게 느껴집니다.
과연 어떤 모습의 겨울나무로 살아가고 있는지...
제가 다 궁금해진답니다^^

여행기를 읽으니
왜 여행을 떠나라고들 말씀하시는지...
그 이유를 이제는 알 듯 도 합니다...
누군가가 술집에서 다마스커스 어짜고 하면서 마치 직접 가본 것 처럼 떠들면
그게 저인 줄 아세요^^

잉크냄새 2012-05-15 09:41   좋아요 0 | URL
혼자 떠난 여행이었는지라 길 중간 중간 사람이 문득 그러워지는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어느 날은 골목 어귀에서 한국말이 들려온것 같은 환청에 이끌려 한참을 존재하지 않는 누군가를 찾아 헤매보기도 하고요.

이제, 술집에서 팔미라와 다마스커스를 이야기하는 누군가를 만날수 있겠군요.ㅎㅎ

마음을데려가는人 2012-05-15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녀랑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네요.
여행길의 로맨스, 꺄ㅡ
상상만 해도 즐거운데요? :)
여행기가 아름다워서 간만에 훌쩍 떠나고픈 마음이 듭니다.

잉크냄새 2012-05-15 09:49   좋아요 0 | URL
지금은 그저 중동 여행을 떠올리게 하는 아련한 추억이 되었을 뿐이죠.
여행길의 로맨스를 한번쯤 꿈꿔보지 않은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길을 혼자 돌아다녔답니다.
저도 훌쩍 떠나고픈 마음은 항상 가슴 언저리에 남아있어요.

icaru 2012-05-18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정말 멋있어요! 사진도 글도..

여행이 낳은 명문이에요. 다음 부분이요~

여행은 겨울 나무와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길에 오르면 낙엽 지듯 자신이 가진 욕망의 덩어리를 하나 둘 내려놓는 것 같다. 길에서 만난 여행자들은 그들이 어떤 모습으로 겨울을 나는 나무인지를 조금씩 보여주곤 했다. 난 아직도 가끔 그녀가 어떤 모습의 겨울 나무로 살아가고 있을지 궁금하다.

이런~ 조금은 쓸쓸한... ㅎ

뮤지컬 김종욱 찾기, 가 생각나는 여행기예요. ㅎㅎ 혹시 보셨어요? 잉크냄새 님?

후드티를 둘러쓴 차림의 사람들 속에 종교 의식이라니,,, 우아..중세의 콜레라가 떠올라요. ㅠㅠ) 이래서 어릴적 각인이 무서운 거죠...
어릴 적에 봤던 것 중에 페스트였나 흑사병이 창궐한 성에 시체들이 즐비하고 후드 차림의 수도사들이 시체를 치우는 그런 장면요.. ㅠㅠ)

잉크냄새 2012-05-21 11:47   좋아요 0 | URL
김종욱 찾기에서는 어느 정도의 만남이 전제되기도 했지만 전 그저 발자취만 따라서 간 경우니 좀 다르죠. ㅎㅎ 그 골목 꺽어지는 곳에서 언뜻 마주친 것이 마지막이니까요.

중세의 후드티를 보면 전 로빈훗이 먼저 떠올라요. 어두운 암굴 교회에서 후드티를 쓴 사람들의 의식을 볼때 사실 조금 불안하기도 했답니다.
 

무학의 통찰(?)로 바라보는 중국 생활 두번째 이야기를 시작한다.

 

4. 인구 정책

 - 일반적으로 1가구 1자녀 정책으로 알려져 있지만 내부 사정은 다소 복잡하다. 일반 도시 시민이 두 번째 자녀를 출산했을 경우, 벌금을 내면 출생신고가 가능하다. 벌금은 대략 2만 위엔(350만원) 정도인데 일반 노동자 최소 임금 기준(1310위엔 도시에 따라 차이가 있다.)  15개월 봉급에 해당하는 큰 비용이다. 서부 내륙의 낙후된 지역은 기본 자녀를 2명까지 인정하고 세 번째 자녀부터는 벌금형이 존재한다. 소수 민족은 자녀에 대한 제한이 한족과 구분되는데 각각의 소수 민족마다 차이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보통 한족보다는 많은 자녀늘 허용하는데 참고로 조선족은 3명까지 가능하다. 공무원에 해당하는 정부 관료의 경우는 벌금형만으로 출생신고가 가능하지 않다. 그들이 법으로 정해진 자녀를 초과하려면 현재의 직위를 버리고 벌금을 내어야 한다. 벌금을 내지 못하는 자녀는 출생신고가 불가하며 모든 사회 조치로부터 제외된다. 흔히들 중국의 인구가 완전히 파악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이처럼 법적인 자녀 이외에 벌금을 내지 않고 출생 신고가 접수 되지 않은 인구가 엄청나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5. 율동 문화

