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기만이 없다면 희망은 존재할 수 없지만, 용기는 이성적이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를 본다. 희망은 소멸할 수 있지만, 용기는 호흡이 길다. 희망이 분출할 때는 어려운 일을 시작하는 것이 쉽지만 그것을 마무리하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전쟁을 이기고, 대륙을 제압하고, 나라를 세우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희망없는 상황에서 용기가 힘을 발휘할수 있게 해 줄 때 인간은 최고조에 달할 수 있다.

<에릭 호퍼 자서전>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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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6-05-09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드뎌 읽으셨구랴..아니 진행중이신가요?
용기...저 오늘 용감하게 거미 두마리를 죽였답니다.
이걸 용기라고 하나요? 아님, 용감하다고 하나요? 아아, 무식..

잉크냄새 2006-05-10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사실 떠돌이라는 말에 혹해서 읽었다지요.

2006-05-15 0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5-15 2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6-05-17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1님. 오케이입니다. 6월초쯤에...ㅎㅎㅎ
속삭2님. 음...아마도 귀신이 아닐까 합니다.

2006-05-30 0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6-06-12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 저도 잠시 들러보았습니다. 근데 전 여기저기 블로그 등록하는게 귀찮고 싫어서... 그냥 여기서 님의 소식 접하렵니다.^^ 자주 오세요.
 

우리는 벽으로 인하여 망가진 감정을 너무나 단순하게 처리하려 드는 것을 봅니다. 감정을 이성과 대립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이성에 의하여 감정을 억제하도록 하는, 이를테면 이성이라는 포승으로 감정을 묶어버리려는 시도를 종종 목격합니다.
이것은 대립물로서의 이성을 대립적인 것으로 잘못 파악함으로써 야기된 오류입니다. 감정과 이성은 수레의 두 바퀴입니다. 크기가 같아야 하는 두개의 바퀴입니다. 낮은 이성에는 낮은 감정이, 높은 이성에는 높은 감정이 관계되는 것입니다. 일견 이성에 의하여 감정이 극복되고 있는 듯이 보이는 경우도 실은 이성으로써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이성의 높이에 상응하는 높은 단계의 감정에 의하여 낮은 단계의 감정이 극복되고 있을 따름이라 합니다. 

신영복 교수님의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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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주 2005-08-29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신영복샘이군요. 저도 이 책 읽었는데 너무 오래되어서 가물가물.. 다시 읽어야겠어요.

검둥개 2005-08-29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성의 높이에 상응하는 높은 단계의 감정, 저도 배우고 싶어요...

마늘빵 2005-08-29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읽은지 오래되서 별로 기억에 남는게 없네욤. 감옥에서 낑겨 자면서 인간다움 어쩌고 한 그거는 가물가물 기억나는데.

2005-08-29 2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5-08-30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보라님 / 님은 벌써 읽으셨군요. 부끄럽게도 전 십여년이 훨씬 지난 지금에야 감동하며 읽고 있답니다.
검정개님 / 소위 말하는 이성과 감정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더군요. 이성의 높이에 상응하는 높은 단계의 감정이라...
아프락사스님 / 님이 말씀하신 부분은 여름 징역살이 라는 서간문인것 같네요. 철학을 전공하신 님이 바라보는 교수님은 어떨까 궁금하네요.
속삭이신님 / 그렇게 버리는 것이 가장 큰 용기가 아닐까요. 다음에는 이쪽으로도 퍽퍽 줘버려주시길... 아, 근데 전 지금 감정의 기복이 없다고요...ㅎㅎ

비로그인 2005-08-30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짱구는 못말려>란 만화 영화를 보면 딱 제 스퇄인 캐릭터가 나옵니다. 짱구가 눈치없이 유리몫의 비싼 소갈비까지 먹어치우자 유리엄마는 부글부글 끓는 속을 참으며 짱구에게 정말 잘 먹는다고, 웃으며 격려해주죠. 그리곤 화장실에 가서 권투 글러브를 끼고 토끼 인형을 꺼내 사정없이 펀치를 날리더라구요. 이성의 높이만큼 감정도 성숙하는 거라면 전 아직 유리엄마 단계인 듯 합니다. 멀었다는 얘기죠. 글고 선생님 책은 시기가 언제든 새로운 감동을 주더라구요.*^^*

잉크냄새 2005-08-30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이님 / 오호, 참 적절한 비유군요. <짱구는 못말려>에 담긴 철학적 의미를 그리도 잘 짚어내시다니..역시...ㅎㅎ

파란여우 2005-08-30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어려워요..너무 철학적에요.암튼, 짱구도 먹고 싶고, 굴비도 먹고 싶어요^^

