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은 칼같이, 일은 완벽하게 - 여유로운 나를 만드는 시간 효율의 기술
모리타 유키 지음, 신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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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열심히 하면 언젠가 빛을 보겠지라는 착각을 무너뜨리는 모리타 유키의 『퇴근은 칼같이 일은 완벽하게』. 저자는 글로벌 금융기업 임원들을 20년 넘게 가까이서 보좌하며, 그 화려한 성공의 이면에는 바쁘게 보이는 시간이 아니라 정확하게 쓰인 시간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이 책은 시간 운용의 비밀을 100가지 기술로 체계화해, 칼퇴근과 완벽한 성과라는 두 마리 토끼가 양립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오로지 시간을 단축하는 데 집중하다 보면 부실한 결과물이 나오기 쉽다는 걸 강조합니다. 저자는 시간 단축을 기술이 아니라 환상에 가깝다고 말합니다. 속도를 높이는 데만 몰두하면 품질이 떨어져 결국 다시 손봐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진짜 효율은 점점 멀어진다는 뜻입니다.


『퇴근은 칼같이 일은 완벽하게』는 시간 효율의 본질은 결국 삶의 균형을 되찾는 과정임을 짚어줍니다. 근무 시간은 줄이되 성과는 두 배로 만드는 방법, 그렇게 남는 시간을 자기 삶에 되돌려 주는 것이 목표입니다.


늦게까지 남아 있는 사람 = 헌신적인 직원이라는 낡은 프레임은 버려야 합니다. 직장 생활의 기술은 결국 필요한 일에 적절한 리소스를 배분하는 능력이며, 업무 프로세스를 미리 파악해 협업상의 마찰을 줄이는 것이 첫걸음이라는 점을 책 전반에 걸쳐 반복적으로 보여줍니다.


먼저 예비 시간 개념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바쁜 사람이 더 바빠지는 이유를 일정에 숨 쉴 곳이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합니다. 그래서 하루 일정의 2시간을 비워두는 시간으로 확보하라고 제안합니다.


더불어 일정 계획에 공을 들이라고 합니다. 일정표는 단순한 기록장이 아니라 업무의 지도를 그리는 도구이며, 일의 전체 프로세스를 파악해야 협업 중 발생할 충돌을 줄일 수 있습니다.


출근 직후 하루 시뮬레이션하기, 이동 동선을 최소화하는 외근 스케줄링, 퇴근 15분 전 일정 재조정  등 적용 난도가 크게 높지 않은 조언들이 펼쳐집니다.


직장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 것은 실제 업무가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비용입니다. 저자는 그 비용을 대폭 줄이는 방법들을 소개합니다.


짧게 물어볼 일인데도 이메일을 쓰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며, 간단한 질문이나 확인은 메신저, 기록을 남겨야 하는 내용은 이메일을 권장한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답장이 필요한지 체크하기, 일정 조율 시 선택지를 한 번에 제시하기, 예약 발송으로 상대의 업무 흐름을 방해하지 않기, 스스로를 참조인에 넣어 답장 대기 메일을 눈에 띄게 관리하는 등 실전 기술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메일을 주고받는 저는 메일 관련한 조언을 잘 활용 중입니다.


업무 효율을 높이는 환경 설정법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진진합니다. 5분 안에 끝나는 일 먼저 처리하기, 종류별 업무 묶어서 처리하기, 자주 반복되는 업무는 매뉴얼화하기, 피드백은 완성도 30% 단계에서 받기 등 일이 잘 풀리는 환경을 만드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일은 종류별로 묶을 때 가장 효율적이라고 합니다. 업무 몰입의 흐름을 끊지 않는다는 철학이 전반에 걸쳐 유지됩니다.


저자는 도구와 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작업 환경이 복잡하면 스트레스는 쌓이고 시간은 새어나갑니다. 모니터 여러 대 사용, 원클릭 앱 설정, 불필요한 데이터 정리, 비밀번호 자동 입력, AI를 보조 인력으로 쓰기 등 현실적인 조언을 이어갑니다.


