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본디 있다고 할 것도 아니고 또 없다고 할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다. 원래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이 많은 사람들이 다니면서 저절로 생겨난 것처럼.  -고향,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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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한 말도 누가 사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정치적 야심을 드러낸 부정한 자의 입에서 희망이 새어나오는 것을 보고 절망을 떠올린다. 이미 원칙과 정의를 왜곡시킨 자가 이제 희망을 더럽히고자 한다. 샘물도 독사가 마시면 독이 되듯 희망도 부정한 자가 품으면 절망이 된다. 


p.s)아이폰 비번이나 풀고 희망도 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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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인다


- 박노해-


가을이 오면 창 밖에

누군가 서성이는 것만 같다

문을 열고 나가 보면 아무도 없어

그만 방으로 돌아와 나 홀로 서성인다 


가을이 오면 누군가 

나를 따라 서성이는 것만 같다 

책상에 앉아도 무언가 자꾸만 서성이는 것만 같아 

슬며시 돌아보면 아무도 없어 

그만 나도 너를 따라 서성인다 


선듯한 가을바람이 서성이고 

맑아진 가을볕이 서성이고 

흔들리는 들국화가 서성이고 

남몰래 부풀어 오른 씨앗들이 서성이고 

가을편지와 떠나간 사랑과 상처 난 꿈들이 

자꾸만 서성이는 것만 같다 


가을이 오면 지나쳐온 이름들이 

잊히지 않는 그리운 얼굴들이 

자꾸만 내 안에서 서성이는 것만 같다


자꾸만 짧아져 가는 가을은 머지 않아 잊혀진 계절이거나 과거의 전설로 기억되지 않을까. 내가 가을을 서성이는 건지 가을이 내 곁을 서성이는 건지, 가을볕의 바스러짐, 가을바람의 바스락거림, 풀벌레의 속삭임,,, 찰나의 서성거림도 이제는 작별을 고할때이다. 

벌써 어느 지역엔 눈이 내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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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다


- 이성선-


나뭇잎을 갉아먹던 

벌레가


가지에 걸린 달도

잎으로 잘못 알고

물었다


세상이 고요하다


달 속의 벌레만 고개를 돌린다


가을밤이 고요를 잃어버린지 오래다 . 문명의 불빛에 고요는 길을 잃었다. 그래도 가끔 '사각'하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면 한움큼 베어 물린 가을달이 보이는 날도 있다. 압정처럼 박아 놓은 별의 뒤통수를 보고 돌아오는 길 많이 자란 달의 손톱을 조금 바짝 깍아주었다는 어느 시인의 가을 밤길이 그리워지는 그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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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 떼의 앞자리는 영광의 자리일까? 희생의 자리일까? 영광의 자리든지 희생의 자리든지 맨 앞자리에서 나는 새가 한 마리 있어야 무리가 형성된다. 앞으로 불쑥 나선 새의 뒤를 따라서 무리없이 재편성되는 기러기 떼의 대형으로 보아서 그 앞자리는 자기를 희생하는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러기들이 무리의 맨 앞자리를 영광의 자리로 탐냈다면 다툼으로 대형이 흔들려 대장정은 목적지에 다다르지 못하고 까마귀 떼처럼 흩어졌을지 모른다. 


늦가을 빈들 위를 나는 까마귀 떼를 보면 혼란스럽다. 거기에는 선두가 없든지, 전부 다 선두든지 하다. 오합지졸인 것이다. 선두가 없는 것은 선두가 살신성인하는 자리로 인식되어 기피하기 때문일 것이고, 전부 다 선두인 것은 선두가 영광의 자리라서 서로 탐을 내기 때문일 것이다. 그 정도 의식 수준의 무리라면 통제나 질서 유지가 안 된다. 


기러기들은 맨 앞자리의 필요성을 잘 안다. 그래서 존중한다. 기러기 떼의 앞자리는 선거법에 의해서 선출하지 않는다. 자신의 힘으로 감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서슴없이 앞으로 나서고, 죽지의 힘이 떨어지면 서슴없이 물러난다. 임기 5년의 단임제의 자리가 아니다. 연임도 할 수 있고 2년만 하고 말 수도 있다. 힘의 본능으로 자리를 서로 교대하면서 시베리아의 저희들 서식지로 돌아간다. 기리기 떼의 앞자리-, 기러기들은 그 자리에서 나는 기러기를 고마워할지언정 선망하지 않는다. 그 자리에서 날지 못하는 자신의 힘 모자람이 부끄럽다기보다 미안할 뿐이다. 그 자리는 유세하는 자리가 아니고 살신성인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p8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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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부끄러움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들이지만 뻔뻔하게도 청문회까지 나타난 이들의 면면을 보면 대한민국 장관의 자리는 결코 자기를 희생하여 살신성인하는 자리가 아닌 영광의 자리에 대한 탐욕의 장으로 전락해버리고 만다. 개인의 영달, 가문의 영광, 그저 개인의 명함 수집 정도로 여겨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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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워커 리더십

