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인간 -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50년 독서와 인생
오에 겐자부로 지음, 정수윤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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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읽는 만큼 성장한다고 하지요.

독서가 인생의 절반을 차지하며, 오로지 읽고 쓰는 삶 50년을 넘기는 동안 읽어 온 책 중 보물 같은 책들을 회고하는 <읽는 인간>에서는 그 책들이 오에 겐자부로의 작가 인생에 투영된 과정과 인간은 왜 읽는가 하는 근본적인 성찰을 엿볼 수 있습니다.

 

 

『 중요한 책이라기에 읽기는 읽었는데, 인생에 별반 도움이 안 된다고 여겼던 책이 몇 권쯤 있을 겁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그것이 빛을 발하게 될 때가 올 테니, 기대하고 계셨으면 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 - p13


오에 겐자부로 작가가 그리스 라틴 고전을 읽으면서 느꼈던 점을 이야기하던 중 한 말인데요, 고전문학을 인용해서 서간 대화가 풍부해진 일화를 소개하며 이런 말을 합니다.


 

 

 


오에 겐자부로의 일화를 보면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공감하게 됩니다.

그는 독서를 통해 인생을 만들어가고 새로운 길을 내면서 '도움'을 받아가며 나아갈 길을 결정해왔다고 합니다. 책으로 향방이 정해졌었다는 걸 노작가인 지금 되돌아보면서 절실히 깨닫고 있다는 거죠.

고전은 다양한 형태로 몇 번이고 새롭고 심오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고 합니다. 특히 노년에 이르러 그것이 주는 풍부한 경험을 생각하면, 젊은 시절 자신의 고전을 제대로 만들어두길 권하고 있습니다.

 

 

"All right, then, I'll go to hell." 이 한 줄을 삶의 원칙으로 살아 올만큼 유년시절에 읽었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의 영향이라든지, 자신의 작가 인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프랑스 르네상스의 사람들>은 그 책의 번역자 와타나베 가즈오 아래에서 배우고 싶은 마음에 그가 있는 도쿄대 프랑스 문학과로 재수하면서도 결국 들어가게 된 계기가 되었고요.

<포 시집>, <오든 시집>, <엘리엇 시집>은 강력하고도 섬세한 문체, 아름답고 매력 있는 현대 문장의 매력을 남기며 오에 겐자부로만의 이상적인 소설 문체를 탄생하게 합니다.


이렇듯 시와의 인연도 상당한데, 나이를 먹으며 자기 내면의 깊이가 더해질수록 시를 읽어내는 방법도 변하는 것을 느낀다고 하네요. 인생의 습관이 된 독서의 기본 원리인 배우기, 외우기, 깨닫기 원칙에 시만큼 적당한 것도 없다 합니다.


『 이런 식으로 자신의 가장 처음 책들을 발견했다면, 그것들을 하나로 이어 기틀이 되는 평면을 만듭니다. 그 뒤에는 이 책들이 불러들이는 다른 책들을 기다리면 되는 것이죠. 』 - p33


 

 

 


 

오에 겐자부로가 말하는 리리딩, 재독에 관한 이야기도 새겨들을 만 합니다.

색연필 두 개로 정말 좋다 생각되는 부분과 부정적으로 신경 쓰이는 부분이나 이해가 잘 가지 않는 부분을 밑줄그으며 읽는다는데요, 번역서는 이후 원서와 대조해본다고 합니다. 일 년에 한 권만이라도 상관없다 해요. 오에 겐자부로가 말하는 재독은 자기 힘으로 읽는 노력을 한다는 의미인 셈입니다.


 

 


 

『 책을 읽는다는 것은 정보를 얻는 것과 같은 레벨이 아닙니다. 책을 읽음으로써 책을 쓴 인간의 정신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한 인간이 생각한다는 건 그 정신이 어떻게 작용한다는 것인지 알 수 있어요. 이를 통해 사람은 발견을 합니다. 지금 내가 얼마나 중요한 문제에 맞닥뜨리고 있는지 깨닫고, 결국은 진정한 나 자신과 만나는 것이 가능해지지요. 』 - p49~50


 

 


 

원서와 훌륭한 번역을 함께 읽으며 그가 쓸 소설 언어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고 해요.

