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를 찾아주신 어느 귀한 손님 한 분이 던지신 화두........"음악"...그 중에서도 특히나 "슬픈" 음악에 대해 얘기해보련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슬픈 음악은.......빌리 할러데이의 노래들이다. 그러고보니...얼마전에 그녀의 평전이 번역출간되었다는 소식을 신문에서 접한 일이 있다.

(엄청난 두께와 비싼 가격...아직 살 엄두를 못내고 있지만...언젠가 이 책도 어떤식으로든 나와 인연을 맺지 않을까...싶다. 사실..을유문화사에서 몇년 전 이 "현대 예술의 거장" 시리즈를 내기 시작할때....난 가슴 설레가면서 "빌리 할러데이의 평전"도 시리즈의 하나로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직업이 직업이니만큼...기획서를 넣어볼까..번역 기회를 청해볼까..하는 생각조차도...하지만 그냥 늘 그렇듯..이리저리 머리속으로 벌여놓다가 슬그머니 잊어버린 계획 중 하나로 전락...어찌되었든, 이런 엄청난(두께와 가격, 한정된 독자층) 기획을 시도하는 을유문화사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감수성 예민했던 청춘 시절...우울의 터널을 함께했던 그녀......

빌리 할러데이는...그녀의 삶 자체가 한 편의 드라마..한 곡의 슬픈 노래처럼 극적이고 강렬하다......나는...빌리 할러데이를 보면 마릴린 먼로가 떠오른다. 두 여자의 삶이 마치 흑과 백의 대칭을 이룬다는 느낌..........

불우한 성장과정...뛰어난 재능과 아름다움으로 젊은(어린) 나이에 스폿라이트와 대중의 선망을 한 몸에 받으나.....나약하고 상처투성이인 그녀들의 자아는 삶을 엉망진창으로..꼬이고 꼬이게 만든다......못된 남자들에게 이용당하고 버림받고...마약과 약물에 쩔고....

그런데 왜 우린 이런 삶에.........매혹될까? (나만 그런가?)

그건............................

그(녀)들이.....상실에 빠진 영혼...들을 대신해서...우울과 슬픔과 절망의 끝까지 질주한.......일종의..........순교자이기 때문이 아닐까...

예수가...인류의 죄악을 모두 짊어지고 십자가에 매달렸듯...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가 쥐떼를 몰고 떠났듯..

사르트르의 오레스트가 파리떼를 몰고 떠났듯...

그녀들의 갈데까지 간, 나락까지 떨어진 삶은......우리의 추락욕구(쿤데라의 표현을 빌자면.."깊이에의 유혹...현기증")를 대리충족시켜주고....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준다..........

빌리를 좋아하시는 분들...관심있는 분들...노래...들어보세요~

(초보자를 위해) 많이 유명한...I'm a Fool to Want You

(유튜브에서 이리저리 뒤졌는데.....동영상의 비됴 장면은 히치콕 감독, 폴 뉴먼, 줄리 앤드류스 주연의 Torn Curtain이라는 영화라네요.)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던.....노래 My Man

(가사가 쥑입니다. 메저키즘의 극치죠. 바람둥이에 자기를 패기까지하는 나쁜놈을 그래도 사랑한다고.........ㅡ,.ㅡ 감성보다 이성이 발달한 지금의 저로서는 택도 없는 노래죠...ㅋㅋㅋ 이 노래에서...마이맨의 나쁜점을 줄줄 읊다가...그래도 그가 안아주면 좋아죽겠다는 가사로 넘어갈때...단조에서 장조로의 조바꿈이 일품이예요....참, 이 동영상 보면 빌리가 뚱뚱하게 나오는데...음..제가 알기로 그녀는 짧은 삶의 대부분동안 날씬하고도 예뻤답니다. 흑인으로서...상당한 미인이었죠...)

참, 그런데 유튜브 링크거는거...저작권법에 걸리는건 아니겠죵?  *소심이네파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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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2 2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예전부터 사야지...사야지...하다가...

결국 못사고 품절되어버린 책...

품절된지도 꽤 된걸로 기억하는데...

지금 번역하는 책의 참고도서로도 필요하고...꼭 구하고프네요...ㅠ.ㅠ

혹시 갖고 계신 분 중 저에게 파셔도 감사하고요~

빌려주셔도 감사하고요~

구할 방법을 알려주셔도 감사하고요~

BTW 데넷 할아부지 책들은 왜 많이 소개가 안되었을까나....

(이 책도 사실 데닛이 쓴 책이 아니고요....)

인용된 글들을 봐도 문장이 쉽지는 않아보이지만..(대체 문장을 쉽게 쓰는 철.학.자.가 존재할까?)

참, 이 책도 데넷이 "썼다"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가장 사랑하는 책 중 하나(둘이라고 해야하놔? ㅡ,.ㅡ)입니다. 강력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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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7-11-21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임팩트(www.bookimpact.com)에서 검색하니 한권은 뜨네요. ^^

검색결과 수: 3권 검색완료
정렬: 높은가격순 | 낮은가격순
서적명 간행일 판매가 배송정책 서점



2007.11.21 16:48 현재


미생물에서 인간까지 마음의 진화
대니얼 C | 데닛 지음 l 두산동아 l 1996 | : (3544) | 상태양호 3,000 개인거래방식 북코아

마음의 진화(하드커버)
대니얼C | 데닛 지음 l 두산동아 l 1996 | 상태양호 4,000 개인거래방식 북코아

이런, 이게 바로 나야! 1
대니얼 C. 데닛, 더글러스 호프스태터 | 사이언스북스 2001 6,500 개인거래방식 헌책사랑


이네파벨 2007-11-21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 방가방가~ 여전히 깨소금 볶고 계시죠~ ^^

"마음의 진화"는 재작년쯤 싸연스북스에서 "사이언스마스터즈" 시리즈의 한 권으로 복간되었어요~ 그 책은 가지고 있답니다. 제가 찾는 책은 "다니엘 데넷"이라는 책...(제목은 데넷이지만 데넷이 쓴게 아니라 다른사람들이 쓴 데넷과 관련된 글을 모은...^^ 붕어없는 붕어빵같은 책이죠^^)

어쨌든 좋은 사이트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종종 이 책이 나오지 않는지 찾아봐야겠네요~

2007-11-21 2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네파벨 2007-11-22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여주신 분...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지금 주문 넣었어요...여러가지로 정말 감사드립니다.
예전의 초대가 여전히 유효하다면...언제 꼭 뵈었음 하네요...
추운 날씨에 건강하시구요...몸도 맘도 따뜻한 나날 되셔요!