2005-09-01 1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5-09-01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님 / 웬 엄살을 떨고 그러시나요?? 님의 심오한 글에 항상 감탄하는 잉크이거늘...
속삭님 / 무슨 말씀이세요. 그렇게 활달하고 명랑한 모습을 보는것 같아 을메나 흐뭇하다고요. 님의 글 자주자주 접하는 것이 이생의 봄날 (노래 제목?) 같다고요..^^
 



여름 징역살이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여름 징역의 열 가지 스무 가지 장점을 일시에 무색케 해버리는 결정적인 사실 - 여름 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사람을 단지 37℃의 열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옆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인 우정과는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의 형벌입니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미워한다는 사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미움받는다는 사실은 매우 불행한 일입니다. 더욱이 그 미움의 원인이 자신의 고의적인 소행에서 연유된 것이 아니고 자신의 존재 그 자체 때문이라는 사실은 그 불행을 매우 절망적인 것으로 만듭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 자신을 불행하게 하는 것은 우리가 미워하는 대상이 이성적으로 옳게 파악되지 못하고 말초감각에 의하여 그릇되게 파악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알면서도 증오의 감정과 대상을 바로잡지 못하고 있다는 자기혐오에 있습니다.

자기의 가장 가까운 사람을 향하여 키우는 '부당한 증오'는 비단 여름 잠자리에만 고유한 것이 아니라 없이 사는 사람들의 생활 도처에서 발견됩니다. 이를 두고 성급한 사람들은 없는 사람들의 도덕성의 문제로 받아들여 그 인성(人性)을 탓하려 들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오늘 내일 온다 온다 하던 비 한줄금 내리고 나면 노염(老炎)도 더는 버티지 못할줄 알고 있으며, 머지않아 조석의 추량(秋凉)은 우리들끼리 서로 키워왔던 불행한 증오를 서서히 거두어가고, 그 상처의 자리에서 이웃들의 '따뜻한 가슴'을 깨닫게 해줄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추수(秋水)처럼 정갈하고 냉철한 인식을 일깨워줄 것임을 또한 알고 있습니다.

다사했던 귀휴 1주일의 일들도 이 여름이 지나고 나면 아마 한 장의 명함판 사진으로 정리되리라 믿습니다. 변함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친정부모님과 동생들께도 안부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1985.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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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7-24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뎌 읽으시는군요..흐흐^^

비로그인 2005-07-25 0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의 옥중서신. 다시 읽고 싶은 책, 1순위에 꼽히는 책입니다. 아, 그나저나 찌찌뽕! 아무래도 날씨 탓일까요? 며칠 전에 땀이 진득하게 고인 제 팔을 스치고 지나가는 사람이 있어 무심코 '존재 때문에 미움을 받는다'라는 구절을 떠올렸걸랑요. 미움받지 않으려 자주 씻고 다니려 노력은 하는디, 어째..좀..(거참, 요즘 날씨하곤ㅡㅡa)

진주 2005-07-25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부분이 가장 와닿았어요.-옆사람을 증오하게 만드는 여름 징역살이....

잉크냄새 2005-07-25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님 / 드디어가 아니랍니다. 벌써 한달가량 보고 있답니다. 보고 또 보고 의미를 되새기면서...
복돌이님/ 제가 읽자마자 다시 읽고자 하는 유일한 책입니다. 이번 여름휴가에 다시 한번 읽을 요량입니다. 존재로 인하여 기쁘고 존재로 인하여 슬픈 인간의 모습을 참 잘 나타내는 글인것 같네요.
진주님 / 저도 여름 징역살이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그 외에도 유랑, 문신, 노랑머리 창녀에 관한 글도 기억에 남네요. 이 글이 책 표지에 올라있는 글이죠.
 

더 좋은 잔디를 찾다가 결국 어디에도 앉지 못하고 마는 역마(驛馬)의 유랑도 그것을 미덕이라 할수 없지만 나는 아직도 달팽이의 보수(保守)와 칩거(蟄居)를 선택하는 나이가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역마살에는 꿈을 버리지 않았다는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이며 바다로 나와버린 물은 골짜기의 시절을 부끄러워하기 때문입니다.

- 신영복의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p180~1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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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6-22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이 저를 몰라보셔도 추천은 할께요..험험
-이젠 역마살이 두려운 파란여우-

Laika 2005-06-22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마.살.......음.....