 - 중국의 대외 홍보 자료나 영화를 통하여 인식된 바로는 중국인들이 광장에서 태극권을 하며 소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건 아마도 한국인들은 전부 태권도 고수로 알려진 것과 같은 맥락이라 볼 수 있다. 이 곳에서 생활하는 동안 태극권을 하는 사람은 딱 두번 보았다. 저녁 나절이면 동네 사람들이 모여들어 라디오 음악에 맞추어 단체 운동을 하는데 체조보다는 부드럽고, 에어로빅보다는 느리며, 춤보다는 덜 화려하다. 적당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데 율동 체조라고 그냥 내가 가져다 붙인다. 아님 말고. 주로 도심의 공원, 아파트 단지 다소 넓은 공간 등에서 이루어지는데 마땅한 장소가 없는 경우는 은행 등 관공서의 앞 다소 넓은 보도를 점거하고 이루어지기도 한다. 또 큰 가게를 운영하는 경우 가게 앞 보도를 점거하고 율동 체조를 선보이기도 한다. 얼핏 파악한 연령대로는 주로 30대 중반 이상의 중년 여성들로 구성되는데 젊은 처자들은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생활이 안정된 후 참가하는 듯 한다. 보통 남자들은 참여하지 않는다.

 

6. 던지기 문화

 - 중국에 처음 왔을 때 가장 기분 나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던 문화이다. 식당에서 젓가락을 던져 주고, 가게에서는 거스름돈을 던져 주고, 오래 사시라고 담배도 던져 주고, 어떤 날은 보고서도 던져 주고, 이런 썅보고서는 좀 그렇잖아. 보고서는 회사 내의 예절이라 여겨 혼쭐을 내주곤 해서 보고서는 더 이상 날아다니지 않는다. 문화는 습관이 정형화된 것이라 볼 수도 있겠다. 그들은 물건을 던져주는 행위에 우리처럼 공손함이라든지 예절이라든지 하는 의미를 전혀 부여하지 않는다. 그저 하나의 오래된 습관일 뿐. 우리가 외부인의 입장에서 바라볼 때 이해 안 되는 행위일 뿐. 솔직히 지금은 의도적으로 바라보지 않는 이상 물건을 던져주네? 라는 느낌은 들지도 않는다.

 

 

여기서 오늘의 퀴즈.

 

인구 정책 관련하여 서부 내륙의 농촌 지역에서 행한지는 일이다.(물론 전부는 아니고) 자녀 제한을 초과하고도 벌금을 내지 않는 마을 사람에 대하여 그 지역 이장이나 면장에 해당하는 사람이 취하는 아주 특별한 조치가 있다고 한다.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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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과 전기를 끊어버린다고 합니다. 생활을 불편하게 함으로써 벌금을 내고 출생신고를 하도록 강제하는 방법입니다.

 

아, 그런데 예전 한국에서 실행된 새마을 운동본부 소속 모 반상회 소식에 따르면 정전과 출산은 완만한 비례 곡선을 그린다고 보고된 바가 있는걸로 압니다. 유니세프에서도 보고된 바가 있고요. 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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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인생. 2012-05-09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던지기 문화? ㅎㅎ 저는 식당에서 밥먹고 거스름돈 던져주길래 완전 기분 나빠가지고. 근데 그게 문화인가봐요 저는 저를 무시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중국은 에티켓이 아직도 후진국 수준에 머물지 않나 싶어요 사람들 개인적으로보면 소박하기 그지없어보이는데. 그런 예절문화가 아주 꽝이다 싶었어요.
막간을 이용해 오사카를 지지난주에 다녀왔거든요. 일본은 우리나라와 적대적인 나라지만. 사람들이 친절해서. 중국에서처럼 이질감보다. 여행하는 동안 되게 안정되었어요 . 심적으로 많이 편했어요 ^^

중국은 그런의미에서 아직도 많이 낯설구요

잉크냄새 2012-05-09 13:54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처음에는 무시당하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상하더군요. 그래서 저도 한동안 돈 낼때 던져주곤 했어요. 근데, 습관이 무섭다고, 지금은 무시한다든지 무시당한다던지 하는 느낌이 전혀 없어요. 그냥 일상이 되버린거죠.

에,,솔직히 중국은 예절이 좀 거시기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공자의 나라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때가 많거든요. 어쩌면 그런 생활상이었기에 공자와 같은 사상가가 출현한 토대가 되었을 수도 있고요.

Arch 2012-05-09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던지기 문화는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저도 광장에서 율동은 해봤어요. 너무 빠르지 않고 기운을 넣을 정도로 느리지 않고 딱 좋은 박자였어요. 정전과 출산의 비례 곡선은 설득력이 있어요

잉크냄새 2012-05-09 17:02   좋아요 0 | URL
율동 하는거 보면 한번 참여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긴 하는데 남자들은 하나도 없어서 참여하기가 힘들더군요. 그냥 편안한 박자에 편안한 동작들로 이루어지죠.

마음을데려가는人 2012-05-10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던져주는 거 ㅋ 잘만 하면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위의 댓글을 보니 아닌갑네요. ㅠㅠ
무림고수처럼 주고 받으면 정말 잼있을 텐데 쩝.

