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18 - 완결
우라사와 나오키 지음 / 세주문화 / 2002년 6월
평점 :
절판


20세기 소년을 쓴 우라사와 나오키의 작품이기에 주저없이 읽기 시작했다. 현재 일본 최고 작가의 반열에 올라있는 그의 진가를 여지없이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수 있다.2차 대전의 같은 전범국가이면서도 인간실험의 무대를 일본이 아닌 독일의 511킨더하임으로 설정한 부분에서 비판을 받은적도 있지만 그건 비평가들의 입장일뿐 나에게는 최고의 작품이라고 할수 있다.

자신이 살려낸 악마를 자신의 손으로 처단하기 위해 악마를 추적하는 닥터 덴마, 인간의 가장 나약한 심성을 파고들어 인간 내부의 몬스터를 불려내는 요한, 요한의 쌍둥이 여동생으로 오빠의 폭주를 막기위해 노력하는 니나(안나), 닥터 덴마를 연쇄살인범으로 지목하고 그를 추적하는 룽게 경부... 이들이 전체 줄거리의 큰 줄기를 이루면서 거기에서 곁가지 형식으로 에바,글리머,닥터 길렌, 디터, 로베르트, 닥터 라이히와인 등 수많은 인물들이 저마다의 아픔과 삶을 가지고 하나의 커다란 연결고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공포영화와 첩보영화를 엮어놓은듯한 탄탄한 스토리와 서스펜스, 군더더기 없이 스피디한 전개. 책을 읽는 동안 이 만화를 영화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정감이 가면서도 나를 슬프게 했던 인물은 볼프강 글리머이다. 인간성 말살의 장소 511 킨더하임 출신으로 항상 웃는 얼굴의 소유자이면서 스스로의 감정을 가지지 못한 인물이다. 그의 웃는 얼굴이 훈련과 학습의 성과라는 그의 말에서 그려지지 않았지만 그의 눈물을 볼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어떤 표정을 지어야하죠'하며 항상 묻던 그의 서글픈 웃음진 얼굴이 책을 읽는 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마지막에 그는 결국 죽음으로 끝을 맺는다. 마지막에 슬픔이란 감정을 스스로 느끼면 죽는다. '슬퍼...내가 죽어서 슬픈게 아니라...내 아이가 죽는게 슬퍼요...사람은 감정을 없애기가 불가능하지...감정은 어딘가 모르는 곳에서 헤매고 있거든...마치 내 앞으로 보낸 누군가의 편지가 수십년이 흐르고 나서야 도착한 것처럼...이게 진짜 슬픔이고 행복이었어' 그의 마지막 말이다.

내안의 몬스터, 자신의 삶을 알려줄 이름이 없고, 자신을 표현할 감정이 없는 삶, 그것이 내안의 몬스터가 노리는 그들의 서식처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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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ho 2004-04-28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몬스터 넘 재미있더군요.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 읽어보니 손을 뗑 수가 없더군요. 만화에 대한 편견을 깨 준 고마운 책이에요, 저에겐.

잉크냄새 2004-04-30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라사와 나오키의 작품을 접하셨다면 <20세기 소년>을 꼭 읽어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네요. 개인적인 견해로는 <몬스터>를 능가하는 작품이란 생각이 듭니다.

호밀밭 2004-04-30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를 봐, 나를 봐, 내 안의 몬스터가 이만큼 커졌어.>
맞나요? 이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너무 강렬해서. 이런 분위기의 소설, 만화, 영화 모두 좋아하는 편이에요. 어떤 면에서는 이런 작품들이 현실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어서인가 봐요. 좋은 리뷰네요. 추천하고 가요.
<20세기 소년>도 꼭 읽어 보고 싶네요.

ceylontea 2004-10-07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정말 무서웠어요... 이 리뷰 보고 이 만화 샀는데...
재미있게 읽기는 했답니다.
<20세기 소년>도 읽을라는 거죠? 그래도 몬스터보다는 무섭지 않다 하더군요.. 언제 한번 읽어볼께요.. ^^

잉크냄새 2004-10-08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잔혹성이나 폭력성이 거의 가미되어있지 않으나 스토리의 긴박감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공포감이 대단한 만화죠. 제 견해로는 < 20세기 소년 >이 < 몬스터 >를 능가하는 작품이라고 봐요. 절대 후회가 없으실 듯 합니다.
 
