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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저녁마다 줄넘기를 하고 있다.  나의 몸무게는 얼마전까지 고3때 최고 기록을 거의 육박하는 수준이었다가 요즘 2kg 쯤 빠졌다. 사실 나는 둥둥한 몸매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 별다른 괴로움을 느끼지 않는데...(가끔 옷사러 가서 넉넉해보이는 바지가 막상 입어보니 꽉 껴서 안들어갈때 약간 비애감을 느끼기는 하지만...) 남편이 하도 성화를 해서 좀 빼주기로 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않고 날씬이들만 환영받는 이 세상...

그런데 뚱뚱이가 차별받는건 비단 인간세상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말씀.

책도 그렇다.

요즘 필이 꽂힌 인물이 있다. 현재 내가 번역하고 있는 책의 저자이다. 들으면 누구나 알 만한 유명한 사람이고 꽤 오래 된 인물이라 국내 출판계에서도 웬만한 저작은 다 나와있지만...

내가 관심있는건 그의 평전이다. 그의 삶도 무척이나 흥미진진해보이는데..그에 비해서 국내에 소개된 바가 별로 없기 때문에....그리고 그와 관련된 인물의 책들 중에서도 무척 호기심을 당기는 책들이 있다.

이런 책들의 번역을 기획해보고 싶지만...책들이 volume이 장난이 아니다. 500페이지를 육박하는 원서...이걸 번역해놓으면 우리말 책으로는 700-800도 나올 수 있다. 한 권에 담기 부담스러운 분량이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번역료 비롯 모든 비용이 많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 그 결과  책값 당연히 비싸진다. 그럼 타켓 독자층은 더욱 좁아진다....요즘같은 불황기에는 더더욱....

출판 번역 몇년의 경험으로...뚱뚱한 책은....기획단계에서부터 심사숙고의 대상이다. 꽤 괜찮은 책이라도...무조건 think twice하게 된다. 누구나 기다려온 아...주...유명한 저자의..아...주...유명한 타이틀이 아닌 다음에는 냉정한 출판 기획자(편집자)의 손에 처음부터 제껴지거나...우여곡절 끝에 태어나더라도 출판사에 재정 부담만 안겨주는 애물단지로 전락하는게 보통이다.

그런데 문제는...가벼운 터치로 쓰여진, 짧게 치고 빠지고자 하는 실용서, 대중서 등등의 책이 아니고서는 대부분 원저자들이 수년 수십년의 연구와 조사끝에 심혈을 기울여 내놓는 저서들은....대개 뚱뚱하다.

이 뚱뚱한 책들은 척박한 우리나라 출판 시장 구조상 아예 발을 들여놓기 어렵게 되어가고 있다. 누굴 탓할 수도 없다. 나부터도 2만원이 넘는 책을 사려면 손떨리는데...

도서관이 많아서 이런 책들을 흡수해주고 시민들이 무료로 도서관에서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보지만....과연 도서관에서 열심히 책을 대출해 읽는 시민이 얼마나 되는가...를 생각해보면 역시 탁상공론 같기도 하다.

결국....나 혼자 관심있는 책은 그저 나 혼자 읽고 말자...라는 시니컬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아쉽다. 좀 날씬했으면 충분히 많은 출판사들이  러브콜을 보낼만한 책들이...단지 뚱뚱하다는 이유로 외면당하는 현실이.....

작가 (내가 관심있는 분야에서라면...과학저술가들이 되겠지만)들에게 좀 군살 빼고 한 줄 한 줄 쓸때마다 think twice해서 꼭 필요한 말만 써서 책을 좀 compact하게 만들어 내놓으라고 버럭버럭 요구하고 싶다. (사실 번역하다 보면 중언부언에 쓸데없는 군살이 없는 책은 찾아보기 힘든것도 사실이다.) 히히 턱도 없는 소리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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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5-09-18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저도 요즘들어 책 읽어내는 끈기가 줄어든거 같아요. 전에는 10권짜리 대하소설들도 겁도 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요즘엔 두꺼우면 일단 겁부터 집어먹는답니다. 하지만 눈이 즐겁고 내용만 재미있는 책이라면...
그런데 추석인데 조금 짬이 나시나 보죠? ^^

이네파벨 2005-09-18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야클님 반가워요~~
저희는 차례를 안 지내서...(시아버님이 고향이 이북이셔서..) 아까 남자들(시아버님 남편 아들) 온천 보내고 모처럼 한가하게 이너넷을 즐겼답니다..^^
오후 내내 갈비찜과 씨름하고..부른 배를 안고 들어왔어요.

