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는 ‘한 일에 대한 후회(regret of action)’와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regret of inaction)’로 구분해야 한다고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교 심리학과의 닐 로스(Neal J. Roese) 교수는 주장한다. ‘한 일에 대한 후회’는 오래가지 않는다. 이미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그 결과가 잘못되었더라도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얼마든지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는 쉽게 정당화되지 않는다. ‘한 일에 대한 후회’는 내가 한 행동, 그 단 한 가지 변인만 생각하면 되지만,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는 ‘그 일을 했다면’ 일어날 수 있는 변인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 <바닷가 작업장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p60~ 61


세상에서 어리석은 일이 ‘외로움을 피해 관계로 도피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고통은 ‘불필요한 관계’에서 나옵니다. 차라리 ‘외로움’을 견디며 내 스스로에게 진실한 것이 옳습니다. 진짜 외로워야 내 스스로에게 충실해지고, 내 자신에 대해 진실해야 내가 사랑하는 이들과의 관계가 더욱 소중해집니다. - <바닷가 작업장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p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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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4-10 12: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이네요! ‘하지 않은 일들‘을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잉크냄새 2022-04-10 19:01   좋아요 2 | URL
남녀의 차이도 있다고 합니다. 남성이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 를 많이 하고 여성이 ‘한 일에 대한 후회‘ 를 많이 한다고 하네요.

프레이야 2022-04-10 14: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김정운 글 좋아합니다.^^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에 대한 생각에 공감해요.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ㅎㅎ
불필요한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네요. 봄날입니다 잉크냄새 님.

잉크냄새 2022-04-10 19:04   좋아요 3 | URL
작년 한해 김정운의 책을 대부분 읽어 보았는데, 좋은 글이 많더군요.
봄날은 후딱 갑니다. 어여 즐기시길...

마음을데려가는人 2022-05-15 21: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저자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저 말에는 공감합니다. 단 한 번뿐인 인생이라면 일단 ˝go!!!˝ 그리고 외로워야 자신의 내면과 마주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관계에서도 많은 것들을 깨달을 수 있지만, 혼자 있는 시간에 숙성되는 법이니까요. ^^

잉크냄새 2022-05-17 20:39   좋아요 1 | URL
책에서도 언급되는데 여성이 남성보다 일단 go 성향이 짙다고 하네요. 사랑을 놓고봐도 여성은 일단 사랑하고 남성은 사랑을 재어보는 경향이 크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랑도 해보지 않은 남자들이 사랑을 더 떠드는 건지도 모르죠.

Vanessa 2022-05-15 21: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맞아요. 맞습니다

잉크냄새 2022-05-17 20:39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생각하기도 싫었던 상상 이상의 괴물이 드디어 태어났다. 표면화된 공약만으로도 전율이 느껴지는데 이면에 감춰진 더러운 욕망은 얼마나 음흉하게 또아리를 틀고 있을까. 어느 어두운 룸싸롱에서 폭탄주를 마시며 병뚜껑 룰렛을 돌려 복수의 대상을 정하고 있을 것이다. 그 복수의 칼날은 정치권이 끝나는 날, 일반 대중을 향할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그를 선택한 이들, 스스로의 욕망에 충실했던 그들의 성향이 쉽게 바뀌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성격처럼, 혈액형처럼, 손금처럼 이미 정형화된 속성이 되어 버렸다. 아직은 만족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프로 철새 챨스가 날아가기 전 장담했듯이 손가락을 꺽어버리고 싶은 날은 생각보다 훨씬 빨리 올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 날이 오기 전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그들의 도끼 자루만은 되지 않았으면 한다. 쇠에서 나온 녹에 스스로 무너지도록....  


"처음으로 쇠가 만들어졌을 때 세상의 모든 나무들이 두려움에 떨었다. 

그러나 어느 생각 깊은 나무가 말했다. 두려워할 것 없다. 

우리들이 자루가 되어주지 않는 한 쇠는 결코 우리를 해칠 수 없는 법이다." 