새로운 문장, 새로운 언어와의 만남이 새로운 문체를 탄생시켰고 그것이 오에 겐자부로 소설 작가 인생의 시작입니다. 즉 독서에 대한 결실로 그는 소설을 쓰게 된 겁니다.

 

저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오에 겐자부로라는 작가에게 관심이 없었고, 그의 소설도 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읽는 인간>을 통해 작가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의 인생관을 엿보면서 점점 매력이 보이더라고요. 노벨문학상 수상 시점에 맞춰 천황의 문화훈장을 거부한 점도 호감도 상승을 끌어올리긴 했고요. 행동하는 지식인으로서 말년의 작가인생을 어떻게 꾸려나갈지 그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읽는 인간>에서 이야기한 책들은 오에 겐자부로의 '인생의 책'이었어요.

내 삶을 지탱하고 변화시킬 동력을 가진 인생의 책을 만난다는 것, 나만의 독서세계를 구축해나가는데 도움될 책을 만난다는 것. 상상만 해도 두근댑니다. 책이 인생에 어떻게 실질적인 작용을 했는지 일화를 여실히 보여준 <읽는 인간>을 보면, 책 한 권 읽으면서도 허투루 읽게 되는 법이 없게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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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의 신기한 카페로 오세요
맥스 루케이도 지음, 권기대 옮김 / 베가북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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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뭉클해지는 소설 <첼시의 신기한 카페로 오세요>로 폭염에 지친 심신을 힐링했어요.

<너는 특별하단다>의 맥스 루케이도 작가의 소설이라고 해서 책을 펼치기전부터 기대 많았답니다.

 

 

 

소설 <첼시의 신기한 카페로 오세요>는 이혼을 앞두고 남편과 별거중인 첼시가 두 아이와 함께 '미러클 카푸치노'라는 카페를 운영하게 되면서 생기는 일들을 다루고 있어요. '미러클 카푸치노' 카페는 엄마의 유산으로 물려받게 된 빅토리아풍 집을 개조한 카페인데, 트렌디한 요즘 신식 카페와는 정반대 분위기의 카페랍니다. 일부러 복고풍을 내려고 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복고지요.


『 첼시에게 미러클 카푸치노는 딱히 돈을 벌기 위한 사업이 아니었다. 그건 아늑한 피난처였다. 』 - p14


열두 살, 여섯 살 두 아이의 엄마 첼시는 미식축구리그 올스타 출신 남편인 소여의 바람끼로 이혼을 염두에두고 별거 상태입니다. 그러던 중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남겨 준 카페가 새 삶을 시작할 수 있는 완벽한 기회로 다가온 셈이죠. 컵케이크 굽는 것도 좋아해 직원만 잘 둔다면 카페 운영에 큰 무리는 없겠다 싶었지만... 기껏 뽑은 직원은 며칠만에 다른 카페로 도망가버렸고, 엄마가 남긴 것이 카페뿐만 아니라 빚도 엄청났던지라 밀린 세금 폭탄까지 맞으며 첼시 카페는 문 닫을 위기에 처합니다.


『 도움을 청하기만 하면 될 텐데. 간단한 기도 한 마디라도. 무슨 힌트라도. 하나님은 힌트도 받아주시거든. 』 - p41


첼시에게는 도움이 간절히 필요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첼시는 남편 도움없이 혼자서 성공하고픈 바람도 컸고, 아버지와의 오랜 불신, 가까운 사람의 배신 등... 믿음과 신뢰를 견고히 할만한 마음 상태가 아닙니다.

