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보아야 할 전시인데...그동안 벼르고 미뤘다가...

고마우신 분의 티켓 선물에...큰 아이 학교 숙제 (놀토 현장학습 보고서쓰기..주제는 자유..)를 핑계로...하던 일도 미뤄놓고 애들 양손에 잡고 길을 나섰다. 눈오고 비오고 바람 엄청 부는 궃은 날씨에 우산 들고, 애들 우비까지 가방에 넣어서....내심 날씨가 이모냥이니 관람객이 좀 적겠지...하는 기대를 가지고 미술관을 향했다.

미술관에 들어서니 사람들이 바글바글해서 나의 기대는 곧 무너졌지만.....전시회 내용 자체는 기대 이상이었다.

한번도 접하지 못했던 작품들도 꽤 있었고...그 접하지 못했던 작품들이 전혀 질적으로 떨어지거나 그저그런 것이 아니라....오히려 새롭고 참신하게 느껴졌다는 점......

그동안 화보나 각종 매체를 통해 접했던 그림들도 실물을 보니............새삼.........감동스럽고 더 큰 호소력을 느꼈다는 점.....

전에는 알지 못했던 마그리트의 삶의 역사...작품 경향을 접할 수 있었다는 점....(1940년대 초의 외도....에 가까운 화풍의 실험이 재미있었다.  마그리트는 인상주의 화풍의 그림도 썩 잘 그려냈고 약간 냉소적으로 그린 야수파적 그림들도 선보였고...연도는 정확히 기억할 수 없지만 큐비즘의 공식대로 그려낸 작품도 하나 있었다- 그 어느 것이든..참...잘~ 그렸다. 마치 나는 맘먹으면 이런 식의 그림도 저런 식의 그림도 얼마든지 그려낼 수 있어! 라고 말하는 듯.............)

그런 것들이 전시회 관람에서 나의 기대를 뛰어넘은 소득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사실 나는 르네 마그리트라는 화가에 대해서는 "특별한" 관심이나 애정은 없었다. 그냥...그림을 참...잘 그리는 화가구나...시각적으로 아름다운 영상을 만들어내는 재주가 있고......사람들에게 작은 충격을 선물해주는 상상력을 지니고 있고....자신의 작품세계...테마를 집요하게 가꾸어나가고 완성해나가는 의지와 노련함을 가진 화가........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어쨌거나 과연 그는 거장이고...오늘 전시회를 보면서...나는 그를 "천재"였다고 인정해주기로 했다.......

그러면서....마그리트의 세계로 안내해준 또 하나의 "천재"가 자꾸만 마음에 떠올랐다. 그 사람은 "살바도르 달리"이다. 내가 초현실주의 미술에 어마어마한 관심과 애정을 느낀 것도.....미술 전반에 관심과 애정을 느낀 것도...따지고보면 모두 달리와의 첫 만남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달리와의 첫 만남.......중학교 1학년 미술책에 실린 손바닥 반의 반만한 "기억의 고착"이었다.

그 그림을 보고 느낀 충격......홀린 듯한 느낌....갑자기 그동안 알지 못했고 상상도 못했던 신비한 세계의 문이 잠깐 열렸다 닫혀서 짧은 순간 그 너머를 흘낏 바라볼 기회를 얻은 듯한 느낌........일단 그런 느낌을 맛보고 난 후......그 문 너머 세계에 대해 느끼는 엄청난 갈증...욕구......

왜? 왜 그토록 달리의 그림에 매혹되었을까...........나 자신에게 묻는다면...그냥....뭔가...그와 나 사이에 주파수가 맞았기 때문이라고밖에 이야기하기 어렵다.

그 무렵 (그리고 그 후 내내) 나는 꿈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꿈의 세계...무의식의 세계를 포착해서 현실의 화폭에 표현해내는데 있어서 달리가 그 누구도 따를 수 없는 대가의 솜씨를 지녔기 때문일 수도 있다...(달리가 그토록 꿈의 세계를 잘 표현해낼 수 있었던 것은...그의 천재성이 물론 더 큰 몫을 했겠지만...그가 말 그대로 "꿈을 그렸기" 때문이었다. 어느 책에선가...달리가 잠이 들 무렵 어지럽고 기괴하며 생생한 꿈이 시작될 때-hypnagogic hallucination- 스스로 잠을 깨워서 꿈에서 본 이미지를 그렸다고 한다. 이것이야말로 초현실주의의 중심적 기법인 automatism의 한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달리에게 마치 번개라도 맞은것 같은 사랑을 느낀 것은........