협업의 핵심은 명확한 공유입니다. 저자는 사내 직원이든 외부 파트너든 자료의 목적과 최종 목표를 충분히 공유하라는 원칙을 강조합니다. 아젠다는 회의 이틀 전 수집, 진행 상황·목표는 꾸준히 공유하기, 마감 기한은 며칠 빠르게 전달하기, 외부 미팅은 반드시 사전 조율하기 등은 물론이고 감사의 표시를 하는 법까지 알려줍니다.


시간 관리의 목적은 결국 삶입니다. 삶이 풍요로운 사람의 자세에 대해 들려줍니다. 저자는 7시간 수면, 가벼운 운동, 건강한 식습관, 야근하지 않는 날 선언, 80% 완성도 허용하기 등 일상 속 루틴을 권합니다.


특히 행운의 아이템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심리학적으로도 행운의 아이템은 집중력을 높이고 수행 능력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졌고, 저자가 관찰한 글로벌 임원들도 중요한 업무 전에 작은 의식을 통해 마음을 세팅했다고 합니다.


중요한 미팅 전에 먹는 과일, 발표할 때 항상 착용하는 손목시계 등 사소한 루틴이 업무 성과에 실재하는 영향을 줍니다. 또한 휴가 때 자동 회신 사용하기, 평일 저녁 취미 유지하기, 귀가 루틴 만들기 등은 삶의 시간을 보전하기 위한 조언입니다.


『퇴근은 칼같이 일은 완벽하게』는 직장 생활의 효율성을 높이고 개인적인 행복까지 놓치지 않도록 돕는 책입니다. 시간을 아끼는 것은 목표가 아닌 수단입니다. 확보된 여유가 나의 인생을 채우는 재료가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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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우주는 없다 - 우주 불평등 시대를 항해하는 인류의 미래를 위한 긴박한 질문들
최은정 지음 / 갈매나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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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20년 넘게 인공위성·우주쓰레기·궤도 충돌 위험을 예측, 분석해온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감시센터장 최은정 저자의 『모두를 위한 우주는 없다』. 현장 경험을 토대로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우주 불평등의 민낯을 해부하는 책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우주 관광, 화성 이주, 우주 인터넷 같은 미래 서사가 화려하지만, 실제 우주 공간은 선점·독점·군사화·기술 종속이라는 오래된 권력 구조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습니다. 이 책은 그 틈 사이에서 질문을 던집니다.


우주는 왜 또 다른 식민지 경쟁의 무대로 변했는가? 우주 개발의 속도가 아니라 방향을 고민하지 않으면 어떤 미래가 오는가? 후발국인 한국은 어떤 전략과 감각을 갖고 움직여야 하는가?


우주개발의 이면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경쟁은 치열합니다. 저자는 우리는 이제 바다가 아니라 우주로 향하는 대항해의 시대에 들어섰다는 말로 서문을 열며, 그 배의 선두에 서 있는 주체가 누구인지 묻습니다.


현재 궤도에서 활동하는 2만2천 개 이상의 위성 중 90%가 미국·러시아·유럽·중국이 운영하는 위성입니다. 우주 불평등의 시작이 이미 오래전에 접수된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 먼저 차지한 자가 모든 것을 가진다는 것. 후발국의 진입을 극도로 어렵게 만드는 국제 질서의 핵심입니다.


우주를 선점한 국가들은 1980~1990년대부터 위성 슬롯을 선제적으로 등록해왔습니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운영하는 주파수·궤도 등록 체계는 선착순 구조를 기반으로 작동합니다.


이 구조가 공정한 규칙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선진국 중심적인 겁니다. 궤도와 주파수는 자연 자원과 같고, 이미 대부분 자리가 선점된 상황에서 후발국은 들어갈 자리 자체가 없는 것입니다. 우주라는 공간이 지구보다 더 공정할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깨뜨립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최초로 전면적으로 드러난 우주전의 양상이 놀랍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때 사용한 방식은 위성 통신망 해킹이었습니다. 국가 기반 시스템을 마비시키는 우주의 새로운 전쟁 방식입니다.


