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사야지...사야지...하다가...

결국 못사고 품절되어버린 책...

품절된지도 꽤 된걸로 기억하는데...

지금 번역하는 책의 참고도서로도 필요하고...꼭 구하고프네요...ㅠ.ㅠ

혹시 갖고 계신 분 중 저에게 파셔도 감사하고요~

빌려주셔도 감사하고요~

구할 방법을 알려주셔도 감사하고요~

BTW 데넷 할아부지 책들은 왜 많이 소개가 안되었을까나....

(이 책도 사실 데닛이 쓴 책이 아니고요....)

인용된 글들을 봐도 문장이 쉽지는 않아보이지만..(대체 문장을 쉽게 쓰는 철.학.자.가 존재할까?)

참, 이 책도 데넷이 "썼다"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가장 사랑하는 책 중 하나(둘이라고 해야하놔? ㅡ,.ㅡ)입니다. 강력추천...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야클 2007-11-21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임팩트(www.bookimpact.com)에서 검색하니 한권은 뜨네요. ^^

검색결과 수: 3권 검색완료
정렬: 높은가격순 | 낮은가격순
서적명 간행일 판매가 배송정책 서점



2007.11.21 16:48 현재


미생물에서 인간까지 마음의 진화
대니얼 C | 데닛 지음 l 두산동아 l 1996 | : (3544) | 상태양호 3,000 개인거래방식 북코아

마음의 진화(하드커버)
대니얼C | 데닛 지음 l 두산동아 l 1996 | 상태양호 4,000 개인거래방식 북코아

이런, 이게 바로 나야! 1
대니얼 C. 데닛, 더글러스 호프스태터 | 사이언스북스 2001 6,500 개인거래방식 헌책사랑


이네파벨 2007-11-21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 방가방가~ 여전히 깨소금 볶고 계시죠~ ^^

"마음의 진화"는 재작년쯤 싸연스북스에서 "사이언스마스터즈" 시리즈의 한 권으로 복간되었어요~ 그 책은 가지고 있답니다. 제가 찾는 책은 "다니엘 데넷"이라는 책...(제목은 데넷이지만 데넷이 쓴게 아니라 다른사람들이 쓴 데넷과 관련된 글을 모은...^^ 붕어없는 붕어빵같은 책이죠^^)

어쨌든 좋은 사이트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종종 이 책이 나오지 않는지 찾아봐야겠네요~

2007-11-21 2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네파벨 2007-11-22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여주신 분...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지금 주문 넣었어요...여러가지로 정말 감사드립니다.
예전의 초대가 여전히 유효하다면...언제 꼭 뵈었음 하네요...
추운 날씨에 건강하시구요...몸도 맘도 따뜻한 나날 되셔요!

2007-11-22 2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네파벨 2007-11-23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너무 고맙습니다. 정말이지 꼭 뵙고싶네요....*^^*

2007-11-27 15: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네파벨 2007-11-27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네..그 책...반디북에 있는걸로 나와서 주문했는데..
품절이라고 나중에 연락이 왔더라구요...
나중에 출판사에 직접 연락해서 꿍쳐놓은거 한 권만 파시라고 부탁해볼까~ 생각중이예요.
지금은 또 갑자기 예전에 일한 책 교정지가 두 개 한꺼번에 몰려와서 정신을 팔고 있지요...

그리고 <루시퍼이펙트> 공저...ㅋㅋㅋ 넝담이시져?

필립 짐바르도라는 심리학자가 쓴거구요...저는 물론 번역을 한거죠~ 반만요~

재미는...흠...어려운...질문...

저는 개인적으로 딱히 관심있었던 분야가 아니라 별 감흥은 없었지만...
책의 내용 자체가 난해하게 사람을 괴롭히는 일감은 아니었기에 나름대로 즐겁게 번역했구요..
실험 과정을 워낙 자세하게 소설처럼 구성해서 들려주기때문에...
다큐멘터리 실화를 보는 것과 같은 그런 재미는 있어요.
그게 장점일 수도 있고 단점일 수도 있겠지요.
번역하면서는..굳이 이렇게 자세하고 장황하게 그릴 필요가 있나..생각을 좀 했거든요..
하지만 오히려 미디어 서평등은 대체로 소위 "제가 개인적으로 관심있는 주제"들을 다룬 책들보다 훨씬 중요하게 평가를 받았네요...그러니까...장황하게 그릴만큼 뭔가 중요한 메시지라는 얘기겠죠? ^^

야클님이 오랜만에 찾아주셔서 너무 반갑고 기쁩니다^^

qualia 2007-12-03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네파벨(ineffabelle) 님, 혹시 마빈 민스키(Marvin Minsky)의 『The Emotion Machine: Commonsense Thinking, Artificial Intelligence, and the Future of the Human』을 번역하고 계신 것 아닌가요? 우와, 그렇다면 정말 흥미만만점일 텐데요. 이네파벨 님의 번역서가 정말 기다려지네요. 이네파벨 님 문체, 정말 그 감칠맛이 너무 좋아요^^*

그런데 혹시 람혼 님 블로그에 가보셨어요(blog.aladdin.co.kr/sinthome)(blog.naver.com/sinthome)? 음악 연주와 작곡을 하시는 분인데요, 또 한 분의 대단한 팔방미인이 알라딘에 둥지를 틀고 계셨더라구요. 람혼 님께서도 번역에 매우 관심이 많으시더군요. 아주 ‘고급스럽고 정갈한’ 사유를 치밀하게 펼치시는 분이라는 인상을 저는 받았습니다. 저는 아마 단골이 될 것 같습니다. 이네파벨 님께도 많은 암시를 주실 듯...

그 분께서 최근 번역에 관한 글을 올리셨는데, 로쟈 님과 yoonta 님께서 댓글을 올리시고, 또 그 댓글에 람혼 님께서 댓글을 올리시고... 저도 부끄럽지만, 어설픈 견해 한 자락을 올렸드랬습니다. 이네파벨 님의 생각도 람혼 님의 블로그에서 볼 수 있다면 정말 흥미로울 겁니다.

이네파벨 2007-12-03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퀄리아님!
돗자리 까셔도 되겠어요!!! (제가 다른 글에서 혹시 민스키 책 번역한다는 얘기를 했던가요? 어떻게 데넷을 찾는것만으로 민스키의 Emotion Machine을 대번에 알아맞추시다니!!! 거의 신공에 가까운 능력이세요!!)

네에...바로 그 책이랍니다...

제가 우찌우찌하다 퀄리아님도 관심 가지고 계실 바로 그 문제...인간의 마음...의식이라는 미스테리에 호기심을 느껴서.........제 수준에 맞지도 않는 어려운 책들을 붙들고 머리털을 쥐어뜯고 있답니다.

마치...장님 코끼리 더듬듯........한때는 신경과학쪽 접근방법이 그 답을 알려줄까 싶어서...어쩌다 무턱대고 출판사에서 제안한 <스피노자의 뇌>를 번역하면서 무쟈게 고생하고...(심지어 그쪽으로 돌아보고 싶지도 않을 정도로 힘들게..힘들게..)

그러다 우찌우찌하여 인공지능쪽 접근방법을 흘깃거리던 차에...역시 another 독심술의 대가 모 출판사 편집장님이 이 책(감정기계)을 내미시는걸...검토도 제대로 안하고 덥썩 받아들었다죠...

어려워요....교양과학서라기보다는 컴퓨터서적같은 분위기고요..엉엉..

의식에 대한 민스키의 견해는...아마...퀄리아님은 약간 반감느끼실거 같아요. 최대한 중립적으로 보고자 하는 저도 반감 느낄 정도로....의식(지각력, 주관성, 그야말로 qualia)의 존재를 축소,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요........

민스키는 데닛을 적극 인용하고 있어요. 제 생각에 데닛의 견해도 어느정도 민스키와 통하지 않을까...(아직 미출간인 로버트 라이트의 저서에서...라이트가 그런 말을 하더군요. 아무리 봐도 결국 데닛이 주장하는건 "의식이란 없다"라는 말이라고....) 다만 민스키 할아부지보다는 좀 더 세련되고 멋지구리하게 의견을 개진하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데닛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픈 필요성을 느꼈죠...(사실 <마음의 진화>도 예전에 바빠서 읽다 말았으니까...그거나 차근차근 다시 읽어볼까봐요...)