어쩌면 그냥 내 인생에서 참으로 적절할 때 그를 만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한참 감수성 예민한 13살 무렵....예술적, 심미적 자극이라고는 거~~~의 전~~~혀 받아본 일이 없는 순백의 설원과 같은 경험의 빈곤상태..........그 때 만난 "아름다운 것들"은............이를테면 비틀즈의 음악, 카뮈의 소설과 에세이, 심금을 울린 영화들은...........얼마나...얼마나...상상을 초월할만큼 아름다웠던가................

그런 의미에서...콩알만한 녀석들을 데리고 이런 미술관에 다니는게 잘 하는건지 어떤지 모르겠다.

미적 감각이 좀 더 발달할지 어떨지는 모르지만...문화적 지식이야 좀 더 풍부해지겠지만......아주 어릴때부터 이런 자극에...이런 귀하디 귀한 보물에 서슴없이 노출되다보면...모든게 너무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지게 되지는 않을지...무뎌지지는 않을지...귀한줄 모르게 되지는 않을지....뭐가 진정 나와 주파수가 맞는지.....헷갈리게 되지는 않을지...

하다못해.....13살의 엄마가 느꼈던...번개처럼 찌릿찌릿한 그런 충격을 맛볼 기회를 잃어버리게 되는건 아닐지...................................조금 걱정이 되었다.

그 번개맞는 것같은 경험...심미적 epiphany의 경험은.........그 이전의 모든 빈곤과 결핍을 상쇄하고도 남을만큼 멋진 것이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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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딸기 > 멋진 책!
아인슈타인의 베일 - 양자물리학의 새로운 세계
안톤 차일링거 지음, 전대호 옮김 / 승산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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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00년 전에 영국의 영(Young)이라는 과학자는 빛이 ‘파동’임을 보여주기 위해서 두개의 좁은 틈으로 빛을 비추어 물결무늬 그림자를 보여주는 ‘이중 슬릿(틈새)’ 실험을 생각해냈다. 이중슬릿은 과학책을 한두 번이라도 들춰본 사람이라면 도저히 피해갈 수 없는, 현대물리학에서 빠지지 않는 획기적인 실험이었다.
양자역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이중슬릿 실험을 여러 용도에 응용하면서 놀라운 사실을 알아냈다. 빛은 입자(광자·光子)처럼 행동하기도 하고, 파동처럼 행동하기도 한다. 언제 입자가 되고 언제 파동이 되는 것일까? 우습게도 빛은, 이중슬릿을 관찰하는 내가 광자의 위치를 알고 있을 땐 입자처럼 행동하고, 모르고 있을 땐 파동처럼 행동한다! 놀랍지 않은가? 빛이 내가 지켜보는 것을 어떻게 알고 내 눈길에 따라 행동방식을 바꾼단 말인가.

과학자들에게 가장 유명한 고양이, ‘슈뢰딩거의 고양이’라는 것이 있다.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는 듣기에 따라선 좀 잔인하게 생각될 수도 있는 실험 하나를 제안했다(어디까지나 생각과 논리만으로 이뤄지는 사고실험이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상자 안에 고양이를 가두고 스위치를 눌러, 상자 속 방사능 폭발장치를 가동시킨다. 스위치를 누른 순간 폭발이 일어날 확률은 50%. 스위치를 누르고 5분 뒤에 당신은 상자 뚜껑을 연다. 고양이는 살아 있을까 죽어있을까?

