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발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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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5-08-12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얼마전 우리 집에 와 계셨다. 어머니는 바싹 마른 할머니가 안쓰러워 링겔을 꼽아드리곤 했다. 너무 바싹 마른 팔의 혈관을 찾지 못하여 몇번이나 아픔을 드리는 것이 죄송스러운 어머니와 그런 딸이 안쓰러워 말없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던 할머니의 모습이 갑자기 떠오른다.

2005-08-12 2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weetmagic 2005-08-13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겨울 2005-08-14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골 할머니의 손톱은 핏기가 하나도 없는 불투명한 흰색에 바스러질 듯 매말라 있어, 마늘을 깐다거나 하는 섬세한 노동이 어렵다고 매번 불평을 하십니다. 생명의 기운이 제일 먼저 손톱을 통해 빠져나가는 건 아닌가 싶어서 아릿하면서도 무섭더군요. 사신의 그림자가 저만치서 지켜보는 기분이란, 섬찟합니다.

비로그인 2005-08-15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울과 몽상님의 스케치가 인상적이네요. 삶과 죽음은 하나, 라는 사실을 다시금 느끼는 요즘입니다. 무력함을 느끼지만 숙명에 관해 겸허히 받아들이고 좀 더 좋은 나날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어요.

잉크냄새 2005-08-15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직님 / 아....
우울과몽상님/ 생명의 기운이 제일 먼저 손톱을 통하여 빠져나간다는 말씀, 백번 공감이 가네요.
복돌님 / 삶과 죽음, 인간의 숙명에 대한 겸허한 자세는 삶의 근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직접 찍으신 사진이라니...감탄했소이다.

박가분아저씨 2005-12-10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잘 지내고 있답니다.
차분하게 책상앞에 앉아있을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조금 답답하죠.
외할머니 얘기를 읽으니까 갑자기 우리 외할머니가 생각나는군요. 찡합니다....
 
 전출처 : stella.K > 꿈꾸는 나무들

비 맞는 나무

우산도 없이 맨몸으로
비 맞는 나무는 비맞는 나무다.
온종일 줄줄 흘러내리는
천상의 눈물을 온 몸으로 감수하는
비 맞는 나무는 인내하는 나무다.
모든 것 다 용서하신 어머니같이
비 맞는 나무는 다 받아들이는 나무다.
온통 빗속을 뚫고 다녀도
날개에 물방울 하나 안 묻히는 바람처럼
젖어도 나무는 젖지 않는다.
세속의 번뇌 온몸으로 씻어내려
묵묵히 경행하는 수행자처럼
맨발로 젖은 땅 디디고 서 있는
비 맞는 나무는 비 안 맞는 나무다.

                 -김재진 

 

나무

사람들은 모두 그 나무를 썩은 나무라고 그랬다. 그러나 나는
그 나무가 썩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 밤 나는 꿈을 꾸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 꿈속에서 무럭무럭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가지를 펴며 자라가는 그 나무를 보았다.

나는 또다시 사람을 모아 그 나무가 썩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 나무는 썩은 나무가 아니다.

                   -천상병

 

 나무 타령

긴털잘라 댕강나무 불싸질러 검은재 나무
춤이라도 추자나무 반말찍찍 야자나무
대낮에도 밤나무 삐까 번쩍 광나무
입었어도 벚나무 죽어서도 살구나무
칼로베어 피나무 괴롭구나 고로쇠나무
와들 와들 떨기나무 부들부들 사시나무
망했구나 작살나무  조졌구나 개피나무
다갔는데 오구나무  오자마자 가래나무
화가 나도 참나무  미안하다 사과나무
두손싹싹 비자나무  그렇다고 치자나무
사귑시다 아가시나무  입맞추자 쪽나무
한푼두푼 돈나무  목돈 되네 은행나무
젖먹어라 수유나무  육지에도 배나무
어릴적도 대나무  논에심어도 전나무
말매놔도 소나무  방구 뀌어 뽕나무
칠안해도 도장나무  크긴크다 말좆나무

나무처럼 외로운 사람으로 살고 싶다

바라보면 지상에서 나무처럼
아름다운 사람은 없다
늘 하늘빛에 젖어서
허공에 팔을 들고촛불인 듯
지상을 밝혀 준다땅속 깊이
발을 묻고 하늘 구석을 쓸고 있다
머리엔 바람을 이고
별을 이고악기가 되어 온다.
내가 저 나무를 바라보듯
나무도 나를 바라보고 아름다워할까
나이 먹을수록 가슴에
깊은 영혼의 강물이 빛나
머리 숙여질까
나무처럼 아름다운 사람으로 살고 싶다
나무처럼 외로운 사람으로 살고 싶다
혼자 있어도 놀이 찾아와 빛내 주고
새들이 품속을 드나들며 집을 짓고
영원의 길을 놓는다
바람이 와서 별이 와서 함께 밤을 지샌다