음...퀄리아님과 이런 주제로 이야기나누는것...참 좋네요. 너무 재미나요...
제가 배울점이 많을텐데...많이 좀 가르쳐주세요...
그리고...
번역 무지 오류도 많고 허접할텐데...따끔한 지적도 환영합니다.(약간 살살해주시면 더욱 감사~^^)

추천해주신 서재...지금 당장 가보겠습니다. 고마워요!

yoonta 2007-12-04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잉...이네파벨님이 <스피노자의 뇌> 역자시군요..재미있게 본 책인데..여기서 뵙게 되니..반갑습니다.^^
저자의 다른 책인 <데카르트의 오류>도 구해서 보고 싶은데 벌써 절판이네요. 원서를 구해봐야 되나..

이네파벨 2007-12-04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yoonta님, 찾아주셔서 반갑습니다!
<스피노자의 뇌>를 재미있게 보셨다니 반갑고...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데카르트의 오류>는 원서와 번역본 모두 제가 갖고 있는데...빌려드리고 싶은 마음이네요^^(헉, 사실 제 책이 아니라 출판사에서 빌려준걸 아직도....)

개인적으로는 <데카르트의 오류>가 재미있었어요. 신선한 주제인데다 사례가 풍부하게 실려 있어서요...
그 뒤로 를 쓰고 그 다음에 나온게 <스피노자의 뇌>라...
사골 재탕, 삼탕 우려내듯 신경과 의사로서의 경험한 재미있는 사례들은 전작들에 많이 사용하여서..
<스피노자의 뇌>는 사례보다는 저자의 "사유"쪽에 무게가 실렸더랬죠^^

2007-12-10 1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22 18: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네파벨 2008-02-12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여주신 분, 정말 감사합니다!
책은 아직 못구했습니다. 고마운 정보.....지금 당장 달려가보아야겠군요 ^^
 

커밍아웃하련다. 그렇다. 나는 무신론자다. 이 책을 통해 도킨스가 의도한 바가 바로 이런 것이다. 그는 나 같이 신을 믿지 않는 사람들로 하여금 무신론자로서의 정체성을 인식하고 당당하고 주저함 없이 그 사실을 드러내라고 말한다. 더 나아가 수십 년 전 동성애자들이 그러했듯 21세기 개명천지에도 손해보고 배척받는 무신론자의 사회적 지위를 각성하고 사회를 종교의 해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맞서 투쟁하라고 은근히 부추긴다. 그런데 과연 무신론자가 신앙인으로부터 그토록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을까? 종교가 무신론자, 아니 인간 전반의 삶에 진정 피해를 주는 것일까? 그에 대한 대답은 개인이 속한 사회, 그를 둘러싼 환경, 상황과 운에 따라 각기 다를 터이다. 나에게 종교는 어떤 것일까? 종교는 나의 삶에 어떤 흔적을 남겼을까?

나는 사춘기를 겪으면서, 동화와 결별하고 어른들과 세상의 불완전함을 깨달으면서 자연스럽게 신을 버렸다(또는 잃어버렸다). 기독교계 고등학교를 다닐 때 나름대로 종교 갈등을 겪기도 했지만,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고 나서는 한 번도 종교가 거치적거린 적이 없었다. 종교적 강요는 악몽 같은 체육시간과 함께 학창시절의 괴로운 추억으로 영원히 벗어던질 수 있게 된 듯했다. 그 후 나는 종교에 별 관심도 없지만 유감 또한 없는 사람이 되었다. 오히려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상대주의적이고 포스트모던한 세계 속에서, 온통 모든 관심이 단 한 번 주어진 짧은 삶 속에서 최대한 잘 먹고 잘 살고 잘 쓰고 가자는 이기적이고 물질적이고 탐욕스럽고 부박한 사회 분위기에서, 종교가 주는 긍정적 영향에 대해 일종의 향수나 동경 같은 것을 느끼기도 했다. 종교는 적어도 그걸 믿는 사람에게는 도덕에 '절대'의 추를 달아주고, 세속적 갈증을 잠재울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명령으로 선행과 봉사를 권유하지 않던가?

한편 칼 세이건, 마틴 가드너, 마이클 셔머 같은 과학적 회의주의자의 목소리에 마음 깊이 동조해온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입장은 조직화된 종교 자체에 싸움을 걸기보다는 창조론을 유사과학, UFO 광신도, 그밖에 엉터리 신비주의적 믿음과 같은 선상에 놓고 그 세부적인 주장을 조목조목 비난하는 정도였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리처드 도킨스는 이 한 권의 책으로 아브라함의 신을 믿는 같은 뿌리에서 나온 세계의 세 가지 주요 종교,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낸다. 인격신을 믿는 종교에 대한 개인적 혐오를 넘어서서 공들인 지적·논리적 반박과 거센 사회적 비판의 총공세를 펼친다. 또한 과격한 근본주의자의 해악에 대해 지적하는 것과 똑같이 좀더 온화한 얼굴을 지닌 종교, 특히 과학자와 지성인의 신앙 역시 비난한다. 도킨스는 분명 내가 가장 존경하고 경탄하는 저자 중 한 람이다. 그의 학식과 통찰력, 번뜩이는 명석함과 재치, 글재주는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과연 종교는 도킨스가 그 재능과 영향력을 발휘하여 공격하고 비판할 만한 그런 대상일까? 정말 나의 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신마저도 다 깨부수어야 마땅한 것일까? 그것이 이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 답을 찾고자 했던, 스스로 부과한 숙제였다.

이 책에서 드러나는 논지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종교(특히 야훼를 믿는 기독교와 천주교)의 추악한 면을 벌거벗기기. 둘째, 신이 존재하지 않음을 과학적으로, 논리적으로 증명하기. 셋째, 종교를 세상에서 몰아내는 구체적 실천과제로 어린아이들을 종교적 세뇌로부터 해방시키기.

도킨스는 1장과 2장에서 종교와 과학의 해묵은 논쟁 배경을 설명한 다음 3장에서 신의 존재를 옹호하는 논증을 하나하나 논박한다. 4장에서는 비개연적인 복잡한 존재가 생겨난 배경에 '설계'가 존재한다는 주장을 논박하면서 그 비개연성과 복잡성을 자연선택과 인본원리로 설명한다. 그 다음 5장에서 종교가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진화생물학, 진화심리학 이론 및 밈 개념 등을 동원하여 설명한다. 6장에서는 도덕을 종교로부터 떼어내기 위해 신에 기대지 않는 독자적 인간의 도덕의 기원을 찾는다. 앞부분에서 신가설을 논박하면서도 종교인의 추하고 비겁한 사례를 풍부하게 선보였지만, 성서 속 신의 사악함과 종교의 해악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것은 7장과 8장에서다. 마지막으로 9장에서 어린이들을 종교 교육에서 해방시킬 것을 주장하고, 10장에서는 종교가 차지하는 자리를 대신할 대안을 모색한다.

많은 논쟁적 글들이 그러하듯 도킨스 역시 공격에 강한 면모를 보여준다. 적에게 퍼붓는 조롱과 야유는 그야말로 '신 내린' 솜씨를 보여준다. 하지만 부수기는 쉽지만 만들기는 어려운 법. 아쉬움도 있다. 종교의 기원에 대한 진화심리학적 접근은 진짜 중요한 뭔가를 놓치고 변죽을 울리는 느낌을 주었다. 도덕의 기원에 대한 논의도 다윈주의적 도덕의 진화 과정과 신을 배제한 도덕철학의 요점을 소개하기는 하지만, 좀더 예민한 윤리 문제(미끄러운 비탈길 논쟁 등)에 대한 논의가 배제된 아쉬움이 있다. 또한 종교가 주는 위안, 영감, 소속감 그밖에 모든 긍정적 감정들을 내치면서 궁극적으로는 "종교가 이러이러한 이점이 있다고 해서 신의 존재가 참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라는 주장으로 논쟁의 전개를 막아버리는 방식은 거슬리기도 했다. 지극히 옳은 말이지만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문제 자체를 던져버리는 논박이어서다. 그는 아시모프를 인용해서 모든 미신적인 것들을 들춰내다 보면 결국 어린아이가 위안을 얻고자 빨아대는 손가락이 나온다고 말했는데 굳이 어린아이의 입에서 그 손가락을 빼야만 할 이유가 무얼까? (도킨스는 이런 의견을 생색내는 태도라고 비난하지만, 글쎄….)

