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툰 1 - 정치 고전툰 1
강일우 외 지음 / 펜타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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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펜타클 출판사가 기획한 『고전툰』 시리즈는 정치, 경제를 시작으로 환경, 문화, 역사로 이어질 예정입니다. 각 권은 독립적으로 완결되지만, 함께 읽을 때 세상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힘이 생깁니다.​


고전을 낯설고 어려운 텍스트로 여긴 이들의 고전 입문서로 추천합니다. 오늘의 세상을 읽어내는 대화의 언어로 되살려낸 고전툰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스스로 사고하고 토론하는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생각하는 훈련서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고전툰 1 정치』에서는 플라톤의 국가,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한비자의 정치철학, 마키아벨리 군주론, 루소의 사회계약론을 소개합니다.





고전의 사상을 일방적으로 주입하지 않습니다. 각 사상가가 살았던 히스토리 속에서 그들의 고민을 엿보고, 핵심 개념을 다이제스트로 정리하며, 복잡한 사유를 고전툰으로 시각화해 이해의 문을 엽니다. 그리고 이 모든 여정은 사상가들이 시대를 초월하여 오늘의 문제를 두고 열띤 토론을 벌이는 북토크 코너에서 완성됩니다.


히스토리–다이제스트–고전툰–북토크라는 구성은 고전과 대화하게 만드는 도구처럼 작동합니다. 특히 북토크로 펼쳐지는 가상 토론은 마치 생방송 패널 토론처럼 생생합니다.


플라톤에게 좋은 통치란 감정이 배제된 지혜의 지배입니다. 고전툰은 소셜미디어 시대의 확증편향과 동굴의 비유를 연결하며, 진리에 도달하려면 끊임없이 동굴 밖으로 걸어나가는 지적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짚어줍니다.


플라톤을 고대의 철학자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가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하는 정의와 진실의 문제를 들여다보는 사상가로 앉혀놓습니다. 좋은 국가는 실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집단적 착각, 정보의 편향, 선동의 메커니즘을 성찰하도록 만듭니다.





아리스토텔레스를 통해 정치적 동물이라는 고전적 정의를 오늘의 관점에서 다시 물으며 중용의 정치, 다수와 소수의 이익 사이의 균형을 만화적 서사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부패의 구조를 탓하며 부패할 수 없도록 만드는 제도 개혁을 주장한 한비자의 정치철학, 마키아벨리의 냉철한 권력의 기술에 대한 탐구, 그리고 루소의 자유와 평등의 이상과 사회계약론에 대한 논의가 이어집니다.


정의란 무엇인가, 권력의 정당성은 어디서 나오는가, 자유와 질서는 어떻게 균형을 이룰 수 있는가 같은 질문을 통해 고전툰은 청소년이 철학자의 생각을 외우는 대신 그들의 질문을 자기 언어로 다시 묻도록 만듭니다.


고전툰의 토론 방식을 접하고 나니 정치적 이슈를 접할 때마다 플라톤이라면 뭐라고 했을까?, 마키아벨리는 어떤 전략을 썼을까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됩니다.


정치란 결국 인간이 더불어 잘 사는 방식, 즉 정의, 자유, 권력, 질서와 같은 본질적인 가치를 탐구하는 일임을 일깨워 줍니다. 고전툰 정치 편은 고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다섯 명의 사상가를 통해 우리 사회의 가장 근본적인 물음에 답할 실마리를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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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명품 - 사람이 명품이 되어가는 가장 고귀한 길
임하연 지음 / 블레어하우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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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명품이란 단어를 들으면 로고가 박힌 상품이 먼저 떠오르지만, 임하연 저자는 그 이미지를 전복시킵니다. 사람이 명품이 되라고 말이죠. 런던 소더비에서 아트컬렉터 교육을 받은 임하연 저자는 보이지 않는 가치를 좇아온 사람입니다. 사람을 원석에 비유하며 세공의 과정이 곧 인간의 품격이라고 말합니다.