 

 

 

『 믿음이란... 글쎄, 모르겠어요. 나한테는 믿음이란 게 힘든 노릇이에요. 이런저런 의문도 많고, 또 솔직히 말하자면 실수도 많이 저질렀거든요. 』 - p77


하지만 첼시에게는 수호천사가 있답니다. 진짜 천사 말이지요!

인간의 모습으로 첼시 곁에서 알게 모르게 도와주는 천사와 선량한 이웃의 도움은 첼시의 닫힌 마음을 두드립니다. 너무 간단해서 의미가 있을 것 같지도 않은 한 마디 "하나님, 제발 도와주세요." 라는 말을 할 수 있게 다시 노력하길 기다리는거죠.


그러던 어느 날, 첼시 카페에서 인터넷에 접속하면 딱 하나의 웹사이트만 잡히는 이상한 일이 생깁니다.

사람들이 단 하나의 질문을 던지면 누군가가 대답을 해 주는 거예요. 그런데 대답하는 이가 바로 하나님이라는 것. 진짜일까? 그저 웹사이트 마케팅일뿐인 속임수일까? 사람들은 그것을 두고 '하늘나라 우체통'이라고 부르게 됩니다.

 

 

 

『 기도란 것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하나님께 부탁하는 게 아니라, 합당한 일을 해주십사고 하나님께 요청하는 겁니다. 』 - p222


결국 사람들의 '믿음'때문에 카페 손님이 늘어나고 장사가 잘 돼 어느정도 먹고 살게 된 첼시.

하지만 하늘나라 우체통을 연결해주는 라우터가 도난당하는 사건, 카페 화재 사건, 가족 문제 등 첼시의 앞날이 순탄하진 않네요.


『 과거의 일이 상처를 주기는커녕 이처럼 치유의 방법이 되는 걸 보다니, 참으로 기이한 노릇이었다. (중략) 그녀는 생전 처음으로 남을 아프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치유해주기 위해서 기억이란 무기를 휘둘렀다. 』 - p284

 

 

 

게다가 첼시는 하늘나라 우체통에 질문을 아직 하지 않았답니다. 용기가 없어서 못했지요. 그렇지만 이런저런 일을 겪은 후 드디어 묻고 싶은 질문이 생겼네요. '어떻게 해야 나 스스로 헤쳐 나갈 수 있지?' 

첼시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과연?


하나님, 천사, 믿음... 기독교와 관련한 소재의 소설이지만, 기독교가 아닌 저도 불편없이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어요. 첼시에게 동화되어서 말이지요. 과거를 과거로 묻고 지나갈 수 없는 첼시의 마음이 내심 공감 많이 되었답니다.

사람이 상대방을 용서 한다는 것, 진심을 쏟아붓는다는 것의 의미를 깨닫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용기를 가진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이해하니까요. 동화같은 천사, 하나님 이야기가 첼시 카페와 너무나도 멋지게 잘 어우러져 가슴 훈훈해지는 소설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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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다시 물어야 할 것들 - 500만 리더들과 30년간 이어온 위대한 소통의 기록
존 맥스웰 지음, 김정혜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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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의 대가 존 맥스웰의 책은 읽을때마다 당시 딱 필요했던 부분을 보충해주고 있어 마음에 들던데, 신간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다시 물어야 할 것들>도 밑줄 쫙쫙 칠 만한 부분이 상당하네요.

존 맥스웰 인생 후반부에 나오는 책들은 특히 마음에 들어요. 이 책도 500만 리더들과 30년간 이어온 ​소통의 기록이라네요. 리더십의 구루라는 칭호를 얻기까지 그의 리더십 계발 여정이 담겨있어요.

 

 

 

 

 

 

내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좋은 질문이란?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다시 물어야 할 것들>은 잠든 성장을 깨우치는 질문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발전시킬 잠재력 있는 질문이라면 그 질문을 통해 얻은 대답이 성공의 토대가 된다는 거죠.

