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땅이 채 녹기도 전부터 쿵쾅거리던 중장기의 기계음이 초봄의 기분을 망치기에 충분했다. 초봄의 밭갈이부터 늦가을의 가을걷이까지 베란다 의자에 앉아 바라보던 정겨움이 올해는 없어질거라는 불안한 생각은 딱 들어맞는듯 했다. 다소 완만하게 경사진 언덕 비탈을 중장기들이 오고가며 평평한 대지로 탈바꿈하는 모습에서 얼마지나지 않아 들어설 회색빛의 아파트 단지를 상상하곤 했다. "에라이~ 이사가기 전까지 짓지 말지" 하는 다소 이기적인 혼잣말을 중얼거리곤 했다.

근데, 어느날 아침 왁자지껄한 목소리에 잠이 깨어 떠들썩한 베란다 너머를 바라보았다. 아, 이게 뭔 풍경이냐. 콘코리트 작업이 진행되리라 생각했던 그곳에 형형색색의 수건을 둘러쓴 할머니들의 모습이라니. 다시는 생명이 자라지 않을거라 생각한 그곳에 또 다시 씨가 뿌려지다니. 그곳에서 감자 하나 옥수수 하나 캐올 일은 없지만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삼던 풍경이었는데...뜻하지 않은 감개무량함에 다소 기분이 들뜨기 시작했다.  뭐랄까, 영원히 잃어버릴것만 같았던 풍경을 다시 찾은 기분이랄까. 들뜬 기분탓인지 바람이, 햇살이 그저 부드럽고 포근하게만 느껴지던 어느 늦은 봄날의 풍경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베란다 너머의 풍경은 이렇게 짙어지리라. 창문으로 불어들어오는 바람은 또 얼마나 싱그러울까. 방바닥을 너울대는 햇살은 또 얼마나 부드러울까>

 

<새벽녘 유독 안개가 많이 낀다. 몽환적 기분이랄까. 이른 새벽 안개속에 앉아 있으면 현실이 아닌 무릉도원에 온듯한 착각에 빠지곤 한다. 안개속에서 유유자적 책장을 넘기는 호사로움을 경험하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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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7-06-05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오래전 기억속에서 다시 쭈르륵 땡겨오는 사진입니다.
2004년도였던가...아직, 저 풍경이 그대로라니...고맙고 따듯합니다.
안녕, 잉크님 우리 이제 새로 지은 다가구셋집에서 만나야 하는건가요?^^
계속 잘 지내보아요

겨울 2007-06-05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사는 일시정지 상태인가요? 저 풍경 저대로 천년만년 바라볼 수 없다니 비극입니다. 고향 가는 길 푸른 숲 사이로 생뚱맞게 들어앉은 가든이니 모텔을 보면 정말 화납니다.

잉크냄새 2007-06-05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님 / 와, 대단한 기억력....년도까지 정확하네요. 올해 풍경이 왕창 바뀌겠구나 싶었는데 다시 이랑을 일구고 씨를 뿌리더군요. 만세~

우몽님 / 글쎄요. 일시인지 영구인지 모르겠네요. 자꾸 줄어드는 자연을 볼때마다 기분이 좀 그렇죠. 전국 곳곳에 눌러앉은 어울리지 않는 건물들을 볼때마다 "참 사람의 욕심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춤추는인생. 2007-06-05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 안개가 모락모락 피어나오는곳에서 책을 읽는다는건 어떤 기분일까요?
방바닥에 너울대는 햇살이라.... 아주 오래전 동쪽창에서 잠을 적시곤 하던 파란색 새벽빛을 저역시 잊지 못해요.. 그저 좋은곳에서 오래사시길. .. 공사가 중단되길 바란다면 너무 야속할까요 ㅎㅎ

icaru 2007-06-06 0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얍~ 잉 과장님... 초록의 시원한 전망 ^^
베란다에서 무진기행--하시겠네~ 시상이 절로절로...아니실까나..

잉크냄새 2007-06-06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춤인생님 / 누구나 가슴에 자신만의 풍경 하나쯤 품고 사나 봅니다. 님의 풍경은 파란색 새벽빛이군요.ㅎㅎ 아마도 이 땅을 밭으로 그냥 두지는 않을것 같네요.