우주 전쟁은 총성이 아닌 경보음으로 시작한다는 말이 와닿습니다. 보이지 않는 경보음의 파장은 지구 곳곳의 교통·금융·전력망까지 이어집니다.


미국이 2019년 우주군을 창설하고, 2023년 발표한 <우주영역인식 교리>에서 외기권을 명확히 전장 영역으로 명시한 것 역시 같은 흐름입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골든돔 우주 무기 배치 체계는 우주 군비 경쟁의 본격적인 시동을 알렸습니다. 중국 또한 중국판 골든돔을 진행 중이라고 밝히며 경쟁 구도를 형성했습니다.


이 모든 유례없는 경쟁과 군비 강화 속에서 우리는 우주를 공존의 기반으로 삼을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군사 패권의 무대로 만들 것인가를 질문하게 됩니다.


우주 불평등이 기술력의 차이가 아니라 주권의 문제로 확장된다는 점을 짚어줍니다. 우주발사체를 독자적으로 보유한 나라는 극히 일부입니다. 대부분의 국가는 타국의 발사 서비스에 의존합니다. 한 나라가 자국의 기상 관측, 군사 정보, 재난 대응, 금융·전력망 운영까지 해외 위성 정보에 의존한다는 것은 사실상 국가 주권을 외주화했다는 뜻입니다.


GPS는 전 세계 항공·해운·통신·금융 인프라를 좌우하고, 미국은 GPS의 군사적 기능을 조절할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단 한 번의 신호 조정이 전 세계의 경제·군사·생활 기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미국과 중국의 우주 인터넷 경쟁은 지구의 정보 인프라를 새롭게 구획합니다. 스타링크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인 영향력은 이미 국가를 넘어선 기업의 안보력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었습니다.


국제 우주조약은 우주를 인류 공동의 유산이라 선언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권고 수준이라 구속력이 거의 없습니다. 책임 소재가 모호하고, 무엇보다 우주기술 대부분이 민군 겸용이기 때문에 국가는 언제든 평화적 목적을 이유로 군사적 조치를 정당화할 수 있습니다.


우주조약의 허점은 이미 많은 국가에게 이용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는 전 지구적 위험으로 돌아옵니다. 우주 쓰레기 증가, 우주 교통관리 부재, 전파 간섭, 궤도 충돌 등은 결국 공유된 위험이기 때문입니다.


누리호 3차 발사 당시 국제우주정거장에 보급품을 전달하는 소유즈 우주선과의 충돌 위험을 분석한 과학자가 바로 최은정 저자입니다. 『모두를 위한 우주는 없다』에서는 누리호 3차 발사, 북한의 만리경 발사, 국내 우주위험감시센터의 관측 체계(OWL-Net), 유엔 외기권위 참가 경험 등을 통해 대한민국의 우주개발 현실을 생생하게 알려줍니다.


한국은 추격자이지만, 추격자의 눈에는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우주 발사 능력의 제한, 국제 협력의 필요, 감시 인프라의 부족, 우주 경제의 격차, 기술 종속의 위험 등 저자는 한국이 지금 어떤 선택을 해야 하고,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하는지 현실적 조언을 전합니다.


우주 개발이 거대한 비전으로만 다가왔었다면 이 책을 읽고 나니 일상의 생존과도 연결된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우주 정의란 이상주의적 슬로건이 아니라, 실제로 우리의 전력망·통신망·경제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기반입니다.


흥미진진한 우주 서바이벌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모두를 위한 우주는 없다』는 우주는 모두에게 열릴 수 있는가 아니면 소수의 손에 집중된, 또 다른 제국의 무대가 될 것인가에 대한 심층 리포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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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 너머 한 시간
헤르만 헤세 지음, 신동화 옮김 / 엘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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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밤의 문턱에서 깨어난 젊은 헤세를 만나는 시간 『자정 너머 한 시간 Eine Stunde hinter Mitternacht』. 20세기 문학 거장의 탄생을 엿볼 수 있는 에세이가 담겼습니다.


