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서♡

[월간 月刊 새로 나온 책]

2016년 5월

 5월의 테마는 ‘서른 너머에’이다. 

이미 스물 몇 살쯤부터 나이 세기를 열심히 하지 않고 있지만...

글을 쓰는 손길 곳곳에, 책을 고르는 눈길마다 

나도 모르게 '서른이 되고 보니...' '서른을 넘기고 보니...'가 새겨진다.

주워듣고 보고들은 잡다한 상식과 지식들은 늘어가는데, 

여전히 무지몽매함에 번번이 무너지고...

그러나

이제 서른이 넘었으니 스물과 달리 더 스마트하게 말하고 행동하고 싶고,

느끼는 것은 조금 더 멋있고 아름답게 표현하고 싶다.  

서른에서 작은 두 걸음 앞을 함께 걸어줄, 4월에 출간된 책, 일곱 권을 뽑았다. 



1. 모던씨크명랑 |김명환| 문학동네 | 2016. 4. 13

  곽정은 기자의 인스타그램에서 발견한 이 책의 제목이 너무 재미있었고 '근대 광고로 읽는 조선인의 꿈과 욕망' 이라는 부제가 그 못지 않게 마음에 들었다. 광고는 이미 소비자와 대중의 시의성을 첨예하게 반영한 욕망의 산물이 아닌가. 

  자급자족, 가내수공업에서 나아가 상업이 발달하고 소비가 지금과 같은 모양새를 갖춰가던 시장. 입소문이 아닌 지면, 또는 영상으로 나타난 광고는 조선인에게 어떤 충격을 가져다 주었을까? 그들은 그것이 자신들의 몸과 마음을 어떻게 움직이는 것인지 알고 있었을까?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를 조장하는 "매진 임박"의 유치한 전술이 아닌, 근대 광고에는 '시작'인 만큼 순진하고 단순하기에 더 치명적인 매력을 발견하기 바라며...


 


2. 사랑해요 엄마 |오정희 김용택 외| 마음의 숲 | 2016. 4. 25

  이 책을 처음 본 날은 하필 분기마다 한 번씩은 벌어지는 엄마와의 전쟁이 한창일 때였다. 나의 동의 없이 맞선 상대에게 내 정보를 전송하고, 이차저차 자초지종을 최종 통보하는 엄마의 소통 방식을 더 참을 수 없었고, 그동안 소리를 지르고 짜증을 내는 리액션은 내가 생각해도 좀 유치했다 싶었다. 

  대면은 울음이 터져나올 것 같았고, 전화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내가 조금 더 우위에 있는 수단이면서 서로 꽤 균등한 발언권을 가질 수 있는 매체로 카카오톡을 선택했다. 서른해 만에 맞선과 나의 결혼문제에 대한 꽤 진지한 대화가 이어졌고 나의 논리를 최대한 설파했다. 다 받아들이고 쏟아내고 나니 내가 할 수 있는 한 마디가 남아 있었다. 


 "이런 식의 감정소모는 그만 했으면 좋겠어."

                            "엄마는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멋진 생각을 가진 사람이고."

                                    "그리고 우리는 서로 충분히 사랑하며 살기도 시간이 모자라, 엄마..."


  억울하고 서운하고 섭섭한 말들을 걷어내니 마지막에 남은 저 말이 내가 해놓고도 참 멋있었다. 

 사소한 감정들이라도 넘기지 말고 충분히 스마트하게 내뱉어야 하는 이유를 찾았다. 

 진짜 하고 싶은 말은 그 다음에야 겨우 나온다는 걸. 


 

3. 배고픔에 관하여 |샤먼 앱트 러셀| 돌베개 | 2016. 4. 25

  심리적인 허기가 물리적인 허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지금 생각해도 정말 놀라운 발견이다. 불안함과 마음의 공허함을 음식으로 채우려는 인간이란 존재는 과연 무엇인가, 인간은 왜 이렇게 만들어졌는가. 

  서른해를 살도록 나를 설명하는 단어 몇 가지 중에는 죄책감과 허기짐이 있다. 우량아로 태어난 것도 아닌데 나는 늘 통통했고, 먹고 싶은 것이 많았고, 자주 배가 고팠고, 배가 안 고파도 먹을 수 있었다. 그러다 늘 배앓이로 응급실 신세를 자주 졌었고...... 