바다 한가운데서
나다니엘 필브릭 지음, 한영탁 옮김 / 중심 / 200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포경선 에식스호가 난파되고 난 이후 94일간 7200킬로미터의 망망대해를 건너며 겪게되는 자연과의 사투, 인간 내면과의 갈등, 극한 상황에서의 인간의 변화등이 펼쳐진다. 허먼 멜빌의 '백경'이 에식스호의 난파까지의 과정을 그린 픽션이라면 이 책은 난파 이후의 잔인한 실상을 보여주는 논픽션이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끔찍하고 잔인하다. 초반의 규율과 질서가 어느 극한 상황을 기점으로 점점 변하여간다.작가는 마치 옆에서 배를 타고 그들을 보고 기술하듯이, 시간의 경과에 따른 생리적 변화, 심리적 변화를 상세하게 써내려가고 있다. 영화나 소설에서도 죽은 동료의 시체로 목숨을 연명하는 것은 종종 기술되곤 한다.마지막까지 고뇌하는 인간과 생명에 대한 현실에 민감한 인간, 결국은 살아야한다는 결론으로 매듭지어진다. 그러나 살아있는 인간을 제비뽑기하여 삶을 연장하는 것은 이책이 처음이 아닐까 싶다. 그들이 마지막으로 구출되었을때 마치 해골같은 모습으로 동료의 뼈다귀를 빨고 있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극한 상황, 만약 자신이 극한 상황에 처한다면 어떻게 행동할것인가? 누구든지 한번쯤 그런 가정을 설정하고 자신을 대입시켜 보았을 것이다. 그때는 좀더 이성적이고 최소한의 사람다운 행동을 잃지않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나, 물론 어느정도 수긍할수 있는 선으로 이야기를 전개할 것이다. 그러나, 에식스호의 선원들의 행동을 우리들이 설정한 방향과 너무 다르다고 비난할수 있을까? 그들이 최종적으로 택한 삶의 방책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그 자리에 없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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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의 기술 - 머리보다 손이 먼저 움직이는 (양장본)
사카토 켄지 지음, 고은진 옮김 / 해바라기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메모광이라는 수필이 생각난다. 그 수필에서 작가는 스스로를 편집광적이라고 표현했던것 같다. 생각나는 모든 것을 언제 어디서든 기록해야 직성이 풀리나 보다. 아마 이 책의 저자 사카토 켄지도 스스로를 그렇게 표현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 책의 첫머리에 나오는 잊기위한 메모라는 표현에 처음에는 수긍할수 없었다. 기록한 후에 다시 정리하기 전까지 그 일에 대하여 잊는다는 것은 이해가 가나 어차피 그것 또한 잊지 않기 위한 기록의 하나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나 마지막장을 덮으면서 어렴풋이 이해가 간다. 지나간 사건에 대한 망각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나 그것을 메모함으로써 언젠가 잊은 기억속에서 잊지 않은 기록을 찾아내는것, 그것이 잊기위한 메모가 아닌가 싶다.

나 스스로는 메모하는 일에 어느 정도 익숙하다고 생각하고 이 책을 접했으나 작가가 말하는 메모는 업무나 회의등에 국한되지 않는 삶 전체에 대한 기록이고, 정리이며, 고찰인것이다. 메모에 익숙하든 그렇지 않든 한번 자신의 삶을 기록하고 정리하는 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방법론에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될것 같다.

머리보다 손이 먼저 움직여라.
꿈노트를 만들어 꿈을 메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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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Love You, Ronnie
낸시 레이건 엮음, 유혜경 옮김 / 한언출판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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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대통령이 아닌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의 따뜻한 애정을 보여주는 레이건이 그의 아내 낸시에게 보낸 편지와 각종 메모를 정리한 책이다. 단순 모음집이라고보다는 자전적 성격을 띄면서 그 시절과 연관된 편지와 메모를 보여주고 있다.

여행지,호텔,심지어 대통령 집무실에서까지 잠시의 시간을 내어 그의 아내에게 애정의 표현을 글로 남기는 대통령의 모습을 상상하면 뭐랄까? 흐뭇한 미소가 떠오른다. 그런 위엄과 엄숙함 속에서 그런 애정있고 위트넘치는 글을 쓴다는 것은 그의 삶이 그만큼 여유로왔다는 의미일것이다.

현대의 삶,이메일과 각종 통신수단의 발달로 글을 사용한 정보의 전달은 거의 미미한 상태이다. 밤새워 사랑하는 이에게 글을 쓰는 기쁨을, 썼다 수도 없이 찢어버린 사랑의 망설임은 편지라는 매개를 통하지 않고는 그 진한 맛을 느낄수 없다. 이제 가끔 우체국 창문 앞으로 걸어가는 나를 볼수있기를 바란다.

여기에 그의 아내에 대한 표현을 하나 적는다. '아내란, 그 사람이 없다면 결코 완전할 수도 행복할 수도 없는 나의 동반자를,내가 날마다 더욱더 간절히 원하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여인을, 그녀가 방을 나가기만 해도 내게 외로움을 느끼게 하는, 그런 사람을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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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의 토토 - 개정판
구로야나기 테츠코 지음, 김난주 옮김, 이와사키 치히로 그림 / 프로메테우스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는 동안 머릿속에 계속 맴돌던 장면이 있었다. 바로 로베르토 베니니 주연의 '인생은 아름다워'... 무슨 연관성이 있는것은 아니었지만 구태여 연결고리를 찾는다면 '인생은 유쾌해' 라는 것이다. 영화에서 아버지 '귀도'가 아들 '조슈아'에게 포로 수용소의 생활이 숨바꼭질이라고 말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유쾌한 모습을 아들에게 보여준 그런 장면, 난 이 책속의 어른들에게서 그런 모습을 본 것이다.

강요나 설득이 아닌 그들 머릿속의 생각에 충실히 따라줌으로써 스스로 행동할수 있도록 한 것이다. 부정적인 면이 없는 아이들의 유쾌한 사고에 유쾌한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고바야시 교장선생님의 교육방식이 아니었나 싶다. 토토 어머니의 교육방식 또한 그 맥락이 같다고 하겠다.

이야기는 일상적인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던 토토가 대안학교를 찾아가면서 시작된다. 그 대안학교가 도모에 학원이다. 정문부터가 울타리인 도모에는 아이들에게 단순한 교육이 아닌 스스로 느끼고 행동하게 하는 교육방법을 택하고 있다. 그냥 순수한 어린아이 토토의 일상적인 생활을 보여주고 있는 단순한 내용이지만 읽고 나면 현재 우리의 아쉬운 교육현실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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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ho 2004-04-28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고 작가의 다른 책도 사서 읽었는데 이 책보단 넘 못해서 속상했던 기억이...토토를 보며 올바르게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힘든일인지 느끼게 되더군요

잉크냄새 2004-04-29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책이라 하심은 토토가 어른이 된 시절의 책이 아닐까 여겨지는군요. 저도 안 읽고 있답니다. 영화처럼 책도 속편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