서문에 도킨스가 인용한, "무신론자들을 조직화하는 일은 고양이 떼를 모으는 일과 같다"는 비유가 예측하듯, 나는 무신론의 깃발을 치켜들고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도킨스에게 설득되지는 않았다. 종교에 대한 내 입장을 다시금 정리해보자면 나 자신의 개인주의적 성향에 따라, 그리고 합리주의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최선의 도덕 원칙이라고 여겨지는 공리주의적 원칙에 따라, 나는 다수의 행복에 도움이 된다면 사회가 종교를 품고 나아가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 또한 진화론적 생존가치를 지닌 팃포탯tit-for-tat의 도덕 전략에 따라 나는 다른 이에게 무신론을 강요할 생각이 없다. 그들이 먼저 강요하고 들이대고 '전도'하지 않는 한….

댓글(4)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7-10-16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번역 잘하시는 이나파벨님 글도 잘쓰시네요 ^^

딸기 2007-10-17 0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사춘기를 겪으면서, 동화와 결별하고 어른들과 세상의 불완전함을 깨달으면서 자연스럽게 신을 버렸다(또는 잃어버렸다)

-->> 오오오 이네파벨님 우리 악수라도...
신에 대한, 제 스스로 정리하지 못하고 있던 상황을 이렇게 명료하게 정리해주시다니...
이 책 읽어야지... 하면서도 아직 사지도 못하고 있어요. 돈이 없어서... ㅋㅋ

리뷰 정말 잘 읽었어요!!!

그런데 그냥 한 마디 덧붙이자면
어린아이가 빨아대는 손가락, 빼야만 하는 이유가 있어요.
손가락, 아주 애기때 빠는 것은 몰라도, 버릇 되게 놔두면 뻐드렁니 돼요.
종교도 마찬가지...

대부분 사람은 애기 때 지나면 손가락 빼는데,
종교는 희한한 손가락이어서, 그걸로 막 남 찌르지 않나요

이네파벨 2007-10-17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테츠님, 찾아주셔서...칭찬해 주셔서...감사해요 *^^*

딸기님, 역시 감사~
이 책은 읽어볼만 해요. 일단...유쾌상쾌통쾌한...현란한 글빨의 향연만으로도...책값이 아깝지 않지요. 그런데요.....저는 도킨스의 논리에 수긍하고 거의 동조하지만...꼭 그렇게까지 전투적으로 공격할 필요가 있을까...(그 최고의 재능과 영향력을 사용해서..)..하는 느낌은 떨칠 수가 없더군요. 사실 저 역시 개인적으로는 종교를 퍽이나 싫어하는 사람인데도요..

그건...진중권씨의 디워비판이 구구절절 맞는 얘기지만...
꼭 그의 지식과 재능을 사용해서 용가리를 공격할 필요가 있었을까...하는 그런...
(말론 브랜도의 왕팬으로써...심감독의 영구가 나오는 대부 속편 계획만은 제발 이루어지지 않기를 진심으로 간절히 바랬지만.....그 속편이 안만들어진다면 그건 미국흥행 성적이 저조하기때문이지 진중권씨의 공격때문은 아니었으리라 생각...)

뭐랄까....남보다 뛰어난 능력, 지식, 통찰력, 말솜씨, 영향력을 지닌 사람들은...자신의 그 무기를 사용하는데 더욱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그냥 아주 개인적인 바램 내지는 취향이지요....예전에는 시원한 말솜씨 글솜씨 지닌 사람 보면 마구 반하곤 했는데...다는 아니지만 그런 사람들 중에 "재승박덕"이라는 말을 연상케하는 뒤끝을 보이는 경우가....

그리고...개인적으로..........종교가 생겨난 원인을 추론하는 장은 상당히 맘에 안들었습니다.
종교의 원인에 대해서는 그보다 훨씬 더 훌륭하게 분석한 책이나 글이 많이 있을 것이고..
일반 대중의 상식도 그보다는 나을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오직 자신의 ammunition안에서 종교의 근원에 대한 주장을 펴나가려는 의도에서였는지...진화심리학적 설명을 한두가지 나열했을 뿐인데....그건 정말 곁다리를 건드리는 느낌이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진화심리학에 약간 수상쩍은 시선을 보내고 있어요. 프로이트의 이론처럼 과학비슷하지만 진짜과학은 아닌 한때 유행하는 사조가 아닌지...어차피 프로이트처럼 검증할 수도 없는 이야기들이라고 생각...)

도킨스의 생물학 관련 책들은 영원히 남겠지만 이 책은 어쩌면 그냥 몇년, 길어야 한 세대에 읽히고 소비되고 말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들더군요. 하지만 이 책의 어마어마한 상대적 장점은 도킨스의 다른 저서들보다 엄청 쉽고 잼있다는 점!!!

일독을 권합니다!

딸기 2007-10-19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설명을 들으니깐 어떤 스타일인지 대략 추측이 되는 것도 같고요.
말씀하신 부분 정말 공감합니다. 그냥 이러저러한건 안좋다 하면 되는데 굳이 칼갈아 찌르는 경우...
 

 달에 한 번 돌아오는 이 원고를 쓰는 일에 벌써 꾀가 난 걸까? 처음 원고 청탁을 받았을 때는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어떻게 읽어야 할지, 어떻게 써야 할지, 모든 것이 고민, 고민이었고 시간도 엄청나게 걸렸다. 그런데 이번 달에는 번역 원고 마감까지 겹쳐서 시간의 압박이 너무나 심한 까닭에 일단 좀 빨리, 쉽게 읽을 만한 책을 선정 기준으로 삼았다. 사실 바쁘고 바쁜 우리의 삶에서 빠르고 쉽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은(기본적인 알맹이가 충실하다는 전제하에) 커다란 미덕이고 장점이 아닐 수 없다.

과연 나의 예상대로 책은 전체 분량도 가볍고, 짤막한 에세이들이라 오랜 시간의 집중 없이도 틈틈이 읽기에 좋았고, 청소년을 주요 대상층으로 잡은 만큼 쉽고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꼭 쉽게 가려는 이유에서만 이 책을 고른 것은 아니다. 먼저 이 책의 기획자인 정재승 교수에 대한 전폭적인 믿음이 있었다. 몇 년 전 『과학콘서트』를 읽은 이후로 나는 그의 팬이 되었다. 거기다 스물일곱 명의 현직 과학자들이 자신의 전공 또는 관심 분야를 차례로 소개하는 이 책을 통해서 제2, 제3의 정재승 교수 같은 스타 과학저술가의 후보를 점쳐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는 기대도 있었다. 운이 좋다면 짧은 시간에 적은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맛볼 수 있는 그런 독서 경험이 될지도 모를 터였다.

이런 종류의 책, 특정 주제에 대해 여러 저자들의 에세이를 모은 앤솔로지anthology 형식의 책들은 사람들 사이에 호불호가 갈리는 편인데 나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편이다. 몇 년 전 도서관에서 우연히 읽게 된 기 소르망의 『20세기를 움직인 사상가들』(한국경제신문)이라는 책이 맨 처음 이런 책에 대한 구미에 불을 댕겼던 것이다. 기 소르망이 20세기의 최고의 사상가들을 선정하고 직접 인터뷰하여 글로 엮어낸 이 책은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읽으면서 감탄하고 기뻐서 흥분했던 보석 같은 책으로 기억한다. 그 이후 단 한 권으로 수많은 석학들의 알짜배기 세계를 한꺼번에 맛보는 것에 재미를 붙인 나는 존 브록만의 『앞으로 50년』(생각의나무), 『우리는 어떻게 과학자가 되었는가』(사이언스북스), 『과학의 최전선에서 인문학을 만나다』(소소) 등의 책을 찾아 읽었다.