『인간명품』은 대화형 스토리텔링으로 진행합니다. 상속자와 학생의 대화를 통해 사고의 균열과 확장을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합니다. 학생은 불안, 박탈감, 비교 의식에 흔들리는 오늘의 청춘을 대표하고, 상속자는 문화적 자산과 교양의 힘을 체화한 인물로서 삶의 깊이를 안내합니다.


두 사람의 문답은 일방적인 조언이 아니라 스스로의 감정과 사고를 비추어보는 거울이 됩니다. 학생의 반문과 회의는 우리의 속마음을 대변하고, 상속자의 답변은 고요한 설득력을 지닌 사색의 언어로 다가옵니다. 대화적 구성 덕분에 마치 두 사람 사이의 빈자리에 앉아 자연스럽게 대화에 끼어드는 듯한 몰입감을 받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저자가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의 삶을 인문학적 거울로 활용했다는 것입니다. 재클린은 아일랜드계 이민자의 딸로 태어나 미국 상류사회에서 이방인 취급을 받았지만, 교양과 안목으로 세상의 시선을 뒤집은 인물입니다.


『인간명품』에서는 재클린의 이야기를 통해 고유함, 탁월함, 역사와 스토리, 심미안, 영향력이라는 다섯 가지 자질을 설명합니다.





총 다섯 번의 만남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만남 ‘고유함’에서는 사회적 배경이 아니라 내면의 빛이 인간을 구분 짓는다고 말합니다. 인상 깊은 개념이 등장합니다. 상속자 정신(Sangsokja Jungshin) 개념입니다. 상속자 정신은 부모로부터만 오는 상속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부모를 뛰어넘어 사회로부터 받는 더 넓고 큰 상속을 뜻합니다.


상속자 정신은 곧 인간이 스스로의 유산을 창조하는 능력을 뜻합니다. 가난한 환경, 불안정한 출발, 비교의 늪 속에서도 인간은 자신의 자산을 새롭게 해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선언입니다.


수저계급론에 갇혀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는 현대 청춘의 불안을 정면으로 응시합니다. 물려받은 수저의 색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빛깔로 자신의 내면을 조각해나가야 한다는 메시지. ‘고귀함’은 태생이 아니라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저자는 문화적 언어로 세련되게 풀어냅니다.


"상대적 박탈감은 오로지 타인과 비교할 때만 나타나요. 그래서 실제로 잃은 것은 없지만, 더 많이 가진 상대를 보면서 무언가를 잃은 듯한 기분을 느끼는 거죠." - p37


두 번째 만남 ‘탁월함’은 단순한 운명론이 아니라, 나의 탁월함이 이미 내 안에 설계되어 있다는 자기 인식의 선언입니다. 임하연 저자는 청춘들이 흔히 빠지는 함정을 수저계급론이라 합니다. 수저계급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인간관계를 권력관계로 볼 수밖에 없다는 걸 일깨워 줍니다. 나보다 재산을 더 물려받은 사람, 덜 물려받은 사람 오로지 두 가지로 나뉘니까요.


『인간명품』은 사회적 불평등의 언어를 해체합니다. 우리가 불평등한 사회라는 인식의 틀 안에서만 살면, 결국 그 불평등을 내면화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상속자 정신은 무언가를 빼앗긴 기분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로 우리를 인도합니다.


탁월함은 화려한 스펙이 아니라, 상실을 품격으로 전환시키는 태도입니다. 저자는 이를 운명을 다시 쓰는 기술이라 부릅니다. 불안한 시대의 청춘에게 명품이란 브랜드가 아니라 해석의 능력입니다.


세 번째 만남은 한층 더 깊은 사유의 차원으로 들어갑니다. 우리는 아비투스를 가정환경 내에서 부모에게 체득하고 몸에 배는 것으로만 생각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좋은 스승, 우연한 만남, 한 권의 책도 충분히 나를 키울 수 있는 상속이 될 수 있다는 걸 짚어줍니다.