잉크냄새 2012-05-10 09:57   좋아요 0 | URL
오호, 중국이 무림고수 천지일거라는 믿음들이 참 많군요.
제가 볼때는 한국에 무림고수가 더 많아요. 왠만하면 앞차기, 이단 옆차기 다 할줄 알잖아요. 고등학교때 낙법도 가르쳐주고요.ㅎㅎ

icaru 2012-05-10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극권을 하며 소일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건 한국인들이 전부 태권도 고수로 알려진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는 거였군요. 저도 단단히 오해를 ^^
우리집 둘째가 맨날 하는게, 중국인들이 자주하는 태극권이 아니라, 단순 율동이었어!!율동!!
저 또한 던져주는 문화가 충격인데요. 헐~ 잉크냄새 님도 한동안 돈 낼 때 보란듯 던져 내셨다뉘,,, 더 웃겨요!

잉크냄새 2012-05-10 10:02   좋아요 0 | URL
그 율동문화 가만히 보고 있으면 재미있어요. 동네마다 음악, 율동도 다 다르고요, 그냥 동네 마실거리라 여겨도 무방할듯 하고요. 중국에서 오래도록 유지했으면 하는 문화입니다.

제가 던져준건 처음에 저한테 던져주길래 내가 던지면 너도 기분 나쁜거 느끼라고 던져주었는데 아무 반응도 없길래 관두었어요.ㅎ

비로그인 2012-05-10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침내 그간의 결과물이 나오는군요! 책으로 내실 건가요?^^

잉크냄새 2012-05-10 13:55   좋아요 0 | URL
후와님도 너무 멀리 나와버리시는군요.ㅎㅎ 중국 현지에서의 생활을 재미삼아 적는 글입니다.
혹여나 후와님만큼의 글재주가 있다면 또 모를까요.

프레이야 2012-05-10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중국에 계신건가요?
재미납니다. 다른 건 좋은 것, 달라서 좋은 것, 그런 말이 떠올라요.
정전과 출산의 완만한 비례곡선이란 말에 웃다갑니다. 꼭 그렇지만도 않을걸요.^^

잉크냄새 2012-05-11 10:11   좋아요 0 | URL
네, 아직 중국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문화란 다름의 관점으로 접근한다면 좀더 이해와 포용의 폭이 넓어지리라 봅니다.

차트랑 2012-05-12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중국에 있을 수 있다면
할 수 있는 일이 아주 많은데^^
이러고 있습니다요~

무협영화에서는 젓가락으로 파리도 잡던데...ㅠㅠ
여하튼 중국에서 사신다니
쩜 부럽습니다요~

잉크냄새 2012-05-13 14:46   좋아요 0 | URL
음, 중국은 역시 무협으로 너무 과하게 알려줘 있군요.ㅎㅎ
중국에서의 생활, 그럭저럭 재미있습니다.
 

중국에서 생활한지 어느덧 2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문화 탐방이라는 엄청 거창한 문구를 붙였지만 그냥 현지인들 속에서 살아가며 보고 느끼는 넋두리 정도로 봐주면 좋겠다. 내가 쓰는 글의 논리를 뒷받침하고자 자료를 찾는다던지 하는 일은 하지 않을 작정이다. 그리 열정적이지도 부지런하지도 않을 뿐더러 덕지덕지 붙인다 하더라도 그다지 논리적이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냥 보고 듣고 느낀 무학의 통찰(?)이라고 해두자. 음, 이것도 거창하군. 그냥 편하게 읽히는 넋두리 정도로 여겨지면 가장 무난하고 혹여나 뜻하지 않게 비하의 어감이 내재되어 있다면 가감히 지적해주면 고맙겠다. 적어도 그럴 의도는 조금도 없다. 옳고 그름이 아니라 같고 다름의 문제로 적어보고자 한다.

 

1. 중화 사상

 - 그냥 쉽게 표현하자면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고 그 중심을 기준으로 하나가 된다는 사고이다. 당연히 선민 사상이 내재되어 있다. 너희들의 사상이 무엇이냐고 물어볼 필요도 없이 중국인들과 이야기 해보면 느끼게 된다. 이런 중화 사상이 자연스럽게 내재된 그들에게 티벳과 위그르의 독립이 어떤 식으로 받아질까? 몇몇 중국 대학생들과 이 문제에 대하여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들의 답변을 이 중화사상에 기초하여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세상의 중심에서 떨어져 나가려는 이해할 수 없는 몸부림인 것이다. 하나가 분리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몇해전 문제가 된 동북공정은 어떤가? 역사 왜곡을 위한 언론 플레이, 필요없는 것이다. 왜? 당연하니까. 하나여야 하니까.