-신영복 < 나무야, 나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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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오후의 식당


-엄원태-

그 식당 차림표에는
열 가지가 넘는 메뉴가 준비되어 있고
가격 또한 저렴한 편인데
가령, 낙지볶음은 한 접시에 기껏 오천원이다


홀 한쪽에는
주방으로 쓰는 씽크대와 장탁자가 있고
식탁은 세 개
의자는 열세 개 있다


손님은 하루 평균 여남은 명인데,
어쩌다 술손님을 한 팀 받기라도 하는 날이면
주인아줌마는 기꺼이 식당에 딸린 방 한 칸을
내줄 준비가 되어 있다


언제나 준비가 되어 있는 그 식당이
텅, 텅, 비어 있던 어느날
나는 거기서 짠 국밥 한 그릇을
신김치와 콩나물무침으로 먹은 적이 있다


어쩌다 이렇게 조용한 주택가 길목에
이런 식당이 허술하게 문을 열고 있담,
생각하는 것이 상식, 그 상식을
보기좋게 뒤집으며 그 식당은 거기에 있는 셈인데……
한번은 세무서에서 나온 젊은 주사가
조용히 업종 전환을 권유한 바 있었다 하지만
사실 그건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식당 아줌마는 늘 준비해놓은 반찬 중에서
날짜를 못 이겨 상하기 직전인 것만으로
자신의 식사를 해결하곤 하는데,
그 처연한 혼자만의 식사를
그 앞을 지나다니며 무심히 몇번 보았다


삶이란 게 그런 것은 아닌가
쉬어빠지기 직전의 음식을 어쩔 수 없이
혼자서 느릿느릿 씹어대는, 어떤, 말로는 다 못할
무심함 같은, 그런 나날들의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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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고 느끼고 공감하는 성향이 나이를 들어감에 따라 변화는 것을 느낄수 있다. 연애편지의 한 줄을 완성하고자 외우던 서정윤의 <홀로서기>의 감성 쩌는 싯구들, 지적 허영심의 충족도 아닌 과시의 환상에 사로 잡혀 외우던 기형도의 <입 속의 검은잎>의 아직도,아니 영원히 내 것이 아닌 싯구들...이제는 세월이 흐른 탓일까. 그저 편안히 읽히는 시가 좋다. 일상의 언어가 좋다. 소주 한 잔을 사이에 두고 조곤조곤 대화하는 듯한, 그래서 그 풍경이 손에 잡힐 듯한, 세상의 모서리에 상처입은 풍경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그 시선에 내 시선이 겹칠때 시는 내게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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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2-03-07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시로 잉크님을 뵈니 그도 좋네요.^^

잉크냄새 2022-03-09 12:03   좋아요 0 | URL
참 오랫만에 시 하나 올린것 같네요.

라로 2022-03-07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이렇게 짧고 멋진 글을 남겨주시고,,, 언제 다시 오시나요??^^;;;

잉크냄새 2022-03-09 12:04   좋아요 0 | URL
계속 눈팅은 하고 다녀요. 예전처럼 댓글은 자주 남기지 못하지만요.ㅎㅎ
 














행복이란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누리고 만끽하는 것이다. 행복의 모든 조건이 다 충족된 상태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주어진 삶의 조건을 누리고 만끽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여기에서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은 언제까지고 행복을 이룰 수 없다. 

<히말라야, 내가 작아지는 즐거움>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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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을 하는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그것을 통해서든, 다른 어떤 것을 통해서든

자신이 '무엇이 되어가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세계 평화 운동을 하면서 독선적이고 옹졸해지면

그 사람은 '독선적이고 옹졸한 사람'이 되는 거다.


예술 활동을 하면서 외롭고 우울해지면

그 사람은 '외롭고 우울한 사람'이 되는 거다.


딱히 일이라 말할 게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자유롭고 행복해지면 그 사람은

'자유롭고 행복한 사람'이 되는 거다.


그냥, 그런거다.


- 먼지의여행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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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데려가는人 2022-03-21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잉크냄새 2022-03-22 13:22   좋아요 0 | URL
아하!!! 그냥 그런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