2007-11-22 2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네파벨 2007-11-23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너무 고맙습니다. 정말이지 꼭 뵙고싶네요....*^^*

2007-11-27 15: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네파벨 2007-11-27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네..그 책...반디북에 있는걸로 나와서 주문했는데..
품절이라고 나중에 연락이 왔더라구요...
나중에 출판사에 직접 연락해서 꿍쳐놓은거 한 권만 파시라고 부탁해볼까~ 생각중이예요.
지금은 또 갑자기 예전에 일한 책 교정지가 두 개 한꺼번에 몰려와서 정신을 팔고 있지요...

그리고 <루시퍼이펙트> 공저...ㅋㅋㅋ 넝담이시져?

필립 짐바르도라는 심리학자가 쓴거구요...저는 물론 번역을 한거죠~ 반만요~

재미는...흠...어려운...질문...

저는 개인적으로 딱히 관심있었던 분야가 아니라 별 감흥은 없었지만...
책의 내용 자체가 난해하게 사람을 괴롭히는 일감은 아니었기에 나름대로 즐겁게 번역했구요..
실험 과정을 워낙 자세하게 소설처럼 구성해서 들려주기때문에...
다큐멘터리 실화를 보는 것과 같은 그런 재미는 있어요.
그게 장점일 수도 있고 단점일 수도 있겠지요.
번역하면서는..굳이 이렇게 자세하고 장황하게 그릴 필요가 있나..생각을 좀 했거든요..
하지만 오히려 미디어 서평등은 대체로 소위 "제가 개인적으로 관심있는 주제"들을 다룬 책들보다 훨씬 중요하게 평가를 받았네요...그러니까...장황하게 그릴만큼 뭔가 중요한 메시지라는 얘기겠죠? ^^

야클님이 오랜만에 찾아주셔서 너무 반갑고 기쁩니다^^

qualia 2007-12-03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네파벨(ineffabelle) 님, 혹시 마빈 민스키(Marvin Minsky)의 『The Emotion Machine: Commonsense Thinking, Artificial Intelligence, and the Future of the Human』을 번역하고 계신 것 아닌가요? 우와, 그렇다면 정말 흥미만만점일 텐데요. 이네파벨 님의 번역서가 정말 기다려지네요. 이네파벨 님 문체, 정말 그 감칠맛이 너무 좋아요^^*

그런데 혹시 람혼 님 블로그에 가보셨어요(blog.aladdin.co.kr/sinthome)(blog.naver.com/sinthome)? 음악 연주와 작곡을 하시는 분인데요, 또 한 분의 대단한 팔방미인이 알라딘에 둥지를 틀고 계셨더라구요. 람혼 님께서도 번역에 매우 관심이 많으시더군요. 아주 ‘고급스럽고 정갈한’ 사유를 치밀하게 펼치시는 분이라는 인상을 저는 받았습니다. 저는 아마 단골이 될 것 같습니다. 이네파벨 님께도 많은 암시를 주실 듯...

그 분께서 최근 번역에 관한 글을 올리셨는데, 로쟈 님과 yoonta 님께서 댓글을 올리시고, 또 그 댓글에 람혼 님께서 댓글을 올리시고... 저도 부끄럽지만, 어설픈 견해 한 자락을 올렸드랬습니다. 이네파벨 님의 생각도 람혼 님의 블로그에서 볼 수 있다면 정말 흥미로울 겁니다.

이네파벨 2007-12-03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퀄리아님!
돗자리 까셔도 되겠어요!!! (제가 다른 글에서 혹시 민스키 책 번역한다는 얘기를 했던가요? 어떻게 데넷을 찾는것만으로 민스키의 Emotion Machine을 대번에 알아맞추시다니!!! 거의 신공에 가까운 능력이세요!!)

네에...바로 그 책이랍니다...

제가 우찌우찌하다 퀄리아님도 관심 가지고 계실 바로 그 문제...인간의 마음...의식이라는 미스테리에 호기심을 느껴서.........제 수준에 맞지도 않는 어려운 책들을 붙들고 머리털을 쥐어뜯고 있답니다.

마치...장님 코끼리 더듬듯........한때는 신경과학쪽 접근방법이 그 답을 알려줄까 싶어서...어쩌다 무턱대고 출판사에서 제안한 <스피노자의 뇌>를 번역하면서 무쟈게 고생하고...(심지어 그쪽으로 돌아보고 싶지도 않을 정도로 힘들게..힘들게..)

그러다 우찌우찌하여 인공지능쪽 접근방법을 흘깃거리던 차에...역시 another 독심술의 대가 모 출판사 편집장님이 이 책(감정기계)을 내미시는걸...검토도 제대로 안하고 덥썩 받아들었다죠...

어려워요....교양과학서라기보다는 컴퓨터서적같은 분위기고요..엉엉..

의식에 대한 민스키의 견해는...아마...퀄리아님은 약간 반감느끼실거 같아요. 최대한 중립적으로 보고자 하는 저도 반감 느낄 정도로....의식(지각력, 주관성, 그야말로 qualia)의 존재를 축소,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요........