고양이의 운명은 5분 전에 결정됐지만, 당신이 뚜껑을 열 때까지 5분 동안 고양이의 생명은 ‘결정돼 있지 않다’. 과학자들은 고양이의 생사를 ‘파동함수’로 표현을 한다. 그들의 어법을 빌자면 5분 동안 파동함수는 ‘중첩’돼 있는 것이 된다. 바꿔 말하면 고양이는 ‘살면서 또한 죽어있는’ 것이다. 고양이의 생명을 가르는 파동함수는 당신이 상자를 여는 순간에야 비로소 고정되는 것이다. 시인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했는데, 양자물리학자들 버전으로 바꾸면 “내가 그에 대한 정보를 확인했을 때 그는 내게 와서 실재(實在)가 되었다”가 된다.


그저 말장난처럼 들릴 수도 있다. 살고도 죽었다니, 내가 쳐다보는 순간 정체를 바꾸는 빛이라니. 내가 가진 정보가 물질세계를 규정한다고 하니, 이만저만한 유아론(唯我論)이 아닌 셈이다. 정보가 실재를 만든다는 것은 아무래도 믿기 힘든 소리다.

때로 현대물리학은 직관으로 이해하기 힘든 것을 받아들이라고 요구한다. 아인슈타인의 베일 뒤에 가려진 양자의 세상은 우리의 직관, 상식을 완전히 던져버리기 전엔 상상조차 하기 힘든 공간이다.

안톤 차일링거

안톤 차일링거는 오스트리아 비엔나대학에서 일하는 유명한 물리학자다. 비엔나대학 실험물리학연구소는 현대물리학의 선조 격인 루드비히 볼츠만과 에른스트 마흐, 앞서 말한 고양이의 냉정한 주인 슈뢰딩거가 여기에서 연구를 했다. 차일링거 박사의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양자역학의 세계에서 공상과학소설의 단골 소재인 순간이동이 가능함을 입증해보였다. 방법은, 여기 있는 양자의 ‘정보’를 저리로 옮겨 일종의 재생을 하는 것이다.
차일링거는 우리가 가진 세상을 정보가 결정한다는 주장을 넘어, 정보가 물질세계를 구성하는 근본적인 존재라고 주장한다. 그 단위로는 비트(bit)를 개량(?)한 ‘큐비트(qubit)’이라는 것을 제안한다.

여기 이 입자는 내가 측정하기 전에는 여기 있지 않았다. 여기 이 고양이는 내가 상자를 열어보기 전에는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니었다. 정보가 곧 세계이다. 고대인들은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에테르(ether)라는 물질이 둘러싸고 있다고 믿었다. 현대 과학자들은 자기장, 전기장 같은 장(場)들이 세상을 감싸고 있다고 말한다. 차일링거는 에테르와 장을 ‘정보’로 바꾸었다.

‘정보 환원주의’라는 비판이 나올 법도 하다. 하지만 빛이나 전기, 자기, 에너지처럼 지금은 잘 알려진 것들도 예전엔 미지의 것들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저런 개념들이 물질세계를 지배하는 존재로서 과학의 영역에 들어온 것은 몇 백 년 동안의 일이다. 비트, 디지털 같은 말들이 우리 귀에 들려오기 시작한 것은 불과 수십 년 간의 일일 뿐이다.

양자의 세계로 들어가면 우리의 일상이 펼쳐지는 ‘뉴턴적(的) 공간’의 물리학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이 작고 미묘한 세계에서 실재성(實在性)이나 객관성은 너무나 취약한 개념들이다.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이후 물질세계에서 절대적인 것, 객관적인 것은 사라져버렸다. 양자들의 세계는 측정불가능하며, 확률적인 정의만이 가능한 세계다. 그곳은 불확정성의 원리가 지배하는 곳, 세상의 천재과학자들마저 아연케 만드는 당혹스러운 공간이다. 관측자가 가진 ‘정보’가 관측 대상과 피드백을 해 존재의 조건을 바꾸는 것이 양자들의 세상인 것이다. 차일링거의 ‘정보’가 세상의 구성요소로 격상될 순간이 오지 말란 법은 없는 것이다.