그의 전 생애를 관통하는 주제인 자기 초월, 내면의 문, 젊은 영혼의 도약이 처음으로 온전한 형식을 갖추고 나타난 작품입니다.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 《유리알 유희》 등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헤르만 헤세 세계의 서막은 바로 1899년 첫 산문집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자정 너머 한 시간』은 젊은 헤세가 무엇을 보고 있었는가를 생생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작가 정신의 태동기 기록이자 세계관의 원형 저장소에 가깝습니다. 서점에서 도서 정리를 하며 시인의 꿈을 품던 청년이 밤의 고독과 환상 속에서 어떤 사유를 익히고 있었는지를 보여줍니다.


총 아홉 편의 단편과 1941년 재간 시기에 덧붙인 머리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야기들은 모두 밤이라는 시간대를 기반으로 하지만, 몽상이나 감상적 정조에 머물지 않습니다.


미묘하게 뒤틀린 시공간, 현실과 상상 사이를 가로지르는 시적 환상 그리고 인간 내면에 깃든 우수와 회귀 본능이 이야기마다 독자적인 색채를 띠며 펼쳐집니다. 릴케가 이 작품을 읽고 경건한 밤의 기도 같은 목소리라 찬탄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자정 너머는 시간의 흐름이 아니라 내면의 이동을 의미하는 좌표입니다. 현실적 삶의 방향과는 다른, 영혼이 이동하는 길이자 자신만의 세계로 들어가는 관문입니다. 아홉 편의 산문은 문 너머에서 체험한 것들입니다.


첫 번째 산문 「섬 꿈」. "삶의 역겨움이 나를 내몰았고, 도시들의 연무와 그 신전들의 소란스러운 쾌락이 나를 밀쳐냈어요… 당신의 숲을 지났어요." 낯선 섬에 도착하는 순간을 그리며, 헤세는 자아가 재생되는 찰나를 미학적으로 포착합니다. 


젊은 존재가 고통의 껍질을 벗고 새로운 감각으로 세계를 다시 보는 순간을 보여줍니다. 헤세 본인 역시 신학교를 탈출하고 서점에서 일하며 스스로의 길을 찾아가던 시기였으니 심정 기록처럼 느껴집니다.


섬은 고독을 통해 갱신되는 내면을 상징하며, 세속적 사회를 떠난 영혼의 생장을 보여줍니다. 헤세가 평생 추구한 자기 초월의 원형이 여기서 나타납니다. 섬은 피난처가 아니라 자기 발견의 공간입니다. 오염된 시선을 씻어내고 다시 보는 법을 배우는 곳입니다.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를 연상하게 하는 두 번째 이야기 「엘리제를 위한 알붐블라트」는 음악과 이미지가 뒤섞인 감각적 산문입니다. 헤세가 시도하는 건 시각과 청각, 형상과 리듬의 융합입니다. 평생 그림을 그렸던 헤세. 이 글은 내면 풍경화의 문학 버전 같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드는, 말할 수 없는 것을 언어로 포착하는 시도입니다.


세 번째 이야기 「열병의 뮤즈」는 고통이 어떻게 새로운 사유를 탄생시키는지 보여줍니다. 헤세 역시 불안과 우울, 감정 기복을 겪으며 창작의 리듬을 만들었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열병은 자아의 외피를 벗겨내는 체험입니다. 고통 속에서 시각이 예민해지고,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사물과 감정의 구조가 드러납니다. 인간 내면이 어떻게 위기 속에서 새로운 언어를 만든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는 회복과 재생의 서사입니다. "그날 밤 불가해한 존재가 내게로 친근하게 몸을 숙이는 걸 알아차렸을 때… 감사와 평온과 빛과 행복의 소용돌이가 나를 휩쌌다."라는 문장을 통해 불가해한 존재는 초월적 신이 아니라, 인간 내면 깊은 곳에 잠들어 있는 더 큰 자아라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데미안》의 참된 나를 깨우는 힘을 엿볼 수 있습니다.