민스키는 데닛을 적극 인용하고 있어요. 제 생각에 데닛의 견해도 어느정도 민스키와 통하지 않을까...(아직 미출간인 로버트 라이트의 저서에서...라이트가 그런 말을 하더군요. 아무리 봐도 결국 데닛이 주장하는건 "의식이란 없다"라는 말이라고....) 다만 민스키 할아부지보다는 좀 더 세련되고 멋지구리하게 의견을 개진하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데닛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픈 필요성을 느꼈죠...(사실 <마음의 진화>도 예전에 바빠서 읽다 말았으니까...그거나 차근차근 다시 읽어볼까봐요...)

음...퀄리아님과 이런 주제로 이야기나누는것...참 좋네요. 너무 재미나요...
제가 배울점이 많을텐데...많이 좀 가르쳐주세요...
그리고...
번역 무지 오류도 많고 허접할텐데...따끔한 지적도 환영합니다.(약간 살살해주시면 더욱 감사~^^)

추천해주신 서재...지금 당장 가보겠습니다. 고마워요!

yoonta 2007-12-04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잉...이네파벨님이 <스피노자의 뇌> 역자시군요..재미있게 본 책인데..여기서 뵙게 되니..반갑습니다.^^
저자의 다른 책인 <데카르트의 오류>도 구해서 보고 싶은데 벌써 절판이네요. 원서를 구해봐야 되나..

이네파벨 2007-12-04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yoonta님, 찾아주셔서 반갑습니다!
<스피노자의 뇌>를 재미있게 보셨다니 반갑고...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데카르트의 오류>는 원서와 번역본 모두 제가 갖고 있는데...빌려드리고 싶은 마음이네요^^(헉, 사실 제 책이 아니라 출판사에서 빌려준걸 아직도....)

개인적으로는 <데카르트의 오류>가 재미있었어요. 신선한 주제인데다 사례가 풍부하게 실려 있어서요...
그 뒤로 를 쓰고 그 다음에 나온게 <스피노자의 뇌>라...
사골 재탕, 삼탕 우려내듯 신경과 의사로서의 경험한 재미있는 사례들은 전작들에 많이 사용하여서..
<스피노자의 뇌>는 사례보다는 저자의 "사유"쪽에 무게가 실렸더랬죠^^

2007-12-10 1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22 18: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네파벨 2008-02-12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여주신 분, 정말 감사합니다!
책은 아직 못구했습니다. 고마운 정보.....지금 당장 달려가보아야겠군요 ^^
 

커밍아웃하련다. 그렇다. 나는 무신론자다. 이 책을 통해 도킨스가 의도한 바가 바로 이런 것이다. 그는 나 같이 신을 믿지 않는 사람들로 하여금 무신론자로서의 정체성을 인식하고 당당하고 주저함 없이 그 사실을 드러내라고 말한다. 더 나아가 수십 년 전 동성애자들이 그러했듯 21세기 개명천지에도 손해보고 배척받는 무신론자의 사회적 지위를 각성하고 사회를 종교의 해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맞서 투쟁하라고 은근히 부추긴다. 그런데 과연 무신론자가 신앙인으로부터 그토록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을까? 종교가 무신론자, 아니 인간 전반의 삶에 진정 피해를 주는 것일까? 그에 대한 대답은 개인이 속한 사회, 그를 둘러싼 환경, 상황과 운에 따라 각기 다를 터이다. 나에게 종교는 어떤 것일까? 종교는 나의 삶에 어떤 흔적을 남겼을까?

나는 사춘기를 겪으면서, 동화와 결별하고 어른들과 세상의 불완전함을 깨달으면서 자연스럽게 신을 버렸다(또는 잃어버렸다). 기독교계 고등학교를 다닐 때 나름대로 종교 갈등을 겪기도 했지만,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고 나서는 한 번도 종교가 거치적거린 적이 없었다. 종교적 강요는 악몽 같은 체육시간과 함께 학창시절의 괴로운 추억으로 영원히 벗어던질 수 있게 된 듯했다. 그 후 나는 종교에 별 관심도 없지만 유감 또한 없는 사람이 되었다. 오히려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상대주의적이고 포스트모던한 세계 속에서, 온통 모든 관심이 단 한 번 주어진 짧은 삶 속에서 최대한 잘 먹고 잘 살고 잘 쓰고 가자는 이기적이고 물질적이고 탐욕스럽고 부박한 사회 분위기에서, 종교가 주는 긍정적 영향에 대해 일종의 향수나 동경 같은 것을 느끼기도 했다. 종교는 적어도 그걸 믿는 사람에게는 도덕에 '절대'의 추를 달아주고, 세속적 갈증을 잠재울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명령으로 선행과 봉사를 권유하지 않던가?

한편 칼 세이건, 마틴 가드너, 마이클 셔머 같은 과학적 회의주의자의 목소리에 마음 깊이 동조해온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입장은 조직화된 종교 자체에 싸움을 걸기보다는 창조론을 유사과학, UFO 광신도, 그밖에 엉터리 신비주의적 믿음과 같은 선상에 놓고 그 세부적인 주장을 조목조목 비난하는 정도였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리처드 도킨스는 이 한 권의 책으로 아브라함의 신을 믿는 같은 뿌리에서 나온 세계의 세 가지 주요 종교,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낸다. 인격신을 믿는 종교에 대한 개인적 혐오를 넘어서서 공들인 지적·논리적 반박과 거센 사회적 비판의 총공세를 펼친다. 또한 과격한 근본주의자의 해악에 대해 지적하는 것과 똑같이 좀더 온화한 얼굴을 지닌 종교, 특히 과학자와 지성인의 신앙 역시 비난한다. 도킨스는 분명 내가 가장 존경하고 경탄하는 저자 중 한 람이다. 그의 학식과 통찰력, 번뜩이는 명석함과 재치, 글재주는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과연 종교는 도킨스가 그 재능과 영향력을 발휘하여 공격하고 비판할 만한 그런 대상일까? 정말 나의 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신마저도 다 깨부수어야 마땅한 것일까? 그것이 이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 답을 찾고자 했던, 스스로 부과한 숙제였다.