 

2. 폭죽 문화

 - 중국 영화에서도 자주 등장하듯 그들의 폭죽문화는 대단하다. 폭죽 터지는 소리가 악귀를 쫓아낸다고 믿는다. 폭죽을 터트린 만큼의 복이 다시 돌아온다고 믿는다. 터트린 만큼의 복이 돌아온다는 믿음에 몇달치의 봉급을 폭죽에 소모하는 이들도 상당수다. 그리하여 음력 설을 기점으로 음력 보름이 끝나는 그들의 최대 명절 기간 동안 도시는 온통 폭죽의 굉음, 뿌연 연기, 매캐한 냄새로 가득하다. 낮과 밤,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밤잠을 설치기 부지수다. 이 기간 이외에는 가게 개업이라든지 결혼식 등의 경사가 발생할 경우 터트린다. 큰 가게의 경우는 가게앞의 사차선 도로의 중안선을 온통 폭죽으로 줄세우고 모든 가로수에 폭죽을 걸어 터트리는데 폭설이 내리던 어느 겨울밤의 경험은 아름답기까지 했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 터트리는 폭죽이 짜증나는건 아파트 사이를 메아리쳐 실제보다 훨씬 더 증폭되기 때문이다. 처음 중국에서 폭죽 소리를 들었을때 가까운 곳에 예비군 훈련장이 있는줄 알았다. 아, 대한민국 예비군만이 상상할 수 있는 이 불편한 진실!

 

3. 영혼 숭배

 - 한국에서도 아직 관운장 숭배가 이루어지는데 중국의 경우는 한국과 달리 특정 무속인의 수준이 아닌 일반 여엄집의 수준에까지 파급되어 있다. 도시화가 이루어져 온통 아파트형 주택으로 변화가 이루어지는 지금에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조금만 변두리로 벗어나 보면 오래된 나무 대문이나 기둥에는 붉은 대춧빛의 얼굴에 긴 수염을 휘날리며 청룡언월도를 거머쥔 관운장이 초라한 여염집의 수호신처럼 붙어있다. 대문 양쪽으로 붙이는 경우 장비가 등장하는 경우도 있는데 역시 우리가 상상하듯 철사 수염에 사천왕의 눈동자를 부릅뜨고 형제가 나란히 여염집을 지키고 있다. 유비가 등장하지 못하는 것은 여염집에 납시기에는 너무 높은 황제의 신분이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난 초선을 섬기고 싶다.

 

 

 

 

여기서, 오늘의 퀴즈

 

아파트형 주택에는 현관문에 복(福)자가 붙어있는데 모두 거꾸로 매달려 있다.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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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복이 쏟아진다고 한다. 중국도 복은 담는 것이 아니라 쏟아지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현관문의 복자는 꺼꾸로 씌여져 있다. 이런 소박한 마음이 너무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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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2-05-07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중국에 계시군요. 언제 또...
중국에서 일하고 계시는 건가요?
이런 글 귀하다고 생각합니다.
편하게 읽을 수 있어 좋구요.
저 개인적으론 중국에 대해 부담스러움 같은 게 있는데
그런 귀여운 면도 있네요.ㅎ

잉크냄새 2012-05-07 13:33   좋아요 0 | URL
네, 중국에서 생활중입니다. 그냥 중국이 어떤 곳인지 경험해보려고 5년 정도 목표로 나왔는데 벌써 반이 지나갔네요.
중국이란 곳, 넓은 땅떵이와 다양한 민족들로 구성된 만큼 아주 많은 면이 존재합니다.

Arch 2012-05-07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재미있어요. 복은 쏟아지는거라니. 소박함과 중화사상은 연결되지 않는 것 같은데 그게 또 한 나라의 문화와 사람 속에 스며있는 듯해요. 얼마 전에 중국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여행사나 가이드가 리베이트를 받고 형편없는 음식을 대접하는 음식관련 프로그램을 봤어요.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는게 터무니없었어요. 우리 나라 사람들은 왜 그렇게 중국 사람들을 무시하는지 모르겠어요.

잉크냄새 2012-05-07 18:07   좋아요 0 | URL
중국의 급작스런 경제성장으로 그들의 생활수준이 올라가는 것과 현재 한국 사회의 실업률 상승과 같은 반대적인 요소가 결합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무시하면 무시당한다는 가장 간단한 진리를 잊지 말아야할듯 합니다.

여행사의 그런 작태는 비단 한국과 중국에 대한 문제만은 아닌듯 합니다.

양철나무꾼 2012-05-07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조했네요, 님도 저도~^^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전 福 자를 현관문 안쪽에 거꾸로 매달아 놔서 참 이상했거든요.
단지 달아나지 말라는 의미라고 생각했는데, 저런 의미가 더 정확하겠군요~^^

잉크냄새 2012-05-07 18:06   좋아요 0 | URL
네,오랫만입니다. 거꾸로 매달린 복자를 보셨군요.
전 처음에 잘못 붙인줄 알았습니다.

icaru 2012-05-09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학의 통찰이 진정한 통찰이야!!! 역시~~, 하게 되는 페이퍼네요~
ㅎㅎㅎ 앞에 서두부터 여러 조건과 전제를 붙여주시며 흥미를 마구 불러일으켜 주셔서리..