현대 과학자들, 특히 나의 관심 분야와 거의 완벽하게 일치하는 브록만 사단의 과학자들이 쓴 글을 모은 이 책들은 나올 때마다 커다란 기대를 가지고 책을 펼쳐 들게 했다. 여러 저자의 글 가운데는 옥석이 섞여있고 때로는 유명한 저자의 성의 없는 소품 같은 글이 실려 있어 실망한 적도 있지만, 보석 같은 글을 몇 개만 발견해도, 이전에 몰랐던 뛰어난 저자를 한두 명이라도 새롭게 알게 되는 기회가 되어도, 나머지 그저 그런 글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용서가 되고도 남는다. 이 책, 『우주와 인간 사이에 질문을 던지다』를 처음 접했을 때도 브록만 시리즈(?)가 떠올랐다. 정재승 교수가 뛰어난 식견과 인맥을 가지고 한국의 존 브록만 같은 역할을 맡은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되었든 과학의 각 분야를 대표하는 뛰어난 과학자들과 일반 대중 사이에 다리를 놓는 이와 같은 시도는 결과에 대한 평가를 떠나서도 손뼉을 쳐주고 싶다. 최신 과학의 흐름을 간략하게나마 한 눈에 살펴보고 과학 주변의 흥미로운 주제들에 대해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내용을 간단히 훑어보면, 1부 '우주, 그 거대한 물음표'에서는 우주에 관련된 현대 과학 이론들을 소개한다. 천문학자와 물리학자들이 우주 대폭발의 흔적, 별의 일생과 종류, 암흑 에너지,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 우주를 지배하는 궁극의 자연법칙의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2부 '자연, 과학의 시선이 머물다'에서는 지구 내부에 대한 최신 지질학적 설명, 자연의 수학적 패턴, 우주만물이론으로 대두되는 초끈이론, 시간의 다각적 의미 등에 대하여 논의한다. 3부 '생명, 그 경이로움을 해부하다'에서는 최초 생명체의 정체, 우리 삶에서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 부분, 생명공학이 가져올 미래의 모습, 단백질에 대한 일목요연한 설명, 진화의 경향성에 관련된 오래된 논쟁, 공룡에 대한 최신 과학 등을 다룬다. 4부, '과학, 논쟁 속에서 진검승부를 하다'에서는 과학과 종교의 관계, 서양과학에서 찾은 불교적 세계관의 진리, 역사적 맥락에서 바라본 우리나라 의학의 독특한 상황, 초심리학의 세계, 과학의 객관성과 합리성을 둘러싼 논쟁, 생물정보학에 대한 소개 등 과학의 주요 분야에서 살짝 비껴있는 흥미로운 주제들을 모아놓았다. 5부, '인간, 그들의 발자국을 더듬다'에서는 미토콘드리아 DNA를 이용하여 추적한 한국인의 뿌리, 마음의 기초가 되는 뇌과학 개론, 과학이 인간의 사회현상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사례로서 네트워크 과학, 예술 활동이 인간의 전유물인가 하는 도발적 질문, 인공지능 연구의 현주소와 미래 예측, 정신병에 대한 최신 과학적 접근 등을 담고 있다. 이렇듯 이 책은 '우주와 인간 사이에 질문을 던지다'라는 제목에 맞게 우주에서 시작해서 과학의 여러 주제들을 두루 거친 다음 인간에서 끝나는 구성을 보여준다.

어떤 책이든 모든 사람들의 눈높이를 맞추기는 어려울 것이다. 과학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사람들에게는 너무 쉽고 뻔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몇몇 글들은 특정 분야에 대한 교과서식 개론 형식이라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나의 경우에는 생명과학 쪽이 친숙한 분야라 1부나 2부에 실린 글들이 좀더 새롭고 흥미롭게 느껴졌다.

아쉬움이 있다면 각 글의 분량이 너무 짧다는 것이다. 하나의 글이 대개 7-8쪽 정도의 지면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 만큼 그야말로 어떤 분야, 어떤 주제에 대한 맛보기에 그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았다. 한참 흥미로운 이야기를 꺼내다가 제목 그대로 질문 한 마디 던져놓고 사라지는 저자도 있었다. 사실 깊이 들어가지 않고 가볍게 읽기 위해 고른 책이기는 하지만 채널을 휙휙 돌려가며 텔레비전을 볼 때처럼 산만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또 다른 비유를 들자면 파티에 초대받아 여러 사람들을 소개받는 경험과 비슷하다고 하겠다. 멋진 인물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가슴 설레는 일이지만 잠깐 인사와 한두 마디 짧은 대화를 나눈 뒤 곧 헤어져버리는 아쉬운 기분이 남는다. 이 책에서 훌륭한 글 솜씨를 선보인 많은 과학자들이 좀더 깊이 있고 풍부한 이야기를 가지고 독자와 만나게 된다면 그것 역시 멋진 일일 듯하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딸기 2007-10-17 0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리뷰 앞부분 읽으면서 '이 책 찜해야지' 했는데
각 글의 분량이 너무 짧다는 얘기를 들으니 망설여지네요. 어쩔까요, 사서 볼까요, 말까요?
이네파벨님이 알려주세요. ^^

이 시리즈 리뷰는 무조건 추천.

이네파벨 2007-10-17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딸기님께서는 약간 따분하거나 본전생각 나실 수 있을 거 같아요^^
중고생이나 과학서에 입문하는 분들에게는 참 좋을 듯 해요~

딸기 2007-10-19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고맙습니다. 안그래도 책값 많이 들어가는데(읽지는 않으면서 쟁여두는;;)
한권이라도 안 살수 있으면 안 사야지요. ^^

이네파벨 2007-10-19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저도 읽지도 않으면서 쟁여두는거...거의 병 수준이예요.
집도 좁은데 책들은 자꾸만 늘어나니.....
언젠가 남편이 제 책들과 함께 저를 쪼까내지 않을까 두려워한다눈...^^
며칠 지나면 도서정가제인가 해서 신간 할인폭이 줄어든다고 해서(아마 마일리지 등이 없어지는 건가요? 또 이 디테일에 약한...특히나 금전적인 세부사항에 대해 알고싶지도 않고 알려들지도 않는 이 허술함...ㅠ.ㅠ)
암튼 대략 며칠 지나면 책값 비싸진다더라~로 접수하고..
지금 10만원 살짝 넘게 지르고 알라딘 현관을 나서던 참이었어요~
(아이 문제집 두권이랑 아이책 몇권이 포함되긴 했지만...)

저는 요즘 더 두려운게.......책사는 병보다 더 심각한 음반 모으는 병이 도질것같아서 걱정이예요. 대학 다닐때 아르바이트해서 한달에 몇십만원씩 버는 족족........음반 사모으는데 다 써버리곤 했다죠...지금 저의 경제규모에서는 이런 취미(책, 음반수집)도 패가망신의 지름길인뎅...

게다가 요즘 세상에 누가 구리게도 CD를 사서 모으냐구요...

근데 전 mp3니 이딴거 적응이 잘 안되더라구요. 구석기인이죠...ㅠ.ㅠ

재즈를 좋아한지는 20년이 다 되어가지만 갑자기 요즘 Be-bop의 세계에 지대로 꽂히면서...고리짝 재즈 연주가들의 음반을 아주 세트로 모으고 싶은...(그게 왜 그렇잖아요. 책도 그렇지만..음반은 반짝 팔다가 절판되면 구하기도 힘들공...) 욕망을 누르느라 애먹고 있답니다...ㅠ.ㅠ

딸기 2007-10-20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머나... 신간 할인폭이 줄어드는... 그런 일이 조만간 일어나는 건가요?
전 디테일에 약한게 아니라... 뉴스에 좀 약해요 ^^;;
그 대신 뒷북에 강하지요 ㅎㅎㅎ
그런데 음악 좋아하시는군요. 전 음악 영화 문화예술 뭐 그런 거 안 좋아해요
(자랑이다 -_-)
비밥의 세계는 뭔가요? 저는 카우보이 비밥 좋아하는데...