이 책에서 드러나는 논지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종교(특히 야훼를 믿는 기독교와 천주교)의 추악한 면을 벌거벗기기. 둘째, 신이 존재하지 않음을 과학적으로, 논리적으로 증명하기. 셋째, 종교를 세상에서 몰아내는 구체적 실천과제로 어린아이들을 종교적 세뇌로부터 해방시키기.

도킨스는 1장과 2장에서 종교와 과학의 해묵은 논쟁 배경을 설명한 다음 3장에서 신의 존재를 옹호하는 논증을 하나하나 논박한다. 4장에서는 비개연적인 복잡한 존재가 생겨난 배경에 '설계'가 존재한다는 주장을 논박하면서 그 비개연성과 복잡성을 자연선택과 인본원리로 설명한다. 그 다음 5장에서 종교가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진화생물학, 진화심리학 이론 및 밈 개념 등을 동원하여 설명한다. 6장에서는 도덕을 종교로부터 떼어내기 위해 신에 기대지 않는 독자적 인간의 도덕의 기원을 찾는다. 앞부분에서 신가설을 논박하면서도 종교인의 추하고 비겁한 사례를 풍부하게 선보였지만, 성서 속 신의 사악함과 종교의 해악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것은 7장과 8장에서다. 마지막으로 9장에서 어린이들을 종교 교육에서 해방시킬 것을 주장하고, 10장에서는 종교가 차지하는 자리를 대신할 대안을 모색한다.

많은 논쟁적 글들이 그러하듯 도킨스 역시 공격에 강한 면모를 보여준다. 적에게 퍼붓는 조롱과 야유는 그야말로 '신 내린' 솜씨를 보여준다. 하지만 부수기는 쉽지만 만들기는 어려운 법. 아쉬움도 있다. 종교의 기원에 대한 진화심리학적 접근은 진짜 중요한 뭔가를 놓치고 변죽을 울리는 느낌을 주었다. 도덕의 기원에 대한 논의도 다윈주의적 도덕의 진화 과정과 신을 배제한 도덕철학의 요점을 소개하기는 하지만, 좀더 예민한 윤리 문제(미끄러운 비탈길 논쟁 등)에 대한 논의가 배제된 아쉬움이 있다. 또한 종교가 주는 위안, 영감, 소속감 그밖에 모든 긍정적 감정들을 내치면서 궁극적으로는 "종교가 이러이러한 이점이 있다고 해서 신의 존재가 참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라는 주장으로 논쟁의 전개를 막아버리는 방식은 거슬리기도 했다. 지극히 옳은 말이지만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문제 자체를 던져버리는 논박이어서다. 그는 아시모프를 인용해서 모든 미신적인 것들을 들춰내다 보면 결국 어린아이가 위안을 얻고자 빨아대는 손가락이 나온다고 말했는데 굳이 어린아이의 입에서 그 손가락을 빼야만 할 이유가 무얼까? (도킨스는 이런 의견을 생색내는 태도라고 비난하지만, 글쎄….)

서문에 도킨스가 인용한, "무신론자들을 조직화하는 일은 고양이 떼를 모으는 일과 같다"는 비유가 예측하듯, 나는 무신론의 깃발을 치켜들고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도킨스에게 설득되지는 않았다. 종교에 대한 내 입장을 다시금 정리해보자면 나 자신의 개인주의적 성향에 따라, 그리고 합리주의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최선의 도덕 원칙이라고 여겨지는 공리주의적 원칙에 따라, 나는 다수의 행복에 도움이 된다면 사회가 종교를 품고 나아가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 또한 진화론적 생존가치를 지닌 팃포탯tit-for-tat의 도덕 전략에 따라 나는 다른 이에게 무신론을 강요할 생각이 없다. 그들이 먼저 강요하고 들이대고 '전도'하지 않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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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0-16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번역 잘하시는 이나파벨님 글도 잘쓰시네요 ^^

딸기 2007-10-17 0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사춘기를 겪으면서, 동화와 결별하고 어른들과 세상의 불완전함을 깨달으면서 자연스럽게 신을 버렸다(또는 잃어버렸다)

-->> 오오오 이네파벨님 우리 악수라도...
신에 대한, 제 스스로 정리하지 못하고 있던 상황을 이렇게 명료하게 정리해주시다니...
이 책 읽어야지... 하면서도 아직 사지도 못하고 있어요. 돈이 없어서... ㅋㅋ

리뷰 정말 잘 읽었어요!!!

그런데 그냥 한 마디 덧붙이자면
어린아이가 빨아대는 손가락, 빼야만 하는 이유가 있어요.
손가락, 아주 애기때 빠는 것은 몰라도, 버릇 되게 놔두면 뻐드렁니 돼요.
종교도 마찬가지...

대부분 사람은 애기 때 지나면 손가락 빼는데,
종교는 희한한 손가락이어서, 그걸로 막 남 찌르지 않나요

이네파벨 2007-10-17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테츠님, 찾아주셔서...칭찬해 주셔서...감사해요 *^^*

딸기님, 역시 감사~
이 책은 읽어볼만 해요. 일단...유쾌상쾌통쾌한...현란한 글빨의 향연만으로도...책값이 아깝지 않지요. 그런데요.....저는 도킨스의 논리에 수긍하고 거의 동조하지만...꼭 그렇게까지 전투적으로 공격할 필요가 있을까...(그 최고의 재능과 영향력을 사용해서..)..하는 느낌은 떨칠 수가 없더군요. 사실 저 역시 개인적으로는 종교를 퍽이나 싫어하는 사람인데도요..