안녕...추석~~~
명절이 끝나가서 너무 기쁩니다. ^0^

아르미안 2005-09-18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직장 생활하면서 살아남기 위해 영어공부나 업무 관련 서적을 읽는 것도 아니구.. 그냥 취미(?)로 책을 읽으면서 두꺼운 책을 대하면 왠만큼 읽고 싶은 책이 아니고서는 감히 엄두를 못내게 되는 것이 사실이죠..
표현이 재미있네요.. 뚱뚱한 책이라.. 하하하..
하긴 500페이지짜리 책, 특히 전공서적 냄새가 나는 책은 최근에 거의 읽지 못한거 같네요.
'한국의 노인복지'도 산지 한달 동안 경우 2 쳅터 읽고 보류중이니까요.
주5일이 되면 좀더 나아지려나 했지만.. 그게 마음처럼 그렇게 되지를 않구요.
오히려 관심이 갈만한 한 쳅터를 발췌해서 사진 자료 잔뜩 넣어서 알기 쉽고 읽기 쉽게 만든 다음.. 시리즈물로 만들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요.. 혼자 생각이지만요.
그럼, 음.. 그럼.. 책이 뚱뚱한 지적 여인에서 날씬하고 세련되어 보이는(내용이 세련된다는 것이 아니라 보기에... ㅎㅎ) 여인으로 바뀌지 않을까요.
주책맞은 생각이었습니다..

이네파벨 2005-09-19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르미안님~ 답글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근데 챕터를 발췌하거나 책을 임의로 요약하거나 하는게...용의치 않더라구요.
원저자와 계약할때 허락하지 않는 않는게 대부분의 관례라서요.
물론 특별한 경우 예외는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예외이고 보통은 원저자가 자신의 책이 외국에서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방식으로 변형되어 보급되는걸 원하지 않는것 같아요.
일례로 제가 아는 출판사에서 판형을 바꾸는 것도 원저자가 반대해서 못한 경우도 있더라구요...
 

<이브의 몸(원제: Eve's Rib)>의  저자 매리앤 리가토 박사가 이화여대에서 특강을 했다.

번역가로서 번역한 책의 저자를 직접 만나는 것은 분명 흔치 않은 행운일 것이다. 

번역을 하는 동안 저자와  번역가는 아주 특별한 관계를 맺는다. (전적으로 일방적인 관계이지만.^^)

만일 내가 어떤 책을-원서든, 번역서든- 그냥 독서의 대상으로  읽을 때는 그 책과..또 그 책의 저자와 "연애"를 하는 느낌이다. 가볍게 시작하고 즐기고, 만끽하고, 괴로운 부분들은 skip해 버리면 그만이다. 그리고 영 아니다 싶으면 언제든 중간에 그만둘 수 있다.

하지만 번역하는 책은 전혀 다른 상황이다. 그 책과...또 저자와...일종의 "결혼" 관계로 묶이는 느낌이다.  번역이 끝날 때까지 싫든 좋든 진하고 끈적끈적한 관계를 이어가야만 한다. 한 패러그래프, 한 문장, 한 단어....도 싫다고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겉보기엔 멋지구리한 남자가 알고보니 치약짜는 습관이랑 양말 벗어놓는 습관이 드럽기 짝이 없어 정이 뚝 떨어지듯...너무 고생시키는 사소한 대목때문에 저자에게 증오감(--;;) 마저 느낀 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하지만....그냥 연애만 했을때는 얻지 못했을 경험......한 문장 한 문장 같이 고민하고 헤쳐나가면서 진정한 그 책과 저자의 진국을 맛보는 행운 역시 번역자의 특권이다....그리고 역시 연애와 달리 결혼처럼....그 무서운 "정"이 들어버리는 것이 덤이라면 덤이겠고...

그런만큼....저자를 만나는 일은 가슴 설레는 일이다.

사실 <이브의 몸>은 정보 전달 위주의 책이니만큼....조금 학술적이고 건조한 분위기이고.....글도 깔끔하고 정확해서 별 고생 없이 번역했던 책이라...저자에게 특별한 호오의 감정은 남지 않는 편이었다.

오늘 강연에서 만난 저자의 모습 역시...지적이고 자신감 넘치고 명확하고...똑 소리가 절로 나는 멋진 여성이었다.

강연 내용은 거의 책의 내용을 축약한 것이라 이해가 쏙쏙 되었으나...(으흠~ 나으 리스닝 실력은 녹슬지 않았어!)

뭔가 던지고 픈 질문도 있었고 강연 뒤에 환담도 나누고 싶었으나...정말 입이 안떨어졌다. (스피킹 실력은 녹이 쓴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휘발해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고 말았도다...)

그냥 미소를 지으며 다가가 책(원서)에 사인을 받고 황급히 자리를 빠져나와버렸다...ㅠ.ㅠ

어찌되었든...

기쁘고 보람있는 하루였다. (<-초딩일기체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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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5-09-10 0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내가 한국어판 번역자다' 이런 말씀도 안하셨어요?