부르디외의 아비투스 개념을 새롭게 해석합니다. 아비투스란 계급적 무의식이 아니라 문화적 자산을 스스로 확장해가는 과정입니다. 스승이나 예술작품, 한 문장도 우리의 내면 자본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비교와 결핍의 세대에게 실질적인 조언으로 다가옵니다. 누군가는 부모의 재산을, 누군가는 좋은 배경을 상속받지만, 누군가는 믿음과 이야기를 상속받을 수 있습니다. 『인간명품』은 이것을 보이지 않는 상속자본이라 부릅니다. 그 자본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시간을 견디는 힘이 있습니다.


구조적 불평등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되, 그 안에서도 다른 출구를 제시합니다. 인간은 자신이 선택한 서사를 살아갈 때, 비로소 진짜 자유를 얻을 수 있습니다.





네 번째 만남 ‘심미안’은 돈보다 오래가는 가치를 이야기하며,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눈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고귀한 자산이라고 말합니다. 심미안은 미술관을 다니는 교양이 아니라, 타인의 마음을 알아보는 감수성입니다.


명품은 결국 타인을 감동시키는 방식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심미안은 인간이 다시 자신을 회복하는 기술입니다. 이 기술을 갖춘 사람은 타인의 고통을 미적으로 이해하고, 불완전한 현실에서도 품격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다섯 번째 만남 ‘영향력’은 인간명품의 완성입니다. 이 장의 대화는 상속자 정신의 궁극적 단계, 즉 타인을 일으켜 세우는 힘을 보여줍니다. 상속을 자기중심적 계승이 아닌 공동체적 확장으로 해석합니다.


『인간명품』은 타인과의 관계, 문화의 계보, 내면 자본의 성장이라는 복합적 구조 속에서 인간이 걸작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탐구합니다. 고귀함의 본질을 생각해 보는 시간입니다.


외적인 성공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내면을 조각하는 능력이라는 통찰은 이 시대의 명품이라는 단어를 다시 정의합니다. 저자는 재클린 케네디의 시선을 빌려 우리에게 말합니다. 당신의 삶은 어떤 유산을 남기고 있느냐고. 불확실한 시대에도, 불안과 비교의 시대에도, 인간은 여전히 스스로를 빛낼 수 있다고.


상속자 정신이란 결국 나에게 물려진 이름 없는 선물들을 발견하는 태도입니다. 그 태도야말로 가장 고귀한 길입니다. 불평등한 현실 속에서도 자기만의 길을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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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격차 오감 문해력 - 공부 머리를 키우는 나침반 시리즈 4
홍예진 지음 / 언더라인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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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긴 글 싫어하는 디지털 세대 아이에게 공부 머리를 심는 20년 차 베테랑 교사의 5감(感) 처방전 『초격차 오감 문해력』.


초등학교 교실에서 20여 년간 아이들의 성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봐 온 베테랑 교사이자 교육 전문가인 홍예진 저자. 현 시대 교육의 핵심 과제인 문해력 격차에 대한 해법을 들고 찾아왔습니다. 학습 기술로서의 문해력 향상을 넘어, 아이의 공부 정서와 공부 머리를 키워내는 유용한 통합 솔루션을 담은 책입니다.


문해력의 진정한 의미는 글자를 읽는 기술을 넘어 아이가 자신, 타인, 그리고 세상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소통하며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단단한 뿌리라는 깨달음을 펼쳐보입니다.


이 책은 문해력 저하가 모든 교과 학습의 기초를 무너뜨려 학업 격차를 심화시키는 오늘날의 현실에 맞서, 하루 10분이라는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오감(五感) 기반의 접근법을 소개합니다.





귀, 입, 눈, 손, 마음. 오감을 통한 문해력 수업의 패러다임 전환 『초격차 오감 문해력』. 영상 콘텐츠와 단편적인 텍스트에 익숙해진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는 긴 호흡의 글을 읽고 맥락을 파악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데 취약합니다. 이 문제는 학습의 지속력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아이의 자존감과 정서 발달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듭니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 『초격차 오감 문해력』에서는 듣기(귀), 말하기(입), 읽기(눈), 쓰기(손)라는 일반적인 언어 영역에 감정(마음)을 핵심 축으로 추가했습니다.