그건...진중권씨의 디워비판이 구구절절 맞는 얘기지만...
꼭 그의 지식과 재능을 사용해서 용가리를 공격할 필요가 있었을까...하는 그런...
(말론 브랜도의 왕팬으로써...심감독의 영구가 나오는 대부 속편 계획만은 제발 이루어지지 않기를 진심으로 간절히 바랬지만.....그 속편이 안만들어진다면 그건 미국흥행 성적이 저조하기때문이지 진중권씨의 공격때문은 아니었으리라 생각...)

뭐랄까....남보다 뛰어난 능력, 지식, 통찰력, 말솜씨, 영향력을 지닌 사람들은...자신의 그 무기를 사용하는데 더욱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그냥 아주 개인적인 바램 내지는 취향이지요....예전에는 시원한 말솜씨 글솜씨 지닌 사람 보면 마구 반하곤 했는데...다는 아니지만 그런 사람들 중에 "재승박덕"이라는 말을 연상케하는 뒤끝을 보이는 경우가....

그리고...개인적으로..........종교가 생겨난 원인을 추론하는 장은 상당히 맘에 안들었습니다.
종교의 원인에 대해서는 그보다 훨씬 더 훌륭하게 분석한 책이나 글이 많이 있을 것이고..
일반 대중의 상식도 그보다는 나을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오직 자신의 ammunition안에서 종교의 근원에 대한 주장을 펴나가려는 의도에서였는지...진화심리학적 설명을 한두가지 나열했을 뿐인데....그건 정말 곁다리를 건드리는 느낌이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진화심리학에 약간 수상쩍은 시선을 보내고 있어요. 프로이트의 이론처럼 과학비슷하지만 진짜과학은 아닌 한때 유행하는 사조가 아닌지...어차피 프로이트처럼 검증할 수도 없는 이야기들이라고 생각...)

도킨스의 생물학 관련 책들은 영원히 남겠지만 이 책은 어쩌면 그냥 몇년, 길어야 한 세대에 읽히고 소비되고 말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들더군요. 하지만 이 책의 어마어마한 상대적 장점은 도킨스의 다른 저서들보다 엄청 쉽고 잼있다는 점!!!

일독을 권합니다!

딸기 2007-10-19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설명을 들으니깐 어떤 스타일인지 대략 추측이 되는 것도 같고요.
말씀하신 부분 정말 공감합니다. 그냥 이러저러한건 안좋다 하면 되는데 굳이 칼갈아 찌르는 경우...
 

 달에 한 번 돌아오는 이 원고를 쓰는 일에 벌써 꾀가 난 걸까? 처음 원고 청탁을 받았을 때는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어떻게 읽어야 할지, 어떻게 써야 할지, 모든 것이 고민, 고민이었고 시간도 엄청나게 걸렸다. 그런데 이번 달에는 번역 원고 마감까지 겹쳐서 시간의 압박이 너무나 심한 까닭에 일단 좀 빨리, 쉽게 읽을 만한 책을 선정 기준으로 삼았다. 사실 바쁘고 바쁜 우리의 삶에서 빠르고 쉽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은(기본적인 알맹이가 충실하다는 전제하에) 커다란 미덕이고 장점이 아닐 수 없다.

과연 나의 예상대로 책은 전체 분량도 가볍고, 짤막한 에세이들이라 오랜 시간의 집중 없이도 틈틈이 읽기에 좋았고, 청소년을 주요 대상층으로 잡은 만큼 쉽고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꼭 쉽게 가려는 이유에서만 이 책을 고른 것은 아니다. 먼저 이 책의 기획자인 정재승 교수에 대한 전폭적인 믿음이 있었다. 몇 년 전 『과학콘서트』를 읽은 이후로 나는 그의 팬이 되었다. 거기다 스물일곱 명의 현직 과학자들이 자신의 전공 또는 관심 분야를 차례로 소개하는 이 책을 통해서 제2, 제3의 정재승 교수 같은 스타 과학저술가의 후보를 점쳐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는 기대도 있었다. 운이 좋다면 짧은 시간에 적은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맛볼 수 있는 그런 독서 경험이 될지도 모를 터였다.

이런 종류의 책, 특정 주제에 대해 여러 저자들의 에세이를 모은 앤솔로지anthology 형식의 책들은 사람들 사이에 호불호가 갈리는 편인데 나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편이다. 몇 년 전 도서관에서 우연히 읽게 된 기 소르망의 『20세기를 움직인 사상가들』(한국경제신문)이라는 책이 맨 처음 이런 책에 대한 구미에 불을 댕겼던 것이다. 기 소르망이 20세기의 최고의 사상가들을 선정하고 직접 인터뷰하여 글로 엮어낸 이 책은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읽으면서 감탄하고 기뻐서 흥분했던 보석 같은 책으로 기억한다. 그 이후 단 한 권으로 수많은 석학들의 알짜배기 세계를 한꺼번에 맛보는 것에 재미를 붙인 나는 존 브록만의 『앞으로 50년』(생각의나무), 『우리는 어떻게 과학자가 되었는가』(사이언스북스), 『과학의 최전선에서 인문학을 만나다』(소소) 등의 책을 찾아 읽었다.

