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생각해도 감동적인 이야기이다.

이건 내가 1년쯤 전 어느 분의 블로그에 남긴 댓글이다.

"눈물이 나려고 하네요...
전 두 아이를 키우는 34살 주부입니다.
저도 몇년 전부터 내내 이 책들 생각이 났었고..
요즘들어 부쩍 이 책들이 떠올라서
헌책방을 뒤져볼까..우리나라에는 헌책 도서관같은거 없나...
적극 알아보려고 하던 차에..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이 곳으로 왔습니다.
노랗고 커다란 판형의 이 전집...
정말 주옥같은 동화들이었죠?
전 즐거운 무우민네(구글에서 이 제목으로 검색한 끝에 여기로 왔답니다.)와 사
자와 마녀(C. S. Lewis의 작품이죠? 시공주니어인가에서 요즘 번역본이 나왔을
거예요 "나니아 시리즈"로...전 이 7권을 원서로 가지고 있어요. 아직 다 안읽었지
만) 요술에 걸린 학교...그리고 얼마전에는 잠들기 전에 요술장이 아가씨인가요?
마녀 놀이를 하는 두 소녀 이야기...그 이야기가 떠오르구요..마치 오래 사랑하다
떠난 사람들의 혼령처럼 이 책의 이야기들이 저에게 들러붙어 자꾸만 자꾸만 저
를 부르는 느낌이랍니다......
하루키의 1971년의 핀볼인가...그런 소설 읽어보셨어요?
한때 죽어라고 들이파던 핀볼머신이 어디론가 팔려간 후 몇년이 흐르고나서..
그 핀볼머신을 찾아 마구 헤메던 주인공...
제 심정이 그래요...
이 책들은 너무나 너무나 오래되어서...
어디에선가 찾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생각에 더욱 슬프지만요...
저도 돈을 아끼지 않고 사들일 용의도 있구요...
아니면 단 한번이라도 읽어보고 싶어요...
그런 곳이 없을까요?
서로 정보 나누도록 하죠...
제 메일은 jwl1205@yahoo.co.kr입니다.
행복하세요."

어느 분이 이 전집을 찾고 있다는 이야기를 원글에 올리셨고 마침 인터넷(구글)에서 이 책의 흔적을 찾으려고 몸부림치던 내가 우연히 발견하게 되어 그 곳에 남긴 글이다. 나 뿐만 아니라 이 책을 찾아 헤매던 사람들이 여나믄명 있었다. 모두 댓글에 이 전집에 대한 구구절절한 사연과 그리움과 사랑을 토로했다. 몇몇은 눈에 눈물을 주렁주렁 달고.....

그 후 또 몇달이 지나서 어느 분에게 메일을 받았다. 그 분은 인터넷에서 찾은 이 책의 전집 목록을 전해주었다. 전집 목록은 다음과 같다.

  1. 사자와마녀 / 클라이브스테이블루이스 / 박화목

   2. 바닷가의축제 / 코넬스웰크스호이스 / 김요섭

   3. 요술장이아가씨 / 카니그즈버어그 / 이화진

   4. 귀염동이막내 / 에디드운네르스타드 / 석용원

   5. 유쾌한호우머 / 로버트맥클로스키 / 조풍연

   6. 외토리소녀 / 헤르타폰게프하르트 / 송원희

   7. 개와다섯아이 / 르네레쟈니 / 김영일

   8. 돼지임금님 / 로버어트데이비스 / 유경환

   9. 거인의바위굴 / 비에룬롱겐 / 장수철

  10. 앵무새와니콜라 / 클레어비숍 / 이주훈

  11. 라디스의모험 / 산체스실바 / 장선영

  12. 유리구두 / 엘리너파아존 / 신지식

  13. 요술에걸린학교 / 루드소오여 / 박목월

  14. 즐거운무우민네 / 토우베얀슨 / 이원수

  15. 강아지이달고 / 르네기요 / 권영자

  16. 소년탐정칼레 /아스트리린드그렌 / 최요안

  17. 두로테 / 에리히케스트너 / 이병찬

  18. 플로렌티네와비둘기/ 제임스크뤼스 / 윤석준

  19. 셋방살이요정 / 메어리노오튼 / 이영희

   20. 오렌지꽃피는나라 / 워얼터브룩스 / 이규직

이 중 상당수...특히 두드러지게 재미있게 읽었던 책들 몇 권은 요즘 최신판으로 복간되어 번역서가 나왔지만....나는 그저...내가 어릴때 읽었던 그 대로의 모습으로 이 책들을 만나보고 싶다. A4 정도의 커다란 판형...좀 누렇고...반질반질하다기보다는 약간 거칠+부들한 종이의 촉감....부드러운 색조의 삽화......