 

『 적절한 순간에 적절한 사람에게 적절한 질문을 하라. 』 - p17

 

 

 

 

 

 

내 인생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 질문을 누군가로부터 받아 본 적이 있는지요?

반대로 나에게 했던 질문 중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질문이 있는지요?

 

존 맥스웰이 말하는 질문은 상대방에게 하는 질문도 있지만, 그에 앞서 나 자신에게 하는 질문이 우선됩니다.

질문을 하려면 어느정도 심리적 안정감이 필요하고 자신의 약점을 드러낼 각오를 해야 합니다. 질문하기에 앞서 '두려움'이 방해를 하게 되죠. 두려움을 떨치려면 나에게 하는 질문 습관을 자꾸 들여야 합니다.

 

 

 

 

내 사고방식에 도전해 타성에서 벗어나게 하는, 자신에게 꼭 해야 하는 질문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나자신에게 투자하는가, 나는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관심이 있는가, 나는 겸손·진정성·소명을 가진 현실적인 리더인가, 나는 조직에 가치를 더해주는가, 내가 잘하는 일을 하는가, 오늘을 소중하게 생각하는가, 적절한 사람들에게 투자하고 있는가...  

개인적인 성장, 동기부여, 안정성, 팀워크, 효율성, 성공, 투자수익률에 관한 이런 질문에 관해 이야기하는데, 내 인생을 사는데 필요한 이런 질문을 치열하게 고민해봤었나... 반성하게 되더라고요.

 

『 타인과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질문이다. 』 - p19

 

 

 

 

 

 

존 맥스웰은 "내가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까?"와 관련한 질문의 가치를 특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을 뽑아내는 다양한 질문과 답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는 거죠.

 

 

 

 

셀프 리더로서 현재 모습을 점검하는 부분은 내 문제와 약점을 인지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리더십은 다른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능력을 말합니다. 리더로서 가장 큰 도전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해야 한다는 거죠. 그렇기에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서는 시작할 수 없는 것 같아요.

 

 

 

맥스웰이 말하는 바람직한 리더상은 질문과 진심어린 경청을 당연시 하는 모습입니다. 질문을 하기 전에 경청하는 법부터 배워야 팀의 성장을 이끄는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리더로서 해야 할 일은 정말 많더라고요. 갈등을 해소하고 도전적인 사람들을 이끄는 것에 관한 질문도 생각해봐야 하고, 리더와 팔로어가 함께 윈윈할 수 있는 전략적인 질문 말입니다. 회사라면 상사와 팀원간에 적용가능한 질문이지요.

 

좋은 리더라고 해서 언제나 답을 알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질문들은 더 나은 리더로 나아가게끔 촉발하는 질문들이니 무능한 리더에서 바람직한 리더로 가는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거네요.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다시 물어야 할 것들>에서는 좋은 리더에게 통찰력 깊고 탐색적인 질문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배울 수 있어요. 리더십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더 나은 리더가 되도록 돕는 책입니다. 누군가의 리더가 되려는 것이 아니더라도, 리더십의 본질을 이용해 나 자신을 단련시키고 싶은 이들에게도 필요한 질문의 힘을 얻을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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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첫 문장 -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 세계문학의 명장면
윤성근 지음 / MY(흐름출판)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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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인이라 불릴 만큼 짧은 순간의 승부, 첫인상.
첫 시작 세 줄의 법칙에 사로잡힌 '첫 문장 증후군'에게 반가운 책 <내가 사랑한 첫 문장>.

 

신이 내린 선물 첫 문장.
대부분은 첫 페이지 세 줄 정도는 자세히 읽은 후 그 책을 계속 읽을지 그만둘지 결정한다고 하네요. 그야말로 첫 문장은 책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군요. 독자들은 그저 가볍게 시작하는 첫 문장이 《첫 문장 못 쓰는 남자》처럼 소설가들에게는 커다란 짐이 됩니다.

