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만 먹으면 여자를 소개시켜 준다는 과장이 있다. 특히 그 과장이 신혼초기에 결혼 예찬론을 펼치며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대상이 나였다.  그 당시 결혼적령기의 나이이기도 했고, 젊은 놈이 일이랑 술 이외에는 여자에 관심을 안보이는 것이 참 안쓰러워 보이기도 했단다.  그 마음이 고맙기도 했지만 짜증났던 것은 거의 둘다 만취 상태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고 그 자리에서 소개를 시켜준다는 거다. 술 취한 놈한테 어쩌라고.

1. 닭집 사건

그 날도 팀 신년회후 알딸딸한 상태로 나와 A과장을 포함하여 대여섯명이 닭집으로 향했다. A 과장이 결혼을 앞두고 한턱내는 자리였다. 한잔, 두잔....혀가 슬슬 꼬부라질 분위기가 형성될 무렵, 여자를 소개해주겠다고, 그것도 당장 가능하다고 큰 소리를 치더니 결혼을 앞둔 형수에게 전화를 했다. 자정이 넘은 시각에 설마 서울에서 이천까지 오겠냐는 주위의 시선이 무색하게도 형수는 한복 디자이너인 아리따운 아가씨를 데리고 왔다. 그녀의 도착 당시 술을 잘 안먹는 한명을 빼고는 전부 만취상태였고 난 화장실로 사라져 자리에 없는 상태였다. 내가 돌아왔을때 그녀는 나의 자리에 앉아있었고 소개팅 당사자인 나를 기대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흐리멍텅한 눈빛으로 들어서던 난 내 자리에 앉은 그녀에게 이랬단다. " 아줌마, 의자 주고 빨리 닭이나 줘요" 형수와 그녀를 제외하고는 거의 만취라 그것이 유머로 통했단다. 닭 주문을 주기적으로 30분 가량 받고 그것이 유머가 아닌 주정임을 안 형수가 화를 내며 그녀를 데리고 서울로 돌아간것을 안것은 다음날 아침이었다. 그날이후로 난 형수에게 " 이 죽일 놈의 대리" 가 되어있었다. 아마 그녀가 내 자리에 앉아있지만 않았어도 최소한 닭 주문을 시키지는 않았을꺼다.

2. 신혼집 화장실 사건

"이 죽일놈의 대리"가 그래도 안타까웠던지 닭집 사건후 한달 정도 지나서 A 과장이 집으로 다시 초대했다. 술 먹으면 실수할 수 있으니 이해해달라는 말로 잘 구슬렸단다. 아마 그날도 술기운이 아니면 A과장의 집으로 가지는 않았을거다. 둘다 알딸딸한 상태로 술자리를 A 과장의 집으로 옮겼고 형수도 합세하여 같이 마셨다. 과장의 집요한 설득과 술을 먹어도 티가 나지 않는 나의 포커페이스에 말려든 형수가 다시 예전의 아리따운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충 진행되어가는 감이 잘 되어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했고 급기야 그 깨끗한 신혼집의 화장실에서 눈물 콧물 흘려가며 꽥꽥거리며 토악질을 시작했다. 그 소리를 듣던 형수, 조용히 눈을 감고 전화를 끊어버리고 방으로 들어가더란다.

A과장 지금도 술만 먹으면 소개시켜 준다고 말한다. 또 뭔 실수를 저지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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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5-12-02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뜨하... 술이 웬수죠... 혹시 술은 그저 핑계일 뿐??
간만의 페이퍼 보니까...반가워서...글썽글썽하며 댓글 달아유!

2005-12-02 17: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Laika 2005-12-02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를 너무 오래 비워서 그 동안 결혼하고 신혼여행이라도 가셨나했더니.........ㅎㅎ 반갑습니다...^^

chika 2005-12-02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번 읽고 이해했어요... 그니까 그 먼데서 온 사람보고 '아줌마, 닭줘요!'하셨단 얘기죠? 아, 그날 잠 못잤겠다...^^;;;;;;

진주 2005-12-02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이런이런!!!
잉크님, 잘 들어보세요....할머니가 아닌 다음에는 무조건 "아가씨!"라고 불러 주세요. 저같이 마흔을 바로보는 사람도 아가씨 소리 한 번 듣고 나면 한 며칠은 가슴이 설레고 남편한테 두고두고 자랑삼는데...왜 '아줌마"라고 하신대요? 처음엔 아줌마를 보고 아가씨라고 하는게 좀 역겹기도 하고 양심에 찔리기도 하겠지만, 선행 한가지 쌓는다 셈치고 할머니가 아닌 여자들한텐 무조건 그렇게 부르도록 하시는 게 사는 데 여러모로 이익일 겁니다. 아가씨 소리가 입에 붙으면 아무리 만취상태라고 해도 이번과 같은 사고는 없을 거예요. 아무리 술김이었다고 하지만 여자들은 아줌마 소리 들으면 기분 안 좋아요.....어떻게..그 분과 잘 되셨으면 좋겠어요...우리 잉크님 참 좋은 분인데..그 분의 시력이 좋으시길.....암튼,아셨죠? 무조건 아가씨!