1971년의 핀볼에서 주인공이 헤메고 헤매다가 우여곡절 끝에 그리워하던 핀볼머신을 만나 그토록 소원하던 게임을 하듯...

언젠가...어느 도서관 구석...혹은 너그러운 수집가나 소장가의 서재에서...이 책들을 그냥 한번 읽어보고 싶다. 어쩌면...다시 만날 그 책은 실망을 안겨줄 지 모른다. (초딩시절 완벽한 아름다움으로 남아있던 캔디 만화를 중딩인가 고딩때 다시 보면서 그림의 허접함에 충격을 느꼈던 것처럼...) 그렇다 하더라도 이 책을 만나보고 싶다.  

그런데...그 누구도 이 책을 찾았다는 소식을 전하지 않는걸 보면...마음이 불안하다. 오래 전에 마지막 한권까지 폐지공장에서 사라져버린걸까? 한줌 먼지로 흩어져버린걸까? 그걸 생각하면 먹먹한 슬픔이 밀려든다.

내가 이 책을 찾아낸다면 당연히 나처럼 찾아헤매는 분들에게 연락을 드릴 것이다. 다 같이 빙 둘러앉아 테이블 위에 이 책을 올려놓고 한권씩 돌려 읽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금자씨에서 복수를 마친 사람들이 둥그렇게 모여앉아 피빛 케잌을 나누어 먹듯...) 아마도 입술에는 미소를...눈가에는 눈물을 주렁주렁 달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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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5-10-24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이네파벨님, 어쩌다 들렸는데.............너무나 그리운 책 제목들이...엉엉엉.
전 계몽사 50권 문고로 시작하여....저 20권 시리즈, 그리고 에이브 시리즈......정말 수십번씩 읽었을텐데....이젠 어디서 만날런지...휘유. 암튼, 초면에 반가워서...^^

이네파벨 2005-10-24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덥썩~ 손이라도 붙잡고 싶군요.

이 책을 알고 계시군요...
이 책을 기억하고 계시군요...
아...
이 책을 알던 분들은 하나같이 여...러번 읽고..오...래도록 기억하고..무....쟈게 그리워하는 듯 해요. 정말 신기한 매력을 가진 전집이죠?

저도 에이브 시리즈 여러번 읽었구요. 계몽사 세계문학전집...뭐 그런 것도 집에 있었어요. 에이브 시리즈에...요즘 완간된 "초원의 집"도 있었죠~?
에이브 시리즈도 물론 그리워요...

혹시라도 이 책들의 소재를 알게 되면...서로 알려주기로 해요~

딸기 2005-10-29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맞아요 저 책이예요.
마냐님 얘기대로 계몽사 50권짜리 책, 저는, 태어나서 읽어야할 것들의 90%는 거기서 읽었다고 생각한다니까요. 에이브도 그렇고...
사실 위에 써놓으신 문고판은 저는 없었더랬답니다. 친구네서 읽었어요.
에이브 시리즈의 초원의 집... 큰숲작은집, 초원의집, 우리읍내 순서였지요.
사자와 마녀, 즐거운 무우민네(이거 작년에 애니메이션 빌려다 봤었는데^^)...
느무느무 재밌었지요.
실은 나니나 시리즈를 살까말까 고민중인 이유도 이런 감정과 연관이 있어요.
너무 좋아했었지만 그게 또 하도 어릴적의 일인지라, 사놓고 실망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거든요.

이네파벨 2005-10-29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기우유님,
나니아 사셔도 실망하진 않으실거예요.
전 무민 시리즈...소년한길에서 나온거...두 권 사서 잼있게 읽었답니다.
삽화가...(이게 아마 토베 얀슨의 오리지날 삽화인지...) 아주 조그맣고 그냥 흑백의..펜으로 스케치한 거라서..그림책같은 분위기가 안나지만...그.래.도. 여전히 훌륭해요. 나니아 시리즈는 처녀때 원서를 사놓고 여태 안읽었네요. 사는게 뭔지.....울 아이가 읽겠다고 나설 즈음에 같이 읽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ㅡ,.ㅡ

2005-10-31 16: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네파벨 2005-11-01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마르다님...정말 차 대접 받으러 가도 되겠습니까?
뻔뻔스럽지만 초대 받아들일께요.
제가...조금...마음의 준비가 된 후에 실행에 옮길께요...