  나와 너의 배고픔, 이웃의 배고픔, 사회의 배고픔, 세계의 배고픔 단식, 금식, 다이어트 등 배고픔이라는 단어를 중심에 둔 모든 빅데이터를 모아두었다고 생각하니 읽지 않을 수가 없다.

  모두가 각자의 배고픔의 역사를 알면,  적어도 심리적인 허기 때문에 물리적 허기를 허겁지겁 만족시키려 드는 어리석음을 범하진 않겠지?

  


4. 기록의 힘 |랜달 C. 지머슨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 2016. 4. 7.

 

 

 

 

 

 

 

 

 

 

 



5. 꽃을 읽다 | 스티븐 부크먼 | 반니 | 2016. 4. 25.

  <그들을 따라 유럽의 변경을 걸었다>에는 사람들이 여행에 대한 속물근성을 감추기 위해 인문학을 활용하는 것 같다는 작가의 말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포화된 테마보다 인문학은 그 가치나 중요성이 쉽게 부정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이렇게 꽃의 인문학도 만나게 된다. 

  봄이 되면 형형색색, 이제는 종류도 다양해진 꽃들을 구경하고 사진을 찍느라 황홀해하고, 봄꽃의 이름이 들어간 노래들을 질리도록 듣고, 기념일이면 처음 들어보는 꽃 이름을 찾아가며 꽃 선물을 하고 있지만, 그것의 아름다움은 이미 꽤 상투적으로 변했고 그 쓸모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꽃의 인문학, 꽃에 관한 신화나 꽃말을 제외하고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궁금했다. 꽃을 읽는 방법이. 

 



6. 새벽별이 이마에 닿을 때| 구효서 | 해냄 | 2016. 4. 25.

  마지막으로 읽은 한국 소설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정확히는 '소설'을 읽은 것이 까마득하다. 언제부턴가 소설을 읽지 않고 있다. 새로 나온 책들 속에서 이 책을 고른 건, 이 소설답지 않은 제목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서른을 넘기며 내게 일어난 많은 변화 중 하나는 '별'이라는 단어에 반응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어린왕자 애니메이션을 보다가도, 별이 들어가는 노래를 들어도,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된 '가짜 별'이 쏟아지는데도, 남녀 주인공이 "내 인생이 별안간 환해졌죠" "별말씀을요"같은 말장난같은 대사에도 심장이 쿵쾅댔다. 

  몇 년 전,  제주도 볓빛누리천문대에서 태어나서 별과 가장 가까이 만나는 경험을 한 이후로는 하늘을 습관적으로 올려다 보는 일이 많아졌다.  

 낭만이 그리웠던 것인지, 새삼 내 머리 위에 늘 별이 있었다는게 신기했던 건지... 어릴 때 별을 충분히 그려보지 못한 탓인지...

새벽별이 이마에 닿는다니...... 문면 이면의 것들을 상상하게 한다. 굉장히 시적이다. 개인적으로 이 '새벽별'이 나를 소설의 문앞으로 다시 데려다 준다면 좋겠다. 

 


7. 다 큰 여자 | 정새난슬 | 콘텐츠하다 | 2016. 5.

   '문제적 여자의 파란만장 멘탈 성장기'라는 단순치 않은 부제를 꼬리에 달고 나왔다.  

  문제적. 여자. 파란만장. 멘탈. 성장기. 아... 복잡하다. 

  저자의 이름은 이미 평범하지 않은 '무엇'을 담고 있다. 이 책소개와 저자 소개에서도 '정태춘과 박은옥'이 빠지지 않는다. 존재를 부정하지 않는 한 평생을 지고가야 할 뿌리에 관한 정보. 

  결코 일반적인 삼십대 여성의 평범한 - 누구도 평범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 이야기를 들려주진 않을 것이다. 

  평범하지 않은 부모에게서 태어나 부모가 가진 능력과 사회적 영향력과 자신이 갖고 태어난, 자라면서 터득한 능력들을 견주어가며 어떤 삶을 살 것인지 치열하게 고민했을 '문제적 여자'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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