이 책은 쉽지는 않다. 하지만 재미있다. 원래 양자역학은 어려운 법이다.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아인슈타인도, 리처드 파인만도 양자역학은 어렵고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책에서 차일링거는 양자역학의 기본개념들을 재치 있게 설명한다.
차일링거가 보여주는 탁월함은 어려운 개념에 대한 쉬운 설명들과 ‘정보 물리학’에 대한 통찰력을 넘어서, 철학적 질문들로 향해갔을 때 빛을 발한다. 정보가 실재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스무고개 같은 간단한 사고실험 등을 통해 보여준 뒤, 차일링거는 과학과 철학의 전면적인 만남을 시도한다. ‘정보는 물질세계의 근본이다’라는 것이 사실이라면 우리의 세계관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책의 후반부는 양자역학의 주요 개념들이 어떻게 철학적 질문들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데에 할애돼 있다.

 

“우리는 많은 것이 아직 불분명하고 몇 가지 매우 중요한 질문이 아직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영역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실재와 정보를 포괄하는 개념의 본성에 대한 질문, 즉 앎의 본질에 대한 질문도 그런 질문들 중 하나이다.”


양자물리학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놓은 것을 보면 차일링거는 물리학자이자 철학자이면서 작가적 역량 또한 탁월한 사람이다.


 

같은 출판사에서 같은 시기에 출간된 ‘과학의 새로운 언어, 정보’ (Information - The Language of Science. 승산)는 미국 물리학자 한스 크리스천 폰 베이어가 차일링거의 연구와 아이디어에 감복해 내놓은 ‘정보 물리학 소개서’다. 이 책을 먼저 읽고 ‘아인슈타인의 베일’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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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번역가의 괴로움

한겨레의 기사들을 훑어보다가 '번역가의 괴로움'이란 칼럼을 읽게 되었다. 제목 자체가 최근에 문제된 '대리번역' 파문과 연관이 있을 거라는 건 칼럼을 읽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특이할 만한 사항은 가브리엘 마르케스 전문 번역가로 유명하다는(아마도 마르케스의 노벨상 수상에도 일조했을 듯싶다) 그레고리 라바사를 소개하고 있는 대목이다.

 

 

 

 

<백년의 고독> 혹은 <백년 동안의 고독> 영역본의 그의 작품이라는데(국내에도 여러 번역본이 출간돼 있다), 마시멜로보다는 라바사에 흥미를 느껴서 몇 가지 검색을 해보았다. 한겨레의 칼럼과 함께 재작년 뉴욕타임즈 기사를 옮겨놓는다.

한겨레(06. 10. 24) 번역가의 괴로움

<마시멜로 이야기>라는 책의 대리번역 또는 이중번역 논란으로 모처럼 번역가들한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덕분에 번역가들의 어려운 처지도 약간 드러났으나, 아무래도 나쁜 인상이 더 클 것 같다. 굳이 이번 일이 아니더라도 번역가들이 주목받는 건 흔히 부정적인 사건이나 경험을 통해서다. 독자들은 번역이 너무 엉망이라고 느낄 때나 ‘도대체 누가 번역했어’ 하며 이름을 확인하는 게 보통이다. 번역의 어려움을 알 만한 학자나 전문가들 사이에도 원전을 강조하고 번역서와 번역가를 낮춰보는 경향이 꽤 있다.

하지만 훌륭한 번역가가 문화에 이바지하는 바는 셈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이 점은 미국의 유명 번역가 그레고리 라바사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1922년 쿠바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60년대 초부터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를 쓰는 작가 약 30명의 작품 60권 정도를 영어로 번역했다. 그가 아니었다면 남미 문학이 이렇게 세계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가 70년에 번역한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소설 <백년의 고독>은 또하나의 훌륭한 창작품이라는 말까지 들었다. 이 말엔 긍정과 부정의 의미가 함께 담겨 있다.

라바사에게도 번역은 쉽지 않은 작업인 듯하다. 책 전체를 미리 읽지 않고 읽어가면서 번역하기로 유명한 그는 지난해 쓴 회고록 <이것이 반역이라면>에서 번역을 모순적으로 규정한다. 어떤 대목에서는 그저 ‘단어들을 따라가기’로 묘사하다가, 다른 대목에서는 ‘개인적인 선택에 근거한’ 아주 주관적인 작업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만큼 번역은 미묘하고 까다로운 일이다. 독자들이 이런 어려움까지 알 필요는 없겠지만, 책을 잡을 때 ‘이름 없는 봉사자’인 그들을 한번 생각해주는 정도의 관심은 필요할 것이다.(신기섭 논설위원)

