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의 정석 2 - 실패하지 않는 창업, 상권부터 분석하라! 상권의 정석 2
정양주 지음 / 라온북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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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창업이란 단어는 시작에 방점을 찍습니다. 매장 간판을 세우고 기대를 품고 첫 주문을 받는 그 순간이 모든 것의 출발점이자 핵심이라 여겨지지요. 그런데 <상권의 정석2>는 성공한 창업은 시작뿐 아니라 끝까지 설계한 창업이라고 말합니다.


정양주 저자는 20년 넘게 상권 분석과 점포 개발 현장을 누비며 자영업자들의 시작과 끝을 함께한 사람입니다. 그가 말하는 상권 전략은 감각이 아닌 생존입니다.


입지를 보는 눈을 기르는 것은 물론이고 이번 책은 퇴장할 타이밍까지 예측하는 안목을 기르는 것까지 확장합니다. 사업 생애 전 주기를 설계할 수 있는 비즈니스 생존 매뉴얼입니다.


상권을 모르면 손해부터 시작된다고 합니다. 상권 분석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코로나19 이후 배달 플랫폼 확산, 오프라인 고객 동선의 축소, 상가의 자산 가치 하락 등 상권을 구성하는 조건들이 하루가 다르게 재편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사람 눈으로 많이 지나가는 거리를 상권이라 여겼다면, 지금은 데이터 기반의 고객 흐름을 읽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상권의 정석2>는 상권 분석을 일회성 판단이 아니라 계속되는 질문이라고 말합니다. 창업 전에도, 운영 중에도 상권 분석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변화에 대응하는 민감성을 갖추지 않으면 곧 위기에 직면한다는 의미입니다. 상권은 점포를 둘러싼 외부 환경이자 고객의 이동과 소비 맥락을 이해하는 열쇠입니다.


상권을 분석한다는 것은 단순히 좋은 자리를 찾는 일이 아닙니다. TG(트래픽 제너레이터), 배후세대, 집객시설 같은 구성 요소와 함께 접근성·가시성·독점세대라는 입지의 3요소를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저자는 이 요소들을 하나씩 설명하면서 어떻게 실제 조사에 활용할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저자가 강조하는 부분은 사전 조사와 현장 조사의 균형입니다. 지도와 데이터로 상권을 예측하는 것은 출발점일 뿐, 반드시 발품을 팔아 현장에서 확인해야 할 변수들이 존재합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거리라고 해서 반드시 매출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상권단절 요인 때문입니다. 언뜻 보기에 좋은 거리여도 언덕, 교차로, 진입로의 불편 등이 유입을 차단할 수 있다는 현실을 무시해서는 안 되는 겁니다.


매출 추정의 공식은 유동×내점률×객단가입니다. 이 공식만으로도 수많은 창업자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자는 추상적인 개념을 숫자로 환산하고, 현실적인 예시로 보여줍니다. 손익분기점 계산, 타당성 판단, 투자 회수율(ROI) 분석까지. 현장에서 검증된 수치를 기반으로 창업 의사결정을 도와줍니다.


사례 중심의 서술이 돋보입니다. 다양한 업종의 실측 데이터를 활용한 매출 시뮬레이션은 예비 창업자들에게 현실을 직시하게 해줍니다.


권리금에 대한 궁금증도 해소되었습니다. 바닥권리금, 시설권리금, 영업권리금 각각의 개념과 감가상각 방식, 거래 관행을 풀어냅니다.


임대차 계약서의 실무적 검토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될 포인트입니다. 실제로 중도 해지, 건물주 변경, 리모델링과 같은 변수들이 현실에서 자주 일어나기에 계약서 분석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됩니다.


모든 업종에 만능의 입지는 없습니다. <상권의 정석2>는 카페, 베이커리, 일반음식점, 병원·학원 등 주요 업종의 특성을 바탕으로 상권 전략을 달리 접근합니다.