폭죽 문화는 정말 처음 알았어요! 크리스마스나 정초에 불꽃놀이 보다가 인파가 너무 몰려 사람이 깔려 죽었다는 홍콩발 토픽 같은 것을 들을 때는 어쩌다 난 사고인가보다 했거든요. 그리고 영혼 숭배 사상도 그래요~ 우리 나라도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내려오긴 하지만,,, 중국이나 일본처럼 집안에 불단(?) 같은 것을 모시지 않는 것을 보니, 북동아시아 중에서 우리만 좀 남다른가 하는 생각도 드는 게 ㅋ

모쪼록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잉크냄새 2012-05-09 11:32   좋아요 0 | URL
어허, 이거 무학이란 말도 함부로 못쓰겠구려. 김어준 따라 써봤는데 전 그저 넋두리 정도인것을.

하여간 문화라는 것이 참 재미있고 신기합니다. 이 가까운 나라들이 다 독특한 문화권을 형성한다는 것이 말이죠.

rosa 2012-05-10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무실에서 만났던 재중동포 동생이 자꾸만 중국 한번 놀러오라는데.. 어찌 된 게 중국엔 도통 가게 되질 않네요.^^;; 그래서 잉크냄새님 글로나마 중국을 느껴 봅니다.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잉크냄새 2012-05-11 10:03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중국이란 나라, 기회가 된다면 한번 경험해 보시는 것도 좋으실듯 합니다. 동양 문화권이라 이질감도 덜하고, 앞으로 세계 중심에 설 나라임은 자명한지라 미리 봐두는 것도 좋을듯 합니다.
 

서울시로부터 서대문구 독립공원내 부지를 기부받았지만 "독립군의 성지에 위안부를 들일 수 없다"는 광복회 할아버지들의 반대에 부딪혀 지금의 성미산 자락으로 옮기게 됐다.

또 기업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을거라는 기대와 달리 기업 이미지를 훼손시킬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냉담한 반응이었다.

 

- 위안부 할머니들의 '전쟁과 여성 인권 박물관' 건립 관련 , '다음'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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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회 할아버지라는 인간들, 과연 같은 시대의 아픔을 공유한 사람들일까 라는 의문이 든다. 인간 수명 연장을 비관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노망난 미친 놈들.

 

진정한 기업 이미지라는 것이 기업의 사회 책임 달성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가. 제품 이미지가 아닌 기업의 윤리성, 환경 보호, 인권 보호 등을 통하여 사회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내리는 것이 아닌가. 돈에 환장하고 시대에 뒤쳐진 미친 장사꾼들.

 

개가 풀을 뜯어 먹어도 이런 소리는 나지 않을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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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2-05-05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들의 수치심을 자신이 아닌 외부로 돌려 희생양을 찾는 것이죠. 그러면서 마치 자신은 아닌 것처럼 행동하는. 쉽게 말하면 양심과 사고에 몰핀을 놓는 것이죠.

잉크냄새 2012-05-07 10:1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전 솔직히 그 희생양의 사고 방식이 머리 속에서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요. 부정하고 비하함으로써 그들이 반대급부로 얻는것이 있을까요? 잘 모르겠네요.

마지막 몰핀 문장은 심히 공감이 갑니다.

saint236 2012-05-10 10:53   좋아요 0 | URL
나도 죄인이지만 저 사람은 나보다 더 죄인이다. 내가 저 사람을 공격하는 것은 당연하다. 뭐 이런 거겠죠. 그렇게 공격하다보면 마치 자기는 죄인이 아닌 것처럼 착각하게 되죠. 흰색 옆의 회색은 검은색처럼 보이지만 검은색 옆의 회색은 흰색처럼 보이듯이 말이죠. 웃기는 짓거리들이죠.

잉크냄새 2012-05-10 11:18   좋아요 0 | URL
그런 의식이 깔려 있었군요. 조금만 사고의 방향을 바꾸면 긍정적인 사고로의 전환도 충분히 가능할듯 싶은데, 서글픈 일이네요.

좋은 답변 감사드립니다.
 

어스름 어둠이 내려앉을 무렵, 그 소리는 어김없이 마을 전체를 고요한 평온함으로 휩싸고 있었다. 처음 그 소리를 들었을 때, 그리 낯설지 않다고 느낀 것은 심장 언저리에 와 닿는 파형이 기억 속의 어느 지점과 닿아 있기 때문이었다. 길게 꼬리를 끄는 그 소리에 나도 눈을 감고 기억 저편을 더듬어 보곤 했다. 해질녘 짝사랑하던 소녀의 집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소년의 등뒤로 울리던 성당의 종소리, 어두운 밤 길을 잃고 헤매다 찾아 든 산사에 울리던 풍경 소리, 시체 한 구가 온전히 타들어가는 시간을 뒤로하고 울리던 힌두 의식의 어수선함, 기억은 그 소리들 사이를 꿈결처럼 날곤 했다. 소리가 잦아들 무렵 눈을 뜨면 하나 둘 켜지는 등불이 어둠을 조금씩 물아내지만 골목 한 구석에 움크린 소리들은 바람이 불면 그런 기억 한 조각을 또 다시 불려내게 만들곤 했다. 이슬람 의식을 알리는 이 소리는 하루에 다섯번 울리는데 새벽녘 잠이 덜 깬 얼굴로 창을 활짝 열고 심호흡으로 맞아드리던 처음과 하루의 상념을 어둠의 무게로 땅으로 끌고 들어가던 마지막 소리가 가장 정겨웠다. 그 소리가 들리던 시간 만큼은 시간이 정지된 듯한, 오직 나만이 깨어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곤 했는데, 여명이 밝아오는 어스름의 언저리가 만져질 듯 느껴진다든지, 어둠의 장막이 극장의 커튼처럼 살며시 내려앉는다든지 하는 꿈 같은 노곤함에 젖어들곤 했다.