A Translator's Long Journey, Page by Page

By ANDREW BAST

Published: May 25, 2004

On Gregory Rabassa's crowded bookshelves is a first edition of "Rayuela," the experimental 1963 novel by the Argentine novelist Julio Cortázar. Mr. Rabassa had just finished his Ph.D. in Portuguese in the mid-1960's when an editor at Pantheon — who had noticed his work editing a failed literary magazine at Columbia University — asked him to translate Mr. Cortázar's book from Spanish into English. Without having read what has been called a "fiendishly esoteric" novel, Mr. Rabassa sat down and typed a draft in English, word by word. In 1967 Mr. Rabassa's work, titled "Hopscotch" in English, won the first National Book Award for translation.

"I've got 50 of them behind me," Mr. Rabassa said, reflecting in the Upper East Side apartment he shares with his wife, Clementine. He has a slight build and white hair that he wears like a crown. He is surrounded by novels written by literary giants like Jorge Amado, Mario Vargas Llosa, José Lezama Lima and Gabriel García Márquez, the original Spanish or Portuguese edition beside his published English translation.

Now, at 82, Mr. Rabassa is finally going to publish his own first full-length book, "If This Be Treason: Translation and Its Dyscontents," a playful reflection on his life's work that New Directions is planning to bring out next spring.

"My thesis in the book is that translation is impossible," Mr. Rabassa said. "People expect reproduction, but you can't turn a baby chick into a duckling. The best you can do is get close to it."

If that is true, then Mr. Rabassa has gotten about as close as one can. He is widely considered one of the greatest practitioners of his craft. "Rabassa's great gift is to find the music in English that is true to the language of a wide range of writers in Spanish," said Dan Simon, the founder of Seven Stories Press, which has published some of Mr. Rabassa's translations. "Had Rabassa become a diplomat or brain surgeon, we could easily imagine not having readable translations of Cortázar and García Márquez."

Yet for all the accolades, translation is still a difficult and poorly understood art. Often the translator's name will not even appear on the cover of the book, Mr. Simon said, yet "a poor translation of a text kills it in the market."

Walter Benjamin, the German literary critic, once wrote, "No translation would be possible if in its ultimate essence it strove for likeness to the original."

Mr. García Márquez has said that Mr. Rabassa read "One Hundred Years of Solitude," sat down and then rewrote it in English. (He also said that Mr. Rabassa's translation improved on the original.)

But Mr. Rabassa contends that rewriting is not at all what he does: "I'm reading the Spanish, but mostly I'm reading it in English, and it comes out that way.

"When I talk about it, I say the English is hiding behind his Spanish. That's what a good translation is: you have to think if García Márquez had been born speaking English, that's how a translation should sound."

In the case of Cortázar, Mr. Rabassa developed a relationship with him, and they became good friends, spending days and nights listening to 78's of Count Basie and Lester Young. Mr. Rabassa translated Luis Rafael Sánchez and lounged with him on the beaches of Puerto Rico. And after translating "Seven Serpents and Seven Moons" by Demetrio Aguilera-Malta, a former Ecuadorian ambassador to Mexico, he ended up with one of the author's paintings hanging on his apartment wall.

Yet Mr. Rabassa has also produced brilliant translations without developing any relationship with the author. Jorge Armado and Mr. García Márquez wanted nothing to do with their books in English.

Mr. Rabassa said he typed his translation of Mr. García Márquez's "One Hundred Years of Solitude" page by page, just as he did with Cortázar's novel. Yet unlike his blind excursion with "Hopscotch," Mr. Rabassa had already read Mr. García Márquez's magical epic about the Buendía family, before he tried the translation. "I knew it was a damn good book, but it wasn't as much fun knowing all about it," he said.

Sitting in his armchair, nibbling on a greek pastry, Mr. Rabassa explained that titles pose their own challenge. He translated the 19th-century Portuguese classic "Memórias póstumas de Bráz Cubas" by Joaquim Maria Machado de Assis, which literally means "The Posthumous Memoirs of Brás Cubas." When Noonday Press issued the novel with the title "Epitaph of a Small Winner," Mr. Rabassa complained.

