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하우스 France - 프랑스의 작은 중세마을에서 한 달쯤 살 수 있다면… 세상어디에도 2
민혜련 지음, 대한항공 기획.사진 / 홍익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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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게스트하우스 제목 때문에 프랑스의 아리따운 숙소를 소개하는 책인 줄 알았어요 ^^;; 파리 편 다 읽을 때까지도... 아, 역사부터 먼저 나오고 숙소 소개될 건가 보다... 이러고 읽었네요 ;;; 도시마다 여행 정보는 교통 위주로만 살짝 언급되는 수준입니다. 숙소 소개 책 아니고요 ^^

 

 

 

<게스트하우스 프랑스>는 프랑스에서 머물고 싶은 도시를 중심으로 프랑스 역사와 문화를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정여울 저자의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과 비슷한 느낌이기도 하고, 작년에 부쩍 유행했던 제주에서 한 달 살기처럼 프랑스에서 한 달 머물면서 관광지 위주가 아닌 프랑스인처럼 돌아다녀 보고 싶은 로망에 딱 맞는 책이네요.

 

파리, 투르, 비아리츠, 무스티에생트마리, 아비뇽, 샤모니 몽블랑, 콜마르.

​프랑스 7개 도시를 메인으로 삼아 주변 지역을 함께 둘러보기 좋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프랑스는 예술인들이 특히 좋아하는 곳이죠. 왜 그런지 이유를 이 책 사진 하나하나를 보면서 느낄 수 있답니다.

 

 

 

바다 한가운데 있는 수도원 몽생미셸.

사진이 아주 기가 막힐 정도로 예술입니다. 저런 풍경은 저 상태로 호주머니에 쏙 집어넣고 싶을 정도네요.

 

 

 

육지와 다리가 놓인 일 드레 섬의 초록 분위기 도시도 독특했어요.

파란 마을은 눈에 익었는데 이런 초록 색감도 멋스럽네요. 개인 소유의 집 색깔을 바꾸려 해도 시청에 상의해야 할 정도로 프랑스는 지역마다 이렇게 특색있는 색을 규정한다고 해요. 일 드레는 특히 규정이 엄격하다고 합니다.

 

 

 

프로방스라는 말만 들어도 동화 분위기가 퐁퐁~

협곡이 멋진 마을, 무스티에생트마리는 라벤더와 밀의 바다로 유명한 발랑솔 고원 사진이 인상 깊었어요. 프로방스의 다락방이라는 별명이 붙은 곳이라네요.

 

 

 

<게스트하우스 프랑스>는 건축, 역사, 철학, 종교, 요리, 미술 등 역사와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폭넓게 다룹니다.

아비뇽에서는 역사책에서나 본 아비뇽유수를 이야기하고, 동화같은 풍경으로 유명한 콜마르에서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배경이 된 도시라며 영화 이야기도 살짝 보탭니다. 파리 대학교가 신학의 본산지로 자리 잡으며 인문학 중심지로 발돋움하는 기반이 된 역사적 이야기도 하고요. 백년 전쟁이 일어난 이유, 모나리자 작품이 루브르 박물관에 있고, 다빈치 무덤이 프랑스에 있는 이유 등 이 책으로 읽는 역사 공부가 더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네요.

 

압권은... 프랑스와 관련한 유명인들. 정말 끝도 없이 쏟아지더라고요.

프로방스 아를에서는 고흐와 고갱이 함께 살던 짧은 시기에 그 유명한 노란 집 이야기를 하는데, 노란 집이 있을 거로 생각하고 갔건만 실제로는 남아있지 않았다고 하네요.

 

 

 

독일, 스페인 등 몇 나라와 인접해 다채로운 생활 방식을 보여주는 프랑스 중세 도시.

알자스로렌 지역은 독일과 인접한 곳이라 땅따먹기마냥 뺏고 빼앗기고 반복의 역사 때문에, 프랑스와 독일 국적으로 자주 바뀌었던 사람들이 많은데 바로 이곳이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네요. 역사와 문화를 알고 소설을 읽어야겠구나 싶더라고요.

 

토박이가 쓴 것처럼 그 도시의 역사와 문화 이야기가 폭넓고 깊이도 상당하더라고요. <게스트하우스 프랑스>처럼 내가 지금 사는 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잘 안다면 애정이 더 샘솟을 것 같단 생각도 해봅니다.

럭셔리의 대명사로만 알고 있던 프랑스. 예술가들이 프랑스에 매료되는 것처럼 저도 흠뻑 사로잡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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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잠 밀리언셀러 클럽 145
가노 료이치 지음, 엄정윤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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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 건물 사진을 찍는 사진가 쇼이치를 중심으로 호텔 살인사건과 그 이면에 숨겨진 사회악을 이야기하는 일본추리소설 <창백한 잠>.