현대 과학자들, 특히 나의 관심 분야와 거의 완벽하게 일치하는 브록만 사단의 과학자들이 쓴 글을 모은 이 책들은 나올 때마다 커다란 기대를 가지고 책을 펼쳐 들게 했다. 여러 저자의 글 가운데는 옥석이 섞여있고 때로는 유명한 저자의 성의 없는 소품 같은 글이 실려 있어 실망한 적도 있지만, 보석 같은 글을 몇 개만 발견해도, 이전에 몰랐던 뛰어난 저자를 한두 명이라도 새롭게 알게 되는 기회가 되어도, 나머지 그저 그런 글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용서가 되고도 남는다. 이 책, 『우주와 인간 사이에 질문을 던지다』를 처음 접했을 때도 브록만 시리즈(?)가 떠올랐다. 정재승 교수가 뛰어난 식견과 인맥을 가지고 한국의 존 브록만 같은 역할을 맡은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되었든 과학의 각 분야를 대표하는 뛰어난 과학자들과 일반 대중 사이에 다리를 놓는 이와 같은 시도는 결과에 대한 평가를 떠나서도 손뼉을 쳐주고 싶다. 최신 과학의 흐름을 간략하게나마 한 눈에 살펴보고 과학 주변의 흥미로운 주제들에 대해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내용을 간단히 훑어보면, 1부 '우주, 그 거대한 물음표'에서는 우주에 관련된 현대 과학 이론들을 소개한다. 천문학자와 물리학자들이 우주 대폭발의 흔적, 별의 일생과 종류, 암흑 에너지,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 우주를 지배하는 궁극의 자연법칙의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2부 '자연, 과학의 시선이 머물다'에서는 지구 내부에 대한 최신 지질학적 설명, 자연의 수학적 패턴, 우주만물이론으로 대두되는 초끈이론, 시간의 다각적 의미 등에 대하여 논의한다. 3부 '생명, 그 경이로움을 해부하다'에서는 최초 생명체의 정체, 우리 삶에서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 부분, 생명공학이 가져올 미래의 모습, 단백질에 대한 일목요연한 설명, 진화의 경향성에 관련된 오래된 논쟁, 공룡에 대한 최신 과학 등을 다룬다. 4부, '과학, 논쟁 속에서 진검승부를 하다'에서는 과학과 종교의 관계, 서양과학에서 찾은 불교적 세계관의 진리, 역사적 맥락에서 바라본 우리나라 의학의 독특한 상황, 초심리학의 세계, 과학의 객관성과 합리성을 둘러싼 논쟁, 생물정보학에 대한 소개 등 과학의 주요 분야에서 살짝 비껴있는 흥미로운 주제들을 모아놓았다. 5부, '인간, 그들의 발자국을 더듬다'에서는 미토콘드리아 DNA를 이용하여 추적한 한국인의 뿌리, 마음의 기초가 되는 뇌과학 개론, 과학이 인간의 사회현상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사례로서 네트워크 과학, 예술 활동이 인간의 전유물인가 하는 도발적 질문, 인공지능 연구의 현주소와 미래 예측, 정신병에 대한 최신 과학적 접근 등을 담고 있다. 이렇듯 이 책은 '우주와 인간 사이에 질문을 던지다'라는 제목에 맞게 우주에서 시작해서 과학의 여러 주제들을 두루 거친 다음 인간에서 끝나는 구성을 보여준다.

어떤 책이든 모든 사람들의 눈높이를 맞추기는 어려울 것이다. 과학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사람들에게는 너무 쉽고 뻔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몇몇 글들은 특정 분야에 대한 교과서식 개론 형식이라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나의 경우에는 생명과학 쪽이 친숙한 분야라 1부나 2부에 실린 글들이 좀더 새롭고 흥미롭게 느껴졌다.

아쉬움이 있다면 각 글의 분량이 너무 짧다는 것이다. 하나의 글이 대개 7-8쪽 정도의 지면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 만큼 그야말로 어떤 분야, 어떤 주제에 대한 맛보기에 그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았다. 한참 흥미로운 이야기를 꺼내다가 제목 그대로 질문 한 마디 던져놓고 사라지는 저자도 있었다. 사실 깊이 들어가지 않고 가볍게 읽기 위해 고른 책이기는 하지만 채널을 휙휙 돌려가며 텔레비전을 볼 때처럼 산만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또 다른 비유를 들자면 파티에 초대받아 여러 사람들을 소개받는 경험과 비슷하다고 하겠다. 멋진 인물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가슴 설레는 일이지만 잠깐 인사와 한두 마디 짧은 대화를 나눈 뒤 곧 헤어져버리는 아쉬운 기분이 남는다. 이 책에서 훌륭한 글 솜씨를 선보인 많은 과학자들이 좀더 깊이 있고 풍부한 이야기를 가지고 독자와 만나게 된다면 그것 역시 멋진 일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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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2007-10-17 0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리뷰 앞부분 읽으면서 '이 책 찜해야지' 했는데
각 글의 분량이 너무 짧다는 얘기를 들으니 망설여지네요. 어쩔까요, 사서 볼까요, 말까요?
이네파벨님이 알려주세요. ^^

이 시리즈 리뷰는 무조건 추천.

이네파벨 2007-10-17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딸기님께서는 약간 따분하거나 본전생각 나실 수 있을 거 같아요^^
중고생이나 과학서에 입문하는 분들에게는 참 좋을 듯 해요~

딸기 2007-10-19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고맙습니다. 안그래도 책값 많이 들어가는데(읽지는 않으면서 쟁여두는;;)
한권이라도 안 살수 있으면 안 사야지요. ^^

이네파벨 2007-10-19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저도 읽지도 않으면서 쟁여두는거...거의 병 수준이예요.
집도 좁은데 책들은 자꾸만 늘어나니.....
언젠가 남편이 제 책들과 함께 저를 쪼까내지 않을까 두려워한다눈...^^
며칠 지나면 도서정가제인가 해서 신간 할인폭이 줄어든다고 해서(아마 마일리지 등이 없어지는 건가요? 또 이 디테일에 약한...특히나 금전적인 세부사항에 대해 알고싶지도 않고 알려들지도 않는 이 허술함...ㅠ.ㅠ)
암튼 대략 며칠 지나면 책값 비싸진다더라~로 접수하고..
지금 10만원 살짝 넘게 지르고 알라딘 현관을 나서던 참이었어요~
(아이 문제집 두권이랑 아이책 몇권이 포함되긴 했지만...)

저는 요즘 더 두려운게.......책사는 병보다 더 심각한 음반 모으는 병이 도질것같아서 걱정이예요. 대학 다닐때 아르바이트해서 한달에 몇십만원씩 버는 족족........음반 사모으는데 다 써버리곤 했다죠...지금 저의 경제규모에서는 이런 취미(책, 음반수집)도 패가망신의 지름길인뎅...