트렌드 업종으로 떠오르는 셀프미용, 하비프러너 업종의 분석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소상공인365, 오픈업 등의 공공 분석 도구부터 AI 기반 유동인구 예측 사례까지 실무에 적용 가능한 다양한 사례를 소개합니다.


창업 컨설턴트로 수많은 폐업 현장을 목격해온 저자는 감정으로 늦춘 정리가 얼마나 큰 손실을 부르는지 경고합니다. 폐업은 실패가 아니라 다음 단계를 위한 전략적 퇴장이어야 한다고 짚어줍니다. 점포 양수도, 폐업 제도 활용, 철거 시뮬레이션, 재기 전략까지 정리의 기술을 상세히 다룹니다.


상권을 숫자와 지도로 보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지도 위의 숫자와 동선은 결국 누군가의 생존, 도전, 실패와 회복의 궤적입니다. <상권의 정석2>는 상권을 통해 사람을 읽고, 사람을 위해 상권을 설계할 수 있게 돕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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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 해방 - 생체 나이를 거꾸로 돌리는 저속노화 프로젝트 프린키피아 3
장 마르크 르메트르 지음, 김모 옮김, 정희원 감수 / 21세기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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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노화 생물학 분야 세계 최고 권위자인 장 마르크 르메트르는 노화를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규정합니다. 최신 세포 재프로그래밍 기술과 후성유전학적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우리의 생체 시계를 거꾸로 돌릴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고 말입니다.


그러고 보면 요즘 저속노화 키워드가 뜨겁습니다. 저속노화 식단 인증샷이 넘쳐나고, 러닝 크루가 인기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피상적인 정보에만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세계 최초로 세포 역노화를 입증한 몽펠리에 재생의학 및 바이오테라피 연구소의 장 마르크 르메트르가 쓴 <노화 해방>으로 노화의 고정관념들이 하나씩 무너지는 경험을 만끽해 보세요.


블루존 장수마을의 실생활 사례, 식이와 운동, 감정과 사회적 유대에 이르기까지 과학과 생활의 경계를 넘나들며 저속노화의 구체적인 전략을 알려줍니다.


저자는 노화를 단순히 나이가 들어가는 현상이 아니라 세포와 유전자, 후성유전학적 요인이 얽힌 복합 메커니즘으로 봅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나이 개념부터 흔듭니다. 저자는 체감 나이, 실제 나이, 신체 나이를 구분하며 정말 중요한 건 신체 나이라고 강조합니다. 동갑내기 친구들과 만나면 누구는 20대처럼 보이고, 누구는 40대처럼 보이는 경험, 다들 해보셨죠? 이게 바로 신체 나이의 차이라고 합니다.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쌍둥이라도 생활 습관, 거주 지역, 건강에 대한 관심도에 따라 신체 나이가 확연히 달라집니다. 저자는 생물학적 나이와 실제 나이의 차이에 주목하며 이를 판단할 수 있는 다양한 과학적 지표인 텔로미어, 후성유전적 나이, 혈액 속 단백질 등을 소개합니다.


자신을 젊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건강한 삶을 사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생물학적 시계에 영향을 미치는 감정적 자기 인식의 중요성을 보여줍니다. 젊음을 유지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훨씬 내면적인 겁니다. 노화가 단순한 운명이 아닌 관리 가능한 생리현상임을 각인시킵니다.


<노화 해방>은 수명 연장이 아닌 건강 수명에 집중합니다. 오늘날의 주된 사망 원인은 노년기 질병입니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건강하게 오래 살 것인가에 대한 과학적 고민이 전개됩니다.


기대 수명이 점점 길어지는 지금, 과학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저자는 장수의 열쇠를 고령자의 면역 체계, 염증 반응, 세포 복원 능력 등에서 찾습니다. 이 챕터를 읽으며 드는 생각은 이제는 노화에 맞서는 것이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블루존에서 배운 삶의 지혜는 가장 흥미진진한 파트입니다. 일본 오키나와, 그리스 이카리아, 코스타리카 니코야 등의 이른바 블루존 장수마을을 직접 관찰한 저자는 그들의 공통된 생활 방식을 분석합니다.