음...그러기 위해서.....먼저.......
우리...친.해.져.요. 네?

암튼...어딘가에 살아있다는 사실을 안 것 만으로도 너무 기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2005-11-01 1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네파벨 2005-11-02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게만 보이는 글에 대한 답글....
님의 서재에 안보이게 가져다 놓았습니다.
정말 감사해요.

changsk 2006-07-09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서야 제 서재에 글 남기신것 보았습니다. 저는 1972년에 국민학교에 입학했었지요. 한글깨치고 처음 보기 시작한 책이 저책입니다. 어머니께서 친구집에서 빌려다 보여주셨지요. 제기억으로는 오렌지꽃 피는 나라로 시작해서 사자와마녀로 20권이었습니다. 에리히 캐스트너의 에밀과 탐정, 하늘을 나는 교실도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착각일지도 모르겠네요. 에리히 케스트너의 동물회의는 어느 책엔가 뒤쪽에 나와있었던 것 같기도 하네요.

동생들이 학교에 들어갈때즈음해서는 저 전집을 우리집에도 들여놓았었는데 잘 보다가 어느새 2권 없어지고, 결혼하고 제가 물려받았는데 책벌레도 나오고 맞춤법도 바귀었다고 아내가 버리려는걸 제가 만류에 만류를 했는데 어느틈에 퇴근하니 없어졌더군요. 리스트라도 좀 적어놓을걸 그랬어요.

오렌지꽃 피는 나라는 원저가 Freddy goes to Florida로 현재 플로리다로 간 프레디라고 번역본 나와있습니다.

추억을 함께 하는 분을 만나 반갑습니다.

 

 

 
슈렉! 비룡소의 그림동화 64
윌리엄 스타이그 글 그림, 조은수 옮김 / 비룡소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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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감기에 걸려서 모처럼 양쪽에 끼고 책을 읽어주었다. 늘 바쁘다는 핑계로 글을 읽을 줄 아니 너희 혼자 읽으라고 떠밀어두었던 터라...동화책을 펼쳐든건 나로서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어제..... 열이 펄펄 나면서 아프다고 흐느끼는 큰 애를 붙잡고 몇시간을 씨름한 나는 지칠대로 지친 상태였다. 그런데 다른 책 두 권 다음 이 책, 슈렉을 읽다가 첫 페이지도 넘기기 전에 나와 아이들은 발작적인 웃음에 빠져들었다. 침대위에서 셋이 데굴데굴 구르며 웃어댔다. 지금 맑은 정신으로 다시 보니 그 정도로 웃긴건 아니지만(그래도 상당히 웃기긴 웃기다.) 어제는 정말 이 책 한권 읽으면서 눈물이 날 만큼 웃어댔다.

난 사실 서점에서 이 책 표지만 보고는 영화가 인기를 끌어서 급조된 동화인줄 알고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알고보니 이 책은 15년쯤 전에 쓰여진 것이고 영화가 그 뒤에 나온 것이다. 영화도 재미있지만 난 원작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그림도 이야기도 모두 기발하고 훌륭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번역이었다.  맛깔스럽고 입에 착착 달라붙는 단어들과 리듬감. 원작을 보지 않았지만 어쨌든 번역된 문장의 완성도는 만족을 넘어서 감동 수준이었다.  어린이 책의 번역은 거의 창작에 가까운 작업이라고 들었다. 창작 자체도 고통스럽고 힘든 작업이지만 원문이라는 틀 안에서의 창작은 그 못지않게 어쩌면 그 이상으로 어려운 작업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발을 묶고 달리는 이인삼각 경주처럼.....내가 번역을 하고 있기에(어린이책은 아니지만) 한줄한줄 노고와 정성이 눈에 더 잘 들어왔는지도 모르지만...

다시 책 내용으로 돌아와서...굳이 작가의 철학이나 심층 의미를 분석할 마음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지만...아무튼...예쁜 것과 미운 것, 착한 것과 나쁜 것, 바른 것과 틀린 것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살짝 역전되기도 하는 그런 세상....그것이야말로 작가가 이 책을 통해서 어린이들에게 선물하고 싶었던 천국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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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5-09-22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네파벨님이 번역 더 잘하실거라고 봐요. ^^

이네파벨 2005-09-22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구 무슨 말씀을...전 어린이책 번역은 젬병이예요. 좀 고학년용 과학서적을 번역한 일이 있는데 어투가 성인물같다고 출판사로부터 complain 받은 아픔이....