(아이구, 반가버라~~~)

가시장미 2005-12-02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 잉크님. 처음으로 인사드립니다. 으흐흐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비로그인 2005-12-02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하하하..잉크냄새표 시트콤이 절찬리에 막을 올렸숨돠!! 2회를 방영하라! 방영하라!! 흐흐흐..너무 웃겨 혼자서 실실 쪼개고 앉았숨돠, 흐미..^^a 글고 무진장 반갑당게요!!

겨울 2005-12-02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예요, 잉크냄새님.^^

stella.K 2005-12-02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어요. 이제 다시 못뵙게 되는 건 아닌가 걱정했는데...반갑네요.^^

검둥개 2005-12-02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하하하하하, 비극에 웃자니 몹시 괴롭지만 ^^;;; 왜 그 넘의 A님은 꼭 술이 들어가야만 소개팅을 시켜주신답니까. 소개팅은 날 밝은 대낮에 맨 정신일때!!! ;)

잉크냄새 2005-12-03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 / 댓글에 눈물 자국에 남아있네요. 너무 뜸했던지 댓글달기가 어색해요. 저도 무지하게 반가워요.
라이카님 / 신혼여행이라뇨... 청소하러 다녔어요. ㅎㅎ
치카님 / 그날은 술에 취해 곤드레만드레였죠. 잠은 잘 잤을겁니다.^^
진주님 / 아, 그렇군요. 전 아줌마라고 자주 불러서... 회사 기혼여성들도 그냥 아줌마...이렇게 불러요.ㅎㅎ. 아 그리고 이 사건 몇년 전이라 지금은 상관도 없어요.
가시장미님 / 님의 활약을 자주 접하곤 했는데, 이렇게 먼저 인사주시니 황공무지로소이다. 반가워요.
복돌이님 / 시트콤 몇개가 있기는 한데, 이거 다 밝혔다가는 사장되어 버릴것 같아서...반가워요.
우울과몽상님 / 아. 오랫만이죠. 저도 세월도 무정하게도 지나가더군요.
스텔라님 / 전 환갑까지 여기 있을겁니다. 반가워요.
검둥개님 / 비극이랄것 까지야. 대낮에는 그런 말도 안꺼낸답니다. 꼭 눈이 슬며시 풀리는 만취직전에 나온다니까요. ㅎㅎ

2005-12-03 0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가없는 이 안 2005-12-03 0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요, 한복 디자이너, 라는 부분을 한복을 입은, 이라고 오독을 하고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잖아요. 아니 다 늦은 시간에 한복을 입고 나오다니 제정신이야, 그럼서 나름대로 흥미진진하게 읽었다니깐요. 결론적으로 한복 입고 나온 여자가 아무리 아리따워도 잉크냄새님이랑 사귀는 건 안 되지, 까지 생각하고 다시 올라가봤는데 형편없는 오독이었다는. 클클. 오랜만에 나오시면서 왜 이런 글을 쓰신 거예요? 아무래도 그간 연애사건이 없었다는 걸 보여주려는 의도?

paviana 2005-12-03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님 저도 넘 반가와요..뜸해도 댓글은 다셔야 되요..댓글은 이어져야 한다 .쭈욱.
그리고 할머니들께는 꼭 아줌마라고 하셔야 되요.요즘 젊은 할머니들은 할머니란 말에 좌절하시거든요.여자는 나이들어도 복잡하거든요.^^

stella.K 2005-12-03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님이 환갑이 되시려면 몇년 남았어요? ㅎㅎㅎ.

플레져 2005-12-03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 결혼하고 신혼여행 다녀오시고 아가도 벌써!! 일 줄 알았죠...^^:;
A 과장님은 잉크 시트콤의 연출자 같습니다...ㅎㅎ

잉크냄새 2005-12-05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 저도 님의 복귀가 그저 기쁠 따름입니다.
이안님 / 저보다 오래 떠나계신 님이시네요.^^ 제가 뭔가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은 기분인데요.^^
파비아나님 / 앞으로는 쭈~~욱~~ 댓들 이어며 살아가겠습니다. 호칭의 문제 각별히 신경쓰면서요.^^
스텔라님 / 절반은 조금 넘게 살았습니다.
플레져님 / 시트콤...일상다반사로 발생하는 주변 풍경들이 문득 시트콤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sweetmagic 2005-12-05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 갔었어요`~ 잉크냄새님 ~~~~~~~~~~!!!!!!!!!!!!!!

잉크냄새 2005-12-06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직님 / 그냥저냥 살았지요. 반가워요. 매직님~~~~~~~~~!!!!!!!!!!!!!!!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1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상가집, 언제부터인가 그곳은 죽음보다는 삶을 이야기하는 장소가 되어 있었다. 향내가 가득한 빈소에서 상주와 절을 한후 삼삼오오 둘러앉은 상위에서 고인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은 짧은 순간이다. 오랫만에 만난 세상 한 귀퉁이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들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눌린 돼지머리에 소주를 마시며 누구는 장가가고 아들난 이야기를, 누구는 조그만 사업 간신히 꾸려가는 이야기를, 누구는 지나간 영화로움 꿈인냥 이야기하고....불콰해진 얼굴로 담벼락에 머리를 처박고 오줌이라도 갈길 냥이면 뒷통수를 때리는 달의 시선에 잠시 상주의 슬픔을 생각해보곤 한다. 새벽녘, 술이 덜깬 얼굴로 차를 몰고 갈 일을 걱정하고 냉방에 뻣뻣해진 몸을 승냥이처럼 쭈욱 기지개를 켜면 문득 현실로 되돌아온 삶이 코앞에 다가와 허전해지곤 한다. 상가집에서 돌아오는 차 속에서 그 허전함은 항상 동승하곤 했다.