게다가 요즘 세상에 누가 구리게도 CD를 사서 모으냐구요...

근데 전 mp3니 이딴거 적응이 잘 안되더라구요. 구석기인이죠...ㅠ.ㅠ

재즈를 좋아한지는 20년이 다 되어가지만 갑자기 요즘 Be-bop의 세계에 지대로 꽂히면서...고리짝 재즈 연주가들의 음반을 아주 세트로 모으고 싶은...(그게 왜 그렇잖아요. 책도 그렇지만..음반은 반짝 팔다가 절판되면 구하기도 힘들공...) 욕망을 누르느라 애먹고 있답니다...ㅠ.ㅠ

딸기 2007-10-20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머나... 신간 할인폭이 줄어드는... 그런 일이 조만간 일어나는 건가요?
전 디테일에 약한게 아니라... 뉴스에 좀 약해요 ^^;;
그 대신 뒷북에 강하지요 ㅎㅎㅎ
그런데 음악 좋아하시는군요. 전 음악 영화 문화예술 뭐 그런 거 안 좋아해요
(자랑이다 -_-)
비밥의 세계는 뭔가요? 저는 카우보이 비밥 좋아하는데...

이네파벨 2007-10-22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는 카우보이 비밥은 뭔지 몰라요^^
비밥은....1950년대쯤일까요? 암튼 즉흥연주와 특유의 약간은 전위적인 코드와 주법을 특징으로 하는 재즈의 한 사조인데요...
제가 너무 좋아하는 버드 파웰이나 아트 테이텀, 텔로니어스 몽크 등 피아니스트..
찰리 파커(색스폰), 디지 길레스피(트럼펫) 등의 연주자들이 유명해요..
음...
이들의 연주는......
그림으로 비유하자면...완전한 구상화도 아니고 완전한 추상화도 아닌..
형체와 대상을 묘사하되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자신만의 해석을 담아 어딘가 일그러지고 비틀리고 왜곡되고 변화된 모습으로 그려내는...반추상화(반구상화?)...라고 할 수 있는 인상파나 입체파의 그림처럼...

뼈대가 되는 멜로디(기존의 곡 등)를 굉장히 자유롭게...자신의 개성을 담아 재해석해서 연주한다고 할까요.....

전반적인 재즈가 그렇지만...(자유로운 해석)..비밥의 스타일은..특히나 즉흥연주가 강조되고 굉장히 신들린 듯 열정적인 분위기가 담겨있어요...

그러면서도 "감상적인"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뭐랄까...오히려 냉소적이랄까요...

뜨겁고도 쿨..................한 음악이죠^^

버드 파웰의 음반..(대표곡 모음 같은 것) 추천해요~ 전 특히나 피아노라는 악기를 좋아해서요...

딸기 2007-10-23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곧 피아노 살거예요 ^^
피아노 칠줄 모르는데... 실은 별로 구경도 잘 못해봤는데요,
피아노 있는 집에 사는게 로망이었거든요. ㅋㅋ
 

과학책, 정확히 말하자면 전문서적이 아닌 교양과학서를 읽을  때 우리는 무엇을 기대할까? 음식을 주문해놓고 기대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맛(재미)과 영양(지식)이 골고루 잘 어우러진 음식이라야 먹을 때도 즐겁고 먹고 난 다음에도 뿌듯한 느낌이 남을 것이다. 그런데 이 재미와 지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새롭고 알찬 지식이 가득하고 거기에 읽는 즐거움까지 얻을 수 있는 책을 만나는 것은 희귀하고 신나는 일이다. 널리 알려진 베스트셀러가 아닐 경우 그 기쁨은 더욱 특별하다.

이번에 소개할   『현대과학의 6가지   쟁점』이 내게는   그런 책이다.   이 책의   원제는 ‘Paradigm Regained’로 수학자이자 과학저술가인 존 캐스티가 1989년 내놓은 『패러다임 로스트Paradigm Lost』라는 책의 속편이다. 전편만한 속편이  없다는 말도 있고 더구나 전편이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속편을 번역 출간하기로 결정하기까지 나름대로  출판사에서 많은 고민을 하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이 책은 전편을 읽지 않고도 충분히 이해하고 음미할 수  있고, 전편에 기대지 않고 독자적으로  그 가치를 충분히 발휘한다. 오히려 전편에서 다루어졌을, 각 주제에 대해 이미  널리 알려진 내용은 뭉텅, 뭉텅 생략하고 논점의 최신, 첨단에 해당되는 부분에 집중했기 때문에 긴장감 넘치면서 꽉 짜인, 그야말로 농축액과 같은 책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생명의 기원, 유전 대 환경, 언어 습득, 인공 지능, 지성을 가진 외계 생명체, 양자적 실재라는 여섯 가지 주제를 담고 있는 이 책에서 저자는 각 주제에 들어가기에 앞서 과학 그 자체에 대한 관점, 과학의 정의, 우리의 삶 속에서 과학과 과학자의 위상, 그들을 둘러싼 오해와 몰이해, 오용과 악용, 터무니없는 비난, 과학과 종교나 인문학과의 관계 등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앨런 소칼의 지적사기 에피소드나  창조론 논쟁 등을 예로 들며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은 이 책의 논쟁이 ‘과학’의 테두리 안에서 벌어질 것이며 그 경계는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다라고 확실하게 선을 그어두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여섯 가지 주제에 대한 논의는 전작을 따라 배심원 재판  형식으로 꾸며져 있다. 각 재판에서 전문가들이 원고 또는 피고가 되어 증거를 제시하고 마지막에 저자 자신이 배심원 중 하나로 나서서 의견을 밝히는 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생명의 기원에 대한 논쟁은 지구상의 생명이 자연적이고 물리적인 과정을 통해  생겨났다는 것이 원심의 판결이다. 우리가 흔히,  막연히 알고 있는 원시수프에서 유기물이  만들어지고 그것이 어찌어찌해서 자기복제가 가능한 고분자  물질이 되고 생물로 진화된다는  내용에서 그 ‘어찌어찌’에 해당되는 부분에 대한 현대 생물학의 갑론을박이 펼쳐진다. 또한 생명이 외계에서 유래했다는 방사범종설이나 창조론 등 피고의 목소리도 소개된다.