「왕의 축제」는 짧지만 인상적인 이미지로 구성됩니다. 헤세는 현실적 규율에서 벗어난 축제를 영혼의 해방으로 해석합니다. 중세적 제의와 몽환적 풍경, 청년 시인의 혼란스러운 감정이 어우러진 이 글은 이후 헤세 문학에서 반복되는 의례적 통과의 모티프를 보여줍니다.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에서 예술가 골드문트의 방황, 『황야의 이리』에서 하리 할러의 분열이 떠오릅니다.


「말 없는 이와의 대화」에서는 외부 인물과의 소통이라기보다, 자기 내적 분신과의 대화에 가깝습니다. 대답을 기대하지 않으면서도 간절히 원하는, 자기 고백이면서 동시에 타자를 향한 호소인 글쓰기를 보여줍니다. 


그 외에도 낮과 밤의 이분법을 확립하는 「게르트루트 부인에게」, 멜랑콜리하면서도 달콤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야상곡」, 밤의 여행이 끝나고 난 뒤 영혼이 맞이하는 충만함과 일종의 영적 결실을 보여주는 「이삭 여문 들판 꿈」까지 헤세 문학의 모든 씨앗을 품고 있는 글이 펼쳐집니다.


『자정 너머 한 시간』은 헤르만 헤세 문학의 원형을 보여줍니다. 밤, 고독, 환상, 예술, 내면성이라는 키워드는 훗날 그의 장편들에서 거대한 구조물로 완성됩니다. 거장의 출발점을 함께 목격하는 경험이자, 한 인간이 자기 영혼을 향해 나아가던 가장 첫 시간대를 엿보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깊은 감정과 은은한 고독을 품은 심야의 감성을 상징하는 표지 디자인이 멋집니다. 밤의 시적 공간을 미리 체험하는 느낌입니다. 헤르만 헤세의 본격적인 세계관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알고 싶다면, 밤의 고요 속에서 자신만의 사유를 찾고자 한다면 『자정 너머 한 시간』을 곁에 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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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한눈에 가계부 미니 - 휴대하기 좋은 캘린더형 미니 가계부
솜씨연구소 지음 / 솜씨컴퍼니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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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2026년의 재테크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필수템 『한눈에 가계부』. 휴대성 좋은 mini 미니 버전으로 만나봅니다.


스마트폰 앱이 모든 것을 기록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카드 사용 내역은 자동 분류되고, 계좌 잔액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됩니다. 그런데도 종이 가계부가 유용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솜씨연구소가 내놓은 『한눈에 가계부 미니(2026)』는 책상에 모셔두는 결심의 증거가 아니라, 언제나 몸에 지니는 일상의 조력자로 가계부의 역할을 바꿉니다.


평소 영수증 받지 않고 현금으로 지출한 자잘한 금액이나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마이크로 소비는 누락되기 쉬운데요. 한눈에 가계부는 이런 지출뿐만 아니라 자산의 청사진을 그릴 수 있게 도와줘 손안의 금융 비서를 들인 느낌입니다.


사용법 예시를 꼼꼼히 다루고 있어 도움됩니다. 가계부는 언제나 의지는 있는데 오래 못 가는 도구였습니다. 기록 항목이 너무 많고, 쓰기 시작하면 기계적이고, 생활 속 틈새 시간을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눈에 가계부 미니』는 일정을 기록하는 캘린더 배경에 지출을 기록하는 가계부 역할을 배치해 직관적입니다. 


복잡한 항목 분류에 대한 부담감이 없습니다. 예산을 세울 때 작성하는 계획 가계부와 실제 가계부 페이지로만 나뉘어 있어 메모하듯 끄적이면 됩니다.