오키나와 노인은 모아이(정기적 모임)로 사회적 유대를 유지하고, 이키가이라는 삶의 목적으로 매일의 삶에 동기를 부여받는 걸 짚어줍니다. 이카리아 사람들은 시계 없는 삶을 살며 낮잠을 즐깁니다. 니코야 사람들은 패스트푸드를 멀리하고 고구마, 콩류, 호박 같은 전통 식재료를 중심으로 식사를 합니다.


이들 모두 신체적으로 활동적이고, 사회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식단에서 가공식품을 철저히 배제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들은 저속노화를 몸소 실천하는 생존자이자 노화 혁명 시대의 선구자들입니다.


본격적으로 노화 해방의 과학을 이야기합니다. 과학적 개입을 통한 생체 시계 되돌리기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칼로리 제한, 장내 미생물 관리, 줄기세포 회복, 텔로머레이스 활성화 등 첨단 생명과학의 정수를 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속노화 습관을 없애면 수명이 14년 늘어난다는 주장도 와닿습니다. 저자는 유전자가 우리의 삶을 완전히 지배하지 않는다는 것을 짚어줍니다. 오히려 식단, 운동, 감정 관리와 같은 일상적인 행동이 노화의 속도를 결정짓는다고 말이죠.


<노화 해방>에서는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노화 해방 전략을 짚어줍니다. 식단, 하루 30분의 운동 그리고 SNS에서 나누는 사소한 대화 하나까지도 노화의 속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새삼 무겁게 느껴집니다. 나의 하루하루가 가속노화 중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을 넘어, 저속노화의 올바른 길을 발견하게 된 시간입니다.


고령화 시대를 살아가며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일의 중요성. 저 역시 해를 거듭할수록 깊이 실감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정신의 선언문 <노화 해방>. 노화과학의 혁명적 관점과 실천 가능한 방법들을 균형 있게 다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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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철학 노트 - 읽고 쓸수록 내일이 달라지는 101가지 철학자의 말
정지영 지음 / 유노책주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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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생존의 기술이자 삶의 격을 세우는 도구로서의 철학을 만나는 시간 <나의 철학 노트>.  일상적인 언어로 철학적 질문을 다시 꺼내 삶의 방향을 점검하는 계기가 됩니다.


교사이자 철학 콘텐츠 크리에이터 정지영 저자는 전공자의 딱딱한 어법을 벗어나 철학이라는 세계에 초대받은 보통 사람의 입장에서 질문하고 사유합니다. 덕분에 철학적 사고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점을 새삼 실감하게 됩니다.


철학은 더 넓은 시야를 요구하고 더 깊은 성찰로 이끕니다. <나의 철학 노트>는  생각하는 법을 되묻는 안내서가 됩니다. 책꾸 스티커가 있어 즐겁습니다. 사유의 포인트를 시각적으로 표시하고 나만의 철학 노트를 꾸미는 데 활용할 수 있습니다.


수천 년 인류의 지혜를 현실적인 해답으로 제시하는 독특한 접근을 보여주는 <나의 철학 노트>. 101일간의 골 트래커와 함께 매일의 철학적 성찰을 기록해나가다 보면 어느새 두께감 있는 나만의 철학 여정이 한 권의 책 안에 고스란히 담기게 됩니다.


철학적 자기 이해의 시작으로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아레테 개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첫 부분부터 빠져듭니다. "탁월함에 이르려면 먼저 연습이 필요하다."라는 명언은 습관, 특히 지속 가능한 반복의 힘을 짚어줍니다.


