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이지. 우리는 미국의 프랜차이즈니까. 언제나 이 점을 잊어선 안돼. <착취>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고통스럽게 행해진 게 아니었어. 실제의 착취는 당당한 모습으로, 프라이드를 키워주며, 작은 성취감과 행복을 느끼게 해주며, 요란한 박수 소리 속에서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형이상학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던 거야. 얼마나 큰 보증금이 걸려 있는가는 IMF를 통해 이미 눈치 챘잖아. 아이템도 본사에서 조달돼. 인테리어도 마찬가지야. 그게 이 세계의 여건, 한국의 여건이라고.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p253
하루는 산책을 하며 올 여름은 왜 이렇게 긴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하다가 나는 비로소, 시간은 원래 넘쳐흐르는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말이지 그 무렵의 시간은 말 그대로 철철 흘러넘치는 것이어서, 나는 언제나 새 치약의 퉁퉁한 몸통을 힘주어 누르는 기분으로 나의 시간을 향유했다. 신은 사실 인간이 감당키 어려울 만큼이나 긴 시간을 누구에게나 주고 있었다. 즉 누구에게라도, 새로 사온 치약만큼이나 완벽하고 풍부한 시간이 주어져 있었던 것이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시간에 쫓긴다는 것은 - 돈을 대가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시간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니 지난 5년간 내가 팔았던 것은 나의 능력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시간, 나의 삶이었던 것이다.
알고 보면, 인생의 모든 날은 휴일이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p2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