 

사람의 손길이 끊어진 폐허를 찾아다니며 사진 찍는 사진가. 동이 트기 전, 세상이 온통 푸른빛으로 물드는 시간을 블루월드라고 부른다네요. 동 틀 무렵 군청색의 세계를 담아내고자 하는 사진가 라는 설정이... 아, 그 사진에 뭔가 찍히겠구나 하는 뻔한 설정 짐작하며~

 

도산해서 폐허가 된 호텔 내부 촬영하다가 살해된 여성을 발견합니다. 이 사진가는 한때 탐정 사무소에서 잠깐 일한 전적이 있어 통제할 수 없는 흥미가 솟기 시작하네요. 여성환경운동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살해된 여성의 이력 상 현재 그 마을에 공항 건설 찬반 대립과 관련한 사건이 아닌가 가설을 세우게 됩니다. 하지만 5년 전 일어난 호텔 화재 사건, 도청 사건, 호텔 살인 사건을 개인적으로 조사하던 위치에 있던 사진가와 호감 관계에 있던 편집자가 크게 다치며 의식불명이 되는 사건도 생기고 원인은 점점 미궁 속에 빠지는데...


 

 

 

공항 건설 찬반 대립이 이 소설의 큰 줄기이긴 합니다. 지역 개발에 얽힌 이권 다툼 속에 부조리한 세상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건을 파고들수록 사건의 축은 공항 건설을 둘러싼 분쟁이 아니라 전혀 다른 무언가가 아닐까... 여러 사건의 의외의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게 관건이었죠. 이 과정에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논리겠지만, 그 부조리한 세상이 만드는 범죄,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인간의 내면을 엿보게 됩니다.

 

추리과정에서 사진가의 추리력은 가히 신을 방불케 합니다. 사기 캐릭터예요 ㅋㅋ 그런데 홈즈 같은 추리 실력이기보다는 소설 같은 상상력이 압권입니다. 가노 료이치 작가도 그 점을 분명히 알고 전개하고 있더군요. "그렇게 알게 된 일들 사이를 상상으로 다시 연결하면서도"(p398)라며 자신의 상상에 의존하는 주인공을 만들어냈다는 걸 인지하고 있어요.

 

공항 건설과 관련한 이권 다툼이라는 겉으로 보이는 배경 외에도 소설 속 인물들이 지키고 싶어 하는 것이 하나씩 밝혀지며 사건 해결의 물꼬가 트입니다. 지키고 싶은 삶이란 희망이기도 하면서도 허망하기도 하고... 그렇네요.

 

<창백한 잠>은 하드보일드 탐정추리소설이라는데 제 취향에는 조금 약한 것 같아요. 무감함은 제대로인데 아주 하~드하지는 않았어요. 의식이 깨어나면 프러포즈 하려고 했던 편집자와의 관계에서 쿨함은 최고조를 달하네요. 상상에 의존하는 탐정추리 쪽이지만 불필요한 감정에 빠지지 않는 무감함은 제대로예요. 상상력에 의존한 추리 쪽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재밌게 읽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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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컬렉션 - 호암에서 리움까지, 삼성가의 수집과 국보 탄생기
이종선 지음 / 김영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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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수집 취향은 있을 거예요. 수집 물품도 소박한 것, 기상천외한 것... 참 다양할 텐데요, 개인이 수집한 것으로 박물관을 열 정도의 수집 마니아들은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삼성가도 마찬가지였어요. 이병철 회장과 이건희 회장은 경제적인 뒷받침이 되다 보니 그 스케일이 장난 아니더군요.

 

<리 컬렉션>은 삼성가 2대 이병철, 이건희 부자의 명품 컬렉션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삼성문화재단에서 오랫동안 일하고 명품을 초이스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이종선 박물관장이 직접 겪은 에피소드와 다양한 썰~을 풀어놓는데 꽤 재밌게 읽었어요.

 

박물관이라는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던 시절 개인이 수집을 통해 박물관을 건립한다는 것은 순수한 개인의 열망이 담긴 최고점이 아닐까 싶네요. 1982년 이병철 회장이 세운 호암 미술관, 2004년 이건희 회장이 세운 리움 미술관은 우리나라 문화예술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곳이죠.