 

 

 


<내가 사랑한 첫 문장>에는 누군가에게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누군가에게는 마음을 사로잡는 첫 문장을 남긴 쟁쟁한 소설 23권을 소개하고 있어요. 읽지 않았거나 완독하지 못한 책이 사실 대부분이었는데 그래도 첫 문장만큼은 입소문에 익히 들어 아는 문장이 많았습니다.

 

<내가 사랑한 첫 문장>의 소설들은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주인장 윤성근 저자의 개인적 취향이 적극적으로 반영되었지만, 다행히 코드가 맞아 그가 소개한 책 대부분이 만족스럽네요.

 

 

 

 

저자의 독서경험담이 재미나요.

당시 책 좀 읽는다는 사람들이 읽던 책에는 심드렁하던 차에 만난 카프카와의 인연. 저자는 카프카의 《변신》 덕분에 독일어 공부까지 하며 원서 통독에 시간을 바치기도 했다는데, 저도 카프카쯤은 읽어줘야지 할 땐 그저  끌리지않는다는 이유 하나로 관심 없었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자 없는 남자들》에 나온 《변신》의 오마주 '사랑하는 잠자'편을 읽고 그제야 카프카의 매력에 반했던 경험이 있네요. 인연이 없던 책과의 만남은 이렇게 뜬금없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저자의 좋은 책 판별법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그는 '모름지기 잘 지은 첫 문장은 소설을 읽어가면서 계속 머릿속에 남아야 한다'며 미스터리한 느낌이 드는 첫 문장을 선호하더라고요.

 

 

23권의 첫 문장 스타일도 참 각양각색입니다.
박상륭의 《죽음의 한 연구》처럼 400글자에 이르는 엄청나게 긴 문장도 있고, 700페이지 두께를 자랑하면서도 첫 문장은 겨우 세 단어인 허먼 멜빌의 《모비 딕》도 있고요.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 첫 문장의 롤. 리. 타.  캬~ 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 탄성을 자아내기도 하고, 저도 무척 좋아하는 책 《내가 고양이로소이다》의 첫 문장 "나는 고양이다. 이름은 아직 없다. 어디서 태어났는지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는 일본어 원어로 읽을 때 더 멋지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되었네요.

 

 

 

 

<내가 사랑한 첫 문장>을 읽어가다가... 이런, 정작 ​내가 사랑한 첫 문장은 뭐지?

탁 하고 떠오르는 첫 문장이 없다는 사실에 고민에 빠졌습니다. 인상 깊은 첫 문장은 로맨틱하거나 지적인 소설에서 찾는 암묵적 방식만 따르면 비소설 선호 독서위주로 한 저로서는 내가 기억할 만큼 사랑한 첫 문장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유명세에 알고 있는, 남들이 사랑하는 첫 문장들만 있을 뿐이지요.

 

솔직히 고백하자면, <내가 사랑한 첫 문장>은 달달한 느낌을 준 표지가 너무 사랑스러워 무작정 끌렸던 책입니다. 저 같은 사람은 '내가 사랑한 표지' 같은 것에 더 할 말이 많을지도요 ^^;


윤성근 저자의 말처럼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심오한 수수께끼"인 첫 문장.

내 경험이 축적되고 지금 내 삶의 관심사에 따라 몇 년 전에는 전혀 끌리지 않았던 첫 문장도 이제는 가슴에 남는 명문장이 될 수도 있겠고요. 언젠가는 내가 사랑한 첫 문장으로 저도 한 보따리 풀 수 있는 날이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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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밥 2015-07-28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하하 잼잇네요. 들고다니면서 꺼내읽기 좋겟다..
 
하이 타이 - 침샘 폭발하는 태국 먹부림 가이드
쿠나 글.그림 / 북폴리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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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도락 여행기를 이렇게 맛깔나게 소개하는 책은 또 처음 읽어보네요.