꼬마요정 2005-06-23 0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역마살 하니까... 뜬금없게도... 도화살이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요...?? 같은 살이라서? 살... 상충살도 있었던 것 같은데.. 아아~ 주제에서 한없이 비켜나는 나의 한심함...흑흑

플레져 2005-06-23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마살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기여요, 제겐.
역마살이 부족해서 뭘 못하고 있단 느낌...ㅎㅎㅎ

chika 2005-06-23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꼬마요정님, 괜찮아요. 저는 심각해지려다가 님 댓글보면서 '물렁살'을 떠올렸네요. ㅎㅎ
바다로 나와 버린 물.... 좋은 글 감사. ^^

잉크냄새 2005-06-23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외인데요...
역마살에 이리도 애틋한 감정과 사연 한조각씩 품고 계실것 같은 모습들이라니요...^^

2005-06-24 1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6-24 1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가없는 이 안 2005-06-27 0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8800

이렇게 하는 거 맞겠죠? 저도 서재지수 잡아주신 거 신기해서 뭘 좀 잡아보까... 둘러봤어요. 큭큭. 출근하기에 이보다 기분 우울한 날도 없겠네요. 비는 좍좍 내리고, 하늘은 먹장구름으로 깔렸고, 교통은 꽉꽉 막힐 테고, 음 어쩌면 월요일엔 회의도 있을 수 있겠고... 아이 그림책에 그런 말이 있어요. Monday가 Runday 라나요. 일 주일 열심히 뛰라는 날로 받아들이자구요. ^^


잉크냄새 2005-06-28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 저도 사람들의 바로 그 질문이 두려워 미리 말씀을 드렸던 것입니다. 그나저나 어서 쾌차하시어 또 자주 뵈어야 할텐데요.^^
이안님 / 가끔은 눈에 와서 확 박히는 숫자가 있더라고요. 제가 그날 잡은 서재지수 10000 이란 숫자도 눈에 와서 확 박히던걸요. Runday....화이팅입니다.
 

억새의 꽃은 흩어져 멸렬하기 위하여 피어나는 꽃이다. 그 꽃들은 죽을 때 땅으로 떨어지지 않고 바람 속에 흩어진다. 추락하는 꽃들의 내면에는 영광과 치욕을 함께 소리지르는 아우성이 들끓고 있을 테지만, 산화하는 꽃들의 내면에는 생애의 무게가 잘 빻아진 마른 뼈의 가루들로 들어 있을 것 같다.

- 김훈 < 풍경과 상처> p1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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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5-03-29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른 겨울 아침에 보았던 억새가 생각나요...

파란여우 2005-03-29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님!
오늘 책 주문했습니다.
님에게 투병중인 장영희 교수의 글이 많이 읽혀졌으면 싶군요.
항상 관심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저녁 되세요^^

icaru 2005-03-29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훈 < 풍경과 상처> 이 책...님에게...큰 영감이 되어주는 책인듯해요...
억새...일명 으악새...맞남요? (잘못 아는 척 함..이거이거 뻘짓인데........) 이 풀에도 꽃이 있나봐요...

잉크냄새 2005-03-29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찬미님 / 전 억새하면 정선 민둥산이 떠오릅니다. 가을 산행을 생각하고 간 정선에서 민둥산 입구는 찾지 못하고 오히려 정선 팔경에 매료되어 차로 하루종일 돌아다닌 기억이 납니다.

파란여우님 / 뭐라고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장영희 교수의 글은 영시 번역을 통해서 처음 접했습니다. 아름다운 글 읽을 기회를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복순이 언니님 / 영감도 영감이지만 너무 어렵게 쓴것 같아서 읽는 동안 힘들었습니다. 억새꽃이란 말은 저도 처음 들었답니다. 근데 으악새는 뻐꾸기 아닌가요? 아아~ 으악새 슬피우는 가을인가요~~~

진주 2005-03-30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악새는 복순이 언니님의 말씀이 옳은 듯 아뢰오.

미네르바 2005-03-31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억새꽃은 역시 민둥산인 것 같아요. 저는 작년에 가 보았는데, 오래 기억에 남을 만한 곳이에요. 김훈의 <풍경과 상처>는 결코 쉽게 넘길 수 있는 책은 아니지요? 저도 오래 오래 읽었어요. 여전히 가끔씩 또 펼쳐 보는 책이구요.

잉크냄새 2005-04-01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찬미님 / 무식한 저를 용서해주시길...^^
미네르바님 / 예전에 보내주신 김훈의 < 풍경과 상처 > 를 이제야 다 읽었네요. 읽고 다시 앞으로 돌려 읽고 그래도 너무나 멀리 있는 글같이 느껴집니다. 시간이 더 흐른후 다시 한번 바라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