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숲에는

  
                -  이해인 -

초록의 희망을 이고
숲으로 들어가면

뻐꾹새
새 모습은 아니 보이고
노래 먼저 들려 오네

아카시아 꽃
꽃 모습은 아니 보이고
향기 먼저 날아 오네

나의 사랑도 그렇게
모습은 아니 보이고


먼저와서
나를 기다리네

눈부신 초록의
노래처럼
향기처럼
나도 새로이 태어 나네

유월의 숲에서면
더 멀리 나를 보내기 위해
더 가까이 나를 부르는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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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4-06-05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월의 숲에는 녹음 짙어오겠네.
초록보다 더 짙은 그리움 묻어나겠네.

stella.K 2004-06-05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네요. 퍼가요.

K②AYN-쿄코 2004-06-05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이 시를 읽으니 쿄코가 어른스러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2004-06-06 0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4-06-06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은 요즘 시의 세계에 퐁당 빠지셨네요^^

미네르바 2004-06-06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녹음 짙어가는 유월의 그늘 아래, 내 고단한 일상 잠시 내려 놓네.
'눈부신 초록의 / 노래처럼/ 향기처럼/ 나도 새로이 태어나네'
나도 그러고 싶네... 시 참 좋네요.^^

2004-06-09 16: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토란잎에 궁그는 물방울 같이는


    - 복효근 -

그걸 내 마음이라 부르면 안되나
토란잎이 간지럽다고 흔들어대면
궁글궁글 투명한 리듬을 빚어내는 물방울의 그 둥근 표정
토란잎이 잠자면 그 배꼽 위에
하늘 빛깔로 함께 자고선
토란잎이 물방울을 털어내기도 전에
먼저 알고 흔적 없어지는 그 자취를
그 마음을 사랑이라 부르면 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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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효 -

 

가슴에 굵은 못을 박고 사는 사람들이 생애가 저물어가도록 그

못을 차마 뽑아버리지 못하는 것은 자기 생의 가장 뜨거운 부분을

거기 걸어놓았기 때문이다.

===============================================================================

가슴속에 타오를 듯이 뜨거운 열망 하나, 아픔 하나 품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가장 아픈 곳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잎을 피울 사람들과 술 한잔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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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05-27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은 어떻습니까? ㅋ. 이 시 참...대단하군요!

호밀밭 2004-05-28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떨 때 마음 속에 대못이 박힌 것처럼 멍할 때가 있어요. 전 그게 뭔지 몰라 뽑기도 어렵지만요. 이 시 좋네요.

icaru 2004-05-28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의 중앙에서부터 가슴까지.중앙선을..손가락으로...꾹꾹 눌러 짚어가다 보면 특별히 아픈 부분이 있는 사람은 울화가...가슴에 남은 사람이라더군요...저도...성대 쪽에서 아래로 6~7센티 내려온 중앙 부분을 손가락으로 누르면 굉장히 아픈데...뭔 울화병인가...몰겠어요...

님의 이 시를 읽으니... 김승희의 그런 시구절이 떠올라요...

나는 그의 손에 박힌 못을 빼주고 싶다...
그러나..못 박힌 자는 못 박힌 자에게로 갈 수가 없다...

라는...시였지요..아마...

다연엉가 2004-05-28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 정말 가슴에 팍팍 와 닻습니다.
복순이 언니!!!! 저도 그 쪽이 종종 아픕니다...병원에 가니 그건 일명 말해서 울화병이랍니다.. 언제 한번 산에 올라가서 고함을 지르세요...그러면 좀 나아지더군요.^^^^^^^^^^^

잉크냄새 2004-05-28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샘물은 바위의 상처에서 나오고 진주는 조개의 상처에서 나오듯이 성장에는 아픔을 내재하는 의지가 필요한것 같습니다. 그렇게 가장 아픈곳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것이 삶이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물론 저도 못을 뽑지 못한답니다.

미네르바 2004-05-28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에게도 몇 개의 못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역시 평생 뽑지 못하고 함께 가지고 가겠지요.
그 못을 통해 삶을 배워가겠지요. 아픔도, 사랑도, 용서도, 베품도...

포로롱 2005-04-29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수의 주머니 안에 못들이 몇 개 들어 있었습니다.

그 중 한 못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심각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나는 주머니에서 언제 주인을 다치게 할 지 모르는 존재야. 일을 하다가 만일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말야. 다른 공구함의 것들은 저마다 뚜렷한 일이 있잖아. 예를 들어 사포는 거친면을 매끈하게 다듬고, 송곳은 다른 무딘 것들을 꿰뚫지. 장도리는 나를 박는데 쓰여. 하다 못해 못들 중에서도 나는 압정처럼 뾰족하지도 않아서 쉽게 벽에 들어가지도 않아.'

하지만, 그 못은 자신의 진짜 존재의 이유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자신은 사물을 걸어 두는 데 소용되는 존재라는 것을.

  당신의 마음에 못 하나가 오롯이 박혀 있다면 그것은 누구를 걸어 두기 위함일 겁니다.

시간이 지나 녹이 슬면 누군가 빼내겠지요.

하지만, 아픔은 역시 계속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다른 못이 그 자리를 차지할 테니까.

마음 속의 못을 힘을 사용해서 억지로 빼내려 하지 마세요.

왜냐하면 못의 효용은 벽을 아프게 하기 위함이 아닌

나 아닌 다른 존재를 걸어두기 위함이니까요.