이 다섯 감각을 고르게 자극함으로써 언어 이해력, 논리적 사고력, 정서적 안정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합니다. 마음(감정)을 문해력의 궁극적인 완성 지점으로 설정한 것은 이 책이 추구하는 초격차의 본질을 보여줍니다. 문해력은 결국 세상과 자신을 연결하는 정서적 공감 능력이기 때문입니다.


문해력의 여정은 글을 읽는 행위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처음 마주하는 귀의 경험에서 출발합니다. 글을 읽을 때는 필요하면 다시 돌아가 읽을 수 있지만, 이야기를 들을 때는 놓친 부분을 되돌릴 수 없습니다.


저자는 듣기 능력이 단순히 소리를 포착하는 것을 넘어, 언어적 표현의 맥락과 감정적 의도를 파악하며 공감 능력을 키우는 첫걸음이라고 설명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는 인과적 사고력의 씨앗을 품게 됩니다.


듣기를 통해 언어를 흡수한 아이는 입을 통해 그것을 밖으로 꺼내면서 사고를 논리적으로 확장합니다. 저자는 말이 곧 생각을 구조화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합니다. 머릿속에 파편처럼 흩어져 있던 아이디어가 말로 발화되는 순간, 그것들은 순서와 논리라는 뼈대를 갖추게 됩니다. 이 말하기 경험이 쌓일 때, 아이는 비로소 복잡한 글의 구조와 논리를 파악하는 능력을 갖추게 되는 것입니다.


이어서 관찰력을 기반으로 한 읽기 머리 전략을 소개합니다. 글을 잘 읽는 아이들은 단어를 해독하는 수준에서 멈추지 않고, 문장과 문장 사이의 연결고리(연결어)와 글의 뼈대(구조)를 포착하는 데 능숙합니다.


'하지만', '그래서' 같은 연결어의 쓰임을 포착하는 훈련을 통해 아이는 문장 간의 관계를 읽어냅니다. 문해력은 눈으로만 읽는 능력이 아니라 관계를 보는 힘이라는 핵심 메시지가 드러납니다.


"종이 위에 글자를 채우는 건 아이의 손이지만, 그 글자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바로 관찰의 눈과 표현의 언어입니다. 부모님이 먼저 질문을 건네고, 함께 바라보며 아이가 다양한 언어로 풀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p230


쓰기는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차분히 들여다보고, 말보다 한 걸음 더 깊게 표현해 보는 과정이라고 합니다. 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글쓰기를 통해 생각을 꺼내는 훈련을 소개합니다. 글쓰기의 핵심은 양이 아니라 구조입니다. 아이가 머릿속의 조각난 생각을 틀 속에 정리하면서 논리적 사고를 완성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감각의 종착지, 감정 문해력(듣고, 말하고, 읽고, 쓰는 힘이 마음으로 연결되는 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문해력의 완성은 마음, 즉 감정에서 비롯된다는 걸 짚어줍니다.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읽고 표현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타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으며, 그때 문해력은 언어를 넘어 삶의 능력으로 확장됩니다.


아이의 언어는 결국 감정의 뿌리 위에서만 자랍니다. 그렇기에 부모의 감정 표현이 아이의 정서 언어를 결정짓는다고 강조합니다. 공감하는 말이 아이의 감정 문해력을 키웁니다. 감정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는 사실을 아이가 배울 때, 자신을 긍정하고 타인을 존중하는 언어가 싹틉니다.


부록에는 학년별 실천 가이드가 담겨 있습니다. 반복 듣기, 생활 대화, 낭독 놀이로 어휘력과 사고력을 확장하는 저학년 시기와 문장 구조 파악, 요약 훈련, 감정 일기 쓰기를 통해 사고의 깊이를 확장하는 고학년 시기로 구분해 소개합니다.