네이버웹툰 연재작 <하이타이>는 태국에서 1년간 지내며 맛 본 태국 음식을 소개하고 있어요. 하이타이 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세제 하이타이가 먼저 생각은 났었다는 ㅎㅎ


<하이 타이>는 여행자들은 잘 모르는 현지인들에게 알려진 태국 맛집은 물론 태국의 좋은 자연, 사람 이야기가 곁들여지면서 느림의 미학을 고스란히 실천한 태국 생활이 깨알같이 담겨있습니다.

 

 


 

생존 태국어를 보니 태국어 매력이 솔솔~!

태국어 숫자 발음을 보니 신기하기만 하네요. 한글 발음과 비슷한 게 있잖아요~ 태국어 급 독학하고픈 마음이!

 

태국 음식은 향신료가 많이 사용되어 우리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도 있긴하대요.

<하이 타이>에서는 여행자들을 위해 태국 음식을 처음 접할 때 주의할 점을 콕콕 짚어주고 있어요.

음료엔 연유, 시럽을 메가톤급으로 들이부어 곤욕스러웠다고 하는군요.

한국인을 위해 태국 음식을 레벨별로 1, 2, 3단계로 나눠 정리하기도 했는데, 레벨 3단계는 그야말로 도전정신 강한 이들에게 추천하는 음식이랍니다 ^^

 

<하이 타이>의 쿠나 작가너무 심한 달달구리는 싫어하고, 어느정도 매콤한 맛은 즐기는 보통 한국인 입맛에 가깝긴한데요. 그래도 태국 음식에 점차 익숙해지는 모습도 슬며시 보여지더라고요.

근데 개인적으로 태국 음식 비주얼은 솔직히 그리 끌리진 않아요 ㅋㅋ

 

<하이 타이>에는 비싼 고급 음식보다는 길거리표 음식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20~30대 입맛에 특히 딱인 음식이 많네요. 특정 지역을 제외하곤 태국 물가가 참 착해서 머리가 찡할 정도로 시원한 생과일주스를 매일 마실 수 있고, 태국 돈 단돈 10바트 (우리 돈 약330원) 국수집도 있어요.


 

 

과일의 천국인 태국이니만큼 열대 과일을 풍부하게 맛볼 수 있다는 장점은 정말 부럽습니다.

망고를 체크무늬 칼집을 넣어 갈비처럼 뜯어 먹는 방법은 <하이 타이>를 보며 처음 알게 되었네요.

 

<하이 타이>를 야심한 밤에 읽기 시작하다가 결국 성질부리며 책 덮고, 아침에 밥 든든히 먹은 다음 마저 읽었답니다. 야식 생각나지 않을 수가 없어요 ㅋㅋ 저는 특히 국수를 좋아하는데 태국 음식 중 태반이 면 요리여서 호로록 호로록~ 단어만 나와서 꿀꺽~ 침샘 자극하더군요.

 

 

 

젊음을 불태우기 딱 좋은 카오산도 소개하고, 여행자들이 많이 가는 곳은 아니지만 가볼 만한 장소도 살포시 소개하고 있고요. 태국과 국경이 닿아있는 말레이시아의 맛집도 소개하네요.


 


<하이 타이>는 태국 생활하며 소소하게 겪은 일상이 곳곳에 배어나와 거의 현지화된 한국인의 목소리로 태국의 새로운 면을 알려주고 있기도 해요.


태국 여행자를 위한 태국 여행 포인트도 물론 있지요.

지역 음식, 시장, 현지인! 이 세가지를 겪지 않고서는 여행했다고 할 수 없다고~


스트레스가 쌓이고 쌓여 "더 이상은 이렇게 못 살겠어! 나 여행 갔다 올게" 하며 혼자 떠난 태국행.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내며 바쁨에서 벗어나 느림을 추구한 여행인데다가 침샘폭발 먹방을 제대로 선보인 일상. 이런 느긋한 쉼 여행은 정말 부럽네요. 뭐니뭐니해도 착한 물가 태국이어서 저도 살짝 마음이 동하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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