이네파벨 2007-10-22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는 카우보이 비밥은 뭔지 몰라요^^
비밥은....1950년대쯤일까요? 암튼 즉흥연주와 특유의 약간은 전위적인 코드와 주법을 특징으로 하는 재즈의 한 사조인데요...
제가 너무 좋아하는 버드 파웰이나 아트 테이텀, 텔로니어스 몽크 등 피아니스트..
찰리 파커(색스폰), 디지 길레스피(트럼펫) 등의 연주자들이 유명해요..
음...
이들의 연주는......
그림으로 비유하자면...완전한 구상화도 아니고 완전한 추상화도 아닌..
형체와 대상을 묘사하되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자신만의 해석을 담아 어딘가 일그러지고 비틀리고 왜곡되고 변화된 모습으로 그려내는...반추상화(반구상화?)...라고 할 수 있는 인상파나 입체파의 그림처럼...

뼈대가 되는 멜로디(기존의 곡 등)를 굉장히 자유롭게...자신의 개성을 담아 재해석해서 연주한다고 할까요.....

전반적인 재즈가 그렇지만...(자유로운 해석)..비밥의 스타일은..특히나 즉흥연주가 강조되고 굉장히 신들린 듯 열정적인 분위기가 담겨있어요...

그러면서도 "감상적인"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뭐랄까...오히려 냉소적이랄까요...

뜨겁고도 쿨..................한 음악이죠^^

버드 파웰의 음반..(대표곡 모음 같은 것) 추천해요~ 전 특히나 피아노라는 악기를 좋아해서요...

딸기 2007-10-23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곧 피아노 살거예요 ^^
피아노 칠줄 모르는데... 실은 별로 구경도 잘 못해봤는데요,
피아노 있는 집에 사는게 로망이었거든요. ㅋㅋ
 

과학책, 정확히 말하자면 전문서적이 아닌 교양과학서를 읽을  때 우리는 무엇을 기대할까? 음식을 주문해놓고 기대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맛(재미)과 영양(지식)이 골고루 잘 어우러진 음식이라야 먹을 때도 즐겁고 먹고 난 다음에도 뿌듯한 느낌이 남을 것이다. 그런데 이 재미와 지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새롭고 알찬 지식이 가득하고 거기에 읽는 즐거움까지 얻을 수 있는 책을 만나는 것은 희귀하고 신나는 일이다. 널리 알려진 베스트셀러가 아닐 경우 그 기쁨은 더욱 특별하다.

이번에 소개할   『현대과학의 6가지   쟁점』이 내게는   그런 책이다.   이 책의   원제는 ‘Paradigm Regained’로 수학자이자 과학저술가인 존 캐스티가 1989년 내놓은 『패러다임 로스트Paradigm Lost』라는 책의 속편이다. 전편만한 속편이  없다는 말도 있고 더구나 전편이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속편을 번역 출간하기로 결정하기까지 나름대로  출판사에서 많은 고민을 하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이 책은 전편을 읽지 않고도 충분히 이해하고 음미할 수  있고, 전편에 기대지 않고 독자적으로  그 가치를 충분히 발휘한다. 오히려 전편에서 다루어졌을, 각 주제에 대해 이미  널리 알려진 내용은 뭉텅, 뭉텅 생략하고 논점의 최신, 첨단에 해당되는 부분에 집중했기 때문에 긴장감 넘치면서 꽉 짜인, 그야말로 농축액과 같은 책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생명의 기원, 유전 대 환경, 언어 습득, 인공 지능, 지성을 가진 외계 생명체, 양자적 실재라는 여섯 가지 주제를 담고 있는 이 책에서 저자는 각 주제에 들어가기에 앞서 과학 그 자체에 대한 관점, 과학의 정의, 우리의 삶 속에서 과학과 과학자의 위상, 그들을 둘러싼 오해와 몰이해, 오용과 악용, 터무니없는 비난, 과학과 종교나 인문학과의 관계 등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앨런 소칼의 지적사기 에피소드나  창조론 논쟁 등을 예로 들며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은 이 책의 논쟁이 ‘과학’의 테두리 안에서 벌어질 것이며 그 경계는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다라고 확실하게 선을 그어두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여섯 가지 주제에 대한 논의는 전작을 따라 배심원 재판  형식으로 꾸며져 있다. 각 재판에서 전문가들이 원고 또는 피고가 되어 증거를 제시하고 마지막에 저자 자신이 배심원 중 하나로 나서서 의견을 밝히는 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생명의 기원에 대한 논쟁은 지구상의 생명이 자연적이고 물리적인 과정을 통해  생겨났다는 것이 원심의 판결이다. 우리가 흔히,  막연히 알고 있는 원시수프에서 유기물이  만들어지고 그것이 어찌어찌해서 자기복제가 가능한 고분자  물질이 되고 생물로 진화된다는  내용에서 그 ‘어찌어찌’에 해당되는 부분에 대한 현대 생물학의 갑론을박이 펼쳐진다. 또한 생명이 외계에서 유래했다는 방사범종설이나 창조론 등 피고의 목소리도 소개된다.

두 번째 본성 대 양육 논쟁에서는 인간의 행동 패턴이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 원고의 주장에 맞서 환경의 중요성이나 라마르크주의를 지지하는 실험결과 등 피고의 증거가 제시되었지만 역시 배심원은 압도적으로 우세한 증거를 유전자의 영향 쪽 손을 들어준다.

세 번째 주제 언어 능력의 선천성 여부는 두 번째 주제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의 언어 능력은 뇌의 고유한 선천적 특성에서 나온다는 노엄 촘스키를 중심으로 하는 주류의 주장을 소개하고 그에 대한 반대 의견, 다른 행동과  마찬가지로 언어도 학습된다는 피아제나 스키너의 주장, 촘스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샘프슨의 반론을 제시한다.

네 번째는 인공지능, 인간과 같이 생각하는 컴퓨터가 나타날 수 있을지 여부를 놓고 벌어지는 논쟁이다. 이 부분은 유난히도 매력과 흥미가 넘친다. 캐스티의 전공과 가까운  분야이기 때문일까? 아무튼 이 정도의 분량으로 인공지능 분야의 연구를 이토록 쉽고, 재미있고, 효과적으로 소개한 다른 글이 또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전작이 나온 이래로 지금까지 인공지능 연구에는 괄목할만한 진전과 성과가 있었지만 인공지능이 결코 인간의 마음을  흉내 낼 수 없다는 존 설, 펜로즈, 드레이퍼스 등의 피고 쪽에는 새로운 증거나 주장이  전개되지 못한 만큼 역시 원심의 판결을 재확인하여 강한 인공지능의 가능성에 손을 들어준다.

다섯 번째는 은하계 안에 우리와 소통할 수 있는 외계 지성체가 존재한다는 주장에 대한 논의이다. 먹고살기 바쁜 나와 같은 보통사람의 눈에는 이  질문이 현대과학의 중요한 논쟁거리 중 하나인가 하는 사실도 의문스럽다. 외계 지성체 탐색 연구(SETI)는 그 활동의 전도사를 자청했던 칼 세이건이 죽은 후 세이건의 존재보다 더 빨리 잊혀져가고 로즈웰 사건만큼이나 희화된 이미지로, 그리고 60년대의 히피문화만큼이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몽상적 과거로 남아있지 않은가? 저자 역시 결론적으로 외계 지성체와의 ‘소통’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판결을 내렸지만 이 장을 통해서 지금도 스포트라이트가 비껴간 곳에서 외롭게 이루어지는 외계 생명체 관련 연구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고 그 내용은 몹시 흥미진진하고 의미심장해서 6가지 논쟁의 하나로 다루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데에 동의하게 된다.

마지막 주제는 세계의 실체에 관련된  논의이다. 전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하게 측정할 수는 없음을 들어 닐스 보어를  비롯한 원고 측은 관찰자에게 상관없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실재는 없다고 주장한다. 한편 자연 현상은 우리가 관찰을 하든 말든 늘 객관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피고 측의 주장이다. 결국 저자는  배심원으로서 피고측의 주장을 인정하여 이전의 평결을 뒤집어 원고의 주장을 기각한다. 양자역학 분야에서 전개되어온 논의와 증거들을 담고 있는 이 장은 솔직히 나에게는 너무나  어려웠다. 캐스티는 어려운 주제들도 요점만 간추려 쉽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누구보다 뛰어난 능력을 지녔지만 돌처럼 단단하고 백지처럼 텅 빈 현대물리학에 대한  나의 무지 앞에서는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던  것이다.