"남을 이기는 사람은 힘이 있는 사람이고, 자신을 이기는 사람은 강한 사람이다"라는 노자의 말을 통해서는 자기 인식의 중요성도 다룹니다. '자지자명(自知者明)'이라는 개념은 단순히 자신을 아는 것을 넘어서 자신의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인정하는 지혜를 의미합니다. 현대 심리학의 자기 인식 개념과도 맞닿아 있어 고전 철학의 현재적 가치를 보여줍니다.


수전 울프의 '적절한 성취' 개념도 흥미롭습니다. 성취에 대한 현대적 강박을 철학적으로 해석하면서 내 삶의 의미가 외부의 평가가 아닌 내적 기준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통찰을 안겨줍니다.


이어서 삶의 방향성을 찾는 데 도움 되는 철학적 명제들이 등장합니다. 니체의 "내면의 혼돈을 품어야만 춤추는 별을 낳을 수 있다"라는 말은 단순한 긍정적 사고가 아닙니다. 운명애(Amor Fati) 개념으로 연결되는데 주어진 삶의 조건을 기꺼이 받아들이면서도 그 안에서 성장의 자양분, 창조적 가능성을 찾는 태도를 말합니다.


지금 이 순간의 선택이 내일을 만든다고 하지요. 앙리 베르그송의 "사실 우리가 느끼는 모든 감각은 이미 지나가 버린 기억일 뿐이다"라는 말을 통해 저자는 지금을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짚어봅니다. 찰나만을 붙잡으라는 의미가 아니라 과거의 의미를 녹여내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자세라는 걸 일깨워줍니다.





<나의 철학 노트>는 철학을 일상의 실천으로 연결할 수 있는 구체적 기술이 담겨 있습니다. 필사하기, 투두리스트, 다이어리, 만다라트 페이지를 채워나가며 철학적 사유를 생활화해봅니다.


101일간의 철학 여행을 통해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철학적 기준을 세워가게 됩니다. 가치 혼란과 방향성 상실에 대한 막막함을 기록해나가면서 선명해지는 느낌입니다. 나 자신의 사유로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성찰의 창을 열어주는 철학 노트입니다.


타자와의 관계라는 철학적 주제를 탐색해 봅니다. 사랑, 우정, 연대, 갈등은 우리가 매일 부딪히는 현실입니다. 저자는 에마뉘엘 레비나스, 마르틴 부버, 한나 아렌트 등 관계 중심 철학자들의 사유를 인용하며 타인과의 윤리적 관계맺기에 주목합니다.


“만약 누군가가 타자를 소유하고 파악하고 알 수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타자가 아닐 것입니다. 소유하고, 알고, 붙잡는다는 것은 권력과 동의어입니다”라는 레비나스의 사상은 나 중심의 사고를 흔들어 놓습니다. 우리는 타인을 이해하고자 하면서도 그를 해석하고 소비하는 방식으로만 다가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공감과 연대가 일종의 피로로 느껴지는 이유에 대해서도 들려줍니다. 내가 얼마나 타인을 위한 인간인가라는 질문이 부담으로 다가오는 시대, 진정한 관계란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묻는 대목은 공동체적 삶의 재구성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의미 있습니다.





정지영 저자는 오늘날의 번아웃과 과잉 자극 속에서 절제의 지혜로 금욕을 불러냅니다. 스토아 철학자들이 말한 금욕은 단순한 절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훈련시키고 중심을 잡기 위한 태도입니다. 삶을 관조하며 스스로의 내면에 집중하는 능력, 그것이야말로 철학이 주는 가장 근본적인 실천적 자산이라는 것을 짚어줍니다.


<나의 철학 노트>는 철학을 삶의 태도로 확장합니다. 철학적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저자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고전적 사유부터 동양 철학에서의 실천윤리까지 폭넓게 다루며 철학이 이론이 아니라 삶의 양식임을 이야기합니다.