시골의사의 이야기는 상가집 새벽녘의 허전함과도 같다. 한바탕 축제 뒤에 남겨진 무서울 정도의 적막함, 남의 슬픔에 기대어 눈물 한방울 찔끔 흘려보는 슬픔뒤에 다가오는 그 허전함, 결국 내 슬픔이 될수 없기에 내심 안도하는 역설적인 슬픔이다. 관음증 환자처럼 흘낏 쳐다보는 타인의 죽음이 어떤 카타르시스를 주는지 알수는 없지만 최소한 죽음앞에 겸허해질수 밖에 없는 삶이다. 그 숱한 사람들의 삶, 죽음앞에 의젓했던 삶, 절망에 몸부림치다 떠나는 삶, 생의 고난을 끝까지 떨쳐버리지 못하고 가는 삶, 어떠한 행태여도 삶이란 단어는 망자 앞에서도 떨쳐버릴수가 없다. 그래서 삶과 죽음은 평행선상에 있다고 하나 보다.

타인의 비극을 이야기하는 것은 언제나 겸손하고 겸허해야 한다고 본다. 내가 타인을 대신할수 없고 우산을 씌워줄수는 있을지라도 같이 비를 맞아준다는 것은 지극히 힘든 일이다. 가끔 타인의 불행과 비극에 내 행복을 가늠해보곤 안도하는 자신이 싫어질때가 있다. 그 기분이 싫어 책을 몇번 덮다가 끝까지 읽었다. 어찌되었든 그것도 가난한 우리들 삶의 모습이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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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9-29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안할려고 했는데, 마지막 문장에 넘어가고 말았다는. 헹!!
타인의 비극을...겸손하고 겸허해야 한다.
칫, 경허 대 선사의 말씀 같잖아요.

비로그인 2005-09-29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강원도의 힘'이었습니다. 괴력리뷰군요!! 책내용에 관한 전반적인 소개없이도 이리 가깝게 감상이 느껴지다니요. 맞아요, 타인과 완벽한 소통이나 완벽한 공감은 불가능하죠. 그렇지만 인간에 대한 따순 정이 콸콸 넘쳐나는 잉크냄새님의 마음이 제게도 전해 옵니다, 느껴봅니다. 우리 우, 우산 같이 쓰고 걸어 갈까요? ^^a(스읍, 흐..호시탐탐 -ㅡ+)

2005-09-29 15: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5-09-29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가집......... 아, 콧등이 시큰해지는데요. 그렇죠. 어떤 시인이 썼듯이 (문정희 였던듯) 죽은 엄마를 옆에 두고 배고파 육계장 먹는 자신을 그린 것처럼 상가집의 담론은 늘 삶이죠. 아~ 콧날이~ 시큰해지고 눈이 아파 오네요~~

Laika 2005-09-29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가집"하면 밤새 국과 밥을 푸던 일이...그리고 꼭 한군데서는 싸움이 벌어지는 모습.... 그런데 이거 상가집에 대한 책 아니잖아요...하여간 읽으면 빠져드는 잉크님의 글....복돌이님 말처럼 "괴력리뷰" 맞다니까요..^^

paviana 2005-09-29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청난 포스의 '괴력리뷰'입니다.
등단하세요.^^

잉크냄새 2005-09-29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님 / 제가 쓰는 허접한 리뷰에 달려있는 추천중 하나는 분명 여우님의 것임을 애당초 알고 있지요. 제 서재에는 유독 추천에 후하신 분들이 많다니까요.^^
복돌님 / 에피소드 형식으로 단편적인 이야기들이 들어있더군요. "아직 세상은 살만해" " 죽음보다 가까운 것이 목구멍이야"....이런 울림들이 둥둥 떠다니는 책입니다.^^ 글고, 우산이 아니라 비를 맞아야 한다니까요.
속삭님 / 접수완료. 그 웃음소리는 아무래도 상가집과 연관이 있을듯...으흐흐흐...
플레져님 / 죽음앞에 벌거벗은 삶처럼 처절하고 애틋한 모양새가 있을까 싶네요. 님이 쓴 장면,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콧날이~ 시큰해지고 눈이 아파 오네요~~.
라이카님 / 그럼 모년 모월 모일에 그 상가집에서 국밥을 푸던 아리따운 처자가 님이셨구려. 전 요즘 일요일의 전창걸을 무너뜨린 라이카표 영화평에 빠져든다고요.^^
파비아나님 / 흐미, 조용하시던 님까지 저를 쑥쓰럽게 만드시다니요. 전 님들이 읽어주시는 것만으로도 늘 감사해요.^^

겨울 2005-09-29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 대한 리뷰를 몇 개 읽은 둣한데 그 중 가장 생경하네요. 가벼움과 감동 역시 삶이 좋아 등등을 막연히 생각했는데, 어인 상가집입니까. 여자들에게 상가집은 남루한 상복에 윤기 없는 머리를 대충 묶어 올리고, 곡에 지친 쉰 목소리와 잠이 부족해 충혈된 눈으로 술취한 남자들까지 거둬야 하지요. 그러나 무엇보다 자식을 먼저 보낸 어미의 비통 애통 절통한 상가집은 숨도 크게 쉴 수가..... 무덤까지도 늘 다니는 밭 가장자리에 마련하고 하루에도 몇 번을 가셔서 통곡을 하신다는 그 댁은 십수년이 흐른 지금도 망자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어요.... 어쨌거나 책의 실체가 궁금합니다. ^^

2005-10-04 17: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weetmagic 2005-10-06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번을 읽어봐도 정말 멋진 리뷰예요.
괴력리뷰 라는데 동감 !!!!!!!!!!