월초 고정비를 적어두고, 매일 발생하는 소액 소비도 써두면 소비 패턴이 예상됩니다. 기록을 해나가다 보면 매주 무슨 요일에 외식비가 급증하는지, 습관적으로 무엇을 자꾸 사고 있는지, 각종 구독료 결제가 얼마나 많은지 소비 패턴도 단숨에 파악이 되겠더라고요.


날짜 아래에 짧게 지출 내용을 쓰는 것만으로도 월간 패턴이 드러납니다. 한눈에 가계부보다 미니 사이즈이지만 작아서 불편하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취향에 맞게 사이즈 선택하면 됩니다.


우리는 가계부를 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쓰고 난 뒤의 통찰을 얻는 것이 목적입니다. 『한눈에 가계부 미니』는 자산, 고정 지출, 상하반기 계획, 품목별 지출 그래프 등 전체적으로 결산을 할 수 있는 페이지가 다양하게 수록되어 있습니다.


현재 보유한 자산 상태를 한눈에 정리하고, 지출 활동이 현재 자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직관적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막연한 불안감을 줄이고, 통제력을 높이는 첫걸음이 됩니다.


특히 고정 지출을 잘 정리해두는 것만으로도 도움 되더라고요. 매달 빠져나가는 고정 지출을 정확히 인지하는 것은 변동 지출의 마지노선을 결정하는 기준점이 됩니다. 이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 변동 지출은 언제나 과잉 지출로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소비의 이유, 요일 편향, 충동구매 트리거 등을 패턴으로 분석해 보기도 하고, 나만의 지출 카테고리를 설정해 소비 감각을 재정렬해 보기도 하고요. 한 달 동안 예상하지 못했던 소비와 정말 만족했던 소비도 체크해 보려고 합니다.


매달 들어오는 돈은 정확히 기억하면서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돈은 얼마인지, 어제 쓴 돈은 얼마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던 소비습관 때문에 모을 돈이 없다고 한탄하기만 했다면 한눈에 가계부를 만나보세요.


잡비로 뭉뚱그려지기 쉬운 여행 가계부와 차계부가 별도의 섹션으로 마련되어 있어 도움 됩니다. 여행처럼 예산을 크게 벗어날 수 있는 비정기적 지출은 일상 소비에 섞이면 전체를 왜곡시키기 쉽습니다. 더불어 유류비, 소모품 교체, 세금 등 예상치 못한 지출이 많은 자동차 관련 비용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돈을 쓰는 모든 순간은 나의 시간과 노동의 대가입니다. 이 돈을 시급으로 따져보면, 나의 몇 시간이 빠지는 건지 뼈저리게 다가옵니다. 가계부를 쓴다는 것은 시간의 가치를 재정의하는 작업입니다.


돈에 대한 막연한 걱정 대신 『한눈에 가계부 미니』로 정확한 수입과 지출 패턴이라는 정보를 확보하면, 불안감은 구체적인 계획으로 대체될 겁니다. 2026년을 재정적으로 현명하게 보내기 위해 동반자로 삼을 가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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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든 도쿄 : 요코하마·가마쿠라·하코네·가와구치코·사와라·가와고에 2026-2027 에이든 가이드북 & 여행지도
타블라라사 편집부 외 지음 / 타블라라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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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일본 여행의 불안을 걷어내는 가장 아날로그적이면서도 가장 혁신적인 여행가이드북 『에이든 도쿄 2026-2027』.


유튜브 추천 코스, 인스타그램 맛집, 블로그 후기, 노션에 정리한 지도 등 인터넷 정보는 넘치는데 정작 내 여행을 어떻게 완성해야 하는가를 놓쳐버린 채, 탭을 오가다 출발 전부터 지치는 일이 흔합니다.


864페이지의 두툼한 분량, 지도만 150장, 여행 스팟 2,500곳. 팀원 10명 이상이 1년 넘게 직접 발로 뛰어 만든 데이터. 이 정도의 가이드북이라면 든든하지 않을까요.


『에이든 도쿄 2026-2027』은 도쿄와 근교 도시를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경험을 선사합니다. 확신, 안도감, 여행적 상상력을 안겨줍니다.