두 번째 본성 대 양육 논쟁에서는 인간의 행동 패턴이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 원고의 주장에 맞서 환경의 중요성이나 라마르크주의를 지지하는 실험결과 등 피고의 증거가 제시되었지만 역시 배심원은 압도적으로 우세한 증거를 유전자의 영향 쪽 손을 들어준다.

세 번째 주제 언어 능력의 선천성 여부는 두 번째 주제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의 언어 능력은 뇌의 고유한 선천적 특성에서 나온다는 노엄 촘스키를 중심으로 하는 주류의 주장을 소개하고 그에 대한 반대 의견, 다른 행동과  마찬가지로 언어도 학습된다는 피아제나 스키너의 주장, 촘스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샘프슨의 반론을 제시한다.

네 번째는 인공지능, 인간과 같이 생각하는 컴퓨터가 나타날 수 있을지 여부를 놓고 벌어지는 논쟁이다. 이 부분은 유난히도 매력과 흥미가 넘친다. 캐스티의 전공과 가까운  분야이기 때문일까? 아무튼 이 정도의 분량으로 인공지능 분야의 연구를 이토록 쉽고, 재미있고, 효과적으로 소개한 다른 글이 또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전작이 나온 이래로 지금까지 인공지능 연구에는 괄목할만한 진전과 성과가 있었지만 인공지능이 결코 인간의 마음을  흉내 낼 수 없다는 존 설, 펜로즈, 드레이퍼스 등의 피고 쪽에는 새로운 증거나 주장이  전개되지 못한 만큼 역시 원심의 판결을 재확인하여 강한 인공지능의 가능성에 손을 들어준다.

다섯 번째는 은하계 안에 우리와 소통할 수 있는 외계 지성체가 존재한다는 주장에 대한 논의이다. 먹고살기 바쁜 나와 같은 보통사람의 눈에는 이  질문이 현대과학의 중요한 논쟁거리 중 하나인가 하는 사실도 의문스럽다. 외계 지성체 탐색 연구(SETI)는 그 활동의 전도사를 자청했던 칼 세이건이 죽은 후 세이건의 존재보다 더 빨리 잊혀져가고 로즈웰 사건만큼이나 희화된 이미지로, 그리고 60년대의 히피문화만큼이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몽상적 과거로 남아있지 않은가? 저자 역시 결론적으로 외계 지성체와의 ‘소통’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판결을 내렸지만 이 장을 통해서 지금도 스포트라이트가 비껴간 곳에서 외롭게 이루어지는 외계 생명체 관련 연구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고 그 내용은 몹시 흥미진진하고 의미심장해서 6가지 논쟁의 하나로 다루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데에 동의하게 된다.

마지막 주제는 세계의 실체에 관련된  논의이다. 전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하게 측정할 수는 없음을 들어 닐스 보어를  비롯한 원고 측은 관찰자에게 상관없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실재는 없다고 주장한다. 한편 자연 현상은 우리가 관찰을 하든 말든 늘 객관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피고 측의 주장이다. 결국 저자는  배심원으로서 피고측의 주장을 인정하여 이전의 평결을 뒤집어 원고의 주장을 기각한다. 양자역학 분야에서 전개되어온 논의와 증거들을 담고 있는 이 장은 솔직히 나에게는 너무나  어려웠다. 캐스티는 어려운 주제들도 요점만 간추려 쉽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누구보다 뛰어난 능력을 지녔지만 돌처럼 단단하고 백지처럼 텅 빈 현대물리학에 대한  나의 무지 앞에서는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던  것이다.

존 캐스티는 숨은 보석과 같은 저자다. 『인공지능 이야기』라는  책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나는 그의 글에 반했다. 수학은 가까이하기에 너무 먼 당신이지만 나는 수학자 출신 작가에 특별한 사랑을 느낀다. 루이스 캐롤,  마틴 가드너, 더글라스 호프스태터에  이어 존 캐스티 역시 수학자이자 ‘최고의’ 책을 남긴 저자들 목록에 망설이지 않고 추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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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2007-10-17 0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오늘 이른 아침부터 이네파벨님 서재를 뒤적이는 보람이...
리뷰가 넘넘 재밌네요.
세번째, 네번째 논쟁 특히 흥미롭네요. 갠적으로, 펜로즈 '우주 양자 마음' 읽었지만 전혀 접수가 안 되는 그 난해함과 신비로움... ㅋㅋ '마음의 장소는 어디인가'라는 질문 자체는 아주아주 재미있긴 했어요.
다섯번째 질문은 관심없는 영역이고 여섯번째는 넘 어려워보이지만... 이 책 봐야겠군요. 감사...

이네파벨 2007-10-17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권하고 싶어요.
캐스티는 정보를 충실하게 간추려 쉽게 설명하는데 탁월하고...
중간중간 살짝살짝 엿보이는 우아한 유머도 맛깔난답니다.
<인공지능 이야기>도 아주 좋아요~
사실 제가 민스키의 책을 번역하고 있어서 예전에 나온 <인공지능 이야기>를 찾아 읽어보게 되었고 그 후에 이 책을 찾아 읽었죠.
재미있어요~ 이 책~

딸기 2007-10-19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서 봐야겠어요. 심지어는 이 리뷰만 보고서, 과학책 뭐 읽으면 좋을까요 하는 후배에게 이 책을 추천해주기까지 했답니다. "이거 내가 아는 분(^^)이 좋다고 한거니깐 읽어봐!" 하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