잉크냄새 2005-12-06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울과몽상님 / 제 리뷰보다도 님의 댓글이 더 인상적이네요. 상가집 풍경과 그림자가 베어나네요.
속삭이신님 / 그렇죠. 여성보다는 남성들이 더 공감할 내용이죠.
매직님 / 전 님의 리뷰에 늘 감동합니다. 새롭고 파격적인 형태의 리뷰. 실험정신이 투철하신것 같아요.^^
 

진주님 바통을 받아서 제3주자로 달려갑니다.

1. 집에 책은 몇 권 있는지요?

현재 가지고 있는 책은 입사를 하면서부터 산 책들입니다. 지금 대략 200권 정도입니다. 그전에 산 책들은 별로 많지는 않지만 큰누나 집을 임시거처로 사용하고 있군요. 가지고 가라는 압박을 버텨내고 있습니다.

2.가장 좋아하는 작가?

전 작가에 대하여는 별로 감정이 없습니다. 영화를 보아도 영화감독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영화속의 주인공이나 배우에 관심을 두고 있듯이 책도 마찬가지여서 소설속의 인물들에 대한 감정은 있으나 작가에 대한 것은 거의 생각해 본적이 없습니다. 누구의 시나 소설이 좋다. 뭐 그 정도입니다. 참 단순한 놈. 

그래도 고르라면 헤르만 헤세와 그 소설 속의 주인공 데미안, 그리고 비소설분야는 신영복교수님, 니어링 부부를 좋아합니다. 

3. 최근 책은?

윌리엄 세익스피어의 < 겨울 이야기 >를 얼마전 읽었고 현재 읽고 있는 책은 세권입니다. 전 여러권을 메뚜기처럼 옮겨가며 읽는 성향이라서요. 박경철의 <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함민복의 <말랑말랑한 힘>, 바바라 민토의 < 논리의 기술>입니다.

4. 가장 감동적인 책?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 국어교과서의 황순원 <소나기>, 알퐁스 도데 <별>
호랑이 담배끄던 시절 : 헤르만 헤세 <데미안>
호랑이 담배끊은 시절 : 헬렌 니어링 <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 신영복 교수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5. 앞으로 책을 쓰게 된다면?

현재로는 품의서, 보고서, 공문 작성에 주력할 것이며 육십이 넘어서까지 학창시절의 습작노트와 꿈을 가지고 있다면 시나 한수 지어볼까 합니다.

6. 근처 책 23페이지 5번째 문장은?

따라서 모든 문서를 작성할때 사전에 전달하고자 하는 생각을 피라미드 - 바바라 민토 < 논리의 기술>

7. 바통을 이어받을 분?

라이카님, 우울과 몽상님, 니콜 키그더만님, 스텔라님, 연보라빛 우주님,돌바람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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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5-09-13 13: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4번 문항에 대한 답 정말 신선하군요. 그런 잉크님은 수염이 아주 아주 긴 할아버지 같아요. 하하.
이거 아무도 날 찾아주는 이 없어 안 할려고 했는데...(귀찮기도 하구) 안하면 잉크님이 섭섭해 하실 것 같아 일단 가져가서 해 볼랍니다.^^

플레져 2005-09-13 13: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황순원의 소나기 말고 황순영의 소나기도 있나요? ㅎ
압박을 잘 견디셔서 호랑이 담배 끊은 시절이 더 무사안일하시기를 바라요 ^^

2005-09-13 1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니콜키크더만 2005-09-13 14: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님이 지으실 시가 기대됩니다. 근데 저를 릴레이 다음 주자로 지목해 주셨네요. 부끄러워서 어쩐담....

내가없는 이 안 2005-09-13 14: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큰누나, 라는 호칭에 마음이 걸려서 여쭤요. (엉뚱한 질문) 누님이 두 분이세요? ^^ (또다른 엉뚱질문) 담배 끊으셨어요? ^^

조선인 2005-09-13 14: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품의서와 보고서 쓰다 말고 땡땡이치다 딱 걸린 기분이에요.

잉크냄새 2005-09-13 15: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 님처럼 다독하시는 분은 꼭 해야지요.
플레져님 / 흑..황순영은 최헌의 <소나기는 왜 내리나요?> 라는 노래를 지은 사람이라고..얼렁뚱땅..스리슬쩍...
속삭님 / 존재론적 관점...음...그런 엄청난 단어를 사용하시니 참 으쓱하네요...ㅎ...앞으로 써먹어야지..." 난 말이야. 책을 존재론적 관점에서 본다고..." 음하하
니콜님 / 부끄럽다니요...님의 스리슬쩍 농담이 얼마나 대단하다고요...기대합니다.
이안님 / 누님은 두분입니다. 근데 님은 저를 호랑이로 보시네요. 설마..그럼 제가 <소나기>와 <별>을 담배 꼬나물고 읽은 걸로 생각하시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건 중학교때인데...
조선인님 / 아, 저도 보고서 쓰다가 슬며시 들어왔다죠.^^

진주 2005-09-13 16: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담배 끊은 호랑이> 느무느무 멋져요~~~~~
데미안, 소나기,별, 감옥으로부터 사색.......호랑이가 읽는 책들이 느무느무 고상하고 어여쁜 책들이라서 추천!