"You don't mess around with a classic," he said. "That's like calling `Madame Bovary' the story of a middle-class adulteress." (Oxford University Press published the book with Mr. Rabassa's translated title in 1997.)

Half of Mr. Rabassa's book will consist of reflections on each of the many authors he has translated, and half will be a memoir of how he ended up as a translator. The epilogue, he said, will be printed unfinished, as "translation is never finished."

Mr. Rabassa was born in Yonkers in 1922. His father was a Cuban sugar broker, but, he said, "the old man didn't speak much Spanish around the house." The young Mr. Rabassa studied French and Latin in high school; then at Dartmouth, he said, he "began collecting languages." There he studied Portuguese, Russian and German. In conversation, his voice wanders seamlessly among the five he still speaks.

"I'd dabbled in Italian," Mr. Rabassa said. "But then I bought a beautiful edition of Dante. I used Spanish and Portuguese — they're so similar to Italian — as I went along, substituting the real Italian words, and finally I was talking Italian."

In 1942 Mr. Rabassa volunteered for the Army and, because of his language skills, ended up in the Office of Strategic Services. Mr. Rabassa translated encryptions, or what he called English into English, and he also conducted interrogations.

When he returned to the United States after spending time in Italy and Northern Africa, Mr. Rabassa lived on Morton Street, watched Charlie Parker play in Greenwich Village and wrote poetry. He studied for his master's in Spanish at Columbia, then, tired of the language, kept on with his studies but finished his doctorate in Portuguese. At a cocktail party Mr. Rabassa met an administrator at Queens College and he ended up being hired as a professor there. He still teaches the freshman lecture course Hispanic Literature in Translation.

"When I began teaching," he said, "I was the same age as my students, and I still labor in the delusion. So it's a good, youthful operation."

Mr. Rabassa says that although he is translating a new generation of Hispanic writers, little has changed since he translated the giants. Despite the differences in writing styles, the way he approaches the text is essentially the same.

"They're all so different, the ones I did," he said. "I think it works because I don't think I have a translation style. It's a positive feeling I have about them. I find a lot of instinct in what I do. You have to just hit it right. I'm never sure whether something is right, but I know damn well when something is wrong."

06.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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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이해하는 한 권의 음악사 - 음악의 기원에서 힙합까지
베아트리스 퐁타넬 지음, 최애리 옮김 / 마티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모든 면에서 기대를 뛰어넘는 괜찮은 책이다.

간결하고 쉬워서..독서 능력이 좀 있는 초등 3-4학년부터 재미있게 읽을만한 책이다.

하지만 내용이나 접근 방법이 새로와서...웬만한 어른들도 흥미롭게 읽고, 많은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서술도 유려하고 재미있고...(번역도 매끄럽다.)

삽입된 도판도 너무나 아름답다. (역시 아주 흔하거나 유명한 이미지가 아니라...일부러 비교적 덜 알려진 그림이나 사진들을 발굴해 실은 듯한 느낌이 든다.)

학생(초등 고학년, 중학생 등)들에게 선물하기에도 아~주 괜찮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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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의 책으로 읽는 과학

<에덴의 용> 칼 세이건 지음, 사이언스북스 펴냄

1978년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 수상작인 칼 세이건의 <에덴의 용>에 대한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그간 실제로 읽어볼 기회는 없었다. 1990년대 초에 한글로 출간된 적이 있었다고 하나 번역본을 구할 길이 없었고, 또 30년 전에 쓴 뇌과학 책이라고 하니 미덥지 못하게 느낀 것도 사실이었다.

몇 주 전 해외 출장을 위해 ‘지상 10킬로미터 상공에서 13시간을 버티게 만들어 줄 책’을 책장에서 찾다가, 몇 달 전 재출간된 <에덴의 용>을 짚게 됐다. 비행기에 탑승하자마자 펼쳐든 책은 네 시간 만에 마지막 장에 이르렀다.