H그룹은 정주영의 '하면 된다'는 철학에 근거하여 가끔 군 출신 비전문가들을 중용하곤 했다. 신입사원 시절 팀장이 그룹사 예비군 동대장 출신이었다. 군 출신들은 그들의 비전문성을 감추기 위해 설명서 수준의 보고서를 요청하였고 달달 외운 지식을 그들의 주특기인 브리핑으로 포장하였다. 윗사람들에게는 종종 사람에 충성할 줄 아는 그들의 충성심과 폭력성으로 조직을 장악하는 능력이 특출나게 비쳤고 그것을 워커 리더십이라 칭송하곤 하였다. 원님 덕에 나팔 분다고 일단 죽이 맞은 그들은 워커 리더십에 물광,불광을 내기 시작했고 가끔 회의실에서는 정강이 조인트 까는 퍼포먼스도 펼쳐지곤 하였다. 승승장구한 워커는 중국 공장 총경리를 거쳐 퇴직후 중국에 공장을 차리게 되었는데 워커식 경영에 대한 소문은 심심찮게 들려왔다. 그가 퇴출된 결정적인 이유는 화장실 청소가 불만족스럽다는 이유로 중국 직원에게 화장실 변기를 혀로 핡게 한 만행이 폭로되고 나서이다.


2.마라톤 리더십 혹은 경영

그는 아들의 후계 구도를 정리하려는 MK의 전략적 선택에 의하여 그룹 부회장직에서 밀려난 인물이다. 그가 계열사 사장으로 밀려난 후 가장 먼저 손을 댄 부분은 인사평가였고 참 스포츠스럽게도 인사고과에 마라톤 기록을 포함시킨 것이다. 최소 10킬로 단축 마라톤에서 특정 시간을 넘기지 말아야 진급의 마지노선을 건널 수 있는 참 42.195킬로같은 평가기준이었다. 취임 초기 전사에 마라톤 붐이 분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직장인의 목줄을 제대로 거머쥘 줄 아는 리더십이었다. 나도 그때의 분위기에 휩쓸려 퇴근후 3주 정도 매일 5킬로를 달리곤 하였다. 그의 이런 방식은 마라톤 경영 이라는 용어로 재계에서 꽤나 유명했는데 인터넷 기사를 찾던 중 충격적인 내용을 보게 되었다. 우리 회사로 오기 전 회사에서 먼저 시행한 이 평가로 진급을 준비하던 비슷한 연배의 직장인이 퇴근후 마라톤 연습중 심장마비로 사망한 사건이었다. 그날 퇴근후 어둠속을 달리다 문득 달리기를 그만두었다. 그 사망사건이 조명되면서 마라톤 평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형성되었고 그도 한 발짝 물러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방심하면 안된다. 그는 다시 등산 경영이라는 경영지침으로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고 그 해 가을 주말마다 팀별로 참 많은 산을 기어올랐다. 진급전 퇴사를 결정하게 되어 그의 평가를 제대로 받아볼 기회는 없었다. 다만 마라톤과 등산으로 단련된 그의 이른 부고를 신문지 부고란을 통하여 접하게 되었다.


3.똥 리더십

설명이 필요없겠다. 똥파리를 불러 모을 필요도 없다. 그저 구리면 된다. 똥파리가 알아서 끼고 알아서 깐다. 작금의 대한민국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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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3-09-19 16: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매일 5킬로미터를 달리셨다니!
그런데 마라톤 연습 중에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일도 있었군요.

사실 마라톤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운동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살면서 10킬로미터 이상을 달릴 일이, 아니 달려야 할 일이 얼마나 있을까요?
달리기는 딱 3~5킬로미터 정도면 적당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요즘은 장거리 말고 단거리 달리기를 연습하고 있어요.

잉크냄새 2023-09-20 09:33   좋아요 1 | URL
저 시기에 하나 알게 된 사실이 있어요.
우리나라 각 지역 축제에 단축마라톤이 무지하게 많다는 거죠. 전 잘 참가하지 않았는데도 몇몇 지역 단축 마라톤을 뛰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