2005-11-09 16: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의 계곡 비룡소의 그림동화 123
클로드 퐁티 글 그림, 윤정임 옮김 / 비룡소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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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된 외국 동화를 보면 유난히 나무집이 많이 나온다. 나무 속에 여러 개의 방이 들어있고 다람쥐처럼 작은 동물들이 그 안에서 사는 그런 이야기(찔레꽃울타리) ...아니면 무시무시한 나무 집 안을 탐험한다든가... (번스타인 베어)

그런데 나는 사실......이런 류의 동화는 언제 봐도......좋다. 그 세밀함과 아기자기함이라니..

꼭 나무집이 아니더라도 가상의 집...가상의 동네...가상의 왕국을 만들어놓고 방의 벽지 색깔부터 정원의 조경까지 하나하나 골라가며 머릿속에 오직 나만의 공간을 건설해가던 기억....상상력 풍부한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한두번 해보는 일이 아닐런지...거기에 재능과 훈련이 더해지면  그 공간을 아름다운 그림으로 표현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로 생기를 불어넣어 한 편의 동화로 완성하는 것일테고...

이 책의 작가도 주의깊고 꼼꼼하게 가상의 공간을 건설했다. 책의 앞 부분에 아기자기한 나무집의 내부와 기발한 지명으로 가득한 계곡의 지도가 제시되어 있다.

책의 내용은 계곡에 사는 다람쥐 비슷한 생물인 투임스 가족들이 사는 모습을 그린, 두 페이지를 넘지 않는 짧은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야기들은 짤막하고...어찌 보면 이야기를 꺼내는가 싶은데 이미 끝나버리는 느낌도 든다. 도입부, 맛보기만 슬쩍 보여주고 휘릭 사라져버리는 듯한 느낌....

그.런.데. 그게 짜증스럽다거나 완성도가 떨어지는게 아니라....기묘한 "여백의 미"를 준다. 각 에피소드들은 참으로 생뚱맞고 기발한 소재들로 가득하다. 이야기를 소개하는 방식도, 끝내는 방식도, 이야기를 구성하는는 크고작은 내용들도....어딘가 묘.......하면서 새롭다. 군데..군데..초현실주의적인 느낌조차도 준다.

아이들(7세, 5세) 도 무척 좋아한다. 구성이나 그림이 어딘가 만화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아이들은 그런 점에 특히 열광하는 것 같다. 일러스트레이션은 풍경을 그린 부분은 사실주의적인데 인물들의 표정이나 디테일은 만화같다. 그 묘한 부조화가 나에게는 약간의 감점대상인데 아이들은 인물이 무척 귀엽다고 야단이었다.

꼭 한번 읽어보기를 권할만한 동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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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Q채널에서 금요일마다 "꿈의 거리, 브로드웨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한다.

지난 금요일에 1,2부를 해주었고 다음 주와 그 다음주 금요일(10시부터 12시) 총6부로 구성된 프로그램이다.

뮤지컬 광인 나로서는 너무나 반가운 방송이 아닐 수 없다.

시대별로 뮤지컬의 역사를 다룬 프로그램이라 지난 주 방영분은 뮤지컬의 태동기...유럽의 오페레타와 미국의 뮤지컬 코미디, 보더빌쇼... 등등이 어떻게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이어지게 되었는지를 보여주었다.

고딩때는 뮤지컬 배우가 되고픈 꿈을 품었을 정도로...뮤지컬에 반해버렸던 나에게...뮤지컬은 대략 세 범주로 나누어진다.

오페라의 유령, 선셋 블러바드, 캣츠,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등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작품들과 그밖에 레미제라블, 미스 사이공 등 동시대의 대형 뮤지컬(대개 카메론 매킨토시가 프로듀싱한)....대개 90년대 초였던 대학시절 처음 접했던 작품들이다. 직접 공연을 볼 기회는 거의 없었으나(캣츠와 지저스는 우리나라에서도 몇번 공연해서 그떄마다 가서 봤다.)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음반"을 사 모으며 듣고 또 들으며 상상의 나래를 폈던....