이 책은 시작이 매우 흥미롭다. 150억년에 이르는 우주의 역사를 1년으로 압축한다면, 9월14일에 지구가 탄생했고, 9월25일에 생명이 탄생했으며, 인간은 12월31일 오후 10시30분 즈음에 등장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 세계는 어마어마하게 늙었고 인류는 너무나도 어리다는 것이다. 칼 세이건의 우주력 계산은 지난 30년간 과학자들 사이에서 많이 인용되던 것인데, 처음으로 원전을 읽은 셈이다.

이 책이 나오던 무렵에는 뇌영상기법이 제대로 발전하지 못해서 뇌를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못했고, 아직 학습과 기억의 정보처리 과정이나, 감정과 욕구의 생물학적 원리, 의식의 기원 등에 대해서도 거의 아는 바가 없었다. 그러나 그가 이 책에서 하고 있는 주장, 그러니까 ‘인간의 뇌와 마음은 빅뱅 이래 시작된 장대한 물질 진화의 산물이며 뇌와 마음이 단일한 원리에 지배되는 것이 아니라 진화적인 유래를 가진 다양한 충동과 논리들이 서로 충돌하여 만들어낸 복합적인 과정’이라는 그의 말은 지금도 유효한 것 같다.

그가 인용하는 폴 매클린의 뇌 삼위일체설은 논리적 비약이 심해 요즘은 별로 사용하지 않는 이론이다. 인간의 뇌를 포유류의 뇌, 파충류의 뇌 식으로 분류하기엔 무리가 있다. 알고보니 뇌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으며, 하나의 기능도 여러 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게 된다는 것을 현대 신경과학자들은 알게 되었다.

그러나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 인간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 필연적으로 뇌를 발달시켰다는 주장은 구체적인 사례에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전반적으로는 지금도 동의하는 내용이다. 특히 내가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약육강식의 생존경쟁에서 위험할 수도 있는 수면은 칼 세이건이 어떻게 설명할까 하는 대목이었다. 포식자가 수면을 취하는 틈을 타서 인간도 수면시간을 늘리면서 지능을 발전시키고 생존에 유리한 방식으로 잠을 활용했다는 그의 주장은 재미있게 들린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재미는 뭐니뭐니해도 그의 아름다운 문장과 책의 구조에 있다 (번역가가 매우 뛰어나서인가?). 이 책을 읽노라면 누구나 인류 최고의 지성이 들려주는 유려한 ‘인간 등정의 발자취’에 빠지게 될 것이다.

정재승/카이스트 바이오시스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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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6-10-23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주문했어요. 천천히 조금씩 읽어볼게요. 원문 보다 더 나을 님의 번역이 기대됩니다. ^^

이네파벨 2006-10-23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따뜻한 야클님의 배려 감사드립니다...

이 서평은 제가 무척 좋아하는 책들의 저자이신 정재승님이 쓰신 것이고 (예전에 정재승님께서 제가 번역한 다른 책 <꿈>에 대해서도 어느 일간지에 서평을 쓰신 일이 있습니다...저로서는 그저 감격...감격..) 번역에 대해서도 언급을 해주셔서 (하지만 분명 과찬이십니다...번역자들 사이에 "원판 불변의 법치"이라는 말이 있지요. 번역자가 아무리 훌륭해도 영 아닌 원판을 뜯어고치거나 더 훌륭하게 만들 수는 없다는 말...그저 원본의 얼굴을 깎아먹지나 않도록-아니 되도록 적게 깎아먹도록- 옮기는게 번역가의 최대의 미덕이라고 생각합니다...) 특별히 제 서재에 간직하고 있는 글이랍니다...

참, 혹시 정재승 교수님의 책들 안읽어보셨다면 추천 드립니다. 재미있고 정보가 가득하고..또 정재승님이야말로-칼 세이건 처럼- 책 하나를 건축물을 쌓듯, 아니면 교향곡을 작곡하듯 구조의 아름다움을 고려하며 쓰시는 듯 합니다...

딸기 2007-01-17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 저도 지금 갖고 있어요.

비로그인 2007-03-13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이 책 번역하셨어요? 오호 이거 몇일 전에 읽었는데 번역이 참 잘되있다고 생각했었어요!(저 왠만해선 이런 소리 안합니다..) 막힘없이 술술 읽히던데..

이네파벨 2007-03-14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테츠님..감사드립니다.
과찬이세요...더욱 열심히..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