 

 

<팔미라 유적지로 가는 길 >

 

 

시리아를 여행한 후 다시 터키 지중해 연안을 돌아 이스탄불로 올라가려는 여행 계획이 바뀐 것은 아마도 이 곳에서 본 아파미아 때문일 것이다. 팔미라는 워낙 유명한 곳이지만 아파미아는 이곳에 와서 처음 알았다. 지중해 연안의 고대 유적을 직접 보지 못했으나 아파미아를 보는 순간 더  이상 그리스 시대의 유적을 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실망이라든지 감탄과 같은 그런 감정이 아니었다. 언덕 위에 자리잡은 고대의 폐허 아파미아는 고즈넉했다.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듯 북유럽인으로 보이는 중년 부부와 나 이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따스한 햇살은 순백의 유적을 더욱 눈부시게 했으며 초록잎을 흔드는 가벼운 산들 바람은 고대인의 혼백을 다시금 불러내어 봄을 만끽하는 듯 싶었다. 반면, 풀 한 포기 보이지 않는 황무지 한 가운데를 세 시간 가량 질주해야 도착하는 팔미라는 웅장함의 무게만큼이나 황량했다. 유명세를 입증이라도 하듯 카탈루니아 민속 공연단이 민속춤을 추고 있었는데, 춤조차 고대 신을 축복하는 하나의 초라한 의식처럼 보였다. 언덕 위의 아랍성이 희미하게 보일 정도로 휘몰아치는 모래 바람은 사막의 여왕의 신비를 감추려는 듯 팔미라를 휘감고 다시 아랍성문 안으로 빨려들어가곤 했다. 초록 풀빛을 배경으로 자리잡은 은백색의 아파미아는 황토빛 모래 황무지의 거센 바람 속에 오랜 세월 상처 입은 팔미라와는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는데 아파미아가 거울 앞에 앉아 긴 삼단머리를 곱게 빚질하는 아프로디테라면 팔미라는 금방 전투에서 돌아온 듯 붉은 피를 뿌리며 거친 숨을 몰아쉬는 아레스였다.

 

 

 

<아파미아 유적지>

 

 <팔미라 유적지>

 

시리아를 여행하다 보면 유독 봉고가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세르비스라 불리는 이 봉고는 장거리 버스 노선을 제외한 단거리 노선을 주로 운행한다. 도시 안의 교통은 세르비스로 이루어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요금을 내는 방식이 의아하기도 하고 정답기도 하다. 세르비스에는 별도의 요금함이 없는데 차에 오른 사람은 자기 앞의 사람에게 돈을 전달하고 마지막으로 운전석 뒤에 등을 맞대고 앉은 손님이 돈을 운전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시리아에 있는 동안 세르비스에서 거의 요금을 내지 않았는데 요금을 안 내려는 꼼수를 쓴 건 아니었다. 보통 버스 안내양의 역할을 대행하는 손님이 한 눈에 봐도 이방인 티가 훌훌 풍기는 나에게 손사래를 치며 버스비를 내지 못하게 한다든지, 혹은 이미 걷어간 돈을 살핀 운전수가 고개를 돌려 나를 힐끗 쳐다보고는 버스비를 다시 돌려주는 일들이 자주 일어난 것이다. 어떤 날은 그저 싱긋이 웃음으로 화답하며 무임승차를 시도해 보기도 했다. 이 얼마나 화기애애하고 장려할만한 미풍양속인가. 사실 이 즈음에 예멘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가 발생해 신경이 곤두설 즈음이었지만 세르비스 안에 흐르는 그들의 마음은 그런 불안감을 해소하고도 남을 편안함을 안겨주었다.