존 캐스티는 숨은 보석과 같은 저자다. 『인공지능 이야기』라는  책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나는 그의 글에 반했다. 수학은 가까이하기에 너무 먼 당신이지만 나는 수학자 출신 작가에 특별한 사랑을 느낀다. 루이스 캐롤,  마틴 가드너, 더글라스 호프스태터에  이어 존 캐스티 역시 수학자이자 ‘최고의’ 책을 남긴 저자들 목록에 망설이지 않고 추가하고자 한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딸기 2007-10-17 0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오늘 이른 아침부터 이네파벨님 서재를 뒤적이는 보람이...
리뷰가 넘넘 재밌네요.
세번째, 네번째 논쟁 특히 흥미롭네요. 갠적으로, 펜로즈 '우주 양자 마음' 읽었지만 전혀 접수가 안 되는 그 난해함과 신비로움... ㅋㅋ '마음의 장소는 어디인가'라는 질문 자체는 아주아주 재미있긴 했어요.
다섯번째 질문은 관심없는 영역이고 여섯번째는 넘 어려워보이지만... 이 책 봐야겠군요. 감사...

이네파벨 2007-10-17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권하고 싶어요.
캐스티는 정보를 충실하게 간추려 쉽게 설명하는데 탁월하고...
중간중간 살짝살짝 엿보이는 우아한 유머도 맛깔난답니다.
<인공지능 이야기>도 아주 좋아요~
사실 제가 민스키의 책을 번역하고 있어서 예전에 나온 <인공지능 이야기>를 찾아 읽어보게 되었고 그 후에 이 책을 찾아 읽었죠.
재미있어요~ 이 책~

딸기 2007-10-19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서 봐야겠어요. 심지어는 이 리뷰만 보고서, 과학책 뭐 읽으면 좋을까요 하는 후배에게 이 책을 추천해주기까지 했답니다. "이거 내가 아는 분(^^)이 좋다고 한거니깐 읽어봐!" 하면서요.
 

현대물리학의 앞선 흐름을 알린다

최성일|도서평론가 robli@freechal.com

지난 6월 4일 오후, 2007 서울국제도서전을 보러 코엑스를 찾았다. 예년에 비해 도서전에 참가한 단행본 출판사의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공짜로 얻은 특별기획전 <한국현대사와 함께 한 우리 책 1945-2007>의 안내책자 몇 군데가 눈에 거슬린다. 양성우 시인의 시집 『겨울공화국』이 실천문학사에서 1977년에 나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실천문학사는 1980년대 설립된 출판사다. 나는 화다에서 펴낸 『겨울공화국』을 갖고 있는데, 이 시집은 그 전에도 출간된 것으로 안다. 그러니까 안내책자에 소개된 실천문학사 판 『겨울공화국』은 세 번째로 나온 게 아닌가 싶다. <창작과비평> 복간호(1988년 봄호)가 창간호 표지를 대신한 것은 성의 부족에다 작지 않은 편집실수다. "문우출판사/복간호(제16권 제1호)"는 번지수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되었다.

내심 아는 출판계 인사 서넛은 만나겠지 생각했는데, 두 시간 남짓 전시장에 머무는 동안 10명이나 마주쳤다. 도서출판 승산의 황승기(61) 대표와는 구면이다. 2000년 봄 복직한 <출판저널>의 첫 특집 '수학을 읽는다'의 한 꼭지로 그와 인터뷰를 했다. 이제 막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수학전문 신생출판사 대표와의 만남이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 승산은 과학전문 출판사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출판사 설립 초기, 학원가의 유능한 수학강사였다는 황 대표의 이력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안 망했습니다"
최성일(이하 최) 지금까지 펴낸 책은 모두 몇 종인가요?
황승기(이하 황) 정확히 헤아려 보진 않았지만, 거의 팔구십 종 될 걸요.

최  "안 망하겠다"라는 다짐을 지키셨습니다.
황  내가 그 얘길 다른 사람한테도 했어요. 과학책 붐을 일으키겠다는 뜻입니다.

최  '파인만의 빨간 책'이라 불리는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 1,2권을 번역 출간하셨는데요. 1권 '역자후기'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이 책은 설명 방식이 너무 독창적이어서 다른 참고 서적을 봐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황  2권의 번역자는 1권을 혼자 번역한 박병철 선생까지 8명입니다. 이 가운데 7명은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을 번역하자고 '물리사랑'이라는 사이트에서 의기투합한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번역 판권이 누군가에게 가 있는 거예요. 그래서 이 사람들이 꿩 대신 닭이라고 브라이언 그린의 『엘러건트 유니버스』를 번역하자고 했어요. 그 책의 판권 역시 나갔다는 거예요. 우리가 다 갖고 있었거든요.
그 중 한 친구가 어느 출판사에 판권이 있는지 물어봐도 에이전시가 알려주지 않는 거예요.
더구나 『엘러건트 유니버스』는 국내 에이전시가 아니었거든요. 이 친구가 승산이 갖고 있지 않을까 싶어서 내게 전화로 문의를 해왔어요.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를 번역하겠다고 제안하기에 1권은 번역이 진행 중인 상태여서 2권을 맡겼지요. 책이 워낙 대작이라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번역에 참여했으면 싶었지요.
2000년 무렵만 해도 물리학 교양서의 입지가 지금보다 훨씬 좁았어요. 혹독한 겨울이나 다름없었지요. 그 당시 내가 이 사람들한테 물리학에 관한 책을 한 스무 권 펴내 물리학책의 붐을 일으키겠다, 그것도 양자역학 쪽을 하겠다고 했더니 아무래도 못 미더워하는 눈치예요.
내가 누굽니까? 돈키호테잖아요. 나는 자신했습니다. "좋은 책만 만들어선 소용없다. 팔리고 읽혀야지. 좋은 책을 만들어도 못 팔면 기여한 게 없는 거다."뭘 믿고 그렇게 큰소리를 쳤느냐? 출판사로선 대중적이고 쉬운 책을 선호하게 마련입니다.
그래야 책이 많이 팔린다고 믿고 있거든요. 하지만 학문을 탐구하는 학자에서부터 초등학생까지 어떤 내용에 깊이 빠져들 때만이 연구와 학습이 제대로 되거든요. 나는 그전까지 출판인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교육이 정말 잘못된 점은 교육당국과 학부모, 그리고 출판이 아이들을 만물박사로 만드는 데 골몰하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상태를 바꾸는 것을 출판의 목표로 정했지요. 그러려면 내용이 어느 정도는 어려운 데까지 들어가야 한다고 본 거죠.
책이 진정으로 독자를 움직이려면 어느 정도의 수준은 돼야 한다는 거죠. 물론 번역과 편집의 완성도가 높아야 합니다.
이 책 저 책, 이런 분야 저런 분야를 다 하긴 어렵습니다. 처음엔 수학 쪽에 관심을 가졌다가 물리 쪽으로 폭을 넓혔습니다. 수학은 추상적입니다. 물리는 자연현상을 다룹니다. 양자역학의 세계가 눈에 보이진 않지만 그래도 응시할 수 있는 자연현상이어서 이해하기가 더 낫다고 본 거지요. 요즘 다시 수학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대학 다닐 때도 느낀 거지만 물리학과 출신들이 양자역학에 대해 잘 몰라요. 뿐만 아니라 이공계 출신과 지식인층에서도 양자역학은 아킬레스건이에요. 이런 걸 해소하기 위해 관련서를 와장창 내자는 거지요. 그래서 『조지 가모브, 물리열차를 타다』(2001)를 낸 거예요. 이 책은 60년 전에 나온 겁니다. 그리고 1970년대 초반 전파과학사의 '전파과학신서'로 번역된 적이 있습니다.