이카루님 / 베란다에서 읽으면 금새 잠이 들어버려요. 자꾸 풍경에 한눈 팔게 되고요.ㅎㅎ
 

내가 사는 동안 내 옆에서 평생토록 친구의 조언을 아끼지 않을 책들이 있다.


7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신영복 옥중서간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1998년 8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2005년 09월 01일에 저장
구판절판
벽이라는 억압과 단절의 장소는 인간을 하나의 점으로 만들어버린다. 그러나 신교수님은 인간에 의해서만 애락과 오호의 감정이 존재하는 감옥에서 세상과의 끊임없는 소통을 한다. 삶이 궁색해질때, 내손에 들려있을 책이다.
지구별 여행자
류시화 지음 / 김영사 / 2002년 11월
9,900원 → 8,910원(10%할인) / 마일리지 490원(5% 적립)
2004년 10월 03일에 저장
구판절판
잠든 자는 깨울 수 있어도 잠든 척 하는 자는 깨울수가 없는 법이다. 차라리 깊이 잠들라. 아니면 깨어있다는 사실을 인정해라.
더불어숲- 합본
신영복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3년 4월
12,800원 → 11,520원(10%할인) / 마일리지 640원(5% 적립)
2004년 07월 21일에 저장
구판절판
[자유의 반대는 구속이 아니라 타성이다] 강자의 생존 원칙으로 점철되어온 문명과 세계화속에서 세상을 둘러보며 전하는 뜨거운 감동의 엽서!!!
데미안
헤르만 헤세 지음, 전영애 옮김 / 민음사 / 2000년 12월
8,000원 → 7,200원(10%할인) / 마일리지 40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04년 06월 30일에 저장

자기 내면으로 나아가는 길에서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적인 고독과 방황, 시간이 흘러도 우리가 깨어야 할 껍질은 시지프스의 바위처럼 계속되리라. 또한 우리의 부리질 또한 계속되리라.


7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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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einsusun 2006-06-07 0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데미안! 데미안을 원서로 읽기 위해 독문과에 갔죠. 근데...안 읽었어요.ㅎㅎㅎ

은비뫼 2007-01-19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데미안...중학생 때 새로움에 눈 뜨게 한 책! 제게도 평생 소중한 책입니다. ^^
 

처세술일수도 개인 역량 증대를 위한 것일수도 있다.


6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2010 대한민국 트렌드
LG경제연구원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05년 1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2월 5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05년 08월 16일에 저장

5년후 대한민국의 자화상을 트렌드라는 코드를 사용하여 예측하고 있다. 71가지의 트렌드로 예측하는 미래상은 설레임과 두려움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진화, 그것은 현실의 문제를 극복하는 것뿐 아니라 미래의 두려움에 기인하다면 2010년 대한민국은 분명 진화하고 있을것이다.
마케팅 천재가 된 맥스
제프 콕스·하워드 스티븐스 지음, 김영한·김형준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3년 10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2005년 01월 12일에 저장
구판절판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 축조시대에 바퀴를 개발한 맥스를 통하여 제품의 수명주기와 각 상황에 해당하는 시장상황에 맞는 마케팅 기법과 전략에 대하여 소설 형식을 빌려 설명하고 있다. 쉽고 재미있게 읽히면서도 그 속에 마케팅과 세일즈에 대한 원론을 포함하고 있다.
보랏빛 소가 온다- 광고는 죽었다
세스 고딘 지음, 이주형 외 옮김 / 재인 / 2004년 2월
17,800원 → 16,020원(10%할인) / 마일리지 890원(5% 적립)
2004년 10월 03일에 저장
구판절판
더 이상 광고하지 말고 혁신해라. 현대 사회의 흐름에 맞는 마케팅의 방향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더 이상 구태의연한 방식에 얽매이지 말고 리마커블한 사고를 가지라고 말한다. 단순히 마케팅뿐 아니라 개인의 사고에도 도움이 된다.
The One Page Proposal- 강력하고 간결한 한 장의 기획서
패트릭 G. 라일리 지음, 안진환 옮김 / 을유문화사 / 2002년 11월
8,000원 → 7,200원(10%할인) / 마일리지 40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04년 04월 17일에 저장