아이의 언어를 살리는 동시에 부모의 언어를 돌아보게 하는 책 『초격차 오감 문해력』. 아이의 문해력이 자라려면, 먼저 부모의 문해력이 변해야 한다는 걸 실감하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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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 세대를 위한 문해력 특강
이승화 지음 / 문예춘추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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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숏폼에 길들여진 청소년의 뇌, 읽는 힘을 되찾는 법. 『도파민 세대를 위한 문해력 특강』이 알려주는 새로운 문해력의 기술을 만나보세요.


글보다 영상, 사고보다 반사적인 클릭이 일상이 된 세대. 이승화 작가가 말하는 도파민 세대입니다. 짧고 강력한 자극을 주는 숏폼 콘텐츠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그 자극을 무조건 배척할 것이 아니라, 문해력 교육의 재료로 삼아야 한다는 발상의 전환을 보여줍니다.


이승화 저자는 문해력 교육 프로그램을 10년간 연구해 온 전문가입니다. 전작 『도파민 인류를 위한 대화의 감각』을 재미있게 읽었기에 이번 책 『도파민 세대를 위한 문해력 특강』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글자를 해독하는 행위가 아니라, 세상을 해석하는 기술로 바라보는 관점으로 진행합니다.





『도파민 세대를 위한 문해력 특강』은 청소년의 읽기 피로 시대에 맞춘 책입니다. 디지털 네이티브들이 매일 접하는 콘텐츠인 유튜브 쇼츠, 밈, 예능 프로그램, 광고 그리고 SNS 댓글까지 그 모든 것이 문해력 훈련의 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시작은 집중력입니다. 그런데 해법으로 가는 접근 방식이 색다릅니다. 집중력 이전에, 집중할 이유부터 짚어줍니다. 말귀가 어둡다는 소리를 들은 적 있나요? 문해력의 출발점인 듣기부터 다룹니다. 저자는 청소년이 대화 중 딴생각을 하거나 15초 만에 상대를 화나게 만드는 상황을 제시하며, 이것이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집중 훈련의 부재임을 지적합니다. 


스마트폰 세대의 집중력 저하를 뇌의 도파민 시스템이 즉각적 보상에 길들여진 결과라고 분석합니다. 문제는 그 콘텐츠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입니다. 저자는 미디어 콘텐츠를 문해력 교육 자료로 삼았습니다.


15초 영상에 익숙해진 뇌가 2시간짜리 책을 읽기 힘들어하는 건 당연합니다. 집중력을 회복하는 방법으로 단계적 몰입 훈련을 제안합니다. 다른 행동을 하지 않고 한 가지 활동에 집중하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늘려보자고 조언합니다. 


좋아하는 주제의 짧은 영상에서 시작해 긴 콘텐츠로 점진적으로 몰입 시간을 확장하는 겁니다. 유튜브 쇼츠 1분, 뮤직비디오 5분, 예능 10분, 드라마 1시간, 영화 2시간... 점차 시간을 늘려 몰입해서 보는 겁니다.


순전히 미디어 콘텐츠로 이뤄져 있습니다. 놀랍지 않은가요? 청소년의 현재 상태를 부정하지 않고 그들이 선호하는 콘텐츠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현실적입니다.


정보의 층이 얕은 사람은 작은 자극에 쉽게 흔들리지만, 인식의 구조가 복합적일수록 외부 자극에 휘둘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2배속 재생과 멀티태스킹을 당연시하는 세대에게 느리게 몰입하는 경험이 얼마나 사고의 폭을 넓히는지 일깨워 줍니다.


아는 만큼 들린다는 속담은 언어 습득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치킨타월 vs 키친타월, 더퍼놨어요 vs 덮어놨어요 같은 생활 속 언어 오용 사례를 통해 단어의 정확한 의미를 짚습니다. 줄임말과 신조어가 난무하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단어의 뉘앙스와 문맥을 이해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곧 생각의 깊이를 확보하는 일입니다.