매일 10분, 2500년 철학의 지혜로 내일을 바꾸는 101가지 방법 <나의 철학 노트>. 읽기와 쓰기, 실천이 결합된 구성으로 지속적인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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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급식은 개짜증짜장밥 서사원 중학년 동화 10
송승주 지음, 지수 그림 / 서사원주니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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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마법 요리로 배우는 언어의 힘 <오늘의 급식은 개짜증짜장밥>. "개짜증", "어쩌라구", "치!". 이런 말을 달고 사는 아이들이 있을 겁니다. 이 말이 아니더라도 쓰지 않았으면 하는 말버릇이 한 가지씩은 있을 거예요.


바른말을 쓰자로 강요하는 대신 아이들이 스스로 언어의 무게를 깨닫고 고쳐나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바로 이 동화책이 그렇게 만들어줄 거예요.


학교 급식실에 새로운 영양사 선생님이 오셨습니다. 이름은 계굴희. 이름도 범상치 않지만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연두색 머리입니다. 등장부터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합니다.


계선생님은 무쇠 솥과 나무 주걱으로 직접 요리를 합니다. 게다가 급식 메뉴가 점점 이상해지기 시작합니다. '어쩌라구말라구 라구파스타', '개짜증 짜장밥', '치치치! 치즈 스마일 버거'…. 이 급식의 정체는 아이들의 말버릇에 있습니다.


아람이와 다훈이는 말끝마다 "라구~"를 달고 삽니다. 어쩌라구?라는 말은 듣는 사람 입장에선 참 듣기 싫죠. 듣는 사람 기분이 어떨지는 안중에도 없는, 그저 자신의 감정을 방어하거나 표현하기 위한 습관적인 말버릇입니다.


말투 하나로도 친구 사이에 균열이 생기고, 작은 일이 커져버리는 건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세계에서도 흔한 일입니다. 저자는 이 익숙한 장면을 말버릇이라는 주제로 녹여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급식으로 '어쩌라구말라구 라구파스타'가 나옵니다. 아람이와 다훈이는 이 급식을 먹고 나서부터 귓가에 라구~ 말라구~라는 소리가 맴돌고, 그 후로는 자신도 모르게 다정한 말투가 튀어나오기 시작합니다.


이쯤 되니 "개짜증", "치!" 말버릇은 어떻게 고쳐질지 벌써 기대되더군요. 흥미로운 건 똑같은 방식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어서 책을 덮을 때까지 기대감을 안은 채 읽게 됩니다.





왜 나는 늘 그런 말만 입에 달고 살았을까?, 그 말이 친구들에게 어떤 느낌을 줬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스스로를 반성하게 되기까지, 말을 바꾸는 것은 곧 마음을 바꾸는 일임을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느낄 수 있습니다. 일상의 언어 습관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 힘을 제대로 성찰하게 만드는 포인트를 유쾌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레시피까지 있으니 동화 속 요리를 직접 해보면서 더 몰입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고치고 싶은 말버릇이 있다면, 자신만의 이야기와 색다른 요리 레시피를 만들어내면 금상첨화입니다.


외부의 강요보다는 내적 동기가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걸 보여주는 동화입니다. 아이들은 이 동화책을 읽으며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하려는 의지를 갖게 될 거예요.


급식이라는 생활의 한가운데에서 이야기를 출발시키니 판타지 속 사건들을 현실감 있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익숙한 공간 속 낯선 전개가 재밌습니다. 고전 동화 속 마녀와 요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듯한 느낌을 주는 계굴희 선생님 캐릭터도 매력 있습니다.


말버릇이라는 현실적인 소재를 통해 자신의 언어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갖춘 <오늘의 급식은 개짜증짜장밥>. 학급 내 언어문화 개선이나 친구 관계 향상을 위한 독서 토론 자료로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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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메리 앤 섀퍼.애니 배로스 지음, 신선해 옮김 / 이덴슬리벨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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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전쟁의 잔해 위에 피어난 책과 사람의 이야기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전 세계 750만 독자의 사랑을 받은 이 소설은 넷플릭스 영화화를 통해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습니다. 영화로는 담을 수 없는 편지 문학의 섬세한 매력은 여전히 책에서만 온전히 느낄 수 있으니 꼭 읽어보세요.