강력하고 간결한 한장의 기획서를 쓰기 위한 준비과정과 작성과정과 작성방법에 대한 설명서이다. 한국의 기획문화와는 이질감도 있지만 개인의 능력향상과 기획능력향상에 많은 도움이 될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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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와 감동, 그림으로 읽어내는 새로운 경험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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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20 (적색)
이노우에 다케히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4년 8월
3,500원 → 3,150원(10%할인) / 마일리지 170원(5% 적립)
2005년 03월 25일에 저장
구판절판
슬램덩크 작가의 작품이라는 것으로도 충분히 설레인다. 미야모토 무사시와 사사키 코지로의 삶과 검의 철학을 심도있게 그리고 있다. 강백호 스타일 특유의 익살이 가끔 묻어나는 것도 하나의 매력이다.
암스 Arms 21
료우지 미나가와 지음, 박련 옮김 / 세주문화 / 2002년 5월
3,000원 → 2,700원(10%할인) / 마일리지 150원(5% 적립)
2004년 10월 24일에 저장
절판
인류의 인간성 상실에 대하여 지구를 재편성하려는 키스 화이트와 인류에게 마지막 희망을 찾고자 하는 블루멘과 ARMS 4총사의 대결. 루이스 캐롤의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의 등장인물들이 등장한다. 인간성 상실에 대한 무거운 주제를 박진감있는 스토리 속에 담는다.
천국의 신화 18- 제4부 신들의 황혼
이현세 지음 / 조은세상(북두) / 2003년 6월
5,000원 → 4,500원(10%할인) / 마일리지 250원(5% 적립)
2004년 02월 03일에 저장
절판
한국만화의 자존심 이현세의 역작. 이 만화가 음란물 시비에 걸리는 순간 한국 만화는 퇴행하고 있었다. 다행히 그 충격속에서 벗어나 다시금 신화에 도전하는 이현세를 만날수 있다. 역사에 대한 엄청난 새로운 해석, 이것이 작가정신인 것이다.
창천항로 28
이학인 글, 왕흔태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03년 10월
3,800원 → 3,420원(10%할인) / 마일리지 190원(5% 적립)
2004년 01월 21일에 저장
품절
대학시절부터 읽기 시작한 책, 어느덧 10년이 지났으나 아직 진행형인 책. 조조를 중심으로 쓴 삼국지이면서도 전체 흐름에 큰 막힘없이 또 하나의 삼국지를 창조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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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 다가가는 마음 자체가 사랑에 다가가는 마음과 닮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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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수직으로 서서 죽는다
허만하 지음 / 솔출판사 / 2000년 10월
7,500원 → 6,750원(10%할인) / 마일리지 370원(5% 적립)
2005년 08월 16일에 저장
구판절판
허만하 시인에게는 모든 사물은 직립성을 지닌다. 직립성은 독립성이다. 폭포가, 햇살이,비가 수직으로 선다. 시마저 홀로 수직으로 선다.
새에 대한 반성문
복효근 지음 / 큰나(시와시학사) / 2000년 7월
5,500원 → 4,950원(10%할인) / 마일리지 270원(5% 적립)
2005년 01월 12일에 저장
절판
일상의 언어로 다가오는 복효근 시인의 시집. 난해하고 함축적인 시어가 아닌 일상의 언어에서 풀어나가는 그의 삶에 대한 시선을 느끼다.
입 속의 검은 잎
기형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9년 5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04년 12월 23일에 저장

끝없는 나락의 끝에서 삶을 보다.
한 줄도 너무 길다- 하이쿠 시 모음집
류시화 옮겨엮음 / 이레 / 2000년 3월
8,500원 → 7,650원(10%할인) / 마일리지 420원(5% 적립)
2004년 07월 26일에 저장
절판
한 줄의 짧은 글에 포한된 삶의 본질에 대한 하이쿠의 통찰력. 어쩌면 한줄도 삶에 너무 긴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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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비뫼 2007-01-19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여기 제가 좋아하는 책이 많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