이네파벨 2005-09-10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그것도 옆에 계시던 주최하신 교수님이 소개해주셔서...리가토 박사가 "Oh, really? Did you translate this book?" 하고 묻자. "yes" 라고 말하고 배시시~

7년쯤 전 미국에서 1년 반 정도 지낸 일이 있었는데요...6개월쯤 되니까 어느 정도 들리고 1년쯤 되니까 "말"의 공포에서 어느정도 벗어나게 되더라구요. 그 때는 하고픈 말도 어느 정도 유창하게 할 수 있었는데...지금은 미국땅에 발을 처음 딛던 그 수준으로 돌아간거 같아요. 완전히....ㅠ.ㅠ

nemuko 2005-10-18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하신 책 하나 발견^^
부럽습니다. 저도 말 한마디 못 해도 좋으니 듣기라도 잘 하고 싶어요......
 

토요일마다 찾아오는 일간지 서평란을 들춰보다가 눈이 띠용...@.@

예전에 간절히 찾아다니고 기다렸던 책이 소개되었기 때문이다.

이사벨 아옌데의 "세피아빛 초상"

같은 저자의 "운명의 딸"과 "영혼의 집" 사이의 중간 고리에 해당되는 이야기가 바로 이 "세피아빛 초상"이다.

운명의 딸과 영혼의 집을 너무나 재미있고 인상깊게 읽고 나서 잃어버린 고리에 해당되는 이 책을 무척이나 읽고싶어 영어판을 사서 볼까도 생각하다가..........그냥 바쁜 일상에 잊고 말았는데....

번역본이 이제야 나온 것이다!

<운명>과 <영혼>도 도서관에서 빌려 딱 한번 읽고 돌려준 터라...다시 읽어보고 싶다. 지금 확인해보니..오래전 나온 책들이라 30% 할인이 되어 책값도 꽤 저렴하다.  당장 주문!

아울러 제레미 아이언스(내가 홀딱 반했던 남자들 랭킹 10위 안에 드는 할아부지)와 메릴 스트립 주연으로 만들어진 영화 <영혼의 집>도 찾아서 보고 싶다. 너무 오래된 영화라 인터넷에도 별 정보가 없고...아마 비됴/DVD 대여점에서도 구하기 힘들 것 같지만....

이런 류의 소설...뭐라고 딱히 공식적인 쟝르가 있지는 않겠지만...

나의 개인적 "북 리스트"에서

(1)뛰어난 감수성과 탁월한 표현력을 지닌 여성 작가가 (2)질곡이 가득한 역사를 배경으로 (3)용감하고 매혹적인 여자 주인공의 (4)드라마틱한 삶을 그려낸 소설......이라는 공통점으로 묶인 책들을 몇권 소개하자면...

-마가렛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설명이 필요없겠지...

-에이미 탄의 <Kitchen God's Wife>와 <Joy Luck Club>...

어느덧 조금...유행이 지난(?) 작가 취급을 받는 인상조차 들지만...Amy Tan의 소설은 나에게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왔고...몇번이고  되풀이해서 읽었던 책들이다. 위의 <Gone with the Wind>와 더불어 원서의 벽을 단숨에 뛰어넘게 해주었던....손에서 놓을 수 없이 재.미.있.는. 그리고 문체가 아름다운 소설들이다.  일부는 번역서가 나와있을지도 모르지만 원서로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다. <One Hundred Secret Senses>도 읽었지만 이건 조금....별로였고...<Bonesetter's Daughter>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박경리의 <토지>

1부...그러니까 서희와 길상이의 혼인 무렵...까지밖에 못보았다. 언젠가 전작을 다 읽어봐야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사벨 아옌데의 <영혼의 딸>과 <운명의 집>

매혹적이고 신비스럽고 정말정말 재미있는 책들..."문화"라는 상품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지...이 책들도 바로 그 증거이다. 솔직히 어디 붙어있는지도 몰랐던 "칠레"라는 나라.......아옌데는 그 칠레의 현대사...자연...지명들마저 친근하게 만들어주었다. 마치 쿤데라가 체코와 프라하를 가장 그립고 가보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주었듯이.......나에게 칠레는 포도와 FTA 보다 "아옌데"로 먼저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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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엄마 2005-08-14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제목 보고 반가와 인사드립니다.
저도 아옌데의 '운명의 딸'과 '영혼의 집'이 두고두고 마음에 남았었거든요~
그 책들을 읽으며 작가의 다른 작품에도 관심이 있었었는데 좋은 소식 알려주셔서 감사드려요.

이네파벨 2005-08-14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우개님, 반갑습니다!!! 제 서재의 첫번째 댓글님으로 당첨! 되셨습니다.
아옌데를 좋아하신다니 너무 반가와요.
그런데 "운명의 딸"은 품절이더라구요....세피아빛 초상의 선전에 힘입어 재판을 곧 찍었으면 하는 바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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