메리 앤 섀퍼 작가는 사실 이 소설을 완성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습니다. 조카 애니 배로스가 이어받아 완성한 작품이지만 두 작가의 목소리가 이질감 없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라는 제목만으로는 도통 무슨 뜻인지 와닿지 않습니다. 건지(Guernsey)는 영국 채널제도에 위치한 외딴 섬의 지명이고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일하게 독일에 점령되었던 영국의 영토였습니다. 그곳 주민들이 만든 북클럽 이름이 감자껍질파이입니다.(조카 작가는 웬만하면 시도하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1946년 런던에서 시작합니다. 칼럼니스트이자 작가인 줄리엣 애슈턴은 다음 작품을 고민하던 중, 외딴 섬 건지에 사는 도시 애덤스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게 됩니다.


도시는 줄리엣이 중고서점에 판 찰스 램의 책에 적힌 주소를 보고 편지를 쓴 것입니다. 책을 통해 맺어진 이 인연은 점차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의 교류로 확장되며 건지섬의 숨겨진 이야기를 하나하나 드러냅니다.


"제 책이 어쩌다 건지섬까지 갔을까요? 아마도 책들은 저마다 일종의 은밀한 귀소본능이 있어서 자기한테 어울리는 독자를 찾아가는 모양이에요." - p20


문학회의 시작은 우습기까지 합니다. 독일군 점령 시기의 건지섬. 주민들이 몰래 돼지구이 파티를 벌이다 통금 시간을 어기고 검문에 걸립니다.


이를 모면하고자 엘리자베스가 문학회 모임이었다고 둘러댄 것이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의 시초입니다. 감자껍질로 만든 파이라는 기괴한 요리는 당시의 기근을 상징하는 비유이자 결핍 속에서 피어난 삶의 지혜를 상징합니다.






핑계가 진짜 문학회로 발전하는 과정을 지켜보다 보면 인간이 얼마나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존재인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이 소설은 수신자와 발신자가 시시각각 바뀌며 펼쳐지는 수십 통의 편지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편지에는 저마다의 내면과 성격, 감정이 날것 그대로 드러납니다. 편지의 문체만으로도 캐릭터들의 성격을 엿보는 기분입니다.


줄리엣과 건지섬 주민들 간의 서신은 어느새 읽는 이에게도 감정의 파장이 전해집니다.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 자연스럽게 전후 시대의 상처와 복원을 경험하게 합니다.


전쟁의 상흔을 어루만지기 위해 이들은 책을 도구로 삼았습니다. 술을 끊은 존,신앙을 회복한 윌, 이웃과 소통하게 된 도시 등 독서를 통해 변화하는 사람들 이야기는 문학이 단지 사유의 수단을 넘어 삶을 회복시키는 치유제임을 보여줍니다.


상처와 결핍을 지닌 이들이 문학회를 통해 자기 자신을 찾아가고 서로를 보듬는 모습은 마음을 울립니다. 전쟁 이후 공동체의 사랑과 책임이 어떻게 회복되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소설에 등장하는 작품들 이야기도 매력만점입니다. 제인 오스틴, 찰스 램, 라이너 마리아 릴케, 세네카 등 작품 속에 등장하는 고전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은 단순히 언급되는 차원을 넘어섭니다.


이들의 작품이 어떻게 건지섬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켰는지 보여주면서 문학의 실질적 치유력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부분을 부록에 리스트화한 작가의 배려가 멋집니다.


책을 매개로 한 정서적 연대의 중요성을 보여준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일상의 소소한 연대와 따뜻한 인간관계에 목마른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안겨주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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