승산에서 펴낸 수학·물리 교양서
도서출판 승산은 출판등록을 하고 1년 6개월 만에 첫 책을 냈다. 폴 호프만이 지은 수학자 폴 에어디쉬 전기 『우리 수학자 모두는 약간 미친 겁니다』(1999)가 승산의 첫 책이다. "이 책은 순수 수학의 흥분, 열광, 통찰, 그리고 수학에 미친 한 인간의 아름다운 몰두를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이 책이 나오기 전까지 에어디쉬는 우리에게 낯선 인물이었다. 수학교사 중에도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이 책은 예술가와 전문직 사이에서 널리 읽혔다.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수학의 해' 즈음하여 출판한 실비아 네이사의 『아름다운 정신』(2000)은 실제로 정신분열증에 시달린 수학자 존 내쉬의 생애를 다룬다. 책을 두 권으로 나눈데다 촌스런 표지 탓인지 몰라도 별 재미를 못 봤다. 러셀 크로우가 내쉬를 연기한 영화의 국내개봉에 맞춰 재출간했을 때 비로소 독자의 주목을 받았다. 『뷰티풀 마인드』(2002)는 두 권을 한 권으로 묶어 양장 제본하고 원제목과 영화제목으로 제목을 바꾼 것이다.

『일반인을 위한 파인만의 QED강의』(2001)는 다른 출판사를 통해 '숨은 질서를 찾아서'라는 제목으로 나왔던 것을 재출간하면서 본문 편집과 표지디자인에 공을 들여 독자의 호응을 얻었다. 다음은 황승기 대표가 전하는 독자 반응이다. "병원에 입원한 여자 친구 간병하면서 다 읽었다는 독자가 있는가 하면, 정작 물리학과 출신들은 불만이 있더라고. 양자역학을 이해하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일반인을 위한 강의가 어떻게 가능하냐며."

브라이언 그린의 『엘러건트 유니버스』(2002)와 『우주의 구조』(2005)는 시각이 서로 맞선다. '초끈이론은 절대적이다'와 그렇지 않다로. 데이비드 린들리의 『볼츠만의 원자』(2003), 조지 존슨의 『스트레인지 뷰티』(2004), 갈릴레이의 천문노트 『시데레우스 눈치우스』(2004) 등도 눈여겨봐야 할 책이다. 작년 말에서 올해 초 사이에는 묵직한 책들을 내놨다.

황승기 대표는 "안톤 차일링거의 『아인슈타인의 베일』은 제목에 아인슈타인이 들어있지만 양자물리학의 세계를 다룹니다. 독일어로 나온 원서를 번역했는데 영어판은 아직 안 나왔어요"라고 말한다. 한스 크리스천 폰 베이어의 『과학의 새로운 언어, 정보』는 "정보 개념이 어떻게 물리학의 열역학에서부터 생물학의 유전까지 다양한 원리들에 빛을 비추는지 보여준다."

존 더비셔의 『리만 가설― 베른하르트 리만과 소수의 비밀』과 마르쿠스 듀 소토이의 『소수의 음악― 수학 최고의 신비를 찾아』는 짝을 이룬다. 더비셔의 책은 번갈아가며 읽는 형식이다. 홀수 장은 수학적인 내용을 주로 다루면서 독자가 리만 가설을 수학적으로 이해하고 그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게 돕는다. 짝수 장은 리만 가설의 역사적 배경과 관련한 수학자들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이 책에는 리만 가설을 이해하기 위해 요구되는 최소량의 수학만이 실려 있다. 이보다 더 간단한 수학으로 리만 가설을 설명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이 책을 덮는 순간까지 리만 가설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도 여전히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서문'에서) 『소수의 음악』은 수학의 성배 뒤에 숨겨진 놀라운 역사와 이를 파악하려는 노력을 흥미롭게 펼쳐보인다.

최  이런 책들의 주된 독자층은 누굽니까? 어떤 사람들이 승산에서 만든 책을 읽고 있나요?
황  독자서평 외에는 독자의 반응을 알 수 있는 피드백이 없기 때문에 정확히는 잘 모릅니다. 똑똑한 중학생 정도면 읽을 수 있다고 봅니다.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교수, 연구원 들과 열독력 있는 문과출신까지가 주 대상이 됩니다. 특히 소설에 식상한 사람들이 우리 책을 좋아합니다. 독자들의 저변과 독서 풍토가 그리 삭막하지만은 않습니다.

파인만 책은 다 내겠다
최  출간목록에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의 비중이 높은데요.
황  『파인만의 여섯 가지 물리이야기』(2003)는 처음부터 예감이 좋았어요. 이건 된다 싶었지요. 그런데 걸림돌이 없지 않았어요. 판권은 살아있지만 다른 출판사에 우선권이 있었어요. 다행히 그 출판사는 이 책에 관심이 없었어요. 한숨 돌리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저작권을 가진 미국 출판사에서 실적을 요구하는 거예요. 아직 책을 한권도 안 낸 상태였는데 말예요. 판권 계약만 진행 중인 상황이었습니다.
그래도 "잘 할 수 있다" 했더니 "안 된다" 하진 않고 "지켜보겠다"는 응답이 왔어요.
에이전시를 통해 아무리 사정을 말해도 막무가내예요. 그러면 좋다, 너희에게 판권이 있는 파인만 책을 다 하겠다고 했어요. 거기서 펴낸 파인만 책을 다 계약하자 해도 말을 듣지 않아요. 그러니 누가 판권을 가져가면 어쩌나 얼마나 불안해요. 책이 나오는 대로 책을 보내줘도 함흥차사인 거예요. 그로부터 정확히 3년 뒤 오케이 사인을 받았어요.
의욕이 생겨서 파인만에 만족하지 않고 파인만의 라이벌인 겔만의 전기 『스트레인지 뷰티』를 낸 거예요. 이 책은 손해를 많이 봤어요. 겔만은 우리나라에도 한번 다녀갔는데, 흥미로운 것은 겔만의 전기에 나오는 물리학자와 파인만의 전기 『천재』(2005)에 등장하는 물리학자가 얼마 겹치지 않아요.
내가 봐서 좋은 책은 독자도 좋다고 인정하더라고요. 독자의 수준이 아주 낮은 건 아닙니다.
의외로 '어려운' 책을 이해할만한 독자가 꽤 있습니다. 우리가 콘텐츠를 잘 선택해서 책을 만들면 되겠더라고요. 비유하자면, 찐빵의 팥소 같은 책이 있을 거 아니에요. 그런 책을 스무 권 정도 확보하면 어떤 중요한 흐름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최  번역할 책을 어떻게 고르시나요?
황  대부분 아마존www.amazon.com을 통해서 한다고 보면 됩니다. 에이전시를 거치는 경우가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요즘은 아마존이 출판하는 사람을 살려줘요. 나도 한때는 아마존을 끼고 살았어요. 판매 예측이 가능하거든요. 원서가 잘 팔린다면, 번역을 잘못하지 않는 한 번역서도 십중팔구는 꽤 나간다고 봅니다. 문과 학문은 어떤지 몰라도 이공계 학문은 세계 공통이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아마존은 누구도 할 수 없는 엄청난 역할을 하고 있는 겁니다. 잘 활용해야죠.