 

언젠가 썼던 글을 옮깁니다. 못 이야기를 하니까 생각이 나서요.^^

 

 


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

 - 김 현태 -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이란
잠자리 날개가 바위에 스쳐,
그 바위가 눈꽃처럼 하이얀 가루가 될 즈음,
그때서야 한 번 찾아오는 것이라고

그것이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등나무 그늘에 누워
같은 하루를 바라보는 저 연인에게도
분명, 우리가 다 알지 못할
눈물겨운 기다림이 있었다는 사실을

그렇기에,
겨울꽃보다 더 아름답고,
사람 안에 또 한 사람을 잉태할 수 있게 함이

그것이 사람의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나무와 구름 사이, 바다와 섬 사이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수 천, 수 만 번의 애닯고 쓰라린
잠자리 날개짓이 숨쉬고 있음을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은,
서리처럼 겨울담장을 조용히 넘어오기에
한 겨울에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놓아야 한다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먹구름처럼 흔들거리더니
대뜸, 내 손목을 잡으며
함께 겨울나무가 되어줄 수 있느냐고,

눈 내리는 어느 겨울 밤에,
눈 위에 무릎을 적시며
천 년에나 한 번 마주칠
인연인 것처럼 
잠자리 날개처럼 부르르, 떨며
그 누군가가, 내게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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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05-24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갈께요.

물만두 2004-05-24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갑자기 눈물이...

잉크냄새 2004-05-25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자리 날개처럼 부르르, 떨며 그 누군가가, 내게 그랬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서글프게도 둘다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잠자리 날개가 바위에 스치는 그 천년을 또 기다려야하나 봅니다.

비로그인 2004-05-25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연이라..인연은 우연인가요, 필연인가요? -.-a

잉크냄새 2004-05-25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년을 기다린 인연이 우연이라 하면 너무 측은하잖아요.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 아닐까요...어깨 한번 툭~

잉크냄새 2004-05-27 0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우연치고는 대단하네요. 서로 2000이라니...
인연이라는 것은
때론 서로의 서재 이천번째 방문자가 되어주는 것이다.

icaru 2004-05-28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인연이라는 것은 때론 서로의 서재에 이천번째 방문자가 되어주는 것이다?? 나의 이천번째 방문자는 어떤 아무개였을까?? 문득 궁금함이 밀려옵니다...
 


풀꽃

 

-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나도 그렇다.

오래 보아주는 사람이고 싶고 오래 보여지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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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05-19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줄 밑은 글은 잉크님 글인가요? 사랑스러운 멋진 말이네요. 그림도요.^^

미네르바 2004-05-19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선의 강아지 풀(맞나요?), 곡선의 들꽃(쑥부쟁이나 구철초는 아닌 것 같고...뭘까?)
너무 예뻐요. 언제부터인가 화려한 꽃보다는 이런 소박한 우리네 꽃들이 더
눈에 들어오고 오래 오래 보게 되더라구요. 제가 자주 가는 산에는 이런 꽃들이 참 많던데...

이파리 2004-05-19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냐세요 (--)(__)(--)!
강아지 풀과 계란꽃(?) 글고... 달맞이꽃(?). 넘 이뻐요. 오래보구 있으니 더 이쁘네요.
근데 있죠. 왜 전 사람을 오래 보면 슬퍼지는 지 모르겠습니다. ㅜ.ㅠ

호밀밭 2004-05-19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말, 참 귀엽네요. 반대로 생각하면 발악같은 느낌도 들지만 재미있고, 귀여워요.사실 풀꽃은 참 풋풋하고, 예쁜 꽃인데.
그러고 보니 오래 보는 것이 어려운 세상이 된 것도 같네요.

잉크냄새 2004-05-20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풀꽃, 참 순수하고 아름답죠!
오래 보아주고 자세히 보아주는 것, 말처럼 쉽지는 않은것 같아요.
참, 이파리님. 계란 후라이꽃으로 사전에 등록할께요.

비로그인 2004-05-20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그런 거 있잖습니까..
영화나 드라마 같은 거 보면 연인들끼리 모래 사장이나 눈밭이나..뭐 그런 곳에 "사랑해"를 적곤 좋아라하는 거..참 유치하다고 생각했었는데..
풀꽃으로 만들어 놓은 "사랑해"는 왜 이리 풋풋하고 순수하게만 느껴지는지...
오래 보아주고 싶고, 오래 보여지고 싶은 맘이 .... 꾸밈 없이 잘 전달되는 듯 하네요. ^^

Laika 2004-05-20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해 글자에서 풀꽃향이 나서 더 예쁜것 같네요... ^^

포로롱 2005-04-29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비꽃을 알아도 봄은 오고
제비꽃을 몰라도 봄은 간다
제비꽃에 대해 알기 위해서
따로 책을 뒤적여 공부할 필요는 없지
연인과 들길을 걸을 때
잊지 않는다면 발견할 수 있을 거야

그래, 허리를 낮출 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거야
자줏빛이지 자줏빛을 톡 한번 건드려봐
흔들리지? 그건 관심이 있다는 뜻이야
사랑이란 그런 거야 사랑이란 그런 거야

봄은, 제비꽃을 모르는 사람을 기억하지 않지만
제비꽃을 아는 사람 앞으로는 그냥 가는 법이 없단다
그 사람 앞에는 제비꽃 한포기를 피워두고 가거든

안도현 《제비꽃에 대하여》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