                            - 이성선

자작나무

꼿꼿하고 검푸른 나무들 사이로 자작나무가
이리저리 휘어져 있는 모습을 보면
나는 어떤 소년이 그것을 흔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아무리 흔들어도
눈보라처럼
나무를 영영 휘어져 있게는 하지 못한다.
비 온 뒤의 겨울 아침
나뭇가지에 얼음이 쌓여 있는 것을 보았는가?
바람이 불면 얼음이 흔들려 딸랑거리고
얼음 껍질이 갈라져 금이 가면서
오색빛으로 영롱하게 빛난다.
어느새 따뜻한 햇볕이 얼음을 녹여
언 눈 위에 수정처럼 떨어져 내리게 만든다.
부서진 수정 더미를 쓸어 버리면
그대는 하늘 천정이 무너져 버렸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얼음 무게를 못이긴 나무들은
말라붙은 고사리에 닿도록 휘어지지만,
그러나 부러지지는 않는다, 비록
한 번 휘어버린 채 오래되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오랜 세월이 지난 뒤
금방 머리 감은 아가씨가
무릎 꿇은 채 엎드려 머리를 풀어 털듯이
잎을 땅에 끌며 허리를 굽힌
나무를 만날 수 있으리라.
얼음이 나무를 휘게 했다고 나는 말했지만,
그래도 나는 소를 끌고 나온 소년이
나무를 휘게 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촌구석에 살아 야구도 못 배우고
자기 스스로 만든 장난질이나 치며
여름도 겨울도 혼자 노는 소년
아버지가 가꾸는 나무를 하나씩 타고 오르며
가지가 다 휘고
나무들이 모두 축 늘어질 때까지
거듭 오르내리며 나무를 정복하는 소년
그 소년은 마침내 배웠으리라,
성급히 나무에 오르지 않아야 한다는 법을,
나무를 뿌리째 뽑지 않아야 한다는 법을.
소년은 늘 나무 위로 기어오를 자세를 잡고
우리가 물 넘치는 잔을 다루듯
조심스레 나무를 탄다.
소년은 발이 가장 먼저 땅에 닿도록 몸을 날려
바람을 가르며 땅으로 뛰어 내린다.
나도 한때 그렇게 자작나무를 타는 소년이었다.
지금 나는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근심이 많아지고
인생이 길 없는 숲 같아서
얼굴에 거미줄이 걸린 듯 얼얼하고 간지러울 때
작은 가지가 눈을 때려
한쪽 눈에서 눈물이 날 때
나는 더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내가 사는 세상을 잠시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 새롭게 살고 싶어진다.
운명의 신이 억지를 부려
내 희망을 절반만 들어 주어
나를 데려간 뒤 다시는 이 세상에 돌아오지 못하게 하지는 않겠지.
세상은 사랑하기 좋은 곳
내가 사는 세상보다 더 좋은 곳이 어디 있는지 나는 모른다.
나는 그저 자작나무 타듯 살고 싶을 뿐이다.
하늘을 향해 흰 눈빛 같은 줄기를 타고 검은 가지까지 올라
나무가 더 견디지 못할 정도로 높이 올라갔다가
가지를 늘어뜨리며 맨 땅 위에 내려오듯 살고 싶다.
가는 것도 돌아오는 것도 좋으리라.
자작나무를 흔드는 사람보다 훨씬 못하게 살 수도 있을 테니까.

                                          -로버트 프로스트 

나무는

나무는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않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그러나 굳이 바람이 불지 않아도
그 가지와 뿌리는 은밀히 만나고
눈을 감지 않아도
그 머리는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있다

나무는
서로의 앞에서 흔들리지 않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그러나 굳이 누가 와서 흔들지 않아도
그 그리움은 저의 잎을 흔들고
몸이 아프지 않아도
그 생각은 서로에게 향해 있다

나무는 저 혼자 서 있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세상의 모든 새들이 날아와 나무에 앉을
그 빛과
그 어둠으로
저 혼자 깊어지기 위해 나무는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류시화

나무에 대하여

나는 곧은 나무보다
굽은 나무가 더 아름답다
곧은 나무의 그림자보다
굽은 나무의 그림자가 더 사랑스럽다
함박눈도 곧은 나무보다
굽은 나무에 더 많이 쌓인다
그늘도 곧은 나무보다
굽은 나무에 더 그늘져
잠들고 싶은 사람들이 찾아와 잠이 든다
새들도 곧은 나뭇가지보다
굽은 나뭇가지에 더 많이 날아와 앉는다
곧은 나무는 자기의 그림자가
구부러지는 것을 싫어하나
고통의 무게를 견딜 줄 아는
굽은 나무는 자기의 그림자가
구부러지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

                     -정호승

기다림의 나무

이정하

내가 한 그루 나무였을 때
나를 흔들고 지나가는 그대는 바람이었네.
세월은 덧없이 흘러
그대얼굴이 잊혀 갈 때쯤 그대 떠나간 자리에
나는 한그루 나무가 되어 그대를 기다리리.
눈이 내리면 늘
빈약한 가슴으로 다가오는 그대.