 

 

 

<팔미라앞 스페인 카탈루니야 전통 민속춤 공연>

 

이슬람 문화권 사람들이 이방인에게 유독 친절한 것은 이방인 접대를 명예시하는 유목 민족의 피가 면면히 이어져 온 이유이고, 그들의 경전인 코란에도 이방인 접대를 하나의 커다란 덕목으로 삼음이 또 하나의 이유라고 한다. 공원이건 유적지건 몇 번의 대화가 오고 가면 그들은 어김없이 집으로 초대하곤 하는데 한 이슬람 영감님을 만난 건 아파미아 유적을 돌아보고 오는 길이었다세르비스를 기다리며 도로 한 켠에 쪼그리고 앉아 사과를 베어 물고 있을 즈음 검은 옷으로 온 몸을 휘둘러 감고 약간은 어색한 선글라스를 낀 영감님이 오토바이를 멈추었다. 숙소가 있는 도시로 돌아가려면 이 곳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역에서 다시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 입장이었는데 그 곳까지 오토바이를 태워준다는 말을 미끼로 나를 집으로 초대했다. 대문을 열고 들어선 집은 전혀 어색한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아마도 집과 마당과 마당 한 켠에 꾸며진 작은 화단이 내 어린 시절 기억 어딘가에 자리잡은 큰 집의 이미지와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큰 아들 내외와 작은 아들, , 손녀를 차례로 소개받고 인사를 나눈 후 마당 한 켠에 자리잡은 돌로 만든 식탁에 둘러앉아 늦은 점심을 먹었다. 가부장적 권위인지 식탁이 좁아서인지 알 수는 없으나 여자들은 식탁을 같이 하지 않고 이층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 나와 눈길이 마주칠 때마다 수줍은 미소를 띄곤 했다. 어린 손녀만이 영감님 무릎에 앉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이방인이 먹는 모습을 낱낱이 살펴보고 있었다. 히잡을 쓴 중동 여성을 가까이에서 정면 촬영한 것이 이때가 처음이었는데 영감님이 모든 사진에 낀 것은 영감님 습성이 사진 찍히길 좋아하는 것인지 여성만을 사진 찍히게 할 수 없다는 영감님의 말이 사실인 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크락데 슈발리에성 - 십자군 전쟁 당시 십자군이 점령후 100년이 넘는 세월을 보낸 성. 아쉽게도 론니 플레닛에는 십자군이 100년을 수성한 역사로 표현되나 십자군이 100년을 약탈 점령한 성이란 표현이 명확한 입장이 아닐런지, 어차리 약탈의 역사란 건 다 아는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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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12-04-09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마에는 위에서 언급된 유적지가 하나도 없다.커다란 물레방아가 좀 유명한 도시다. 다만 숙소로 잡고 팔미라, 크락데 슈발리에성, 아파미아 등을 하루 코스로 다니기에 좋은 곳이어서 여장을 풀었다. 좀더 아래 홈즈도 그런 중간 기착지로 괜찮은 곳이다.

Forgettable. 2012-04-09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네요. 안그래도 봄바람 살랑살랑 떠나고 싶어서 흔들거리는데 아주 바람을 불어 주시네요. 그리고 언제나 감동하지만 글 참 좋습니다. 저도 이런 묘사 한 번 해봤으면^^

잉크냄새 2012-04-10 09:23   좋아요 0 | URL
아마 저도 봄바람 살랑살랑 거리는 바람에 오랫만에 여행 이야기를 또 적어본건지도 모르겠네요.
봄은 그런 마력을 지닌것 같습니다. 마음을 붕 띄워서 어디론가 발길을 내딪도록 등 떠미는 그런 마력 말이죠.

못난 글 항상 읽어주시니 감사합니다.

icaru 2012-04-10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들을 보고 있노라니, 잉크냄새님은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 여행을 다녀오신게 아니신가!!!
여성 혼자만 찍히는 사진을 방지코저, 모든 사진의 모델이 되어주신 선글라스 영감님 이야기도 여행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풍미네요~

뭐니뭐니해도 마지막 슈발리에 성이 제게는 큰 임팩트를 주는데, 성 아래 광경은 어떤지 몹시 궁금해지네요 ㅎㅎ 더불어 처음으로 근접하여 촬영하였다는 히잡을 쓴 중동 여성의 모습도요 ^^

잉크냄새 2012-04-10 13:32   좋아요 0 | URL
오랫만에 사진 찾아봤더니 영감님이 대머리네요. 히잡쓴 따님들도 햇살을 받아 다 찡그린 표정이네요.ㅎㅎ

크락데 슈발리에성은 과연 저 곳이 함락될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거대하고 잘 보존되어 있더군요. 단순히 요새라기 보다는 그 전쟁이 있기전에는 아름다운 성이었음을 보여주는 복도의 회랑이라든가 암튼 난공불락의 요새안에 또 다른 미적 요소를 감추고 있습니다. 성 아래 풍경 또한 대략 60도의 가파른 경사를 이루고 있습니다. 근처 입구의 마을에서 올라오는 길 또한 좁은 언덕을 통과하기 때문에 접근이 상당히 어려웠을 겁니다.

지금은,,, 그냥 당나귀가 비탈에 위태하게 서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더군요.