파란여우 2005-09-13 16: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호랑이라...이렇게 고전적인 단어를 만날 줄이야....
여우라고 안하셔서 삐졌어요.^^

잉크냄새 2005-09-13 18: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 아무래도 호랑이에 대한 왜곡이 천파만파로 퍼지고 있네요. 그냥 담배피던 시절은 옛날이고 끊은 시절이 현재라는 표현이지 제가 담배피고 안피고와는 무관합니다. 담배와 연관이 있다면 <소나기>와<별>을 읽을 중학교때 담배 피웠다는 말인디...흐미
여우님 / 고전적...ㅎ...여우도 담배 피우던 시절이 있었던가요... 가물가물...아, 여우는 재주넘던 시절이군요...

비로그인 2005-09-14 2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무장갑과 철쑤세미 벗어던지고 허겁지겁 달려왔씁니다! 흠..릴레이 간택에서 밀린 것이 좀 괘씸하긴 하지만 복(pok)자 들어간 분을 두 번이나 언급하셔서 삐짐, 곧바로 해제함돠!(신영복, 이란 석 자 타이핑 할 때 가슴이 콩닥거리고 눈물이 앞을 가리지 않던가요, 그르치..제가 많이 그리우셨던 게지라우?) 암튼 저도 작가나 감독에 대해 빠삭한 친구들 보면, 쟨 저걸 어케 다 외우고 다니냐, 할 정도로 의아스럽슴돠.

Laika 2005-09-15 0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그럼,담배는 계속 피신다는 말인가요? ㅎㅎ
저도 잉크님이 지으실 시가 기대되요... ^^

잉크냄새 2005-09-15 09: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복돌님 / 릴레이 간택은 이미 이카루님이 하셨기에 뺀것이거늘...간택이 그래를 뺄지라도 노여워하거나 슬퍼하지 말고...어여 이카루님 바통을 받으쇼...아, 글고 복자 한문이 다르지 않나요. 교수님은 복 복자요. 복돌님은 복날 복자지요.^^
라이카님 / 음...아직도 작년의 일을 기억하시다니...늙으면 삶도 단어도 압축되고 알맹이만 보이겠지요. 그때 청산리~~ 어쩌구 하면서 한수 지어보리다.^^

내가없는 이 안 2005-09-16 1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동생한테서 큰누나, 라는 호칭으로 불리거든요. 그래서 큰누나, 라는 말, 따듯해요. 설마 잉크냄새님이 귀여운 동생은 아닐 테지만. (물론 귀여운, 도 무리가 있고, 동생도 무리가 있을 것 같음 ^^) 글고, 중학생 때라고 해서 얼렁뚱땅 넘어가지 마시라고요. (괜히 찔러봄 ^^)

잉크냄새 2005-09-16 14: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안님 / 처음에 따스하던 글이 뒤로 갈수록 가시가 있군요^^ 귀여운도 무리가 있고 = 산도적 같을꺼고....동생도 무리가 있을것 같음 = 팍삭 늙스구리한...아, 글고 담배는 진실을 밝힙니다. 담배는 대학 1학년때부터 쭈욱~~~

icaru 2005-09-20 14: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추석 잘 보내고 돌아왔다는 인사를 하려다가...그만 이안님과 잉크냄새님의 처음에 따스하던 글이 뒤로 갈수록 시니~ㅋㅋ 해지는 글 읽으며.....씨익~ 웃고가요 ㅋ

잉크냄새 2005-09-21 1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 / 그러게 말입니다요...뒤로 갈수록 뭔가 추궁하고 뒤를 캐는 듯한 분위기...님도 추석 잘 보내셨으리라 믿어요. 씨익~~

2005-09-26 1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9-26 14: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9-28 1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5-09-29 12: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1 / 항상 감사해요. 멋진 책이네요.
속삭님 2 / 컴백홈....ㅎㅎ, 조신하게 기다리고 있겠습니다요.
속삭님 3 / 거, 서재에 들러보니 무탈하게, 언제나처럼 활달하게 사시고 계시더만요. 조그만 더 버텨내보자고요.^^

2005-10-04 1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10-20 1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주 2005-10-26 08: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10459

월말엔 어디나 바쁠테고....11월엔 오시겠지요?


icaru 2005-11-28 2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신다던 11월 ....이제 이틀 밖에 안 남은 거 있죠..
 
 전출처 : 진주 >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안톤 쉬나크)

울음우는 아이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정원 한편 구석에서 발견된 작은 새의 시체 위에 초추(初秋)의 양광(陽光)이 떨어져 있을 때, 대체로 가을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래서, 가을날 비는 처량히 내리고, 그리운 이의 인적은 끊어져 거의 일주일이나 혼자 있게 될 때.
아무도 살지 않는 옛 궁성, 그래서, 벽은 헐어서 흙이 떨어지고, 어느 문설주의 삭은 나무 위에 거의 판독하기 어려운 문자를 볼 때.