지도로 시작해 지도로 끝나는 압도적 정보 체계를 갖춘 가이드북입니다. 에이든 시리즈의 핵심은 언제나 지도였습니다. 단순한 축척의 지도가 아니라, 여행자가 실제 거리에서 부딪히는 난점을 풀어주는 실용 우선형 지도입니다.


여행자는 두 가지에서 불안을 느낍니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이동 동선이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기 때문에.


에이든은 이 문제를 지도 중심의 사고로 전환하게 합니다. 도쿄는 시부야·신주쿠·긴자·우에노처럼 지역별 캐릭터가 확연히 다르고 역 내부도 복잡해, 지리 감각이 여행의 질을 결정합니다.


『에이든 도쿄 2026-2027』에서는 신주쿠역 출구 약도만 따로 수록, 시부야 스크램블 주변만 확대해 재배치, 하라주쿠는 다케시타·오모테산도·캣스트리트로 세분화, 아사쿠사와 스카이트리를 연결해 도보 가능한 루트까지 시각화... 종이지도는 한눈에 구조를 파악하게 합니다.


여기에 근교 여행지 요코하마·가마쿠라·하코네·가와구치코·사와라·가와고에까지 지도 파트를 동일한 기준으로 편집해 긴 일정도 손쉽게 설계할 수 있습니다.


계절·문화·라이프스타일까지 도쿄의 모든 장면을 모은 데이터박스 테마 여행을 다룬 파트도 유용합니다. 도쿄는 이미 오감으로 소비되는 도시입니다. 그렇기에 여행자는 내 관심에 맞는 도쿄를 빠르게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도쿄 벚꽃·단풍·겨울 일루미네이션, 건축 기행, 미술관·박물관 여행, 아이와 가기 좋은 스팟, SNS 핫스팟, 야경·전망대 비교, 100엔·300엔샵 / 드럭스토어 완전정복, 도쿄 음식·술·디저트·빵지순례, 가챠·플리마켓·전통시장 등 도쿄의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지역별 파트는 가장 방대한 분량을 차지합니다. 도쿄 서부(이케부쿠로·신주쿠·하라주쿠·시부야), 동부(아사쿠사·우에노), 중부(긴자·도쿄역·롯폰기), 근교(요코하마·가마쿠라·하코네·가와구치코 등)는 모두 지도를 기반으로 구성됩니다.


한 지역을 중심으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까지 확장해 소개합니다. 걸어갈지, 지하철을 타야 할지 미리 계획할 수 있습니다. 맛집의 경우 지나치게 유명해서 줄만 서다 하루를 쓰게 되는 곳은 제외하거나 대신 대안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여행자 불안의 1순위는 교통입니다. 공항 간 비교, 공항에서 도심까지의 이동 유형별 장단점은 물론이고 사용자 패턴과 여행 일정에 따라 최적 조합을 선택할 수 있는 교통패스 비교표도 정리되어 있습니다.


여행자는 여행 전에 정보를 정리합니다. 길에서는 휴대폰으로 지도만 확인하는 편입니다. 그렇기에 여행가이드북의 두꺼움은 단점이 아니라 내 여행을 완성해 줄 확실한 백업으로 작용합니다. 여행자의 불안을 줄이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전부 실어놓는 대담한 결정을 한, 에이든 여행가이드북 시리즈입니다.


한 권으로 도시의 결이 보입니다. 나카메구로의 골목의 젊은 감각, 사와라 같은 근교 도시에서 느끼는 전통의 멋, 교통 구조를 이해할수록 제대로 여행이 가능한 하코네 등 지도를 중심으로 계획하는 방식이 도시를 보는 눈도 키워줍니다.


지도 + 여행지 + 동선 + 먹거리 등 빠짐없이 다루는 풀스펙 구조의 에이든 해외여행 가이드북 시리즈. 오사카 간사이 편에 이어 도쿄까지 출간되었습니다. 다음 지역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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