마음을데려가는人 2012-04-10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이 참 아름다워요 +.+
이슬람 의식을 알리는 소리...
저는 인도에서 자다가 그 소리만 들리면 알 수 없는 두려움, 불쾌감 같은 것들이 밀려오곤 했습니다. 고요한 정적을 가르는 그 경건한 소리가 낯설고 무서웠어요.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을까요?
시간이 지나고 기억도 흐릿해지니 다시 한 번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잉크냄새 2012-04-10 13:45   좋아요 0 | URL
저도 처음에는 그 소리가 낯설었어요. 특히 도심에서 듣는 소리는 더 낯설게 느껴지곤 했답니다. 이슬람 의식의 저 소리가 처음으로 가슴에 와 닿은 것은 사프란볼루에 머물때입니다. 제가 언덕 중간쯤의 3층에 머물렀는데 아침 저녁으로 낮게 깔린 전통 가옥의 지붕들 위로 잦아들던 그 소리가 너무 좋았답니다. 그 후로도 도시보다는 인적 드물고 전통 가옥들이 옹기종기 모인 그런 곳에서의 저 의식을 알리는 소리는 알수없는 편안함을 항상 느끼게 해주었답니다.

風流男兒 2012-04-18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오늘도 감탄만 하고 갑니다.
사진만 봐도 가슴이 벅차는데, 실제로 보면 또 어떨까요.
설렘을 안겨주셔서 고맙습니다 ^^

잉크냄새 2012-04-18 13:44   좋아요 0 | URL
여행을 마치고나서 그 여행을 기억하게 해주는 것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뭐니뭐니해도 사진만한게 없는것 같아요.
비자와 출입국 도장이 잔뜩 찍힌 여권, 풍경을 하나둘 안고 있는 풍경 사진, 전통 시장 구석구석에서 사 모은 작은 기념품들, 그리고 기억들...
이 모든 것을 가장 잘 떠올리게 하는 것이 한장의 사진 같습니다.

검둥개 2012-04-19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있네요. 덕분에 좋은 대리여행했어요 ^^

잉크냄새 2012-04-23 14:16   좋아요 0 | URL
오랫만이네요. 잘 지내시는지요?
저도 지금 사진을 보면 기억여행을 떠나곤 합니다.

차트랑 2012-04-24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여행과는 카테고리 자체가 다르군요 ㅠ.ㅠ
저는 겨우 국내를 하루 횅 하니 다녀오는 정도거든요^^
지난 번에 가장 멀리 여행차 간 곳이 울진이었답니다.
국내에서 왔다갔다 하는거죠^

오늘 방문이 처음이지만
눈에 익은 닉네임들도 보입니다.

저의 활동 범위가 제한 적인 것은 여행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알라딘의 이웃들도 마찬가지네요^^

좋은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이렇게되면 또 따라서 가 보고싶어지고 그렇다니까요^^

잉크냄새 2012-04-25 10:4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한국의 직장인 대부분이 그렇게 조금씩 여행하게 되죠. 저도 물론 그랬으니까요. 전 직장을 옮길 즈음에 시간내어 장기 여행길에 올랐답니다. 그때의 이야기를 3년이 지난 지금에야 올리고 있답니다.

종종 인사나누겠습니다.

차트랑 2012-04-26 23:54   좋아요 0 | URL
아...네..고맙습니다.
참 좋은 여행이었겠다 싶습니다.
자주 이곳 저곳을 다니고 싶은데 여의치 못하답니다.
검둥개님의 말씀처럼 이곳 서재에서
'대리여행'을 할까봅니다^^

여건이 되시는대로 소개해주시기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평안하세요..

잉크냄새 2012-04-27 11:05   좋아요 0 | URL
허접한 여행이라 대리여행이 될려나 모르겠네요.

글재주가 없는지라 여행기 한편한편 올라오는 간격이 아주 길답니다.^^

차트랑 2012-04-27 20:07   좋아요 0 | URL
어이구, 무슨말씀을요 잉크냄새님,
충분히 대리가 가능합니다!
제가 안가보고도 은근 가본 척 할 수 있는
그런 수준의 페어퍼랍니다^^
그러므로
경험이 그만큼 잘 전달된 좋은 글입니다.
어느 술자리에서
지중해, 이슬람 어쩌구 떠드는 사람있으면
그게 바로 저인줄이나 아세요 쿠더덩~^^

잉크냄새 2012-04-28 16:55   좋아요 0 | URL
그 이야기 소재를 위해서도 부지런히 써봐야 겠네요.

미리 말씀드리자면 다음 목적지는 '다마스커스'랍니다.

차트랑 2012-04-28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잉크냄새 2012-05-02 10:09   좋아요 0 | URL
네 ^^

뽈쥐의 독서일기 2012-05-29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넘 멋져요. 특히 창문에 앉아 노래하고 있는 청년 사진이요!

여행에서 좋은 경험을 하셨네요. 부러워요. 저도 겨울나무가 되고 싶어요..^^

잉크냄새 2012-05-30 09:33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창문에서 노래하는 청년은 이 페이퍼가 아니고 다른 도시인데...ㅎㅎ
농담이고요 종종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