 

 

 

 

이병철 회장이 미술품을 수집하게 된 동기도 여느 수집가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뭔가에 꽂힌다는 건 순식간이잖아요. 어쩌다 몇 번 다루어보면서 고서화, 도자기 골동품, 현대 미술 등 저마다 특색에 매력 느끼며 한 마디로 꽂힌 거죠. 재미가 붙으니 날개 달린 듯 일사천리로 수집 마니아의 길을 걷게 됩니다.

 

 

 

우리나라에 수집으로 시작해 박물관 운영으로 이어지고 있는 대표적인 사립 박물관은 간송 미술관, 호림 미술관인데 국보급 문화재를 갖춘 양이 삼성가는 역시 대단하긴 하더군요. 현재 삼성가가 가진 국보급은 국보 37건, 보물 115건이라고 해요.

교과서에서나 보던 것도 나와서 헉소리 날 만하던걸요. 명품을 알아보는 눈, 정보력 등은 역시... 삼성이네 싶더라고요. 손에 넣기까지 우여곡절 에피소드도 참 많았습니다. <백자달항아리>는 이건희 회장 출근을 막아서서 결재 처리한 도자기라고 해요. 달항아리의 미스코리아쯤 된다고 합니다. 구매 후 국보로 지정된 도자기입니다. 이종선 박물관장은 이후 중국과 수교가 되기도 전에 중국 국보 전시를 호암에서 진행한 문화외교의 선두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강아지 그림이 귀여워서 기억하는 작품도 삼성가 컬렉션에 있는 거군요.

이암 <화조구자도>는 자칫 김일성 컬렉션이 될 뻔한 작품이라는데, 일본에서 북한으로 당시 문화재가 많이 들어갔었다고 합니다. 이암의 강아지 작품 <모견도>는 국립중앙박물관에, 고양이가 나오는 <화조묘구도>는 평양박물관에 소장 중이라네요.

 

일본으로 넘어간 문화재를 다시 들여오기 위한 노력은 완전 007작전이었어요. 고려 불화가 일본 박물관에서 경매로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너무 비싸 사지 못할듯하니 이병철 회장에게 개인 자격으로라도 사들여줬으면 했다는군요. 그런데 일본 측에서 한국에는 팔지 않겠다고 하는 바람에 미국으로 먼저 빼돌린 다음 역수입하는 방법을 썼다고 합니다.

일본 얘기가 나오면 우리 문화재 반출과 관련해 속 쓰린 이야기가 가득 나오죠. 특히 안견의 <몽유도원도>는 꼭 우리나라로 되돌아 왔으면 하는 작품이기도 하고요.

 

 

 

이병철 회장이 소중하게 아꼈다는 <청자진사주전자>는 정말 멋지네요. 이 주전자는 백지수표라는 썰이 있긴 하더라고요.  ​가야 금관, 고구려 반가상처럼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문화재도 많습니다.

<고구려 반가상>에 얽힌 에피소드도 인상 깊었어요. 우리나라 불상의 족보를 제대로 세우는 불상으로 우리나라 반가사유상 중 제일 오래된 유물로 평가받는다는군요. 이걸 일본인에게 들키지 않은 채 지켜내고, 전쟁 때 월남 후 쪼들리는 생활에도 처분하지 않고 한평생 지킨 골동품상 출신 김동현 씨로부터 양도받기까지. 우리 문화재를 지킨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금 알려준 에피소드였습니다.

 

​"비록 하나의 유물이지만, 그 유물 하나가 지니는 역사적 가치는 이처럼 엄청날 수 있다. 수집의 매력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역사를 온몸으로 품은 것 같은 희열과 영구히 보존한다는 뿌듯함." - 책 속에서

 

 

 

그저 보기 힘든 물건을 보관하는 장소에 그치지 않고, 요즘은 갤러리 기능 등이 더해져 문화예술의 장으로 넓어진 박물관. 소통을 전제로 하는 공개와 상업적인 판단이 배제된 윤리가 더해진 박물관의 건립은 공공화를 의미합니다. 수집의 사회 환원이라는 형태입니다.

아무래도 문화재는 도굴, 밀반출 등으로 제자리에 있지 못한 것들이 많은데요, 문화재 수집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간송 전형필 이야기도 언급하고 있네요. 수집을 개인 차원에서 공공차원으로 끌어올린 최초의 수집가로 우리 문화재를 지키려 했던 정말 고마운 인물입니다.

 

<리 컬렉션>은 단순히 삼성가의 돈자랑 이야기가 아닙니다. 박물관과 문화에 관한 이야기, 문화재를 지켜온 사람들의 이야기 등이 함께하네요. 그나저나 이재용 부회장은 어떤 수집벽이 있을지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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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등생 해법 수학 5-1 (2016년) - 초등 기본서 빅데이터 초등 우등생 해법 시리즈 (2016년)
최용준.해법수학연구회 지음 / 천재교육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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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등생 해법수학은 동영상 강의와 연계되어 있어 기본 수학개념 잡을 때 도움되더라고요.