잊혀진 추억들이 눈발 속에
흩날려도 아직은 황량한 그곳에
홀로 서서 잠 못 들던 숱한
밤의 노래를 부르리라.
기다리지 않아도 찾아오는 어둠 속에
서글펐던 지난날의 노래를 부르리라.

내가 한그루 나무였을 때
나를 흔들고 지나간
그대는 바람이었네.

 

늙은 나무

쩌-억 쩌-억
나무가 운다

늙은 나무가
마른 가지를 틀며
남자의 울음보다 더 진하게
가슴을 긋는다

바람을 타는 수면 위로
낙엽 하나 떨치고

호숫가
늙은 나무는
일렁이는 달빛을 가른다

쩌 - 어 - 억

   -김채빈

출처:보물 없는 보물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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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05 2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5-07-06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 쩌억 쩌억 나무가 울고 갈만한 시입니다요.

미네르바 2005-07-08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나무들이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요. 시도 너무 좋아요. 퍼가도 되지요? 두고 두고 보고 싶네요. 시랑, 그림이랑...

잉크냄새 2005-07-08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네르바님 / 님의 ...길...에 딱 어울리는 나무 사진들이라 여겨집니다. 물론 퍼가도 되지요. 저도 퍼온걸요.
 
 전출처 : 파란여우 > 봄 밤-황지우

봄 밤

소쩍새가 밤새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
피로써 제 이름을 한 천만 번 쓰고 나면
일생이 두렵지 않을까

누가 나를 알아볼까 두근거리는 것도
내 여직 거기에 붙들려 있음이니
어두운 봄밤 돌담길로 다가오는 인기척을
내가 못내 피하면서도 사람이
내게 오기를, 어서 내게 오기를
조마조마하지 않았던가

내 발자국 소리 들은 멧새가
건들어 놓은 잔가지들처럼
내마음 뭔가 기척에 미리 놀라 이리 흔들거리니
문앞의 不在가 나의 부름을 기다리게 했었구나

골목 끝, 활짝 형광등을 켠 살구꽃나무 한 그루
아직 세상에 있으니 다행이다
목숨 있을 때 살아야지

밤새 소쩍새 마을로 내려와
제 이름 대며 딸꾹질한다

-황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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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5-05-23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밤에 술먹고 딸꾹질하며 퍼오다

파란여우 2005-05-23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꾹~~~(신호^^)

sweetmagic 2005-05-24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꾹~~~딸꾹~~~(신호 둘 ㅋㅋ)

잉크냄새 2005-05-26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꾹~~~딸꾹~~~딸꾹~~~(신호 셋ㅎㅎ)
 
 전출처 : 꼬마요정 > 신들의 가계도 - 올림포스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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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5-03-23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둥이 제우스의 족보....하여간 이놈은...

Laika 2005-03-23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한때 이걸 그려가며 책 읽은적이 있었는데, 여전히 잘 몰라요...

잉크냄새 2005-03-24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어렵죠. 그래도 신들의 아버지가 제우스 하나로 줄어들어 외우기 편해요.^^

김여흔 2005-03-24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우스 .. 존경해야겠군요. ㅎㅎ

2005-03-28 08: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5-03-28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흔님 / ㅎㅎ, 제우스 이 놈의 또 다른 업적은 아무래도 별자리 신화를 많이 만들어준 장본인이라는 것입니다.

미네르바 2005-03-31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미네르바의 아버지 제우스는 바람둥이였어요.(흑흑흑~~~) 그래서 저의 어머니 메티스가 얼마나 마음 고생을 했는데요. 그것도 모자라서 제 어머니를 잡아 먹고 저는 결국 아버지 머리에서 태어났답니다. 불쌍한 우리 엄마, 메티스...^^*

잉크냄새 2005-04-01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네르바님 / 머리에서 태어났기에 미네르바는 지혜의 여신이 되었나 봅니다.
 
 전출처 : 꼬마요정 > 신들의 가계도 - 자연의 신

자연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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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5-03-23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이라이....경상도 사투리 같은 이 단어가 운명이란다.
왜 운명이란 단어만 보아도 설레이는지...

미네르바 2005-03-31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운명>이란 단어... 예전엔 몰랐는데 이만큼 나이를 먹고 보니 정말 운명이란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간으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어떤 것... 그것이 슬픔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슬픔을 이기는 힘이 되기도 하네요. 단순히 체념과는 다른 것 같아요. 운명이란 단어에 설레이신다니, 님은 왠지 생을 긍정적으로 사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도 그런 설레임을 갖고 싶어요^^

잉크냄새 2005-04-01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긍정적인 삶을 살려고 노력합니다.
설레임이란 단어 무덤까지 데리고 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