좀 더 오래된 브로드웨이 히트작들(아가씨와 건달들,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그리고 사운드 오브 뮤직, 남태평양 등 로저스-해머슈타인 콤비의 작품들.....대개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덕분에 가장 먼저(중고딩 시절) 접했던 작품들이다. 명절때면 공중파 방송에서 심심찮게 해주었던 이 영화들을 녹화해놓고...되풀이해서 보고 또 보고...사전 펴놓고 비됴 리플레이 해가면서 가사 찾아 외우던 기억...

그 다음 더 더 오래된...1930년~50년대의 뮤지컬의 원조격 작품들... 이 작품들은 사실 "뮤지컬" 그 자체로 거의 접할 기회가 없었다.  더 이상 브로드웨이고 어디에서고 공연도 하지 않고 영화로 만들어진 것도 일부이며 그나마 영화도  접하기 어렵다. 단지 그 작품에 나왔던 히트곡들만 "어메리칸 팝 스탠다드 넘버"로서의 영생의 삶을 얻어 재즈 연주가들에게 수백 수천가지로 재해석되며 지금까지도 연주되고 있다.

재즈는 뮤지컬과 또 다른 갈래의 나의 열정의 대상이고 이 재즈와 뮤지컬이 거슬러 올라가다가 만나는 지점이 바로 이 곳이다. 20세기 초 중반의 브로드웨이 작품들....틴 팬 앨리의 송 라이터들....내가 가장 동경하는 시공간이 있다면....바로 이 시기의 뉴욕의 브로드웨이와 틴 팬 앨리일 것이다.......

지난주 방송분에서는 어빙 벌린, 제롬 컨, 그리고 거쉬인 형제들이 다루어졌다. 젊은 시절의 해머슈타인, 리처드 로저스와 로렌츠(래리) 하트도 조금씩 얼굴을 비쳤다.......유명한 스탠다드 넘버들과 함께 많이 들어보았던 "쇼 보트"라는 작품도 자세히 다루었다. 콜 포터는 다음주 쯤에 나올까?

아무튼...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으로 여기저기서 조금씩 주워 듣고 찾아 읽고 끼워 맞추어가며 쌓아온 뮤지컬의 역사에 대한 어렴풋한 감에 확실한 지식으로 틀을 잡아주고...무엇보다 가슴속 깊이 그리워하고 동경해온 인물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너무나 반갑고 고마운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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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저녁마다 줄넘기를 하고 있다.  나의 몸무게는 얼마전까지 고3때 최고 기록을 거의 육박하는 수준이었다가 요즘 2kg 쯤 빠졌다. 사실 나는 둥둥한 몸매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 별다른 괴로움을 느끼지 않는데...(가끔 옷사러 가서 넉넉해보이는 바지가 막상 입어보니 꽉 껴서 안들어갈때 약간 비애감을 느끼기는 하지만...) 남편이 하도 성화를 해서 좀 빼주기로 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않고 날씬이들만 환영받는 이 세상...

그런데 뚱뚱이가 차별받는건 비단 인간세상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말씀.

책도 그렇다.

요즘 필이 꽂힌 인물이 있다. 현재 내가 번역하고 있는 책의 저자이다. 들으면 누구나 알 만한 유명한 사람이고 꽤 오래 된 인물이라 국내 출판계에서도 웬만한 저작은 다 나와있지만...

내가 관심있는건 그의 평전이다. 그의 삶도 무척이나 흥미진진해보이는데..그에 비해서 국내에 소개된 바가 별로 없기 때문에....그리고 그와 관련된 인물의 책들 중에서도 무척 호기심을 당기는 책들이 있다.

이런 책들의 번역을 기획해보고 싶지만...책들이 volume이 장난이 아니다. 500페이지를 육박하는 원서...이걸 번역해놓으면 우리말 책으로는 700-800도 나올 수 있다. 한 권에 담기 부담스러운 분량이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번역료 비롯 모든 비용이 많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 그 결과  책값 당연히 비싸진다. 그럼 타켓 독자층은 더욱 좁아진다....요즘같은 불황기에는 더더욱....

출판 번역 몇년의 경험으로...뚱뚱한 책은....기획단계에서부터 심사숙고의 대상이다. 꽤 괜찮은 책이라도...무조건 think twice하게 된다. 누구나 기다려온 아...주...유명한 저자의..아...주...유명한 타이틀이 아닌 다음에는 냉정한 출판 기획자(편집자)의 손에 처음부터 제껴지거나...우여곡절 끝에 태어나더라도 출판사에 재정 부담만 안겨주는 애물단지로 전락하는게 보통이다.