최  10년 가까이 출판을 해보니 어떠세요. "출판사는 절대로 하지 말라"던 주변의 만류가 옳았습니까?
황  해보니까 그 사람들은 나를 위해 좋은 이야기를 해준 거더라고요. 그것이 내게 어떤 도움이 됐나 하면, 그 사람들은 선의로 만류한 거잖아요. 내가 돈키호테 기질이 있는데 심사숙고하게 해줬지요. 결과론적으로는 출판을 잘 했다고 생각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반대와 충고가 보탬이 된 듯해요.
아무튼 이 길에 정말 잘 들어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의 중등교육을 살리고 싶어서 출판을 시작했거든요. 우리가 안고 있는 교육문제는 현행 교육체제 아래선 해결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보다시피 아주 엉망이잖아요. 다른 분야는 발전해도 교육 분야는 늘 뒤처져 있지요. 개인적으론 학원 강사로 일하고 학원을 경영한 것에 양심의 가책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돌이켜보면 잘 되던 학원을 왜 접었나, 학원과 출판을 겸업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최  승산은 어린이책도 펴냅니다. 역시 분야는 과학이고요. 그런데 최근 출간된 '논술 쑥쑥 어린이 인권여행' 시리즈는 분야가 다르네요.
황  우리가 '문과'를 안 한다는 게 아닙니다. 콘텐츠만 좋으면 합니다. 여러 가지 사정상 과학의 비중이 높고 그것에 전력을 다하는 겁니다. 어린이책을 이왕 시작했으니 내지 않을 순 없는 거지요. 또 출판사가 한 달에 한 권은 펴내야 하는데 지난해엔 책을 몇 권 못 냈어요. 출판사 웹 사이트 만드느라 편집 진행 중인 책에 신경 쓰느라. 상대적으로 제작기간이 덜 드는 어린이책을 내야겠다 싶었지요.
시행착오를 겪고 난 지금은 어린이책이 꽤 선전을 하고 있어요. 우리의 경우, 계절적으로 성인책의 판매가 부진한 오뉴월에는 어린이책이 커버를 해줍니다. 어린이책에서 빠져나오려 생각했지만 안 빠져나온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출근해서 보면요. 매출도 매출이지만 책이 몇 권 나갔느냐가 굉장히 기분을 좌우합니다. 어린이책은 권수라도 많이 나가요. 그런 날에는 일할 활력이 솟구치지요. 그런 의미에선 어린이책 내기를 아주 잘 한 것 같아요.

수학공부, 하려면 제대로 하자
최  새 교육과정에서 수학교과의 비중이 낮아진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황  수학교양서를 내는 출판사로서 함부로 말하기 어려운 점은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과목이 많다는 거예요. 나는 모든 사람이 수학을 다 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 않습니다. 예체능을 하는 사람은 수학의 비중을 줄여줘도 되요. 그 대신, 줄인 비중이나마 제대로 된 수학교육이 이뤄져야 합니다. 일주일에 두 시간 수업을 받아도 제대로만 한다면, 그 수학교육이 음악을 하거나 미술을 하거나 또 다른 예술 활동을 하는 데 반드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엔 음악, 미술 하는 애들까지도 문과와 같았어요. 요즘은 안 그렇지만. 그런데 얘들은 날마다 대여섯 시간 음악, 미술 실기를 해야 합니다. 언제 영어공부하고, 언제 수학문제 풉니까? 그들이 하는 영어와 수학은 정상적인 방식이라고 말할 수 없지요. 나는 모든 사람이 영어, 더구나 수학을 다 해야 한다는 데에는 찬동하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은 해도 좋고, 한 해도 좋아요. 하지만 수학을 해야 할 사람은 수학을 줄여선 안 되지요. 단, 이 경우에도 많이 하는 게 능사는 아닙니다.
그러면 수학공부를 왜 해야 하느냐? 당장 써먹을 수도 없는데 말이에요. 수학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고력 형성입니다. 사고력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차원 높은 사고력을 유발하고, 고차원의 사고력이 결과적으로 고도의 판단능력을 제공해주며, 창의력에까지 연결됩니다. 우리 수학교육은 이런 역할을 하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수학교육이 교육을 망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본연의 길에서 벗어난 수학교육은, 다시 말해 수학을 잘못 가르치면 창의력과 사고력을 배양하기는커녕 다 짓밟게 됩니다. 차라리 수학교육을 안 받은 사람이 나아요. 수학의 진정한 길을 가면 수학하는 것이 다른 문과에까지, 소설 쓰는 데까지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지금처럼 하는 수학교육은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는 겁니다.

최  그럼, 수학을 어떻게 가르치는 것이 바람직한가요?
황  수학의 기본 개념과 원리에 따라야 합니다. 그러나 수학교육의 현실은 수학을 잘 하는 학생들도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해 풀이과정 자체를 외우는 형편입니다. 어려운 문제를 두세 시간이나 하루 이틀, 심지어 일주일 넘게 붙잡고 끙끙거리며 푸는 게 아니라 풀이과정을 외우는 데 급급한 것은 큰 문제입니다. 그렇게 해도 문제를 풀 수 있으니까요. 아시아 지역에선 풀이과정을 노출하지만, 미국 쪽은 그렇지 않습니다. 교사가 수학을 잘 가르치느냐, 못 가르치느냐의 여부를 떠나 교육시스템부터가 다릅니다.

논술대비는 독서가 최선
최  저는 대학입학 논술시험은 변별력에 문제가 있을뿐더러 대학에서 공부할 능력을 판단하는 잣대로도 부적합하다고 봅니다. 앞서 말씀하셨듯이 논리적 사고력을 키우고, 여기에 더하여 대학입학 응시자의 수학修學 능력을 가늠하고자 한다면, 정규교과와 대입에서 수학의 비중을 높이는 게 더 옳아 보입니다.
황  미국의 고등학교에선 학생에게 에세이를 많이 쓰게 하잖아요. 그걸 본뜬 겁니다. 미국은 초등학교 때부터 작문 연습을 철저히 합니다. 영어시간, 곧 미국의 국어시간뿐만 아니라 다른 과목에서도 에세이를 써내라 하지요. 대학입시에서도 에세이를 써서 제출해야 하잖아요. 한국에서 지원하는 학생들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만, 자기가 써내라는 거 아닙니까. 또 우리는 논술과 독서의 순서가 뒤바뀌었습니다. 책을 먼저 읽어야 마땅하지만 논술을 막 때려버리니까 수험생으로선 요점을 정리한 책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수학교육의 문제점을 이야기하자면,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수학책이 어려워야 신뢰를 합니다. 어려운 문제를 풀 줄 아는 선생을 존경합니다. 대입 본고사 시절에는 일본 도쿄대학 입시문제를 풀어줘야 했어요. 이런 심리가 우리에게는 잠재해 있습니다. 학원, 과외, 개인지도 등이 모두 공부 잘하는 학생의 수준에 맞춰져 있습니다. 어려운 문제를 끌고 가다보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낭비하게 됩니까? 어려운 문제만 풀어서 수학적 사고력이 길러지고 수학문제를 잘 푼다면 괜찮습니다. 그러나 사람을 허우적거리게 만듭니다. 그렇게 해서는 전체적인 체계를 잡아서 자기 힘으로 문제를 풀 수 있는 능력은 절대 안 생깁니다. 그러기에는 고등학교 3년이라는 세월이 너무 짧습니다.

저번 인터뷰에서 황승기 대표는 수학 잘하는 방법을 귀띔해 줬다. 첫째, 문제의 답과 풀이과정을 보는 것은 금물이다. 단, 교과서에 예시된 비슷한 유형의 풀이과정은 참고해도 된다. 둘째, 교과서를 차근차근 15번 이상 읽는다. 또 그는 "학생들이 문제를 스스로 풀어보는 것으로도 수학교육은 혁명이 이뤄지며, 학생들이 『엔트로피』(제레미 리프킨) 같은 책을 한 권만이라도 제대로 소화하면 논술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실전을 통해 터득했다"고 한다.

도서출판 승산은 향후 2-3년간의 출간 일정이 잡혀있다. 대체로 현대물리학의 앞선 흐름을 다룬 책들이다. 그 가운데 세 권을 황승기 대표의 설명을 토대로 살펴보면, 『The Road to Reality-A complete Guide to the Laws of the Universe』는 로저 펜로즈Roger Penrose의 역저다. '우주의 법칙'이 부제인 이 책은 수학에 높은 비중을 둬서 학문의 근본부터 트위스트이론까지 다룬다. 누프양자이론의 창시자인 리 스몰린Lee Smolin은 입자이론의 '세 갈래 길'로 초끈이론, 누프양자이론, 트위스트이론을 든다. Peter Woit의 『Not Even Wrong』은 초끈이론을 비판하는 책이다. 프리먼 다이슨Freeman Dyson이 서문을 쓴 줄리언 하빌Julian Havil의 『Gamma: Exploring Euler? Constant』는 오일러의 상수, '감마'를 본격적으로 다뤘다.

기사게재 : <기획회의> 203호 기획회의가 만난사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