스토리텔링 교과서 개념 코너에 QR코드가 있어 단계별 개념 공부 들어갈 때 동영상으로 한번 보면 확실히 이해도에서 차이 나네요.

 

선생님이 직접 강의해주니 엄마와 함께 할 때보다 오히려 순간 집중력이 확 올라가는 걸 느껴요.

개인적으로는 모바일로 보는 게 어디서든 볼 수 있어 편하네요. 금방 끝나는 거라서 잠깐 짬내서 봐도 충분한 시간입니다.

 

직접 칠판에 써내려가는 것처럼 줄도 막 그어주고~

정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동적인 동영상이다보니 집중 안할래야 안할수가 없겠더라고요.​

문제부터 바로 풀어버리는 것보다 이렇게 동영상 강의 한번 듣고 문제집 접하면 뭔가 환기가 되는 듯~ 희한하게 더 오래 집중하더라고요.

 

엄마와 함께 공부하면 몇 분 안돼 빽~ 소리 나올만한 상황, 스스로 공부하는 걸 어려워 하는 아이, 문제집에 흥미 못 붙이는 아이에게 동영상 강의는 훌륭한 보조 수단이 되는 것 같습니다. 초등수학문제집에서 이렇게 동영상 강의로 연계하는 것 자체가 이젠 공부 필수 아이템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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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물고기 - 연어 이야기
고형렬 지음 / 최측의농간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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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같은 책이네요. 1999년 출간되었다가 절판 후 2016년에 복간한 책 <은빛 물고기>.

스르륵 넘겨보다가 시인이 제대로 된 자연에세이를 쓴다면 딱 이런 분위기겠다 싶었는데 역시 고형렬 저자는 시인이더라고요. 문체에 익숙해질 때까지는 조금 낯설게 읽혔지만 금세 빠져들었습니다. 소설처럼 기승전결도 확실하고 클라이맥스 부분은 오싹할 정도로 강렬했어요.

 

 

 

 

김훈 소설가가 추천한 책이기도 하네요. 그가 말하는 '비통한 아름다움'이 어떤 감각인지 <은빛 물고기>를 읽으면서 느낄 수 있답니다.

 

<은빛 물고기>는 우리나라 첨연어의 한살이에 동행한 고형렬 시인의 사색이 담긴 자연에세이입니다. 1990년부터 10년 가까이 연어의 생사의 터전을 찾아다니며 조사, 집필했다니 엄청난 노력과 애정이 스며든 책이죠.

 

 

 

어머니의 고향 삼척의 오십천, 저자의 유년의 고향 양양의 남대천은 연어가 돌아오는 모천이라고 해요. 강에서 태어나 바다로 나가 살다 태어난 곳으로 다시 돌아와 알을 낳고 죽는 연어. 한때는 강 상류인 깊은 산 속에까지 올라왔었다지만, 이제는 산간마을에서는 연어의 모습을 보기 힘들어졌습니다. 예전에는 경남의 강 곳곳에도 볼 수 있었다는데 연어의 회귀 남방한계선은 점점 북상한 상태라고 해요. 이유는 오염과 개발이죠. 저자의 고향 양양에서도 연어 인공부화장이 모천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자연생태를 삼자의 눈으로 관찰해 풀어낸 밋밋한 글이 아니라 <은빛 물고기>에서 고형렬 시인이 사색하는 부분이 인상 깊어요. 회귀의 약속을 지키는 연어들의 일생이 신기해서 접근한 주제치고는 그 깊이가 장난 아니었어요. 고형렬 시인이 연어와의 동행에서 배우고 느낀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인간의 삶에 닿습니다.

 

"은빛 물고기는 머무르지 않는 바다의 나그네들이다." - p117

 

 

 

10여 년 가까이 연어를 쫓아다녔기에 <은빛 물고기>를 읽다 보면 연어의 생태지식도 든든하게 챙길 수 있습니다. 연어는 성냥개비만한 치어 상태에서 어른 팔뚝만한 크기의 성숙한 상태까지 부르는 이름이 따로 있더라고요. ​앨러번, 프라이로 불리는 치어, 어린 연어는 파르, 젊은 연어는 스몰트, 고향으로 돌아오는 그릴스, 알을 낳고 생을 마감하는 켈트. 이 한살이가 우리나라 연어는 대략 3년 정도라고 해요.