몇 해고 몇 해고 지난 후에, 문득 돌아가신 아버지의 편지가 발견될 때.
그 곳에 씌었으되, "나의 사랑하는 아들이여, 너의 소행이 내게 얼마나 많은 불면의 밤을 가져오게 했는가..."

대체 나의 소행이란 무엇이었던가?
혹은 하나의 허언(虛言), 혹은 하나의 치희(稚戱), 이제는 벌써 그 많은 죄상을 기억 속에 찾을 수가 없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 때문에 애를 태우신 것이다.

동물원에 잡힌 범의 불안, 초조가 또한 우리를 슬프게 한다.
철책가를 그는 언제 보아도 왔다갔다 한다.
그의 빛나는 눈, 그의 무서운 분노, 그의 괴로운 울부짖음, 그이 앞발의 한없는 절망, 그이 미친 듯한 순환, 이것이 우리를 말할 수 없이 슬프게 한다.

횔테를린의 시장(詩章), 아이헨도르프의 가곡. 고구(故舊)를 만날 때, 학창 시대의 동무 집을 심방하였을 때, 그리하여 그가 이제는 우러러볼 만한 사람의 고관 대작이요, 혹은 돈이 많은 공장주의 몸으로서, 우리가 몽롱하고 우울한 언어를 조종하는 한 시인밖에 못되었다는 이유에서, 우리에게 손을 주기는 하나, 그러나 벌써 우리를 알아보려 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것같이 보일 때.

포수의 총부리 앞에 죽어 가는 사슴의 눈초리.
재스민의 향기, 이것은 항상 나에게 창 앞에 한 그루의 늙은 나무가 선 내 고향을 생각하게 한다. 공원에서 흘러오는 고요한 음악.

그것은 꿈같이 아름다운 여름 밤에, 모래 자갈을 고요히 밟고 지나가는 사람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한 곡절의 쾌활한 소성(笑聲)은 귀를 간질이는데, 그러나 당신은 벌써 근 열흘이나 침울한 병실에 누어 있는 몸이 되었을 때.

달아나는 기차가 또한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것은 황혼의 밤이 되려 하는 즈음에, 불을 밝힌 창들이 유령의 무리같이 시끄럽게 지나가고, 어떤 예쁜 여자의 얼굴이 창가에서 은은히 웃고 있을 때.

찬란하고도 은성(殷盛)한 가면 무도회에서 돌아왔을 때.
대의원 제씨(諸氏)의 강연집을 읽을 때.
부드러운 아침 공기가 가늘고 소리 없는 비를 희롱할 때.

공동묘지를 지나갈 때, 그리하여 문득 "여기 열 다섯의 어린 나이로 세상을 떠난 소녀 클라라는 누워 있음."이라 쓴 묘지명을 읽을 때,
아, 그는 어렸을 적의 단짝 동무의 한 사람.

날이면 날마다 언제나 도회의 집과 집의 흥미 없는 등걸만 보고 사는 시꺼먼 냇물.
첫길인 어느 촌 주막에서의 외로운 하룻밤.
시냇물의 졸졸 거리는 소리.

곁방 문이 열리고 속살거리는 음성이 들리며, 낡아빠진 헌 시계가 새벽 한 시를 둔탁하게 칠 때, 그 때 당신은 난데없은 애수를 느낄 것이다.

날아가는 한 마리의 창로(蒼鷺). 추수 후의 텅 빈 밭과 밭.
어렸을 적에 산 일이 있던 조그만 지방에, 많은 세월을 경과한 후에 다시 들렀을 때.

아무도 이제는 당신을 아는 이 없고, 일찍이 놀던 자리에는 붉고 거만한 옥사들이 늘어 있으며, 당신의 본가이던 집 속에는 알 수 없는 사람의 얼굴이 보이는데, 왕자같이 놀랍던 아카시아 수풀은 베어지고 말았다.

이 모든 것은 우리의 마음을 슬프게 한다.
그러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 어찌 이뿐이랴?

오뉴월의 장의 행렬.
가난한 노파의 눈물.
거만한 인간.
보랏빛과 흑색과 회색의 빛깔들.
둔한 종 소리.

바이올린의 G현.
가을 밭에 보이는 연기.
산길에 흩어진 비둘기의 털.
자동차에 앉은 출세한 부녀자의 좁은 어깨.

흘러 다니는 가극단의 여배우들.
줄에서 세 번째 떨어진 광대.
지붕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
휴가의 마지막 날.

사무실에서 처녀의 가는 손가락이 때 묻은 서류 속에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보게 될 때.
만월의 밤 개 짖는 소리.
크누트 함순의 이삼절.
어린아이의 배고픈 모양.
철창 안에 보이는 죄수의 창백한 얼굴.
무성한 나무 위에 떨어지는 백설.

이 모든 것이 또한 우리의 마음을 슬프게 한다.
 

초추의 양광이 감잎에 떨어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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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5-09-08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수의 총부리 앞에 죽어 가는 사슴의 눈초리.
재스민의 향기, 이것은 항상 나에게 창 앞에 한 그루의 늙은 나무가 선 내 고향을 생각하게 한다. 공원에서 흘러오는 고요한 음악."
이 구절을 아직도 조금 외우는 것은 국민학교 시절 펜글씨 교본에서 가장 많이 연습하던 문구였기 때문이다. 그 당시 무엇을 느껴서인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그 이후 연습장에 아무 생각없이 꽤나 적곤 했다. 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 와 서정윤의 "홀로서기"와 더불어 무의식적으로 끄적이던 구절이다.