저자는 어휘력과 배경지식을 동일선상에 둡니다. 단어는 문맥에서 자라고, 문맥은 배경지식에서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너 F야? T야?"라는 문장은 MBTI의 맥락을 알아야 이해가 가능하듯, 단어 하나의 해석에도 사회문화적 맥락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노키즈존,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같은 표현도 분석하며 언어가 문화의 축약임을 보여줍니다. 이 모든 어휘를 암기할 수 없기에 모르는 단어를 추론하는 연습을 권합니다. 문해력이란 결국 맥락 속 의미를 유추하는 감각이기 때문입니다.





이승화 작가는 읽기에도 단계가 있다고 말합니다. 성질 급한 한국인은 25초부터입니다. 유튜브 영상의 타임스탬프 활용 습관을 언급하며, 정보를 건너뛰는 습관이 핵심 파악 능력을 저하시킨다고 짚어줍니다.


글의 핵심을 포착하는 능력은 단순한 요약이 아니라, 의도를 해석하는 기술입니다. 삼양 불닭볶음면 광고를 사례로 들며 브랜드가 감정적 상징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분석합니다.


문해력의 최종 단계인 표현 능력을 다루는 파트에서는 일타강사 유노윤호의 사례나 자중해~! 같은 유행어를 예로 들며 언어의 리듬과 표현력이 사고의 명료함과 직결된다고 설명합니다.


생각을 구조화하지 않은 말은 공감 대신 오해를 낳습니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했다는 5W1H 원칙, 시작-중간-끝의 구조화, 나만의 머릿속 책장 만들기 등 실용적 방법론이 펼쳐집니다.


JTBC 예능 <냉장고를 부탁해>를 예시로 들기도 합니다. 게스트의 냉장고를 그대로 가져와, 그 냉장고 안에 있는 재료를 활용해서 15분 동안 게스트를 위한 요리를 하는 이 과정이 글쓰기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글쓰기도 주어진 재료 즉, 단어와 경험을 가지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조리해야 합니다. 이처럼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은, 자기 언어로 세계를 재구성하는 힘과 직결됩니다.


문해력은 단순히 공부를 잘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사회를 살아가는 생존 기술입니다. 긴 글을 읽는 힘은 단번에 생기지 않습니다. 짧은 영상 하나에서 시작해 그 속의 메시지 구조를 파악하고, 맥락을 추론하고, 자신의 말로 재구성하는 과정이 문해력의 근육을 단련시킵니다.





이승화 작가는 읽기를 다시 놀이로 되돌려줍니다. 유튜브나 밈, 예능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것들을 생각의 도구로 재활용하는 문해력 혁명을 선보입니다.


책 곳곳에는 도파민 쉼터 코너가 있습니다. 낭독(소리 내어 읽기), 필사(천천히 따라 쓰기), 도식화(그림 그리며 읽기), 독서모임(읽고 대화하기) 등 아날로그적 방법론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디지털 과부하 상태의 뇌에게 휴식과 재충전의 기회를 안겨주는 것들입니다. 도파민 세대를 비난하지 않으면서도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균형을 찾아주려는 배려가 보입니다.


빠른 정보 소비 속에서 생각의 속도를 잃은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문해력 루틴은 지친 뇌에 새로운 리듬을 안겨줄 겁니다. 미디어로 배우는 문해력 『도파민 세대를 위한 문해력 특강』. 10년 현장 경험이 만든 청소년 맞춤 전략이 돋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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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함께 식물 산책 - 우리 동네 열두 달 식물 이야기
황경택 지음 / 황소걸음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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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자연은 힐링을 위해 일부러 떠나야 만날 수 있는 풍경이 되어버린 것만 같습니다. 집을 나서면 보도블록 사이에서 여러 풀꽃이 피고, 버스 정류장에 은행나무가 서 있지만 예사롭게 바라보진 않았습니다.