그런데 문제는...가벼운 터치로 쓰여진, 짧게 치고 빠지고자 하는 실용서, 대중서 등등의 책이 아니고서는 대부분 원저자들이 수년 수십년의 연구와 조사끝에 심혈을 기울여 내놓는 저서들은....대개 뚱뚱하다.

이 뚱뚱한 책들은 척박한 우리나라 출판 시장 구조상 아예 발을 들여놓기 어렵게 되어가고 있다. 누굴 탓할 수도 없다. 나부터도 2만원이 넘는 책을 사려면 손떨리는데...

도서관이 많아서 이런 책들을 흡수해주고 시민들이 무료로 도서관에서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보지만....과연 도서관에서 열심히 책을 대출해 읽는 시민이 얼마나 되는가...를 생각해보면 역시 탁상공론 같기도 하다.

결국....나 혼자 관심있는 책은 그저 나 혼자 읽고 말자...라는 시니컬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아쉽다. 좀 날씬했으면 충분히 많은 출판사들이  러브콜을 보낼만한 책들이...단지 뚱뚱하다는 이유로 외면당하는 현실이.....

작가 (내가 관심있는 분야에서라면...과학저술가들이 되겠지만)들에게 좀 군살 빼고 한 줄 한 줄 쓸때마다 think twice해서 꼭 필요한 말만 써서 책을 좀 compact하게 만들어 내놓으라고 버럭버럭 요구하고 싶다. (사실 번역하다 보면 중언부언에 쓸데없는 군살이 없는 책은 찾아보기 힘든것도 사실이다.) 히히 턱도 없는 소리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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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5-09-18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저도 요즘들어 책 읽어내는 끈기가 줄어든거 같아요. 전에는 10권짜리 대하소설들도 겁도 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요즘엔 두꺼우면 일단 겁부터 집어먹는답니다. 하지만 눈이 즐겁고 내용만 재미있는 책이라면...
그런데 추석인데 조금 짬이 나시나 보죠? ^^

이네파벨 2005-09-18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야클님 반가워요~~
저희는 차례를 안 지내서...(시아버님이 고향이 이북이셔서..) 아까 남자들(시아버님 남편 아들) 온천 보내고 모처럼 한가하게 이너넷을 즐겼답니다..^^
오후 내내 갈비찜과 씨름하고..부른 배를 안고 들어왔어요.

안녕...추석~~~
명절이 끝나가서 너무 기쁩니다. ^0^

아르미안 2005-09-18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직장 생활하면서 살아남기 위해 영어공부나 업무 관련 서적을 읽는 것도 아니구.. 그냥 취미(?)로 책을 읽으면서 두꺼운 책을 대하면 왠만큼 읽고 싶은 책이 아니고서는 감히 엄두를 못내게 되는 것이 사실이죠..
표현이 재미있네요.. 뚱뚱한 책이라.. 하하하..
하긴 500페이지짜리 책, 특히 전공서적 냄새가 나는 책은 최근에 거의 읽지 못한거 같네요.
'한국의 노인복지'도 산지 한달 동안 경우 2 쳅터 읽고 보류중이니까요.
주5일이 되면 좀더 나아지려나 했지만.. 그게 마음처럼 그렇게 되지를 않구요.
오히려 관심이 갈만한 한 쳅터를 발췌해서 사진 자료 잔뜩 넣어서 알기 쉽고 읽기 쉽게 만든 다음.. 시리즈물로 만들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요.. 혼자 생각이지만요.
그럼, 음.. 그럼.. 책이 뚱뚱한 지적 여인에서 날씬하고 세련되어 보이는(내용이 세련된다는 것이 아니라 보기에... ㅎㅎ) 여인으로 바뀌지 않을까요.
주책맞은 생각이었습니다..

이네파벨 2005-09-19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르미안님~ 답글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근데 챕터를 발췌하거나 책을 임의로 요약하거나 하는게...용의치 않더라구요.
원저자와 계약할때 허락하지 않는 않는게 대부분의 관례라서요.
물론 특별한 경우 예외는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예외이고 보통은 원저자가 자신의 책이 외국에서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방식으로 변형되어 보급되는걸 원하지 않는것 같아요.
일례로 제가 아는 출판사에서 판형을 바꾸는 것도 원저자가 반대해서 못한 경우도 있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