2005-09-08 2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9-09 0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5-09-09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 저 뜸하지 않았다고요....글을 올리지 못해서 그렇지 여기저기 파닥파닥 날라다녔답니다...
속삭님 / ..........................

2005-09-09 17: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5-09-09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산을 잘 못해서 그러는데요, 이 숫자에 몇 명이 더 와야 만명이 되는건가요?

109990


플레져 2005-09-10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해요, 잉크냄새님.

910000


2005-09-11 2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9-12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이올린의 G현.
이 소리가 슬픈가 보군요...


잉크냄새 2005-09-12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 음...그럼 오늘부터 대청소 시작이군요. 슬퍼지려 하기 전에 끝내세요.^^
플레져님 / 영광의 숫자를 두번이나....감사해요...
속삭님 / 그래야죠...노력해보겠습니다....
이카루님 / 바이올린의 G현보다 더 슬픈 것이 우리나라의 퉁소가락이 아닌가 싶네요. 하도 전설의 고향을 봐나서...ㅎ

icaru 2005-09-16 0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하하하하하...전설의 고향을 봐놔서...역시 잉크냄새 님 정서랑...여그짝이랑 찌찌뽕이여...

잉크냄새 2005-09-16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 / 그죠...전설의 고향 세대만이 누릴수 있는 찌찌뽕...
 

소주값이 얼마인가. 4000원?  아마 이것은 음식점에서 파는 값일테고 실제 값은 얼마인지 모르겠다. 술집이 아니면 술을 먹지 않으니 가게에서 소주를 직접 산 기억이 거의 십여년전의 일이다. 소주값도 은밀한 거래가 이루어지는 곳에서는 그 값이 억대를 호가할 것이다. 소주나 한잔 하시죠? 의 의미가 인간적인 정을 떠나 정치적이고 정략적인 옷을 걸치면 그렇게 부풀려지는 것일게다. 회사 입사후 2명이 부정한 소주값으로 물러났다. 부정적인 일에 있어서 직접 경험하지 않은 사실에 가타부타 떠들지 않는 탓도, 그 사람들이 일을 함께한 정이 든 탓인지 몰라도 아직까지 그들이 그런 사람들이 아니라고 믿지만 어찌되었든 소주값이 그들 인생의 방향을 틀어버린 것은 사실이다.

대학1학년때이다. 영동고속도로의 새말 휴게소, 고향집을 다녀오는 길에 항상 들르는 휴게소이다. 썬글라스를 낀 낯선 사내들이 날 불렀다. 그들의 시커먼 썬글라스, 시커먼 옷, 시커먼 각그랜저, 조직적인 이미지랄까 그런 냄새가 풍기는 이들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자신들을 미군 군납업자들이라고 말한 그들은 부정한 거래를 하고 있었고 그들의 카메라에 계산적이고 세상이치에 밝은 재벌2세보다는 촌티 팍팍 풍기는 촌놈이 포착된 것이다. 미군군수품을 몰래 빼돌리는 것이 불법이기에 헐값에 넘긴다고 차 안에서 잠시 소개를 했다. 지금은 어느정도 일반화된 가정용 비디오 카메라였다.   

불법 군납업자 1 : (똥폼 잡으며) 이거 우리나라에 수입 안되고 미군에게만 지급되는 건데 한번 보쇼.
촌놈 : (눈을 번뜩이며 ) 와, 죽이네.
불법 군납업자 2 : (개폼 잡으며) 사실 이거 100만원 넘는 거지만 우리도 불법이어서 싸게 넘길테니...알아서 소주값이나 주쇼.
촌놈 : (참, 이놈들도 어지간히 똥줄이 타는 모양이군. 만원 꺼내준다) 여기요(백만원이면 반학기 등록금...@.@)
불법 군납업자 1,2 : (참새 짹짹....개폼 똥폼 잡고 똥씹은 표정 ) 아이, 왜 그러쇼? 소주값 몰라요?
촌놈 : 만원 줬잖아요.열병은 사겠구만...(나름대로 안주값도 챙겨주는 엄청난 배려였는데...) 

결국 협상을 결렬되었다. 그 불법 군납업자 1,2 는 참 재치덩어리 촌놈을 만났구나 생각했을테지만 난 소주값은 그냥 가게에서 파는 소주값만 알고 있었다. 삐까번쩍한 각그랜저에서 내리면서도 "아, 그래도 백만원이 넘는데 오만원은 줄걸 그랬나?" 싶은 생각이 뒷통수를 때리던 순진한 시절이었다. 오만원이 내가 생각하는 소주값의 한계였나보다. 그 심오하고(?) 당대하며(?) 개떡같은 소주값의 의미를 들은 것은 회사생활을 하면서이다. 사과상자와 소주값중 어느 것이 비싼지 목숨걸고 자웅을 겨루던 시절에 알아버렸다. 아, 죽을때까지 소주값은 공병 포함 소매가인 세상에 살다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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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둥개 2005-09-01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재밌습니다. ^^
근데 소주가 무슨 죄라고 엉뚱하게 그런 데다 갖다 붙인단 말예요.