그 과정을 하나하나 따라가고 있는데, 연어들이 겪는 고난의 행로 속에 자연의 법칙이 아닌 인간 때문에 생기는 일들은 허무함을 넘어 분노가 치솟기도 했습니다.

 

무조건 바다로 나가고 강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때를 기다리고 재는 습성이라든지, 아무도 길을 알려주지 않았는데도 돌아갈 때를 알고 정확하게 태어난 곳으로 돌아오는 연어 회유의 비밀은 정말 신비롭습니다.

 

"현대성을 가진 거의 모든 지혜들이 지름길을 찾고 생략하려 하지만 연어들에게는 지름길과 생략이 없다. 연어는 그 자체가 진리다." - p222

 

 

 

오호츠크 해, 베링 해로 식이회유를 하고 다시 산란회유를 하는 연어의 일생에 동행하며 여러 계절의 단상을 읊는 고형렬 시인의 묘사도 예술입니다. 따스하면서도 무료한 봄날의 기운을, 살이 에이는 듯한 북빙양을 함께 느끼며 그 자리에 함께 있는 듯했어요.

 

자연이 정해준 대법칙을 따르는 연어.

하지만 해양과 하천 오염, 낚시 등 연어의 적은 이제 너무 많아졌습니다. ​살아서 돌아오는 회귀율이 대략 1.3%. 동해까지 2%였지만 정치망에 걸려 회귀율은 또 낮아집니다. 게다가 이제는 격식 있는 죽음도 없어졌습니다. 우리나라 연어 대부분은 연어다운 일생을 마감하지 못하고 채포장에서 건져 올려져 인공으로 수정되거든요.

 

채포장을 운 좋게 벗어난 연어의 마지막 삶을 그리는 장면은 감동의 다큐멘터리였어요. 채포장에서든 자연의 강 상류에서든 똑같이 죽음을 앞둔 상태지만, 사람의 손이 닿는 장면에서보다 자연의 법칙대로 맞이하는 죽음이 더 경외로울 수밖에요.

 

알을 밴 암컷 연어의 뒤를 쫓는 수컷 연어의 행동, 산란 과정에서는 그 어떤 먹이도 먹지 않고 금식하며 살생하지 않는 연어의 습성, 눈부신 은빛의 물고기가 모천으로 회귀하면서부터 흉측하게 변하는 몸... 이 모든 것들이 놀라웠어요. 아릿한 동정의 마음과 더불어 생명의 반짝임을 절절하게 느낄 수 있었어요.

 

 

 

회귀의 약속을 지키는 연어들의 삶에서 고형렬 시인은 생명의 흐름과 활기를 담은 몸의 즐거움이라는 육락肉樂을 이야기합니다. 자신들의 근원으로 가는 탯줄의 입구인 모천으로 향하는 연어를 보며 하천의 모성에 투항하는 삶을 이야기합니다. "생명은 생명에게 공양된다."(p341)며 아등바등하는 인간의 삶을 넌지시 이야기합니다.

약속, 사랑, 인연이라는 회귀의 삶을 사는 은빛 물고기 연어의 한살이를 통해 저자가 말하고 싶은 바를 슬며시 발견하게 됩니다.

 

작년에 읽은 책 중 개인적으로 최고의 책으로 꼽을만한 자연에세이 <메이블 이야기 / 판미동>​에 이어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은 책 <은빛 물고기 / 최측의농간>. 국내 작가 책에서 이런 문체와 감성이 담긴 자연에세이가 나올 거라고는 사실 기대 안 했던 터라 더 반가웠던 것 같아요.

최측의농간 출판사에서 복간하지 않았다면 이런 책이 있었다는 걸 까마득히 몰랐을 테죠. 복간 유행 시점이긴 한데 <은빛 물고기>처럼 덜 알려졌지만 놓치기 정말 아까운 책을 복간하는 것처럼 복간 열풍이 이렇게 쓰이면 진정한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불교 용어가 언급되는 편인데 주석이 잘 달려있어 읽는 데 무리없었고, 다만 한자어를 대신할 우리말을 충분히 더 사용했더라면 고형렬 시인 특유의 담백하고 청량한 문체가 한결 빛날 것 같단 생각은 해봅니다.

 

※ 오타 발견한 부분은 출판사 문의해서 확인했는데 읽는 분들 참고하시라고 덧붙여 둡니다.

164쪽 영어들은 연어들은 그 사이사이를 자유롭게 / 178쪽 바다의 면접이 좁아지고 물의 뭍의 면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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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2-21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 이 책을 읽고 있습니다. 묵직하네요.. 요즘 책에서는 볼 수 없는 비장함이 깃들어 있어서 좋더군요..
읽다 보니 왜 김훈이 이 책에 반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