생태놀이연구소 소장 황경택 작가는 『아빠와 함께 식물 산책: 우리 동네 열두 달 식물 이야기』에서 자연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고 말합니다. 도시 속에서도 생명이 호흡하고 있음을 세밀한 관찰과 따뜻한 스토리텔링으로 보여줍니다.


열두 달 동안 아빠와 아이가 함께 걷는 식물 산책을 통해 우리가 잊고 있던 자연의 시간, 계절의 리듬 그리고 생명의 언어를 되살립니다.


1월부터 12월까지 각 달마다 네다섯가지 식물을 소개합니다. 만화와 세밀화가 배치되어 있고, 식물에 얽힌 생태학적 지식과 철학적 사유가 함께 녹아 있습니다.


1월. 새해와 함께 피어나는 관찰의 눈을 마주하는 시간입니다. 겨울의 침묵 속에서도 생명이 움트는 겨울눈을 발견합니다. 눈에 덮인 나뭇가지에서 새순이 자라날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은 새해의 다짐처럼 조용히 내면에서 일어나는 생의 의지를 상징합니다.


겨우내 열매를 달고 있다는 팥배나무 이야기가 재밌습니다. 삭막한 겨울, 빨간 열매를 매단 팥배나무를 보며 새에게 도움을 주고 미래를 준비하는 지혜를 배웁니다. 인간의 효율 논리로 보면 쓸모없어 보이지만, 자연의 지혜를 건져올립니다.


"쓸모는 지나치게 인간 중심적이고, 생태를 이해하지 못해서 하는 말"이라는 작가의 말에 뜨끔합니다. 『아빠와 함께 식물 산책』이 안겨주는 생태 철학을 되새겨봅니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가장 먼저 우리를 반기는 건 개나리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익숙함 속의 무지를 짚어냅니다. 평범한 개나리도 관심을 가지면 전에 보이지 않던 게 보인다고 합니다. 이름을 안다고 이해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짚어줍니다.


관찰의 태도를 생각하게 합니다. 이름은 분류를 위한 도구일 뿐, 관계를 만들어주지 않습니다. 아이와 함께 걷는 산책길에서 모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다시 보는 법을 배웁니다. 식물의 이야기를 넘어, 사람을 바라보는 눈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토끼풀 꽃은 꽃가루받이가 끝나면 시든다고 합니다. 벌이 헛걸음을 하지 않도록 한 배려라고 말이죠. 토끼풀은 친절한 식물입니다. 자신이 이익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태적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타자를 배려합니다.


그런데 그 친절이 결국 자기 생존으로 돌아옵니다. 사회는 종종 배려를 약함으로, 이타심을 손해로 바라보기도 하지만 자연은 그 반대의 진실을 보여줍니다.


가을의 끝자락에서 들려주는 주목 이야기도 묵직한 울림을 줍니다. 주목은 빨간 과육 안에 씨앗이 있는 열매를 맺는데, 항암제인 탁솔의 성분이 주목 씨앗에서 추출한 것이라고 합니다.


주목은 죽음의 나무이자 생명의 나무입니다. 독으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지만, 그 독은 병을 치유하는 약이 되기도 합니다. 자연은 흑백으로 구분되지 않습니다. 늘 변화하고, 균형을 맞추며, 서로의 경계를 넘나듭니다.


매 장마다 식물의 생태적 특징을 설명하면서도, 결국 인간의 삶과 감정을 비춥니다. 팥배나무의 인내, 등나무의 의존, 박주가리의 경계, 상수리나무의 헌신…. 모든 이야기는 자연을 통해 인간을 다시 배우는 여정이 됩니다.


이야기와 그림으로 이루어져 아이에게는 자연의 교과서로, 어른에게는 생태적 성찰의 입문서가 됩니다.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가장 필요한 느림의 학습이자 공감의 기술을 전수하는 특별한 교과서입니다. 황경택 생태 작가가 건네는 1년 열두 달, 우리 동네 식물 인문학 산책을 누려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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