비로그인 2005-09-01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만원!! 무늬는 갱(!)스러운데 알고 보니 시트콤이었습니다요. 하하하. 친구한테 들려줘야지..(흠..근데 잉크냄새님 소개해달라고 하면 어떡허쥐..그, 그람 안 되는데..-ㅡ+)

비로그인 2005-09-01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고 소주값은 할인마트에서는 공병값 포함해서 930원에서 -80원 사이를 호가하고, 식당에서는 3000원입니다.

paviana 2005-09-01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잉크냄새님이 이렇게 재치만땅이신분인줄 미처 몰랏어요..
소주가 4,000원인 세상이 되면 청하만 먹을거에요..이제까지 그래도 청하보다 싸서 그 맛없는걸 마셨는데....

잉크냄새 2005-09-01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정개님 / 소주, 사과, 개....세 단어의 공통점이 정치가들에 의하여 참 지저분한 의미로 퇴색된 단어들이죠. 소주값, 사과상자, 개만도 못한 어쩌꾸.....
복돌이님 / 점방 운영하나요? 어찌 이리도 소주값을 속속 알고 있나요? 식당이 3000원이군요. 전 식당에서 술을 잘 먹지 않아서...먹어도 다 포함되니 별도로 생각해 본적이 없군요.
파비아나님 / 재치는 오해입니다요. 진짜 소주값에 대하여는 그 이상의 의미를 생각할수도 없던 시절이었죠.

조선인 2005-09-01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떡값 이야기 생각나네요.
낙원상가 아주머니께서 떡값이라고 하고 싶으면, 딱 떡값만 받아서 떡만 사라고. 제일 비싼 셋트가 20만원 짜리고, 그 이상은 줘도 못 만드니, 20만원 이상 떡값받는 놈은 다 영창에 넣으라고 ㅎㅎㅎ

2005-09-01 15: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9-01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군용 소주? 맥주...백만원을 호가한다면... 양주인가요? 뭐지..?

잉크냄새 2005-09-01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 맞아요. 떡값이 있었죠. 떡값 시세도 모르는 사람들이 경제를 논하니...ㅎ
속삭님 / 그러니까...그것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 아니라...진짜로 소주값의 의미를 모르는 멍청한~~ 학생이었다우...
이카루님 / 세종실록 지리지 50페이지 11째줄.... 11번째줄에 보이죠? 비디오 카메라... 그 당시는 참 귀하긴 귀했죠...

파란여우 2005-09-01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떡 이야기 그만 합시다. 님이나 저나 개떡 이야기 여러번 써 먹었는데요
사실, 개떡은 배고프던 우리들의 지나간 시절에 고귀한 은총이었지요
근데, 누가 처음으로 개떡을 비하한걸까요? 전 아닌데요...--;;
가을에 도자기 축제 하면 함 초대나 해 주세요.소주 한 잔 사리다...

2005-09-02 0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9-02 1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5-09-02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맛. 저는 얼마전에야 마트에서 파는 참이슬 한 병이 900원이란 걸 알았어요. 값도 싸고 취기도 금세 오르고~ 암튼요, 저는 에둘러서 말하면 잘 못알아 듣곤 하는데, 이건 어리버리해서겠지요? ㅠ.~ (잉크냄새님이 그러시다는 건 결코 아니옵니다~!!)

잉크냄새 2005-09-02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님 / 개떡에게 죄송합니다. 이곳 가을에는 도자기 축제가 열리겠죠. 한번 추진해봐야죠.....
속삭님 / 저도 바로 속닥속닥하러 갑니다.
플레져님 / 에둘러서 말하는 것을 바로 알아듣는 것은 그만큼 세상의 이치에, 그것이 어둡던 밝던, 밝은 때문이겠죠. 저도 지금이야 대충 협상을 하겠지만 그때만 해도 소주값은 대포집 소주값이외에는 별로 생각나지 않던 시기입니다.

내가없는 이 안 2005-09-05 0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법 군납업자들의 표정이 선명하게 그려지는데요? 그런데 대학교 1학년 때라고 하시니깐, 무척 귀여운(!) 잉크냄새님이 연상됩니다. 카카.

잉크냄새 2005-09-06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안님 / 뭐 씹은 표정이 딱이라고 할수 있죠. 아무리 1학년때여도 전 여전히 귀엽다는 말은 멀리 하고 야만적이다는 말은 벗을 삼아 지내던 시절입니다.^^

2005-09-06 1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5-09-06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 그 마음만으로도 벌써 남음이 있는데요. 소중한 것은 천천히 뜸들이나 봅니다.

2005-09-06 1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9-06 1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5-09-06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 햐, 그래도 세분중에 두분은 맞췄네요.^^

2005-09-07 07: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9-07 1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Laika 2005-09-07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흐흐흐~ 이 잼난 글을 이제야 읽다니 ...제가 그동안 뭘한거죠?
오늘 안 사실... "잉크님은 술은 술집에서만 드신다." ^^

잉크냄새 2005-09-08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 책읽기 늦어진것 변명하다가 제가 오히려 한방 먹은 기분인데요. 제가 좋아하는 곤충들이 태풍으로 곤혹을 치루네요. 매미, 나비....
속삭님 / 항상 세심한 배려.. 감사드려요.
라이카님 / 진짜 그 동안 뭘하신겁니꽈? 저도 오늘 안 사실..." 라이카님은 서재 비우면 여행가신다."^^

2005-09-08 16: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5-09-09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 그런 극비 사항을 어떻게....대략 짐작이 가긴 하는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